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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3. 11. 9. 선고 93누8283 판결

[도시계획시설사업중지해지신청거부처분취소][공1994.1.1.(959),97]

판시사항

전기공급설비사업중지지시의 해지를 구할 법규상 또는 조리상 권리가 없으므로 해지 요청을 거부한 처분이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전기공급설비사업중지지시의 해지를 구할 법규상 또는 조리상 권리가 없으므로 해지 요청을 거부한 처분이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

지 않는다고 한 사례.

원고, 상고인

쌍용제지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상규

피고, 피상고인

오산시장 소송대리인 변호사 윤상목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보충상고이유서는 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나서 제출된 것이므로 상고이유서에 기재된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안에서 본다.

1. 원심이 확정한 이 사건 처분의 경위는 다음과 같다.

가. 원고는 지류의 제조 및 판매업을 영위하는 업체로서 오산시 청학동에 있는 원고의 오산공장에서 한국전력주식회사 오산변전소로부터 22.9KV로 전기를 공급받아 왔으나 전기사용량의 증가로 위 전압으로는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전기공급이 어렵게 되자 154KV로 승압하기로 하고 이를 위하여 새로이 선로를 건설하기로 계획을 세우고 오산시 가수동, 청학동에 송전철탑설치부지를 매수한 후, 피고에게 위 토지상에 높이 35.05m, 폭 9.4m의 송전철탑 4개를 설치하고 그 철탑사이에 송전선을 가설하는 도시계획시설사업(전기공급시설, 이하 이 사건 사업이라고 한다) 시행허가를 신청하였다.

나. 피고는 1991.8.30. 원고에게 도시계획법(1991.12.14. 법률 제442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24조 에 의거하여 송전철탑설치로 인한 선하부지(선하부지) 소유자의 동의 및 승낙서를 이 사건 사업준공 이전까지 제출할 것과 송전철탑설치로 인한 인근 및 제3자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조치하여야 하며 피해발생시는 이 사건 사업시행자가 전담 해결하여야 한다는 등의 조건을 붙여 원고를 사업시행자로 한 전기공급설비사업시행허가를 하였다.

다. 원고는 위 허가와 동시에 공사에 착수하여 오산공장내 변전소시설 및 철탑 5개를 모두 완성하고, 이어 변전소시설과 4, 3, 2, 1번 철탑까지 송전선을 차례로 가설한 다음, 4번 철탑과 5번 철탑사이의 송전선을 가설하기 위하여 송전선을 지상에 늘어뜨려 놓는 등 공사를 진행시켰는데, 피고는 1991.10.14. 원고에게 이 사건 사업시행중 선하지(선하지) 소유자 및 이해관계인으로부터 피해보상 및 사전 협의를 요구하는 민원이 있다는 이유로 위 사업의 중지를 지시를 하였다.

라. 원고는 1991.10.26. 피고에게 공사중지로 인한 원고의 피해 및 국가적인 손실도 크고 아직까지 준공일도 남아 있어 민원인과 적극적으로 협상하여 원만히 해결할 터이니 위 중지지시를 철회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고, 이에 대하여 피고는 같은 해 11.7. 위 사업시행허가당시 부여된 조건은 사업시행도중 민원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부여된 것이라는 이유로 위 철회요청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취지의 회신을 하였으며, 원고는 다시 1992.5.6. 피고에게 위 중지지시의 해지를 요청하고 피고는 같은 해 5.14. 이를 거부하는 회신을 하였다.

2. 사업시행중지지시처분 무효확인청구부분에 대하여

가.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의 원고에 대한 1991.10.14.자 사업시행중지지시(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고 한다)는 원고가 당초 이 사건 사업시행허가시 붙여진 조건을 위반하였다는 것을 근거로 하고 있으나 원고로서는 그 조건에 위반하지 아니하였으므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피고 자신이 붙인 조건이 성취되지 아니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행하여진 것이어서 당연무효라는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원고가 당초 이 사건 사업시행허가에 부가된 조건(부담)을 이행하지 아니한 데 근거를 둔 것이 아니라 위 사업시행 후의 민원의 야기 등 사정의 변경으로 인하여 그 사업의 계속시행이 현저히 공익을 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에 도시계획법 제78조에 근거하여 중지를 명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는 이유로 원고의 위 주장은 그 전제가 잘못되어 이유 없다고 판단하였다.

나. 기록을 살펴보면 이 사건 처분(갑 제2호증)의 이유가 선하지 소유자 및 이해관계인으로부터 피해보상 및 사전협의를 요구하는 민원이 있어 공사중지지시를 한다고 되어 있어 그 내용이 사업시행허가시 붙인 부담의 내용과 일치하고, 그 지시사항에도 사업시행 허가조건을 이행하라고 되어 있으며, 피고의 원고에 대한 사업중지철회요청회신(갑 제4호증)에도 허가 당시에 부여된 조건은 민원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부여된 것이라고 하고 있고, 피고의 이 사건 처분 어디에도 "도시계획법 제78조" 또는 "공익목적"에 근거하여 이루어진다고 표현하고 있지 않고, 또 몇명의 선하지 소유자가 보상문제와 관련하여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고 하여 그것이 곧 현저히 공익을 해할 우려가 있다고까지 볼 수는 없다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이 사건 처분을 한 것은 사정변경으로 이 사건 사업의 계속시행이 현저히 공익을 해할 우려가 있음을 이유로 도시계획법 제78조에 근거하여 한 것이 아니라, 선하지 소유자 및 이해관계인들이 피해보상 및 사전협의를 요구하는 민원을 제기한 것이 사업시행허가시 붙인 부관상의 부담을 위반하였음을 이유로 그 부관에 근거하여 이루어진 것이라고 볼 것이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한 원심의 판단은 이 사건 처분의 근거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3. 그러나 원심은 나아가 / 가사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이 원고주장과 같이 이 사건 사업시행허가시 부가된 조건이 성취되지 아니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행하여진 것이라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중대하고도 명백한 흠이 있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원심이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피고는 1991. 8. 30. 원고에게 이 사건 사업시행허가를 함에 있어 송전탑설치로 인한 선하지 소유자의 동의 및 승낙서를 이 사건 사업준공 이전까지 제출할 것과 송전탑 설치로 인한 인근 및 제3자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조치하여야 하며 피해발생시는 이 사건 사업시행자가 전담 해결하여야 한다는 등의 조건을 부가하였는데 원고는 이 사건 송전탑 사이의 선하지 소유자인 소외 1, 소외 2 등과 보상협의도 이루어지지 아니한 상태에서 무단히 선하지에 도로를 개설하고 산림을 훼손하였으며 철조망을 절단하거나 푯말을 제거하고 전선가설사업을 시행하므로 위 소유자들은 원고의 이 사건 사업시행으로 인해 그들의 사유재산권이 무단히 침해된다는 이유를 들어 피고에게 이 사건 사업시행 중지 또는 피해보상과 사전협의를 요구하는 등의 민원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는 것이고, 위 사업시행허가(갑 제1호증)에는 원고가 위와 같은 조건(부담)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는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는 유보조항이 있음을 알 수 있고, 피고는 원고의 위와 같은 민원유발행위는 위 사업시행허가시에 부가한 부관상의 부담을 위반한 것이라는 이유로 그 민원해결시까지 이 사건 사업의 시행중지를 명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임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은 바, 위와 같은 부담의 의미는 사업을 시행하는 원고로서는 선하지 소유자를 포함한 모든 이해관계인들과 토지사용 및 그 보상문제 등에 관해 협의를 하여 민원이 야기되지 않도록 하여 그 사업을 시행하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여져 원고가 위와 같이 선하지 소유자와 보상협의를 제대로 진행하지도 아니하고 그 토지를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그들로 하여금 공사중지 및 적절한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민원을 야기하게 한 것은 위의 부담에 위반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이고, 따라서 피고가 위 부관상의 취소권 유보조항에 의거하여 그 허가취소보다 가벼운 위 민원해결시까지의 사업시행중지지시처분을 한 것에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을 것이고, 더욱이 그러한 처분이 원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있는 당연무효의 처분이라고는 할 수는 없을 것이다.

4. 그렇다면 원심이 피고가 이 사건 처분의 근거를 도시계획법 제78조 에 두었다고 본 것은 잘못이라 하겠으나 이 사건 처분이 무효가 아니라고 본 부가적 판단은 정당하므로, 원심의 위와 같은 잘못은 이 사건 결과에 영향이 없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논지는 이유 없음에 돌아간다.

사업시행중지지시 해지요청 거부처분에 대하여

1. 행정청이 국민의 신청에 대하여 한 거부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 되기 위해서는 국민이 그 신청에 따른 행정행위를 해 줄 것을 요구할 수 있는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권리가 있어야 하고, 이러한 권리에 의하지 아니한 국민의 신청에 대하여는 행정청이 이를 받아들이지 아니하고 거부한 경우에 이로 인하여 신청인의 권리나 법적이익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므로 그 거부행위를 가리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라고 할 수는 없다( 당원 1990.9.28. 선고 89누8101 판결 ; 1991.2.26. 선고 90누5597 판결 등 참조).

2. 위와 같은 취지에서 원심이, 원고가 피고의 1991.10.14.자 사업시행중지지시로 인해 그가 입는 손해의 막대함을 내세우며 피고에게 그 중지지시처분의 해지를 요청한 데 대하여, 위 중지지시처분은 당연무효의 처분이 아니고 또 쟁송에 의해 취소할 수도 없게 된 이상 이는 유효하고, 피고의 1992. 5. 14.자 회신은 원고가 한 위의 해지요청에 대한 피고의 답변을 알리기 위한 것일 뿐 피고가 이를 받아들여 구체적인 조치를 취할 것인지 여부는 피고의 재량에 속하게 되어 원고로서는 그 해지를 구할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권리가 없다는 이유로 그 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부분은 부적법하다 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고 할 것이다.

3. 논지는 위 중지지시처분이 쟁송에 의해 다툴 수 없게 되었다 하더라도 그 처분이 위법한 이상 피고로서는 조리상으로나마 사후에라도 그 위법성을 시정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것이어서 원고는 피고에게 그 시정을 위한 청구를 할 권리가 있다는 취지의 주장이나, 이는 독자적 견해일 뿐 아니라 위에서 본바에 의하면 위 사업중지지시처분이 당초부터 위법한 것이라고 볼 수도 없으므로, 받아들일 수 없다.

물론 원고가 피고의 사업시행중지지시 후 그 원인된 사유가 해소되었음을 로 이 사건 사업권리에 의거하여 한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나, 원심이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에서는 그렇게 볼 수가 없다. 논지도 이유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석수(재판장) 배만운(주심) 정귀호

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1993.2.26.선고 92구176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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