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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1993. 11. 25. 선고 92헌마169 결정문 [재판의지연 위헌확인]

[결정문]

청구인

김 ○ 립

대리인 변호사 조 수 봉 (국선)

피청구인

부산지방법원 제1형사부

【참조 조문】

【참조 판례】

1. 1991. 7. 8. 선고, 89헌마181 결정

1992. 1.28. 선고, 91헌마111 결정

1992. 4.14. 선고, 90헌마82 결정

1993. 7.29. 선고, 89헌마31 결정

1993. 9.27. 선고, 92헌바21 결정

주문

청구인의 심판청구를 각하한다.

이유

1. 가. 청구인 김○립은 1991.1.9. 부산지방법원에 같은 법원 91재노1로서 같은 법원 1988.6.24. 선고, 88노535 판결에 대하여 재심을 청구한바 그 이유는, 위 판결은 청구인이 고소인 진○남 작성의 1988.6.2.자 진술서를 증거로 할 수 있음을 동의한 사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동의한 것으로 기재한 공판조서를 바탕으로 유죄를 인정한 위법이 있다는 것이고, 위 사건은 피청구인인 위 법원 제1형사부에 배당되었다.

청구인은 1992.2.17. 피청구인에게 같은 법원 92초481로서 형사소송법 제56조가 증거의 자유로운 증명을 제한하고 형사피고인의 방어권을 제약하는 내용의 것이므로 헌법에 위반되며, 위 재심재판의 전제가 되는 법률조항이라고 주장하면서 위헌 여부의 심판제청을 신청하였다.

나. 그러나 피청구인은 청구인의 위 신청에 대하여 5개월이 가까이 되도록 그 가부에 대한 재판을 하지 아니하였다.

이에 청구인은 피청구인이 청구인의 위 신청에 대한 가부의 재판을 하지 아니하고 있는 것은 헌법 제27조 제3항에 정한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는 물론 헌법 제111조 제1항

제5호 및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정한 헌법소원심판청구권을 각 침해하는 것이라는 이유를 들어 1992.7.11.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가. 헌법소원심판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말미암아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경우, 그 기본권침해의 원인이 된 공권력의 행사를 취소하거나 그 불행사가 위헌임을 확인함으로써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를 구제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하는 제도이다. 따라서 기본권의 침해를 받은 자가 그 구제를 받기 위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뒤에 기본권침해의 원인이 된 공권력의 행사를 취소하거나 새로운 공권력의 행사 등 사정변경으로 말미암아 기본권 침해행위가 이미 배제되어 청구인이 더 이상 기본권을 침해받고 있지 아니하게 된 때에는, 헌법재판소는 원칙적으로 청구인의 기본권침해를 구제하기 위한 헌법소원심판을 할 필요가 없게 된다고 할 것이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헌법재판소가 다시 기본권 침해의 원인이 된 공권력의 행사를 취소하거나 그 불행사가 위헌임을 확인하는 결정을 한다고 하여 그 결정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구제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특별한 의미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나. 기록에 의하면, 청구인이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뒤 당시 피청구인 법원의 재판장 판사 하양명이 법관직을 사임하여 그 직무를 대리한 재판장 판사 박국홍이 1992.2.17. 직권으로 재심사건의 심리기일을 추후로 하는 변론기일변경명령을 하였고, 그 뒤 새로 구성된 피청구인 법원은 청구인이 신청한 형사소송법 제56조의 위헌 여부가 당해 본안사건 재판의 전제가 되는지를 가려 위헌 제청 여부를 결정하기로 하고 본안인 재심사건의 심리를 재개하여 재심이유를 정리하게 하고 아울러 위헌제청신청사건에 관한 청구인의 의견을 듣기 위하여 청구인을 소환하였으나 청구인에 대한 심문기일소환장이 2회에 걸쳐 송달불능됨으로써 심문연기를 거듭하다가 1992.8.21.자 심문기일소환장이 비로소 송달되었다. 그러나 청구인이 그 심문기일에마저 출석하지 아니하여, 피청구인이 같은 달 28. 위 위헌제청신청을 기각결정한 사실이 인정된다.

그렇다면, 피청구인이 청구인의 위헌제청신청사건에 대한 재판을 특별히 지연시켰다고 볼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청구인이 이 사건 헌법소원을 통하여 구제받고자 하는 기본권침해는 이 사건 헌법소원이 제소된 뒤인 1992.8.28. 피청구인이 청구인의 위헌제청신청을 기각하는 결정을 함으로써 소멸되었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는 그 권리보호의 목적이 이미 이루어졌다 할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리 불분명한 헌법문제의 해명이나 침해반복의 위험 등을 이유로 한 심판의 이익이 있다 할 특별한 사정을 찾아 볼 수도 없다.

다. 따라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는 더 이상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게 되어 부적법하다고 할 것이므로, 이를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재판관 변정수, 재판관 김양균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나머지 재판관 전원의 의견일치에 따른 것이다.

3. 재판관 변정수의 보충의견 및 반대의견

가. 모든 국민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지며 이는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이다(헌법 제27조 제3항). 법원이 정당한 이유 없이 재 판을 지연시키고 있다면 이는 공권력의 불행사로 인하여 재판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 되므로 법원의 재판지연은 헌법소원의 대상이 된다. 다수의견이 이 사건을 헌법소원의 대상이 아니 된다는 이유로 각하하지 아

니하고 다만 헌법소원이 제기된 후 법원이 문제된 재판을 하였으니 기본권 침해상태가 소멸되었고 따라서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다고 하여 각하한 것은 재판지연도 헌법소원의 대상이 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될 수도 있으나 법원이 이유 없이 재판을 지연시키고 있는 사례가 허다한 현실에 비추어 볼 때, 법원의 재판지연이 헌법소원의 대상이 된다는 사실은 법원이나 국민에게 알려야 할 매우 중요한 헌법사항이므로 헌법재판소로서는 이 사건 결정문에서 이 점을 명백히 설시하였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다수의견의 이유설명에서는 그 점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으므로 나는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으로 그점을 명백히 하고자 한다.

나. 다수의견은 재판지연으로 헌법소원이 제기된 당해 사건을 법원이 그 후에 처리함으로써 청구인의 기본권침해는 종료되었고 따라서 청구인의 기본권침해를 구제하기 위한 헌법소원심판은 더 이상 이것을 할 필요성이 없어졌으니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다는 이유로 청구인의 심판청구를 각하하고 있다. 그러나 헌법소원의 본질은 주관적 권리구제뿐만 아니라 객관적인 헌법질서의 보장도 겸하고 있으므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된 침해행위가 이미 종료하여서 이를 취소할 여지가 없기 때문에 헌법소원이 주관적 권리구제에는 별도움이 안되는 경우라도 그러한 침해행위가 앞으로도 반복될 위험이 있거나 당해 분쟁의 해결이 헌법질서의 수호·유지를 위하여 긴요 한 사항이어서 헌법적으로 그 해명이 중대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경우에는 헌법소원의 이익을 인정하여야 한다는 것이 우리 헌법재판소의 판례(1992.1.28. 선고, 91헌마111 결정;1992.4.14. 선고, 90헌마82 결정 등)이고 이 사건도 바로 위 판례에 해당되는 사안이다. 즉 이제까지 법원의 재판지연은 그 사례가 매우 허다하였고 여러 가지 여건상 앞으로도 재판지연 사례가 발생될 소지가 많다는 점에서 그리고 국민의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는 헌법상 매우 중요한 기본권이라는 점에서 정당한 이유 없는 재판지연은 바로 기본권침해로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됨을 선언하는 것은 헌법질서의 유지·수호를 위하여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법원이 헌법소원의 대상인 당해 사건을 이미 처리하였다 하더라도 권리보호의 이익을 인정하여 위헌성 있는 재판지연인지의 여부를 심판하여야 한다.

다수의견처럼 법원이 재판을 지연하더라도 그것에 대하여 당사자가 헌법소원을 제기한 후에 법원이 사건을 처리하였다고 해서 헌법재판소가 기본권 침해종료 운운하면서 헌법소원을 각하해 버린다면 결국 재판지연에 대한 헌법소원이 받아들여 질 사건은 거의 없을 것이며 재판지연에 대한 헌법소원은 별로 효과가 없게 될 것이다. 헌법재판소로서는 법원이 문제된 사건의 재판을 이미 하였더라도 그 때까지 재판이 지연된 사유나 지연의 정도들을 조사하여 위헌 여부를 선언하여야 할 것이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써 나는 이 사건 각하결정에 찬성할 수 없다.

4. 재판관 김양균의 반대의견

다수의견은 피청구인이 청구인의 위헌제청신청사건에 대한 재판 을 특별히 지연시켰다고 볼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청구인이 이 사건 헌법소원을 통하여 구제받고자 하는 기본권침해는 이 사건 헌법소원이 제소된 뒤인 1992.8.28. 피청구인이 청구인의 위헌제청신청을 기각하는 결정을 함으로써 소멸되었다고 설시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다수의견과 견해를 달리한다.

모든 국민은 헌법 제27조 제3항의 규정에 의하여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유하고 있는데 신속한 재판의 기간을 얼마로 봐야 할 것이냐의 문제는 사건의 성질, 심급 등에

따라 구체적, 개별적으로 따져 봐야 할 성질의 것이겠지만, 만일 법원이 정당한 이유없이 재판을 지연시키고 있다면 그것은 바로 공권력의 불행사에 해당되어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헌법소원이 제기된 후에 법원에서 재판을 종료하여 그로 인하여 가사 당사자의 권리보호의 목적이 이미 이루어졌다고 할지라도(이 사건에서 권리보호의 목적이 이루어졌다고 볼 것인지의 여부는 잠시 덮어둔다) 특히 중대한 기본권의 침해와 관련되어 헌법적인 해명이 필요한 사안이거나 문제된 침해행위가 반복될 위험성이 있다고 보여지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심판의 이익 내지 필요성이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인바, 그것은 헌법소원심판제도는 민사소송제도와는 달리 개인의 주관적 권리구제에만 그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고 객관적인 헌법질서의 유지·수호에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논리는 본 재판관이 1991.7.8. 선고, 89헌마181 결정 중 소수의견으로 개진한 바 있지만 그 후 1992.1.28. 선고, 91헌마111 결정 및 1992.4.14. 선고, 90헌마82 결정으로 전원재판부의 확립된 판례가 된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에 있어서 도 재판지연의 문제는 각급 법원에서 언제든지 재발되거나 반복될 수 있어 헌법적인 해명이 필요한 중대한 인권문제라고 할 것이므로 본안심리의 이익 내지 필요성은 있다고 봐야 할 것이고 따라서 실제 재판의 지연이 있다고 할 것인지의 여부는 본안판단을 하게 될 때 신중히 따져 봐야 할 것이지만, 제소요건심사단계에서는 기본권 침해의 개연성 정도로서 족하다고 할 것이며 제소요건 불비로 각하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수의견 중 재판을 특별히 지연시켰다고 볼 수도 없다는 부분은 본안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그 점 재판관 변정수는 보충의견에서 그러한 취지의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한 논지라면 차라리 청구를 기각하는 것이 법리상 옳다고 보며, 제소요건 불비를 이유로 각하하는 것은 헌법소원의 문호를 폐쇄하는 논리로서 헌법소원제도 존재이유에 비추어 합당하지 않다고 사료되어 소수의견을 쓰는 것이다.

1993. 11. 25.

재판관

재판장 재판관 조규광

재판관 변정수

재판관 김진우

재판관 한병채

재판관 이시윤

재판관 최광률

재판관 김양균

재판관 김문희

재판관 황도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