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입학자격검정고시응시제한처분취소][미간행]
원고
대전광역시 교육감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한밭 담당변호사 박주봉)
2012. 4. 26.
1.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2.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총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피고가 2011. 4. 15. 원고에 대하여 한 중학교입학자격 검정고시 응시제한 처분을 취소한다.
주문과 같다.
1. 처분의 경위
이 법원이 이 부분에 관하여 설시할 이유는 제1심 판결 이유 해당란 기재와 같으므로, 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 , 민사소송법 제420조 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이 사건 검정고시 규칙 제14조 중 만12세 이상(3월 1일 기준)으로 응시연령을 제한한 부분(이하 ‘이 사건 규정’이라 한다)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무효이므로, 이를 근거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1) 이 사건 규정의 형식과 관련하여
① 이 사건 검정고시 규칙은 시행령 제96조 제2항 에 따라 중입검정고시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데, 그 상위 법령인 법 제43조 및 시행령 제96조 중 어디에서도 이 사건 검정고시 규칙에서 중입검정고시의 응시연령 제한에 관하여 규정하도록 위임한 바가 없으므로 이 사건 규정은 아무런 근거가 없다. 이 사건 규정이 위임의 범위를 벗어나 제정되었음은, 시행령 제97조 제2항 의 위임에 따라 고등학교 입학자격 검정고시(이하 ‘고입검정고시’라 한다)의 응시자격에 관하여 규정한 교육과학기술부령인 ‘고등학교 입학자격 검정고시 규칙’에서 고입검정고시의 응시연령을 제한하고 있는 않은 점에 비추어 보면 더욱 분명하다.
② 중입검정고시의 응시연령 제한은 헌법상 기본권인 ‘능력에 따른 교육을 받을 권리’에 관한 중요한 사항이므로 그 제한은 법률의 형식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인데 위 제한은 법률에 명시적으로 규정된 바 없고 이 사건 검정고시 규칙에만 이 사건 규정으로 존재하고 있으므로 이는 헌법 제37조 제2항 의 법률유보 원칙에 위반한 것이며, 행정규제기본법 제4조 에서 정한 규제 법정주의에도 위배된다.
2) 이 사건 규정의 내용과 관련하여
① 의무교육대상자는 헌법 제31조 제1항 에 의하여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고, 이들에게 적어도 초등교육과 법률이 정하는 교육을 받게 할 의무는 헌법 제31조 제2항 에 의하여 그 보호자가 부담하는 것이며, 보호자가 교육을 받게 할 의무를 이행함에 따라 그 결과로 자녀가 의무교육을 받게 되는 것일 뿐 원고에게 초등교육과 법률이 정하는 교육을 받을 의무는 없다. 또한 초등교육제도가 기본적으로 학교교육을 통하여 실현되고 있기는 하지만, 교육기본법에서 학습권을 평생에 걸쳐 학습하고 능력과 적성에 따라 교육 받을 권리( 제3조 )로 규정하고 있는 점, 학습권을 구현하기 위한 교육제도로 학교교육( 제9조 ), 사회교육( 제10조 )을 각 규정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반드시 학교교육만이 초등교육의 방법이라고 볼 수는 없을 뿐만 아니라 취학의 의무 또한 형식적으로 학교에 출석시켜야 하는 의무라고 해석할 수 없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초등학교를 다녀야 하는 연령인 만12세 미만(3월 1일 기준)인 자들이 초등학교에서 학교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이유만으로 어떠한 예외도 인정하지 않고 이들의 중입검정고시 응시자격을 제한한 이 사건 규정은 교육의 권리 및 의무에 관한 헌법 및 교육기본법 등의 취지에 반한다.
② 법 제13조 제1항 에 의하여 만6세가 된 날이 속하는 해의 다음 해에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정상적으로 초등학교를 졸업한 자는 만12세가 되는 날이 속하는 해의 다음 해에 중학교에 입학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 사건 규정에 의하면, 중입검정고시에 합격하여 중학교에 입학하고자 하는 자는 중입검정고시의 기준일인 3월 1일 당시 만12세에 이르지 못하면 이 사건 규정에 의하여 중입검정고시 응시 자격조차 주어지지 않아 만12세가 되는 날이 속하는 해의 다음 해에 중학교에 입학할 수 있는 길이 원천적으로 봉쇄되는바, 이는 중입검정고시에 응시하려고 하는 자들 중 만12세 미만인 자들을 정상적으로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 중학교에 진학하는 자들에 비하여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함으로써 교육기본법 제8조 및 법 제13조 에서 정한 중학교 의무교육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고, 더구나 만5세에 초등학교에 입학하였다가 취학의무가 유예된 원고와 같은 경우에는 최대한 빨리 중학교에 입학하더라도 동급생들보다 2년 늦게 중학교 의무교육을 시작하게 되는 결과에 이르게 된다. 따라서, 이 사건 규정은 헌법 제11조 에서 정한 평등의 원칙에도 위반된다.
③ 중입검정고시는 초등학교 졸업자와 동등 이상의 학력이 있는지를 평가하는 자격시험일 뿐 이러한 자격이 있는 자에 대하여 중학교 입학을 허락할 것인지 여부는 여전히 입학허가권자의 결정에 달려 있고, 초등공교육의 실효성은 그 자체 개선을 통해 실현되어야 하며 중입검정고시 응시연령 제한을 그 수단으로 삼을 수는 없는바, 이 사건 규정은 그 규제의 필요성 및 규제목적의 실현가능성이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행정규제기본법 제5조 에서 정한 규제의 원칙에 위반된다.
나. 관계 법령
이 법원이 이 부분에 관하여 설시할 이유는, 아래와 같이 추가 변경하는 외에는 제1심 판결 이유 해당란 기재와 같으므로, 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 , 민사소송법 제420조 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1) 제1심 판결 [별지] ‘관계 법령’의 ‘초·중등교육법’란 중 『■ 초·중등교육법』을『■ 초·중등교육법 (2012. 1. 26. 법률 제1121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으로 변경.
2) 제1심 판결 [별지] ‘관계 법령’에 다음과 같은 조항을 추가
제33조 (입학자격)
① 대학(산업대학·교육대학·전문대학 및 원격대학을 포함하며, 대학원대학을 제외한다)에 입학할 수 있는 자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자 또는 법령에 의하여 이와 동등 이상의 학력이 있다고 인정된 자로 한다.』
다. 판단
1) 초등의무교육과 검정고시제도
가) 의무교육과 학교교육
헌법 제31조 제2항 , 제3항 은 ‘모든 국민은 그 보호하는 자녀에게 적어도 초등교육과 법률이 정하는 교육을 받게 할 의무를 진다’, ‘의무교육은 무상으로 한다’고 각 규정하고 있고, 교육기본법 제8조 제1항 은 ‘의무교육은 6년의 초등교육과 3년의 중등교육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의무교육제도는 사회적·경제적 이유로 인한 차별 없이 모든 사람에게 최소한의 교육 문호를 개방하여 교육을 받을 권리가 현실적으로 보장되도록 하기 위한 것인바, 헌법은 이를 위하여 국민에게는 보호하는 자녀를 취학시킬 의무를, 그리고 공교육제도를 수립하고 정비할 책임을 지고 있는 국가에게는 의무교육의 무상실시와 시설확보의무를 부담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교육기본법 제9조 및 법 제12조 는 학교의 공공성과 학교교육의 이념 그리고 의무교육대상자 전원을 취학시키는데 필요한 초등학교 및 중학교, 특수학교 등의 설립·경영, 시설의 확보 등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고, 법 제13조 제1항 및 제3항 은 모든 국민에게 그가 보호하는 자녀 또는 아동이 만6세가 된 날이 속하는 해의 다음 해 3월 1일부터 만12세가 되는 날이 속하는 해의 다음 해 2월 말까지 초등학교에 취학시키도록, 또 초등학교를 졸업한 학년의 다음 학년 초부터 만15세가 되는 날이 속하는 해의 다음 해 2월 말까지 중학교에 취학시키도록 취학의무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으며, 법 제14조 는 일정한 사유가 인정되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취학의무의 면제 또는 유예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나아가 법 제27조 의 조기진급및조기졸업에관한규정은 재능이 우수한 자의 경우 수업연한의 단축을 통해 상급학교에의 조기입학 자격을 부여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여 학교교육의 획일성을 보완함으로써 학교교육 테두리 내에서도 학업성취도에 따른 탄력적 운영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위 각 규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입법자는 원칙적으로 의무교육 중 6년의 초등교육은 초등학교를 통하여, 3년의 중등교육은 중학교를 통하여 각 시행하도록 정하였음을 알 수 있고, 따라서 현행법상 학교교육은 의무교육의 원칙적 실현수단이라 할 것이다.
나) 학력인정제도와 검정고시
한편 헌법 제31조 제1항 에 따라 보장되는 교육받을 권리는 기본적으로 교육 영역에서의 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것으로 교육의 기회균등을 의미하고, 이는 국민 모두에게 취학의 기회가 균등하게 보장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그런데 학력은 개인에게는 상급학교에 진학하거나 각종의 자격시험에 응시하기 위한 자격인 동시에 직업 선택 등 삶에 있어서 중요한 조건이 되는 일종의 법적인 지위이고, 국가에게 있어 학력인정제도는 능력에 따라 교육의 기회균등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자 국민 각자가 자유롭게 자신의 개성을 신장하고 인격을 발현할 수 있도록 하는 기본권을 실현하고 보장하는 토대가 되므로, 국가는 위와 같은 학력인정제도의 취지에 맞게 학력 미취득자의 학력취득을 지원·독려함으로써 기본권 행사를 용이하게 하고 사회통합에 기여하도록 공평하고 적절하게 운용해야할 의무가 있다( 헌법재판소 2005. 11. 24. 선고 2003헌마173 결정 참조).
이에 따라 법 제43조 와 제47조 및 고등교육법 제33조 는 정규학교를 졸업한 자 외에 법령에 의하여 정규학교를 졸업한 자와 동등 이상의 학력이 있다고 인정된 자에게도 상급학교에 입학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정규학교에서 해당 교육과정을 이수한 사람뿐 아니라 정규학교교육을 받지 아니한 사람에게도 동등한 학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놓은 것으로 이해되며, 위 규정들의 위임에 기한 하위 법령들에 의하여 학력인정제도인 중입검정고시와 고입검정고시 및 고등학교 졸업학력 검정고시 제도가 각 구체화되어 있다.
다) 의무교육으로서의 초등교육과 중입검정고시제도
이처럼 정규학교교육 외에도 각 검정고시에 합격하여 학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려 있기는 하나, 한편 앞서 본 바와 같이 현행법상 의무교육의 원칙적 실현수단은 학교교육이고 특히 초등의무교육은 일정 연령의 아동에게 단순한 지식전달 뿐 아니라 동일한 연령 아동과의 교제, 단체생활능력·사회적응력 배양, 사회규범준수훈련, 예절·윤리교육, 국가관 내지 민족관과 역사의식 함양 등 오늘날의 민주국가·사회국가·문화국가를 살아가는 데 있어서 필수적인 교양과 상식과 덕목을 갖춘 전인간적인 교육을 받게 하기 위하여 불가피한 점( 헌법재판소 1994. 2. 24. 선고 93헌마192 결정 참조), 재능이 우수한 자의 경우에는 초등학교 교육과정 내에서도 상급학교에의 조기입학 자격을 부여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려있는 점, 중입검정고시가 정규학교교육을 통해 학력을 취득하지 못한 자의 학력취득을 지원·독려하기 위하여 마련된 학력인정제도의 일부인 점 등을 고려한다면, 적어도 헌법상 의무교육으로서의 초등교육에 관한 학력인정에 있어서는 정규학교교육인 초등학교 교육과정을 이수함으로써 당연히 학력을 인정받는 것이 원칙이고, 중입검정고시에 합격함으로써 학력을 인정받는 것은 초등학교 교육과정을 이수하지 못한 사람에게만 예외적으로 인정되는 보충적 제도라고 봄이 상당하다.
라) 의무교육으로서의 초등교육을 받아야 할 연령
초등학교 취학의무 연령에 관하여 법 제13조 제1항 은 ‘만6세가 된 날이 속하는 해의 다음 해 3월 1일부터 만12세가 되는 날이 속하는 해의 다음 해 2월 말까지‘를 원칙으로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능력에 따라 균등한 초등의무교육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하여는 일정한 기준 설정이 불가피하기에 입법자가 아동에 대한 전인적 관점에서의 발달 단계와 사회적 현실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적정한 취학의무 시기를 만6세 무렵으로 보고 그 교육연한을 6년으로 정한 결과라 할 것이다.
다만 법 제13조 제2항 이 ‘만5세가 된 날이 속하는 해의 다음 해 3월 1일’ 또는 ‘만7세가 된 날이 속하는 해의 다음 해 3월 1일’에도 취학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 그로 인하여 아동별로 초등학교 취학의무 연령에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이는 아동 등의 개별적 사정에 따라 취학의무의 시기를 조정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획일적 연령 규정에 따른 문제점을 시정하기 위한 보완규정일 뿐 초등의무교육을 받아야 할 연령에 관한 우리 입법자의 원칙적 결단은 여전히 우선적으로 존중되어야 할 것이다.
2) 이 사건 규정의 형식과 관련하여
가)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난 것인지 여부
시행령 제96조 는 법 제43조 의 위임에 따라 ‘법령에 의하여 초등학교를 졸업한 자와 동등한 학력이 있다고 인정된 자’의 내용을 규정하면서 먼저 제1항 제1호 에서 ‘중입검정고시에 합격한 자’를 열거하고, 다시 제2항 에서 ‘위 검정고시를 실시함에 있어서 필요한 사항’을 한정하여 이 사건 검정고시 규칙과 같은 시·도 교육규칙에 재위임하였다. 그런데, 앞서 본 바와 같이 중입검정고시는 의무교육인 초등학교 교육과정을 이수하지 못한 자에게 예외적으로 인정되는 보충적 학력인정제도이므로 응시에 있어서도 위 취지에 따른 일정한 자격요건이 필요할 것이고, 그 자격요건에는 초등학교 취학의무 연령과 관련하여 연령제한 사항도 포함될 수 밖에 없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필요에 따라 이 사건 규정은 법 제13조 제1항 에 규정된 초등학교 취학의무 연령 상한을 최초로 초과하는 만12세 이상인 자(3월 1일 기준)에게 중입검정고시 응시자격을 부여하고 있고, 나아가 원고와 같이 취학의무를 유예받는 등의 사유로 정원외 학적 관리 대상인 경우에도 그가 만12세 이상이라면 초등학교에 취학한 적이 없는 자 또는 취학의무를 면제받은 자와의 형평을 고려하여 중입검정고시 응시자격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라 할 것이다.
이처럼 중입검정고시 응시연령 제한에 관한 이 사건 규정은 법 제43조 및 시행령 제96조 의 위임에 기한 것이고, 그 규제 연령도 법 제13조 의 초등학교 취학의무 연령에 관한 규정에서 이미 예정하고 있었거나 또는 내재되어 있던 사항을 구체화한 것일 뿐 위 응시연령 제한이 이 사건 규정에 의하여 새롭게 창설된 것은 아니라 할 것이다(을 제8, 9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바 ①광주광역시, 강원도, 전라남도의 각 교육규칙이 응시연령 제한 규정을 두지 않았으면서도 공고시에는 응시연령 제한을 명기한 점, ②경기도 교육규칙에서 이 사건 규정 대신 ‘ 법 제13조 에 규정된 취학대상 아동’의 응시제한 규정을 둔 점은 모두 이러한 맥락에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응시연령 제한에 관한 이 사건 규정을 위임의 근거가 없다거나 그 위임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한편 원고가 지적하는 바와 같이 고입검정고시의 응시자격을 규정한 교육과학기술부령인 ‘고등학교 입학자격 검정고시 규칙’에서는 응시연령을 제한하지 않고 있으나, 이는 아래와 같은 사정 즉 ①초등교육이 헌법상 권리로서 보장되는 의무교육인 반면 중학교 교육은 국회가 국가 재정 등을 고려하여 입법정책적으로 의무교육으로 정한 것이고, 초등교육의 목적이 국민생활에 필요한 기초적인 교육인 반면 중학교는 초등학교 교육의 기초 위에 중등교육을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므로( 법 제38조 , 제41조 ), 중학교 의무교육은 모든 국민에게 그 보호하는 자녀 및 아동의 취학을 강제시킨다는 측면보다는 무상교육으로서의 성격 그리고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교육의 기회 균등이 보다 폭넓게 시행되어야 한다는 측면이 더 중요한 점, ②중학교 취학의무는 초등학교 졸업을 전제로 한 것인데 초등학교 입학 시기가 만5세부터 만7세까지 다양하고 조기졸업 등 제도도 시행되고 있는 결과 중학교 입학 연령을 일률적으로 정하기는 어려우므로 고입검정고시 응시자의 자격요건을 정함에 있어서도 중학교에 재학 중인 자의 응시를 제한하는 외에 연령을 기준으로 응시를 제한할 필요성이 매우 적다는 점 등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어 서로 다른 초등학교 의무교육과 중학교 의무교육을 다르게 취급하는 것일 뿐임을 알 수 있으므로, 고입검정고시에 응시연령 제한이 없다는 점이 이 사건 규정에 위임 근거가 없다거나 위임 범위를 벗어났다는 주장의 근거가 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나) 법률유보의 원칙 및 행정규제법 제4조 를 위반하였는지 여부
법률유보 원칙을 위반하였다는 원고 주장은 ‘능력에 따른 교육을 받을 권리’의 침해를 전제로 한 것이나, ‘능력에 따른 교육을 받을 권리’는 일정한 교육을 받을 전제조건으로서의 능력을 갖추었을 경우 차별 없이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기회가 보장된다는 것일 뿐 수학능력 등이 있다고 하여 다른 사람과 달리 그 능력에 맞는 어떠한 교육의 기회를 요구할 권리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고, 더구나 현행법 하에서도 재능이 우수한 아동은 학교교육의 테두리 내에서 수업연한의 단축을 통하여 상급학교에 조기입학 자격을 부여받을 수 있으므로, 비록 피고가 원고의 연령을 이유로 중입검정고시 응시를 제한하였다고 하여 이를 두고서 능력에 따른 교육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할 것이다.
또한 을 제12호증의 2, 3의 각 기재에 의하면, 피고가 1998. 8. 31. 중입검정고시 응시자격 연령제한에 관하여, 〈규제목적〉 의무교육과정인 초등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초등학교 학생의 의무 미이행을 최소로 하고자 연령을 제한함, 〈규제내용〉 고시시행년도 3월 1일을 기준으로 만12세를 초과하지 아니한 자는 고시에 응하지 못함, 〈규제 기준〉 초·중등교육법 제13조 의 규정에 의한 의무취학 연령기간, 〈법적 근거〉 상위법 : 초·중등교육법 제13조 제1항 , 초·중등교육법시행령 제96조 제2항 으로 하여 규제등록을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더구나 이 사건 규정이 헌법 제31조 및 제13조 에 근거하여 그에 내재된 사항을 구체화한 것임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이 사건 규정은 행정규제기본법 제4조 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
3) 내용과 관련하여
헌법 제31조 제2항 및 법 제13조 가 모든 국민에게 그가 보호하는 자녀 또는 아동을 취학시킬 의무를 부과한 것은 양육자의 교육에 관한 독자적인 결정권을 인정하되 다만 일정 수준의 의무교육은 양육자의 개인적인 판단에 좌우되지 아니하고 모든 아동에게 시행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최소한의 의무교육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므로, 초등학교 취학의무 연령 범위 내에 있는 아동에 대한 초등의무교육은 학교교육을 통해 이루어져야 하며 초등학교 교육과정을 이수하지 못한 사람에게 예외적으로 인정되는 중입검정고시의 합격을 통해 학력을 인정받는 방식으로 초등의무교육을 대체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만약 원고 주장과 같이 초등학교 취학의무 연령에 해당하는 자에게도 중입검정고시 응시를 허용한다면 이는 초등학교교육과 중입검정고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결과에 이르게 되어 초등학교교육은 의무교육이 아닌 선택교육으로 전락하게 되는데 이러한 결과는 헌법 제31조 및 교육기본법 등의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다). 따라서, 아직 초등학교 취학의무 연령 범위 내에 있는 원고에게 초등학교교육과정이 아닌 중입검정고시를 통하여 학력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교육의 의무가 부모에게 부과되어 있을 뿐 원고에게 초등교육과 법률이 정하는 의무교육을 받을 의무는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위와 같은 입법자의 결단에 정면으로 반하는 해석이라 할 것이다.
또한 원고가 들고 있는 평생 학습권, 사회교육 등은 제때에 적절한 교육의 기회를 부여받지 못하였거나 추가로 교육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제공되는 복지 차원에서의 교육일 뿐 이러한 제도가 있다고 하여 초등학교 취학의무(단순 출석의무가 아니라 전인격적 성장이 가능하도록 학교교육에 동참 협조할 적극적인 의무라 할 것이다)가 면제될 수는 없고, 오히려 법 제14조 는 일정한 사유가 인정되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취학의무의 면제 또는 유예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원고는 취학의무를 유예받았기에 법 제13조 의 취학의무의 존재를 전제로 이 사건 규정을 적용함은 부당하다는 주장도 하고 있으나, 취학의무 유예로 인하여 부모의 취학의무가 완전히 면제되는 것은 아니고, 법 제14조 제2항 도 취학의무를 유예받았다가 다시 취학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학습능력을 평가한 후 학년을 정하여 취학하게 하며 이 경우 다시 취학하는 자의 학년이 취학의무를 면제 또는 유예받지 아니하고 계속 취학하였을 때의 학년과 차이가 있으면 법 제13조 의 규정에 의한 연령에 그 해당 연수를 더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원고가 법 제13조 의 적용대상이 아님을 전제로 한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는 주장이라 할 것이다.
나) 이 사건 규정이 중입검정고시에 응시하려고 하는 자들 중 만12세 미만(3월 1일 기준)인 자들을 초등학교교육을 마치고 중학교에 진학하는 자들에 비하여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하는 것인지 여부
원고는 중입검정고시에 응시할 당시 만9세였는바, 설령 원고 주장과 같이 이 사건 규정이 중입검정고시에 합격한 사람도 정상적으로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 중학교에 진학하는 사람과 같은 연령에 중학교에 입학할 수 있도록 응시제한 연령을 만11세 또는 만10세 이상으로 규정하였다고 가정하더라도 만9세인 원고는 여전히 응시제한 대상에 해당하므로, 원고가 이 부분에서 주장하는 이 사건 규정의 무효사유는 원고의 구체적인 권리의무와 직접 관련이 없다고 할 것이니 이를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사유로 삼을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나아가 초등학교 취학의무가 유예된 원고의 경우 정상적으로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진학하는 또래들에 비하여 늦게 중학교에 입학하게 되더라도 이는 원고가 취학의무 유예로 일정 기간 초등학교를 다니지 않았던 사정으로 인하여 다른 것을 달리 취급하는 것일 뿐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이 아니고, 더구나 중학교 입학 연령은 초등학교 입학 연령 및 수업연한의 단축 여부 등에 따라 결과적으로 도출되는 것일 뿐이므로 특정 연령에 중학교에 입학하지 못하였다고 하여 교육기본법 제8조 및 법 제13조 에서 정한 중학교 의무교육을 받을 권리가 침해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어느 모로 보나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
다) 규제의 필요성 및 실현가능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주장에 대하여
⑴ 규제의 필요성에 관한 부분
먼저 원고는 중입검정고시가 초등학교 졸업자와 동등 이상의 학력이 있는지를 평가하는 자격시험으로서 중학교 입학과는 별개의 제도인 것처럼 주장하나, 중입검정고시는 초등학교 미졸업자에게 상급학교 입학의 기회를 부여하기 위하여 보충적으로 마련된 학력인정제도인 만큼 중학교 입학 또는 다른 상급학교 입학자격의 취득을 위한 수단으로서 그 존재 의의를 인정할 수 있을 뿐 달리 독자적인 학력인정제도로서의 의미는 없다고 할 것이다(만약 중입검정고시가 독자적인 학력인정제도라고 한다면 초등학교 재학 중인 학생들의 응시를 제한할 아무런 이유가 없게 되며, 이는 결국 의무교육의 선택교육화로 귀결될 것이다).
원고는 중입검정고시에 합격하고서도 중학교 입학 허가를 받지 못한 경우를 상정하기도 한 듯 하나, 법 제13조 는 중학교 취학의무 연령의 시기에 관하여 ‘초등학교를 졸업한 학년의 다음 학년 초부터’라고만 규정하고 있고, 중학교 입학 연령은 초등학교 입학 연령과 교육기간 및 수업연한의 단축 여부 등에 따라 정해지며, 초등학교 취학의무 연령에 해당하는 아동은 중입검정고시에 응시할 수 없도록 되어 있어 결국 현행 법규상 원고가 상정한 바와 같은 경우는 전혀 예정되어 있지 않으므로, 이를 근거로 중입검정고시가 중학교 입학과는 관계없는 별개의 제도인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원고의 독자적인 견해에 불과하다고 할 것이다(만약 원고의 위 논리에 따른다면 초등학교 취학 유예 중인 자는 중입검정고시를 통하여 중학교 입학자격을 취득한 후 중학교 입학시기까지 취학의무를 계속 유예받음으로써 사실상 취학의무 면제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결과에 이르게 된다).
원고는 중입검정고시의 합격을 초등학교 교육목표의 성취로 인정하여도 무방하다는 주장도 하고 있으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현행법은 학교교육을 초등교육의 원칙적 실현수단으로 정하고 있으며 초등학교교육이 단순한 지식전달에 머무르지 아니하고 전인교육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주장이라 할 것이다.
⑵ 규제목적의 실현가능성에 관한 부분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중입검정고시 응시연령 제한을 통하여 초등공교육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는 없으므로 이 사건 규정은 실현가능성 없는 규제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이해된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중입검정고시 응시연령 제한은 제도의 보충성으로부터 당연히 도출되는 결과일 뿐 새로이 어떠한 규제를 창설한 것이 아니므로 독자적으로 규제목적의 실현가능성을 따져볼 실익이 없다(원고의 주장은 결국 의무교육제도 자체에 대한 의문으로까지 연결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더욱 그러하다). 또한 국가적 차원에서의 노력을 통해 초등공교육이 개선 발전되어야 한다는 점은 당연하지만, 초등공교육의 개선 발전과 초등학교 취학의무의 이행 여부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라 할 것이다.
⑶ 결국,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4) 첨언
이 사건 변론에서 드러난 여러 정황들을 고려하면 원고는 초중등교육에 있어 정규학교 교육과정을 이수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보이고, 당심 변론종결일 이후 원고의 고등학교 졸업학력 검정고시 합격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하였는바, 원고가 현행 교육제도의 테두리 내에서 조기에 일정한 학력을 인정받고 이를 기초로 고등교육기관에 입학하거나 어떠한 직업을 선택하는 것은 당연히 가능하고 더구나 원고와 같이 학업성취도가 우수한 경우에는 그 필요성도 충분히 인정된다고 할 것이지만, 의무교육제도의 근간을 부정하는 방식을 통하여 학력을 인정받으려는 시도는 그 제도가 담보하고 있는 공익에 비추어 이를 인정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할 것인바, 이와 결론을 달리한 제1심 판결은 부당하므로 이를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