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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9도1040 판결

[업무상과실치상][공2009하,1068]

판시사항

[1] 업무상과실치상죄에서 말하는 ‘업무’의 의미 및 건물 소유자의 지위를 업무상과실치상죄의 ‘업무’로 볼 수 있는지 여부(소극)

[2] 4층 건물의 2층 내부 벽면에 설치된 분전반을 통해 3층과 4층으로 가설된 전선이 합선으로 단락되어 화재가 나 상해가 발생한 사안에서, 4층 건물의 소유자로서 위 건물 2층을 임대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업무상과실치상죄에 있어서의 ‘업무’에 관한 증명이 있다고 본 원심판결을 심리미진 등을 이유로 파기한 사례

[3] 건물의 안전에 이상이 있음을 알고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임차인에게 ‘업무상과실치상죄’에 정한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이 있다고 본 원심판결을 심리미진 등을 이유로 파기한 사례

판결요지

[1] 업무상과실치상죄에 있어서의 ‘업무’란 사람의 사회생활면에서 하나의 지위로서 계속적으로 종사하는 사무를 말하고, 여기에는 수행하는 직무 자체가 위험성을 갖기 때문에 안전배려를 의무의 내용으로 하는 경우는 물론 사람의 생명·신체의 위험을 방지하는 것을 의무내용으로 하는 업무도 포함되는데, 안전배려 내지 안전관리 사무에 계속적으로 종사하여 위와 같은 지위로서의 계속성을 가지지 아니한 채 단지 건물의 소유자로서 건물을 비정기적으로 수리하거나 건물의 일부분을 임대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업무상과실치상죄에 있어서의 ‘업무’로 보기 어렵다.

[2] 4층 건물의 2층 내부 벽면에 설치된 분전반을 통해 3층과 4층으로 가설된 전선이 합선으로 단락되어 화재가 나 상해가 발생한 사안에서, 4층 건물의 소유자로서 위 건물 2층을 임대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업무상과실치상죄에 있어서의 ‘업무’에 관한 증명이 있다고 본 원심판결을 심리미진 등을 이유로 파기한 사례.

[3] 발화지점으로 지적된 분전반이 건물의 2층 내부 벽면에 매립·설치되어 있고, 건물 3층과 4층에 이르는 전선은 벽체 내부의 통로를 따라 분전반 후면을 거쳐 배선되어 있는 건물의 화재와 관련하여, 분전반이나 전선이 임차인의 지배관리영역에 속하는 것인지 여부, 임차인에게 위 분전반이나 그 내부 전선의 이상으로 인한 화재를 예방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 여부, 나아가 그 주의의무가 ‘업무상’의 주의에 속하는지 여부 등을 심리하지 않은 채, 분전반이나 건물의 3층과 4층에 이르는 전선이 화재원인이고 10여 년간 건물 2층을 임차해 오면서 당해 건물의 안전에 이상이 있음을 알고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임차인에게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이 있다고 본 원심판결을 심리미진 등을 이유로 파기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1외 1인

상 고 인

피고인들

변 호 인

변호사 김형태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방법원 본원 합의부로 환송한다.

이유

1. 피고인 2의 ‘화재의 발생 원인’ 관련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은, 그 채용증거를 종합하여,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후, 그 판시 사정에 비추어, 이 사건 화재는 건물계단과 교실 사이의 벽 중 교실 안쪽 벽 안에 위치한 분전반에서 있은 전기적인 문제에 의해 처음으로 발생되었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에 비추어 기록을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화재의 발생 원인을 인정함으로써 증거재판주의를 위반하거나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위법 등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이 부분 상고이유는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2. 피고인 2의 ‘업무’ 관련 상고이유에 대하여

형법은 과실로 인하여 사람의 신체를 상해에 이르게 하거나,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자를 과실치사상죄로 처벌하면서 업무상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사람을 사상에 이르게 한 자를 가중하여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처벌하고 있다( 형법 제266조 , 제267조 , 제268조 각 참조). 업무상과실치상죄에 있어서의 ‘업무’란 사람의 사회생활면에 있어서의 하나의 지위로서 계속적으로 종사하는 사무를 말하고, 여기에는 수행하는 직무 자체가 위험성을 갖기 때문에 안전배려를 의무의 내용으로 하는 경우는 물론 사람의 생명·신체의 위험을 방지하는 것을 의무내용으로 하는 업무도 포함된다 ( 대법원 1988. 10. 11. 선고 88도1273 판결 , 대법원 2002. 5. 31. 선고 2002도1342 판결 , 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6도3493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안전배려 내지 안전관리 사무에 계속적으로 종사하여 위와 같은 지위로서의 계속성을 가지지 아니한 채 단지 건물의 소유자로서 건물을 비정기적으로 수리하거나 건물의 일부분을 임대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업무상과실치상죄에 있어서의 ‘업무’로 인정될 수 없다.

원심이 유지하고 있는 제1심은, 피고인 2는 이 사건 4층 건물의 소유자이고, 위 건물 2층을 임차하여 ‘ ○○서예학원’을 운영하던 피고인 1과 공동하여, 위 서예학원에는 내부 벽면에 설치된 분전반을 통해 3층과 4층에 이르는 전선이 가설되어 있고, 1993년경 위 건물을 신축한 이후 화재예방점검을 한 번도 실시한 바 없어, 노후된 전선의 피복이 벗겨지는 등의 원인으로 전기합선의 위험이 있으므로, 피고인 2는 위 건물의 소유자로서 전기설비를 점검하여 화재의 발생을 미리 막아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하여 노후된 전기설비를 그대로 방치한 과실로 위 분전반 내의 전선이 불상의 원인으로 인한 합선으로 단락되면서 불꽃이 튀어 위 학원 내 벽에 걸려진 화선지 등에 옮겨 붙고, 그 불길이 위 학원 전체로 번지게 함으로써 피해자들로 하여금 상해를 각 입게 하였다는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 2는 수사기관에서부터 일관하여 ‘업무상 주의의무’가 없다고 진술하고 있고, 원심에서는 이 사건 4층 건물 소유자로서의 지위는 업무상과실치상죄의 ‘업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으므로(공판기록 442쪽 참조), 이에 따라 공소사실 기재 ‘업무’가 무엇인지 여부는 이 사건의 가장 핵심적인 쟁점 중의 하나가 되어 있다.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공소사실 기재 ‘업무’와 관련하여 증명책임이 있는 검사에게 석명을 구하거나 또는 공소사실 추가를 요구하는 등의 방법으로 소송관계를 명료하게 한 다음 위에서 설시한 법리에 따라 업무상과실치상죄에 있어서의 ‘업무’에 대하여 판단하였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점에 관하여 충분히 심리하지 아니한 채 피고인 2가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이 이 사건 4층 건물의 소유자로서 위 건물 2층을 임대하였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인 2에게 업무상과실치상죄에 있어서의 ‘업무’에 관한 증명이 있다고 본 원심판결에는 업무상과실치상죄에 있어서의 ‘업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피고인 1의 ‘주의의무’ 관련 상고이유에 대하여

전기배선이 벽 내부에 매립 설치되어 건물 구조의 일부를 이루고 있다면 그에 관한 관리책임은 일반적으로 소유자에게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다만 그 전기배선을 임차인이 직접 하였으며 그 이상을 미리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때에는 임차인에게도 그 부분의 하자로 인한 화재를 예방할 주의의무가 인정될 수 있다.

원심이 유지하고 있는 제1심은, 피고인 1은 이 사건 4층 건물 중 2층을 임차하여 ‘ ○○서예학원’을 운영하던 자로서, 피고인 2와 공동하여, 전기설비를 점검하여 화재의 발생을 미리 막아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하여 노후된 전기설비를 그대로 방치한 과실로 제2항 기재와 같이 피해자들로 하여금 상해를 각 입게 하였다는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 1은 수사기관에서부터 일관하여 이 사건 4층 건물의 3층과 4층에 이르는 전선이 화재원인이고 3층과 4층에 이르는 전선에 대한 ‘업무상 주의의무’가 없다고 진술하고 있는바, 이는 위 화재의 발화지점이 피고인의 지배관리영역에 속하지 아니하므로 피고인에게는 그 부분 관리에 관한 ‘업무상 주의의무’가 없다는 취지의 주장으로 해석된다.

제1심이 채택한 증거에 의하면 이 사건 발화지점으로 지적된 분전반은 위 학원의 벽에 매립 설치되어 있고, 건물 3층과 4층에 이르는 전선은 벽체 내부의 통로를 따라 분전반 후면을 거쳐 배선되어 있음을 알 수 있는바, 배선구조가 그러하다면 원심으로서는 먼저 이 사건 화재의 원인으로 기재된 분전반이나 전선이 임차인의 지배관리영역 내에 있는지, 아니면 건물 구조의 일부로서 건물 소유자의 지배관리영역 내에 있는지 여부를 확정하여야 할 것이고, 만일 그 전선이나 분전반이 임차인의 지배관리영역 내에 있는 것이 아니라면, 임차인에게 위 분전반이나 그 내부 전선의 이상으로 인한 화재를 예방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 여부, 나아가 그 주의의무가 ‘업무상’의 주의의무 위반에 속하는지 여부 등을 심리하여 그 유·무죄를 가려 보았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이 점에 관하여 충분히 심리를 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분전반이나 이 사건 4층 건물의 3층과 4층에 이르는 전선이 화재원인이고, 10여 년간 그 2층에서 서예학원을 하면서 건물에 누수 및 누전이 자주 되어 건물의 안전에 이상이 있음을 알고 있었다는 이유만으로(건물에 누수, 누전이 자주 일어남을 알았다고 하여 바로 위 분전반과 그 내부배선에 이상이 있음을 알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피고인 1에게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이 있다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업무상과실치상죄의 법리를 오해하거나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다.

또한, 법원이 공소장의 변경 없이 직권으로 공소장에 기재된 공소사실과 다른 범죄사실을 인정하기 위하여는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이어야 할뿐더러 또한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가 없어야 하는바( 대법원 1999. 4. 9. 선고 98도667 판결 , 대법원 2003. 7. 25. 선고 2003도2252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원심이 피고인 1이 이 사건 분전반이나 전선의 관리를 게을리하였다는 이유가 아니라 그 주변에 화선지 등 불이 붙기 쉬운 물건을 놓지 않도록 주의하고, 어린 학생들에게 화재에 대한 주의를 주고, 화재 발생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조치를 하여야 할 주의의무를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취지라면, 이는 공소장의 변경 없이 직권으로 공소장에 기재된 공소사실과 다른 범죄사실을 인정하여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 불이익을 초래하였으므로, 공소장 변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을 저질렀다고 볼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 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으로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전수안(재판장) 양승태(주심) 김지형 양창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