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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3. 6. 27. 선고 2010다96010,96027 판결

[채무부존재확인·손해배상(기)][미간행]

판시사항

[1] 수술 도중이나 수술 후 환자에게 중한 결과의 원인이 된 증상이 발생한 경우, 증상발생에 관하여 의료상 과실 이외의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간접사실들을 증명함으로써 그 증상이 의료상 과실에 기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및 그 한계

[2] 갑이 의사인 을에게 안내렌즈삽입수술을 받은 후 황반원공이 발생하여 시력을 상실한 사안에서,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는 사정들을 가지고 막연하게 을의 과실을 추정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원심판결에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3] 의사의 설명의무의 구체적 내용 및 의료행위에 따르는 후유증이나 부작용 등의 위험 발생 가능성이 희소하다는 사정만으로 의사의 설명의무가 면제될 수 있는지 여부(소극)

원고(반소피고),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고운)

피고(반소원고), 피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중원 담당변호사 이상선)

주문

원심판결 중 원고(반소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대구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수술상 과실의 점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로서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으로서는 의사의 의료행위의 과정에 주의의무 위반이 있는지 여부나 그 주의의무 위반과 손해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를 밝혀내기 극히 어려운 특수성이 있으므로, 수술 도중이나 수술 후 환자에게 중한 결과의 원인이 된 증상이 발생한 경우 그 증상발생에 관하여 의료상의 과실 이외의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간접사실들을 증명함으로써 그와 같은 증상이 의료상의 과실에 기한 것이라고 추정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하겠으나, 그 경우에도 의사의 과실로 인한 결과발생을 추정할 수 있을 정도의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는 사정들을 가지고 막연하게 중한 결과에서 의사의 과실과 인과관계를 추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의사에게 무과실의 증명책임을 지우는 것까지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 대법원 2004. 10. 28. 선고 2002다45185 판결 , 대법원 2010. 8. 19. 선고 2007다41904 판결 등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한 후, 의사인 원고(반소피고, 이하 ‘원고’라 한다)에게 피고(반소원고, 이하 ‘피고’라 한다)의 시력교정을 위한 이 사건 안내렌즈삽입수술을 함에 있어서 피고 우안의 수정체와 유리체가 앞으로 이동되면서 유리체 파동이나 유리체 박리가 생기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어야 함에도 이를 게을리하여 피고로 하여금 황반원공 발생 및 시력상실의 상태에 이르게 한 잘못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1) 피고(19○○년생, 여자)는 2006. 11. 20. 원고에게 우안 시력교정을 위한 수술을 의뢰하였고, 이에 원고는 같은 날 피고의 우안에 대하여 시력검사, 안압검사, 안저검사 등을 실시하였다. 원고는 2006. 11. 21. 안내렌즈삽입수술 후 발생할 수 있는 안압상승을 예방하기 위해 레이저 홍채 절제술을 시행한 다음 2007. 1. 2. 안구의 후방(후방, posterior chamber)에 렌즈(Toric ICL)를 삽입하는 이 사건 안내렌즈삽입수술을 시행하였다.

(2) 피고는 안내렌즈삽입수술 직후 번쩍임을 호소하였고, 2007. 1. 3. 사물이 왜곡되고, 찌그러져 보이는 등 불편을 호소하자 원고는 2007. 1. 3. 피고에게 삽입한 렌즈의 축을 돌리는 난시축 교정술을 시행하였다.

(3) 그 후에도 피고가 위와 같은 증세를 호소함에 따라 원고는 2007. 1. 5. 황반부 정밀검사를 하였는데, 그 결과 피고의 우안에 황반원공이 발견되어 삽입된 안내렌즈를 제거하였다.

(4) 피고가 호소한 증상인 번쩍임(광시증), 도형이 찌그러진 모양으로 보임(변형시)등은 망막 이상 특히 황반부에 발생 가능한 질환들(황반원공, 망막전막 등)이 있는 경우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다.

(5) 2007. 1. 5. 피고의 우안에서 발견된 황반원공은 그 크기가 상당히 크고, 주변 테두리가 불규칙한 형태이다.

(6) 황반원공이 외상에 의하여 발생하는 경우 수일 내에 발생할 수 있고, 안내렌즈 삽입수술은 수술과 관련된 물리적 힘에 의해서 황반원공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7) 이 사건 안내렌즈삽입수술 당시, 근시 환자에서 안내렌즈삽입수술 이후 발생한 황반원공에 관한 보고는 없었으나, 라식수술 이후 발생한 황반원공에 관한 논문(2005년 발표) 및 일반적인 백내장수술 이후 발생한 황반원공에 관한 논문(2001년 발표)은 있었다. 위 논문을 근거로 할 때 라식수술 후 황반원공의 발생시기는 1개월 이후이고, 백내장수술 이후 황반원공의 발생시기는 2~8일인데, 안내렌즈 삽입수술이 백내장수술과 수술기법이 유사하다고 본다면 안내렌즈삽입수술 후 2~3일 뒤 황반원공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다. 그러나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원고의 수술상 과실을 추정한 원심의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원심이 인정한 사실과 제1심 및 원심이 채택한 증거에 의하면, 황반원공은 나이가 든 환자에서 특발성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지만, 고도근시가 있는 사람에게서는 망막조직이 약화되어 별다른 외상이 없이도 황반원공, 망막박리 등의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는 사실, 피고는 이 사건 안내렌즈삽입수술 전에 고도근시 및 난시가 있는 상태였던 사실, 외부 충격에 의해 황반원공이 발생한 사례는 대체로 심한 정도의 충격이 있었던 사실, 라식수술 또는 백내장수술 이후 발생한 황반원공에 관한 논문에는, 황반원공이 수술상 과실로 볼 사정과 관련되어 있다는 언급은 없으며, 오히려 라식수술 후 발생한 황반원공의 경우 황반원공의 발생시기는 평균 12.1개월로써 수술과는 상당한 시간적 간격이 있는 사실, 황반원공의 모양으로 황반원공의 발생원인을 구별하기는 어려운 사실, 제1심법원의 전문심리위원, 원심법원의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장, 삼성서울병원장 등에 대한 사실조회에서는, 난시교정용 안내렌즈삽입수술이나 난시축 교정시술은 수정체 앞쪽의 전안부에 국한된 시술이기 때문에 유리체나 황반부위에 영향을 끼치거나 일반적으로 황반원공의 발생기전으로 주장되고 있는 유리체망막견인을 일으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회신한 사실, 이 사건 안내렌즈삽입수술과정이 녹화된 동영상을 조사한 제1심법원의 신체감정의는, 안내렌즈삽입수술 시술과정에 있어서 비표준적 의료행위로 평가될 수 있는 부분은 없다고 회신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위와 같은 사정들에 의하면 우선, 피고의 우안에서 발견된 황반원공의 크기가 상당히 크고 주변 테두리가 불규칙한 형태라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황반원공의 크기 및 형태가 수술상 과실과 연관되어 있다는 아무런 자료가 없는 이상 위와 같은 황반원공의 크기 및 형태에 의하여 의료과실의 존재를 추정할 수는 없다.

그리고 이 사건 안내렌즈삽입수술은 안구의 앞부분을 절개하여 렌즈를 삽입하는 수술이므로, 수술과정에서 안구의 뒷부분에 있으면서 별다른 문제가 없던 망막에 황반원공을 만들 정도의 심한 충격을 준다고 생각하기는 어려울뿐더러 매우 미세한 충격이 가해져 수정체와 유리체가 약간 앞으로 이동되면서 유리체 파동이 생겨 황반원공이 발생하였다면, 황반원공은 의료과실에 의하여 발생한 것이라기보다 이 사건 안내렌즈삽입수술상 불가피한 것으로 볼 여지가 많다.

그 밖에 원심이 들고 있는 나머지 간접사실들은 이 사건 안내렌즈삽입수술과 황반원공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할 수 있는 사정은 될지언정 더 나아가 피고의 황반원공이 원고의 과실에 기한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을 정도의 개연성을 갖춘 사정들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와 같은 이 사건 안내렌즈삽입수술의 내용, 황반원공의 병태생리, 고도근시 등 피고의 상태 등을 고려할 때, 원심으로서는 원고가 이 사건 안내렌즈삽입수술에서 한 조치 이외에 황반원공의 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방법이 있는지 등에 관하여 심리하지도 아니한 채 막연히 원고가 이 사건 안내렌즈삽입수술을 하면서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과실을 추정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원심은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는 사정들을 가지고 막연하게 원고의 과실을 추정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으므로, 원심판결에는 의료사고에 있어서 과실의 추정에 관한 법리오해 등으로 인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2. 설명의무 위반의 점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의사는 환자에게 수술 등 침습을 가하는 과정 및 그 후에 나쁜 결과 발생의 개연성이 있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 또는 사망 등의 중대한 결과 발생이 예측되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 응급환자라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진료계약상의 의무 내지 침습 등에 대한 승낙을 얻기 위한 전제로서 환자나 그 법정대리인에게 질병의 증상, 치료방법의 내용 및 필요성, 발생이 예상되는 위험 등에 관하여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추어 상당하다고 생각되는 사항을 설명하여 환자가 그 필요성이나 위험성을 충분히 비교해 보고 그 의료행위를 받을 것인가의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할 의무가 있다. 의사의 설명의무는 의료행위에 따르는 후유증이나 부작용 등의 위험 발생 가능성이 희소하다는 사정만으로 면제될 수 없고, 후유증이나 부작용이 당해 치료행위에 전형적으로 발생하는 위험이거나 회복할 수 없는 중대한 것인 경우에는 그 발생가능성의 희소성에도 불구하고 설명의 대상이 된다 ( 대법원 1995. 1. 20. 선고 94다3421 판결 , 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5다5867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원심판결 이유를 살펴보면, 의사인 원고에게는 안내렌즈삽입수술의 위험성으로 황반원공이 발생할 가능성을 설명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였고, 피고의 황반원공은 이 사건 안내렌즈삽입수술로 인하여 발생하였다는 원심의 판단은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설명의무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다만 이 사건에서 원심은 원고의 수술상 과실과 설명의무 위반의 점을 모두 포괄하여 단일한 위자료를 산정하였음이 분명하고,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의 수술상 과실에 관한 원심판단에 잘못이 있어 그로 인한 재산적 손해 및 위자료 부분을 파기하는 이상, 원고의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위자료 부분도 그대로 유지될 수 없어 결국 원심판결 중 원고 패소 부분 전부를 파기하지 않을 수 없다.

3. 결론

원심판결 중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상훈(재판장) 신영철 김용덕 김소영(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