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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5. 5. 26. 선고 94다37226 판결

[손해배상(기)][공1995.7.1.(995),2251]

판시사항

가. 현행범인인 범죄실행의 직후인 자로 인정되는 경우

나. 피의자에 대하여 범죄사실의 요지, 체포 또는 구속의 이유와 변호인선임권을 고지하고 변명의 기회를 주지 않고 한 긴급구속의 위법성 여부

다. 구속영장 없이 경찰서 조사대기실에 유치하는 것의 위법성 여부

판결요지

가. 형사소송법 제211조가 현행범인으로 규정한 범죄의 실행의 직후인 자라고 함은 범죄의 실행행위를 종료한 직후의 범인이라는 것이 체포자의 입장에서 볼 때 명백한 경우를 일컫는 것으로서, 범죄의 실행을 종료한 직후라고함은 범죄행위를 실행하여 끝마친 순간 또는 이에 아주 접착된 시간적 단계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되므로 시간적으로나 장소적으로 보아 체포를 당하는 자에게 방금 범죄를 실행한 범인이라는 점에 관한 죄증이 명백히 존재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만 현행범인으로 볼 수 있다.

나. 긴급구속 당시에 헌법형사소송법에 규정된 바와 같이 피의자에 대하여 범죄사실의 요지, 체포 또는 구속의 이유와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음을 말하고 변명할 기회를 준 후가 아니면 긴급구속할 수 없으므로, 이러한 절차를 준수하지 않고, 연행될 것을 명백히 거부하는 피의자를 강제로 연행한 것은 임의동행에 해당된다고 볼 수 없어 부당한 신체의 구속이라고 할 것이다.

다. 경찰서 조사대기실이 조사대기자 등의 도주방지와 경찰업무의 편의 등을 위한 수용시설로서 그 안에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의 출입이 제한되는 시설이라면, 일단 그 장소에 유치되는 사람은 그 의사에 기하지 아니하고 일정장소에 구금되는 결과가 되므로 경찰관직무집행법상 정신착란자, 주취자, 자살기도자 등 응급의 구호를 요하는 자를 24시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경찰관서에 보호조치할 수 있는 시설로 제한적으로 운영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구속영장을 발부받음이 없이 조사대기실에 유치하는 것은 영장주의에위배되는 위법한 구금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원고, 피상고인

원고 1 외 5인 원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권원용 외 1인

피고, 상고인

대한민국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피고소송수행자의 상고이유를 본다.

1. 가. 형사소송법 제211조가 현행범인으로 규정한 범죄의 실행의 직후인 자라고 함은 범죄의 실행행위를 종료한 직후의 범인이라는 것이 체포자의 입장에서 볼 때 명백한 경우를 일컫는 것으로서, 범죄의 실행을 종료한 직후라고 함은 범죄행위를 실행하여 끝마친 순간 또는 이에 아주 접착된 시간적 단계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되므로 시간적으로나 장소적으로 보아 체포를 당하는 자에게 방금 범죄를 실행한 범인이라는 점에 관한 죄증이 명백히 존재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만 현행범인으로 볼 수 있다고 할 것이다 (당원 1991.9.24.선고 91도1314 판결 참조).

원심이 적법히 인정한 바와 같이, 1992.7.20. 03:30경 소외 1 경장이 서울 서초구 양재동 소재 '시민의 숲' 속에 세워진 영업용 택시에 탄 사람을 불심검문을 할 당시, 강간의 피해자라고 하는 소외 2가 망 소외 3으로부터 어떠한 폭행이나 협박을 당한 흔적이나 반항의 흔적 또는 성교의 아무런 흔적조차도 발견할 수 없고, 오히려 두사람이 나란히 택시 뒷좌석에 앉아 있다가 서초경찰서 양재파출소 소속 소외 1 경장이 위 택시에 다가가서 문을 열고 뭐하는 것이냐고 묻자 이에 대하여 위 망인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하고, 소외 2는 구조를 요청하는 등 아무런 말 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따로 불러내어 물어보자 아저씨가 못된 짓을 하였다고 말을 한 것이라면, 이러한 사정만으로는 객관적 상황에 의하여 위 망인이 강간죄의 범행을 종료한 직후임이 소외 1 경장에게 명백히 인정되는 경우라고 보기 어렵다고 할 것이고, 가사 피고소송수행자의 주장처럼 위 망인을 강간죄의 혐의자로 긴급구속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를 위하여는 긴급구속 당시에 헌법형사소송법에 규정된 바와 같이 피의자에 대하여 범죄사실의 요지, 체포 또는 구속의 이유와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음을 말하고 변명할 기회를 준 후가 아니면 긴급구속할 수 없다고 할 것인데, 기록에 의하면 소외 1 경장이 위 망인을 양재파출소 또는 서초경찰서로 연행할 당시에 이러한 절차를 준수하였다고 볼 아무런 자료도 없고, 또 위 망인이 양재파출소에서 서초경찰서로 연행될 것을 명백히 거부한 이상 소외 1 경장 등이 위 망인을 위 파출소에서 서초경찰서까지 강제로 연행한 것은 임의동행에 해당된다고 볼 수도 없어 부당한 신체의 구속이라고 할 것이다.

나. 그리고 원심이 적법히 인정한 사실과 기록상 인정되는 바와 같이 위 망인이 유치된 경찰서 조사대기실이 조사대기자등의 도주방지와 경찰업무의 편의 등을 위한 수용시설로서 그 안에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의 출입이 제한되는 시설이라면, 일단 그 장소에 유치되는 사람은 그 의사에 기하지 아니하고 일정장소에 구금되는 결과가 되므로 경찰관직무집행법상 정신착란자, 주취자, 자살기도자 등 응급의 구호를 요하는 자를 24시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경찰관서에 보호조치할 수 있는 시설로 제한적으로 운영되는 경우(경찰관직무집행법 제4조 제1항, 제7항)를 제외하고는 구속영장을 발부받음이 없이 위 조사대기실에 유치함은 영장주의에 위배되는 위법한 구금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는바 (당원 1994.3.11.선고 93도958 판결 참조), 기록상 위 망인을 위 조사대기실에 유치함에 있어 구속영장에 의하지 아니하였음이 분명한 한편 위 망인이 위 정신착란자, 주취자, 자살기도자 등 응급의 구호를 요하는 자라고 볼 수도 없는 이상 위 망인을 조사대기실에 유치한 것은 부적법한 구금이라고 할 것이다.

2. 위와 같은 취지의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며, 거기에 소론과 같은 위법이 없다. 논지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지창권(재판장) 천경송(주심) 안용득 신성택

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1994.6.30.선고 93나490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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