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공2014상,1084]
마약류 매매 여부가 쟁점인 사건에서 매도인으로 지목된 자가 수수사실을 부인하고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 물증이 없는 경우, 마약류를 매수하였다는 사람의 진술만으로 유죄를 인정하기 위한 요건
마약류 매매 여부가 쟁점이 된 사건에서 매도인으로 지목된 피고인이 수수사실을 부인하고 있고 이를 뒷받침할 금융자료 등 객관적 물증이 없는 경우, 마약류를 매수하였다는 사람의 진술만으로 유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진술이 증거능력이 있어야 함은 물론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만한 신빙성이 있어야 한다. 신빙성 유무를 판단할 때에는 진술 내용 자체의 합리성, 객관적 상당성, 전후의 일관성뿐만 아니라 그의 인간됨, 진술로 얻게 되는 이해관계 유무 등을 아울러 살펴보아야 한다. 특히, 그에게 어떤 범죄의 혐의가 있고 그 혐의에 대하여 수사가 개시될 가능성이 있거나 수사가 진행 중인 경우에는, 이를 이용한 협박이나 회유 등의 의심이 있어 그 진술의 증거능력이 부정되는 정도에까지 이르지 않는 경우에도, 그로 인한 궁박한 처지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진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여부 등을 살펴보아야 한다.
피고인
피고인
변호사 이용명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1.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마약류취급자가 아님에도 2010. 7. 하순 17:00경 대구 남구 대명11동 1135에 있는 대구시외버스터미널 인근의 상호를 알 수 없는 여관의 호실을 알 수 없는 방에서 교도소 수감시절 알게 된 공소외 1로부터 80만 원을 받고 1회용 주사기에 들어있는 향정신성의약품인 메스암페타민 약 0.8g을 매도하였다.’는 것인데, 원심은 매수인인 공소외 1의 제1심 법정진술과 경찰피의자신문조서, 당시 공소외 1과 동행하였다는 공소외 2의 경찰피의자신문조서와 경찰진술조서를 증거로 채택하고, 공소외 1의 진술이 일관되고 공소외 2의 진술도 매우 구체적이어서 신빙성이 높은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할 수 없다.
가. 공소외 1에 대한 사법경찰리 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3항 은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이 작성한 당해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를 유죄의 증거로 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이 작성한 당해 피고인과 공범관계에 있는 다른 피고인이나 피의자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를 당해 피고인에 대한 유죄의 증거로 채택할 경우에도 적용되는바, 당해 피고인과 공범관계가 있는 다른 피의자에 대한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 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는 그 피의자의 법정진술에 의하여 그 성립의 진정이 인정되더라도 당해 피고인이 공판기일에서 그 조서의 내용을 부인하면 증거능력이 부정된다( 대법원 2004. 7. 15. 선고 2003도7185 전원합의체 판결 , 대법원 2008. 9. 25. 선고 2008도5189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공소외 1은 다른 범죄로 재판을 받던 중에 자신과 공범들 사이의 마약류 관련 범행을 제보하였고, 2011. 8. 29. 안양교도소 수사접견실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일시, 장소에서 피고인으로부터 메스암페타민 0.8g을 매수하였다.’라는 점 등에 관하여 사법경찰리로부터 피의자신문을 받은 사실, 검사는 2012. 1. 20. 공소외 1에 대하여 위 피의사실에 관하여 공소외 1의 자백이 그에게 불리한 유일한 증거이고 공소외 1이 관련자라고 진술한 공소외 2는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는 이유로 불기소 처분을 한 사실, 피고인이 2012. 7. 3. 제1심 제2회 공판기일에 검사가 증거로 제출한 공소외 1에 대한 사법경찰리 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의 내용을 부인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그 후 법정진술 등을 거쳤음을 이유로 위 피의자신문조서를 유죄 인정의 증거로 채용하고 있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가사 공소외 1이 법정진술에 의하여 위 피의자신문조서의 성립의 진정을 인정하였다 하더라도 피고인이 그 조서의 내용을 부인하였으므로 이를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유죄 인정의 증거로 채용한 원심에는 공범인 다른 피의자에 대한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 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나. 공소외 2에 대한 사법경찰관 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
헌법 제12조 제2항 , 형사소송법 제244조의3 제1항 , 제2항 , 제312조 제3항 에 비추어 보면, 비록 사법경찰관이 피의자에게 진술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음을 알려 주고 그 행사 여부를 질문하였다 하더라도, 형사소송법 제244조의3 제2항 에 규정한 방식에 위반하여 진술거부권 행사 여부에 대한 피의자의 답변이 자필로 기재되어 있지 아니하거나 그 답변 부분에 피의자의 기명날인 또는 서명이 되어 있지 아니한 사법경찰관 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3항 에서 정한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작성된 조서라 할 수 없으므로 그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 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0도3359 판결 참조).
기록에 의하면, 공소외 2에 대한 사법경찰관 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에는 “피의자는 진술거부권과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들이 있음을 고지받았는가요?”라는 질문에 “예, 고지를 받았습니다.”라는 답변이, “피의자는 진술거부권을 행사할 것인가요?”라는 질문에 “행사하지 않겠습니다.”라는 답변이 기재되어 있기는 하나 그 답변은 공소외 2의 자필로 기재된 것이 아니고, 각 답변란에 무인이 되어 있기는 하나 조서 말미와 간인으로 되어 있는 공소외 2의 무인과 달리 흐릿하게 찍혀 있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공소외 2에 대한 사법경찰관 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는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3항 에서 정하는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작성된 조서로 볼 수 없으므로 이를 증거로 쓸 수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유죄 인정의 증거로 채용한 원심에는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다. 공소외 2에 대한 사법경찰리 작성의 참고인진술조서의 증거능력
피의자의 진술을 녹취 내지 기재한 서류 또는 문서가 수사기관에서의 조사 과정에서 작성된 것이라면, 그것이 ‘진술조서, 진술서, 자술서’라는 형식을 취하였다고 하더라도 피의자신문조서와 달리 볼 수 없다. 형사소송법이 보장하는 피의자의 진술거부권은 헌법이 보장하는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않는 자기부죄거부의 권리에 터 잡은 것이므로, 수사기관이 피의자를 신문함에 있어서 피의자에게 미리 진술거부권을 고지하지 않은 때에는 그 피의자의 진술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서 진술의 임의성이 인정되는 경우라도 증거능력이 부인되어야 한다( 대법원 2009. 8. 20. 선고 2008도8213 판결 참조).
기록에 의하면, 공소외 2는 다른 범죄로 재판을 받던 중인 2011. 6. 29. 화성직업훈련교도소 수사접견실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일시, 장소에서 공소외 1과 함께 피고인으로부터 메스암페타민 0.8g을 공동매수하였다.’라는 점 등에 관하여 사법경찰관으로부터 피의자신문을 받은 사실, 경찰은 2011. 7. 4. 공소외 2에 대한 위 피의사실에 관하여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사실, 그런데 공소외 2는 2011. 8. 11. 서울구치소 주차장 승합차 안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일시, 장소에서 공소외 1이 피고인으로부터 메스암페타민 0.8g을 매수하는 것을 목격하였다.’라는 내용으로 사법경찰리로부터 참고인조사를 받은 사실, 검사는 2011. 9. 30. 공소외 2에 대한 위 피의사실에 관하여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을 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사실관계가 이러하다면, 공소외 2가 위와 같이 참고인조사를 받을 당시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범죄혐의에서 벗어나지 못한 피의자 신분이었다고 할 것이므로, 공소외 2에 대한 참고인진술조서는 진술조서의 형식을 취하였다고 하더라도 피의자신문조서와 달리 볼 수 없다. 그런데도 기록상 경찰이 공소외 2의 진술을 들음에 있어 공소외 2에게 미리 진술거부권이 있음을 고지한 사실을 인정할 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으므로, 진술의 임의성이 인정되는 경우라도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유죄 인정의 증거로 채용한 원심에는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라. 공소외 1의 법정진술의 신빙성
마약류 매매 여부가 쟁점이 된 사건에서 매도인으로 지목된 피고인이 수수사실을 부인하고 있고 이를 뒷받침할 금융자료 등 객관적 물증이 없는 경우, 마약류를 매수하였다는 사람의 진술만으로 유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진술이 증거능력이 있어야 함은 물론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만한 신빙성이 있어야 한다. 신빙성 유무를 판단할 때에는 그 진술 내용 자체의 합리성, 객관적 상당성, 전후의 일관성뿐만 아니라 그의 인간됨, 그 진술로 얻게 되는 이해관계 유무 등을 아울러 살펴보아야 한다. 특히, 그에게 어떤 범죄의 혐의가 있고 그 혐의에 대하여 수사가 개시될 가능성이 있거나 수사가 진행 중인 경우에는, 이를 이용한 협박이나 회유 등의 의심이 있어 그 진술의 증거능력이 부정되는 정도에까지 이르지 않는 경우에도, 그로 인한 궁박한 처지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진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여부 등을 살펴보아야 한다.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으로부터 메스암페타민을 매수하였다는 공소외 1의 법정진술은 이를 뒷받침하는 금융거래내역, 통화내역 등 물증이 없고, 그 내용을 보더라도 ‘피고인을 만난 장소가 대구 서부시외버스터미널인지 대구 소재 다른 시외버스터미널인지 잘 모르겠고, 매수대금을 언제 어떻게 송금하였는지, 메스암페타민을 건네받은 장소가 모텔 몇 층인지, 당시 택시를 타고 다른 곳으로 이동한 적이 있는지 등은 기억이 안 난다.’라고 하는 등 그 내용 자체의 합리성, 객관적 상당성, 전후의 일관성이 없는 점, 공소외 1은 다른 범죄로 재판을 받던 궁박한 상황 중에 피고인을 비롯한 공범들과 사이의 마약류 관련 범행을 제보하였을 뿐만 아니라, 정작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일시, 장소에서 피고인으로부터 메스암페타민 0.8g을 매수하였다는 피의사실에 관하여 불기소 처분을 받은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공소외 1의 법정진술은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만한 신빙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3. 그럼에도 원심은, 공소외 1, 공소외 2에 대한 사법경찰관리 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 등의 증거능력을 잘못 인정하였을 뿐만 아니라 공소외 1의 법정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고 이를 기초로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단정하였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증거능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4. 결론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