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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5. 8. 13. 선고 2015다209002 판결

[손해배상(기)][공2015하,1339]

판시사항

소 제기 당시 이미 사망한 당사자와 상속인을 공동원고로 표시한 손해배상청구의 소가 제기된 경우, 상속인이 자기 고유의 손해배상청구권뿐만 아니라 이미 사망한 당사자의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한 자신의 상속분에 관한 권리도 함께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소 제기 당시 이미 사망한 당사자와 상속인이 공동원고로 표시된 손해배상청구의 소가 제기된 경우, 이미 사망한 당사자 명의로 제기된 소 부분은 부적법하여 각하되어야 할 것일 뿐이고, 소의 제기로써 상속인이 자기 고유의 손해배상청구권뿐만 아니라 이미 사망한 당사자의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한 자신의 상속분에 대해서까지 함께 권리를 행사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참조판례
원고, 피상고인

별지 원고 명단 기재와 같다.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덕수 담당변호사 김진영 외 5인)

피고, 상고인

대한민국

주문

1. 원심판결의 피고 패소 부분 중 원고 98, 원고 99, 원고 100, 원고 101에 대하여 각 28,000,000원 및 이에 대한 2013. 9. 12.부터 2013. 10. 31.까지는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초과하여 지급을 명한 부분을 각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2. 피고의 원고 98, 원고 99, 원고 100, 원고 101에 대한 나머지 상고와 나머지 원고들에 대한 상고를 기각한다.

3. 원고 98, 원고 99, 원고 100, 원고 101를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생긴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이 사건 희생자들의 희생사실 인정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관련 법리와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들어 이 사건 희생자들이 이른바 포항 민간인 희생사건의 희생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 거기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고 증거재판이나 증명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2. 소멸시효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1) 국가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이하 ‘과거사정리법’이라 한다)의 적용 대상인 피해자의 진실규명신청을 받아 국가 산하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과거사정리위원회’라고만 한다)에서 희생자로 확인 또는 추정하는 진실규명결정을 하였다면, 그 결정에 기초하여 피해자가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할 경우에, 피해자로서는 적어도 국가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들어 권리소멸을 주장하지 않을 것이라는 데 대한 신뢰를 가질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봄이 상당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될 수 없다. 이때 위 권리 행사의 ‘상당한 기간’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상 시효정지의 경우에 준하여 단기간으로 제한되어야 하나, 개별 사건에서 매우 특수한 사정이 있어 부득이한 경우에는 3년까지 연장될 수 있다( 대법원 2013. 5. 16. 선고 2012다202819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그리고 비록 피해자 등으로부터 진실규명신청이 없었더라도 과거사정리위원회가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으로서 진실규명사건에 해당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고 진실규명이 중대하다고 판단되는 때에는 이를 직권으로 조사할 수 있다.”는 과거사정리법 제22조 제3항 에 따라 직권으로 조사를 개시하여 희생자로 확인 또는 추정하는 진실규명결정을 한 경우에는, 과거사정리법의 입법 목적 및 위 조항의 내용에 비추어 볼 때 당해 사건의 중대성을 감안하여 그 희생자의 피해 및 명예회복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수용하겠다는 과거사정리법에 의한 국가의 의사가 담긴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고, 피해자 등에 대한 신뢰 부여라는 측면에서 진실규명신청에 의하여 진실규명결정이 이루어진 경우와 달리 취급할 이유가 없으므로, 그 희생자나 유족의 권리행사에 대하여 국가가 소멸시효를 주장하는 것은 마찬가지로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대법원 2013. 7. 25. 선고 2013다16602 판결 참조).

(2) 한편 생명침해의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자 본인의 위자료 청구권과 민법 제752조 에 의한 배우자 등 유족의 정신적 피해로 인한 그 고유의 위자료 청구권은 별개이므로 소멸시효 완성 여부도 각각 그 권리를 행사한 때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13. 8. 22. 선고 2013다200568 판결 참조).

(3) 또한 소 제기 당시 이미 사망한 당사자와 그 상속인이 공동원고로 표시된 손해배상청구의 소가 제기된 경우, 이미 사망한 당사자 명의로 제기된 소 부분은 부적법하여 각하되어야 할 것일 뿐이고 ( 대법원 1979. 7. 24.자 79마173 결정 참조), 이와 같은 소의 제기로써 그 상속인이 자기 고유의 손해배상청구권뿐만 아니라 이미 사망한 당사자의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한 자신의 상속분에 대해서까지 함께 권리를 행사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4)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과거사정리법에 따라 설치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2009. 10. 6. 이 사건 희생자들 36명에 대하여 진실규명신청에 의하거나 직권으로 이른바 포항 민간인 희생사건의 희생자에 해당한다는 이 사건 진실규명결정을 하였다.

② 그 후 이 사건 희생자들의 유족인 원고들은 과거사정리법의 규정과 과거사정리위원회의 건의 등에 따라 피고가 입법을 통하여 망인들의 명예회복과 피해보상 등을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리라고 기대할 만한 사정이 있었다고 할 것임에도 피고가 아무런 적극적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자, 이 사건 진실규명결정일부터 3년이 경과하기 전인 2012. 1. 13.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③ 이 사건 희생자들 중 한 명인 망 소외 1의 배우자인 원심 공동원고 망 소외 2와 자녀들인 원고 98, 원고 99, 원고 100, 원고 101(이하 ‘원고 98 등 4명’이라 한다)는 이 사건 소장에서 망 소외 2는 배우자로서의 위자료를, 원고 98 등 4명은 망 소외 1로부터 상속받은 망 소외 1의 위자료와 자녀로서의 위자료를 각 청구하였다.

④ 제1심법원은 2013. 10. 31. 피고로 하여금 망 소외 2에게 배우자로서의 위자료 4,000만 원, 원고 98 등 4명에게 각 2,800만 원(망 소외 1로부터 상속받은 망 소외 1의 위자료 각 2,000만 원과 자녀로서의 위자료 각 800만 원) 및 각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일부승소판결을 선고하였고, 망 소외 2와 원고 98 등 4명을 포함한 원고들 및 피고가 이에 불복하여 항소하였다.

⑤ 그런데 망 소외 2는 이 사건 소 제기 전인 1996. 4. 25. 이미 사망하였고, 원심 계속 중 이와 같은 사실이 밝혀지자, 원고 98 등 4명은 2014. 3. 25. 망 소외 2에 대한 소송수계신청을 하였으나 기각되었다.

⑥ 원고 98 등 4명은 이 사건 진실규명결정일부터 3년이 이미 지난 2014. 4. 30. 청구취지 등 변경신청서를 제출하면서, 자신들이 망 소외 2의 위자료를 상속하였음을 이유로 그 위자료 상속분 각 1,000만 원을 자신들의 청구금액에 추가(이하 ‘이 사건 추가청구 부분’이라 한다)하였다.

⑦ 이에 따라 원심은 망 소외 2의 소를 각하하는 한편, 원고 98 등 4명이 망 소외 2의 위자료를 상속하였다고 인정하여, 피고로 하여금 원고 98 등 4명에게 각 3,800만 원(망 소외 1로부터 상속받은 망 소외 1의 위자료 각 2,000만 원과 자녀로서의 위자료 각 800만 원 및 망 소외 2로부터 상속받은 망 소외 2의 위자료 각 1,000만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도록 제1심판결을 변경하는 일부승소판결을 선고하였다.

(5)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따라 살펴보면, 이 사건 추가청구 부분을 제외한 원고 98 등 4명의 나머지 손해배상청구 부분과 나머지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 부분에 관하여는 피고 산하 과거사정리위원회가 진실규명결정을 하여 피고가 소멸시효의 이익을 원용하지 않을 것 같은 신뢰를 부여하였고, 원고들은 이 사건 진실규명결정일부터 상당한 기간 내에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이러한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에 대하여 피고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어긋나는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될 수 없다.

그러나 망 소외 2의 위자료 청구권은 이 사건 소장에서 청구된 망 소외 1의 위자료 청구권이나 원고 98 등 4명의 위자료 청구권과는 별개의 권리로서 소멸시효 완성 여부를 따로 따져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소 제기 당시 이미 사망한 망 소외 2와 그 상속인들인 원고 98 등 4명이 공동원고로 표시되어 망 소외 2의 위자료 및 원고 98 등 4명의 위자료 등을 각 청구하는 내용의 이 사건 소가 제기되었으나, 망 소외 2 명의로 제기된 소 부분은 부적법한 것이어서 각하되어야 할 것이고, 이와 같은 소의 제기로써 원고 98 등 4명이 망 소외 2의 위자료에 대한 자신들의 상속분에 대해서까지 함께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한 것으로 볼 수는 없으며, 원고 98 등 4명은 이 사건 진실규명결정일로부터 3년이 훨씬 경과한 후에 이 사건 추가청구 부분에 관하여 청구를 추가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원고 98 등 4명이 망 소외 2의 위자료에 관하여 진실규명결정일로부터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행사를 하였다고 할 수 없다. 그러므로 이 부분에 대한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6) 따라서 이 사건 추가청구 부분을 제외한 원고 98 등 4명의 나머지 손해배상청구 부분과 나머지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 부분에 대하여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을 배척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소멸시효 항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반면 이 사건 추가청구 부분에 대하여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을 배척한 원심의 판단에는 소멸시효 항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3. 위자료 산정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관련 법리와 기록에 따라 살펴보면, 원심이 인정한 위자료 액수가 형평의 원칙에 현저히 반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원심의 조치에 위자료 산정에 관한 사실심법원의 재량의 한계를 일탈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의 피고 패소 부분 중 원고 98 등 4명에 대하여 각 28,000,000원 및 이에 대한 2013. 9. 12.부터 2013. 10. 31.까지는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초과하여 지급을 명한 부분을 각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피고의 원고 98 등 4명에 대한 나머지 상고와 나머지 원고들에 대한 상고를 기각하고, 원고 98 등 4명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생긴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 지] 원고 명단: 생략]

대법관 이상훈(재판장) 김창석 조희대(주심) 박상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