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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_flag_2서울행법 2016. 7. 25. 선고 2016구합58710 판결

[중국전담여행사지정취소처분취소청구] 항소[각공2016하,533]

판시사항

중국 내 여행사가 중국인의 대한민국 단체관광 업무를 전담하도록 하면서 반드시 대한민국 정부가 추천한 여행사들 중에서 협력업체를 선정하여 단체관광객 모집·접대계약을 체결하도록 하는 내용의 중국 관광 관련 부처와의 협상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중국 단체관광객 유치 전담여행사업무 시행지침’을 제정하고 ‘중국 단체관광객 유치 전담여행사’를 지정·관리하였는데, 전담여행사 지정을 받고 여행업을 한 갑 주식회사에 대한 전담여행사 지정 취소 처분을 한 사안에서, 위 지침은 헌법상 법률유보원칙 및 의회유보원칙에 위배되어 효력이 없으므로 이에 근거한 위 처분이 위법하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중국 내 여행사가 중국인의 대한민국 단체관광 업무를 전담하도록 하면서 반드시 대한민국 정부가 추천한 여행사들 중에서 협력업체를 선정하여 단체관광객 모집·접대계약을 체결하도록 하는 내용의 중국 관광 관련 부처와의 협상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중국 단체관광객 유치 전담여행사업무 시행지침’을 제정하고 ‘중국 단체관광객 유치 전담여행사’를 지정·관리하였는데, 전담여행사 지정을 받고 여행업을 한 갑 주식회사에 대한 전담여행사 지정 취소 처분을 한 사안에서, 지침 제정 당시에는 중국인 단체관광객의 수나 전담여행사의 수가 많지 않아 여행업을 경영하거나 경영하고자 하는 국민들의 직업의 자유나 영업의 자유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았으나 현재는 중국 단체관광객을 상대로 한 여행업 시장이 크게 확대되어 전담여행사 제도가 여행업을 경영하거나 경영하려는 국민들의 이해관계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 점, 중국 단체관광객을 상대로 한 여행업 시장은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의 지정에 따라 업체의 진입과 퇴출이 이루어짐으로써 사실상 허가제로 운영되고 그 범위 내에서 여행업을 경영하거나 경영하려는 국민들의 직업의 자유나 영업의 자유가 제한되는 등의 사정을 감안하면 전담여행사 지정제도는 더 이상 행정규칙에 맡겨둘 것이 아니라 국회가 제정한 법률에 근거해 운영되어야 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위 지침은 헌법상 법률유보원칙 및 의회유보원칙에 위배되어 효력이 없으므로 이에 근거한 위 처분이 위법하다고 한 사례.

원고

주식회사 금채여행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강동원)

피고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한별 담당변호사 김원중)

변론종결

2016. 5. 27.

주문

1. 피고가 2016. 3. 28. 원고에게 한 중국 단체관광객 유치 전담여행사 지정 취소 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중화인민공화국(이하 ‘중국’이라 한다)은 자국 외 관광지에서의 자국민 통제 등을 위하여 외국 정부와 협정을 체결하고 그 외국 정부가 지정한 여행사만이 중국인 단체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중국은 1998. 5. ‘중국공민 자비출국관광 국가’로 대한민국을 지정하였고, 중국의 관광 관련 부처와 피고 측은 1998. 6. 및 2000. 6. 27. 중국 단체관광객의 대한민국 관광에 따른 여러 관련 문제들의 실시방안에 관한 협상을 하고 그 협상에 따른 합의가 담긴 비망록에 서명하였다(이하 ‘이 사건 비망록’이라 한다).

나. 이 사건 비망록에 의하면, 중국은 자국 내 여행사로 하여금 중국공민의 대한민국 단체관광 업무를 전담하도록 하면서 이들 여행사가 반드시 대한민국 정부가 추천한 여행사들 중에서 협력업체를 선정하여 단체관광객 모집·접대계약을 체결하도록 하였다. 피고는 이 사건 비망록에서 정한 바에 따라「중국 단체관광객 유치 전담여행사업무 시행지침」(이하 ‘이 사건 지침’이라 한다)을 제정하고 이에 따라 ‘중국 단체관광객 유치 전담여행사’(이하 ‘전담여행사’라 한다)를 지정·관리하였다.

다. 원고는 일반여행업 및 국내외여행업 등을 주된 목적으로 하여 2005. 5. 18. 설립된 회사로서, 2006. 4. 11. 피고로부터 전담여행사 지정을 받고, 2013. 12. 5. 재지정을 받았다.

라. 피고는 2016. 3. 28. 원고에게 ‘전담여행사 갱신을 위한 재심사 결과, 유치실적 대비 유자격 가이드 보유가 적고, 전자관리시스템 실적보고가 0건이며, 행정처분을 받아 10점이 감점되었다’는 이유로 이 사건 지침 제3조의2를 적용하여 전담여행사 지정을 취소하는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호증, 을 제1, 4, 5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이 사건 지침은 피고의 지정을 받은 업체만이 중국인의 국내 관광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여 법령상 근거 없이 헌법상 기본권인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고, 또한 일정한 요건을 갖춰 등록하기만 하면 자유롭게 여행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한 관광진흥법에도 위배되므로, 위헌이고 위법한 행정규칙이다. 따라서 이 사건 지침에 근거한 이 사건 처분도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원고는 피고가 제시한 처분사유에 관해서는 구체적 위법사유를 주장하지 않았다).

나. 관계 법령

별지 관계 법령 기재와 같다.

다. 판단

1) 헌법은 법치주의를 그 기본원리의 하나로 하고 있고, 법치주의는 법률유보원칙, 즉 행정작용에는 국회가 제정한 형식적 법률의 근거가 요청된다는 원칙을 그 핵심적 내용으로 하고 있다. 나아가 오늘날의 법률유보원칙은 단순히 행정작용이 법률에 근거를 두기만 하면 충분한 것이 아니라, 국가공동체와 그 구성원에게 기본적이고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 영역, 특히 국민의 기본권 실현에 관련된 영역에 있어서는 행정에 맡길 것이 아니라 국민의 대표자인 입법자 스스로 그 본질적 사항에 대하여 결정하여야 한다는 요구, 즉 의회유보원칙까지 내포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이때 입법자가 형식적 법률로 스스로 규율하여야 하는 사항이 어떤 것인가는 일률적으로 획정할 수 없으며, 구체적인 사례에서 관련된 이익 내지 가치의 중요성, 규제 내지 침해의 정도와 방법 등을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결정할 수 있을 뿐이나, 적어도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자유나 권리를 제한할 때에는 그 제한의 본질적인 사항에 관한 한 입법자가 법률로써 스스로 규율하여야 한다( 헌법재판소 2014. 4. 24. 선고 2010헌마747 전원재판부 결정 ).

2) 아래와 같은 이 사건 지침 제정 당시와 현재의 상황 변화, 전담여행사 지정제도가 국민의 직업의 자유 및 영업의 자유에 미치는 영향, 피고의 전담여행사 지정 및 지정 취소가 국민의 이해관계에 미치는 영향 등의 여러 사정을 고려하면, 이 사건 지침은 헌법상의 법률유보원칙 및 의회유보원칙에 위배되어 효력이 없다. 따라서 위헌인 이 사건 지침에 근거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원고의 주장은 이유 있다.

① 이 사건 지침이 처음 제정된 1998. 7.경 이전에는 중국 관광객을 상대로 한 여행업 시장이 거의 존재하지 않다시피 한 상황이었으나, 이 사건 지침이 제정된 1999년부터 2010년에 이르기까지 중국인 관광객 수는 약 21만 명에서 약 187만 명으로 크게 증가하였고, 그중 단체관광객 수도 약 4만 6,000명에서 51만 5,000명으로 증가하였으며, 단체관광객을 상대하는 전담여행사 수도 1998년 35개 사에서 2012년 167개 사로 증가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지침 제정 당시에는 중국인 단체관광객의 수나 전담여행사의 수가 많지 않아 여행업을 경영하거나 앞으로 경영하고자 하는 국민들의 직업의 자유 또는 영업의 자유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았다고 볼 수도 있으나, 그로부터 약 18년이 경과한 현재는 중국 단체관광객을 상대로 한 여행업 시장이 크게 확대되어, 전담여행사 제도가 여행업을 경영하거나 경영하려는 국민들의 이해관계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② 국내 여행업자가 3인 이상의 중국 단체관광객을 상대로 영업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피고의 전담여행사 지정을 받아야 하고(비자 발급 업무를 수행하는 중국 주재 한국영사관 등은 전담여행사가 아닌 일반여행사가 유치하는 중국 단체관광객에 대하여는 비자 발급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피고의 지정 없이 중국 단체관광객을 유치할 경우 향후 전담여행사로 지정될 수 없거나, 관광기금 또는 정부사업 지원을 받지 못하는 불이익을 입게 된다(이 사건 지침 제12조). 중국 정부는 피고가 지정한 전담여행사 명단을 받아 그대로 중국 측 송출여행사들에게 보내어 송출여행사와 전담여행사 사이에서만 관광객 송출업무를 처리하게 하는 것으로 보인다(을 제5호증의 11). 그렇다면 중국 단체관광객을 상대로 한 여행업 시장은 피고의 지정에 따라 업체의 진입과 퇴출이 이루어짐으로써 사실상 허가제로 운영되고 있는 셈이고, 그 범위 내에서 여행업을 경영하거나 경영하려는 국민들의 직업의 자유나 영업의 자유는 제한받게 된다. 그에 더하여 앞서와 같이 중국 단체관광객이 국내 여행업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커졌다는 사정을 감안하면, 전담여행사 지정제도는 더 이상 피고의 내부 행정규칙에 맡겨둘 것이 아니라 국회가 제정한 법률에 근거하여 운영되어야 한다.

③ 피고의 전담여행사 지정과 지정 취소가 여행업을 경영하거나 경영하려는 국민들의 이해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할 때, 적어도 피고가 전담여행사를 지정하고 지정된 전담여행사를 취소할 때 고려되어야 할 요소는 대강이라도 법률에 근거가 있어야 하고(국회 입법이 추진되었던 여행업법 제정안에도 이러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갑 제6호증), 그 정도에 이르러야 법률유보원칙 및 의회유보원칙이 준수된 것으로 인정할 수 있고 법치행정의 원리에도 부합한다. 현재로서는 이 사건 지침의 근거 법률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국민들이 이 사건 지침의 내용이 적법한지 위법한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없다.

관광진흥법은 여행업을 경영하기 위해서는 법정 요건을 갖추어 관할관청에 등록하라고만 규정할 뿐이어서 관할관청의 허가나 인가는 필요하지 않다. 그런데 이 사건 지침은 중국 단체관광객에 대한 영업을 관광진흥법상 일반 여행업자들 중 피고가 지정한 일부 여행업자에게만 허용하고 있어 관광진흥법 등 관계 법령이 예정하고 있지 않은 특수한 여행업자의 지위를 창설하고 있다. 이는 피고가 내부 행정규칙을 통하여 헌법, 법률, 대통령령, 부령으로 이어지는 체계를 깨뜨리는 것으로 허용될 수 없다.

⑤ 피고의 전담여행사 지정 취소 처분의 적법성을 인정한 과거 판결례들은 자기구속의 원칙, 평등의 원칙 및 신뢰보호의 원칙을 매개로 하여 이 사건 지침에 따른 지정 취소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 아니라 판단하였을 뿐 이 사건 지침이 헌법상의 법률유보원칙에 위반하였는지 여부에 관해서는 직접적으로 판단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피고는 이 사건 지침이 대외적으로 구속력이 있는 법규명령으로서의 효력이 있다고 오인하는 듯하다(답변서 6쪽 및 참고서면 4쪽 참조). 이 사건 지침 자체가 대외적인 구속력이 없는 행정규칙에 불과하여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3.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하고 소송비용은 패소자인 피고가 부담하도록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 지] 관계 법령: 생략]

판사 호제훈(재판장) 이민구 이정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