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연구개발사업참여제한처분취소] 항소[각공2005.5.10.(21),780]
[1]해양수산부장관의 국가연구개발사업 참여제한처분이 항고소송의 대상인 행정처분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2] 구 국가연구개발사업의관리등에관한규정 제20조 가 모법인 구 과학기술기본법 제11조 의 위임범위와 한계를 벗어난 무효의 규정인지 여부(적극)
[1]행정청이 행정계약에 의하여 행정목적을 수행하는 경우에 행정청이 계약조항을 근거로 계약 상대방에 대하여 계약내용의 변경을 거부하거나 해약 등의 조치를 할 수 있음은 당연하다 하더라도, 해양수산부장관의 국가연구개발사업 참여제한은 모든 중앙행정기관에 대하여 이른바 '발주차단' 내지 '발주봉쇄' 등을 행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이는 행정청의 사인에 대한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하기 때문에 사법관계의 규율 대상이 아니라 이른바 '법률유보'의 원칙상 법률 또는 하위법령에 명시적인 근거를 가지지 않으면 안 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기술개발협약에 있어서 해양수산부장관은 협약의 당사자가 아닐뿐더러 국가연구개발사업 참여제한처분을 함에 있어서도 위 협약이 아니라 구 국가연구개발사업의관리등에관한규정(2004. 12. 3. 대통령령 제1859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0조 를 처분의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 점 등을 보더라도 국가연구개발사업 참여제한처분은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
[2] 구 과학기술기본법(2004. 1. 29. 법률 제715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1조 는 그 문언의 내용 및 형식에 비추어 볼 때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기획·평가 및 관리 등에 관한 원칙과 기준'의 설정에 대해서는 이를 대통령령에서 정하도록 위임하였으나 강학상 침익적 행정처분인 국가연구개발사업의 참여제한 등에 대해서도 그러한 위임을 하였다고 볼 수 없는 점, 이른바 '행정조달계약'의 입찰참가자격제한과 관련하여 국가를당사자로하는계약에관한법률 제27조 제1항 이 "각 중앙관서의 장은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경쟁의 공정한 집행 또는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칠 염려가 있거나 기타 입찰에 참가시키는 것이 부적합하다고 인정되는 자에 대하여서는 일정 기간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여야 하며, 이를 다른 중앙관서의 장에게 통보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법률에 참가자격제한 제한조치를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있는 점 및 위임명령에 관한 판단 기준 등에 비추어 볼 때, 결국 구 국가연구개발사업의관리등에관한규정(2004. 12. 3. 대통령령 제1859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0조 는 모법의 위임범위와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서 무효라고 봄이 상당하다.
김기수 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하종면)
해양수산부장관
2005. 2. 24.
1. 피고가 2003. 11. 17. 원고들에게 한 국가연구개발사업참여를 2년간 제한한다는 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주문과 같다.
1. 기초사실
가. 원고 주식회사 아이세스(이하 '원고 아이세스'라 한다)는 토목·건축 계측 및 환경재료의 제조·서비스업을 영위하는 벤처기업이고, 원고 김기수는 원고 아이세스의 대표이사이다. 피고는 과학기술기본법, 중소기업기술혁신촉진법에 의한 국가연구개발사업 및 중소기업기술혁신지원사업 등을 시행하는 중앙행정기관이고, 소외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하 '개발원'이라 한다)은 위 사업 중 해양수산분야 중소·벤처기업의 기술개발 지원사업의 효율적 수행을 위하여 피고에 의하여 위탁관리기관으로 지정된 공법인이다.
나. 원고 아이세스는 2002. 7. 23. 개발원과 사이에 원고 아이세스가 수행하려는 '마이크로캡슐을 이용한 친수 기능성 항만콘크리트 개발'사업(이하 '이 사건 기술개발사업'이라 한다)에 대하여 제1차 협약기간(2002. 7. 23.2003. 6. 30.) 동안 정부출연 기술개발자금 60,000,000원을 개발원으로부터 지원받기로 하는 기술개발협약(이하 '이 사건 협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원고는 위 개발자금을 지원받는 대가로 이 사건 기술개발사업을 계획서에 따라 성실히 수행하기로 하였는데, 이 사건 기술개발사업의 목표는 '기능성물질 선정 및 캡슐화 기술 개발'이고 그 구체적인 내용은 ① 기능성 심물질(Core Material)의 선정 및 성능 검증, ② 대상구조물·해양생물별 기호·혐오물질 분석과 기능성물질의 캡슐화, ③ 캡슐화에 필요한 외벽물질(Wall Material)의 선정 및 기본 화학적 특성 및 안정성 평가, ④ 기능성물질 캡슐의 종류 및 혼합비율에 따른 콘크리트 유동의 변화 특성, ⑤ 기능성물질 캡슐의 종류 및 혼합비율이 콘크리트의 역학 특성에 미치는 영향, ⑥ 기능성물질 확산규명 실험방법 제시와 확산 결과 모델링, ⑦ 캡슐물질의 성상, 외벽물질 종류, 두께 및 입자분포에 따른 확산성능 평가, ⑧ 기능성물질의 확산에 따른 항만콘크리트 내부에 잔존하는 물질함량 측정 및 계량화 등이었다.
다. (1) 원고 아이세스는 이 사건 협약서상 개발책임자로 지정되어 있는 이사 김종우를 이 사건 기술개발사업의 실질적인 총괄책임자로 하여 사업에 착수하였고, 2002. 12. 27. 이 사건 협약에 따라 개발원에 그 진도보고서를 제출하였다.
(2) 이에 대하여 개발원은 2003. 2. 19. '평가의견 : 적정하게 기술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되나 기술개발 중 도출되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사료됨, 평가 결과 : 양호, 현장조사 : 불필요'라는 내용의 진도평가 결과를 위 원고에게 통보하였다.
라. 개발원은 2003. 7. 25. 이 사건 기술개발사업에 대한 계속지원 여부를 결정하기 위하여 분야별 전문가 7인을 평가위원으로 선정하여 지난 1년간의 수행실적 및 다음 연도 사업계획 등을 평가하도록 하였다. 이들 평가위원들은 ① 1차 년도 개발목표 달성도(30점), ② 개발방법의 타당성(30점), ③ 다음 연도 개발계획의 적정성(40점) 등으로 구성된 3개의 평가항목 및 13개의 평가내용에 대하여 평가점수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평가하였는데, 원고 아이세스는 평가위원 전원으로부터 평가점수 60점 이상(평균 70.2점)을 받아 '계속과제, 제2차 협약대상'으로 판정받았다.
마. (1) 그런데 원고 김기수는 2003. 8. 14. 개발원에 대하여 이 사건 기술개발사업의 총괄책임자였던 위 김종우가 원고 회사를 퇴사(2003. 2. 28.자)하고 토목시설물 유지관리업무를 영위하는 주식회사 아이티맥스를 설립하였음을 이유로 이 사건 기술개발사업의 주관기업을 원고 아이세스에서 주식회사 아이티맥스로 변경하여 줄 것을 신청하였다.
(2) 이에 대하여 피고는 2003. 8. 27. 개발원에 원고들의 주관기업 변경신청을 불허하는 것이 적정하다고 통보하면서 ① 주관기업의 연구인력 이동 등 과제수행여건 변화, ② 위 2003. 7. 25.자 평가시 제시된 보완의견에 대한 면밀한 검토 등을 하여 과제의 효율적 관리를 위한 조치를 강구하라고 지시하였다.
(3) 개발원은 2003. 9. 23. 위 지시에 따라 원고 아이세스에게 주관기업변경 승인 불허를 통보함과 아울러 위 주관기업변경 요청 및 연차평가 결과를 검토한 결과, 해양수산중소·벤처기업기술개발지원사업관리규정 제22조 소정의 '주관기업이 지원사업을 수행할 수 없는 협약해약의 중대한 사유'가 발생한 것으로 판단되니 이 사건 협약의 해약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통보하였다.
(4) 원고들은 2003. 10. 1. 피고 및 개발원에 대하여 주관기업변경 승인 불허는 수용할 수 있으나 이 사건 협약 자체를 해약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이의를 제기하였다.
(5) 이에 개발원은 2003. 10. 15. 분야별 전문가 7인을 평가위원으로 선정하여 이 사건 기술개발사업의 계속 지원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재평가를 실시하도록 하였다. 평가방법은 평가위원 각자가 ① 계획대비 목표달성 가능성, ② 연구방향의 적정성, ③ 기술적 성공 가능성, ④ 사업적 성공 가능성 등의 평가항목에 대한 심사의견 및 종합의견을 제출하는 방식으로 하고, 평가위원의 과반수가 '중단' 의견을 제출할 때에는 이 사건 개발사업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기로 결정하는 것이었다. 평가위원들의 재평가의견(종합의견)은 다음과 같다.
○ 김규용 : 캡슐이용에 대한 아이디어는 선진적이나, 해양환경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사업성이 낮음(중단)
○ 박상준 : 결과 도출에 따른 상품화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됨(중단)
○ 지남용 : 해양환경, 구조물의 안정성 등에 대한 대안이 제시된 후 사업의 목적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음(중단)
○ 송하영 : 아이디어는 적절하나, 항만콘크리트에 적용하기에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함(중단)
○ 한상훈 : 연구개발 아이디어는 참신하나, 현실적으로 단기간에 상용화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으로 사료됨(중단)
○ 이세현 : 세부적인 기술검증이 미비하고, 연구범위가 너무 광범위함(중단)
○ 함동석 : 장기적 관점에서 먼저 R&D; 수준에서 핵심기술개발을 확보한 다음, 기업을 통해 실용화하는 방안이 바람직함(중단)
바. (1) 개발원은 2003. 10. 20. 위 재평가 결과를 근거로 피고에게 이 사건 협약의 해약을 승인하여 줄 것을 요청하여 2003. 11. 3. 그 승인을 얻었다.
(2) 그런데 피고는 2003. 11. 17. 이 사건 기술개발사업은 국가연구개발사업의관리등에관한규정(2004. 12. 3. 대통령령 제1859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연구개발사업관리규정'이라고만 한다) 제20조 제1항 제1호 소정의 '연구개발의 결과가 극히 불량한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원고들에 대하여 2년간(2003. 11. 18.2005. 11. 17.) 국가연구개발사업참여를 제한하는 제재를 가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개발원에 통보하는 한편 이러한 사실을 재정경제부, 교육인적자원부, 국방부, 행정자치부, 과학기술부, 문화관광부, 농림부, 산업자원부, 정보통신부, 보건복지부 등 각 중앙행정기관에 통보하였다(이하 위 제재 결정 및 중앙행정기관에 대한 통보를 합하여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3) 개발원은 2003. 11. 19. 이 사건 처분을 원고들에게 통보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고들은 2003. 11. 26. 피고에게 이 사건 기술개발사업 재평가 결과 및 이 사건 처분에 대한 이의 제기 및 재심청구를 하였으나, 피고는 2003. 12. 15. 이를 기각하는 결정을 하였다.
사. 이 사건 변론에서 이 법원은 사단법인 한국콘크리트학회가 추천한 감정인들로 하여금 이 사건 기술개발사업과 관련하여 ① 과제협약시 제시된 중간개발목표가 달성되었으며, 중간성과의 질적 수준, ② 중간개발 결과를 참고할 때 향후 성공 가능성, ③ 당초의 연구범위를 준수하고 있는지 여부, ④ 사전에 수립된 전략대로 실행되었는지 및 전략추진은 융통성 있게 이루어졌는지, ⑤ 연구계획은 어느 정도로 지켜졌는지, ⑥ 기술개발비는 계획대로 집행되었는지, ⑦ 연구기자재는 계획대로 확보되었으며 연구인력구성은 계획대로 투입되었는지, ⑧ 기술개발과 관련된 환경변화를 적극적으로 감지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하였는지 등에 대한 감정을 하도록 하였다.
감정인들은 위 평가항목 1항에 대해서는 이를 다시 ① 기능성 심물질의 선정 및 성능 검증, ② 대상구조물·해양생물별 기호 또는 혐오 물질분석과 기능성물질의 캡슐화, ③ 캡슐화에 필요한 외벽물질의 선정 및 기본 화학적 특성 및 안정성 평가, ④ 기능성물질 캡슐의 종류 및 혼합비율에 따른 콘크리트 유동의 변화특성, ⑤ 기능성물질 캡슐의 종류 및 혼합비율이 콘크리트의 역학 특성에 미치는 영향, ⑥ 기능성물질 확산규명 실험방법 제시와 확산 결과 모델링, ⑦ 캡슐물질의 성상, 외벽물질 종류, 두께 및 입자분포에 따른 확산성능 평가, ⑧ 기능성물질의 확산에 따른 항만콘크리트 내부에 잔존하는 물질함량 측정 및 계량화 등으로 세분하여 검토한 후 100점을 만점으로 평가한 결과, 종합의견으로서 '마이크로캡슐이라는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이의 실용화를 위한 연구를 수행하였으며, 전반적으로 연구가 계획에 따라 적정하게 수행된 것으로 판단됨. 감정인들이 유사 정부연구과제의 평가에 참여할 때의 기준으로 평가할 때 보통과 우수 사이의 평가(75/100)가 합당하다고 판단함'이라는 감정의견서를 제출하였다.
[인정 증거] 갑 제1 내지 6, 10 내지 19호증, 제20호증의 1 내지 7, 을가 제1 내지 8호증, 을나 제1 내지 26, 28호증의 각 기재, 증인 김은겸, 김규용의 각 증언, 이 법원의 사단법인 한국콘크리트학회에 대한 감정 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배척 증거] 증인 김규용의 일부 증언
2.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들의 주장
(1) 피고가 이 사건 처분의 근거로 삼은 연구개발사업관리규정 제20조 (이하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이라고만 한다)는 모법인 과학기술기본법에서 위임하지 아니한 연구책임자, 연구기관 또는 참여기업 등에 대한 국가연구개발사업의 참여 제한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는 무효이고 따라서 이에 근거하여 이루어진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2) 가사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이 유효하다 하더라도 피고로서는 이 사건 기술개발사업의 연구개발 결과가 극히 불량하다고 볼 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처분을 하였으므로 이는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을 범한 것이다.
(3) 이 사건 처분은 원고들의 권익을 제한하는 중대한 처분이므로 행정절차법상 그 처분서는 문서로 작성되어야 하고 이를 상대방인 원고들에게 송달하여야 함에도 피고는 이러한 절차를 위배하였다.
나. 관련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다. 판 단
(1)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이 무효인지 여부
(가) 판단 기준
위임명령은 법률이나 상위명령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한 개별적인 위임이 있을 때에 가능하고, 여기에서 구체적인 위임의 범위는 규제하고자 하는 대상의 종류와 성격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어서 일률적 기준을 정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위임명령에 규정될 내용 및 범위의 기본사항이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어서 누구라도 당해 법률로부터 위임명령에 규정될 내용의 대강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하나, 이 경우 그 예측가능성의 유무는 당해 위임조항 하나만을 가지고 판단할 것이 아니라 그 위임조항이 속한 법률의 전반적인 체계와 취지·목적, 당해 위임조항의 규정형식과 내용 및 관련 법규를 유기적·체계적으로 종합 판단하여야 하며, 나아가 각 규제 대상의 성질에 따라 구체적·개별적으로 검토함을 요한다( 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3두7606 판결 참조).
(나) 구체적 검토
과학기술기본법 제11조 제3항 , 제4항 은 정부로 하여금 각 부처가 추진하는 국가연구개발사업을 긴밀히 연계하기 위하여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기획·평가 및 관리 등에 관한 원칙과 기준을 설정하도록 규정하는 한편, 그 원칙과 기준의 설정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근거하여 연구개발사업관리규정은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기획( 제3조 ), 연구개발과제의 선정( 제5조 ), 기술개발협약의 체결·변경·해약( 제79조 ), 연구개발비의 지급 및 관리( 제10조 ), 연구개발 결과의 평가 및 이에 따른 조치( 제13 14조 ), 연구개발에 따른 결과물의 소유( 제15조 ) 등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은 나아가 ① 중앙행정기관의 장으로 하여금 연구개발사업규정이 정한 기준을 반영한 협약에 따라 연구책임자 등에 대하여 국가연구개발사업에의 참여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제1항 ), ② 이 경우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그 제재조치를 관계 중앙행정기관 및 관련 기관에 통보하여야 하며( 제2항 ), ③ 이를 통보받은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제재조치를 받은 자에 대하여 협약이 정하는 바에 따라 참여를 제한할 수 있도록( 제3항 ) 규정하고 있는데, 과연 위 조항의 내용이 모법인 과학기술기본법 제11조 의 위임 범위와 한계를 벗어난 것인지 여부가 문제된다.
그런데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은 기술개발협약의 당사자인 중앙행정기관의 장으로 하여금 '협약에 따라' 국가연구개발사업에의 참여를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제재사항을 통보받은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 역시 '협약이 정하는 바에 따라' 그 참여를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는 형식을 취함으로써 위 조항은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사인과 기술개발협약을 체결할 때 그 협약의 내용에 포함시킬 수 있는 사항을 열거한 데에 불과하므로 결국, 모법의 위임 범위 내에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이러한 입장에서는 이 사건 사업참여제한 및 관계 중앙행정기관에 대한 통보 등의 조치는 행정청이 기술개발협약의 당사자의 지위에서 그 협약에서 정한 바에 따라 행하는 것으로서 사적 자치와 계약자유의 원칙 등 사법의 원리가 그대로 적용되어 결국 위 조치들은 행정청이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의 공권력의 행사, 그 밖에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으로서의 '처분'이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대법원 2001. 12. 11. 선고 2001다33604 판결 , 2002. 7. 11. 선고 2002구합10858 판결 등 참조). 그러나 행정청이 행정계약에 의하여 행정목적을 수행하는 경우에 행정청이 계약조항을 근거로 계약 상대방에 대하여 계약내용의 변경을 거부하거나 해약 등의 조치를 할 수 있음은 당연하다 하더라도, 이 사건 사업참여제한 등은 모든 중앙행정기관에 대하여 이른바 '발주차단' 내지 '발주봉쇄' 등을 행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이는 행정청의 사인에 대한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하기 때문에 사법관계의 규율 대상이 아니라 이른바 '법률유보'의 원칙상 법률 또는 하위법령에 명시적인 근거를 가지지 않으면 안 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 사건에서 피고는 협약의 당사자가 아닐뿐더러 이 사건 처분을 함에 있어서도 위 협약이 아니라 시행령 조항을 처분의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 점 등을 보더라도 이 사건 처분은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고, 피고는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을 근거로 처분을 하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므로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이 법률에서 위임한 범위 내에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 살펴보면, 과학기술기본법 제11조 는 그 문언의 내용 및 형식에 비추어 볼 때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기획·평가 및 관리 등에 관한 원칙과 기준'의 설정에 대해서는 이를 대통령령에서 정하도록 위임하였으나 강학상 침익적 행정처분인 국가연구개발사업의 참여제한 등에 대해서도 그러한 위임을 하였다고 볼 수 없는 점, 이른바 '행정조달계약'의 입찰참가자격제한과 관련하여 국가를당사자로하는계약에관한법률 제27조 제1항 이 "각 중앙관서의 장은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경쟁의 공정한 집행 또는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칠 염려가 있거나 기타 입찰에 참가시키는 것이 부적합하다고 인정되는 자에 대하여서는 일정 기간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여야 하며, 이를 다른 중앙관서의 장에게 통보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법률에 참가자격제한 제한조치를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있는 점 및 앞서 본 판단기준 등에 비추어 볼 때, 결국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은 모법의 위임범위와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서 무효라고 봄이 상당하다.
(2)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
가사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이 유효하다 하더라도, 위 인정과 같이, ① 개발원은 2003. 2. 19. 이 사건 기술개발사업의 진도보고서에 대하여 '양호'로 평가한 점, ② 개발원이 위 기술개발사업의 계속지원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2003. 7. 25. 시행한 연구실적평가에서 원고들이 평가위원 전원으로부터 평가점수 60점 이상을 받아 '계속과제, 제2차 협약대상' 판정을 받았던 점, ③ 피고가 이 사건 처분의 근거로 삼은 개발원의 2003. 10. 15.자 재평가 내용 자체를 보더라도 평가위원들은 이 사건 기술개발사업의 성공 가능성에 대한 의문 등을 이유로 계속지원 여부에 대하여 '중단' 의견을 제시한 것일 뿐, 위 기술개발사업이 '연구개발의 결과가 극히 불량한 경우'에 해당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은 아니라는 점, ④ 이 법원이 정한 감정인들의 의견에 의하면 이 사건 기술개발사업의 연구실적은 '보통과 우수 사이(75/100)'에 해당하는 것으로 평가되어진다는 점 등을 모두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처분은 이 사건 시행령 조항 제1항 제1호에 정한 요건을 갖추었다고 도저히 보기 어렵다.
(3) 소 결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은 무효인 이 사건 시행령 조항에 따라 행하여진 것이므로 위법하고, 가사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위 시행령 소정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으므로 피고가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였거나 남용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원고들의 나머지 주장에 대하여 살펴볼 것 없이 위법하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