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여금][미간행]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강봉훈외 1인)
망 소외 1의 소송수계인 피고 1외 8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한별 담당변호사 변정일외 2인)
2009. 11. 18.
1. 제1심판결 중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부분을 다음과 같이 변경한다.
원고에게, 피고 1은 47,447,368원, 피고 2, 3, 4, 5, 6, 7, 8, 9는 각 31,631,578원 및 위 각 금원에 대하여 1992. 12. 2.부터 2009. 8. 20.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각 지급하라.
2. 소송총비용은 피고들이 부담한다.
3. 제1항 중 금원지급 부분은 가집행할 수 있다.
주문과 같다(당초 피고이던 소외 1이 상고심 계속 중 사망하여 피고들이 소송을 수계하였고, 이에 따라 원고가 환송 후 당심에서 청구취지를 주문과 같이 변경하였다).
1. 이 법원의 심판범위
원고는 제1심에서 소송수계 전 피고 소외 1(이하 ‘ 소외 1’라고만 한다)에 대하여, (1) 준소비대차계약으로 인한 채권 8,000만 원 및 그 지연손해금과, (2)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으로 3억 500만 원 및 그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였다.
제1심은 (1) 청구를 전부 인용하고 (2) 청구는 손해배상채무가 시효로 소멸하였다는 이유로 이를 전부 기각하였는데, 이에 대하여 원고만이 (2) 청구 부분에 대하여 항소하였는바, 환송전 당심은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원고는 이에 불복하여 대법원에 상고하였고, 상고심 계속 중이던 2007. 4. 26. 소외 1이 사망하여 소송수계가 이루어졌으며, 대법원은 위 환송전 당심판결을 파기 환송하였다. 따라서 이 법원의 심판범위는 (2) 청구 부분에 한정된다.
2. 본안전항변에 관한 판단
가. 주장
피고들은, 원고와 소외 1은 이 사건 제1심판결 선고 후인 2005. 4. 18.경 소외 3과 만난 자리에서, 소외 1이 이 사건 제1심판결에 따라 원고에게 지급하여야 할 원금 및 지연손해금을 1억 8,400만 원으로 확정하되, 그 중 1,500만 원은 소외 1이 원고의 부모 및 형의 묘를 소외 1의 가족묘지에 무상으로 설치하여 벌초를 하여 왔던 사정을 고려하여 공제하고, 나머지 1억 6,900만 원 중 1억 5,000만 원은 즉시 지급하고 나머지 1,900만 원은 1년 이내에 지급하기로 하면서 원고와 소외 1 사이에 이 사건 소송을 종결하고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하였는바, 원고의 이 사건 항소는 위 불항소합의에 위반하여 제기되었으므로 부적법하여 각하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 판단
살피건대, 불상소의 합의처럼 그 합의의 존부 판단에 따라 당사자들 사이에 이해관계가 극명하게 갈리게 되는 소송행위에 관한 당사자의 의사해석에 있어서는 표시된 문언의 내용이 불분명하여 당사자의 의사해석에 관한 주장이 대립할 소지가 있고 나아가 당사자의 의사를 참작한 객관적·합리적 의사해석과 외부로 표시된 행위에 의하여 추단되는 당사자의 의사조차도 불분명하다면, 가급적 소극적 입장에서 그러한 합의의 존재를 부정할 수 밖에 없을 것인바( 대법원 2002. 10. 11. 선고 2000다17803 판결 참조), 이 사건에 관하여 살피건대, 을 제6호증 및 환송전 당심 증인 소외 3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와 소외 1은 2005. 4. 18. 이 사건 제1심판결에 기한 원금 및 지연손해금을 1억 8,500만 원으로 확정하고 그 중 1억 5,000만 원을 소외 1이 즉시 원고에게 지급한 사실, 잔금이 1년 이내에 지급되면 원고는 소외 1 소유 부동산에 한 가압류를 풀기로 합의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나, 한편 환송전 당심 증인 소외 3, 5의 각 증언에 의하더라도 당시 항소 제기 여부에 관하여는 아무런 언급이 없었던 사실이 인정되고, 여기에 소외 1로서는 이 사건 제1심판결에 기하여 원금 및 지연손해금 채무를 부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제1심판결에 가집행선고까지 붙어 있어 원고로부터 언제든지 강제집행을 당할 우려가 있으므로 향후 항소를 제기하더라도 우선 이를 임의변제할 경제적 이익이 있는 점과 앞서 본 법리를 종합하여 볼 때, 원고가 소외 1로부터 이 사건 제1심판결의 원금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받았다는 사정만으로 원고와 소외 1이 이 사건 제1심판결에 대하여 항소하지 아니하기로 합의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이에 부합하는 환송전 당심의 피고 본인신문결과는 받아들이기 어려우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들의 본안전 항변은 이유 없다.
3. 기초사실
다음의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 2, 5 내지 9호증(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제1심 증인 소외 3, 4의 각 증언, 제1심 법원의 한국토지공사 제주지사장에 대한 사실조회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인정할 수 있다.
가. 서귀포시 서홍동 (이하 생략) 전 4,744㎡(이하 ‘이 사건 토지’라고 한다)는 원래 소외 6의 소유였는데, 한국토지공사가 이를 매도할 것을 권유하자, 소외 6은 소외 1에게 그 매도를 위임하였다.
나. 소외 6을 대리한 소외 1은 1990. 11. 13. 한국토지공사에게 이 사건 토지를 매매대금 10억 1,800만 원(이하 ‘이 사건 매매대금’이라고 한다)에 매도하고, 한국토지공사로부터, 1990. 11. 13. 위 매매대금 중 1억 100만 원, 같은 달 11. 15. 나머지 9억 1,700만 원을 각 수령하였다.
다. 그 후 소외 6이 1991. 10. 14. 사망하였는데, 사망하기 직전 아들인 원고에게 소외 1에 대한 이 사건 매매대금 반환채권을 증여하고, 그 무렵 소외 1에게 이를 통지하였다.
라. 원고가 1992. 11. 말경 일본에서 귀국하여 소외 1에게 이 사건 매매대금의 반환을 요구하자, 소외 1은 이 사건 토지를 평당 50만 원 합계 7억 1,750만 원(50만 원×1,435평)에 매도하여 양도소득세, 기타 비용 등을 제외하고 남는 대금이 6억 원 가량 되는데, 그 중 5억 원을 반환하여 주면서, 나머지 1억 원은 나중에 반환하겠다고 하였다. 당시 원고는 소외 6의 사망 직전에 매매대금 반환채권을 양도받아 이 사건 토지의 매매에 관하여 잘 알지 못하였고, 일본에서만 거주하여 한국어에 미숙할 뿐 아니라 국내 사정에도 어두웠으며, 소외 1이 이 사건 토지의 매매에 관련된 절차 일체를 위임받아 처리한데다가 친척으로서 아버지의 장례까지 주관한 관계로, 소외 1을 전적으로 신뢰할 수밖에 없었다.
마. 이에 원고는 1992. 12. 1. 소외 1과 사이에 위 1억 원에 대하여 같은 날 소외 1이 이를 원고로부터 차용하는 것으로 하고, 이자는 연 10%, 소외 7은 1993. 12. 1.로 하는 내용의 약정(이하, ‘이 사건 약정’이라 한다)을 하고, 소외 1로부터 위 내용이 기재된 차용금 증서를 교부받았다.
바. 그 후 원고는 1994. 5. 23. 소외 1로부터 위 1억 원 중 2,000만 원을 변제받았다.
사. 소외 1은 2007. 4. 26. 사망하였고, 그 상속인들로 처(처)인 피고 1, 자녀들인 나머지 피고들이 있다.
4.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가.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소외 1은 이 사건 토지를 10억 1,800만 원에 매도하고서도 그 매매대금이 평당 50만 원인 7억 1,750만 원에 불과하다고 원고를 기망하여 실 매매가격과의 차액인 3억 50만 원을 횡령하였다 할 것이므로 원고에게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으로 위 3억 50만 원(이하 ‘이 사건 채권’이라 한다) 및 이에 대하여 이행기(아래에서 따로 살핀다) 다음날인 1992. 12. 2.부터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대법원판결 선고일인 2009. 8. 20.까지는 민법 소정의 연 5%,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소정의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다.
나. 상속관계
소외 1이 2007. 4. 26. 사망하여 그 상속인들로 처(처)인 피고 1, 자녀들인 나머지 피고들이 있는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상속인들이 소외 1의 원고에 대한 위 채무를 상속지분에 따라 상속하면, 원고에게, 피고 1은 47,447,368원(3억 50만 원 × 3/19, 원 미만 버림), 피고 2, 3, 4, 5, 6, 7, 8, 9는 각 31,631,578원(3억 50만 원 × 2/19, 원 미만 버림) 및 위 각 금원에 대하여 1992. 12. 2.부터 2009. 8. 20.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각 지급할 의무가 있다.
5. 피고들의 항변에 관한 판단
가. 소멸시효 주장
(1) 살피건대, 수임인의 채무불이행 내지는 불법행위로 인한 채권은 그 시효가 10년인데, 원고가 구하는 이 사건 채권을 수임인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으로 본다면, 매매대금을 소외 1이 수령한 이후 위 매매대금 반환에 관하여 소외 1과 원고가 이 사건 약정을 체결함으로서 소외 1의 위임사무는 종료되었다 할 것이므로 위임 사무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채권은 이 사건 약정 체결일인 1992. 12. 1.로부터 10년이 경과한 2002. 12. 1. 소멸시효가 완성되었고, 또한, 원고가 구하는 이 사건 채권을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으로 본다면, 이 사건 약정의 체결로서 소외 1은 원고에게 적극적으로 이 사건 매매대금을 속이고 이 사건 채권의 반환거부 의사를 명확히 하였다고 할 것이고 이에 따라 원고도 이 사건 채권 상당의 손해의 발생이 현실화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도 이 사건 약정체결일인 1992. 12. 1.로부터 그 시효가 진행되어 그로부터 10년이 경과한 2002. 12. 1. 역시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할 것이다.
(2) 원고의 시효 중단에 관한 주장
이에 대하여 원고는, 이 사건 약정은 준소비대차계약인바, 준소비대차계약이 체결된 경우 기존채무는 당연히 소멸되는 것은 아니고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존속하므로, 준소비대차계약에 따른 채무가 시효중단이 되면 기존채무도 당연히 시효가 중단된다고 할 것인데, 소외 1이 1994. 5. 23. 일부금을 변제하거나 2002. 11.경 대물변제를 제안하여 그 채무를 승인하였으므로 이 사건 채권도 시효가 중단되었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소멸시효 중단사유로서의 채무의 승인은 시효이익을 받을 당사자인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권리를 상실하게 될 자에 대하여 그 권리가 존재함을 인식하고 있다는 뜻을 표시하면 되는 것이므로, 그 표시가 반드시 명시적이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묵시적으로도 가능한 것이기는 하지만, 그와 같은 묵시적인 승인의 표시는 적어도 채무자가 그 채무의 존재 및 액수를 인식하고 있음을 전제로 하여 그 표시를 대하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채무자가 채무를 인식하고 있음을 표시를 통해 추단하게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대법원 2005. 2. 17. 선고 2004다59959 판결 , 대법원 2007. 11. 29. 선고 2005다64552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채무자가, 실제 채권액을 잘 알지 못하는 채권자와 사이에 채권액 중 일부만을 대상으로 준소비대차 계약을 체결한 후 기존채권 중 준소비대차 계약의 대상으로 하지 않은 나머지 부분이 있음을 알지 못하는 채권자에 대하여 준소비대차 계약에 따라 새로이 발생한 채무에 관하여만 그 중 일부를 변제하거나 변제할 것을 제의한 경우에는, 그 일부 변제 등에 의하여 채무자가 나머지 기존채무를 인식하고 있음을 표시한 것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위와 같은 일부 변제 등으로 인한 채무 승인의 효과는 준소비대차 계약에 의하여 새로이 발생한 채무에만 미칠 뿐 준소비대차 계약의 대상으로 삼지 않은 나머지 기존채무에는 미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사건 약정 이후 소외 1이 1994. 5. 23. 2,000만 원을 변제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나머지 8,000만 원에 대하여 2002. 11.경 소외 1이 원고에게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으로 대신 지급하겠다고 제의하기도 한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으나, 이로 인한 채무 승인의 효과는 이 사건 채권에는 미치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채권의 소멸시효가 그로써 중단되었다고 볼 수 없어,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3) 원고의 소멸시효 기산점에 관한 주장
다시 원고는, 소외 1이 원고를 기망하여 원고가 이 사건 채권의 존재 자체를 알지 못하였으므로, 이 사건 채권의 소멸시효는 원고가 그 존재를 알게 된 때로부터 진행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므로 살피건대, 소멸시효는 객관적으로 권리가 발생하여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진행하고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동안만은 진행하지 않는바,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경우라 함은 그 권리행사에 법률상의 장애사유, 예컨대 기간 미도래 나 조건 불성취 등이 있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고, 사실상 권리의 존재나 권리행사 가능성을 알지 못하였고 알지 못함에 과실이 없다고 하여도 이러한 사유는 법률상 장애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가 위 채권의 존재를 몰랐다는 사정은 사실상의 장애사유에 지나지 아니하고 법률상의 장애사유라고 볼 수는 없으므로 위 주장도 이유 없다.
(4) 원고의 신의칙 위반 주장
마지막으로 원고는, 소외 1이 원고를 기망하여 원고가 이 사건 채권의 존재 자체를 알지 못하였으므로, 피고들이 소멸시효의 항변을 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한 것으로 허용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채무자의 소멸시효에 기한 항변권의 행사도 우리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의 지배를 받으므로,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에 채권자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였거나,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거나, 일단 시효완성 후에 채무자가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채권자로 하여금 그와 같이 신뢰하게 하였거나, 또는 채권자를 보호할 필요성이 크고 같은 조건의 그 채권자들 중 일부가 이미 채무의 변제를 수령하는 등 채무이행의 거절을 인정함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 대법원 1999. 12. 7. 선고 98다42929 판결 , 대법원 2008. 9. 18. 선고 2007두2173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소외 1이 원고의 아버지인 소외 6의 위임에 따라 1990. 11.경 이 사건 토지를 대금 10억 1,800만 원에 매도한 사실, 소외 6은 사망하기 직전 원고에게 위 매매대금 반환채권을 증여하고, 이를 소외 1에게 통지한 사실, 소외 1은 위 매매대금의 반환을 요구하는 원고에게 ‘매매대금 7억여 원에서 양도소득세 등을 제외하면 6억 원 정도가 남는다’고 말하면서 그 중 5억 원을 반환한 후, 1992. 12. 1. 원고와의 사이에 나머지 1억 원에 대하여 준소비대차 계약을 체결하고, 그에 관한 차용금증서를 작성하여 준 사실, 원고는 소외 6의 사망 직전에 매매대금 반환채권을 양도받아 이 사건 토지의 매매에 관하여 잘 알지 못하였고, 일본에서만 거주하여 한국어에 미숙하고 국내 사정에도 어두웠으며, 소외 1이 이 사건 토지의 매매에 관련된 절차 일체를 위임받아 처리한데다가 친척으로서 아버지의 장례까지 주관한 관계로, 소외 1을 전적으로 신뢰할 수밖에 없었던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그 결과 원고는 준소비대차 계약에 따른 채권의 회수에만 매달리면서 준소비대차 계약의 대상으로 삼지 않은 나머지 채권에 관하여는 어떠한 권리행사나 조치를 취하지 못하였고, 이 사건 소 제기 당시에도 소외 1이 원고를 속였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하여 준소비대차 계약으로 인한 채권 중 미지급 금액만을 청구하였다가, 제1심에서 이 사건 토지의 매수인인 한국토지개발공사에 사실조회를 실시하여 비로소 매매대금의 실제 액수를 알게 됨에 따라 그 차액 상당의 이 사건 채권까지 구하는 것으로 청구취지를 확장한 사실은 기록상 명백하다.
이와 같은 사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가 이 사건 채권의 소멸시효기간이 경과하기까지 그에 관한 권리행사나 시효중단 조치를 취하지 못한 것은 이 사건 채권의 존재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였기 때문인데, 이는 원고와 전적인 신뢰관계를 형성하고 있던 소외 1의 위와 같은 기망행위에 따른 것으로서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에 채권자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현저히 곤란하게 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소외 1의 소멸시효 항변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 허용될 수 없다 할 것이다. 따라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있고, 결국 피고들의 소멸시효 항변은 이유 없다.
나. 한정승인 주장
피고들은, 망 소외 1의 재산상속에 관하여 제주지방법원에 한정승인 신고를 하여 그 신고가 수리되었으므로, 피고들의 책임은 망 소외 1로부터 상속받은 재산의 범위 내로 제한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민법 제1019조 제1항 전문은 ‘상속인은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로부터 3월 내에 단순승인이나 한정승인 또는 포기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같은 조 제3항 은 ‘ 제1항 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상속인은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하는 사실을 중대한 과실없이 제1항 의 기간 내에 알지 못하고 단순승인( 제1026조 제1호 및 제2호 의 규정에 의하여 단순승인한 것으로 보는 경우를 포함한다)을 한 경우에는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3월 내에 한정승인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민법 제1026조 제2호 는 ‘상속인이 제1019조 제1항 의 기간 내에 한정승인 또는 포기를 하지 아니한 때에는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상속인이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하는 사실을 중대한 과실 없이 알지 못하였다는 점은 위 법 규정에 따라 한정승인을 할 수 있는 요건이므로 그에 관한 입증책임도 채무자인 피상속인의 상속인에게 있다( 대법원 2003. 9. 26. 선고 2003다30517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의 경우 소외 1이 2007. 4. 26. 사망하였음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피고들은 적어도 그 무렵 상속개시가 있음을 알았다 할 것인데, 을 제11호증의 1, 2, 을 제12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피고 6, 7을 제외한 나머지 피고들은 2009. 11. 9., 피고 6, 7은 2009. 11. 11. 이 사건에서 피고들이 패소할 경우 원고에게 지급하여야 할 금원을 피상속인의 소극재산에 포함시켜 제주지방법원에 각 한정승인신고를 하였고, 위 법원은 피고 6, 7을 제외한 나머지 피고들에 대하여는 2009. 11. 11., 피고 6, 7에 대하여는 2009. 11. 26. 위 각 한정승인신고를 수리하는 내용의 심판을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피고들이 한정승인을 한 시점은 소외 1이 사망한 시점에서 3월 이상이 경과하였음이 역수상 명백하므로, 위 민법 규정에 의하면, 피고들이 소외 1의 상속에 관하여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하는 사실을 중대한 과실 없이 위 한정승인신고일로부터 역산하여 3월 이전인 2009. 8. 9.( 피고 6, 7을 제외한 나머지 피고들) 또는 같은 달 11.( 피고 6, 7) 이전에 알지 못한 경우에 한하여 피고들의 한정승인은 그 효력이 있다 할 것이므로, 피고들로서는 소외 1의 사망일인 2007. 4. 26.부터 위 2009. 8. 9. 또는 같은 달 11.까지 상속채무 초과 사실을 중대한 과실 없이 알지 못하였음을 입증하여야 할 것이나, 원고가 소외 1을 상대로 한 이 사건 환송전 당심에서 패소하였고 대법원에서 2009. 8. 20.에 이르러서야 위 환송전 당심판결을 파기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피고들이 위 기간 동안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하는 사실을 중대한 과실 없이 알지 못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들의 한정승인 주장은 이유 없다(오히려 원고가 이 사건이 대법원에 계속 중이던 2007. 5. 31. 피고 9를 제외한 나머지 피고들에 대하여 소송수계신청을 하여 그 신청서가 2007. 6. 18. 및 같은 달 19. 위 피고들에게 송달된 사실, 이후 피고 9가 2007. 7. 26. 소송수계추가신청을 한 사실은 기록상 명백하므로, 피고들은 적어도 위 시점에는 소외 1의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채무의 존재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6.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모두 인용할 것인바, 제1심판결 중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부분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이를 위와 같이 변경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