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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7. 7. 11. 선고 97도1082 판결

[공문서위조·위조공문서행사·허위공문서작성·허위작성공문서행사][공1997.9.1.(41),2580]

판시사항

대리인의 신청에 의한 인감증명을 본인 신청에 의한 것으로 기재 발급한 경우의 죄책(=허위공문서작성죄)

판결요지

인감증명서 발급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이 발급을 신청한 본인이 직접 출두한 바 없음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직접 신청하여 발급받은 것처럼 인감증명서에 기재하였다면, 이는 공문서위조죄가 아닌 허위공문서작성죄를 구성한다.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변호사 이주영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창원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공문서위조 및 그 행사의 점에 대하여

인감증명서 발급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이 발급을 신청한 본인이 직접 출두한 바 없음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직접 신청하여 발급받은 것처럼 인감증명서에 기재하였다면, 이는 공문서위조죄가 아닌 허위공문서작성죄를 구성한다 할 것이다( 대법원 1985. 6. 25. 선고 85도758 판결 , 1992. 10. 13. 선고 92도2060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고인이 1990년경부터 1991년경까지 사이에 김해군청(현재는 김해시청) 산하 사무소에서 호병계 소속 직원으로 근무하던 중 원심 공동피고인와 공모하여 공문서인 면장 명의의 공소외 최동만에 대한 판시 각 인감증명서를 위조하여 행사하였다는 공소사실에 대하여, 그 증명이 있다고 하여 이를 공문서위조죄와 그 행사죄의 공동정범으로 의율, 처단하였다.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이 면사무소의 호병계 소속 직원(차석)으로 근무하면서 병사관계 업무와 면장 명의의 제증명발급 등의 업무를 담당하던 중 그 면사무소 산업계에 근무하는 동료직원인 원심 공동피고인의 부탁을 받고 그 용도를 '대출보증용' 또는 '대출용'으로 하여 세 차례에 걸쳐 최동만 본인이 나오지 아니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그 본인이 직접 출두하여 신청한 것처럼 인감증명서 상단의 본인, 대리인 여부란의 본인란에 ○표를 하는 방법으로, 면장 명의의 최동만에 대한 인감증명서를 각 발급한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피고인이 본인인 최동만에게 그 발급신청의 의사가 없음을 알고도 원심 공동피고인와 사이에 위와 같은 방법으로 인감증명서를 각 위조하기로 공모하였다는 점에 관하여는 피고인이 제1심 법정에서 이를 시인하는 듯한 취지의 진술을 한 바 있으나, 이는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공소사실에 대한 자백으로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며, 오히려 피고인의 제1심 법정에서의 다른 진술 부분과 경찰, 검찰, 원심 법정에서의 각 진술 및 원심 공동피고인의 검찰에서의 일부 진술 등에 의하면, 피고인은, 원심 공동피고인로부터 자신이 최동만의 인감증명서 발급을 위임받았으니 최동만 본인이 직접 신청한 것처럼 인감증명서를 발급하여 달라는 부탁을 받고, 그 본인이 출두하지 아니하였음을 이유로 이를 거절하다가 "본인이 허락하지 않았으면 어떻게 내가 인감도장을 가지고 있겠느냐.", "문제가 있으면 내가 책임을 지겠다."는 등으로 계속 부탁하는 동료직원의 청을 거절하지 못한 채, 원심 공동피고인가 최동만으로부터 인감증명서의 발급신청을 위임받은 것으로 믿고 단지 최동만 본인이 출두하지 아니하였지만 그 본인이 직접 신청한 것처럼 편의를 보아준다는 생각으로 위와 같이 인감증명서를 각 발급하였던 사실, 피고인이 이로 인하여 아무런 대가나 이익도 얻지 아니하였던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사정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위의 각 인감증명서 발급에 관하여 피고인에게는 공문서위조의 범의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대리인의 신청에 의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직접 신청에 의한 것처럼 인감증명서를 발급한 데 대한 허위공문서 작성의 범의만 있었다 할 것이고, 따라서 원심판결에는 채증법칙을 위배하거나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 인하여 사실을 오인하거나 인감증명서의 허위발급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할 것이다. 상고이유 중 이 점을 지적하는 부분은 이유 있다.

2. 허위공문서작성 및 그 행사의 점에 대하여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의 채용 증거들을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이 그 판시와 같이 인감증명 발급대장에 각 허위의 기재를 하여 이를 행사한 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조치는 정당하고, 거기에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공문서위조죄와 이를 전제로 하는 그 행사죄에 대한 부분은 파기를 면하지 못할 것인바, 원심판결은 그 각 죄와 나머지 허위공문서작성죄 및 그 행사죄를 형법 제37조 전단 의 경합범으로 의율, 처단하였으므로, 원심판결 전부를 파기하여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지창권(재판장) 천경송 신성택 송진훈(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