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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9. 2. 12. 선고 2008도10971 판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사기·횡령][미간행]

판시사항

[1] 횡령죄의 성립에서 소유권침해의 결과발생이 요건인지 여부(소극)

[2] 채무면제를 목적으로 하는 사기죄의 성립요건인 ‘처분행위’ 유무에 대한 판단 방법

[3] 차용금채무에 갈음한 양도담보 및 대물변제계약을 체결하였지만 계약을 전후하여 채무의 일부를 변제충당한 사안에서, 기존의 채무를 확정적으로 면제 내지 소멸시키는 처분행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채무면제를 목적으로 하는 사기죄의 성립을 부정한 사례

[4] 채무자가 양도담보의 목적물을 처분한 경우, 횡령죄의 성부(소극)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조휘열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이 사건 쇼트기와 관련한 횡령죄의 성립 여부에 대하여

횡령죄는 다른 사람의 재물에 관한 소유권 등 본권을 그 보호법익으로 하고, 본권이 침해될 위험성이 있으면 그 침해의 결과가 발생되지 아니하더라도 성립하는 이른바 위태범이므로, 다른 사람의 재물을 보관하는 사람이 그 사람의 동의 없이 함부로 이를 담보로 제공하는 행위는 불법영득의 의사를 표현하는 횡령행위로서, 사법(사법)상 그 담보제공행위가 무효이거나 그 재물에 대한 소유권이 침해되는 결과가 발생하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횡령죄를 구성한다 ( 대법원 2002. 11. 13. 선고 2002도2219 판결 참조).

원심은, 그 적법하게 채용한 증거에 의하여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인은 피해자 주식회사에 이 사건 쇼트기를 매도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고, 피해자 주식회사에 이 사건 쇼트기를 양도담보로 제공하였다는 피고인의 주장은 처분문서인 이 사건 쇼트기에 관한 매매계약서의 객관적 내용이나 원심 판시 인정 사실에 반하여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이유로, 이 사건 쇼트기와 관련한 횡령죄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에서 본 법리 및 관계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이 피해자 주식회사에 이 사건 쇼트기를 매도한 것으로 본 원심의 사실인정 및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다.

원심판결에는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횡령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는 등의 위법이 없다.

2. 이 사건 기계들과 관련한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죄의 성립 여부에 대하여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이 피고인은 피해자 주식회사에 이 사건 기계들을 차용금채무의 변제에 갈음하여 양도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는 이유로, 이 사건 기계들 중 일부는 피고인 소유가 아니고, 일부는 부산은행에 양도담보권을 설정해 주었음에도, 그 사실을 피해자 주식회사에 알리지 않고 이 사건 기계들을 위 피해자에게 차용금의 변제에 갈음하여 양도하여 6억 원 상당의 차용금채무를 소멸시켜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음을 인정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 사건 기계들과 관련한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죄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그러나 사기죄에 있어서 ‘재산상의 이익’이란 채권을 취득하거나 담보를 제공받는 등의 적극적 이익뿐만 아니라 채무를 면제받는 등의 소극적 이익까지 포함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단순한 채무변제 유예의 정도를 넘어서 채무의 면제라고 하는 재산상 이익에 관한 사기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채무자의 기망행위로 인하여 그 채무를 확정적으로 소멸 내지 면제시키는 채권자의 처분행위가 있어야만 하는 것이므로, 단지 채무의 이행을 위하여 채권 기타 재산적 권리의 양도가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그러한 처분행위가 있었다고 단정하여서는 안될 것이고, 그것이 기존 채무의 확정적인 소멸 내지 면제를 전제로 이루어진 것인지 여부를 적극적으로 살핀 다음, 채무면제를 목적으로 하는 사기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 대법원 2008. 12. 24. 선고 2008도8600 판결 참조).

그런데 원심의 인정 사실에 의하더라도, 피해자 주식회사는 피고인으로부터 이 사건 기계들을 6억 원의 차용금채무에 대한 대물변제로 양도받은 후에도, 이 사건 기계들로 6억 원을 회수하지 못할 경우에 대비하여 피고인에게 다시 담보의 제공을 요구하여, 이에 피고인이 2006. 8. 10. 김해시 한림면 공장건물 및 그 부지에 관하여 피해자 주식회사에 가등기를 마쳐주었다는 것이고,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위와 같이 대물변제계약을 체결한 이후 피해자 주식회사 또는 피해자 주식회사의 실질적 사주인 공소외인에게 2006. 7. 21.부터 같은 해 10. 10.까지 합계 2억 4,490만 원을 지급하였는데, 피해자 주식회사는 위와 같이 지급받은 돈 중 112,144,000원으로 위 6억 원의 차용원리금채무 중 일부에 변제충당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피고인과 피해자 주식회사 사이에 기존의 6억 원 차용금채무의 이행에 갈음하여 이 사건 기계들을 양도함으로써 위 차용금채무를 확정적으로 면제 내지 소멸시키기로 하는 약정 내지 처분행위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 부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죄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채무면제로 인한 사기죄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이 사건 기계들 중 순번 2, 3, 4 기계들과 관련한 횡령죄의 성립 여부에 대하여

원심은, 피고인이 피해자 주식회사에게 이 사건 기계들을 차용금채무의 변제에 갈음하여 양도한 사실을 전제로 하여, 그 후 부산은행으로부터 11억 원 상당을 대출받을 때 위 피해자 주식회사의 동의나 승낙을 받지 않고 이 사건 기계들 중 순번 2, 3, 4 기계들에 관하여 위 은행에 공장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줌으로써 횡령한 사실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 사건 기계들 중 순번 2, 3, 4 기계들과 관련한 횡령죄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그러나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동산을 양도담보로 제공하고 점유개정의 방법으로 점유하고 있는 경우에는 그 동산의 소유권은 여전히 채무자에게 유보되어 있는 것이어서 채무자는 자기의 물건을 보관하고 있는 셈이 되므로, 양도담보의 목적물을 제3자에게 처분하거나 담보로 제공하였다 하더라도 횡령죄를 구성하지 아니한다 ( 대법원 1980. 11. 11. 선고 80도2097 판결 등 참조).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과 피해자 주식회사 사이에 대물변제약정이 있은 후에도 피해자 주식회사는 피고인으로부터 2006. 7. 21.부터 지급받은 돈의 일부로 기존 6억 원의 차용원리금 중 일부에 변제충당한 점, 피해자 주식회사는 이 사건 기계들로 6억 원을 회수하지 못할 경우에 대비하여 피고인에게 다시 담보의 제공을 요구하여, 피고인은 2006. 8. 10. 김해시 한림면 공장건물 및 부지에 관하여 가등기를 경료받은 점 등의 사정에다가, 기록상 이 사건 기계들에 관하여 대물변제 약정을 체결한 후에도 피고인이 이 사건 기계들 중 순번 2, 3, 4 기계들을 계속하여 점유·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의 사정을 보태어 보면, 피고인과 피해자 주식회사는 대물변제의 형식을 빌려 실질적으로 이 사건 기계들 중 순번 2, 3, 4, 기계들에 관하여 양도담보권을 설정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기계들 중 순번 2, 3, 4 기계들에 관한 소유권은 여전히 피고인에게 유보되어 있는 것이어서, 피고인이 위 기계들을 부산은행에 공장근저당권의 목적으로 제공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을 횡령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나아가 양도담보로 제공된 동산에 관하여 공장근저당권이 설정된다고 하더라도 공장저당법에 의한 저당권의 효력이 미칠 수는 없으므로( 대법원 2003. 1. 10. 선고 2002다33663 판결 등 참조), 양도담보권자인 피해자 주식회사에게 담보권의 상실이나 담보가치의 감소 등 손해가 발생할 수도 없으니, 피고인을 배임죄로도 처벌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부분 횡령죄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횡령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 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의 점과 이 사건 기계들 중 순번 2, 3, 4 기계들과 관련한 횡령의 점에 대한 부분은 파기되어야 하는바, 이 부분은 유죄로 인정된 피고인의 나머지 각 죄와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피고인에게 하나의 형이 선고되었으므로, 원심판결을 전부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차한성(재판장) 고현철 김지형(주심) 전수안

심급 사건
-부산고등법원 2008.11.13.선고 2008노6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