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집26권 1집 27~40] [전원재판부]
1. 단체와 관련된 자금으로 정치자금을 수수하는 것을 금지 및 처벌하는 정치자금법(2005. 8. 4. 법률 제7682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45조 제2항 제5호 중 ‘제31조 제2항을 위반하여 국내의 단체와 관련된 자금으로 정치자금을 기부받은 자’ 부분(이하 ‘단체관련자금 기부금지조항’이라 한다)이 명확성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소극)
2.단체관련자금 기부금지조항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정치활동의 자유 내지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3.공무원이 담당·처리하는 사무에 관하여 청탁하는 일과 관련하여 정치자금을 수수하는 것을 금지 및 처벌하는 정치자금법(2005. 8. 4. 법률 제7682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45조 제2항 제5호 중 ‘제32조 제3호를 위반하여 공무원이 담당·처리하는 사무에 관하여 청탁하는 일과 관련하여 정치자금을 기부받은 자’ 부분(이하 ‘청탁관련 기부금지조항’이라 한다)이 명확성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소극)
1. 단체관련자금 기부금지조항의 ‘단체’란 ‘공동의 목적 내지 이해관계를 가지고 조직적인 의사형성 및 결정이 가능한 다수인의 지속성 있는 모임’을 말하고, ‘단체와 관련된 자금’이란 단체의 명의로, 단체의 의사결정에 따라 기부가 가능한 자금으로서 단체의 존립과 활동의 기초를 이루는 자산은 물론이고, 단체가 자신의 이름을 사용하여 주도적으로 모집, 조성한 자금도 포함된다고 할 것이므로, 그 의미가 불명확하여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2.단체관련자금 기부금지조항은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금지 규정
에 관한 탈법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것인바,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를 통한 정치활동이 민주적 의사형성과정을 왜곡하거나 선거의 공정을 해하는 것을 방지하고, 단체 구성원의 의사에 반하는 정치자금 기부로 인하여 단체 구성원의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가 침해되는 것을 방지하려는 것으로서, 정당한 입법목적 달성을 위한 적합한 수단에 해당한다.
단체의 정치적 의사표현은 그 방법에 따라 정당·정치인이나 유권자의 선거권 행사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그 방법적 제한의 필요성이 매우 크고, 단체관련자금 기부금지조항은 단체의 정치적 의사표현 자체를 금지하거나 그 내용에 따라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과의 관계에서 불균형적으로 주어지기 쉬운 ‘자금’을 사용한 방법과 관련하여 규제를 하는 것이므로, 정치적 표현의 자유의 본질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개인의 정치적 의사형성이 온전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범위에서의 자금모집에 관한 단체의 관여를 일반적·추상적으로 규범화하여 허용하는 것은 입법기술상 곤란할 뿐만 아니라, 개인의 정치적 기본권 보호라는 입법목적 달성에 충분한 수단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단체관련자금 기부금지조항이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다. 단체관련자금 기부금지조항에 의한 개인이나 단체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 제한은 수인 불가능할 정도로 큰 것이 아닌 반면, 금권정치와 정경유착의 차단, 단체와의 관계에서 개인의 정치적 기본권 보호 등 위 조항에 의하여 달성되는 공익은 매우 크고 중요하다는 점에서 법익균형성 원칙도 충족된다. 따라서 단체관련자금 기부금지조항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정치활동의 자유 내지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 볼 수 없다.
3. 청탁관련 기부금지조항 중 ‘공무원’이란 국가공무원법 제2조 및 지방공무원법 제2조 소정의 공무원을 의미하고, 국가공무원법상 특수경력직공무원 중 선거로 취임하는 정무직공무원에 해당하는 국회의원 또한 위 ‘공무원’에 포함되며, ‘공무원이 담당·처리하는 사무에 관하여 청탁하는 일’이란 ‘공무원에 대하여 일정한 직무행위를 할 것을 의뢰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청탁관련 기부금지조항은 청탁행위와 관련하여 정치자금을 수수하는 주체에 관하여 아무런 제한을
두고 있지 아니하고, 청탁행위의 대상에 관하여 ‘다른 공무원이 담당·처리하는 사무’가 아닌 ‘공무원이 담당·처리하는 사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으므로, 공무원이 직접 담당·처리하는 사무에 관하여 청탁하는 일과 관련하여 정치자금을 기부받는 행위 역시 청탁관련 기부금지조항에 위반된다. 또한, 어떠한 행위가 ‘공무원이 담당·처리하는 사무에 관하여 청탁하는 일과 관련한’ 정치자금 수수행위에 해당하는 것인지 여부는 해당 공무원의 직위 및 직무의 내용, 청탁행위 및 정치자금 수수행위의 동기, 경위 및 내용, 행위자들 사이의 관계 등 제반사정을 종합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그렇다면 ‘청탁의 상대방으로서 정치자금을 기부받은 국회의원’ 또한 ‘공무원이 담당·처리하는 사무에 관하여 청탁하는 일과 관련하여 정치자금을 기부받을 수 없는 자’에 포함된다는 점은 명백하므로, 청탁관련 기부금지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단체관련자금 기부금지조항에 대한 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이진성, 재판관 강일원의 반대의견
단체관련자금 기부금지조항은 누구든지 ‘단체와 관련된 자금’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도록 하는데, ‘단체’라는 개념은 ‘다수인의 지속적 모임’이라는 통상의 이해를 조금도 구체화시키지 못하고, ‘단체와 관련된 자금’의 의미도 확정하기 어려우며, 단체관련자금 기부금지조항에서 단체와 관련된 자금과 그렇지 아니한 자금을 어떻게 구별할 것인지에 관한 구체적이고 유용한 기준을 도출해내기 어렵다. 결국 단체관련자금 기부금지조항은 법관의 보충적 법해석을 통하여도 그 규범내용이 확정될 수 없는 모호하고 막연한 형벌조항으로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된다.
청탁관련 기부금지조항에 대한 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강일원의 반대의견
청탁관련 기부금지조항의 구성요건을 포함하는 정치자금법 제32조 제3호는 제3자인 공무원에 대한 알선과 관련한 정치자금 수수만 금지되
는 것인지, 아니면 공무원이 직접 담당하는 사무에 관한 청탁과 관련한 정치자금 수수까지 금지되는 것인지를 도저히 예측할 수 없게 하고 있다. 또한, ‘청탁하는 일과 관련하여’라는 문언만으로는 정치자금의 기부와 청탁행위 간에 어떠한 관계가 존재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확정하기 어렵다. 나아가, 국회의원의 정치자금 수수는 입법활동과 불가분의 관계를 가질 수밖에 없는데도, 청탁관련 기부금지조항은 국회의원에 대한 정치자금 기부가 금지되는지를 판단할 만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청탁관련 기부금지조항은 명확성원칙에 위배된다.
정치자금법(2005. 8. 4. 법률 제7682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45조(정치자금부정수수죄) ① 생략
②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4. 생략
5. 제31조(기부의 제한) 또는 제32조(특정행위와 관련한 기부의 제한)의 규정을 위반하여 정치자금을 기부하거나 받은 자
6. 생략
③ 생략
정치자금법(2005. 8. 4. 법률 제7682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31조(기부의 제한) ① 외국인, 국내·외의 법인 또는 단체는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다.
② 누구든지 국내·외의 법인 또는 단체와 관련된 자금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다.
정치자금법(2005. 8. 4. 법률 제7682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32조(특정행위와 관련한 기부의 제한) 누구든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와 관련하여 정치자금을 기부하거나 받을 수 없다.
1.∼2. 생략
3. 공무원이 담당·처리하는 사무에 관하여 청탁 또는 알선하는 일
4. 생략
국가공무원법(2008. 3. 28. 법률 제8996호로 개정된 것) 제2조(공무원의 구분) ① 국가공무원(이하 “공무원”이라 한다)은 경력직공무원과 특수경력직공무원으로 구분한다.
② 생략
③ “특수경력직공무원”이란 경력직공무원 외의 공무원을 말하며, 그 종류는 다음 각 호와 같다.
1. 정무직공무원
가. 선거로 취임하거나 임명할 때 국회의 동의가 필요한 공무원
나. 생략
2.∼4. 생략
④ 생략
나. 헌재 2010. 12. 28. 2008헌바89 , 판례집 22-2하, 659, 671-674헌재 2012. 7. 26. 2009헌바298 , 판례집 24-2상, 37, 57-58
다. 헌재 2011. 9. 29. 2010헌바66 , 판례집 23-2상, 583, 590
청 구 인최○식대리인 변호사 황정근, 조귀장, 박정삼
정치자금법(2005. 8. 4. 법률 제7682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45조 제2항 제5호 중 ‘제31조 제2항을 위반하여 국내의 단체와 관련된 자금으로 정치자금을 기부받은 자’ 부분 및 제45조 제2항 제5호 중 ‘제32조 제3호를위반하여 공무원이 담당·처리하는 사무에 관하여 청탁하는 일과 관련하여 정치자금을 기부받은 자’ 부분은 모두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1. 사건개요
제18대 국회의원이었던 청구인은, 2009. 4.경부터 2009.11.경까지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에서근무하는청원경찰들로 구성된 전국청원경찰○○협의회가 청원경찰법 개정을 위한 특별회비를 모금한 후 그 회원 등의 명의로 청구인
또는 청구인의 보좌관 등에게 송금 또는 교부한 5,000만 원을 후원금 명목으로 수수함으로써 단체와 관련된 자금으로, 공무원이 담당·처리하는 사무에 관하여 청탁하는 일과 관련하여 정치자금을 수수하였다는 정치자금법위반 혐의로 기소되었다(서울북부지방법원 2011고합7).
청구인은 위 소송 계속 중 정치자금법 제45조 제2항 제5호 중 ‘제31조 제2항을 위반하여 국내의 단체와 관련된 자금으로 정치자금을 기부받은 자’ 부분 및 제45조 제2항 제5호 중 ‘제32조 제3호를 위반하여 정치자금을 기부받은 자’ 부분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2011. 10. 5. 기각되자(위 법원 2011초기955), 2011. 10. 14.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청구인은 정치자금법 제45조 제2항 제5호 중 ‘제32조 제3호를 위반하여 정치자금을 기부받은 자’ 부분 전체의 위헌확인을 구하고 있다. 그러나 청구인은 공무원이 담당·처리하는 사무에 관한 ‘청탁행위’와 관련하여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혐의로 기소되었으므로, 당해 사건 재판의 전제가 된 부분으로 심판대상을 한정한다.
그러므로 이 사건 심판대상은 정치자금법(2005. 8. 4. 법률 제7682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45조 제2항 제5호 중 ‘제31조 제2항을 위반하여 국내의 단체와 관련된 자금으로 정치자금을 기부받은 자’ 부분(이하 ‘단체관련자금 기부금지조항’이라 한다) 및 제45조 제2항 제5호 중 ‘제32조 제3호를 위반하여 공무원이 담당·처리하는 사무에 관하여 청탁하는 일과 관련하여 정치자금을 기부받은 자’ 부분(이하 ‘청탁관련 기부금지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제45조(정치자금부정수수죄) ②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5.제31조(기부의 제한) 또는 제32조(특정행위와 관련한 기부의 제한)의 규정을 위반하여 정치자금을 기부하거나 받은 자
[관련조항]
제31조(기부의 제한) ① 외국인, 국내·외의 법인 또는 단체는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다.
②누구든지 국내·외의법인 또는단체와 관련된 자금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다.
제32조(특정행위와 관련한 기부의 제한) 누구든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와 관련하여 정치자금을 기부하거나 받을 수 없다.
3.공무원이 담당·처리하는 사무에 관하여 청탁또는 알선하는 일
제2조(공무원의 구분) ① 국가공무원(이하 “공무원”이라한다)은경력직공무원과특수경력직공무원으로 구분한다.
③ “특수경력직공무원”이란 경력직공무원 외의 공무원을 말하며, 그 종류는 다음 각 호와 같다.
1. 정무직공무원
가. 선거로 취임하거나 임명할 때 국회의 동의가 필요한 공무원
3. 청구인의 주장요지
단체관련자금 기부금지조항 중 ‘단체와 관련된 자금’ 부분은 다의적인 해석이 가능하고 그 적용대상도 광범위하여 법집행자의 자의적 판단이 가능하므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된다. 또한, 위 조항은 정치자금으로 기부된 자금이 단체와 관련되어 있기만 하면 그 관련성의 정도, 정치자금 기부의 구체적인 경위를 불문하고 모두 형사처벌하고 있으므로,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하여 정치적 표현의 자유 등을 침해하고, 대의민주주의를 위축시킨다.
청탁관련 기부금지조항은 ‘공무원’에 정치자금을 기부받은 국회의원 본인도 포함되는지 여부를 도저히 예측할 수 없게 규정하고 있으므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된다.
4. 판 단
가. 단체관련자금 기부금지조항의 위헌 여부
헌법재판소는 2010. 12. 28. 2008헌바89 결정에서 단체관련자금 기부금지조항과 같은 내용의 구 ‘정치자금에 관한 법률’(2004. 3. 12. 법률 제7191호로 개정되고, 2005. 8. 4. 법률 제768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0조 제2항 제5호 중 ‘제12조 제2항 중 국내의 단체와 관련된 자금을 위반하여 정치자금을 기부한 자’ 부분이 명확성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하고, 정치활동의 자유 등을 침해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합헌결정을 선고하였고, 2012. 7. 26. 2009헌바298 결정 역시 단체관련자금 기부금지조항에 대하여 합헌결정을 선고하였는데, 그 이유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단체관련자금 기부금지조항 중 ‘단체’란 ‘공동의 목적 내지 이해관계를 가지고 조직적인 의사형성 및 결정이 가능한 다수인의 지속성 있는 모임’을 말하고, ‘단체와 관련된 자금’이란 단체의 명의로, 단체의 의사결정에 따라 기부가 가능한 자금으로서 단체의 존립과 활동의 기초를 이루는 자산은 물론이고, 단체가 자신의 이름을 사용하여 주도적으로 모집, 조성한 자금도 포함된다고 할 것이므로, 그 의미가 불명확하여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단체관련자금 기부금지조항은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금지 규정에 관한 탈법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것인데,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를 통한 정치활동이 민주적 의사형성과정을 왜곡하거나 선거의 공정을 해하는 것을 방지하고, 단체 구성원의 의사에 반하는 정치자금 기부로 인하여 단체 구성원의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가 침해되는 것을 방지하려는 것으로서, 정당한 입법목적 달성을 위한 적합한 수단에 해당한다.
단체의 정치적 의사표현은 그 방법에 따라 정당·정치인이나 유권자의 선거권 행사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그 방법적 제한의 필요성이 매우 크고, 위 조항은 단체의 정치적 의사표현 자체를 금지하거나 그 내용에 따라 규제하도록 한 것이 아니라, 개인과의 관계에서 불균형적으로 주어지기 쉬운 ‘자금’을 사용한 방법과 관련하여 규제를 하는 것이므로, 정치적 표현의 자유의 본질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개인의 정치적 의사형성이 온전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범위에서의 자금모집에 관한 단체의 관여를 일반적·추상적으로 규범화하여 허용하는 것은 입법기술상 곤란할 뿐만 아니라, 개인의 정치적 기본권 보호라는 입법목적 달성에 충분한 수단이라고 보기 어렵고, 달리 덜 제약적 수단이 존재함이 명백하지 않은 이상 위 조항이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다.
위 조항에 의한 개인이나 단체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 제한은 내용중립적인 방법 제한으로서 수인 불가능할 정도로 큰 것이 아닌 반면, 금권정치와 정경유착의 차단, 단체와의 관계에서 개인의 정치적 기본권 보호 등 위 조항에 의하여 달성되는 공익은 대의민주제를 채택하고 있는 민주국가에서 매우 크고 중요하다는 점에서 법익균형성 원칙도 충족된다.
따라서 단체관련자금 기부금지조항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정치활동의 자유 등을 침해하는 것이라 볼 수 없다.』
이 사건에서도 위 선례들과 달리 판단해야 할 사정변경이나 필요성이 있다
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단체관련자금 기부금지조항은 정치활동의 자유 및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아니한다.
나. 청탁관련 기부금지조항의 위헌 여부
(1) 입법연혁 및 입법취지
1980. 12. 31. 개정된 구 정치자금에 관한 법률(법률 제3302호)에서 공무원이 담당·처리하는 사무에 관한 청탁행위와 관련한 정치자금의 수수를 금지하는 규정(제13조 제2호) 및 그 위반 시 처벌하는 규정(제30조 제5호)이 신설되었다. 이후 몇 차례의 법 개정을 거치는 동안 법률조항의 위치만 변경되었을 뿐 그 내용은 그대로 유지되었는데, 2005. 8. 4. 전부개정된 정치자금법(법률 제7682호)은 제32조 제3호에서 금지규정을, 제45조 제2항 제5호에서 처벌규정을 두고 있다.
정치자금법은 정치자금의 적정한 제공을 보장하고 그 수입과 지출내역을 공개하여 투명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정치자금과 관련한 부정을 방지함으로써 민주정치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하는 데 그 입법목적이 있으므로, 청탁관련 기부금지조항은 비록 정치자금의 수수가 정치자금법이 정한 절차와 한도에 따른 것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위 조항이 정하는 특정 행위, 즉 ‘공무원이 담당·처리하는 사무에 관하여 청탁하는 일’과 관련하여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공무원이 담당·처리하는 사무의 공정성과 중립성이 훼손되거나 정경유착으로 인한 부정부패를 야기할 위험이 있다고 보아,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하여 그러한 정치자금의 수수를 금지한 것이다(대법원 2008. 9. 11. 선고 2007도7204 판결 참조).
(2)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 위반 여부
(가) 명확성원칙의 의미
죄형법정주의에서 파생되는 명확성원칙은 누구나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지을 수 있도록 구성요건이 명확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명확하여야 한다고 하여 모든 구성요건을 단순한 서술적인 개념에 의하여 규정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다소 광범위하여 법관의 보충적인 해석을 필요로 하는 개념을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통상의 해석방법에 의하여 당해 처벌법규의 보호법익과 금지된 행위 및 처벌의 종류와 정도를 알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면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헌재 2011. 9. 29. 2010헌바66 참조).
(나) 판단
청탁관련 기부금지조항 중 ‘공무원’이란 국가공무원법 제2조 및 지방공무원법 제2조 소정의 공무원을 의미한다 할 것인데, 국회의원은 국가공무원법상 특수경력직공무원 중 선거로 취임하는 정무직공무원에 해당하므로(국가공무원법 제2조 제3항 제1호 가목), 위 조항 중 ‘공무원’에는 국회의원도 포함된다. ‘청탁’이란 ‘청하여 남에게 부탁한다.’는 사전적 의미를 가지므로, ‘공무원이 담당·처리하는 사무에 관하여 청탁하는 일’이란 ‘공무원에 대하여 일정한 직무행위를 할 것을 의뢰하는 것’을 의미한다 할 것이다.
청탁관련 기부금지조항은 그 적용대상자를 ‘누구든지’로 규정하여 청탁행위와 관련하여 정치자금을 수수하는 주체에 관하여 아무런 제한을 두고 있지 아니하고, 청탁행위의 대상에 관하여 ‘다른 공무원이 담당·처리하는 사무’가 아닌 ‘공무원이 담당·처리하는 사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으므로, 공무원이 직접 담당·처리하는 사무에 관하여 청탁하는 일과 관련하여 정치자금을 기부받는 행위 역시 위 조항에 위반된다 할 것이다.
위와 같은 ‘공무원’, ‘청탁’의 의미, 청탁관련 기부금지조항의 규정형식 및 앞서 본 입법취지를 종합하여 보면, 어떠한 행위가 ‘공무원이 담당·처리하는 사무에 관하여 청탁하는 일과 관련한’ 정치자금 수수행위에 해당하는 것인지 여부는 해당 공무원의 직위 및 직무의 내용, 청탁행위 및 정치자금 수수행위의 동기, 경위 및 내용, 행위자들 사이의 관계 등 제반사정을 종합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그러므로 ‘청탁의 상대방으로서 정치자금을 기부받은 국회의원’도 ‘공무원이 담당·처리하는 사무에 관하여 청탁하는 일과 관련하여 정치자금을 기부받을 수 없는 자’에 포함된다는 점은 명백하고,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수범자라면 어떠한 행위가 청탁관련 기부금지조항의 구성요건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 할 것이다. 따라서 청탁관련 기부금지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5. 결 론
단체관련자금 기부금지조항과 청탁관련 기부금지조항은 모두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단체관련자금 기부금지조항에 관하여 아래 6.과 같은 재판관 김이수,재판관 이진성, 재판관 강일원의 반대의견 및 청탁관련 기부금지조항에 관하여 아래 7.과 같은 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강일원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나머지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에 따라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6.단체관련자금 기부금지조항에 대한 재판관 김이수,재판관 이진성, 재판관 강일원의 반대의견
우리는 단체관련자금 기부금지조항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하므로 아래와 같이 위헌의견을 밝힌다.
가.단체관련자금 기부금지조항에 요구되는 명확성의 정도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은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고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누구나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구성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할 것을 요구한다.
한편,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입법에 있어서도 명확성원칙은 특별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현대 민주사회에서 표현의 자유는 국민주권주의 이념의 실현에 불가결한 것인바, 불명확한 규범에 의한 규제는 헌법상 보호받는 표현에 대한 위축적 효과를 수반하여 다양한 의견, 견해, 사상의 표출을 통한 상호 검증이라는 표현의 자유의 본래 기능을 상실하게 하므로,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법률은 규제되는 행위의 개념을 세밀하고 명확하게 규정하여야 한다(헌재 1998. 4. 30. 95헌가16 참조).
민주주의의 기본정신 중 하나가 국민이 정책의제에 대한 통제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라고 할 때 정보의 최대 공유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자금은 이러한 정보교환기능이 원활히 수행될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자원이 되므로 정치활동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으며, 특정한 정당이나 정치인에 대한 정치자금의 기부는 그의 정치활동에 대한 지지·지원인 동시에 정책적 영향력 행사의 의도 또는 가능성을 내포하는 일종의 정치활동 내지 정치적 의사표현에 해당한다.
단체관련자금 기부금지조항은 단체와 관련된 자금의 정치자금 기부를 처벌하도록 하는 형벌조항일 뿐만 아니라 정치활동 내지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 따라서 위 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뿐만 아니라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입법에 있어서의 명확성원칙에 부합하여야 하며, 그 정도는 엄격한 의미에서의 명확성이라 할 것이다(헌재 2013. 6. 27. 2012헌바37 참조).
나. 판단
단체관련자금 기부금지조항은 누구든지 ‘단체와 관련된 자금’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도록 하는바, 위 조항의 ‘단체’라는 개념은 ‘다수인의 지속적 모임’이라는 통상의 이해를 조금도 구체화시키지 못한다.
위 조항의 입법연혁과 입법 시의 구체적인 논의를 살펴보더라도 위 조항은 ‘기업’의 음성적인 정치헌금 규제를 위하여 도입된 것으로 보이는바, 포괄적으로 단체와 관련한 정치자금 기부 금지에 이른 취지를 알기가 어렵고, 비영리·공익 목적의 단체와 같이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로 인한 이권 개입의 문제가 발생하기 어려운 단체 또는 단체구성원의 일치된 의사에 의한 활동만이 가능하여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가 그 구성원의 정치적 의사를 왜곡한다고 보기 어려운 단체도 위 조항의 적용을 받는지 여부는 위와 같은 추상적인 입법취지만을 기준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한편, 입법배경이나 취지를 고려하여야만 그 의미 내용이 확정될 수 있는 것이라면, 과연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일반인에게 예측가능성을 제공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나아가, ‘단체’의 개념이 광범위할지언정 불명확한 것은 아니라고 보더라도, ‘단체와 관련된 자금’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여전히 분명하지 않다. 단체와 자금 사이에 어떠한 인과관계가 존재해야 하는지, 어떤 영향을 어느 정도 미칠 수 있으면 족한지, 상호 불가분이거나 의존적인 것이어야 하는지 여부 등은 ‘관련’이라는 개념만으로 확정될 수 없고, 사람마다 포섭범위가 크게 다를 수밖에 없다. 이는 판단주체가 법전문가라 하여도 마찬가지이며, 법관의 보충적 해석에 의하여 그 의미가 밝혀질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이를 단체가 관여하여 모금한 자금으로 한정하여 보더라도, 단체의 관여방식이나 정도에 관한 어떤 제한도 없는 상태에서는 단체와 관련된 자금과 그렇지 아니한 자금을 어떻게 구별할 것인지에 관한 구체적이고 유용한 기준을 도출해내기 어렵다.
이와 같이 불명확한 형벌조항은 그 집행의 자의성을 초래하기 마련이고, 수사기관이나 재판기관은 객관적이고 구속적인 해석 및 집행의 기준을 제공받지 못하므로 자의적·선별적인 법집행에로 이끌리기 쉽다.
만약 입법자가 단체의 탈법적인 정치자금 기부를 방지하고자 하였다면, 단체의 자산이나 단체가 자신의 명의로 조성한 자금 등으로 그 범위를 한정하거나, 적어도 예시적 입법형식을 취하여 해석의 기준을 마련하였어야 하고, 이것이 입법기술상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것이라고 보이지도 않는다.
결국 단체관련자금 기부금지조항은 법적용기관인 법관의 보충적 법해석을 통하여도 그 규범내용이 확정될 수 없는 모호하고 막연한 개념을 사용함으로써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어 헌법에 위반된다.
7. 청탁관련 기부금지조항에 대한 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강일원의 반대의견
우리는 청탁관련 기부금지조항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하므로, 아래와 같이 위헌의견을 밝힌다.
위 조항은 공무원이 담당·처리하는 사무에 관하여 청탁하는 일과 관련한 정치자금 기부를 처벌하도록 하는 형벌조항일 뿐만 아니라 정치활동 내지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으므로, 엄격한 의미에서의 명확성을 갖추어야 한다.
청탁관련 기부금지조항의 구성요건을 포함하는 정치자금법 제32조 제3호는 ‘공무원이 담당·처리하는 사무에 관하여 청탁 또는 알선하는 일’과 관련한 정치자금의 수수를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알선’이라 함은 일정한 사항에 관하여 어떤 사람과 그 상대방의 사이에 서서 중개하거나 편의를 도모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어떤 사람이 청탁한 취지를 상대방에게 전하거나 그 사람을 대신하여 스스로 상대방에게 청탁을 하는 행위’도 ‘알선’행위에 해당한다(대법원 1997. 12. 26. 선고 97도2609 판결; 대법원 2004. 7. 8. 선고 2004도1674 판결 참조). 이와 같은 ‘알선’의 의미에 비추어 볼 때, 정치자금법 제32조 제3호 중 ‘청탁’이라는 용어는 ‘알선’과 구별되는 독자적인 의미를 가진다고 보기 어렵고, ‘청탁 또는 알선하는 일과 관련하여’란 ‘알선행위’를 포괄적으로 규정한 것에 불과하다 할 것이다.
한편, ‘알선’이란 의뢰자, 알선행위자 및 그 상대방의 존재를 전제로 하는 개념이므로, 정치자금법 제32조 제3호는 제3자인 공무원에 대한 알선행위와 관련한 의뢰자 및 알선행위자 간의 정치자금 수수행위를 금지하는 것으로 해석함이 타당하다. 유사한 규정형식을 갖춘 변호사법 제111조 제1항의 경우를 살펴보더라도, 공무원이 취급하는 사건 또는 사무에 관하여 청탁 또는 알선을 한다는 명목으로 금품 등을 받은 자를 처벌한다는 내용 중 ‘청탁 또는 알선을 한다는 명목’이란 공무원이 취급하는 사건 또는 사무에 관하여 ‘공무원과 의뢰인 사이를중개한다’는 명목을 의미한다고 해석되는바(대법원 2008.4. 10. 선고 2007도3044 판결 참조), 결국 위 변호사법 조항은 제3자인 공무원에 대한 알선행위와 관련한 금품 등의 수수행위를 처벌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런데 입법자는 청탁 또는 알선행위의 주체와 정치자금 수수행위의 주체를 명확하게 규정하지 아니함으로써, 정치자금법 제32조 제3호에 의하여 제3자인 공무원에 대한 알선행위와 관련한 정치자금 수수행위만 처벌되는 것인지 또는
공무원이 스스로 담당·처리하는 사무에 관한 청탁행위에 관하여 그 청탁행위의 당사자들 간에 정치자금을 수수하는 행위까지 처벌되는 것인지를 도저히 예측할 수 없게 하고 있다.
나아가, 법정의견과 같이 청탁행위의 당사자들 간의 정치자금 수수행위가 정치자금법 제32조 제3호의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고 해석하더라도, ‘청탁하는 일과 관련하여’라는 문언만으로는 통상의 판단능력을 가진 일반인이 정치자금의 기부와 청탁행위 간에 어떠한 인과관계가 존재해야 하는지, 청탁행위가 어떠한 영향을 어느 정도 미칠 수 있으면 족한지 구체적으로 확정하기 어렵다.
더욱이,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원의 주된 직무는 국민의 의사를 국가의 정책 결정에 반영하기 위하여 법률안을 발의하거나 심의·표결하는 것이므로, 국회의원의 정치자금 수수는 입법활동과 불가분의 관계를 가질 수밖에 없고, 정치자금법의 입법목적은 정치자금의 적정한 제공 및 그 수입과 지출의 투명성 확보를 위한 것이지 국회의원에 대한 정치자금 기부 자체를 규제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국회의원에 대하여 법률의 제·개정에 관한 의견을 제시하는 행위가 언제나 ‘공무원이 담당·처리하는 사무에 관하여 청탁하는 일’에 해당된다고 보아서는 아니 될 것임에도, 청탁관련 기부금지조항은 어떠한 경우가 이에 해당하여 국회의원에 대한 정치자금 기부가 금지되는 것인지를 판단할 만한 아무런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청탁관련 기부금지조항은 수범자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어떠한 행위가 금지 및 처벌되는 것인지를 충분히 알려 주지 못하므로,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어 헌법에 위반된다.
재판관 박한철(재판장) 이정미 김이수 이진성 김창종 안창호 강일원 서기석 조용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