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미간행]
피고인
피고인
조종민(기소), 박병모(공판)
변호사 김현우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6월에 처한다.
피고인으로부터 100만 원을 추징한다.
위 추징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형법 제37조 후단의 금고 이상의 형(사형 또는 무기징역이나 무기금고인 경우를 제외한다)에 처한 판결이 확정되기 전에 범한 죄가 법정형의 하한이 정해져 있는 범죄이고, 그 죄에 대하여 정한 형이 형법 제38조 제1항 제2호 에 규정된 ‘사형 또는 무기징역이나 무기금고 이외의 동종의 형’인 경우, 형법 제39조 제1항 후문에 따라 그 형을 감경함에 있어 형법 제55조 제1항 이 적용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되고 형법 제55조 제1항 이 적용되지 아니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헌법에 부합한다.
1. 항소이유의 요지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에 대하여 판결이 확정된 죄와 동종의 죄인 향정신성의약품을 판매하거나 미수에 그친 것이고, 판결이 확정된 죄에 대한 수사과정에서 피고인이 이미 자백한 바도 있으므로 판결이 확정된 죄와 동시에 처벌받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별도로 기소되어 재판받게 되었다. 따라서 이 사건 범행에 대한 형은 그 죄가 판결이 확정된 죄와 같이 재판받았을 경우와 비교하여 형평에 맞게 선고되었어야 함에도, 원심은 피고인에 대한 형을 정함에 있어 법정형 감경에 한계가 있다고 보아 징역 1년 6월이라는 높은 형을 선고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형은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
2. 형법 제39조 제1항 후문에 관한 헌법 판단 및 해석
가. 관련 법률
이 사건 범행은 향정신정의약품 판매죄 및 판매미수죄로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58조 제1항 제3호 가 적용되어 그 법정형이 무기 또는 징역 5년 이상이다. 피고인에게는 이 사건 범행 이전인 2016. 12. 9. 이 법원에서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죄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고, 그 판결은 2017. 2. 10. 확정되었다. 이에 따라 판결이 확정된 위 죄와 이 사건 범행은 형법 제37조 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형법 제39조 제1항 에 의하여 형을 정하여야 하는데, 이에 관한 규정은 아래와 같다.
형 법 |
제37조(경합범) |
판결이 확정되지 아니한 수개의 죄 또는 금고 이상의 형에 처한 판결이 확정된 죄와 그 판결확정 전에 범한 죄를 경합범으로 한다. |
제38조(경합범과 처벌례) |
① 경합범을 동시에 판결할 때에는 다음의 구별에 의하여 처벌한다. |
2. 각 죄에 정한 형이 사형 또는 무기징역이나 무기금고 이외의 동종의 형인 때에는 가장 중한 죄에 정한 장기 또는 다액에 그 2분의 1까지 가중하되 각 죄에 정한 형의 장기 또는 다액을 합산한 형기 또는 액수를 초과할 수 없다. 단 과료와 과료, 몰수와 몰수는 병과할 수 있다. |
제39조(판결을 받지 아니한 경합범, 수개의 판결과 경합범, 형의 집행과 경합범) |
① 경합범 중 판결을 받지 아니한 죄가 있는 때에는 그 죄와 판결이 확정된 죄를 동시에 판결할 경우와 형평을 고려하여 그 죄에 대하여 형을 선고한다. 이 경우 그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 |
제55조(법률상의 감경) |
① 법률상의 감경은 다음과 같다. |
1. 사형을 감경할 때에는 무기 또는 20년 이상 50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로 한다. |
2.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를 감경할 때에는 10년 이상 50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로 한다. |
3. 유기징역 또는 유기금고를 감경할 때에는 그 형기의 2분의 1로 한다. |
4. 자격상실을 감경할 때에는 7년 이상의 자격정지로 한다. |
5. 자격정지를 감경할 때에는 그 형기의 2분의 1로 한다. |
6. 벌금을 감경할 때에는 그 다액의 2분의 1로 한다. |
7. 구류를 감경할 때에는 그 장기의 2분의 1로 한다. |
8. 과료를 감경할 때에는 그 다액의 2분의 1로 한다. |
② 법률상 감경할 사유가 수개 있는 때에는 거듭 감경할 수 있다. |
나. 형법 제39조 제1항 의 해석 방법
우리 형법은 제39조 제1항 에서 형법 제37조 후단 경합범에 대하여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도 그 감경 방법에 관하여는 명시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이 때문에 위 ‘감경’ 시 형법이 규정하고 있는 다른 감경들과 마찬가지로 형법 제55조 제1항 에 규정된 법률상 감경의 방법에 의하여야 하는지에 관하여 그 적용을 긍정하는 견해(이하 ‘적용설’이라 한다)와 부정하는 견해(이하 ‘비적용설’이라 한다)로 견해가 나뉘고 있다.
형법 제39조 제1항 후문에 따른 감경 시 형법 제55조 를 적용하여야 한다는 적용설은 형법 제39조 제1항 후문의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는 규정은 법률이 정한 감경사유이고, 그 규정형식 또한 다른 법률상 감경사유를 정한 과잉정당방위( 형법 제21조 제2항 ), 과잉긴급피난( 형법 제22조 제3항 ), 과잉자구행위( 형법 제23조 제2항 ), 중지범( 형법 제26조 ), 불능범( 형법 제27조 ), 자수·자복( 형법 제52조 제1항 ) 등에서 보이고 있는 “그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 또는 “그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한다”라는 형식과 크게 다르지 않으므로, 형법 제55조 제1항 이 규정한 ‘법률상의 감경’의 한 유형에 해당한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이러한 해석은 비적용설을 채택하는 경우 사후적 경합범에 대하여는 형의 감경한도가 사라져 법관의 양형재량이 지나치게 커지게 된다는 우려를 반영한 측면도 있다.
이에 반하여, 형법 제39조 제1항 후문에 따른 형의 감경 시 형법 제55조 를 적용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비적용설, 즉 그 감경에 제한을 두어서는 아니 된다는 해석은 형법 제39조 제1항 이 형을 ‘감경’하도록 규정하면서 그 감경의 방법에 관하여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는 점과 뒤에서 보는 바처럼 적용설의 위헌성 등을 근거로 들고 있다.
종래 다수적인 견해는 적용설의 입장을 취하고 있고, 재판실무도 이에 따르고 있다.
다. 형법 제39조 제1항 에 대한 합헌적 해석
1) 헌법은 입법·행정·사법의 모든 국가기관을 구속하는 최고규범이므로, 법원은 법률을 해석함에 있어서도 최고규범인 헌법과 조화롭게 해석하여야만 한다. 헌법 제103조 도 법관으로 하여금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심판하도록 규정함으로써 법관이 재판을 함에 있어 따라야 할 우선적 규범이 헌법임을 선언하고 있다. 따라서 어떤 법률조항에 대하여 여러 갈래의 해석이 가능할 경우 법관으로서는 우선적으로 그 법률조항의 문언과 목적에 비추어 가능한 범위 내에서 헌법에 합치되는 해석, 즉 합헌적 법률해석을 택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9. 2. 12. 선고 2004두10289 판결 , 헌법재판소 1989. 7. 21. 선고 89헌마38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한편 입법자가 어떤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어떠한 형벌을 과할 것인지에 대하여 무제한적인 입법형성권을 행사할 수는 없으므로, 죄질과 보호법익이 유사한 범죄에 대한 형벌을 상호 비교할 때 현저히 형벌체계상의 정당성과 균형을 잃은 것이 명백한 경우에는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보장하는 헌법의 기본원리뿐만 아니라 평등원칙에도 위배되어 위헌이라고 보아야 한다( 헌법재판소 2009. 2. 26. 2008헌바9, 43 결정 등 참조). 여기에서 형벌체계의 균형성 및 평등원칙이란 죄질과 보호법익 등이 유사한 범죄는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비슷한 법정형으로 처벌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헌법재판소 2006. 6. 29. 선고 2006헌가7 결정 , 헌법재판소 2016. 12. 29. 선고 2015헌바225 결정 등 참조). 이러한 헌법 원리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헌법 제11조 제1항 의 규정에 비추어, 국민이 여러 범죄를 저질러 처벌을 받음에 있어 그 죄들에 대하여 동시에 재판받는 경우와 그렇지 아니한 경우의 처벌이 달라진다면 이는 실질적으로 죄질과 보호법익이 같은 범죄를 달리 처벌하는 것이 되므로, 이 또한 이를 정당화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한, 헌법의 기본원리뿐만 아니라 평등원칙에도 위배되어 위헌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우리 형법은 다수의 범죄를 저지른 경합범을 그 범죄들 사이에 금고 이상의 형(사형 또는 무기징역이나 무기금고인 경우를 제외한다)에 처한 확정판결이 있는지 여부, 즉 동시에 재판받는지 아니면 이시(이시)에 재판받는지에 따라 형법 제37조 전단 경합범(이하 ‘동시적 경합범’이라 한다)과 후단 경합범(이하 ‘사후적 경합범’이라 한다)으로 구분하여 규정하면서 그 처벌에 관하여 서로 다른 조문을 두고 있다.
동시적 경합범 즉, 판결이 확정되지 아니한 수개의 죄로서 동시에 판결하여야 하는 경우의 처벌에 관하여는 형법 제38조 에 그 규정을 두고 있는데, 이에 따르면 가장 중한 죄에 정한 형이 사형 또는 무기징역이나 무기금고인 때에는 가장 중한 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하고(흡수주의), 각 죄에 정한 형이 무기징역이나 무기금고 이외의 이종의 형인 때에는 병과하며(병과주의), 각 죄에 정한 형이 사형 또는 무기징역이나 무기금고 이외의 동종의 형인 때에는 각 죄에 정한 형의 장기 또는 다액을 합산한 형기 또는 액수 범위 내에서 가장 중한 죄에 정한 장기 또는 다액에 그 2분의 1까지 가중하여 처벌하게 된다(제한적 가중주의). 이에 따라 제한적 가중주의가 적용되는 동시적 경합범으로 판결을 받는 각 죄는 양형 시 형이 하나로 정해지는 관계로 그 죄수가 많아질수록 각각의 죄에 대하여 이루어졌다고 평가되는 양형은 각 죄의 법정형과 현저한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예를 들어 법정형이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형인 강도상해죄에서 10개의 유사한 강도상해죄를 저질러 동시적 경합범으로 판결 받는 피고인에게 징역 8년이 선고된 경우 각각의 강도상해죄에 대하여는 실질적으로 징역 1년 미만의 형이 선고되었다고 평가되게 된다.
반면, 사후적 경합범 즉, 판결이 확정된 죄 이전에 범한 죄로서 아직 판결을 받지 아니한 죄의 처벌에 관하여는 형법 제38조 가 아닌 제39조 제1항 이 적용되는데, 이에 따르면 사후적 경합범에 대하여는 그 죄와 판결이 확정된 죄를 동시에 판결할 경우와 형평을 고려하여 그 죄에 대하여 형을 선고하되, 법원은 그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하는 방안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이 사건과 같이 금고 이상의 형(사형 또는 무기징역이나 무기금고인 경우를 제외한다)에 처한 판결이 확정되기 전에 범한 죄에 대하여 정한 형이 형법 제38조 제1항 제2호 에 규정된 ‘사형 또는 무기징역이나 무기금고 이외의 동종의 형’인 경우(이하 2.다. 항에서는 위와 같은 경우로 한정한다)에도 형법 제39조 제1항 후문에 따라 필요시 그 형의 감경 또는 면제를 선택하는 방법으로 동시적 경합범으로 처벌받을 때와의 형평을 꾀하게 된다. 그런데 만약 사후적 경합범의 처벌 시 형평을 위해 형을 감경할 때 형법 제55조 제1항 이 적용된다고 해석하게 되면, 법원은 각 죄에 정한 형기 또는 금액의 2분의 1까지만 감경할 수 있다는 감경 범위의 제한을 받게 된다.
이러한 감경 범위의 제한을 받아들이게 되면, ‘형의 단기 또는 하한이 정해져 있는 죄를 범한 피고인들의 경우’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으로 동시에 처벌하는 때와 다른 처벌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경우가 다수 발생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사후적 경합범이 형의 단기 또는 하한이 정해져 있는 죄인 경우, 사후적 경합범에 해당하는 죄에 대한 적정한 양형이 동시적 경합범으로 판결할 경우와 형평을 고려할 때 형을 면제할 정도는 아니고 감경된 법정형의 하한에는 못 미치는 범위 내에 있는 경우, 법원으로서는 그 하한을 2분의 1 감경한 형(작량감경 등 다른 감경사유도 있는 경우에는 그에 따른 감경까지 거듭하여 한 형) 이상의 형을 선고하거나 형을 면제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앞서 본 바와 같은 강도상해죄 사안에서 1개의 강도상해죄가 사후적 경합범으로 추가 기소되는 경우, 법원으로서는 징역 3년 6월(작량감경까지 하는 경우 1년 9개월) 이상의 징역(경우에 따라 형의 집행을 유예할 수 있는 경우도 있을 수 있지만 본형은 위와 같이 선고하는 것이 불가피하다)을 선고하거나 형을 면제하여야 하고, 이 사건과 같이 법정형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인 죄가 사후적 경합범으로 기소될 경우에는 징역 2년 6월(작량감경까지 하는 경우 1년 3개월) 이상의 형을 선고하거나 형을 면제하여야만 한다. 여러 차례에 걸쳐 나누어 기소되는 경우에는 이러한 추가적인 형의 선고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 때 법원이 감경된 형의 하한을 선택하게 되면(법정형의 하한이 있는 범죄의 경우 중죄가 대부분이므로 법관으로서는 그 처벌을 면제하기 어렵다는 면에서 사실상 이러한 선택을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피고인으로서는 동시적 경합범으로 처벌받았을 때보다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된다. 법원이 이러한 결과를 피하기 위하여 형을 면제할 경우에는 피고인은 동시에 처벌받을 경우보다 유리한 처벌을 받게 되지만 이는 동시에 처벌받은 다른 피고인이 더 불이익을 보게 되는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이 때문에 피고인들은 자신에 대한 사건이 순차로 분리 기소되는 경우, 먼저 기소된 사건의 심리가 대부분 마무리되었거나 심지어 항소심에 있음에도 사후적 경합범으로 처벌받지 않기 위해 뒤늦게 기소되는 사건과 병합해 판결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와 같이 사후적 경합범에 대한 형을 감경함에 있어 형법 제55조 제1항 을 적용하여야 한다는 적용설을 취하는 경우, 사후적 경합범이 법정형 하한이 규정된 죄인 경우 동시적 경합범으로 처벌받는 경우와 사이에 처벌 범위와 정도가 달라질 수밖에 없고, 그 차이는 앞서 본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인신구속을 당하거나 벌금을 내야 하는 피고인에게 있어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 이러한 차별이 형벌체계상 형평에 맞는 것이라거나 불가피한 것이라고 볼 만한 사정도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이러한 차별을 정당화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를 찾기도 어렵다. 왜냐하면 피고인이 어느 경우로 처벌받을 것인지 여부는 피고인의 선택에 의하여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검사가 언제 어떻게 공소제기 하는지에 따라, 즉 검사의 선택에 따라 일방적으로 정해지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차별은 합리적이라거나 불가피한 차별이라고 볼 수 없어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보장하는 헌법의 기본원리 뿐 아니라 평등원칙에 반하고, 책임주의에도 반하며, 과잉금지 원칙에도 위배된다. 또한 동시적 경합범으로 처벌할 경우에는 법관이 처단형의 범위 내에서 자유롭게 형을 정할 수 있었던 범죄에 대하여 검사가 사후적 경합범으로 기소하였다는 사유만으로 법관으로 하여금 형의 면제부터 감경된 하한의 형 범위 사이의 형을 선택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검사의 기소 방식에 따라 법관의 양형재량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이 되어 위헌이라고 할 수도 있다. 다른 한편, 위와 같은 법률 또는 해석이 사후적 경합범으로 재판받을 때보다 동시적 경합범으로 재판받을 때 더 유리하도록 형사법체계를 해석하거나 운용함으로써 피고인으로 하여금 한 번 수사 또는 재판받는 기회에 그동안 저지른 범죄를 모두 진술하여 동시에 재판받도록 피고인을 사실상 압박하고자 하는 취지라면 이는 헌법 제12조 제2항 이 보장하는 진술거부권을 침해하는 것이 된다. 이러한 위헌성은 형법과 형사 특별법에 법정형의 하한이 매우 높게 설정된 범죄가 많고, 과거보다 그 수가 급증하고 있는 최근의 우리 법제 현실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따라서 사후적 경합범이 법정형의 하한이 있는 죄인 경우 적용설을 취하는 것은 헌법에 부합한 해석이라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그러한 위헌성이 나타나지 않는 비적용설이 헌법에 합치되는 해석이다.
2) 이에 대하여, 형법이 사후적 경합범에 대하여 동시적 경합범으로 재판받을 경우보다 불리하게 규정하고 있다면 법원으로서는 관련 조항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하여 헌법재판소가 위헌을 선언하도록 할 것이지, 관련 규정을 그대로 둔 채 위와 같이 비적용설에 따라 해석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어떤 법률조항에 대하여 여러 갈래의 해석이 가능할 때에는 원칙적으로 그 법률조항의 문언과 목적에 비추어 가능한 범위 내에서 헌법에 합치되는 해석을 하여야지 위헌으로 판단하여서는 아니 되고( 헌법재판소 1989. 7. 14. 선고 88헌가5 전원재판부 결정 , 헌법재판소 1989. 7. 21. 선고 89헌마38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이와 같은 합헌적 법률해석을 포함하는 법령의 해석·적용 권한은 대법원을 최고법원으로 하는 법원에 전속한다( 대법원 2008. 10. 23. 선고 2006다66272 판결 , 대법원 2016. 2. 18. 선고 2014두43707 판결 등 참조). 한편, 법원과 헌법재판소 간의 권력분립 구조와 사법권 독립의 원칙, 재판절차에 관한 소송법의 구조와 헌법정신, 위헌법률심사의 대상과 그 한계 등에 비추어, 법률 조항 자체는 그대로 둔 채 그 법률 조항에 관한 특정한 내용의 해석·적용만을 위헌으로 선언하는 이른바 한정위헌결정에 관하여는 헌법재판소법 제47조 가 규정하는 위헌결정의 효력을 부여할 수 없다( 대법원 1996. 4. 9. 선고 95누11405 판결 , 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2재두299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사후적 경합범에 대한 처벌을 규정한 형법 제39조 제1항 후문이나 법률상 감경을 규정한 제55조 제1항 그 어디에도 사후적 경합범에 대하여 형을 감경함에 있어 법률 제55조 제1항 을 적용하라는 명문의 규정이 없다. 따라서 사후적 경합범에 대한 형의 감경 시 형법 제55조 제1항 을 적용할 것인지 여부는 그 감경이 형법 제55조 제1항 이 규정한 ‘법률상의 감경’에 해당하는지에 관한 법률 해석에 달려있고, 이러한 해석 권한은 앞서 본 법리상 합헌적 법률해석을 포함하는 법령의 해석·적용 권한을 가진 법원에 전속한다.
한편, 사후적 경합범에 대한 처벌규정에 앞서 본 것과 같은 위헌성이 있다는 이유로 형법 제39조 제1항 후문 중 감경 부분 자체를 위헌으로 선언하는 경우(피고인은 이와 같은 취지의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하고 있다), 피고인들은 새로운 입법이 이루어질 때까지 법률이 정한 형을 그대로 선고받거나 면제받을 수밖에 없어 그 위헌성이 더욱 심대해지고, 이는 국민의 기본권을 더욱 심각하게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또한 위 규정이 헌법에 합치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헌법재판소가 국회로 하여금 일정 기간 내에 개정하도록 하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한다 하더라도, 그 개정이 이루어질 때까지는 위 규정이 위헌성을 지닌 채로 그대로 적용되게 되어 대상 피고인들에게 위헌적이고 불합리한 결과를 낳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해결방법이 국민들에게 이익이 되거나 바람직한 것도 아니다.
라. 사후적 경합범의 성격과 형법 규정의 문언에 비추어 본 조화로운 법률 해석
앞서 본 바와 같은 합헌적 해석이 아니라, 사후적 경합범의 성격과 형법 제39조 제1항 의 문언에 비추어 보더라도 비적용설은 타당한 해석이다.
우리 형법은 제37조 전단에서는 “판결이 확정되지 아니한 수개의 죄”를, 그 후단에서는 “금고 이상의 형에 처한 판결이 확정된 죄와 그 판결확정 전에 범한 죄”를 각 경합범으로 규정하면서, 사후적 경합범의 처벌에 관하여 제39조 제1항 전문에서 “그 죄와 판결이 확정된 죄를 동시에 판결할 경우와 형평을 고려하여 그 죄에 대하여 형을 선고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 형법이 이처럼 사후적 경합범을 인정하면서 처벌에 관하여 별도로 규정을 둔 이유는 판결이 확정되기 전에 범한 죄가 법원에 알려진 경우라면 당연히 동시적 경합범의 예에 따라 처벌되었을 것이므로, 법원에 알려지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유리하게도 불리하게도 취급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대법원도 사후적 경합범에 대하여 형을 정함에 있어서는 형법 제39조 제1항 을 적용하여 그 각 죄를 동시에 판결할 경우와의 형평을 고려하여 형을 정하여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는바( 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09도9948 판결 , 대법원 2016. 7. 7. 선고 2016도4746 판결 ), 위와 같은 규정이나 판례는 앞서 본 사후적 경합범을 둔 입법목적에 부합한 것으로서, 사후적 경합범에 대한 양정을 함에 있어 지켜져야 할 가장 중요한 원칙을 선언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사후적 경합범에 대한 판결 시 형법 제55조 제1항 이 적용되어 형의 감경에 형기 또는 금액의 2분의 1 한도라는 제한을 받게 된다는 적용설을 취할 경우, 앞서 본 바처럼 법정형의 하한이 높게 설정된 범죄가 많은 최근의 우리 현실에서 법정형의 하한이 설정된 죄에 대하여는 일정한 하한 이상의 형을 선고하거나 형을 면제할 수밖에 없게 되고, 이로 인해 동시적 경합범으로 판결할 경우와 형평을 고려한 양형을 구현할 수 없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이는 형법 제39조 제1항 전문의 취지를 몰각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따라서 형법 제39조 제1항 을 전문과 후문의 취지를 모두 살리는 방식으로 조화롭게 해석하기 위해서는 형법 제39조 제1항 후문을 위 전문의 원칙을 살리기 위한 수단 또는 도구로 보아, 사후적 경합범에 대하여는 그 각 죄를 동시에 판결할 경우와 형평을 고려하여 타당한 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한 없이 감경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비적용설을 취하여야 한다. 대법원은 종래 “동시에 판결할 경우와 형평을 고려하여 형을 ‘선고하거나’ 그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 대법원 2013. 6. 13. 선고 2013도3142 판결 , 대법원 2015. 5. 14. 선고 2015도4107 판결 등 참조)라고 판시한 사례가 있는바, 이 또한 같은 취지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마. 비교법적 해석
경합범의 처벌에 관하여 우리나라와 같이 가중주의를 취하고 있는 외국 입법례를 보면, 독일의 경우에는 사후적 경합범에 대하여 동시에 재판받을 때 형을 정하는 방식과 같은 방식으로 하나의 전체형을 선고하도록 하는 방법으로, 스위스의 경우에는 우리나라와 같이 사후적 경합범에 대하여 따로 추가형을 선고하는 방식을 채택하면서도 동시에 재판받은 때와 대비하여 중하게 처벌하는 것을 금하는 방법으로, 오스트리아의 경우에도 따로 추가형을 선고하는 방식을 채택하면서도 추가형과 종전 형의 합계가 동시에 재판받은 때에 허용될 형을 초과하지 못하게 하는 방법으로, 각각 경합범을 동시에 처벌할 경우와의 형평을 꾀하고 있다. 이러한 방법들은, 약간씩의 차이가 있고 나름대로의 장단점을 가지고 있지만, 적어도 사후적 경합범으로 처벌하는 경우에 법원으로 하여금 개개 범죄의 법정형에 구애됨이 없이 형평을 우선하여 자유롭게 양형을 할 수 있도록 한 입법이라는 면에서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비교법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사후적 경합범을 처벌함에 있어 법정형의 감경 하한이 발생하도록 해석하는 적용설은 채용하기 어렵다.
바. 입법취지에 부합한 해석
현행 형법 제39조 제1항 은 2005. 7. 29. 법률 제7623호로 개정되었다. 위 개정이 있기 전 형법 제39조 는 제1항 에서 “경합범 중 판결을 받지 아니한 죄가 있는 때에는 그 죄에 대하여 형을 선고한다.”고 하고, 제2항 에서 “전항에 의한 수개의 판결이 있는 때에는 전조의 예에 의하여 집행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대법원은 위 제2항 에 대하여 ‘그 각 판결의 선고형을 합산한 형기를 제38조 의 예에 의하여 그 경합범 중 가장 중한 죄에 정한 법정형의 장기에 그 2분의 1을 가중한 형기범위 내에서 집행한다’는 취지라고 판시하였다( 대법원 1967. 3. 6. 자 67초6 결정 참조).
그 결과 개정 전 법률은 사후적 경합범에 대한 처벌에 있어 실질적으로 병과주의를 채택한 것이나 다를 바 없게 되었고, 이로 인하여 원래 동시에 처벌받았을 범죄가 피고인에게 책임이 없는 사유로 재판이 분리되어 이시에 처벌되는 경우, 동시에 처벌됨으로써 우리 형법이 취하고 있는 제한적 가중주의를 적용받았을 때보다 그 형이 무거워지는 불합리가 발생한다는 비판이 일었다. 이에 사후적 경합범 처벌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제출되었는데, 그 개정안은 위와 같은 불합리를 제거하기 위하여 “경합범 중 판결을 받지 아니한 죄가 있는 때에는 그 죄에 대하여 형을 선고한다. 제38조 를 적용하여 선고된 형을 포함한 하나의 전체형을 정하고 그 죄에 대하여 추가형을 선고한다.”라고 하여, 앞서 본 외국 형법들의 태도를 절충한 방안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개정안에 의할 경우 이미 확정된 판결이 사형 또는 무기징역·무기금고형일 경우에는 형법 제38조 제1항 의 ‘선고된 형을 포함한 하나의 전체형’도 사형 또는 무기징역·금고형일 수밖에 없어 형법 제37조 후단의 경합범에 대해서는 그 처벌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에서조차 추가로 처벌할 수 없게 되고, 개정안 제39조 가 이미 확정된 판결에 대해서는 다시 재판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선고된 형을 포함한 하나의 전체형’을 정하는 것 자체가 양형의 면에서는 실질적으로 이미 확정된 판결에 대해서 다시 심리하는 것이 되어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반한다는 비판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그 비판을 피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현재와 같이 개정된 것일 뿐이다. 사후적 경합범에 대하여는 동시적 경합범으로서 처벌하는 경우보다 불리하게 처벌하는 결과를 가져오더라도 이를 용인하겠다는 취지라고 볼 만한 자료는 없다. 그럼에도 형법 제39조 제1항 을 해석함에 있어 적용설을 취하게 되면 개정 전 법률에 비하여는 그 정도가 완화되지만 여전히 많은 경우에서 사후적 경합범에 대하여 실질적으로 병과주의를 취하는 것과 다름없는 또는 유사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따라서 앞서 본 입법과정에서 알 수 있는 입법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비적용설을 취하여야 한다.
사. 다른 법률상 감경사유와의 차이
1) 적용설은 사후적 경합범에 대하여 감경을 하는 근거가 법률에 규정되어 있는 이상 당연히 형법 제55조 제1항 이 규정하고 있는 ‘법률상 감경’에 해당하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하고, 따라서 그 감경방식을 형법 제55조 제1항 이 규정하고 있는 방식에 따라야만 하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법률이 감경사유를 규정하면서 그 감경 방식을 형법 제55조 제1항 에 따르도록 명시적인 규정을 두지 아니한 이상, 그 감경 규정에 의해 형을 감경함에 있어 형법 제55조 제1항 의 법률상 감경에 따라야 하는지 여부는 여전히 해석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이고, 이러한 해석을 함에 있어서는 헌법원리, 해당 감경사유의 도입배경, 입법취지, 문언, 체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도 관할관의 형 감경권을 규정한 구 군법회의법(1987. 12. 4. 법률 제3993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제369조 제1항 의 감경규정 즉 “판결은 관할관이 확인하여야 하며 형법 제51조 의 사항을 참작하여 그 형이 부당하다고 인정할 만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그 형을 ‘감경’ 또는 형의 집행을 면제할 수 있다.”는 규정에 대하여, 그 감경규정에 형법 제55조 의 법률상의 감경 예에 따라 감경하여야 한다는 재판규정을 두지 아니하고 있고, 군법회의법이 형법이나 형사소송법에는 존재하지 않는 관할관의 확인제도에 관한 규정을 함에 있어 형법 제51조 만을 인용하고 같은 법 제55조 는 이를 인용하지 아니한 취지는 이 제도의 운용에 있어서는 형법 제55조 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뜻에서라고 해석함이 문리상 당연하고, 또 형의 집행을 면제하는 데에는 아무런 제한을 받지 않고 할 수 있는 것과 대비하여 볼 때 관할관이 군법회의법 제369조 1항 에 의하여 형을 감경함에 있어서는 반드시 형법 제55조 의 법률상 감경에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석하여야 한다고 판시함으로써( 대법원 1974. 9. 24. 선고 74도1955 판결 참조), 감경사유가 법률에 규정되어 있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 형을 감경함에 있어 반드시 형법 제55조 제1항 의 법률상 감경의 예에 따라야 하는 것이 아님을 명백히 하고 있다.
2) 적용설은 사후적 경합범에 대하여 감경을 규정한 형식이 다른 법률상의 감경사유를 규정한 형식과 동일하다는 점을 그 논거의 하나로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법률상 감경사유들은 과잉정당방위나 중지범 등처럼 그 감경사유를 규정한 뒤에 곧바로 뒤이어 ‘그러한 감경사유가 있을 때에는 그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는 규정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사후적 경합범의 경우에는 이와 달리 ‘경합범 중 판결을 받지 않은 죄가 있을 때’라는 감경사유가 있으면 ‘그 죄와 판결이 확정된 죄를 동시에 판결할 경우와 형평을 고려하여 그 죄에 대하여 형을 선고한다’라고 먼저 규정한 후, 뒤이어 ‘이 경우 그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함으로써 다른 법률상 감경사유들과 그 규정형식을 완전히 달리하고 있다. 즉 사후적 경합범의 경우에는 감경사유에 이어 이에 대한 처벌의 기본원칙을 먼저 선언하고 뒤이어 이를 구현하기 위한 방법을 규정하고 있다.
3) 나아가 다른 법률상 감경사유들은 형법 제정 당시에 법률상 감경에 관한 조항을 만들면서 함께 만들어진 사유들이어서 그 감경사유들에 대하여 형법 제55조 제1항 의 법률상 감경 조항을 적용할 경우의 효과 등에 관한 충분한 검토 후에 입법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사후적 경합범의 경우에는 이와 달리 2005년에 형법 제39조 를 개정하는 과정에서 앞서 본 바와 같이 ‘하나의 전체형을 정한 후 추가형을 선고하는 방식’을 취한 최초 개정안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피하면서도 하나의 전체형이 선고되는 동시적 경합범과의 형평을 맞출 수 있도록 하는 결과를 도출하기 위하여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는 방식으로 변경한 것일 뿐이다. 그 법률 개정 과정에서 입법자가 위 ‘감경’ 역시 당연히 형법 제55조 제1항 이 적용되는 법률상 감경사유의 하나로 보아 법정형의 하한이 있는 수많은 범죄에서 감경에 한계가 발생하도록 함으로써 동시적 경합범으로 처벌될 경우와 비교하여 형평을 꾀할 수 없는 처벌 결과가 발생하게 되는 불평등을 국민들로 하여금 감수하도록 하겠다는 결단 아래 현재와 같은 입법을 하였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4) 따라서 사후적 경합범에 대하여 다른 법률상 감경사유들과 달리 형법 제55조 제1항 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해석하는 것이 법률 해석에 있어 통일성을 저해한다고만은 할 수 없다.
아. 죄형법정주의 위반 여부
비적용설에 대하여 결과적으로 법정형과 이에 대한 감경 시의 기준을 정한 감경규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관이 그 제한을 넘어 감경된 형의 하한 이하로 형을 선고할 수 있게 된다는 면에서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거나 법관의 양형 재량을 과도하게 확장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죄형법정주의는 국가형벌권의 자의적 행사로부터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그렇다면 수개의 범죄를 저지른 피고인에 대하여 기소의 시기와 방법을 검사가 임의로 정할 수 있는 현행 형사소송법 체계에서, 동시적 경합범으로 기소되는지 아니면 사후적 경합범으로 기소되는지에 따라 그 처벌이 최대한 달라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오히려 죄형법정주의에 부합한 해석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동시적 경합범으로 처벌할 경우에 제한적 가중주의에 따라 형이 정해짐으로써 그 경합범을 구성하는 개별 범죄에 대하여 정해진 처단형이 법정형이나 형법 제55조 제1항 에 따라 형을 감경했을 때보다 훨씬 낮게 정해졌다고 평가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이 현실인바, 앞서 본 죄형법정주의 위반 등의 주장을 펴는 입장에서도 위와 같은 경우를 두고 죄형법정주의를 위반하였다거나 법관의 양형 재량을 과도하게 확대한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검사의 선택으로 동시적 경합범이 아닌 사후적 경합범으로 기소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그 사후적 경합범을 구성하는 개별 범죄에 대하여 정하는 형이 동시적 경합범의 경우처럼 법정형이나 형법 제55조 제1항 에 따른 형의 감경 시 기준 이하로 정해지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하여, 그것이 동시적 경합범에서 발생한 경우와는 달리 새롭게 죄형법정주의를 위반하게 되는 것이라거나 법관의 양형재량을 추가로 또는 과도하게 확대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없다. 오히려 위와 같이 형법 제55조 제1항 에 따라 형을 감경할 때의 기준 이하로 형이 정해질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죄형법정주의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보아야 한다. 더욱이 우리 법률이 사후적 경합범의 처벌 시에 동시적 경합범으로 처벌될 경우와 형평을 맞추어 형을 선고하도록 하는 별도 법률 규정까지 두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자. 소결론
결국, 사후적 경합범 즉, 이 사건과 같이 금고 이상의 형(사형 또는 무기징역이나 무기금고인 경우를 제외한다)에 처한 판결이 확정되기 전에 범한 죄가 법정형의 하한이 정해져 있는 범죄이고, 그 죄에 대하여 정한 형이 형법 제38조 제1항 제2호 에 규정된 ‘사형 또는 무기징역이나 무기금고 이외의 동종의 형’인 경우, 적용설을 취하여 형법 제39조 제1항 후문에 따라 그 형을 감경함에 있어 형법 제55조 제1항 이 적용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되고 비적용설을 취하여 형법 제55조 제1항 이 적용되지 아니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헌법에 부합한다. 나아가 앞서 본 바와 같은 이유로 비적용설이 제도 도입배경, 입법취지, 문언, 체계 등에 부합한 해석이다.
3.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
원심은 사후적 경합범인 피고인의 이 사건 각 범행에 대하여 각 유기징역형을 선택한 다음, 형법 제39조 에 따라 형을 감경하면서 형법 제55조 제1항 을 적용하여야 한다는 적용설을 취하여 사후적 경합범으로서의 감경과 작량감경을 한 처단형의 범위가 징역 1년 3월 이상 12년 3월 이하 또는 형 면제라고 본 다음, 가능한 처단형의 범위 내에서 판시와 같은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하한에 근접한 징역 1년 6월의 형을 선고하였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사후적 경합범에 대하여 형을 감경함에 있어서는 형법 제55조 제1항 을 적용하여서는 아니 되므로, 원심으로서는 형법 제55조 제1항 을 적용함이 없이 동시적 경합범으로 처벌되는 경우와의 형평을 고려하여 공평하고도 적절한 형을 정하였어야 한다.
그런데 피고인이 처벌받은 확정판결의 범죄는 2015. 3. 11.부터 같은 해 8. 7.까지 사이에 향정신성의약품인 ‘에이비 크미나카’ 66g을 33회에 걸쳐 총 1,320만 원에 판매하였다는 것이고, 이 사건 범죄는 2015. 10. 초순 ‘에이비 크미나카’ 8g을 100만 원에 판매하고 같은 해 11. 8. 그 판매를 시도하다가 미수에 그쳤다는 것으로서, 두 범행 모두 피고인이 2015년에 ‘에이비 크미나카’를 판매하려고 하였거나 판매한 행위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위와 같이 이 사건 각 범행은 이미 판결이 확정된 범죄와 그 범행수법이나 대상 마약의 종류 등이 동일한 반면, 그 범행 횟수나 범행으로 취득한 이익은 10분의 1에 훨씬 못 미치고, 취급한 마약의 양은 8분의 1 정도에 불과한 점, 피고인은 확정된 범죄에 대하여 징역 4년을 선고받았는바, 피고인의 이 사건 각 범행에 대한 형을 정함에 있어서는 위와 같이 확정된 범죄와 동시에 처벌받았을 경우와의 형평을 고려하여야 하는 점,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에 대하여 별도로 처벌받게 된 것은 수사기관이 2015년 말에서 2016년 초 사이에 35회에 걸친 피고인의 마약 범행을 모두 수사하여 증거를 확보하고서도 33회에 걸친 범행만 우선 기소하여 판결을 선고받고 이 사건 범행에 대하여는 그 1심 판결이 선고된 후에 분리하여 기소했기 때문이지 피고인에게 어떠한 잘못이 있었기 때문이 아닌 점과 피고인이 자신의 범행을 자백하면서 잘못을 반성하고 있는 점, 피고인에게 2017. 2. 10.에 판결이 확정된 판시 마약 전과를 제외하고는 마약류 관련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 그 밖에 이 사건 기록에 나타난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가족관계,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모든 양형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면, 비록 마약류 관련 범죄가 그 환각성·중독성·전파성 등으로 인하여 개인의 육체와 정신을 피폐하게 할 뿐만 아니라 국민의 건강 및 사회적 안전을 해할 위험성이 높고 관련 범죄를 유발할 우려가 있어 형정신성의약품을 판매하거나 판매를 시도한 피고인의 책임이 가볍지 아니하다는 면을 고려하더라도, 피고인에 대한 원심의 형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다.
4. 결론
따라서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 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법원이 인정하는 범죄사실 및 그에 대한 증거의 요지는 원심판결 각 해당란 기재와 같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9조 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58조 제1항 제3호 , 제3조 제5호 , 제2조 제3호 가목 (에이비 크미나카 매매의 점, 유기징역형 선택),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58조 제3항 , 제1항 제3호 , 제3조 제5호 , 제2조 제3호 가목 (에이비 크미나카 매매미수의 점, 유기징역형 선택)
1. 경합범처리
형법 제37조 후단
1. 경합범가중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죄질이 무거운 판시 에이비 크미나카 매매로 인한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죄에 정한 형에 경합범 가중]
1. 사후적 경합범 감경
1. 작량감경
형법 제53조 , 제55조 제1항 제3호 (아래 양형의 이유 중 유리한 정상 참작)
1. 추징
1. 가납명령
앞서 본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에서 살펴본 제반 양형의 조건들을 참작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