판시사항
[1] 리스로 임차된 부선(barge)이 예인선과 예선열을 이루어 운항하던 중 타 선박과 충돌한 경우, 그로 인하여 상대방이 가지는 손해배상채권이 상법 제746조 제1호 소정의 책임제한 대상 채권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2] 예인선과 피예인선이 예선열을 이루어 운항하던 중 선박소유자의 책임제한 대상이 되는 채권이 발생한 경우, 상법 제747조 제1항 제3호에 따른 책임한도액 결정시 항상 양 선박을 단일한 선박으로 간주해야 하는지 여부(소극)
[3] 위 [1]의 경우, 예인선 선박 소유자의 책임한도액은 예인선과 피예인선에 대하여 각각 상법 제747조 제1항 제3호에 따라 산정한 금액을 합한 금액이라고 본 사례
결정요지
[1] 예인선의 선장 및 선원들이 예인선과 일체로서 영리 목적으로 사용되는 리스 임차 피예인선인 부선(barge)을 그 안전수칙에 위반하여 안개로 인한 시계제한 상태에서 운행하던 중 무선 연락 등으로 선행 선박의 항해 방향, 시속 등을 확인하지 않은 채 너무 근접하여 그 선박을 추월하다가 피예인선이 그 선박과 충돌한 경우, 예인선의 선박소유자는 그 피용인인 선장이나 선원들의 위와 같은 항해상의 잘못으로 인하여 발생한 사고로 인한 손해를 상대방 선박소유자에게 배상책임이 있으며, 그 손해배상채권은 상법 제746조 제1호가 정하는 '선박의 운항에 직접 관련하여 발생한 그 선박 이외의 물건의 멸실 또는 훼손으로 인하여 생긴 채권'으로서 선박소유자의 책임제한 대상 채권에 해당한다.
[2] 상법 제747조 제1항 제3호는 선박소유자의 책임제한에 관한 여러 입법주의 중 이른바 금액주의를 채택하면서 '그 선박'의 톤수에 따라 정하여진 금액을 책임의 한도액으로 하도록 하고 있는바, 예인선이 피예인선을 예인하면서 예선열을 이루어 운항하던 중에 선박소유자의 책임을 제한할 수 있는 채권이 발생한 모든 경우에 항법 분야에서 통용되는 이른바 예선열 일체의 원칙을 적용하여 예인선과 피예인선이 일체로서 상법 제747조 제1항 제3호가 정하는 '그 선박'에 해당하는 것으로 의제할 근거는 없다.
[3] 위 [1]의 경우, 예인선 소유자는 피예인선의 임차인으로서 영리를 목적으로 피예인선을 항해에 사용하였으므로 상법 제766조 제1항에 따라 그 이용에 관한 사항에는 제3자에 대하여 선박소유자와 동일한 권리의무가 있고, 예인선과 피예인선은 예인선 소유자의 해상기업조직에 편입되어 함께 그 기업활동을 수행하던 중에 사고를 일으켰으며, 예인선 소유자의 손해배상채무를 발생시킨 원인이 된 선장의 과실은 예인선의 항해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예인선이 예인하는 대로 항해할 수밖에 없는 피예인선의 항해에도 관련된 것이며, 충돌로 인한 상대 선박의 훼손은 예인선과 피예인선 두 선박 모두의 운항에 직접 관련하여 생긴 것이라고 할 수 있고, 피예인선이 선박검사증서에 명기된 운항 제한에 위반하여 출항한 것 자체가 그 운항에 책임 있는 예인선 소유자의 피용자의 과실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예인선 소유자의 책임한도액은 예인선과 피예인선 두 선박에 대하여 각각 상법 제747조 제1항 제3호에 따라 산정한 금액을 합한 금액이 된다는 이유로, 양 선박의 총톤수를 합한 총톤수를 기준으로 상법 제747조 제1항 제3호에 따라 그 한도액을 산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참조조문
[1] 상법 제746조 제1호 , 제747조 , 제843조 [2] 상법 제747조 제1항 제3호 [3] 상법 제746조 , 제747조 제1항 제3호 , 제766조 제1항
재항고인
대평해운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장한각)
주문
재항고를 기각한다.
이유
재항고이유를 본다.
1. 원심결정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기록에 첨부된 소명자료와 심문의 전취지를 종합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하였다.
가. 제201 해성호는 골재채취 및 화물운송업에 종사하는 신청인 소유로서 총톤수 99t, 디젤기관 2,250마력의 연해구역 취항 예인선이다. 제202 해성호는 동남리스금융 주식회사 소유로서 총톤수 1,195t의 동력기관을 가지고 있지 아니한 부선(barge)이다. 재항고인은 동남리스금융 주식회사와 사이에 시설대여(리스)계약을 체결하고 제202 해성호를 대여받아 이를 직접적으로 유지·관리하며 예인선인 제201 해성호와 한 조를 이루어 바닷모래 운송에 사용하여 왔다.
나. 제201 해성호는 1995. 7. 18. 03:40경 재항고인 소속 선장 소외 1의 지휘·감독 아래 모래 약 1,541㎥가 적재된 제202 해성호를 길이 180m 가량의 예인줄로 묶은 후 시아바다 장산도를 출항하여 같은 날 04:15경 임하도 등대 부근 해상을 침로 135°, 속도 4.8노트로 운행하다가 북위 34°36´50˝, 동경 126°15´08˝ 지점(임하도 등대로부터 전방위 298°, 거리 약 0.5마일 해상)에 이르렀다. 그 때 소외 1은 그 곳 전방 약 15°방향, 0.6마일 상당 거리에서 같은 방향으로 운항하고 있던 상대방인 동서해운 주식회사 소유의 총톤수 740t급 화물선 스텔라호를 발견하고, 스텔라호와 약 60m의 횡측거리를 둔 상태로 추월하려고 운항하던 중 스텔라호가 예인선 제201 해성호와 피예인선 제202 해성호 사이에 끼어들어 충돌할 위험이 있다고 보고 급히 우전타하면서 기관을 정지시켰으나, 동력기관이 없는 제202 해성호가 예인된 속력으로 계속 전진하는 바람에 제202 해성호의 앞 부분으로 스텔라호의 우측 중앙 부분을 45°각도로 충돌하였다. 그 충돌사고로 스텔라호는 1시간만에 침몰하였다(스텔라호의 선장과 선원들은 모두 구조됨).
다. 사고 당시 기상 상태는 풍파가 거의 없는 평온한 날씨에 안개가 끼어 시정(가시거리)이 500m에서 600m에 불과하였다. 소외 1은 사고 당시 스텔라호의 항해 방향, 시속, 동태 등을 무선연락, 레이더, 무중신호(무중신호) 등으로 확인하지 아니하고 스텔라호에 너무 근접하여 추월을 시도하였다. 피예인선인 제202 해성호에는 신청인 소속 선원 2명이 승선하여 있었는데, 그들은 사고 전에 소외 1에게 충돌의 염려가 있다는 연락을 한 일이 없다. 제202 해성호의 선박검사증에는 선박의 안전운항을 위하여 해상의 안개로 가시거리가 1km 미만인 경우를 포함하여 기상 악화시에는 항해를 금하도록 명시되어 있다.
2. 원심은 위와 같은 사실을 기초로 하여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가. 제201 해성호의 선장인 소외 1은 시계 불량한 안개 속을 제202 해성호를 예인하여 항해할 경우 속력을 낮추고, 전방에서 선행하고 있던 스텔라호를 추월할 때에는 무선연락, 레이더, 무중신호 등으로 상대 선박의 항해 방향, 시속, 동태 등을 확인하면서 추월시 충돌을 피하기 위한 안전거리를 충분히 유지하여 사고를 미리 막을 주의의무가 있는데도 이를 다하지 아니한 채 상대 선박에 너무 근접하여 추월을 시도하였다.
피예인선인 제202 해성호에 승선한 재항고인 소속 2명의 선원들도 예인선이 상대 선박과 근접한 거리에서 추월할 경우 피예인 선박의 예인 상태나 충돌 가능성 여부를 면밀히 확인하여 충돌의 염려가 있을 때에는 사전에 예인선의 선장에게 연락을 취하는 등 사고를 미리 막을 주의의무가 있는데도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다.
또한 제202 해성호는 자체 동력이 없는 피예인 부선으로서 선박의 조정성능이 불량하여 시계제한 상태에서의 선박 운항은 극히 조심성을 요할 뿐더러 그 선박검사증에는 선박의 안전운항을 위하여 해상의 안개로 가시거리가 1km 미만인 경우를 포함하여 기상 악화시에는 그 선박의 항해를 금지하도록 명시되어 있으므로 제201 해성호의 선장이나 제202 해성호의 선원들로서는 예인 상태에서의 선박 운항을 아예 하지 말아야 하는데도 이러한 안전수칙이나 규정을 위반하여 무리하게 항해를 시도하다가 사고가 발생하였다.
그러므로 재항고인은 제201 해성호의 선박소유자로서 그 피용인인 선장이나 선원들의 위와 같은 항해상의 잘못으로 인하여 제201 해성호에 의하여 예인되던 제202 해성호가 상대방 소유의 스텔라호를 충돌하여 발생한 사고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지고, 이 사고로 인하여 상대방이 신청인에 대하여 가지는 손해배상채권은 상법 제746조 제1호가 정하는 '선박의 운항에 직접 관련하여 발생한 그 선박 이외의 물건의 멸실 또는 훼손으로 인하여 생긴 채권'에 해당하여 상법 제746조가 정하는 책임제한의 대상이 된다.
나. 이 사건 충돌사고는 예인선인 제201 해성호가 독자적인 항해능력이 없는 제202 해성호를 예인줄로 연결하여 유기적인 일체로서의 예선열(예선열)을 구성하여 항해하던 중 예인선 또는 피예인선에 승선한 재항고인의 피용인인 선장 또는 선원들의 공동과실이 경합하여 발생한 것인 데다가, 그 피예인선은 재항고인의 책임과 관리하에 재항고인 소유의 예인선인 제201 해성호와 하나의 예선열을 이루고 있었고, 그 두 선박은 모두 재항고인이 고용한 선장과 선원들의 동일한 지휘·감독에 따라 신청인의 해상 화물운송업에 계속적, 반복적으로 이용됨으로써 재항고인의 완전한 지배·관리하에 있었으므로 상법 제747조의 규정에 의한 선박소유자인 재항고인의 책임한도액은 단순히 그 소유의 예인선의 총톤수만을 기준으로 할 것이 아니라, 그 예인선과 피예인선이 일체가 되는 것으로 보아 이것을 단일한 선박으로 간주하여 예인선의 총톤수에 피예인선의 총톤수를 합한 총톤수를 기준으로 그 한도액을 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다. 그러므로 재항고인이 제한할 수 있는 책임한도액은 제201 해성호와 제202 해성호의 총톤수를 합한 1,294t(=99t+1,195t)을 기준으로 하여 상법 제747조 제1항 제3호 (나)목에 따라 산정한 299,598계산단위{=167,000계산단위+1,294t×167계산단위/톤}이다(상대방이 입은 물적 손해는 위 책임한도액을 초과한다).
3. 당원의 판단
우선 원심이 적법하게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상대방인 동서해운 주식회사가 재항고인에 대하여 취득한 채권은 원심이 판단한 바와 같이 상법 제746조 제1호가 규정하고 있는 '선박의 운항에 직접 관련하여 발생한 그 선박 이외의 물건의 멸실 또는 훼손으로 인하여 생긴 손해에 관한 채권'에 해당하고, 재항고인은 상법 제747조 제1항 제3호가 정하는 바에 따라 그 책임을 제한할 수 있다.
그런데 상법 제747조 제1항 제3호는 선박소유자의 책임제한에 관한 여러 입법주의 중 이른바 금액주의를 채택하면서 '그 선박'의 톤수에 따라 정하여진 금액을 책임의 한도액으로 하도록 하고 있는바, 예인선이 피예인선을 예인하면서 예선열을 이루어 운항하던 중에 선박소유자의 책임을 제한할 수 있는 채권이 발생한 모든 경우에 항법(항법) 분야에서 통용되는 이른바 예선열 일체의 원칙을 적용하여 예인선과 피예인선이 일체로서 상법 제747조 제1항 제3호가 정하는 '그 선박'에 해당하는 것으로 의제할 근거는 없다 고 할 것이지만, 원심이 적법하게 인정한 바에 의하면 이 사건에서 재항고인은 피예인선인 제202 해성호의 임차인으로서 영리를 목적으로 제202 해성호를 항해에 사용하였으므로 상법 제766조 제1항에 따라 그 이용에 관한 사항에는 제3자에 대하여 선박소유자와 동일한 권리의무가 있는 것이고, 예인선인 제201 해성호와 피예인선인 제202 해성호는 신청인의 해상기업조직에 편입되어 함께 그 기업활동을 수행하던 중에 이 사건 사고를 일으켰으며, 재항고인의 손해배상채무를 발생시킨 원인이 된 제201 해성호 선장의 과실은 예인선인 제201 해성호의 항해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제201 해성호가 예인하는 대로 항해할 수밖에 없는 제202 해성호의 항해에도 관련된 것이며, 스텔라호의 훼손은 제201 해성호와 제202 해성호 두 선박 모두의 운항에 직접 관련하여 생긴 것이라고 할 수 있고, 제202 해성호가 선박검사증서에 명기된 운항 제한에 위반하여 출항한 것 자체가 그 운항에 책임 있는 재항고인 피용자의 과실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에서 재항고인의 책임한도액은 제201 해성호와 제202 해성호 두 선박에 대하여 각각 상법 제747조 제1항 제3호 본문 단서와 같은 호 (가)목, (나)목에 따라 산정한 금액을 합한 금액이 된다 할 것이다.
그런데 그와 같이 산정한 금액은 제201 해성호에 대하여 83,000계산단위가 되고, 제202 해성호에 대하여 283,065계산단위{167,000계산단위+(1,195-500)×167계산단위}가 되어 합계 366,065계산단위가 되는바, 원심이 인정한 책임한도액은 이보다 적음이 명백하다(또한 이 금액은 원심이 인정한 상대방의 채권액에 미달함도 명백하다.).
그렇다면 원심이 이와 다른 방법으로 이 사건 책임한도액을 산정한 것은 부당하지만, 이 사건 책임한도액을 산정함에 있어서 제202 해성호의 톤수도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고 본 점에는 잘못이 없고, 그 계산 결과는 올바른 방법에 의한 것보다 더 적은 것이어서 재항고인에게 유리한 것임이 분명하다. 결국 재항고인의 재항고이유 논지는 모두 이유 없다 할 것이다.
3. 그러므로 재항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