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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2019.6.12.선고 2017누84077 판결

장기요양급여비용환수처분취소

사건

2017누84077 장기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 취소

원고,피항소인

주식회사 00요양기관

피고,항소인

국민건강보험공단

제1심판결

서울행정법원 2017. 11. 2. 선고 2017구합52863 판결

변론종결

2019. 4. 3 .

판결선고

2019. 6. 12 .

주문

1.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

2. 항소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

청구취지및항소취지

1. 청구취지

피고가 2016. 1. 13. 원고에게 한 장기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 중 19, 485, 330원 부분

을 취소한다 .

2. 항소취지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

이유

1. 처분의 경위

이 법원이 여기에 적을 이유는 제1심 판결문의 제1항 " 처분의 경위와 내용 " 의 기재 ( 제1심 판결문 제2면 제3행부터 제3면 제4행까지 ) 와 같으므로 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이 사건 처분의 근거인 고시 규정 등이 위헌 · 무효인지 여부

1 ) 원고 주장의 요지가 ) 제1주장 방문목욕의 경우 ' 반드시 2인 이상의 요양보호사 ' 가 몸 씻기에 참여하도록 강제한 구 장기요양급여비용 등에 관한 고시 ( 2014. 6. 26. 보건복지부고시 제2014 - 97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 제2장 IⅡ. 5. 와 구 장기요양급여 제공기준 및 급여비용 산정방법 등에 관한 고시 ( 2015. 11. 25. 보건복지부고시 제2015 - 202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 제2장 제1절 3의 나항은 상위법령인 노인장기요양보험법같은 법 시행규칙이 고시에 위임한 범위를 일탈했고, 장기요양급여 수급자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및 일반적 인격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배되므로 이에 근거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 · 무효이다 .

나 ) 제2주장 피고는 " 2인 이상의 요양보호사가 목욕을 제공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일체의 급여비용을 산정하지 아니한다. " 라고 규정한 구 장기요양급여 제공기준 및 급여비용 산정방법 등에 관한 고시 ( 2015. 11. 25. 보건복지부고시 제2015 - 202호로 개정된 것 ) 제26조 제2항에 따라 이 사건 처분을 하였는데, 위 고시 규정은 장기요양급여 제공기준에 부합하게 제공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구분 없이 일률적으로 장기요양급여비용 일체를 산정하지 않도록 정하여 비례의 원칙을 위반하고, 상위법령이 위임한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이러한 고시 규정에 근거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 · 무효이다 . 2 ) 판단가 ) 관련 법령의 내용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23조 제1항 제1호는 장기요양급여의 종류 중 하나로 ' 재가급여 ' 를 규정하면서 구체적 급여 내용으로 ' 방문목욕 ' 을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 방문목욕 ' 은 " 장기요양요원이 목욕설비를 갖춘 장비를 이용하여 수급자의 가정 등을 방문하여 목욕을 제공하는 장기요양급여 " 를 의미한다 ( 같은 호 나목 ) .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39조에 따르면 이러한 ' 재가급여비용 ' 은 급여종류 및 장기요양등급 등에 따라 장기요양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고 ( 제1항 ), 구체적인 산정방법 및 항목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 제3항 ). 그 위임에 따라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시행규칙 제32조는 방문목욕을 방문횟수를 기준으로 산정하도록 정하면서, 세부적인 산정 기준은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

이에 따라 구 장기요양급여비용 등에 관한 고시 ( 2014. 6. 26. 보건복지부고시 제2014 - 97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 제2장 IⅡ. 5. 및 구 장기요양급여 제공기준 및 급여비용 산정방법 등에 관한 고시 ( 2015. 11. 25. 보건복지부고시 제2015 - 202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 제2장 제1절 3의 나항은 " 수급자의 안전을 위하여 몸 씻기의 과정은 반드시 2인 이상의 요양보호사에 의해 제공되어야 한다. " ( 이하 위 각 고시 규정을 통틀어 ' 이 사건 고시 조항 ' 이라 한다 ) 라고 규정하면서, 방문목욕 행위에는 목욕준비 · 입욕시 이동 보조 · 몸 씻기 · 머리 감기기 · 옷 갈아입히기 목욕후 주변 정리까지 포함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

한편, 국민건강보험공단은 ' 재가급여비용 ' 을 받은 자가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재가급여비용을 청구하여 이를 지급받은 경우, 그 재가급여비용에 상당하는 금액을 징수한다 (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43조 제1항 제3호, 제37조 제1항 제4호, 제3항 제3호 ) .

나 ) 원고의 제1주장에 관한 판단

하위법령은 그 규정이 상위법령의 규정에 명백히 저촉되어 무효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관련 법령의 내용과 입법 취지 및 연혁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서 그 의미를 상위법령에 합치되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16. 6. 10. 선고 2016두33186 판결 참조 ). 그리고 이러한 해석원리는 법령 보충적 행정규칙의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

위 법리에 따라 앞서 본 관련 법령의 내용, 체계 및 취지를 바탕으로 이 사건 고시 조항의 의미를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유기적 · 체계적으로 해석하면, 방문목욕에 있어서 수급자의 안전을 고려하면 몸 씻기의 과정은 2인 이상의 요양보호사에 의하여 제공되어야 함이 당연한 원칙이나, 다만 그에 대하여 수급자로부터 합리적인 반대 의사가 명시적으로 표시되고 수급자의 안전도 충분히 확보되는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요양보호사 1인에 의하여 제공될 수 있다고 새기는 것이 타당하다 ( 대법원 2018. 10. 4. 선고 2016두33841 판결, 대법원 2018. 10. 12. 선고 2016두33117 판결 참조 ).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제1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 ( 1 ) 장기요양보험제도는 일상생활을 혼자서 수행하기 어려운 노인 등의 건강증진 및 생활안정을 도모하여 삶의 질을 향상하고자 함에 그 목적이 있다 ( 노인장기요 양보험법 제1조 ). 따라서 장기요양급여는 노인 등의 심신상태 생활환경뿐 아니라 노인 등과 그 가족의 욕구 · 선택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필요한 범위 안에서 적정하게 제공되어야 한다 ( 같은 법 제3조 제1항 ). 나아가 수급자는 각자 심신 상태나 건강 정도, 장애 여부 등에 따라 일상생활 수행능력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 ( 2 ) 통상의 경우 고령이나 노인성 질병 등의 사유로 일상생활을 혼자서 수행하기 어려운 수급자의 특성상 몸 씻기 도중 발생할 수 있는 돌발 상황이나 안전사고에 철저히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수급자의 안전을 위하여 원칙적으로 2인 이상의 요양보호사에 의하여 몸 씻기 과정이 제공되도록 하는 데에는 충분한 합리성이 인정된다 .

( 3 ) 다만 예외적으로, 수급자가 수치심 등을 이유로 하여 성별이 다른 요양보 호사의 참여를 거부하거나 친척 등 친밀도가 높은 요양보호사만의 참여를 요구하는 등 합리적 이유를 들어 요양보호사 1인이 몸 씻기 과정을 진행하여 달라는 의사를 표시하고, 요양보호사 1인이 몸 씻기 과정을 제공하더라도 수급자의 안전에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경우에까지, 오로지 2인 이상의 요양보호사에 의하여만 몸 씻기가 진행되도록 강제할 합리적 이유가 인정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 ( 4 ) 따라서 안전 문제를 고려하여 원칙적으로 2인 이상의 요양보호사에 의하여 몸 씻기 과정이 이루어지도록 강제한 규정 취지는 충분히 합리적이라고 볼 수 있고, 다만 수급자가 수치심 등을 이유로 하여 2인 이상의 요양보호사에 의한 몸 씻기를 거부하는 경우는 예외적인 상황에 해당하므로, 굳이 위 조항을 위헌이나 위법이라고 보아 그 효력을 전면적으로 부인할 것이 아니라, 헌법과 상위법령에 합치되도록 해석하여 문제를 해결하면 충분하다 .

다 ) 원고의 제2주장에 관한 판단

갑 제4호증, 을 제1호증의 각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에 따르면, 제주시장은 원고에 대해 조사대상 기간인 2012. 12. 1. 부터 2015. 9. 30. 까지 총 34개월간의 장기 요양급여 제공 및 그 비용 청구 등을 확인하기 위해 현지 조사를 실시했고, 피고는 그 결과를 토대로 원고에게 부정한 방법으로 재가급여비용을 지급받았다는 이유로 노인장 기요양보험법 제43조에 근거하여 원고가 수령했던 재가급여비용을 환수하는 처분을 한 사실이 인정된다. 그런데 원고 주장의 " 2인 이상의 요양보호사가 목욕을 제공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일체의 급여비용을 산정하지 아니한다. " 라는 고시 규정은 조사대상 기간 이후인 2016. 1. 1. 부터 시행되었다. 따라서 위 고시 규정이 이 사건 처분의 근거 규정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원고의 제2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

나. 2인의 요양보호사 참여를 반대하는 의사 표시 1 ) 당사자의 주장가 ) 원고 ,

수급자 대부분은 고령에 심신 기능이 저하된 상태여서 이성 ( 異性 ) 의 요양보호사 앞에서 나체를 드러내는 것에 대해 수치심 등을 느끼더라도 명시적으로 반대하는 의사를 외부에 표시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고, 수급자의 배우자 · 자녀 등 가족은 수급자의 보호자로 수급자의 반대 의사를 대신하여 표시할 수 있으므로, 수급자의 보호자가 동성 ( 同性 ) 의 요양보호사 1인만 몸 씻기에 참여할 것을 요청했더라도 수급자 본인이 반대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

나 ) 피고보호자는 단지 수급자를 보조하는 역할을 수행할 뿐이며, 노인장기요양보험법 등 노인복지와 관련된 법령에 보호자가 수급자를 대리하거나, 수급자의 의사를 대신 표시할 수 있다는 규정은 없다. 보호자가 수급자의 의사를 대리 또는 대신하여 표시할 수 있다고 한다면, 수급자와 보호자가 의견을 달리하는 경우 보호자가 수급자의 의견과 반대되는 의사를 표시함에 따라 오히려 수급자의 진정한 의견을 반영하지 못하게 될 우려가 있다. 따라서 2인의 요양보호사에 의한 몸 씻기에 반대하는 의사는 민법상 의사 표시에 준하여 수급자 본인이 명시적으로 해야 하고, 보호자가 1인의 요양보호사만 몸 씻기에 참여할 것을 요청한 것을 수급자 본인의 의사 표시로 볼 수 없다 . 2 ) 수급자의 반대 의사 표시가 있는지 여부의 판단기준가 ) 수치심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 수치심의 사전적 의미는 ' 다른 사람들을 볼 낯이 없거나 스스로 떳떳하지 못하여 부끄러움을 느끼는 마음 ' 이다. 인문학적 시각에서 수치심을 다시 정의한다면, '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약점이 노출되었을 때 생기는 고통스러운 감정 ' 이고, '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여 자신의 비정상적인 약점이 노출되거나, 어떤 이상적인 상태에 도달하지 못한다는 생각에 반응하는 고통스러운 감정 ' 이다 .

우리 모두는 언젠가 죽는 퇴화하는 몸을 갖고 있으며, 누구나 타인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장애를 지닌 존재다. 그런데 사람은 완전해지고 싶고 자기 몸에 대해 완전한 통제력을 지니려는 욕구가 있으므로, 신체 활동을 하는 데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상태로 떨어지면 심한 수치심을 느끼게 된다. 한편 사람의 성적 본성은 인간 존재의 유한성과 취약성을 잘 보여주므로, 수치심은 성적인 것과 신체 기관을 보이지 않게 숨기려는 욕구와 자주 연결된다. 다시 말하면 성은 사람의 ' 동물성 ' 과 ' 유한성 ', ' 취약성 ' 과' 불안감 ' 이 크게 나타나는 영역이므로, 수치심은 성과 관련해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 감정을 깊이 연구하고 이를 사법현실에 반영하여 ' 시적 정의 ' 를 추구할 것을 주장하는 미국의 법철학자 누스바움 ( Martha C. Nussbaums ) 은, ' 수치심이 특정 사회가 지닌 규범적 정향에 상관없이 그 밑바탕에 존재하며, 인간이 지닌 인간성, 즉 완벽과 불멸을 바라는 한 개인이 유한한 존재임과 동시에 과도한 욕심과 기대가 두드러지는 존재라는 인식 안에 존재하는 일정한 긴장을 해소하는 매우 일시적인 방법이다 ' 라고 말한다. 1 ) 우리가 자신의 감정과 내면을 들여다보면, 그 속에 너무나 약하고 다른 사람의 관심과 도움을 필요로 하는 존재임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사람을 존중한다는 것은 누구나 삶의 불확실성 속에서 취약한 존재로 살아가며, 다른 사람과 부딪치는 어떤 상황에서든 적절한 감정을 가지려고 힘겹게 몸부림치며 살아간다는 점을 마음속 깊이 받아들이는 데서 시작한다. 그렇다면 헌법적으로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할 책무를 부담하는 국가는, 범죄자를 처벌하거나 사회적 약자에게 행정상 급부 등을 제공함에 있어서 시민이 부당한 수치심을 느끼지 않도록 섬세하게 관련 법률을 규정하고 시행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법이념적으로 자유민주주의는 개인의 자유와 주체성에 기반을 두고 있으나, 전통적으로 한국문화가 ' 수치심 문화 ' 이고 한국인 이 다른 사람과 관련하여 느끼는 ' 체면 ' 과 ' 망신 ' 을 자기 내면에 있는 ' 양심 ' 과 ' 죄의식 ' 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시민이 수치심을 느끼지 않도록 배려할 국가의 의무는 우리나라에서 더더욱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 .

나 ) 수치심을 이유로 한 반대 의사의 본질, 의사 표시에 관한 민법 적용 가능성

앞서 본 이 사건 고시 조항의 해석은, 방문목욕을 받는 노인 수급자가 느끼는 수치심은 나이가 들어 몸을 제대로 통제할 수 없고, 잘 알지 못하는 이성에게 자기의 성적인 신체 기관을 그대로 보여 준다는 데서 비롯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

따라서 수급자가 2인의 요양보호사가 몸 씻기에 참여하는 것을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인 수치심이라는 감정은, 성별이 다른 요양보호사 앞에서 자신의 나체를 드러낸다는 점으로 인해 생길 가능성이 높은 감정일 뿐이고, 수치심 자체가 밖으로 드러나기 쉬운 감정인지 그리고 밖으로 드러나더라도 어떠한 형태로 표현되느냐와는 다른 문제다. 다시 말해, 수급자가 수치심을 그대로 외부에 표현할 수 있지만, 오히려 침묵할 수도 있고, 도리어 화를 낸다거나 짜증을 부리고, 심지어 울음을 보일 수도 있다 .

이 사건 고시 조항이 ' 반드시 2인 이상 ' 의 요양보호사로 하여금 몸 씻기를 제공하도록 정한 취지는 방문목욕 급여를 받는 중 수급자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다 .

그러므로 수급자가 방문목욕 급여를 받는 전체 과정에서 안전이 충분히 확보되어 있다 .면, 수급자가 수치심에 기인하여 이를 원하지 않음에도 굳이 반드시 2인의 요양보호사가 몸을 씻어주어야 할 필요는 없다 .

민법상 ' 의사 표시 ' 는 일정한 법률효과를 발생시키려는 의사를 외부로 표시하는 법률사실이다. 그런데 수급자는 그것이 성적인 것에 연관된 수치심이든, 아니면 다른 어떠한 감정이든 그저 2인의 요양보호사가 몸 씻기에 참여하는 것이 싫다고 표현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수급자의 감정 표현은 어떠한 법률효과의 발생을 바라거나 그 효과가 자신에게 귀속된다는 점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

수급자의 이런 감정 표현은 ' 효과의사 ' 나 ' 표시 의사 ' 와 같이 의사 표시를 구성하는 요소와 법적 성질을 전혀 달리한다. 그나마 준법률행위의 일종인 ' 감정의 표시 ' 로 분류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분류가 올바른 것인지도 불분명하다. 따라서 민법상 의사표시의 법리를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수급자의 감정 표현과 관련하여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대단히 적절하지 않다 .

다 ) ' 명시적 ' 인 감정 표현 ( 1 ) 인간의 감정은 반드시 언어를 통해서만이 아니라 다양한 형태로 외부로 나타나고, 무엇보다 인간은 자신이 느낀 수치심을 밖으로 표현하기를 꺼리는 본성을 지니고 있다. 이 사건과 같이 몸 씻기 과정에서 자신의 나체를 타인에게 드러낸다는 것은 수치심이 자리 잡기 쉬운 성과 연관된 영역이고, 따라서 수급자가 몸 씻기에 앞서 이성의 요양보호사가 참여하는 것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충분히 명시적으로 표현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

오히려 부끄러움을 느낀 사람이 스스로 ' 수치심을 느꼈다 ' 고 말로 표현하는 것 자체가 자신에게 수치심을 안겨준다. 이처럼 부끄러움을 ' 말 ' 로서 ' 명시적 ' 으로 표현할 것을 기대하는 것은 개인에게 ' 당신은 약하고 결함을 지닌 사람이다 ' 라는 점을 강요하고 이를 스스로 고백하라는 것과 다르지 않아 수치심의 본질에 반하는 것이다. 그것이 국가의 법 제도 운용과 관련 있는 경우에는 더더욱 그러하다 .

누스바움은 ' 수치심과 혐오는 특히 규범적으로 왜곡되기 쉬우며 이런 점에서 공적 실행의 신뢰할 만한 지침이 되기 어렵다 ' 고 말한다. 2 ) 이처럼 국가가 한 개인의 수치심을 보호하기는커녕 반대로 수치심을 가지고 이를 표현할 것을 유도한다면, 사회적 약자를 비롯한 모든 인간의 존엄성, 인간에 대한 존중이라는 자유주의 사회의 토대가 위태로워질 것이다 .

( 2 ) 그렇다면 수급자가 자신의 수치심을 밖으로 표현하지 않을 경우 외부에서는 이를 어떻게 인식할 수 있는지가 문제이다. 1인의 요양보호사에 의한 몸 씻기 제공이 이 사건 고시 조항에 따른 방문목욕 급여 제공기준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성별이 다른 요양보호사가 몸 씻기에 관여하는 것에 대한 수급자의 감정이 표현됨으로써 그로부터 외부에서 ' 성별이 다른 요양보호사의 참여를 원하지 않는다 ' 라고 인식할 가능성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

여기서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3조 제1항이 장기요양급여가 노인 등 수급자 이 외에 그 가족의 욕구 선택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필요한 범위 안에서 적정하게 제공되어야 한다고 정하고 있는 점을 다시 떠올릴 필요가 있다. 수급자의 배우자, 자녀 등 가족인 보호자는 상당 기간 수급자와 함께 일상생활을 해왔고, 곁에서 돌보며 지득한 수급자의 인지능력 유무, 평소 일상생활에서 하는 감정 표현 방법 등을 토대로 수급자가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더라도 특정 상황에서 느끼는 감정을 최대한 예측할 수 있다 .

고 봄이 타당하다 .

( 3 ) 이러한 점을 종합하면, 2인의 요양보호사에 의한 몸 씻기를 거부하는 수급자의 수치심 등 감정 표현은 외부에서 다소라도 이를 알아차릴 수 있는 정도면 그로써 명시적인 표현으로 보기 충분하다. 그리고 수급자 본인이 직접 자신의 수치심을 다양한 형태로 표현하는 것은 물론, 나아가 수급자의 보호자도 수급자가 느끼고 있거나 느끼게 될 수치심을 대신 표현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

라 ) 판단기준

위에서의 논의를 종합해서 살펴보면, 수급자가 2인의 요양보호사에 의한 몸 씻기 제공에 반대하는 의사를 표시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① 수급자가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최소한의 인지능력 즉, 내가 아닌 다른 대상을 인지할 수 있는지, ② 수급자가 몸 씻기 제공 당시 느낀 수치심 등 감정을 표현할 능력이 있는지, ③ 보호자가 수급자 대신 1인의 요양보호사가 몸 씻기에 참여할 것을 요청한 경우에는 그 보호자가 수급자의 감정 상태를 합리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사람이고, 실제로 그 감정을 인식할 가능성이 있는지 등이다. 한편 이 사건에서는 소가 제기된 이후에서야 비로소 대법원에 의해 1인의 요양보호사가 몸 씻기를 제공할 수 있는 예외적인 사정이 규범적으로 제시되었으므로, 원고가 예외적 사정의 존재를 증명할 방법이 현실적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점도 고려되어야 한다 .

3 ) 각 수급자별 구체적 판단

앞서 든 증거, 갑 제3, 7 내지 12호증, 을 제5호증 ( 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 ) 의 각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위에서 본 판단기준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수급자들은 모두 원고에게 수치심 등을 이유로 하여 2인 이상의 요양보호사에 의한 몸 씻기를 명시적으로 거부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이를 지적하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있다 .가 ) A ( 1 ) A ( 1922년생, 여 ) 은 시간이 다소 소요되더라도 옷을 스스로 갈아입을 수 있을 만큼의 인지능력은 있고, 방문목욕을 받으면서 통증을 호소하고, 요양보호사에게' 고맙다 ' 는 말을 하기도 했다 .

( 2 ) 피고가 작성한 A에 대한 장기요양이용계획서에 따르더라도 ' 인지능력의 유지 ' 를 요양급여의 목표로 하고 있고, 일방적 도움보다는 잔존 기능을 활용하여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하게끔 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 ( 3 ) A은 ' 남자 요양보호사가 들어오면 옷 벗을 거니까 나가라고 했다 ' 는 취지가 기재된 사실확인서의 내용을 확인하고 자신의 도장을 날인했다 .

나 ) B ( 1 ) B ( 1945년생, 여 ) 는 자신의 우울감을 표현할 수 있고 스스로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고 말하기도 하는 등 인지능력과 의사소통의 능력이 다른 수급자들과 비교할 때 높은 편이다 .

( 2 ) 피고가 작성한 B에 대한 장기요양이 용계획서에 따르더라도 ' 인지능력의 유지 ' 를 요양급여의 목표로 하고 있고, 일방적 도움보다는 잔존 기능을 활용하여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하게끔 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 ( 3 ) ' 남자 요양보호사가 있으면 옷을 벗고 목욕할 때는 신경이 쓰여서 밖으로 나가도록 했다 ' 는 취지의 사실확인서를 자필로 작성하기도 했을 뿐 아니라, 사회복지사와 상담시에 요양보호사의 교체를 요구할 정도로 단순한 감정의 표현 이외에도 특정 의사를 분명하게 전달할 능력을 갖추었다고 보인다 .

다 ) C ( 1 ) C ( 1964년, 남 ) 은 우측 편마비 상태로 4발 지팡이로 지지하고 보행하며 외출 시에는 수발자가 필요한 신체 상태이다. 의사소통에 다소 어려움은 있으나 배우자인 보호자가 수발을 들며 함께 생활하고 자녀의 왕래도 잦다 . ( 2 ) 보호자는 C이 인지능력이 명확하다고 하고 있으며, 피고가 작성한 C에 대한 장기요양이용계획서에도 ' 인지능력의 유지 ' 를 요양급여의 목표로 하고 있다 . ( 3 ) C의 보호자는 평소 C의 인지능력과 평소 목욕 시의 반응, 여성 요양보호사가 참여할 경우 예상되는 C의 감정 상태 등에 비추어 여성인 요양보호사가 몸 씻기에 참여하려 할 때 이를 만류한 것으로 보인다 .

라 ) D .

( 1 ) D ( 1932년생, 여 ) 는 정확한 발음이 불가능하여 의사소통에 다소 어려움이 있고 딸인 보호자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옷 입기 · 세수 양치질을 할 때 지시나 도움 등이 필요하지만 인지능력이 상실된 상태는 아니다 . ( 2 ) 피고가 작성한 D에 대한 장기요양이용계획서에도 인지능력이 잔존하고 있는 것을 전제로 ' 인지장애에 대한 적절한 대처방법의 학습 ' 을 요양급여의 목표로 하고 있다 .

( 3 ) D의 보호자는 평소 D가 대화를 원활하게 하기 어려운 상태였기에 평소 D의 인지능력, 평소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 남성 요양보호사가 참여할 경우 예상되는 감정 상태 등을 고려하여 남성 요양보호사가 몸 씻기에 참여하는 것을 거부하고, 여성 요양보호사에 의한 몸 씻기 제공을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

마 ) E ( 1 ) E ( 1936년생, 여 ) 은 자주 우울감을 호소하고, 옷을 갈아입거나 화장실을 이용할 때 부끄러움을 표현하는 등 인지능력과 감정 표현이 원활한 상태이다 . ( 2 ) 피고가 작성한 E에 대한 장기요양이 용계획서에 따르더라도 ' 인지능력의 유지가 ' 요양급여의 목표이고, ' 자존감을 배려할 것 ' 을 주의 사항으로 지적하고 있다 . ( 3 ) E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보호자인 아들은 방문목욕 급여 당시 몸 씻기를 할 때에는 여성 요양보호사만 참여할 것을 요청했고, 이는 자신의 모친이 평소 옷을 갈아입거나 화장실을 이용할 때 다른 사람 앞에서 부끄러운 감정 표현을 하기도 한 점에 비추어 볼 때, 남성 요양보호사가 참여할 경우 예상되는 감정 상태를 바탕으로 이를 거부하는 의사를 대신 전달했다고 봄이 타당하다 .

바 ) F ( 1 ) F ( 1936년생, 여 ) 은 어지럽다는 등 통증을 호소하고 우울증 증상을 간혹 보이는 등 평소 느끼는 감정을 외부에 표현해왔을 뿐 아니라 스스로 병원에 갈 계획이라고 말하는 등 의사소통도 원활한 편이다 .

( 2 ) 피고가 작성한 F에 대한 장기요양이 용계획서에도 ' 인지능력의 유지 ', ' 우울과 불안의 감소 ' 를 각각 요양급여의 목표로 하고 있고, 일방적 도움보다는 잔존 기능을 활용하여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하게끔 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 ( 3 ) F의 아들이 F과 함께 거주하고 보호자인 딸은 그 옆집에서 거주하며 실질적으로 자녀들과 함께 일상생활을 보내며 보호를 받고 있다. F의 보호자는 F의 인지능력이 뚜렷하고 명확한 점, 평소 몸 씻기 과정에서 F이 보인 반응, 남성 요양보호사가 참여할 경우 예상되는 감정 상태 등을 토대로 남성 요양보호사의 몸 씻기 참여를 거부했다고 보인다 .

다. 수급자 안전의 충분한 확보 다툼이 없거나, 갑 제15호증의 영상과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몸 씻기를 제외한 목욕준비, 입욕시 이동 보조, 머리 감기기 등의 나머지 목욕과정은 모두 2인의 요양보호사에 의해 제공된 사실, 방문목욕 차량의 욕조는 그 높이가 일반적인 휠체어의 높이와 같고, 욕조 내에서 신체가 미끄러지거나 얼굴 전체가 물에 잠기게 되는 일이 없도록 설계된 사실 등을 인정할 수 있고, 이에 비추어 보면 요양보호사 1인이 몸 씻기 과정만을 제공하더라도 수급자의 안전에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

라. 소결론

따라서 원고가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재가급여비용을 받았음을 전제로 하는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여야 한다. 제1심 판결은 그 이유를 달리하고 있으나 결론에 있어서는 정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

판사

재판장 판사 박형남

판사정재오.

판사이숙연

주석

1 ) 누스바움 조계원 譯, ' 혐오와 수치심 ' 319쪽, 민음사, 2015

2 ) 같은 책 3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