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의)
2014다15248 손해배상(의)
1. A
2. B
3. C.
4. D
5. E
6. F
7. G
8. H
1. 충청북도 청주의료원
2. N (개명 전 : )
청주지방법원 2014. 1. 14. 선고 2012나3303 판결
2015. 6. 23.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청주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급성 심근경색증에 대한 처치 및 전원상의 과실을 주장하는 상고이유에 관하여
가. 의사가 진찰 · 치료 등의 의료행위를 할 때에는 사람의 생명·신체·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취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 의사의 이와 같은 주의의무는 의료행위를 할 당시 의료기관 등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행위의 수준을 기준으로 삼되, 그 의료수준은 통상의 의사에게 의료행위 당시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고 또 시인되고 있는 이른바 의학상식을 뜻하므로, 진료환경 및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하여 규범적인 수준으로 파악하여야 한다(대법원 1999. 3. 26. 선고 98다45379,45386 판결, 대법원 2011. 11. 10. 2009다45146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의사가 간호사로 하여금 의료행위에 관여하게 하는 경우에도 그 의료행위는 의사의 책임 아래 이루어지는 것이고 간호사는 그 보조자에 불과하다. 간호사가 '진료.의 보조'를 하는 경우 모든 행위 하나하나마다 항상 의사가 현장에 입회하여 일일이 지도·감독하여야 한다고 할 수는 없고, 경우에 따라서는 의사가 진료의 보조행위 현장에 입회할 필요 없이 일반적인 지도·감독을 하는 것으로 충분한 경우도 있을 수 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의사가 그의 주도로 의료행위를 실시하면서 그 의료행위의 성질과 위험성 등을 고려하여 그 중 일부를 간호사로 하여금 보조하도록 지시 내지 위임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에 그친다(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0도5964 판결 등 참조).
한편 의료과오로 인한 민사책임과 형사책임은 그 지도이념과 증명책임, 증명의 정도 등에서 서로 다른 원리가 적용되므로, 의료과실에 관한 형사사건에서 업무상 과실의 존재 또는 업무상 과실과 상해나 사망의 결과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는 점을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확신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공소사실에 관하여 무죄가 선고되거나 '혐의 없음'의 불기소 처분이 되었다고 하여, 그러한 사정만으로 민사책임이 부정되지는 아니한다(대법원 2015. 3. 12. 선고 2012다117492 판결 등 참조). 또한 의료행위상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에서 피해자 측이 일련의 의료행위 과정에 있어서 저질러진 일반인의 상식에 바탕을 둔 의료상 과실 있는 행위를 증명하고 그 결과 사이에 일련의 의료행위 외에 다른 원인이 개재될 수 없다는 점을 증명한 경우에는 의료상 과실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증명책임을 완화하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판례이다(대법원 1995. 2. 10. 선고 93다52402 판결, 대법원 2012. 1. 27. 선고 2009다82275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 이유 및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알 수 있다.
(1) 망인은 2005. 1. 15.경부터 피고 충청북도 청주의료원(이하 '피고 의료원'이라 한다)에서 만성 폐쇄성폐질환 등으로 4차례 입원치료를 받는 등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아 오고 있었는데, 2010. 5. 31. 21:14경 호흡곤란을 호소하며 피고 의료원의 응급실에 또 다시 내원하였다.
(2) 망인은 그 무렵부터 피고 의료원 소속 의사인 피고 으로부터 치료를 받았는데, 2010. 6. 4. 00:30경 호흡곤란을 호소하였다가 기관지확장제 흡입치료 등을 받고 상태가 호전되었다.
(3) 망인은 같은 날 06:00경 다시 호흡곤란을 호소하여 피고 병원 의료진이 기관지 확장제 흡입치료 등을 실시하였으나 위 치료에도 불구하고 망인의 상태가 호전되지 아니하고 06:20 경부터는 흉통을 호소하였는데, 이를 보고 받은 피고 I은 그 무렵 담당 간호사인 K에게 심근효소 수치 확인을 위한 혈액 검사, 흉부 방사선촬영, 심전도 검사 등을 실시할 것을 지시하였다.
(4) 이에 따라 06:40경 망인에 대한 혈액 검사가 접수되어 07:25경 그 결과가 나왔고 K는 07:50경 전산으로 이를 확인하였는데, 심근효소 중 크레아티닌 키나아제(CK-MB) 수치가 13.5(참고치 0~3.6), 트로포닌(Troponin) I 수치가 2.55(참고치 0~0.1)로 모두 심근경색이 의심되는 기준치를 훨씬 상회하였다. 그리고 심전도 검사는 K가 피고 에게 위 혈액 검사 결과를 보고한 후인 같은 날 08:28:55에 시행되었는데 심근경색을 시사하는 ST분절의 상승이 관찰되었다. 한편 흉부 방사선 촬영은 같은 날 06:40경 시행되어 08:56경 판독되었는데 별다른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5) 위 검사 결과 망인에게 급성 심근경색증이 의심되자, 피고 1은 같은 날 08:30경 망인에게 니트로글리세린 등을 투여하고, 피고 병원에서 관련 수술을 할 수 있는 장비와 인력이 없음에 따라 08:45 경 망인을 급성 심근경색에 대한 응급처치인 혈관내중재술이 가능한 충북대학교병원으로 옮기도록 하였다.
(6) 망인은 같은 날 09:08경 충북대학교병원에 도착하여 심혈관조영술, 관상동맥풍선 확장술 및 스텐트삽입술 등을 받았으나, 같은 달 6. 16:52경 급성 심근경색으로 인한 심인성 쇼크로 사망하였다.
(7) 급성 심근경색은 관상동맥이 급성으로 막혀 심장에 산소와 영양분의 공급이 단절되면서 그 부분의 심장수축력이 급격히 저하되고 수 분에서 수십 분 이내에 심장근 육세포가 파괴(괴사)되는 것으로, 환자들은 대부분 흉통을 호소한다. 급성 심근경색인지 여부를 진단하는 방법으로는 심전도 검사, 혈액 검사 등이 있다.
혈액 검사는 혈중 심근 효소인 크레아티닌 키나아제(CK-MB)나 트로포닌(Troponin) I 등의 수치를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그 수치가 상승한 경우 심근경색증을 강하게 의심할 수 있다. 심전도 검사는 심장근육이 움직일 때 나타나는 전기적인 변화를 기록하는 검사로서 심근경색이 발생한 경우 특징적인 심전도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데, 심전도 검사는 피부에 전극을 붙이기만 하면 짧은 시간 안에 그 결과를 확인할 수 있으며, 심근경색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지체 없이(10분 이내) 이를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8) 한편 피고 1은 망인의 사망과 관련하여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형사고소 되었으나 2011. 7. 20. '혐의 없음(증거불충분)' 처분을 받았고(청주지방검찰청 2011형 제2853호), 그에 대한 재정신청도 2012. 2. 6. 기각되었다( 대전고등법원 2011초재395호).다. 위와 같은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1) 급성 심근경색증은 생명을 위협하는 응급상황으로서 즉시 치료가 필요한데, 망인이 심근경색증의 전형적인 증상인 흉통을 호소하고 있었으므로, 피고 I은 그 진단에 필요한 심전도 검사 등을 최대한 신속히 실시함으로써 심근경색증인지 여부를 조기에 진단하고 그에 따른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
(2) 그런데 망인에 대한 심전도 검사는 피고 이 망인이 흉통을 호소한다는 보고를 받고 그 검사를 지시한 후 무려 2시간이 지난 후에야 시행되었고, 그 탓에 망인에 대한 전원 치료도 그만큼 지체되었다. 심전도 검사는 그 방법이 간단하고 짧은 시간 안에 결과를 확인할 수 있으므로, 만일 심전도 검사가 피고 1의 검사 지시 후 즉시 이루어졌거나 피고 이 이를 독려 · 확인하여 그 시기가 빨라졌다면 망인에 대한 전원 치료는 훨씬 더 일찍 이루어졌을 것으로 추정되고, 늦어도 피고 이 위 혈액 검사 결과를 보고받은 같은 날 07:50경 무렵에는 전원조치 등 급성 심근경색증의 치료를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에 따라 망인이 좀 더 빨리 전원 치료를 받았다면, 사망에까지는 이르지 않았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3) 결국 피고 이나 피고 병원 직원들에게는 망인의 급성 심근경색증 여부의 진단 및 이를 위한 검사를 지체한 과실이 있다고 할 것이고, 이로 인하여 적절한 전원치료가 지연됨으로써 망인의 사망 원인이 되었다고 충분히 볼 수 있어, 위 과실과 망인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될 수 있다. 다만 피고 I의 위와 같은 과실이 없었더라도 망인이 사망하였을 가능성이 있었다면 이러한 사정을 책임제한사유로 삼을 수는 있을 것이다.
(4) 그리고 앞서 본 것과 같이 피고 이 망인의 사망과 관련된 의료과실에 관한 형사 사건에서 '혐의 없음' 처분을 받았다고 하여 민사상의 손해배상책임이 반드시 부정된다.고 할 수 없다. 또한 설령 간호사인 K가 피고 1의 지시를 받고도 심전도 검사를 제때에 실시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위 심전도 검사 등은 어디까지나 의사인 피고 I의 책임 하에 이루어지는 것이고 K는 그 보조자에 불과하므로,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심전도 검사 지연 등에 관한 피고 1의 책임을 부정할 사유가 될 수도 없다.
라. 그럼에도 이와 달리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 I에게 망인에 대한 급성 심근경색증 치료 및 전원에 관한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잘못 전제하여, 피고 I을 상대로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책임을, 피고 의료원을 상대로 민법 제756조의 사용자 책임을 각 주장하는 원고의 이 사건 청구를 모두 배척하고 말았다.
따라서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의료과실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잘못으로 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2. 채증법칙 위반을 주장하는 나머지 상고이유 및 심리미진을 주장하는 상고이유에 관하여
가.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로서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으로서는 의사의 의료행위의 과정에 주의의무 위반이 있는지 여부나 그 주의의무 위반과 손해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를 밝혀내기 매우 어려운 특수성이 있으므로 환자에게 중한 결과의 원인이 된 증상이 발생한 경우에, 그 증상 발생에 관하여 의료상의 과실 이외의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간접사실들을 증명함으로써 그와 같은 증상이 의료상의 과실에 기한 것이라고 추정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그 경우에도 의사의 과실로 인한 결과발생을 추정할 수 있을 정도의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은 사정들을 가지고 막연하게 중한 결과에서 의사의 과실과 인과관계를 추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의사에게 무과실의 증명책임을 지우는 것까지 허용되지는 아니한다(대법원 2004. 10. 28. 선고 2002다45185 판결, 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5다5867 판결 등 참조).
한편 의사는 진료를 행할 때에 환자의 상황과 당시의 의료수준 그리고 자기의 지식경험에 따라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진료방법을 선택할 상당한 범위의 재량을 가진다고 할 것이고, 그것이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난 것이 아닌 한 진료의 결과를 놓고 그 중 어느 하나만이 정당하고 이와 다른 조치를 위한 것은 과실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5다5867 판결 등 참조).
또한 법원은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를 참작하여 자유로운 심증으로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라 사실 주장이 진실한지 아닌지를 판단하며(민사소송법 제202조), 원심판결이 이와 같은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지 아니하여 적법하게 확정한 사실은 상고법원을 기속한다(같은 법 제432조). 나. 원심은 제1심판결 이유를 인용하여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1) 피고 1에게 망인에 대한 검사 및 진단과정에서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2) 피고 이 망인의 심장관련 질환을 알고도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아니하였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며, (3) 피고 I 또는 피고 의료원 관계자가 진료기록부를 허위로 작성하였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하였다.
다. 원심의 판단 중 사실인정을 다투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 부분은 실질적으로 사실심 법원의 자유심증에 속하는 증거의 선택과 증거가치의 판단을 탓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리고 원심판결 이유를 위 법리와 원심이 인용한 제1심 판시 관련 법리 및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아도,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의료행위의 과실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는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하고 원심판결을 파기하며,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대법관김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