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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 2021.4.29. 선고 2020구합76418 판결
불합격처분취소
사건

2020구합76418 불합격처분취소

원고

*

피고

*

변론종결

2021. 4. 15.

판결선고

2021. 4. 29.

주문

1. 피고가 2020. 7. 3. 원고에게 한, 2020년도 교정직 6급(교감) 승진시험 불합격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당사자 지위

원고는 D교도소에 재직 중인 7급 교정직공무원으로서, 2020. 6. 27. 실시된 C직 6급 (◌◌) 승진시험(이하 ‘이 사건 시험’이라 한다)에 응시하였다. 피고는 법무행정 등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는 중앙행정기관으로 원고의 임용권자이다.

나. 이 사건 시험의 시행계획

○ 선발인원

(표 – 생략)

○ 응시자격: 시험 요구일(2020. 6. 3.) 현재 교정직 7급(교위) 공무원으로서 승진요구 최저연수 2년이 경과한 사람

○ 시험과목: 교정학 및 형사소송법

(과목별 객관식 4지 선택형 25문항, 총 50문항, 과목별 100점 만점)

○ 합격자 결정: 교정직공무원 승진임용 규정에 따라 필기시험만으로 합격자를 결정하되, 각 과목별 4할 이상 득점하고 전 과목 총점의 6할 이상 득점한 중에서, 필기시험 성적 6할과 승진후보자 명부 성적 4할을 합산한 종합성적의 고득점자 순으로, 지방교정청별 최종 선발예정 인원을 합격자로 결정(합격자는 2020년 하반기 6급 정기전보 등 일정에 따라 승진임용 예정)

다. 이 사건 문제에 대한 이의제기 및 정답 확정

1) 피고는 2020. 6. 27. 이 사건 시험의 가답안을 공개하였다. 그중 이 사건 시험 과목 중 교정학 13번 문제(이하 '이 사건 문제'라 한다)에 대하여 보기 ②번 답항을 정답으로 처리하였고, 이에 대하여 응시자 7명이 이의제기를 하였다.

[이 사건 문제]

13. 형집행법령상 보호장비 사용에 관한 설명 중 옳은 것은?

① 보호장비를 착용 중인 수용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처우상 독거수용’ 한다.

②보호장비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보호장비 사용 심사부에 기록하여야 하나, 중경비시설

안에서 수용자의 동행계호를 위하여 양손수갑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호송계획서나 수용기

록부의 내용 등으로 그 기록을 갈음할 수 있다.

③자살∙자해의 우려가 커 보호침대 또는 보호복을 사용할 경우에는 다른 보호장비와

같이 사용할 수 없다.

④ 머리보호장비는 자살∙자해의 우려가 큰 때에 사용할 수 있으며, 수용자가 임의로 해제

하지 못하도록 다른 보호장비를 함께 사용할 수 있다.

2) 피고는 2020. 7. 1. 법무부 교정기획과에서 이 사건 문제에 대한 정답확정위원회를 개최하여 심의한 결과, 특별한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이 사건 문제의 최종 정답을 보기 ②번 답항으로 확정하였다.

라. 불합격처분

피고는 2020. 7. 3. 이 사건 시험의 합격자 명단을 공고하면서, 원고에게 불합격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3호증의 각 1, 2의 기재, 갑 제4호증의 2의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원고는 이 사건 시험 당시 이 사건 문제의 답을 ③번 답항으로 답안지에 기재하였으나, 피고가 이 사건 문제의 정답으로 확정한 ②번 답항은 틀린 지문이고, 이 사건 문제의 보기에서 옳은 답항은 없다. 따라서 피고는 이 사건 시험의 응시자들이 이 사건 문제를 모두 맞힌 것으로 처리하여야 하고, 원고의 점수는 합격기준 점수를 상회하므로, 원고를 불합격시킨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나. 판단

1) 쟁점의 정리

이 사건 문제는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이하 '형집행법'이라 한다)상 보호장비 사용에 관한 보기 4개의 설명(답항) 중 옳은 것 하나를 고르는 것이다.

그중 보기 ①, ③, ④번 답항이 틀린 지문임에는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으나, 보기 ②번 답항에 대해 원고는 틀린 지문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피고는 옳은 지문으로 이 사건 문제의 정답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이 사건의 쟁점은, '보기 ②번 답항이 객관적으로 옳은 지문이어서, 평균 수준의 응시자라면, 이를 정당한 답항으로 선택할 수 있는지 여부'로서, 이 사건 처분이 재량권 일탈 · 남용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기 위한 선결문제에 해당한다.

2) 관련 법리

일반적으로 행정행위로서의 시험의 출제업무에서, 출제 담당위원은 법령 규정의 허용범위 내에서 어떠한 내용의 문제를 출제할 것인가, 그 문제의 문항과 답항을 어떤 용어나 문장형식을 써서 구성할 것인가를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재량권을 가진다. 다만 그 재량권에는 그 시험의 목적에 맞추어 수험생들의 능력을 평가할 수 있도록 출제의 내용과 구성에서 적정하게 행사되어야 할 한계가 내재하므로 그 재량권의 행사가 그 한계를 넘을 때에는 그 출제 행위는 위법하게 된다(대법원 1998. 7. 10. 선고 97누13771 판결, 대법원 2001. 4. 10. 선고 99다33960 판결 참조). 한편 객관식 문제의 출제에서 문항 또는 답항의 문장구성이나 표현용어의 선택이 지나칠 정도로 잘못되어 결과적으로 평균 수준의 수험생으로 하여금 정당한 답항을 선택할 수 없게 만든 때에도 재량권의 일탈 또는 남용이 된다(대법원 2001. 4. 10. 선고 99다33960 판결, 대법원 2009. 10. 15. 선고 2007두22061 판결 참조).

3) 재량권 일탈 · 남용 여부

앞서 든 증거들과 이 법원의 한국교정학회장, H교도소장에 대한 각 사실조회 결과, 이 법원의 I대학교 J K 교수, L대학교 공공안전학부 M 교수에 대한 각 감정촉탁 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문제의 출제 및 정답 결정에 있어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나거나 재량권을 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문제는 정답 없음으로 처리되어야 하고, 이와 전제가 다른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하는바, 이를 지적하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있다.

가) 이 사건 문제의 ②번 답항 전단 부분의 평가

이 사건 문제의 ②번 답항은, '보호장비 사용의 심사부 기록'에 관한 것으로, 형행법 시행규칙 제181조 본문과 단서를 바탕으로 출제된 것이다. 먼저, 이 사건 문제의 ②번 답항 전단은, '보호장비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보호장비를 사용 심사부에 기록하여야 한다.'는 내용으로 형집행법 시행규칙 제181조 제1항 본문의 내용과 부합하여 옳은 설명에 해당한다.

나) 이 사건 문제의 ②번 답항 후단 부분의 평가

다음으로, 이 사건 문제의 ②번 답항 후단 '중경비 시설 안에서 수용자의 동행계호를 위하여 양손수갑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호송계획서나 수용기록부의 내용 등으로 그 기록을 갈음할 수 있다.'는 부분을 살펴본다.

형집행법 제97조 제1항은 교도관이 수용자에 대해 보호장비를 사용할 수 있는 경우로, '교도관은 이송 · 출정, 그 밖에 교정시설 밖의 장소로 수용자를 호송하는 때(제1호), 도주ㆍ자살ㆍ자해 또는 다른 사람에 대한 위해의 우려가 큰 때(제2호), 위력으로 교도관의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하는 때(제3호), 교정시설의 설비ㆍ기구 등을 손괴하거나 그 밖에 시설의 안전 또는 질서를 해칠 우려가 큰 때(제4호)'를 열거하고 있다.

같은 법 시행규칙 제181조는 '교도관은 법 제97조 제1항에 따라 보호장비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별지 제10호 서식의 보호장비 사용 심사부에 기록하여야 한다. 다만 법 제97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보호장비를 사용하거나 중경비시설 안에서 수용자의 동행계호를 위하여 양손수갑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호송계획서나 수용기록부의 내용 등으로 그 기록을 갈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호송(護送)’의 사전적 의미는 ‘죄수나 형사 피고인을 어떤 곳에서 목적지로 감시하면서 데려가는 일'로서, 형집행법 제97조 제1항 제1호에서도 '호송'을 수용자를 교정시설 밖의 장소로 이동시킬 때 사용하는 용어라고 풀이되고, 중경비시설 안에서 보호장비를 사용하여 수용자를 동행하는 경우는 호송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중 경비시설 안에서 수용자의 동행계호를 위하여 양손수갑을 사용하는 경우는 시설 내 이동에 해당하여 호송계획서를 작성할 수 없으므로, 보호장비 사용 심사부에 기재할 내용을 수용기록부가 아닌 호송계획서의 내용으로 갈음할 수 없다.

위와 같은 각 규정의 문언 내용과 취지 및 체계, 호송의 사전적 의미 등을 종합해 볼 때, 형집행법 시행규칙 제181조 단서는, '교도관이 형집행법 제97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이송 · 출정, 그 밖에 교정시설 밖의 장소로 수용자를 호송하면서 보호장비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호송계획서의 내용으로 그 기록을 갈음할 수 있고, 중경비시설 안에서 수용자의 동행계호를 위하여 양손수갑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수용기록부의 내용으로 그 기록을 갈음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이해함이 문언 해석에 부합하고 문맥 흐름상 자연스럽다.

그런데 이 사건 문제의 ②번 답항 후단은 보호장비 사용 심사부 기록을 갈음할 수 있는 방법으로, '호송계획서와 수용기록부'가 선택적으로 명시되어 있으므로, 위 ②번 답항 후단은 '중경비 시설 안에서 수용자의 동행계호를 위하여 양손수갑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호송계획서나 수용기록부 둘 중 하나를 선택하여 그 기록을 갈음할 수 있다.'는 취지라고 이해된다. 따라서 위 2가지 방법 중 어느 것을 선택하든지 간에 둘 다 옳은 것이라고 단정할 수 있어야만 전체적으로 옳은 지문에 해당한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중경비 시설 안에서 수용자의 동행계호를 위하여 양손수 갑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호송계획서가 아니라, 수용기록부의 내용으로 그 기록을 갈음할 수 있을 뿐이므로, 이 사건 문제의 ②번 답항 후단에서 '중경비 시설 안에서 수용자의 동행계호를 위하여 양손수갑을 사용하는 경우 호송계획서의 내용으로 그 기록을 갈음할 수 있다.'는 부분은 명백히 틀린 지문에 해당한다.

(부연하면, □a 피고는 형집행법 시행규칙 제181조를 변형하여 이 사건 문제의 ②번 답항을 출제하면서, 위 규정 단서 첫머리에 명시된 '법 제97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보호장비를 사용하거나’ 부분, 즉 ‘이송ㆍ출정, 그 밖에 교정시설 밖의 장소로 수용자를 호송하는 때 보호장비를 사용하거나' 부분만을 삭제하였을 뿐, 그 후단에 선택적 사항으로 명시된 ‘호송계획서’ 부분은 그대로 남겨두었음이 명백하다. □b 만일, 이 사건 문제의 출제자가 ②번 답항을 이 사건 문제의 정답으로 삼을 의도를 갖고서 출제한 것이었다면, 위와 같이 그 후단에 '호송계획서' 부분을 삭제하지 않은 것은 출제 오류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c 이 사건 문제의 ②번 답항 후단과 같이, 시설 내 이 동만을 의미하는 중경비시설 안에서 수용자의 동행계호를 위하여 양손수갑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보호장비 심사부를 수용기록부로 대체할 수 있을 뿐이고, 호송계획서로는 대체할 수 없어 ②번 답항은 틀린 지문에 해당한다.)

다) 정답 없음 처리의 정당한 근거

이 사건 문제에서 4개의 답항들은 형집행법 등 관련 규정에서 새로운 내용을 추가하거나 일부 내용을 변경ㆍ삭제한 것인데, 그 출제 방식과 의도는 동일ㆍ유사한 수준이다. 즉, ①번 답항은 법조문의 '계호상 독거수용'을 '처우상 독거수용'으로 일부 내용을 변경한 것이고, ③번 답항은 '보호복' 부분을 틀린 내용으로 일부 추가한 것이고, ④번 답항은 ‘자해’를 ‘자살ㆍ자해’로 일부 내용을 변경한 것이다. 그리고 ②번 답항 역시 형집행법 시행규칙 제181조 단서 첫머리 '법 제97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보호장비를 사용하는 부분'을 일부 삭제한 것에 불과하다. 이처럼 이 사건 문제의 ②번 답항이 틀린 지문에 해당한다고 평가할 수 있는 내용과 그 정도는 다른 보기 ①, ③, ④번 답항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나아가 보건대, 이 사건 문제의 ②번 답항이 다른 답항들과 비교하여 확연히 구별되거나 월등히 우월할 정도의 다른 특색을 갖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최선의 노력을 다한 일반 평균적 응시자들이 이 사건 문제의 보기 ②번을 정답항으로 선택할 것이라고 쉽사리 기대하기 어렵고, 출제의도 파악이나 정답 선택에 장애를 받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봄이 옳다(객관식 시험 문제의 특성상 출제의도와 답항 선택의 지시사항은 시험 문제 자체에서 객관적으로 파악해야 하고, 특별한 사정 없이 문언의 한계를 벗어나 임의로 출제자의 숨겨진 주관적 출제의도를 짐작하여 판단할 수는 없다. 위와 같은 출제 오류가 엿보이는 상황에서, 출제자의 명시적 · 묵시적 의도를 고려하여 1개의 정답이 도출되는 쪽으로 선택할 것을 응시자에게 요구하는 것은 무리이다.).

이 법원의 사실조회 또는 감정촉탁에 따른 교정학 관련 교수들도 '이 사건 문제의 ②번 답항은, 중경비시설 안에서 보호장비를 사용하는 경우에 호송계획서가 사용될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되는 이상, 틀린 지문에 해당하고, 이 사건 문제에 대하여는 정답 없음으로 처리하여도 무방하다.'는 취지의 의견을 회신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문제는 그 하자가 평균 수준의 응시자로 하여금 정당한 답항을 올바르게 선택할 수 없게 한 정도에 해당하므로, 정답 없음으로 처리하는 것이 타당하다.

달리 이 사건 문제의 ②번 답항이 다른 답항들에 비해 월등히 우월하고 논리적, 합리적, 중립적, 객관적으로 최선의 선택에 해당한다거나 어느 모로 보나 정답일 수밖에 없다고 볼 만한 뚜렷한 사정은 찾아볼 수 없다.

라) 소결론

위와 같이 이 사건 문제의 출제 및 정답 결정에 있어 피고의 재량권 일탈ㆍ남용의 위법사유가 인정되므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이 사건 문제가 정답 없음으로 처리된다면, 교정직공무원 승진임용 규정 제4조에 따른 원고의 합산 점수(= 이 사건 시험 성적 60% + 승진후보자 명부상 평정점수 40%)가 합격 기준을 상회하여 원고가 추가로 합격될 것으로 보이는 이상, 소의 이익도 인정된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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