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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고
서울중앙지법 2006. 6. 28. 선고 2005가합107720 판결
[손해배상(의)] 항소[각공2006.8.10.(36),1708]
판시사항

산부인과 의사가 인공수정을 위해 내원한 불임환자의 난소를 적출한 행위가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환자에 대한 진료 이외의 다른 연구목적을 위하여 난소를 적출하면서 그 시술의 목적과 필요성에 관하여 환자를 적극적으로 기망하였거나, 혹은 환자가 난소적출의 필요성에 관하여 이미 착오에 빠진 것을 알면서도 올바른 의학적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채 그의 착오상태를 이용하여 이루어진 것으로 판단하여 위 의사에게 환자가 입은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을 인정한 사례

판결요지

산부인과 의사가 인공수정을 위해 내원한 불임환자의 난소를 적출한 행위가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환자에 대한 진료 이외의 다른 연구목적을 위하여 난소를 적출하면서 그 시술의 목적과 필요성에 관하여 환자를 적극적으로 기망하였거나, 혹은 환자가 난소적출의 필요성에 관하여 이미 착오에 빠진 것을 알면서도 올바른 의학적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채 그의 착오상태를 이용하여 이루어진 것으로 판단하여 위 의사에게 환자가 입은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을 인정한 사례.

원고

원고 1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구도일)

피고

피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한강 담당변호사 홍영균)

변론종결

2006. 5. 24.

주문

1. 피고는 원고 1에게 6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05. 12. 31.부터 2006. 6. 28.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 1의 나머지 청구 및 원고 2의 청구를 각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원고 1과 피고 사이에 생긴 비용은 이를 4등분하여 그 3은 원고 1이,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하고, 원고 2와 피고 사이에 생긴 비용은 원고 2가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 1에게 금 450,000,000원, 원고 2에게 금 50,000,000원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 사실

가. 원고 1은 1954년생인 재일교포 독신여성이고, 원고 2는 1957년생으로 미국 캔사스주에서 치과를 경영하고 있는 치과의사로서 원고 1의 인공수정을 위하여 정자를 제공한 자이며, 피고는 산부인과 의사이자 서울 (병원명 생략)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자이다.

나. 독신으로 아이가 없던 원고 1은 1998년경 일본 TV에서 피고가 운영하는 (병원명 생략)병원(당시는 (병원명 생략)병원)의 불임치료에 관한 프로그램에서 피고를 인공수정의 권위자로 소개하는 것을 보고, 피고로부터 인공수정 시술을 받아 아이를 갖고자 희망하여 1998. 10. 12. 한국에 입국하였고, 다음날인 1998. 10. 13. (병원명 생략)병원에 내원하였다.

다. 피고는 원고 1이 처음 내원한 1998. 10. 13. 원고 1과 인공수정에 관한 상담을 하고, 초음파 검사, 호르몬 검사 및 간단한 내진을 실시한 후 인공수정을 위한 정자를 제공할 사람을 대동하고 다시 내원할 것을 지시하였다. 이에 따라 원고 1과 평소 알고 지내던 원고 2는 원고 1로부터 연락을 받고 1998. 11. 23. 미국에서 입국하여 원고 1과 함께 (병원명 생략)병원에 내원하였고, 내원 당일 피고를 만나 인공수정에 관한 상담을 한 후 정액을 채취하고, 원고 1의 인공수정에 사용하도록 채취한 정자를 (병원명 생략)병원에 제공하였다.

라. 원고 1은 1998. 12. 2. (병원명 생략)병원에 다시 내원하였고, 피고는 당일 전신마취를 통하여 원고 1의 좌측 난소와 나팔관을 제거하는 수술을 하였다.

마. 피고는 1999. 4. 27. 원고 1 우측 난소에 직경 7.8mm 정도의 작은 난포들이 있는 것을 확인한 후 1999. 5. 13. 난자채취를 시도하였으나 실패하였고, 그 이후로는 다시 난자채취를 시도하지 아니하였다. 원고들은 난자채취에 실패한 이후인 1999. 5. 24. (병원명 생략)병원에 내원하여 원고 1의 인공수정을 위한 진료 진행상황을 확인하였고, 원고 1은 1999. 8. 15.부터 2003. 3. 14.까지 (병원명 생략)병원에 수회 내원하며 프레마린, 프로베라 등의 호르몬제를 계속 복용하여 왔으나 결국 현재까지 인공수정에 성공하지 못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1 내지 6호증, 갑 8호증의 각 기재, 원고 1의 본인 신문 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 1의 청구에 관한 판단

가. 당사자의 주장

(1) 원고 1의 주장

피고는, 원고 1이 자신의 한쪽 난소를 적출하여 주면 이를 냉동보관하였다가 인공수정 분야의 권위자인 자신이 가까운 시일 내에 새로운 의료기술을 연구하여 적출한 난소에서 난자를 추출하고, 이를 이용하여 인공수정을 성공시켜 주겠다고 원고 1을 설득하였다. 이러한 피고의 말에 원고 1은 피고를 믿고 피고가 원고 1의 좌측 난소를 적출하도록 승낙하게 된 것인바, 피고는 적출한 난소를 이용하여 원고 1을 임신시킬 의사와 능력이 없음에도 원고 1을 기망하여 승낙을 받아내고 한쪽 난소를 적출한 것이므로, 피고는 이로 인하여 원고 1이 입은 재산상 손해 및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2) 피고의 주장

피고가 원고 1의 좌측 난소를 적출하게 된 것은, 현재 의학기술로는 임신이 거의 불가능한 원고 1이 먼저 피고에게, 자신의 난소를 적출하여 이를 냉동보관하였다가 혹시라도 의료기술이 발달하면 나중에라도 이를 이용하여 임신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하였기 때문인바, 이는 원고 1의 강력한 요구에 의하여 행하여진 것이므로 피고는 이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없다.

나. 불법행위의 성립 여부

피고가 1998. 12. 2. 원고 1의 좌측 난소와 나팔관을 수술로 제거한 사실은 앞에서 본 바와 같으므로, 피고가 원고 1의 난소를 적출한 행위가 과연 원고 1에 대하여 불법행위를 구성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

살피건대, 외과적인 수술로 난소를 적출해 낸 후 적출한 난소를 냉동보관하며 여기서 난자를 추출하여 인공수정을 할 수 있는 의료기술은 현재 존재하지 아니하고, 가까운 시일 내에 이러한 기술이 개발되어 현실화될 가능성도 거의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은 피고도 스스로 이를 인정하고 있는 점, 이 사건 난소적출 당시 40대 중반의 독신 여성으로서 원고 2의 정자를 이용한 인공수정으로 자신의 아이를 갖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었고, 의학에 관하여는 문외한인 원고 1이 막연히 획기적인 의료기술의 개발을 기대하며 자신의 폐경기를 앞당기거나 자칫 영구적인 불임을 초래할 수도 있는 난소적출을 먼저 요구한다는 것은 경험칙상 납득하기 어려운 점, 만일 원고 1의 강력한 요구에 의하여 이러한 난소적출이 이루어졌다면 산부인과 전문의로서 오랜 임상경험이 있는 피고로서는 이러한 난소적출이 일반적인 의료행위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서 원고 1이 원하는 본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으므로, 나중에 자신을 방어하기 위하여서라도 그 동기와 불가피성을 원고 1에게 자세하게 설명하고 그 내용과 원고 1의 명시적인 승낙을 의무기록에 남기는 것이 상식에 부합하는 것일 텐데도, 피고는 원고 1에 대한 의무기록에 이러한 난소적출 사실을 한 줄로 간단하게 기재하였을 뿐 그 이유나 필요성 등에 대하여는 전혀 기록한 바가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난소적출은 피고가 원고 1에 대한 진료 이외의 다른 연구목적을 위하여 난소를 적출하면서 그 시술의 목적과 필요성에 관하여 원고 1을 적극적으로 기망하였거나, 혹은 원고 1이 난소적출의 필요성에 관하여 이미 착오에 빠진 것을 알면서도 위 원고에게 올바른 의학적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채 그의 착오상태를 이용하여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원고 1에 대한 피고의 이 사건 난소적출 행위는 원고 1의 진정한 승낙이 없이 부당한 목적하에 이루어진 것으로서 위 원고에 대하여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는 이로 인하여 원고 1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다. 손해배상의 범위

피고의 이 사건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 1이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임은 경험칙상 명백하므로 피고는 이를 금전으로 위자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인바, 나아가 그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 액수에 관하여 살펴보건대, ① 피고는 산부인과 전문의로서 폐경기가 얼마 남지 않은 원고 1의 소망에 따라 원고 1의 인공수정을 위하여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인공수정의 성공을 위하여 최선을 다할 의무가 있음에도, 원고 1을 기망하거나 최소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아니한 채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원고 1의 난소를 적출하는 등 의사로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행위를 하였던 점, ② 피고의 이 사건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 1은 여성으로서 모성의 바탕이 되는 난소 하나가 제거되는 상해를 입었는바, 비록 나머지 난소의 기능으로 배란은 계속되고 있다 하더라도, 난소 하나가 제거됨으로써 인공수정을 갈망하는 원고 1에게 임신에 필요한 여성으로서의 신체적 기능에 장애를 주어 다시 되돌릴 수 없는 타격을 주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③ 이러한 수술로 인한 육체적인 고통뿐 아니라, 인공수정에 관한 권위자로 믿고 인공수정에 도움이 되도록 자신의 난소까지 적출하여 준 피고로부터 기망당한 데 따른 원고 1의 정신적 충격이 상당할 것으로 보이는 점 및 변론에 나타난 여러 사정들을 종합하여 볼 때, 이 사건 불법행위로 인하여 피고가 원고 1에게 지급하여야 할 위자료 액수를 금 6,000만 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

원고 1은 위의 위자료 이외에도 피고의 이 사건 불법행위로 인하여 일본에 거주하는 원고 1이 서울에 오기 위하여 지출한 항공료와 서울에서 체류하는 기간 동안 소요된 숙박료 등의 재산상 손해를 입었으므로 피고는 위 재산상 손해도 배상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므로 살피건대, 피고의 원고 1에 대한 이 사건 불법행위의 내용은 피고가 원고 1을 기망하거나 원고 1의 진정한 승낙 없이 원고 1의 한쪽 난소를 적출한 것에 있는바, 원고 1이 사용한 항공료와 숙박비 등 경비는 피고의 불법행위와 무관하게 원고 1이 피고로부터 인공수정 시술을 받기 위하여 (병원명 생략)병원에 내원하는 과정에서 어차피 지출하여야 할 비용으로서, 이 사건 불법행위로 인하여 비로소 발생한 손해라거나 피고의 불법행위가 없었더라면 발생하지 않았을 손해라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재산상 손해에 관한 원고 1의 이 부분 청구는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라. 소결론

따라서 피고는 원고 1에게 금 6,000만 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 다음날인 2005. 12. 31.부터 피고가 이 사건 이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한 이 사건 판결 선고일인 2006. 6. 28.까지는 민법에 정한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정한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원고 2의 청구에 관한 판단

원고 2는, 자신 역시 원고 1의 인공수정을 위해 자신의 정액을 채취하여 제공하는 등 피고의 이 사건 불법행위로 인하여 자신도 많은 정신적 고통을 당하였으므로 피고는 이에 관한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원고 2가 비록 원고 1과 사이에 아이를 갖기 위해 자신의 정액을 제공하였고, 결과적으로 그러한 시도가 실패로 돌아간 사실은 이미 인정한 바와 같으나, 피고가 원고 2의 정액을 채취한 것은 원고 1의 인공수정을 위한 것으로서 피고의 원고 1에 대한 이 사건 불법행위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으므로, 인공수정을 시도한 피고의 시술이 실패하였다는 이유만으로 피고가 원고 2의 정액을 채취한 행위가 원고 2에게 어떠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볼 수는 없다(또한, 피고의 원고 1에 대한 이 사건 난소적출 행위로 인하여 원고 2가 어떠한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고 하더라도 원고 2가 원고 1과 법률상 또는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었다는 점에 관하여 아무런 주장·입증이 없는 이상, 원고 2의 손해와 피고의 이 사건 난소적출 행위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원고 2의 이 사건 청구는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4. 결 론

그렇다면 원고 1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일부 받아들이고, 원고 2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판사 신수길(재판장) 임정택 하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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