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a
헌재 2014. 2. 27. 선고 2013헌바178 결정문 [가사소송법 제28조 위헌소원]

[결정문]

사건

2013헌바178 가사소송법 제28조 위헌소원

청구인

정○숙

대리인 법무법인 스카이

담당변호사 정성엽

당해사건

서울가정법원 2012르2157 친생자관계존재확인

선고일

2014.02.27

주문

민법(2005. 3. 31. 법률 제7427호로 개정된 것) 제865조 제1항제862조에 의하여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이해관계인”이 친생자관계 존재 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한 부분, 가사소송법(2010. 3. 31. 법률 제10212호로 개정된 것) 제28조 중 친생자관계 존부 확인의 소에 같은 법 제24조 제2항 중 “어느 한쪽이 사망한 경우에는 그 생존자를 상대방으로 한다.”를 준용하는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유

1. 사건개요

청구인을 비롯하여 정○배, 정□배는 모두 망 박○선(2009. 4. 20. 사망)을 어머니로 하여, 장○옥은 망 윤○희를 어머니로 하여 각각 가족관계등록부에 등재되어 있었는데, 장○옥은 망 윤○희와의 사이에 친생자관계가 부존재한다는 판결을 받아 2009. 3. 12. 가족관계등록부에서 ‘모 망 윤○희’의 기재를 말소하고 ‘모 박○선’을 기재하는 것으로 정정하였다. 그러나 가족관계등록부에 친생모를 기록하는 것은 주문에서 친자관계의 존재를 확인하는 판결에 의하여야 하므로 2011. 9. 28. 장○옥의 가족관계등록부에 ‘모 박○선’은 기재하지 않는 것으로 직권정정되었다.

이에 장○옥은 2011. 10. 6. 검사를 상대로 자신과 망 박○선 사이의 친생자관계 존재 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고, 정○배와 정□배는 2011. 11. 23. 장○옥을 피고로 하여 장○옥과 망 박○선 사이의 친생자관계 존재 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으며, 망 박○선의 자녀인 청구인은 장○옥과 망 박○선 사이에 친생자관계가 존재하지 아니한다고 주장하며 정○배, 정□배가 제기한 소송에 공동소송적 보조참가를 하였다.

서울가정법원은 검사를 상대로 한 친생자관계 존재 확인의 소는 2년의 제척기간을 도과하였다는 이유로 2012. 5. 22. 각하하였으나, 정○배와 정□배가 이해관계인인 제3자로서 친생자관계의 생존 당사자인 장○옥을 피고로 하여 제기한 소송에서는 2012. 5. 23. 장○옥과 망 박○선 사이에 친생자관계가 존재함을 확인한다고 판결하였다(서울가정법원 2011드단101721).

이에 청구인은 항소하여 항소심 계속 중, 이해관계인인 제3자가 친생자관계의 생존 당사자 일방만을 상대방으로 하여 친생자관계 존재 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가사소송법 제28조같은 법 제24조를 친생자관계 존부 확인의 소에 준용

하는 부분’이 망인의 다른 직계비속인 청구인의 행복추구권과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다.

2013. 3. 29. 청구인의 항소가 기각됨(서울가정법원 2012르2157, 당해사건)과 동시에 위 제청신청도 기각되자(서울가정법원 2013즈기428), 청구인은 2013. 6. 20. 위 가사소송법 조항에 대해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청구인은 제3자가 친생자관계의 생존 당사자 일방만을 상대로 하여 친생자관계 존재 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위헌이라는 취지로 위 가사소송법 조항만을 심판대상으로 삼아 이 사건 심판청구를 하였다.

그런데 이해관계인인 제3자가 친생자관계 존재 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 것은 민법 제862조의 ‘자 기타 이해관계인’이 친생자관계 존재 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민법 제865조 제1항 때문이고, 청구인이 심판대상으로 삼은 위 가사소송법 조항은 이해관계인인 제3자가 친생자관계 존재 확인의 소를 제기할 때 그 상대방이 되는 자를 규정한 조항이다. 그렇다면 민법 제865조 제1항과 위 가사소송법 조항은 이 사건에 있어 서로 체계적으로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청구인이 주장하는 위헌 사유는 친생자관계 존재 확인의 소의 제소권자를 정하고 있는 민법 제865조 제1항에도 존재하는 것이므로, 청구인이 심판대상조항으로 삼은 위 가사소송법 조항 외에 민법 제865조 제1항도 이 사건의 심판대상조항에 포함시켜 판단할 필요가 있다.

한편, 청구인이 특별히 문제 삼고 있는 당사자 및 소의 유형은 이해관계인인 제3자가 친생자관계의 어느 한쪽이 사망한 경우 그 생존자를 상대방으로 하여 친생자관계

존재 확인의 소를 제기하는 경우이므로 심판대상을 그에 관련된 부분으로 한정하되, 청구인이 위 가사소송법 조항의 ‘존부’라는 표현의 명확성을 다투고 있는 점을 고려하여야 한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① 민법(2005. 3. 31. 법률 제7427호로 개정된 것) 제865조 제1항제862조에 의하여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이해관계인”이 친생자관계 존재 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한 부분(이하 ‘이 사건 민법 조항’이라 한다), ② 가사소송법(2010. 3. 31. 법률 제10212호로 개정된 것) 제28조 중 친생자관계 존부 확인의 소에 같은 법 제24조 제2항 중 “어느 한쪽이 사망한 경우에는 그 생존자를 상대방으로 한다.”를 준용하는 부분(이하 ‘이 사건 가사소송법 조항’이라 한다)의 위헌 여부이며,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은 아래와 같다.

[심판대상조항]

민법(2005. 3. 31. 법률 제7427호로 개정된 것) 제865조(다른 사유를 원인으로 하는 친생관계존부확인의 소) ① 제845조, 제846조, 제848조, 제850조, 제851조,제862조와 제863조의 규정에 의하여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자는 다른 사유를 원인으로 하여 친생자관계존부의 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

가사소송법(2010. 3. 31. 법률 제10212호로 개정된 것) 제28조(준용규정) 인지무효의 소에는 제23조 및 제24조를 준용하고, 인지취소의 소, 인지에 대한 이의의 소 또는친생자관계 존부 확인의 소에는 제24조를 준용하며, 인지청구의 소에는 제25조 제1항을 준용한다.

[관련조항]

타 이해관계인은 인지의 신고있음을 안 날로부터 1년내에 인지에 대한 이의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

민법(2005. 3. 31. 법률 제7427호로 개정된 것) 제865조(다른 사유를 원인으로 하는 친생관계존부확인의 소) ② 제1항의 경우에 당사자 일방이 사망한 때에는 그 사망을 안 날로부터 2년 내에 검사를 상대로 하여 소를 제기할 수 있다.

제12조(적용 법률) 가사소송 절차에 관하여는 이 법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민사소송법에 따른다. 다만, 가류 및 나류 가사소송사건에 관하여는 민사소송법 제147조 제2항, 제149조, 제150조 제1항, 제284조 제1항, 제285조, 제349조, 제350조, 제410조의 규정 및 같은 법 제220조 중 청구의 인낙(認諾)에 관한 규정과 같은 법 제288조 중 자백에 관한 규정은 적용하지 아니한다.

제17조(직권조사) 가정법원이 가류 또는 나류 가사소송사건을 심리할 때에는 직권으로 사실조사 및 필요한 증거조사를 하여야 하며, 언제든지 당사자 또는 법정대리인을 신문할 수 있다.

제21조(기판력의 주관적 범위에 관한 특칙) ① 가류 또는 나류 가사소송사건의 청구를 인용(認容)한 확정판결은 제3자에게도 효력이 있다.

제24조(혼인무효·취소 및 이혼무효·취소의 소의 상대방) ② 제3자가 제1항에 규정된 소를 제기할 때에는 부부를 상대방으로 하고, 부부 중 어느 한쪽이 사망한 경우에는 그 생존자를 상대방으로 한다.

제29조(혈액형 등의 수검 명령) ① 가정법원은 당사자 또는 관계인 사이의 혈족관계의 유무를 확정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다른 증거조사에 의하여 심증(心證)을 얻지

못한 때에는 검사를 받을 사람의 건강과 인격의 존엄을 해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당사자 또는 관계인에게 혈액채취에 의한 혈액형의 검사 등 유전인자의 검사나 그 밖에 적당하다고 인정되는 방법에 의한 검사를 받을 것을 명할 수 있다.

3. 청구인의 주장

이 사건 가사소송법 조항의 ‘존부’라는 표현은 친생자관계 존재 확인의 소에도 가사소송법 제24조가 준용되는 것처럼 해석될 여지를 제공하므로 명확성 원칙에 위반된다.

이 사건 가사소송법 조항은 이해관계인인 제3자가 친생자관계 중 생존한 일방 당사자만을 상대로 친생자관계 존재 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하면서 청구인과 같이 그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을 구할 이해관계가 있는 망인의 다른 직계비속에게 는 피고적격을 인정하지 않으므로 청구인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고, 자신이 자(子)라고 주장하는 자와 제3자와의 공모에 의해 새로운 가장(假裝) 상속인이 인정될 수 있게 하므로 상속으로 취득한 청구인의 재산권을 침해한다.

4. 판단

가. 재판을 받을 권리 침해 여부

(1) 기본권의 제한

(가) 재판을 받을 권리의 내용

헌법 제27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 중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라 함은 법대로의 재판 즉 절차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실체법이 정한 내용대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자는 취지이다(헌재 1992. 6. 26. 90헌바25 참조).

그리고 재판이란 사실 확정과 법률의 해석적용을 본질로 함에 비추어 법관에 의한 사실 확정과 법률의 해석적용의 기회에 접근하기 어렵도록 제약이나 장벽을 쌓아서는 안 될 것이며, 만일 그러한 보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재판을 받을 권리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우리 헌법상 허용되지 아니한다(헌재 1995. 9. 28. 92헌가11 등; 헌재 2000. 2. 24. 99헌바17 등; 헌재 2000. 6. 29. 99헌가9 등).

(나) 재판을 받을 권리의 제한

가사소송법제21조에서 친생자관계 존부 확인의 소를 포함한 가류 및 나류 가사소송사건의 청구를 인용한 확정판결의 기판력을 제3자에게까지 확장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친생자관계가 문제되는 모(母)의 다른 직계비속은 친생자관계 존부 확인판결의 대세적 효력으로 인해 신분 및 재산관계에 영향을 받게 된다.

그런데 이 사건 민법 조항 및 이 사건 가사소송법 조항(이하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은 제3자가 친생자관계 존재 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하면서 친생자관계 중 생존 당사자만을 피고로 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망인의 다른 직계비속인 청구인은 그러한 소송의 피고가 될 수 없다. 이와 같이 청구인에게 피고적격을 부여하지 않는 것은 청구인이 그 판결의 효력을 받게 되는 재판절차에의 접근 기회를 제한하는 것이다.

또한 제3자와 친생자관계 중 생존자 일방만이 당사자가 되는 소송은, 당사자끼리 통모하여 실체적 진실을 왜곡하려 할 때 망인의 다른 직계비속인 청구인이 소송에 직접 관여하여 실체적 진실에 부합하는 주장과 입증을 통해 이를 방지할 기회가 제한된다는 점에서 실체법이 정한 내용대로 재판 받을 권리가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

(2) 심사기준

재판청구권과 같은 절차적 기본권은 원칙적으로 제도적 보장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자유권적 기본권 등 다른 기본권의 경우와 비교하여 볼 때 상대적으로 광범위한 입법형성권이 인정되므로, 관련 법률에 대한 위헌심사기준은 합리성원칙 내지 자의금지원칙이 적용된다(헌재 2005. 5. 26. 2003헌가7 ; 헌재 2009. 7. 30. 2008헌바162 등).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이 청구인의 재판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피고적격이 인정되지 않는다 해도 청구인의 재판절차에의 접근 기회가 충분한 정도로 보장되고 있는지의 측면, 그러한 재판에서 실체법이 정한 내용대로 재판을 받을 수 있는지의 측면에서 입법자가 절차 형성에 있어서의 입법재량을 일탈하였는지 여부를 심사하여야 할 것이다.

(3) 판단

(가) 재판절차에 접근할 기회 보장의 측면

친생자관계의 존부는 기본적으로 그 신분관계의 주체인 부 또는 모와 그 자 사이의 문제이므로, 확인의 이익이 있는 제3자가 친생자관계 존부 확인의 소를 제기할 때에는 소송물인 신분관계, 즉 친생자관계의 주체인 부 또는 모와 그 자녀가 상대방이 되는 것이 타당하다.

가사소송법 제21조에 의한 기판력의 확장은 판결의 효력을 받는 제3자의 절차보장의 요청과 긴장관계를 형성할 수 있으나, 이 때 어떠한 수단을 통해 제3자의 재판 절차 접근 기회를 보장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입법자에게 형성의 자유가 인정되므로, 친생자관계의 존부가 다른 친족의 신분 및 재산관계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여 반드시 이들에게 피고적격을 부여하는 방식으로만 이들의 재판 절차 접근 기회를 보장하여

야 하는 것은 아니다.

만약 청구인이 원하는 바와 같이 제3자가 친생자관계의 존부 확인을 구하기 위해서는 사망한 모의 다른 직계비속도 모두 공동피고로 삼도록 한다면, 친생자관계의 존부를 다투고자 하는 제3자로서는 친생자관계의 주체 외에 다른 직계비속 등 이해관계 있는 친족의 존재 여부와 인적사항, 소재 등을 모두 파악하여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데, 이는 자칫 원고에게 과도한 부담을 부과하여 원고의 재판청구권에 제한을 가져올 수 있다. 또한 공동피고가 되어야 하는 자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이 주체가 아닌 신분관계의 존부와 관련된 소송에 관여하고 싶지 않거나 소송수행의 의지가 없는 자라도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소송절차에 끌려들어가게 되므로, 재판절차에 관여할 것인지를 결정할 자유가 제한된다. 또한 소송경제의 측면에서도 소송당사자의 수가 많아지고 이해관계가 복잡해짐으로 인해 소송절차의 신속한 진행이 어려워질 수 있다.

한편, 민사소송법은 소송결과에 이해관계가 있는 제3자에게 보조참가를 통해 재판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고 있고(제71조), 판결의 효력을 받는 자의 경우에 필수적 공동소송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므로(제78조), 청구인과 같이 망인의 다른 직계비속 중 소송절차에 관여하고 싶은 자는 본인의 자율적인 선택에 의해 공동소송적 보조참가인의 자격으로 재판 과정에서 공격·방어·이의·상소, 그 밖의 모든 소송행위를 할 수 있다(제76조 제1항). 또 이 사건 민법 조항에 의해 친생자관계 존부 확인의 소의 원고적격은 ‘이해관계인’으로 넓게 규정되어 있고, 법원은 민법 제777조의 신분관계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친생자관계 존부 확인의 소를 제기할 소송상의 이익을 인정하므로(대법원 1981. 10. 13. 선고 80므60 전원합의체판

결), 청구인은 스스로 원고가 되어 친생자관계의 존부를 다투는 별소를 제기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와 같이 소송 제기의 용이함, 소송관여 여부 선택의 자율성, 신속한 재판을 받을 당사자의 권리 등 관련된 여러 가지 이익들을 고려하여, 제3자가 제기한 친생자관계 존재 확인의 소에서 청구인과 같은 이해관계 있는 친족에게 일률적으로 피고적격을 부여하기보다는, 소송절차에 참여하기를 원하는 친족은 스스로의 의사에 의해 공동소송적 보조참가나 별소 제기 등의 방식을 통해 재판절차에 참여하도록 보장하고 있는 입법자의 판단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볼 수는 없다.

(나) 실체법의 내용에 따른 재판을 받을 권리의 측면

청구인은 제3자가 친생자관계 존재 확인의 소를 구할 수 있도록 허용할 필요성이 없으며, 이러한 형태의 소송을 허용하는 것은 제3자와 친생자관계의 주체가 통모하여 진실한 신분관계를 왜곡시킬 가능성을 높인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법률상 친자관계는 이를 기초로 다른 신분관계가 정해지고 상속, 부양 등의 권리·의무를 발생시키는 만큼 그 친자관계의 존부에 이해관계를 갖는 제3자의 존재를 충분히 상정할 수 있으므로 이해관계인인 제3자에게도 원고적격을 부여하는 데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고, 이미 존재하는 친생자관계의 존부에 대한 다툼이 있어 그 존재를 판결을 통해 대세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거나 실제와 다른 가족관계등록부의 기록이 있는 때에 실제의 친부모를 기재하고자 하는 경우와 같이, 친생자관계의 ‘부존재’ 뿐 아니라 ‘존재’의 확인을 구하는 소가 인정될 필요성도 있다.

또한 다음과 같이 제3자와 친생자라고 주장하는 자 사이의 통모에 의한 허위 판결로 가장 상속인이 발생할 가능성을 차단하고 실체법이 정하는 내용에 따른 재판이

이루어지기 위한 법적 장치들도 충분히 마련되어 있다.

즉, 가사소송법 제12조 단서에서는 가류 또는 나류 가사소송사건에 있어 민사소송법의 규정 중 소송행위상의 태만에서 생기는 실권의 불이익에 관한 규정들(제147조 제2항, 제149조, 제284조 제1항, 제285조, 제349조, 제350조), 자백법칙과 자백간주규정(제288조, 제150조 제1항) 및 청구의 인낙에 관한 규정(제220조) 등의 적용을 배제하고 있으므로, 가류 가사소송사건인 친생자관계 존재 확인의 소에서 원·피고가 소송수행을 태만히 하거나 원·피고 사이에 친생자관계 존재에 대한 다툼이 없다고 하더라도 증거 없이 친생자관계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가사소송법 제17조에 따라 ‘직권조사’에 의하여 친생자관계의 존부를 판단하는 것이며, 가사소송법 제29조에서는 혈액형 등의 수검명령을 규정하여 친생자관계의 존부를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증거에 의하여 결정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고 있다. 나아가 앞서 본 바와 같이 청구인과 같이 판결의 효력을 받는 다른 친족들도 보조참가의 방식으로 재판절차에 관여하여 실체적 진실을 밝힐 기회가 주어지고 있다.

(다) 소결

따라서 입법자가 이해관계인인 제3자에 의한 친생자관계 존재 확인의 소 제기를 허용하면서 그 피고적격을 친생자관계가 문제되는 당사자만으로 한정한 것이 입법형성권의 자의적 행사로서 청구인의 재판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나. 청구인의 기타 주장에 대한 판단

(1) 명확성 원칙 위반 여부

청구인은 이 사건 가사소송법 조항 중 ‘존부’라는 표현의 명확성을 문제 삼고 있다. 그러나 ‘존부’의 사전적 의미는 ‘존재함과 존재하지 않음’이므로 이 사건 가사소송법

조항에서 사용되고 있는 ‘친생자관계 존부 확인의 소’는 문리적 해석상 친생자관계 존재 확인의 소와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의 소 양자를 의미하는 것임이 명확하고, 법원도 일관되게 문리적 해석에 부합하도록 이 사건 가사소송법 조항의 ‘존부’를 ‘존재’와 ‘부존재’ 양자 모두를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하여 적용하고 있다.

이처럼 ‘존부’라는 명확한 표현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가사소송법 조항의 ‘존부’가 ‘부존재’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되어야 한다는 청구인의 주장은 실제로는 법률의 명확성 문제가 아니라, 제3자가 제기하는 친생자관계 존재 확인의 소가 인정되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주장으로 볼 수 있고, 그러한 형태의 소송을 인정하는 것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이미 앞서 살펴본 바와 같다.

(2) 재산권 침해 여부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해 실제 친생자가 아닌 자에게 친생자관계가 존재한다는 내용의 판결이 내려질 가능성이 있으며 그 판결의 효과로 인해 결과적으로 정당한 상속인인 청구인의 재산권이 침해될 소지가 있다는 청구인의 주장은, 결국 실체적 진실에 부합하는 재판을 받을 청구인의 권리가 침해된다는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고,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이 청구인의 재판 받을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것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다.

청구인의 재산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타인 간 친생자관계의 존부는 출산이나 인지 등 신분관계를 발생시키는 객관적 사실이나 법률행위의 존재가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에 좌우되는 것이므로, 친생자관계의 존부 확인에 관한 재판에서 그 당사자적격의 범위를 규정하고 있을 뿐인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이 청구인의 신분관계나 재산관계를 직접적으로 변동시키는 규정이라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은 청구인의 재산권을 직접 제한하는 규정이 아니고, 청구인의 이 부분 주장은 재판 받을 권리의 침해 여부를 통해 이미 판단하였으므로, 더 나아가 별도로 판단하지 않는다.

5.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재판장 재판관 박한철

재판관 이정미

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이진성

재판관 김창종

재판관 안창호

재판관 강일원

재판관 서기석

재판관 조용호

본문참조조문
판례관련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