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a
헌재 2016. 6. 30. 선고 2014헌바456 2014헌바457 공보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247조 제4항 등 위헌소원]

[공보(제237호)]

판시사항

가.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규칙’(2006. 3. 23. 대법원규칙 제2002호로 제정된 것) 제71조 제6항 중 제1항 내지 제4항에 관한 부분(이하 ‘이 사건 규칙조항’이라 한다)에 대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헌법소원심판청구의 적법 여부(소극)

나. 위임입법이 대법원규칙인 경우에도 수권법률에서 포괄위임금지원칙을 준수하여야 하는지 여부(적극)

다. 회생계획 불인가결정에 대한 재항고시 공탁하여야 할 금전이나 유가증권의 범위 등에 관하여 대법원규칙에 위임하고 있는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2005. 3. 31. 법률 제7428호로 제정된 것) 제247조 제7항 후문 중 제4항 및 제5항에 관한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이 포괄위임금지원칙을 위반하는지 여부(소극)

라. 회생계획 불인가결정에 대한 재항고시 보증으로 금전 등을 공탁하게 하고, 보증을 제공하지 아니한 때에는 각하하도록 한 이 사건 법률조항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는지 여부(소극)

마. 회생계획 인가결정에 대한 재항고의 경우와 달리 회생계획 불인가결정에 대한 재항고의 경우에만 항고보증금 공탁제도를 규정한 이 사건 법률조항이 평등원칙에 반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는 것은 재판의 전제가 되는 법률이지 대통령령이나 대법원규칙 등은 그 대상이 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규칙조항에 대한 심판청구는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심판청구의 대상이 될 수 없는 대법원규칙을 대상으로 한 것이므로 부적법하다.

나. 대법원 역시 입법권의 위임을 받아 규칙을

제정할 수 있다 할 것이고, 헌법 제75조에 근거한 포괄위임금지원칙은 법률에 이미 하위법규에 규정될 내용 및 범위의 기본사항이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어서 누구라도 당해 법률로부터 하위법규에 규정될 내용의 대강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하므로, 위임입법이 대법원규칙인 경우에도 수권법률에서 이 원칙을 준수하여야 함은 마찬가지이다.

다. 회생계획 불인가결정에 대한 재항고권이 남용되는 경우 이해관계인들의 손해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항고보증금을 공탁하게 할 필요성이 인정되는데, 항고보증금의 액수와 산정기준은 사회경제적 상황의 변화에 따라 이해관계인의 손해 등 제반여건을 고려하여 탄력적으로 정할 수 있어야 하고, 이는 회생절차 전반을 주도적으로 관장하는 법원에서 가장 잘 판단할 수 있으므로, 항고보증금에 관하여는 대법원규칙에 위임할 필요성이 인정된다. 또한, 항고보증금 공탁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절차지연을 방지할 수 있는 실효적인 액수는 이해관계인의 의결권을 기초로 산정하는 것이 합리적인 방법일 것이어서, 항고보증금은 회생채권자와 회생담보권자의 의결권액을 기준으로 산정되리라는 점을 예측할 수 있고, 재항고권의 행사와의 합리적인 조정을 위해 채무자의 자산이나 부채의 규모, 소송경과 등 제반사정을 고려하여 정하도록 할 필요도 인정되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대법원규칙에 위임하고 있는 내용에 대하여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할 때, 이 사건 법률조항은 포괄위임금지원칙을 위반하지 아니한다.

라. 회생계획 불인가결정에 대하여 재항고를 하는 경우 회생절차가 종료되지 아니하여, 이해관계인들의 손해가 발생할 수 있는바, 이 사건 법률조항은 회생계획 불인가결정에 대하여 불복할 수 있는 길은 열어주되, 회생절차의 종료 지연에 따른 위와 같은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정당성이 인정된다. 또한, 재항고장 제출시 항고이유서 제출기간을 단기로 하는 방법이나, 회생절차 종료 지연의 목적이 명백한 경우 바로 각하하거나 이 경우에만 보증금을 제공하도록 하는 방법 역시 효과적인 대체수단이라고 보기 어렵다. 한편, 이 사건 법률조항은 항고보증금 공탁명령을 항고법원의 재량사항으로 규정한 것이므로, 전문성을 갖춘 법원이 제반사정을 고려하여 항고보증금 공탁명령 여부 및 보증금 액수 등을 결정할 수 있고, 항고보증금을 공탁하더라도 일정한 경우 공탁물회수청구가 가능하며, 항고보증금 공탁명령 불이행으로 재항고장이 각하되는 경우 특별항고로 다툴 수 있다. 이와 같은 점을 종합할 때, 이 사건 법률조항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한다고 볼 수 없다.

마. 회생계획 인가결정에 대한 재항고는 회생계획 불인가결정에 대한 재항고와 달리 회생계획의 수행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회생계획 불인가결정에 대한 재항고의 경우에 한정하여 항고보증금 공탁제도를 규정한 것은 합리적 이유가 있어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

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이진성, 재판관 강일원의 별개의견

헌법 제75조와 달리 헌법 제108조는 법률의 위임을 요구하지 않고 ‘법률에 저촉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소송절차 등에 관하여 대법원규칙을 제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므로, 대법원규칙에는 법률에 저촉되지 않는 한 법률에 명시적인 위임규정이 없더라도 소송절차에 관한 행위나 권리를 제한하는 규정을 둘 수 있다. 헌법 제108조가 대법원의 규칙제정권을 인정하면서 법률의 위임을 요구하지 않는 것은 권력분립의 정신에 비추어 사법의 자주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고, 소송절차 등에 관한 사항에 관하여 재판실무에 정통한 사법부에서 직접 정하는 것이 전문성과 효율성을 더 살릴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이러한 헌법 제108조의 규정상 국회가 소송절차 등에 관한 사항을 법률로 규정하면서 구체적 내용은 대법원규칙으로 정하도록 위임한다면, 이는 헌법이 인정하는 대법원의 규칙제정권을 확인하는 것에 불과하므로, 수권법률에 대해서는 포괄위임금지원칙 위반 여부를 심사할 필요가 없다.

제246조, 제247조 제1항 내지 제6항

참조판례

가. 헌재 2001. 2. 22. 99헌바87 등, 공보 54, 196, 197헌재 2003. 6. 26. 2001헌바54 , 판례집 15-1, 703, 708-709헌재 2004. 2. 26. 2003헌바31 , 판례집 16-1, 303, 310

나. 헌재 2004. 10. 28. 99헌바91 , 판례집 16-2하, 104, 119헌재 2014. 10. 30. 2013헌바368 , 공보 217, 1720, 1723

마. 헌재 2001. 6. 28. 99헌마516 , 판례집 13-1, 1393, 1406

당사자

청 구 인1. 주식회사 ○○개발대표자 청산인 홍○희 외 5인(2014헌바456)

2.이○근 외 4인( 2014헌바457 )청구인들 대리인 법무법인(유한) 강남담당변호사 오성록

당해사건1.서울고등법원 2012라16 회생(2014헌바456)

2.서울고등법원 2012라17 회생( 2014헌바457 )

주문

1.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규칙(2006. 3. 23. 대법원규칙 제2002호로 제정된 것) 제71조 제6항 중 제1항 내지 제4항에 관한 부분에 대한 심판청구를 각하한다.

2.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2005. 3. 31. 법률 제7428호로 제정된 것) 제247조 제7항 후문 중 제4항 및 제5항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유

1. 사건개요

가.주식회사 ○○시티 및 주식회사 ○○랜드(이하 ‘이 사건 채무자들’이라 한다)는 법원에 각각 회생절차개시의 신청을 하여, 2011. 1. 18. 회생절차개시결정을 받고, 2011. 12. 2. 이 사건 채무자들의 각 관리인이 제출한 회생계획에 대하여 인가결정을 받았으나(서울중앙지방법원 2010회합113 및 2010회합114), 이 사건 채무자들의 주주 또는 회생채권자들이 각각 즉시항고를 하여 2014. 9. 15. 위 결정을 취소하고, 위회생계획을 인가하지 아니한다는 결정을 받았다(서울고등법원 2012라16 및 2012라17).

나. 청구인들이 2014. 9. 22. 위 회생계획 불인가결정에 대하여 재항고하였고, 원심법원인 서울고등법원은 2014. 9. 26.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247조 제4항, 제7항,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규칙’ 제71조에 따라 보증으로 70억 원을 공탁할 것을 각 결정하였다.

다. 이에 청구인들은 위 조항들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며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하였으나(서울고등법원 2014카기626 및 2014카기627), 2014. 10. 16. 위 규칙조항에 대한 부분은 모두 각하되고, 나머지 부분은 모두 기각되자, 2014. 11. 20.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각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청구인들은‘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247조 제4항, 제7항 및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규칙’ 제71조 전체의 위헌확인을 구하고 있으나, 청구인들의 주장은 회생계획 불인가결정에 대한 재항고시 보증으로 금전 등을 공탁하게 하고, 보증을 제공하지 아니한 때에는 재항고장을 각하하도록 한 것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취지이므로, 심판대상은 청구인들의 주장과 관련된 부분으로 한정한다.

그러므로 이 사건 심판대상은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2005. 3. 31. 법률 제7428호로 제정된 것, 이하 ‘채무자회생법’이라 한다) 247조 제7항 후문 중 제4항 및 제5항에 관한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 및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규칙’(2006. 3. 23. 대법원규칙 제2002호로 제정된 것, 이하 ‘채무자회생규칙’이라 한다) 제71조 제6항 중 제1항 내지 제4항에 관한 부분(이하 ‘이 사건 규칙조항’이라 한다)의 위헌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 및 주요 관련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고, 나머지 관련조항은 [별지]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제247조(항고) ⑦ 제1항의 즉시항고에 관한 재판의 불복은「민사소송법」제442조(재항고)의 규정에 의한다. 이 경우 제1항 내지 제6항의 규정은 이에 준용한다.

제71조(항고와 보증으로 공탁하게 할 금액) ⑥ 제1항 내지 제5항의 규정은 제1항의 항고에 관한 재판의 불복에 관하여 준용한다.

[관련조항]

제247조(항고) ④ 회생계획불인가의 결정에 대한 항고가 있는 때에는 회생법원은 기간을 정하여 항고인에게 보증으로 대법원규칙이 정하는 범위 안에서 금전 또는 법원이 인정하는 유가증권을 공탁하게 할 수 있다.

⑤ 제4항의 경우 항고인이 법원이 정하는 기간 안에 보증을 제공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법원은 결정으로 항고를 각하하여야 한다.

제71조(항고와 보증으로 공탁하게 할 금액) ① 회생계획불인가 또는 회생절차폐지의 결정에 대하여 항고장이 제출된 경우 원심법원은 1주일 이내에 항고인에게 보증으로 공탁하게 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

② 제1항의 경우 항고인에게 보증으로 공탁하게 할 금액은 회생채권자와 회생담보권자의 확정된 의결권액(그 액이 확정되지 않은 경우에는 목록에 기재되거나 신고된 의결권액)의 총액의 20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 범위 내에서 정한다.

③ 제2항의 금액을 정함에 있어 다음 각 호의 사항을 고려하여야 한다.

1. 채무자의 자산·부채의 규모 및 재산상태

2. 항고인의 지위 및 항고에 이르게 된 경위

3. 향후 사정변경의 가능성

4.그 동안의 절차 진행경과 및 그 밖의 여러 사정

④ 원심법원이 기간을 정하여 항고인에게 보증으로 공탁할 것을 명한 경우에 항고인이 정해진 기간 내에 보증을 제공하지 아니한 때에는 원심법원은 결정으로 항고장을 각하하여야 한다.

3. 청구인들의 주장 요지

가. 이 사건 법률조항은 회생계획 불인가결정에 대한 재항고가 있는 때에는 보증금을 공탁하도록 규정하면서도 그 구체적인 금액의 범위에 관하여는 법률로 규정하지 아니한 채 막연히 대법원규칙에 포괄적으로 위임하고 있어서, 헌법 제75조의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반된다.

나. 이 사건 법률조항 및 이 사건 규칙조항에 의한 항고보증금 공탁제도는 과도한 보증금 부과를 통해 재항고인으로 하여금 재판에 반드시 승소한다는 가능성이 없으면 아예 재항고를 할 수 없게 하므로,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헌법 제27조 제1항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

다.회생계획 인가결정에 대한 재항고의 경우에는 항고보증금을 공탁하게 하지 아니함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법률조항은 회생계획 불인가결정에 대한 재항고의 경우 항고보증금을 공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회생계획의 인가 또는 불인가결정으로 이익을 받는 자들의 절차 지연에 대한 불이익이 서로 다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달리 취급하는 것으로서 평등원칙에 위반된다.

4. 이 사건 규칙조항에 관한 판단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는 것은 재판의 전제가 되는 법률이고, 대통령령이나 대법원규칙 등은 그 대상이 될 수 없다(헌재 2001. 2. 22. 99헌바87 등; 헌재 2003. 6. 26. 2001헌바54 ; 헌재 2004. 2. 26. 2003헌바31 등 참조). 따라서 이 사건 규칙조항에 대한 심판청구는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심판청구의 대상이 될 수 없는 대법원규칙을 대상으로 한 것이므로 부적법하다.

5. 이 사건 법률조항에 관한 판단

가. 회생계획의 인부결정에 대한 불복과 그 효과

(1) 회생계획 인부결정에 대한 불복

회생계획 인부결정은 회생절차의 핵심인 회생계획을 수행할 것인지 아니면 회생절차를 종료시킬 것인지를 결정함으로써 채무자 및 그 이해관계인에게 매우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재판이다. 따라서 채무자회생법은 회생계획 인부결정에 대하여는 즉시항고의 방법으로 불복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제247조 제1항), 위 즉시항고에 관한 불복은 민사소송법 제442조의 재항고에 의하여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제247조 제7항).

회생계획 인부결정에 대하여 즉시항고를 할 수 있는 자는 그 재판에 대하여 법률상의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자라야 한다(제13조 제1항). 즉 회생채권자·회생담보권자, 주주·지분권자, 채무자 등 회생계획의 효력을 받는 지위에 있는 자로서 회생계획의 효력발생 여부에 따라 자기의 이익이 침해되는 자이다.

(2) 회생계획 인가결정에 대한 즉시항고의 효력

채무자회생법에 따른 즉시항고에 원칙적으로 집행정지의 효력이 있으나(제13조 제3항 본문), 법에 특별한 정함이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그런데 채무자회생법 제247조 제3항 본문은 회생계획 인가결정

에 대한 즉시항고는 회생계획의 수행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고 명시하여 집행정지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인가결정의 확정을 기다리지 않고 바로 회생계획의 효력이 발생하도록 한 채무자회생법 제246조의 실효성을 담보하고 있다.

(3) 회생계획 불인가결정에 대한 즉시항고와 보증금 공탁명령

구 회사정리법은 1999. 12. 31. 법률 제6085호로 개정시 정리계획이 불인가된 경우 항고권 남용으로 인하여 파산절차로의 이행이 지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제237조 제4항 내지 제6항에 항고보증금공탁제도를 신설하였고, 회사정리법·화의법파산법을 하나의 법률로 통합하여 마련된 채무자회생법은 그 제도를 이어받아 제247조 제4항 내지 제6항에서 회생계획 불인가결정에 대한 항고시 항고보증금공탁제도를 규정하고 있다. 다만, 구 회사정리법 하에서는 재항고는 불가능하고 특별항고만 가능하였으나(제237조 제7항), 채무자회생법 제247조 제7항은 재항고할 수 있도록 하면서, 이 경우 즉시항고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도록 하였다.

나. 포괄위임금지원칙 위반 여부

(1) 대법원규칙에 대한 입법위임과 포괄위임금지원칙

(가) 입법권은 원칙적으로 입법자에게 속하나, 입법자가 사회변화에 따라 급속도로 증가하는 법규사항의 수요를 모두 충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이므로 헌법제75조, 제95조를 통해 입법권을 부분적으로 위임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위임의 필요성은 소송절차 등 법원의 사무에 관한 사항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소송절차 등 법원의 사무에 관한 사항은 지극히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분야로서 입법자가 이에 관한 모든 사항을 직접 규율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고 또한 부적절한 측면이 있다. 이러한 사항들은 사법실무에 정통한 대법원에서 정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며, 이는 상황의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도 불가피하다. 따라서 헌법이 위임입법의 형태로 제75조와 제95조에서 대통령령, 총리령 또는 부령의 행정입법만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더라도, 헌법이 인정하고 있는 위와 같은 위임입법의 형식은 예시적인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므로(헌재 2004. 10. 28. 99헌바91 참조), 대법원 역시 입법권의 위임을 받아 규칙을 제정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나) 헌법 제75조는 “대통령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인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과 법률을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위임입법의 근거와 아울러 그 범위와 한계를 제시하고 있다. 헌법 제75조에 근거한 포괄위임금지원칙은 법률에 이미 대통령령 등 하위법규에 규정될 내용 및 범위의 기본사항이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어서 누구라도 당해 법률로부터 하위법규에 규정될 내용의 대강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하므로, 위임입법이 대법원규칙인 경우에도 수권법률에서 이 원칙을 준수하여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헌재 2014. 10. 30. 2013헌바368 참조).

다만, 대법원규칙으로 규율될 내용들은 소송에 관한 절차와 같이 법원의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사무에 관한 것이 대부분일 것이므로, 법원의 축적된 지식과 실제적 경험의 활용, 규칙의 현실적 적응성과 적시성의 확보라는 측면에서 수권법률에서의 위임의 구체성·명확성의 정도는 다른 규율 영역에 비해 완화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위임의 구체성·명확성 내지 예측가능성의 유무는 당해 특정조항 하나만을 가지고 판단할 것이 아니라 관련법조항 전체를 유기적·체계적으로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하고, 위임된 사항의 성질에 따라 구체적·개별적으로 검토하여야 할 것이다(헌재 2002. 3. 28. 2001헌바24 등 참조).

(2) 판단

(가) 위임의 필요성

회생계획 불인가결정에 대한 재항고권이 남용되는 경우 회생절차의 종료 및 파산절차로의 이행이 지연됨에 따라 이해관계인들의 손해가 야기될 수 있으므로, 재항고권 행사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하여 항고보증금을 공탁하게 할 필요성이 인정된다. 그런데 회생계획 불인가결정에 대한 재항고시 공탁하게 할 항고보증금이 재항고권의 남용에 대한 억지력을 갖기 위해서는 사회·경제적 상황에 따라 적절한 범위의 금액이 책정되어야 한다. 항고보증금이 당시의 경제현실이나 개별 대상사건의 구체적 사정 등에 비추어 지나치게 높으면 재항고권이 침해될 수 있고, 반대로 지나치게 낮으면 무익한 재항고의 남용을 방지하는 데 실효성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즉 항고보증금의 액수는 사회경제적 상황의 변화, 회생계획 불인가결정의 확정 및 파산절차로의 이행이 지연됨에 따라 발생하는 이해관계인의 손해 등 제반여건을 고려하여 탄력적으로 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은 회생절차 전반을 주도적으로 관장하고,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회생계획 인가여부를 결정하는 법원에서 가장 잘 판단할 수 있으므

로, 항고보증금에 관하여는 이를 법원에서 관여할 수 있도록 대법원규칙에 위임할 필요성이 있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항고인에게 보증으로 대법원규칙이 정하는 범위 안에서’ 공탁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그 보증금액의 산정기준에 대하여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고 있지만, 항고보증금의 산정기준 역시 재항고권의 남용으로 인하여 파산절차로의 이행이 지체됨으로써 발생하는 이해관계인의 손해 등의 현황에 대한 분석과 관련 정책의 변화, 경제현실의 변동 등에 관한 전문적인 판단이 필요하다는 특수성이 있다. 그러므로 항고보증금의 산정기준도 경제상황의 변동에 따라 시의적절하게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대법원규칙에 위임할 필요성이 인정된다.

(나) 예측가능성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항고보증금 공탁제도를 마련하고 있는 이유는 회생절차의 종료 및 파산절차로의 이행이 지연됨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많은 이해관계인들의 손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재항고의 남용을 합리적으로 제한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절차지연을 방지할 수 있는 실효적인 액수는 이해관계인의 의결권을 기초로 산정하는 것이 합리적인 방법일 것이다. 즉 회생절차가 개시되면 회생채권자와 회생담보권자는 회생절차 중에 개별적인 권리행사를 할 수 없고, 확정된 회생채권 또는 회생담보권을 가진 회생채권자와 회생담보권자는 그 확정된 액 또는 수에 따라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을 뿐이며, 의결권액은 재항고 당시에는 이미 확정되어 있으므로 별도의 조사 없이도 기준이 될 수 있는 금액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항고보증금은 회생채권자와 회생담보권자의 의결권액을 기준으로 산정되리라는 점을 대강 예측할 수 있다.

또한, 항고보증금을 정함에 있어 경우에 따라서는 항고보증금이 과다하게 설정될 경우 재항고권의 행사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이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기 위하여 다른 구체적 사정들도 고려할 수 있어야 할 것인데, 법원으로 하여금 채무자의 자산이나 부채의 규모, 소송경과 등 제반의 사정을 고려하여 정하도록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실제 대법원규칙에서는 항고보증금과 관련하여 의결권액을 기준으로 그 총액의 20분의1에 해당하는 금액 범위 내에서 채무자의 자산·부채의 규모 및 재산상태, 재항고인의 지위 및 재항고에 이르게 된 경위, 향후 사정변경의 가능성, 그 동안의 절차 진행경과 및 그 밖의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법원이 항고보증금을 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대법원규칙에 위임하고 있는 내용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나아가 이 사건 법률조항의 수범자는 불특정 다수의 국민이 아니라 회생계획에 대하여 법률상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자로서 대체적인 회생절차의 진행경과와 이해관계인의 의결권 행사기준 등을 잘 알고 있을 것이므로, 위와 같은 항고보증금의 기능에 비추어 그 상한 내지 산정기준을 대략적으로 예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 소결

이러한 점들을 종합할 때,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항고보증금에 대하여 대법원규칙에 위임할 필요성은 인정되고, 항고보증금 제도의 입법목적과 채무자회생법의 관련조항들을 유기적·체계적으로 해석할 경우 대법원규칙에 위임될 대강의 내용도 예측 이 가능하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다. 과잉금지원칙 위반 여부

(1) 헌법 제27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과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법률에 의한’ 재판청구권을 보장하기 위하여는 입법자에 의한 재판청구권의 구체적 형성은 불가피하나, 이러한 입법활동의 한계로서 입법자는 헌법 제37조 제2항의 과잉금지원칙을 준수하여야 할 것이므로, 과연 이 사건 법률조항이 과잉금지원칙을 준수하였는지를 살펴본다.

(2) 회생계획 불인가결정에 대하여 즉시항고를 한 경우에는 회생절차가 종료되지 아니하고, 확정에 따른 효력이 발생하지 아니한다. 그 결과 관리인은 파탄상태에 있는 채무자의 업무 및 재산관리에 관한 현상유지에 필요한 행위만을 할 수밖에 없고, 회생채권자 및 회생담보권자의 권리회복이 늦어진 채 책임재산의 감소가 초래될 가능성이 높아 이해관계인들이 손해를 입을 우려가 있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회생계획 불인가결정에 대하여 불복할 수 있는 길은 열어주되, 회생절차의 종료 지연에 따른 위와 같은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하여 항고보증금을 공탁하도록 한 것으로서 그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고,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이다.

(3) 이 사건 법률조항에 따라 항고보증금을 공탁하도록 하면 재항고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재항고로 인하여 회생절차의 종료 및 파산절차로의 이

행이 지연됨으로써 발생하는 이해관계인들의 손해를 보전할 수 있으므로, 항고보증금을 공탁하도록 하는 것은 위와 같은 입법목적 달성을 위해 부득이하다.

물론 재항고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방법 중에서 재항고장 제출시 항고이유서 제출기간을 단기로 하는 방법이 제시될 수도 있으나, 이것이 재항고 남용을 방지할 수 있는 효과적인 대체수단이라고 보기 어렵다. 또한 회생절차 종료 지연의 목적이 명백한 경우 바로 각하하거나 이 경우에만 보증금을 제공하도록 하는 방법 역시 그 입증문제로 인하여 또 다른 절차지연이 발생할 여지가 있는 등 항고보증금 공탁명령보다 재항고인의 재판청구권을 덜 제한하는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한편, 이 사건 법률조항은 회생계획 불인가결정에 대한 재항고시 항고보증금 공탁명령을 재항고의 필수요건으로 규정한 것이 아니라 항고법원의 재량사항으로 규정함으로써, 전문성을 갖춘 항고법원이 재항고의 남용가능성 및 기타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항고보증금 공탁명령 여부와 보증금의 액수 등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재항고가 인용되는 경우 또는 재항고가 기각되더라도 채무자에 대하여 파산선고가 없거나 파산절차가 속행되지 않는 경우에는 공탁물회수청구를 할 수 있다. 나아가 항고보증금 공탁명령을 이행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재항고장이 각하되는 경우라도 당사자는 특별항고를 통하여 이를 다시 다투어 볼 수 있다(대법원 2011. 2. 21. 선고 2010마1689 결정 참조).

(4) 이러한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회생계획 불인가결정에 대한 재항고가 있는 때에는 보증금 공탁을 명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라. 평등원칙 위반 여부

(1)일반적으로 평등원칙은 본질적으로 같은 것은 같게, 본질적으로 다른 것은 다르게 취급할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서 일체의 차별적 대우를 부정하는 절대적 평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입법과 법의 적용에 있어서 합리적인 근거가 없는 차별을 배제하는 상대적 평등을 뜻한다 할 것이므로, 합리적 근거가 있는 차별은 평등원칙에 반하는 것이 아니다(헌재 2001. 6. 28. 99헌마516 참조).

(2)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항고보증금 공탁제도는 회생절차 종료 및 파산절차로의 이행이 지연됨으로써 이해관계인의 손해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마련된 제도인데, 회생계획 인가결정에 대한 재항고는 회생계획 불인가결정에 대한 재항고와 달리 회생계획의 수행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제247조 제7항, 제3항 본문).

한편, 회생계획 인가결정에 대한 재항고의 경우에도 재항고가 이유 있다고 인정되고 회생계획의 수행으로 생길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긴급한 필요가 있음을 소명한 때에는 신청에 의하여 회생계획의 전부나 일부의 수행을 정지하거나 그 밖에 필요한 처분을 할 수 있는데, 이 경우 법원은 담보를 제공하게 할 수 있다(제247조 제7항, 제3항 단서). 담보를 제공하게 한 경우 그 담보는 회생계획의 수행을 정지함으로써 생긴 손해를 담보하는 것이므로, 채무자회생법은 회생계획 불인가결정과 마찬가지로 회생계획 인가결정의 경우에도 회생계획의 수행이 정지되는 경우를 대비한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3) 결국 회생계획 인가결정에 대한 재항고와 달리 불인가결정에 대한 재항고의 경우 항고보증금을 공탁하도록 하는 것은 회생계획 불인가결정에 대한 재항고시 불인가결정에 대하여 집행정지효가 부여된다는 점에 기인한 것이므로, 이러한 차별에는 합리적 이유가 있어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

6. 결 론

이 사건 규칙조항에 대한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므로 각하하고,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아래 7. 과 같은 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이진성, 재판관 강일원의 별개의견이 있는 외에는 나머지 관여 재판관들의 일치된 의견에 따른 것이다.

7. 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이진성, 재판관 강일원의 별개의견

이 사건 법률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점은 다수의견과 견해가 같다. 다만, 이 사건 법률조항이 포괄위임금지원칙을 위반하였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 부분에서 다음과 같이 다수의견과 견해를 달리한다.

가. 헌법 제75조는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과 법률을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 대통령령을 제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반면, 제108조는 법률의 위임을 요구하지 않고 ‘법률에 저촉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소송에 관한 절차 및 법원의 내부 규율과 사무처리에 관하여 대법원규칙을 제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대법원규칙에는 법률에 저촉되지 않는 한 법률에 명시적 위임규정이 없더라도 소송절차에 관한 행위나 권리를 제한하는 규정을 둘 수 있다(헌재 1995. 12. 28. 91헌마114 참조).

나. 헌법 제108조가 대법원의 규칙제정권을 인정하

면서 법률의 위임을 요구하지 않고 있는 것은 권력분립의 정신에 비추어 입법권에 의한 사법권에의 간섭을 최소화하여 사법의 자주성과 독립성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소송절차 등에 관한 사항은 입법부에서 상세히 법률로 규정하는 것보다 재판실무에 정통한 사법부에서 직접 정하는 것이 전문성과 효율성을 더 살릴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된 것이다. 대법원의 규칙제정권은 법률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에서만 인정되므로 입법부는 언제든지 법률을 제정하여 대법원의 규칙제정권을 제한하고 견제할 수 있다.

미국은 연방헌법에서 사법부의 규칙제정권에 관하여 특별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지만, 삼권분립의 원칙상 소송절차에 관한 규칙제정권은 사법부의 고유권한으로 인정되고 있다. 연방의회는 소송절차에 관하여 가장 기본적 사항만 법률로 규정하고 있고, 연방대법원이 제정한 소송규칙을 통하여 우리나라의 경우 민사소송법이나 형사소송법 등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각종 절차에 관한 사항을 모두 규율하고 있다. 미국의 영향 아래 제정된 일본 헌법도 “최고재판소는 소송에 관한 절차, 변호사, 재판소의 내부규율 및 사법사무처리에 관한 사항에 관하여 규칙을 정할 권한을 갖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일본 헌법은 ‘법률에 저촉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라는 제한조차 두지 않고 있다. 우리 헌법 제108조도 그 뿌리는 미국과 같이 삼권분립의 원칙에서 찾을 수 있다.

다.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헌법 제37조 제2항에 근거한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 하지만 국민의 기본권은 국회가 제정한 형식적 법률에 의해서만 제한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헌법이 법률과 같은 효력을 인정하는 규범에 의해서도 제한될 수 있다. 예컨대, 국가긴급권 또는 조약 등 국제법에 따라 국민의 권리가 제한될 수 있다. 마찬가지로 헌법 제108조에 따라 제정된 대법원규칙에 의해 소송절차 등에 관한 국민의 권리가 제한될 수 있는 것이다.

라. 대법원규칙이 법률의 위임 없이 ‘소송절차, 법원의 내부규율과 사무처리에 관한 사항’을 정할 수 있음은 헌법 제108조의 규정상 명백하다. 국회가 소송절차 등에 관하여 법률을 제정하면 대법원은 여기에 저촉되는 규칙을 제정할 수 없다. 그러나 국회가 소송절차 등에 관한 사항을 법률로 규정하면서 구체적 내용은 대법원규칙으로 정하도록 위임한다면, 이는 헌법이 인정하고 있는 대법원의 규칙제정권을 확인하는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대법원규칙에 입법권한을 위임한 법률조항에 대해서는 포괄위임금지원칙 위반 여부를 심사할 필요가 없다. 헌법 제75조는 입법권을 행정부에 위임하는 경우에 한정하여 위임의 명확성을 요청하고 있으므로, 헌법 제75조의 포괄위임금지원칙은 대법원규칙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다수의견과 같이 소송절차 등에 관한 사항이라 할지라도 법률에서 위임 규정을 둔 이상 포괄위임금지원칙이 적용된다고 볼 경우 법률이 포괄위임금지원칙을 위반하면 위헌 선언을 하여야 한다. 그런데 소송절차에 관한 사항을 규정한 법률의 규정이 포괄위임금지원칙 위반으로 위헌 선언이 되더라도 그 사항을 규정한 대법원규칙은 법률의 위임 없이도 제정될 수 있는 것이어서 위헌 선언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렇다면 헌법 제108조에 규정된 사항이라도 법률에 위임 규정을 두면 헌법 제75조에 따라 포괄위임금지원칙 위반 심사를 받아야 한다는 것은 형식적 논리로 귀결되고 만다.

다수의견은 소송절차에 관한 사항이 전문적이고 기술적 사무에 관한 것이어서 법률에서의 위임의 구체성과 명확성의 정도는 다른 규율 영역에 비해 완화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전문성과 기술성을 따지면 행정부의 관장사항이 사법부보다 더 복잡하고 전문적이라고 할 수 있다. 포괄위임금지원칙 심사를 하더라도 헌법 제108조를 감안하여 완화된 심사를 하여야 한다면, 헌법 제108조에 규정된 사항에 대하여는 포괄위임금지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이 헌법의 규정에 맞는 해석이다.

마. 이 사건 법률조항이 대법원규칙에 위임한 사항은 회생계획 불인가결정에 대한 항고보증금의 액수에 관한 것으로 소송절차에 관한 사항이다. 따라서 헌법 제108조에서 허용한 대법원규칙의 제정범위에 속하는 것이다. 또 이 부분에 관하여 대법원규칙과 저촉되는 내용을 규정하고 있는 법률 규정은 없다. 오히려 법률은 이 부분은 대법원규칙으로 정하도록 명시적으로 확인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성을 심사하면서 포괄위임금지원칙 위반 여부는 심사할 필요가 없고, 과잉금지원칙과 평등원칙 위반 여부만 심사하면 된다.

바. 위에서 검토한 것처럼 위임입법이 대법원규칙인 경우에는 수권법률의 포괄위임금지원칙 위반 여부는 검토할 필요가 없는데, 종전에 이와 견해를 달리하여 위임입법이 대법원규칙인 경우에도 수권법률에서 포괄위임금지원칙을 준수하여야 한다고 판시한 헌법재판소 2014. 10. 30. 선고 2013헌바368 결정에 관한 우리 의견은 이상의 견해와 저촉되는 범위에서 변경한다.

재판관

재판관 박한철(재판장) 이정미 김이수 이진성 김창종 안창호 강일원 서기석 조용호

별지

[별지] 관련조항

제442조(재항고) 항고법원·고등법원 또는 항소법원의 결정 및 명령에 대하여는 재판에 영향을 미친 헌법·법률·명령 또는 규칙의 위반을 이유로 드는 때에만 재항고(再抗告)할 수 있다.

제1조(목적) 이 법은 재정적 어려움으로 인하여 파탄에 직면해 있는 채무자에 대하여 채권자·주주·지분권자 등 이해관계인의 법률관계를 조정하여 채무자 또는 그 사업의 효율적인 회생을 도모하거나, 회생이 어려운 채무자의 재산을 공정하게 환가·배당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제13조(즉시항고) ① 이 법의 규정에 의한 재판에 대하여 이해관계를 가진 자는 이 법에 따로 규정이 있는 때에 한하여 즉시항고를 할 수 있다.

③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즉시항고는 집행정지의 효력이 있다. 다만, 이 법에 특별한 정함이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제246조(회생계획의 효력발생시기) 회생계획은 인가의 결정이 있은 때부터 효력이 생긴다.

제247조(항고) ① 회생계획의 인가 여부의 결정에 대하여는 즉시항고를 할 수 있다. 다만, 목록에 기재되지 아니하거나 신고하지 아니한 회생채권자·회생담보권자·주주·지분권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 의결권이 없는 회생채권자·회생담보권자·주주·지분권자는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즉시항고를 하는 때에는회생채권자·회생담보권자·주주·지분권자인 것을 소명하여야 한다.

③ 회생계획인가의 결정에 대한 항고는 회생계획의 수행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 다만, 항고법원 또는 회생법원은 항고가 이유 있다고 인정되고 회생계획의 수행으로 생길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긴급한 필요가 있음을 소명한 때에는 신청에 의하여 항고에 관하여 결정이 있을 때까지 담보를 제공하게 하거나 담보를 제공하게 하지 아니하고 회생계획의 전부나 일부의 수행을 정지하거나 그 밖에 필요한 처분을 할 수 있다.

⑥ 제4항의 규정에 의한 항고가 기각되고 채무자에 대하여 파산선고가 있거나 파산절차가 속행되는 때에는 보증으로 제공한 금전 또는 유가증권은 파산재단에 속한다.

제237조(항고) ① 정리계획인부의 결정에 대하여는 즉시항고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신고하지 아니한 정리채권자, 정리담보권자 또는 주주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 의결권이 없는 정리채권자, 정리담보권자 또는 주주가 전항의 항고를 함에는 정리채권자, 정리담보권자 또는 주주인 것을 소명하여야 한다.

③ 정리계획인가의 결정에 대한 항고는 계획의 수행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 그러나 항고법원 또는 정리법원은 항고가 법률상 이유 있다고 인정되고 계획의 수행으로 생길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피하기 위하여 긴급한 필요가 있고 또 사실에 관하여 소명이 있은 때에는 신청에 의하여 항고에 관하여 결정이 있을 때까지 담보를 제공하게 하거나 담보를 제공하게 하지 아니하고 계획의 전부나 일부의 수행을 정지하거나 기타 필요한 처분을 할 수 있다.

④ 정리계획불인가의 결정에 대한 항고가 있은 때에는 정리법원은 기간을 정하여 항고인에게 보증으로 대법원규칙이 정하는 범위 안에서 금전 또는 법원이 인정하는 유가증권을 공탁하게 할 수 있다.

⑤제4항의 경우에 항고인이 법원이 정하는 기간 내에 보증을 제공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법원은 결정으로 항고를 각하하여야 한다.

⑥제4항의 항고가 기각되고 회사에 대하여 파산선고가 있거나 파산절차가 속행되는 때에는 보증으로 제공한 금전이나 유가증권은 파산재단에 속한다.

⑦제1항 내지 제6항의 규정은 제8조에서 준용하는 민사소송법 제449조의 규정에 의한 항고에 준용한다.

피인용판례
본문참조조문
판례관련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