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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서울북부지방법원 2007. 2. 15. 선고 2006노1392 판결

[저작권법위반][미간행]

피 고 인

피고인 1외 1

항 소 인

피고인들

검사

권상대

변 호 인

법무법인 로고스 담당변호사 강인원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들은 각 무죄.

이유

1. 피고인들의 항소이유의 요지

피고인들이 저작권법상의 출처명시의무를 위반하였다는 공소사실에 대하여, 업계 관행과 인용목적상 불가피하게 저작권자인 공소외 1 주식회사(대법원 판결의 공소외 주식회사)를 ‘A학원’으로 표시하였으므로 출처명시의무를 위반하지 아니하였고, 가사 위 의무를 위반하였다고 하더라도 제반 사정을 참작할 때 이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무죄가 선고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피고인들에게 유죄를 선고한 것은 채증법칙 위반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을 범한 것이다.

2. 이 사건 공소사실 및 원심의 판단

이 사건 공소사실은,

‘1. 피고인 1은 서울 노원구 (이하 생략) 소재 ○○학원의 ○○논술아카데미 원장으로 근무하는 자인바, 타인의 저작물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그 출처를 명시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2006. 5. 10.경 서울 노원구 하계동 소재 서울온천 웨딩홀에서 입시준비생 학부모들을 상대로 위 학원 수시 전략 설명회를 개최하기에 앞서, “ ◎◎◎?”라는 기출문제를 분석한 홍보용 책자에, 2000년 고려대 정시 논술문제로 출제된 겔렌과 아도르노의 주장에 관한 문제를 수록하면서, 공소외 1 주식회사에서 작성한 해제 및 예시 답안(이하 이 사건 해제라 한다)을 “A학원”이라고 표시하는 방법으로 그 내용을 인용한 후, 위 설명회에 참석한 100여명의 학부모들에게 위 책자를 배포하여 그 출처를 명시하지 않고 저작물을 이용하고,

2. 피고인 2 주식회사는 그 사용인인 피고인 1이 피고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1항 기재와 같은 위반행위를 하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저작권법 관련 조항의 해석상 저작재산권이 제한되어 공표된 저작물의 인용이 허용되는 경우라도 그 출처를 명시하여야 함이 명백한데, 피고인들이 출처를 명시하지 아니한 이상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며 유죄를 선고하였다.

3. 이 법원의 판단

가. 쟁점의 정리 및 저작권법의 해석

검사는, 피고인들이 이 사건 답안을 인용한 행위가 저작권법 제25조 , 즉 ‘공표된 저작물은 보도·비평·교육·연구 등을 위하여는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이를 인용할 수 있다’에 근거하여 저작권자인 공소외 1 주식회사의 동의 없이 할 수 있는 비평 목적의 정당한 인용행위임을 전제로 다만, 저작권법 제34조 에 따라 출처를 명시하여야 하는데 공소외 1 주식회사를 저작권자로 표시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기소를 한 것이다.

저작권법 제34조 는 ‘이 절의 규정에 의하여 저작물을 이용하는 자는 그 출처를 명시하여야 한다. 다만, 제24조 , 제26조 내지 제29조 제31조 의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한다( 제1항 ). 출처의 명시는 저작물의 이용 상황에 따라 합리적이라고 인정되는 방법으로 하여야 하며, 저작자의 실명 또는 이명이 표시된 저작물인 경우에는 그 실명 또는 이명을 명시하여야 한다( 제2항 ).’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이 사건 해제는 본래 공소외 1 주식회사의 실명이 표시된 학림논술아카데미 발행의 ‘ △△1’이라는 책자에 수록되어 있었으므로, 피고인들은 저작권법 제34조 제2항 후문에 따라 원칙적으로 저작권자의 실명인 ‘ 공소외 1 주식회사’를 출처로 표시하여야 하지 ‘A학원’으로 표시하여서는 아니 된다.

그런데 위 출처명시의무는 문화향상발전이라는 저작권법의 공익적 목적을 위하여 저작권자의 권리를 제한하여 타인의 저작물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되, 이용된 타인의 저작물과 자신의 저작물을 구별하고, 타인의 저작물이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됨을 표시하여 실효적으로 저작권을 보장하기 위한 취지이다. 따라서 이러한 규정 취지에 부합하는 출처의 표시방법을 택했다면 굳이 저작권법 제34조 제2항 후문의 ‘실명 또는 이명의 명시’로 한정하여 출처명시의무를 부과할 필요가 없다. 이러한 해석이 가능함은 출처명시의무의 연장선상에 있는 저작권법의 성명표시권( 제12조 제2항 )에 의하여도 뒷받침되는데, 위 규정 본문은 ‘저작물을 이용하는 자는 그 저작자의 특별한 의사표시가 없는 때에는 저작자가 그의 실명 또는 이명을 표시한 바에 따라 이를 표시하여야 한다’고 하면서도 단서에서 ‘다만, 저작물의 성질, 그 이용목적 또는 형태 등에 비추어 부득이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 한다’고 규정하여 표시방법을 완화하였고, 위 단서의 규정은 출처명시의무를 규정한 제34조 제2항 전문 ‘출처의 명시는 저작물의 이용 상황에 따라 합리적이라고 인정되는 방법으로 하여야 한다.’와도 같은 맥락에 있다고 보인다.

따라서 이러한 법리 하에 ‘A학원’이라는 표시가 ‘저작물의 성질, 그 이용목적( 제12조 제2항 단서)’, ‘저작물의 이용 상황( 제34조 제2항 전문)’ 등에 비추어 출처명시의무의 규정 취지에 맞는 적정한 표시방법이었는지 보기로 한다.

나. 기초사실의 인정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을 종합해보면 다음의 각 사실이 인정된다.

⑴ 고려대학교는 아놀드 겔렌과 테오도르 아도르노 사이의 제도에 관한 논쟁을 2000학년도 논술고사 문제로 출제하고 그 출제의도와 문제 해설을 공개했는데, 공소외 1 주식회사는 논술교육용 교재인 ‘ △△1’을 발행하면서 고려대학교가 공개한 위 문제와 출제의도, 문제 해설을 토대로 그 요지와 쟁점을 분석하는 방식으로 이 사건 해제를 위 교재에 게재하였다.

⑵ 피고인들은 ○○ 학원의 수시 전략 설명회를 개최하기에 앞서 ‘ ◎◎◎?’라는 홍보용 책자를 발간하였는데, 위 책자에는 ‘A학원의 잘못된 해설’이라는 제목 하에 공소외 1 주식회사의 이 사건 해제를 소개하면서 ‘학생 여러분이 잘못된 논제 해석으로 이끌려가도록 방치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이 사건 해제를 소개한다’, ‘근본적으로 제시문 자체에 대한 오독과 잘못된 논제해석으로 매듭짓고 있다’, ‘이러한 오독과 오류는 12개 문제 중 7개 문제가 오류로 일관되어 있다’, ‘이러한 오류는 비단 A학원 교재만의 문제가 아니다’, ‘비판 대상이 되는 필자(A학원)의 논박은 언제든지 환영하며 함께 논쟁과 담론의 공간을 창출하여 대한민국의 논술교육이 더욱 발전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는 등의 글을 서두에 실었다.

⑶ 피고인들이 위 홍보용 책자에 이 사건 해제를 게재한 방식은, 고려대학교의 문제를 제시한 다음, ‘A학원의 잘못된 해설’이라는 제목 하에 박스 안에 이 사건 해제를 게재하면서 일부 문장에 개요 번호를 표시하고, 그 아래에 각 개요 번호에 대하여 ‘독해의 불철저함 - 나아가 오독’, ‘모순되는 개념의 사용’, ‘어휘 선택의 부적절성 - 그 이유는 텍스트의 몰이해’, ‘논제해석의 편파성 - 논제를 무의식적으로 바꾸어 버림’ 등이란 제목을 달아 그 문장이 잘못되었음을 지적하고, 다시 ‘ ○○논술아카데미의 해설’이라는 제목으로 ○○ 학원의 해제를 게재한 것이다.

⑷ 한편 공소외 1 주식회사는 대학입시 논술과 관련하여 가장 유명한 대형학원 중 하나이며 공소외 1 주식회사가 발행한 △△1은 인지도가 높은 논술교재이다. 반면 ○○ 학원은 논술학원 시장에 진입한 지 얼마 되지 아니하였다.

⑸ 공소외 1 주식회사는 이 사건 해제의 인용과 관련하여 피고인들을 저작재산권 침해, 출처명시의무위반과 함께 명예훼손으로 고소하였으나, 출처명시의무만 기소가 되고 명예훼손 등은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 결정되었다.

다. ‘A학원’이라는 표시가 적정한 출처의 명시인지 여부

위 기초사실에 비추어 보면 다음과 같은 판단이 가능하다.

피고인들이 홍보용 책자에서 이 사건 해제를 인용한 방식이나 서두에 소개한 글의 취지 등을 보면, 피고인들은 인용된 이 사건 해제를 자신들의 저작물 부분과 구분하여 타인의 저작물로 명확하게 표시함으로써 이 사건 해제가 피고인들의 저작물과 혼동, 오인될 가능성을 배제하였는바, 이는 앞서 본 출처명시의무의 기본적인 취지에 부합한다. 또한 공소외 1 주식회사 내지 △△1의 인지도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해제가 비록 ‘A학원’의 것으로 표시되었다고 하더라도 공소외 1 주식회사가 이 사건 해제를 자신의 저작물로 주장하는데 전혀 장애를 겪을 것으로 보이지 아니하여 저작권의 실효적 보장이라는 출처명시의무의 취지에도 반하지 아니한다. 특히 피고인들은 타 학원을 비판하는 데 따른 명예훼손으로 인한 형사처벌 내지는 업계 내부의 공정, 신용에 대한 평판 하락을 우려하여 실명을 표시하지 않고 고육지책으로 'A학원‘으로 표시한 것으로 보이는바, 저작권법 제34조 제2항 전문, 제12조 제2항 단서에 규정된 ’저작물의 이용 상황‘이나 ’저작물의 성질, 그 이용목적‘ 등을 고려할 때 위와 같은 표시는 나름의 합리적 표시방법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A학원’이라는 표시는 실명 표시를 대신한 적정한 출처명시 방법이라 할 수 있으므로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함이 상당한데도, 출처가 명시되지 아니하였음을 전제로 유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에는 저작권법상의 출처명시의무 등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들의 항소논지는 이유 있다.

라. 사회상규에 위배되는지 여부

가사 ‘A학원’이라는 표시를 출처명시의무 위반이라고 하더라도, 앞서 본 인용의 목적과 동기, 표시 방법의 상당성, 이에 더하여 이 사건과 같은 비판과 그로 인한 신용훼손의 문제는 저작권법이 보호하는 법익목적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점, 이 사건 해제는 고려대학교의 문제와 출제 의도, 문제 해설을 요약, 쟁점 정리한 데 불과하여 그 창작성이 저작물성 인정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도에 그치므로 공소외 1 주식회사가 입은 저작권 침해의 정도는 경미한 반면 피고인들이 실명 표시로 인해 입을 수 있는 형사처벌의 위험성 등은 상당이 높은 점 등을 종합해보면, 피고인들의 행위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점에 있어서도 원심판결에는 위법성 조각사유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들의 항소논지는 이유 있다.

4. 결 론

그렇다면, 피고인들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 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 및 그에 대한 이 법원의 판단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거나 범죄가 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 또는 전단에 따라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윤기(재판장) 임성훈 임창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