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집13권 1집 1233~1241] [전원재판부]
1.정당방위 규정에도 죄형법정주의 명확성 원칙이 적용되는지 여부(적극)
2.정당방위 규정 중 “상당한 이유” 부분이 죄형법정주의 명확성 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소극)
1.정당방위 규정은 법 각칙 전체의 구성요건 조항에 대한 소극적 한계를 정하고 있는 규정으로서, 한편으로는 위법성을 조각시켜 범죄의 성립을 부정하는 기능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정당방위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 위법한 행위로서 범죄의 성립을 인정하게 하는 기능을 하므로 적극적으로 범죄 성립을 정하는 구성요건 규정은 아니라 하더라도 죄형법정주의가 요구하는 명확성 원칙이 적용된다.
2.구성요건은 범죄 행위의 일반적 유형으로서 정형화되어 있는데 반해, 위법성 조각사유는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행위에 대한 사후적이고 객관적인 평가로서 정당방위가 발생하게 되는 현재의 부당한 침해 상황은 어떤 특정범죄에만 국한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법익 침해가 이루어지는 거의 모든 범죄에서 발생 가능하므로 이에 대한 정당방위 상황을 미리 예상하여 일일이 법문에서 규정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고, 변화하는 사회에 대한 법규범의 적응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어느 정도 망라적인
의미를 가지는 내용으로 입법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할 것인바, 이 사건 심판대상규정인 ‘상당한 이유’ 부분에 대해서는 대법원도 일찍부터 합리적인 해석기준을 제시하고 있어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 감정을 가진 일반인이라면 그 의미를 어느 정도 쉽게 파악할 수 있다고 할 것이므로 죄형법정주의에서 요구하는 명확성의 원칙을 위반하였다고 할 수 없다.
형법(1953. 9. 18. 법률 제293호로 제정된 것) 제21조(정당방위)①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
②~③ 생략
형법(1953. 9. 18. 법률 제293호로 제정된 것) 제20조(정당행위)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형법(1953. 9. 18. 법률 제293호로 제정된 것) 제22조(긴급피난)①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위난을 피하기 위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
②~③ 생략
형법(1953. 9. 18. 법률 제293호로 제정된 것) 제23조(자구행위)①법정절차에 의하여 청구권을 보전하기 불능한 경우에 그 청구권의 실행불능 또는 현저한 실행곤란을 피하기 위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
② 생략
2. 헌재 1998. 4. 30. 95헌가16 . 판례집 10-1, 327
헌재 1997. 3. 27. 95헌가17 , 판례집 9-1, 219
헌재 1998. 7. 16. 96헌바35 , 판례집 10-2, 169
청 구 인 이○주
국선대리인 변호사 김병준
당해사건 서울지방법원 98고단10625호 상해
형법(1953. 9. 18. 법률 제293호로 제정된 것)제21조 제1항 중 “상당한 이유”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청구인은 1997. 8. 4. 11:00경 서울 강남구 역삼동 653의 2 소재 한국회관 앞길에서 청구외 전○호를 주먹으로 때려 상해를 가한 사실로 서울지방법원에 공소가 제기되었는바, 재판(98고단10625호)계속 중 위 가해행위가 형법 제21조 제1항의 정당방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주장하면서 위 법률조항 중 ‘상당한 이유’ 부분에 대하여 위헌제청 신청(99초834호)을 하였으나, 위 법원은 1999. 3. 25. 위헌제청신청을 기각함과 동시에 청구인에 대해 유죄판결을 선고하였다.
(2)이에 청구인은 1999. 3. 26. 형법(1953. 9. 18. 법률 제293호로 제정된 것, 이하 ‘법’이라 한다)제21조 제1항 중 ‘상당한 이유’ 부분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의 심판 대상은 법 제21조 제1항 중 ‘상당한 이유’ 부분으로서 그 규정의 내용 및 관련규정은 다음과 같다
법 제21조(정당방위)①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
②~③ 생략
〔관련 조항〕
법 제20조(정당행위)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제22조(긴급피난)①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위난을 피하기 위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
②~③ 생략
제23조(자구행위)①법정절차에 의하여 청구권을 보전하기 불능한 경우에 그 청구권의 실행불능 또는 현저한 실행곤란을 피하기 위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
② 생략
2. 청구인의 주장 및 관계기관의 의견
가. 청구인의 주장
법 제21조 제1항은 허용구성요건으로서 법 각칙 전체에 대해 소극적 한계를 긋는 범죄구성요건의 중요한 부분이므로 명확성 원칙의 규율을 받아야 하는바, 법 제21조 제1항 중 ‘상당한 이유’ 부분은 그 의미가 불명확하다. 즉, 정당방위가 문제되는 경우,
유·무죄 여부가 법률이 아닌 법관의 자유재량에 의해 결정될 수 있어 죄형법정주의 내지는 법치주의에 위반된다. 입법기술상 불확정 개념을 사용하는 것이 불가피한 일이긴 하지만 그러한 불확정 개념도 최소한의 명확성을 갖추어 법적 안정성의 요청을 보장하여야 하는데 ‘상당한 이유’와 같은 모호한 표현은 최소한의 명확성조차도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
나. 법원의 위헌제청신청 기각 이유
법규의 내용이 애매하면 어떠한 것이 범죄인가를 사실상 법 운영 당국이 재량으로 결정하는 결과가 되어 죄형법정주의에 저촉될 소지가 있으나, 모든 법규의 문언을 순수하게 기술적 개념만으로 구성하는 것은 입법 기술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가치개념을 포함한 일반적, 규범적 개념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다. 법 제21조 중 ‘상당한 이유’ 부분은 명확성의 산술적인 관철이 입법기술상 불가능하므로 일반적 개념의 사용이 부득이 하고, 대법원은 ‘상당한 이유’에 대하여 침해행위에 의해 침해되는 법익의 종류, 정도, 침해의 방법, 침해행위의 완급과 방위행위에 의하여 침해될 법익의 종류, 정도 등 일체의 구체적 사정 등을 참작하여 사회통념상 상당성 유무를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여 ‘상당한 이유’에 대한 일응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으므로 법 적용자의 개인적 취향에 따라 그 의미내용이 달라질 수 있는 가능성도 거의 없어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
다. 서울지방검찰청검사장의 의견
법 제21조 제1항의 규정은 불법구성요건이 아니라 허용구성요건으로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이 그대로 적용될 수 없는
영역이고, ‘상당한 이유’ 부분의 의미 내용도 이미 대법원 판례에 의하여 확고하게 정립되었다 할 것이므로 정당방위의 개념이 법관의 자유재량에 의해 결정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어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3. 판 단
가.법 제21조 제1항은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의 위법성을 배제하는 위법성 조각사유 중에서 정당방위에 관한 규정인바, 이는 범죄 구성요건을 직접적으로 정하고 있는 규정이 아니므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이 적용되는지가 문제된다.
정당방위 규정은 법 각칙 전체의 구성요건 조항에 대한 소극적 한계를 정하고 있는 규정으로서, 한편으로는 위법성을 조각시켜 범죄의 성립을 부정하는 기능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정당방위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 위법한 행위로서 범죄의 성립을 인정하게 하는 기능을 하므로 적극적으로 범죄 성립을 정하는 구성요건 규정은 아니라 하더라도 죄형법정주의가 요구하는 명확성 원칙의 적용이 완전히 배제된다고는 할 수 없다.
따라서 범죄의 성립과 처벌은 법률에 의하여야 한다는 죄형법정주의 본래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정당방위와 같은 위법성 조각사유 규정에도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은 적용된다 할 것이다.
나.다음으로 법 제21조 제1항 중 ‘상당한 이유’ 부분(이하 ‘이 사건 규정’이라 한다)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을 충족하고 있는 규정인지를 본다. 이 사건 규정의 개념은 추상적이고 포괄적이며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서 아무런 정의규정을 두고 있지
않아 과연 이 규정이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률로서 구비하여야 할 명확성을 준수하였는지 의문이 있을 수 있다.
(1)모든 법규범의 문언을 순수하게 기술적 개념만으로 구성하는 것은 입법 기술적으로 불가능하고 또 바람직하지도 않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가치개념을 포함한 일반적, 규범적 개념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으므로 법 문언이 해석을 통해서, 즉 법관의 보충적인 가치판단을 통해서 그 의미내용을 확인해 낼 수 있고, 그러한 보충적 해석이 해석자의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없다면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 할 것이다(헌재 1998. 4. 30. 95헌가16 . 판례집 10-1, 327, 342). 한편, 그 명확성의 정도는 일률적으로 정할 수 없고, 각 구성요건의 특수성과 그러한 법적 규제의 원인이 된 여건이나 처벌의 정도 등을 고려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헌재 1997. 3. 27. 95헌가17 , 판례집 9-1, 219, 232; 1998. 7. 16. 96헌바35 , 판례집 10-2, 159, 169).
따라서 위법성 조각사유에 대한 명확성 원칙의 준수 여부도 그 조항의 특성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당해 제도를 둔 목적과 다른 법률조항과의 연관성을 고려하여 합리적인 해석이 가능한지 여부에 따라 명확성 원칙의 충족 여부를 가려야 할 것이다.
(2)구성요건은 범죄 행위의 일반적 유형으로서 정형화되어 있는데 반해, 위법성 조각사유는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행위에 대한 사후적이고 객관적인 평가로서 위법성을 조각시켜 범죄의 성립을 부정한다. 즉 법 각칙의 범죄유형에 해당하는 행위라면 일반적인 경우는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위법한 행위가 되지만, 예외적으로 일정한 요건을 충족시킨 행위는 특별히 허용되어 정당한 행위
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정당방위가 발생하게 되는 현재의 부당한 침해 상황은 어떤 특정범죄에만 국한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법익 침해가 이루어지는 거의 모든 범죄에서 발생 가능하므로 이에 대한 정당방위 상황을 미리 예상하여 일일이 법문에서 규정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구성요건에 기술된 폭행, 협박, 상해 등과 같은 범죄유형은 일정한 정태적 성격을 갖는데 반해, 정당방위와 같은 위법성 조각사유는 사회변동에 따른 동태적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구성요건의 경우처럼 입법자에 의해 일일이 구상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복잡·다기하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입법자가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다종·다양한 모든 정당방위 상황을 일일이 구체적, 서술적으로 열거하는 명확성의 산술적 관철은 입법기술상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다고 할 것이고, 변화하는 사회에 대한 법규범의 적응력을 확보하기 위하여 어느 정도 망라적인 의미를 가지는 내용으로 입법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할 것인바, 입법자는 법 총칙에 속하는 이 사건 규정에서 어느 정도 보편적이고 가치 충전적 개념인 ‘상당한 이유’라는 불확정 개념을 삽입하여 개개의 구성요건에 대한 정당방위 요건을 개별적으로 확정하지 않고 그 의미를 법관의 보충적 해석에 맡기고 있다.
(3)정당방위에서의 ‘상당한 이유’란 침해에 대한 방위행위가 사회상규에 비추어 상당한 정도를 넘지 아니하고 당연시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상당한 이유’는 정당방위의 성립에만 필요한 요건이 아니고, 정당방위 이외의 위법성 조각사유인 긴급피난과 자구행위의 성립에도 필요한 요건이다. 따라서 ‘상당한 이유’는
그것 자체가 독자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용어라기보다는 침해되는 법익과 보호되는 법익 사이에 이루어지는 형량을 의미한다 할 것이고, 그 형량의 정도는 위법성조각사유 유형에 따라 달라진다 할 것이다. 문제는 정당방위에서의 ‘상당한 이유’의 의미를 법규 수범자들이 짐작할 수 있느냐 여부인데, 대법원은 일찍부터 정당방위가 성립하려면 침해행위에 의하여 침해되는 법익의 종류, 정도, 침해의 방법, 침해행위의 완급과 방위행위에 의하여 침해될 법익의 종류, 정도 등 일체의 구체적 사정들을 참작하여 방위행위가 사회적으로 상당한 것이어야 한다(대법원 1966. 3. 15. 선고 66도63; 1984. 6. 12. 선고 84도683; 1992. 12. 22. 선고 92도2540 판결)고 판시함으로써 ‘상당한 이유’에 대한 합리적인 해석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사건 규정은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 감정을 가진 일반인이라면 그 의미를 어느 정도 쉽게 파악할 수 있다고 보여지고, 법관의 자의적인 해석으로 확대될 염려도 없다고 할 것이므로 죄형법정주의에서 요구하는 명확성의 원칙을 위반하였다고 할 수 없다.
4. 결 론
위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규정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한대현 하경철 김영일 권 성 김효종 김경일 송인준 주선회(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