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해설 (결정해설집5집)]
국회의원과 국회의장 간의 권한쟁의
- 국회법상 수정안의 의미와 국회의장의 의사진행권한 -
(헌재 2006. 2. 23. 2005헌라6 , 판례집 18-1상, 82)
전 종 익*1)
【판시사항】
1. 국회법상 수정안의 범위
2. 국회의장이 방위사업청 신설을 내용으로 하는 의안을 복수차관제와 일부청의 차관급 격상을 내용으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수정안으로 보고 처리한 것이 국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소극)
【심판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피청구인의 2005. 6. 30. 제254회 임시국회 제8차 본회의에서 정부조직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하 ‘이 사건 원안’이라 한다)과 그에 대한 수정안(이하 ‘이 사건 수정안’이라 한다)을 가결선포한 행위(이하 ‘이 사건 가결선포행위’라 한다)가 청구인들의 헌법 또는 법률에 의한 심의·표결권을 침해하고 그로 인하여 이 사건 가결선포행위가 무효가 되는지 여부이며 관련규정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국회법 제51조 (위원회의 제안) ① 위원회는 그 소관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 법률안 기타 의안을 제출할 수 있다.
② 제1항의 의안은 위원장이 제출자가 된다.
제87조 (위원회에서 폐기된 의안) ① 위원회에서 본회의에 부의할 필요가 없다고 결정된 의안은 본회의에 부의하지 아니한다. 그러나 위원회의
결정이 본회의에 보고된 날로부터 폐회 또는 휴회중의 기간을 제외한 7일 이내에 의원 30인 이상의 요구가 있을 때에는 그 의안을 본회의에 부의하여야 한다.
② 제1항 단서의 요구가 없을 때에는 그 의안은 폐기된다.
제95조 (수정동의) ① 의안에 대한 수정동의는 그 안을 갖추고 이유를 붙여 의원 30인 이상의 찬성자와 연서하여 미리 의장에게 제출하여야 한다. 그러나 예산안에 대한 수정동의는 의원 50인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② 위원회에서 심사보고한 수정안은 찬성없이 의제가 된다.
③ 위원회는 소관사항외의 안건에 대하여는 수정안을 제출할 수 없다.
④ 의안에 대한 대안은 위원회에서 그 원안을 심사하는 동안에 제출하여야 하며, 의장은 이를 그 위원회에 회부한다.
제96조 (수정안의 표결순서) ① 동일의제에 대하여 수개의 수정안이 제출된 때에는 의장은 다음 각호에 의하여 표결의 순서를 정한다.
1. 최후로 제출된 수정안부터 먼저 표결한다.
2. 의원의 수정안은 위원회의 수정안보다 먼저 표결한다.
3. 의원의 수정안이 수개 있을 때에는 원안과 차이가 많은 것부터 먼저 표결한다.
② 수정안이 전부 부결된 때에는 원안을 표결한다.
【사건의 개요】
1. 심판청구에 이르게 된 경위
(1) 정부는 2005. 3. 24. 재정경제부 등 4개 부에 복수차관제를 도입하고 통계청과 기상청을 차관급 기구로 격상하며 국방부장관 소속으로 방위사업청을 신설하고 건설교통부의 명칭을 국토교통부로 변경하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하였다. 국회 행정자치위원회는 위 법률안과 이미 제출되어 있던 법률안들을 검토하여 복수차관제의 도입과 통계청 및 기상청을 차관급 기구로 격상하는 내용의 위원회 대안을 심사·의결하였고 이를 본회의에 부의하였다.
(2) 같은 해 6. 30. 제254회 임시국회 제8차 본회의에서 위 정부조직법 일부 개정 법률안과 관련하여 열린우리당 및 민주노동당 의원 33인의 명의로 방위사업청 신설을 내용으로 하는 수정안이 제출되었고, 청구인들을 비롯한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은 의사진행발언 등을 통하여 위 수정안은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폐기한 것이며 복수차관제 도입 등을 내용으로 하는 정부조직법 일부 개정 법률안과 다른 의제를 내용으로 하고 있어 국회법상의 수정안의 범위를 벗어난 별개의 법률안이라고 주장하였다. 피청구인은 위 수정안을 표결처리를 통해 통과시켰고 이에 따라 수정안과 함께 위 정부조직법 일부 개정 법률안에 대하여 가결을 선포하였다.
이에 청구인들은 같은 해 7. 18. 피청구인의 위와 같은 법률안에 대한 가결선포행위로 말미암아 법률안 심의·표결권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며 이 사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들의 주장 및 피청구인의 답변, 관계기관의 의견 요지
가. 청구인들의 주장
(1) 6월 국회에서 복수차관제 도입 등에 관한 정부조직법만 처리하고 방위사업청 신설 문제는 추후 국회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한 것은 여야가 합의한 사항으로서 열린우리당과 국회의장이 이 사건 수정안을 강행처리한 것은 여야합의를 파기한 것으로 합의를 우선한 국회법 정신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2) 수정동의는 의제가 된 안건에 종속된 부수적 동의로서 수정안은 그 목적이나 성격이 원안과 동일하여야 한다. 국회운영실무상 수정안이 가결된 경우 원안에 대하여 표결을 하지 않고 원안이 가결된 것으로 처리하는 것은 바로 원안과 수정안은 동일성이 있는 의안으로서 양립할 수 없는 의안이므로 동일한 사항에 대하여 2개 이상의 안이 가결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정안이 실질적으로 원안과 동일성이 없는 별개의 의제를 내용으로 하고 있다면 표결도 별도로 해야 한다.
따라서 상임위에서 심의한 결과 본회의에 부의하지 않기로 한 의제 내지 의안의 경우 원안과 동일한 내용인 것만이 수정안으로 제출될 수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 국회법 제87조애 따라 별개의 의안으로서 본회의에 부의되
어야 한다.
(3) 이 사건 가결선포행위에서 방위사업청 신설을 내용으로 하는 수정안의 경우 형식적으로는 수정안이지만 복수차관제 등을 내용으로 하는 원안과 목적이나 성격에 있어 동일성이 없으며 내용적으로도 양립할 수 있는 별개의 의안에 불과하다. 따라서 국회법상의 수정안으로서 처리될 수 없고, 위 수정안을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폐기된 의안에 대한 본회의 회부요구로 본다 하더라도 별개의 의안으로 처리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이 사건 수정안이 가결되었다는 이유로 전혀 별개의 의안인 원안에 대하여 표결도 하지 않은 채 가결된 것으로 선포하였으므로 헌법과 국회법에서 국회의원에게 부여한 법률안 심사·표결권을 침해하였다. 또한 이 사건 가결선포행위는 위와 같은 헌법 및 국회법 위반의 하자가 있으므로 당연히 무효이다.
(4) 원안에서 논의되지 않았던 사항이 추가된 수정안이 의결된 사례들이 적지 않았고 그러한 관행이 존재한다는 점을 인정하였다. 다만 그러한 관행은 국회법에 위반되는 것으로서 하루빨리 혁파되어야 할 폐습이다. 또한 피청구인은 원안에 대하여 본회의에 출석한 국회의원들에게 찬반의사를 묻지 않은 상태에서 수정안에 대한 표결 결과만을 근거로 원안과 수정안이 모두 가결되었음을 선포하였으므로, 이 사건 가결선포행위는 국회법 제87조, 제95조, 제96조를 위반되고, 그 결과 청구인들은 이 사건 원안에 대하여 찬반 의사를 표명할 기회를 박탈당하여 헌법 제40조 및 제49조에 의하여 부여받은 권한인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받으며 결국 이 사건 가결선포행위 역시 헌법 제49조에 위반된다.
나. 피청구인의 답변
(1) 이 사건 수정안은 이 사건 원안에 대하여 방위사업청을 신설하는 내용을 추가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것으로서 그에 대한 심의와 표결은 곧 이 사건 원안에 대한 심의와 표결을 포함한다. 청구인들은 이 사건 수정안이 이 사건 원안과 동일성의 범위에 있지 아니하여 수정안이라 할 수 없다고 주장하나, 이러한 주장의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 국회법 해설서도 ‘수정은 원안에 대하여 다른 의사를 가하는 것으로서 새로 추가하든지 혹은 삭
제하든지 또는 변경하는 등 원안을 손질하는 것’이라 하여 폭넓게 인정하고 있어 이에 의하면 오히려 이 사건 수정안은 적법한 수정안에 해당한다. 게다가 원안에서 논의되지 않았던 사항이 추가된 수정안이 의결되어 시행되고 있는 많은 사례들이 존재하는 점을 보아도 이는 명백하다.
또한 청구인들은 수정안이 원안과 동일성의 범위안에 있어야 한다는 근거로서 국회법 제96조 제2항을 들고 있으나 위 규정은 일사부재의 원칙에 따라 그 표결의 순서를 정한 것으로서 수정안의 범위에 관하여 일정한 제한을 가하고 있는 규정이라 볼 수 없다.
(2) 청구인들은 이 사건 수정안의 내용은 상임위원회에서 추후 국회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합의한 사항인데도 이를 가결처리한 것은 합의를 파기한 것으로 국회법의 정신을 위배한 것이라고 주장하나 여야합의에 따라야 한다는 점은 헌법상의 원칙이나 국회법상의 원칙이라 볼 수 없고 이는 국회 자율권의 범위안에 있는 것으로서 이를 들어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이유없다.
다. 행정자치부장관의 의견
이 사건 수정안과 원안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소관 상임위원회인 행정자치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 및 본회의에서 국회법에 규정된 절차에 따라 표결 처리된 것으로서 이러한 개정안이 무효 또는 취소될 경우 국정운영에 큰 혼란이 발생하게 되며 국민의 불편이 가중될 것이므로 발생할 불이익이 너무 크다.
【결정요지】
1. 국회법상 수정안의 범위에 대한 어떠한 제한도 규정되어 있지 않은 점과 국회법 규정에 따른 문언의 의미상 수정이란 원안에 대하여 다른 의사를 가하는 것으로 새로 추가, 삭제, 또는 변경하는 것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라는 점에 비추어, 어떠한 의안으로 인하여 원안이 본래의 취지를 잃고 전혀 다른 의미로 변경되는 정도에까지 이르지 않는다면 이를 국회법상의 수정안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 의안을 처리할 수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이미 이루어진 것의 잘못된 점을 바로잡는다는 수정의 사전적
의미를 감안하여 원안의 목적 또는 성격을 변경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고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수정안은 원안과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내에서만 인정될 수 있다는 청구인들의 해석도 가능하기는 하다. 그러나 원안의 목적과 성격을 보는 관점에 따라서는 동일성의 인정범위가 달라질 수 있고 또한 너무 좁게 해석하면 국회법 규정에 따른 수정의 의미를 상실할 수도 있다.
2. 위와 같이 국회법 제95조상의 수정의 개념을 폭넓게 보는 해석이 가능하다면 피청구인이 이러한 입장에 따라 이 사건 수정안을 적법한 수정안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의안을 처리하였다 하더라도 이를 명백히 법률에 위반된다고 할 수는 없다. 게다가 국회속기록에 의하면 피청구인은 국회의 의사절차가 명문의 규정이 없는 경우 과거의 관례에 따르게 되어 있는 점을 전제로 국회사무처로부터 제17대 국회에서 2005. 6. 29.까지의 수정안 12개 중 10개가 원안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새로운 사항을 규정한 것이라는 자료를 보고받고 이에 근거하여 이 사건 수정안을 표결처리하였고, 당해 국회사무처의 보고자료에서 언급한 의안을 살펴보면 실제로 이와 같이 새로운 사항을 규정한 의안들이 아무런 문제없이 수정안으로 처리되어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피청구인이 아무런 근거 없이 일방적으로 국회법을 해석하여 수정안의 범위에 대한 입장을 정한 것으로 볼 수도 없다.
재판관 권성, 재판관 송인준, 재판관 주선회의 인용의견
1. 국회법상 ‘수정안’은 원안과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안에서 제출된 경우에만 수정안으로 볼 수 있다. 국회법 제95조 제1항의 수정안은 본질적으로 이미 위원회에서 심사를 마친 원안의 존재를 전제로 하고 당해 원안과 동시에 본회의에서 심의되는 종속적이고 부수적인 성격을 가진다. 개념적으로 보아도 수정은 추가, 삭제, 변경 등 원안을 손질하여 고치는 것이므로 원안의 기본적인 내용을 변경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원안과는 전혀 다른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결과적으로 원안이 다른 의미로 변질되는 경우는 수정안으로 볼 수 없고 ‘별개의 의안’을 제안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2. 이 사건 수정안은 이 사건 원안과 전혀 다른 별개의 의안으로서 국회
법상의 수정안으로 볼 수 없다. 이 사건 원안은 재경부·외교통상부·행정자치부·산업자원부의 복수차관제를 도입하고 통계청 및 기상청을 차관급 기구로 격상시키는 내용인 것에 반하여 이 사건 수정안은 방위사업청을 신설하는 내용으로서, 비록 형식적으로는 수정안의 형태로 제출되었다 하더라도 이 사건 원안과 내용에 있어 동일성이 없으므로 원안과는 다른 별개의 의안에 해당한다. 이 사건 수정안에 대한 표결이 있었다 하더라도 방위사업청의 신설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찬반의사만이 표명되었을 뿐 이 사건 원안의 복수차관제나 일부 기구의 차관급 격상에 대한 찬반의사는 전혀 나타난 바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수정안이 가결되었다 하더라도 이 사건 원안에 대한 어떠한 의결도 있었다고 할 수 없으므로 그 가결을 선포하려면 마땅히 별도의 의결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이다.
【해설】
1. 적법요건의 검토
가. 청구기간
청구인들은 피청구인의 이 사건 가결선포행위가 있었던 2005. 6. 30.부터 60일 이내인 같은 해 7. 18. 이 사건 심판청구를 하였으므로 청구기간을 준수하였다.
나. 당사자능력
헌법재판소는 1997. 7. 16. 선고한 96헌라2 국회의원과 국회의장간의 권한쟁의 사건에서 국회의원과 국회의장을 헌법 제111조 제1항 제4호 소정의 ‘국가기관’에 해당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이들의 당사자능력을 인정하였으며(판례집 9-2, 154, 164), 이러한 입장은 이후 일련의 국회의원과 국회의장간의 권한쟁의 사건에서도 계속되고 있다(헌재 2000. 2. 24. 99헌라1 , 판례집 12-1, 115; 헌재 2003. 10. 30. 2002헌라1 , 판례집 15-2, 17)
따라서 이러한 판례의 입장에 의하면 이 사건의 청구인과 피청구인이 권한쟁의심판의 당사자가 될 수 있는 능력은 인정된다고 볼 수 있다.
다. 이 사건 가결선포행위가 권한쟁의심판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 여부
헌법재판소법에 의하면 권한쟁의에서는 국가기관(피청구인)이 행한 구체적인 처분이나 부작위가 다툼의 대상이 된다. 이중 처분은 대단히 넓은 개념으로 국가기관의 대부분의 적극적인 행위를 포함하며 단순한 사실행위뿐만 아니라 기타 모든 법적 행위가 이에 해당한다. 대외적인 것뿐만 아니라 대내적 성질을 지닌 것 그리고 개별적 결정뿐만 아니라 일반적 규범의 정립까지도 이에 포함된다고 본다.2)
이 사건 가결선포행위는 법률안이 국회본회의에서 의결되었음을 확정함으로써 법률로서 성립되도록 하는 주요한 법적 효력을 지니고 있으므로 권한쟁의심판청구의 대상인 처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라. 헌법 또는 법률에 의하여 부여받은 권한의 침해
(1) 권한쟁의심판은 피청구인의 처분 또는 부작위가 헌법 또는 법률에 의하여 부여받은 청구인의 권한을 침해하였거나 침해할 현저한 위험이 있는 때에 한하여 이를 청구할 수 있고 여기서 ‘침해’란 청구인의 주장을 바탕으로 할 때 침해의 개연성이 있으면 족하다.
우선 청구인이 주장하는 국회의원의 법률안 심의ㆍ표결권은 헌법 제41조 제1항에 따라 국민의 선거에 의하여 선출된 헌법상의 국가기관으로서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부여받은 독자적인 권한임이 틀림없고(헌재 1997. 7. 16. 96헌라2 , 판례집 9-2, 154, 163), 청구인의 주장에 의하면 이 사건 가결선포행위에 의하여 이 사건 원안에 대한 심의·표결권을 행사하지 못하였으므로 일단은 이러한 권한의 침해를 받을 가능성이 인정되는 것으로 보인다.3)
2. 본안의 검토
가. 인정되는 사실
다음과 같은 사실에 관하여 당사자들간에 이론이 없다.
(1) 정부는 2005. 3. 24. 재정경제부 등 4개 부에 복수차관제를 도입하고 통계청과 기상청을 차관급 기구로 격상하며 국방부장관 소속으로 방위사업청을 신설하고 건설교통부의 명칭을 국토교통부로 변경하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하였다.
(2) 국회 행정자치위원회는 같은 해 4. 18. 제253회 국회(임시회)에서 위 법률안의 검토를 법안심사소위원회에 회부하였고, 위 소위원회는 위 법률안과 함께 이미 제출되어 있던 강재섭 의원, 박병석 의원, 맹형규 의원이 각 대표발의한 정부조직법중개정법률안들을 검토하여 같은 해 6. 20. 재경부·외교통상부·행정자치부·산업자원부의 복수차관제를 도입하고 통계청 및 기상청을 차관급 기구로 격상하며, 건설교통부의 명칭변경과 방위사업청의 신설은 추후 논의하는 것으로 표결하여 결정하였다.
같은 날 국회 행정자치위원회는 이러한 내용의 소위원회의 심사결과를 받아들여 위원회 대안으로 심사·의결하여 본회의에 부의하였다. 심의 중 방위사업청 신설을 내용으로 하는 수정안이 이영순 의원에 의해 제출되었으나 부결되었다.
(3) 같은 달 30. 제254회 임시국회 제8차 본회의에서 위와 같이 행정자치위원회에서 부의한 정부조직법 일부 개정 법률안과 관련하여 열린우리당 및 민주노동당 의원 33인의 명의로 방위사업청 신설을 내용으로 하는 수정안이 제출되었고, 피청구인 국회의장은 위 수정안에 대하여 표결을 실시하여 재석 170인 중 찬성 159인, 기권 11인4)으로서 가결되었음을 선포하였고, 원안에 대하여 표결을 실시하지 아니한 채 정부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은 수정한 부분은 수정안대로 기타 부분은 행정자치위원회에서 제안한 대로 가결되었음을 선포하였다.
나. 이 사건 가결선포행위에 의한 심의·표결권의 침해여부
(1) 청구인들은 이 사건 수정안은 이 사건 원안과 전혀 별개의 의안으로서 이 사건 수정안이 가결되었다 하더라도 이 사건 원안에 대한 표결이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가결선포행위는 국회본회의의 표결을 거치지 않은 법률안의 가결을 선포한 것이 되어 국회의원인 청구인들의 심의·표결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국회속기록을 보면 이 사건 원안을 직접 대상으로 한 어떠한 표결이 이루어진 점을 찾을 수 없다. 따라서 청구인들의 심의·표결권의 침해여부는 이 사건 수정안에 대한 표결이 이 사건 원안에 대한 것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에 의하여 결정될 수 있을 것이다.
(2) 헌법 제64조는 국회가 법률에 저촉되지 아니하는 범위안에서 의사와 내부규율에 관한 규칙을 제정할 수 있고, 의원의 자격심사·징계·제명에 관하여 자율적 결정을 할 수 있음을 규정하여 국회의 자율권을 보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회는 국민의 대표기관이자 입법기관으로서 의사와 내부규율 등 국회운영에 관하여 폭넓은 자율권을 가지며 국회의 의사절차나 입법절차에 헌법이나 법률의 규정을 명백히 위반한 흠이 있는 경우가 아닌 한 그 자율권은 권력분립의 원칙이나 국회의 위상과 기능에 비추어 존중되어야 한다. 따라서 그 자율권의 범위내에 속하는 사항에 관한 국회의 판단에 대하여 다른 국가기관이 개입하여 그 정당성을 가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헌법재판소도 그 예외는 아니다(헌재 1997. 7. 16. 96헌라2 , 판례집 9-2, 154, 165; 헌재 1998. 7. 14. 98헌라3 , 판례집 10-2, 74, 83).
(2) 국회법은 제95조 제1항에서 의안에 대한 수정동의는 그 안을 갖추고 이유를 붙여 의원 30인 이상의 찬성자와 연서하여 의장에게 제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제96조 제1항에서 수정안의 표결순서로서 최후로 제출된 수정안, 의원의 수정안, 그리고 원안과 차이가 많은 것부터 먼저 표결하도록 하고 있는 등 수정동의의 제출과 그 안건의 처리순서를 정하고 있을 뿐 구체적으로 어떠한 경우가 수정안에 해당하는 것인지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다만 제96조 제2항에서 수정안이 전부 부결된 때에만 원안을 표결하도록하여 수정안이 가결된 경우에는 원안에 대한 표결이 필요없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어 법상의 수정안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 표결에 원안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한편 국회법 제87조는 위원회에서 본회의에 부의할 필요가 없다고 결정된 의안의 경우 본회의에 위원회의 결정이 보고된 날로부터 7일 이내에 의원 30인 이상의 요구가 있을 때에는 그 의안을 본회의에 부의하도록 하여 위원회의 결의 없이도 수정안과는 별도의 안건을 제출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원안에 대한 표결이 이루어졌는지 여부는 이 사건 수정안을 국회법 제95조에 의한 수정안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같은 법 제87조에 의한 기존의 원안과는 별개인 독립된 안건으로 볼 것인지에 따라 결정될 것이며 이는 국회법 제95조의 수정 개념의 범위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의해 좌우될 것이다.
(3) 국회법에 수정에 대한 어떠한 제한도 규정되어 있지 않은 점과 문언의 의미상 수정이란 원안에 대하여 다른 의사를 가하는 것으로 새로 추가, 삭제, 또는 변경하는 것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라는 점에 비추어 보면 이로 인하여 원안이 본래의 취지를 잃고 전혀 다른 의미로 변경되는 정도에까지 이르지 않는다면 수정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 의안을 처리할 수 있다는 보는 것과 같이 폭넓게 해석할 수 있다.5)이에 의하면 이 사건 수정안은 국회법 제95조에 의한 수정안에 해당된다.
물론 수정이란 원안의 목적 또는 성격을 변경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고치는 것을 말하므로 수정안은 원안과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내에서만 인정될 수 있다는 청구인들의 해석도 가능하기는 하다.6)그러나 원안의 목적과 성격을 보는 관점에 따라서는 이 사건 원안과 수정안이 모두 정부조직법의 개정을 위한 것으로 동일성이 인정된다고 할 수 없는 것도 아니므로 이러한 견해에 의하더라도 반드시 이 사건 수정안을 국회법상의 수정안으로 볼 수 없고 같은 법 제87조에 의한 별개의 안건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할 수도 없다.
이와 같이 국회법 제95조상의 수정의 개념을 폭넓게 보는 해석이 가능
하다면 피청구인이 이러한 입장에 의하여 이 사건 수정안을 적법한 수정안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의안을 처리하였다 하더라도 이를 명백히 법률에 위반된다고 할 수는 없다.
(5) 특히 국회법 제10조는 국회의장으로 하여금 국회를 대표하고 의사를 정리하며 질서를 유지하고 사무를 감독하도록 하고 있고, 국회법 제6장의 여러 규정들은 개의, 의사일정의 작성, 의안의 상임위원회 회부와 본회의 상정, 발언과 토론, 표결 등 회의절차 전반에 관하여 국회의장에게 폭넓은 권한을 부여하고 있어 국회의 의사진행에 관한 한 원칙적으로 의장에게 그 권한과 책임이 귀속된다(헌재 1998. 7. 14. 98헌라3 , 판례집 10-2, 74, 80). 따라서 개별적인 수정안에 대한 평가와 그 처리에 대한 피청구인의 판단은 명백히 법에 위반되지 않는 한 존중되어야 한다.
게다가 국회속기록7)에 의하면 피청구인은 국회라는 것이 명문의 규정이 없는 경우 과거의 관례에 따르는 것이라는 점을 전제로 국회사무처로부터 제17대 국회에서 2005. 6. 29.까지의 수정안 12개 중 10개가 원안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새로운 사항을 규정한 것이라는 자료를 보고받고 이에 근거하여 이 사건 수정안을 표결처리하였고, 당해 국회사무처의 보고자료에서 언급한 의안을 살펴보면 실제로 이와 같이 새로운 사항을 규정한 의안들이 아무런 문제없이 수정안으로 처리되어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8)
따라서 피청구인이 아무런 근거도 없이 일방적으로 이 사건 가결선포행위를 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
(6) 청구인들은 이 사건 수정안을 강행처리한 것은 여야합의를 파기한 것으로 합의를 우선한 국회법 정신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주장하나, 행정자치위원회와 원내대표회담에서 이루어진 방위사업청의 신설을 추후 검토하겠다는 것은 단지 정치적으로 여야간 의안의 처리에 관하여 합의한 것에
불과하여 국회법적으로 의미있거나 법적으로 구속력있는 것이라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가결선포행위가 이러한 합의의 파기 결과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이로써 헌법이나 법률의 규정을 명백히 위반한 경우로 볼 수는 없다.9)
(7) 이와 같이 피청구인의 이 사건 수정안에 대한 표결결과에 이 사건 본안에 대한 의결이 포함되어 있다고 보는 입장이 명백히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는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가결선포행위가 청구인들의 법률안에 대한 심의·표결권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
3. 이 사건 결정의 의의
이 사건은 내용면에서 보면 국회법상 수정안의 의미가 무엇인가 하는 법률의 해석문제에 의하여 결정이 이루어진 것이나, 헌법이론적으로 국회의 내부의사절차에 관한 분쟁이 있을 경우 사법기관인 헌법재판소가 심판을 통해 개입할 수 있는 범위에 관하여 일정한 기준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특히 헌법재판소는 국회의장의 국회의사진행에 관한 폭넓은 권한을 인정하여 그 판단이 명백히 법에 위반되지 않는 한 존중되어야 한
다고 하여 국회의 의사진행에 관한 국회의 자율권을 인정하는 입장을 분명히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