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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8. 12. 27. 선고 2016다266736 판결

[손해배상(기)]〈변호인의 접견교통권 침해에 대한 국가배상 사건〉[공2019상,358]

판시사항

[1] 수사기관이 법령에 의하지 않고 처분 등으로 변호인의 접견교통권을 제한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 피의자 등이 헌법상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의미와 범위를 정확히 이해하면서도 이성적 판단에 따라 자발적으로 그 권리를 포기한 경우, 변호인의 접견이 강제될 수 있는지 여부(소극) 및 위와 같은 요건이 갖추어지지 않았는데도 수사기관이 접견을 허용하지 않는 경우, 변호인의 접견교통권 침해로 인한 국가배상책임이 성립하는지 여부(적극)와 그 증명책임의 소재

[2] 북한에서 태어나고 자란 중국 국적의 화교인 갑이 대한민국에 입국한 후 국가정보원장이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설치·운영하는 임시보호시설인 중앙합동신문센터에 수용되어 조사를 받았는데, 변호사인 을 등이 갑에 대한 변호인 선임을 의뢰받고 9차례에 걸쳐 갑에 대한 변호인접견을 신청하였으나, 국가정보원장과 국가정보원 소속 수사관이 을 등의 접견신청을 모두 불허하였고, 이에 을 등이 국가를 상대로 변호인 접견교통권 침해를 이유로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국가정보원장이나 국가정보원 수사관이 변호인인 을 등의 갑에 대한 접견교통신청을 허용하지 않은 것은 변호인의 접견교통권을 침해한 위법한 직무행위에 해당하므로, 국가는 을 등이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본 원심판단이 정당하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피의자의 지위는 수사기관이 범죄인지서를 작성하는 등 형식적인 사건수리 절차를 밟기 전이라도 조사대상자에 대하여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보아 실질적으로 수사를 개시하는 행위를 한 때에 인정된다.

헌법 제12조 제4항 본문은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정하고 있다. 형사소송법 제89조 는 “구속된 피고인은 법률의 범위 내에서 타인과 접견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이 규정은 체포 또는 구속된 피의자에 관하여도 준용된다( 제209조 ). 형사소송법 제34조 는 “변호인 또는 변호인이 되려는 자는 신체구속을 당한 피고인 또는 피의자(이하 ‘피의자 등’이라 한다)와 접견하고 서류 또는 물건을 수수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있다.

이러한 형사소송법 규정은 헌법상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기본적 인권의 하나로 보장한 취지를 실현하기 위하여 피의자 등의 헌법상 기본권을 구체화함과 동시에 변호인 또는 변호인이 되려는 자(이하 ‘변호인’이라 한다)에게 피의자 등과 자유롭게 접견교통을 할 수 있는 법률상 권리를 인정한 것이다. 변호인의 접견교통권은 피의자 등의 인권보장과 방어준비를 위하여 필수불가결한 권리이므로, 수사기관의 처분 등으로 이를 제한할 수 없고, 다만 법령에 의해서만 제한할 수 있다.

수사기관이 법령에 의하지 않고는 변호인의 접견교통권을 제한할 수 없다는 것은 대법원이 오래전부터 선언해 온 확고한 법리로서 변호인의 접견신청에 대하여 허용 여부를 결정하는 수사기관으로서는 마땅히 이를 숙지해야 한다. 이러한 법리에 반하여 변호인의 접견신청을 허용하지 않고 변호인의 접견교통권을 침해한 경우에는 접견 불허결정을 한 공무원에게 고의나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변호인의 접견교통권은 피의자 등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실현하기 위한 것으로서, 피의자 등이 헌법 제12조 제4항 에서 보장한 기본권의 의미와 범위를 정확히 이해하면서도 이성적 판단에 따라 자발적으로 그 권리를 포기한 경우까지 피의자 등의 의사에 반하여 변호인의 접견이 강제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변호인이 피의자 등에 대한 접견신청을 하였을 때 위와 같은 요건이 갖추어지지 않았는데도 수사기관이 접견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변호인의 접견교통권을 침해하는 것이고, 이 경우 국가는 변호인이 입은 정신적 고통을 배상할 책임이 있다. 이때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중요성, 수사기관에 이러한 권리를 침해할 동기와 유인이 있는 점, 피의자 등이 접견교통을 거부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피의자 등이 헌법 제12조 제4항 에서 보장한 기본권의 의미와 범위를 정확히 이해하면서도 이성적 판단에 따라 자발적으로 그 권리를 포기하였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를 주장하는 사람이 증명할 책임이 있다.

[2] 북한에서 태어나고 자란 중국 국적의 화교인 갑이 대한민국에 입국한 후 국가정보원장이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설치·운영하는 임시보호시설인 중앙합동신문센터에 수용되어 조사를 받았는데, 변호사인 을 등이 갑에 대한 변호인 선임을 의뢰받고 9차례에 걸쳐 갑에 대한 변호인접견을 신청하였으나, 국가정보원장과 국가정보원 소속 수사관이 을 등의 접견신청을 모두 불허하였고, 이에 을 등이 국가를 상대로 변호인 접견교통권 침해를 이유로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을 등이 갑에 대한 접견을 신청하였을 당시 갑은 국가보안법위반(간첩) 등의 혐의로 수사를 받는 피의자의 지위에 있었는데, 당시 갑이 국가정보원 수사관에게 접견을 신청한 변호사를 만나고 싶지 않다고 진술하였으나, 갑은 북한에서 자라 처음 대한민국에 입국하여 곧바로 중앙합동신문센터에 수용되었고 누구와도 접촉이 금지되었던 점 등의 사정에 비추어 보면, 갑의 진술은 접견교통권 등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의미와 범위에 대하여 제대로 인식한 상태에서 자발적이고 진정한 의사로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렵고, 따라서 국가정보원장이나 국가정보원 수사관이 변호인인 을 등의 갑에 대한 접견교통신청을 허용하지 않은 것은 변호인의 접견교통권을 침해한 위법한 직무행위에 해당하므로, 국가는 을 등이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본 원심판단이 정당하다고 한 사례.

원고, 피상고인

원고 1 외 4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양재 담당변호사 김진형)

피고, 상고인

대한민국 (소송대리인 변호사 정재기)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실관계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가. 소외 1은 북한에 거주하던 중국 국적의 화교로서, 2004. 4. 25.경 대한민국에 입국하여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북한이탈주민법’이라 한다)에 따른 보호결정을 받고 대한민국에 정착하였다. 소외 2는 소외 1의 동생으로서 북한에서 태어나고 자란 중국 국적의 화교인데, 2012. 10. 30.경 대한민국에 입국하여 북한이탈주민법에 따른 보호신청을 하였고, 그 무렵 국가정보원장이 북한이탈주민법에 따라 설치·운영하는 임시보호시설인 중앙합동신문센터에 수용되었다.

나. 국가정보원은 2011. 2.경 다른 탈북자로부터 소외 1이 화교인데도 탈북자를 가장하여 대한민국에 입국하였고 동생인 소외 2도 곧 입국하려고 한다는 진술을 확보하였다. 소외 2는 국가정보원 수사관으로부터 입국 경위 등을 조사받는 과정에서 수용 초기에는 화교라는 사실을 부인하다가, 2012. 11. 5.경 국가정보원 수사관에게 자신이 중국 국적자이고 북한 국적을 취득한 적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였다. 이후 국가정보원은 소외 2에게 수십 차례 진술서나 확인서를 작성하도록 하고, 4회에 걸친 참고인 조사를 하는 등 강도 높은 조사를 통해 소외 2로부터 ‘북한에 거주하는 동안 오빠인 소외 1로부터 국내에서 수집한 탈북자의 신원정보 등을 넘겨받아 이를 북한 함경북도 회령시 보위부 반탐부부장에게 전달하였고, 반탐부부장의 지시에 따라 소외 1과 함께 탈북자 정보를 수집하여 북한에 전달할 목적으로 대한민국에 입국하였다.’는 내용의 진술을 확보하였다.

국가정보원은 중앙합동신문센터에서 확보한 소외 2의 진술을 토대로 2013. 1. 10. 소외 1을 국가보안법위반(간첩) 등 혐의로 체포하여 2013. 1. 12. 구속영장을 발부받고 2013. 1. 29.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였다. 검찰은 중앙합동신문센터에 수용되어 있던 소외 2를 소환하여 8회에 걸쳐 참고인 조사를 한 다음 2013. 2. 26. 소외 1을 국가보안법위반(간첩)죄 등으로 기소하였다.

다. 원고들은 구속된 소외 1의 변호를 맡았던 변호사들인데, 소외 1과 소외 2의 부친 소외 3으로부터 소외 2에 대한 변호인 선임을 의뢰받고, 2013. 2. 4.부터 2013. 3. 7.까지 9차례에 걸쳐 국가정보원장에게 소외 2에 대한 변호인접견을 신청하였다. 그러나 국가정보원장과 국가정보원 소속 수사관은 원고들의 접견신청을 모두 불허하였다.

라. 소외 1에 대한 형사사건에서 검사는 중앙합동신문센터에서 소외 2가 작성한 진술서, 자술서, 확인서, 반성문, 국가정보원 수사관과 검사가 작성한 소외 2에 대한 진술조서 등을 증거로 제출하였다. 그러나 제1심, 제2심, 대법원은 일치하여 다음과 같은 이유로 위 증거는 모두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소외 2가 작성한 진술서, 자술서 등과 국가정보원 수사관이 소외 2에 대하여 작성한 진술조서는 소외 2가 실질적인 피의자 지위에 있었는데도 진술거부권이 고지되지 않은 상태에서 작성된 것이어서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한다. 검사가 소외 2에 대하여 작성한 진술조서는 소외 2가 부당하게 장기간 계속된 사실상 구금 상태에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도 보장받지 못한 채 심리적 불안감과 위축 속에서 수사관의 회유에 넘어가 진술한 것으로서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렵다.

2. 변호인 접견교통권 침해를 이유로 한 손해배상책임

피의자의 지위는 수사기관이 범죄인지서를 작성하는 등 형식적인 사건수리 절차를 밟기 전이라도 조사대상자에 대하여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보아 실질적으로 수사를 개시하는 행위를 한 때에 인정된다 ( 대법원 2001. 10. 26. 선고 2000도2968 판결 , 대법원 2015. 10. 29. 선고 2014도5939 판결 등 참조).

헌법 제12조 제4항 본문은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정하고 있다. 형사소송법 제89조 는 “구속된 피고인은 법률의 범위 내에서 타인과 접견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이 규정은 체포 또는 구속된 피의자에 관하여도 준용된다( 제209조 ). 형사소송법 제34조 는 “변호인 또는 변호인이 되려는 자는 신체구속을 당한 피고인 또는 피의자(이하 ‘피의자 등’이라 한다)와 접견하고 서류 또는 물건을 수수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있다.

이러한 형사소송법 규정은 헌법상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기본적 인권의 하나로 보장한 취지를 실현하기 위하여 피의자 등의 헌법상 기본권을 구체화함과 동시에 변호인 또는 변호인이 되려는 자(이하 ‘변호인’이라 한다)에게 피의자 등과 자유롭게 접견교통을 할 수 있는 법률상 권리를 인정한 것이다. 변호인의 접견교통권은 피의자 등의 인권보장과 방어준비를 위하여 필수불가결한 권리이므로, 수사기관의 처분 등으로 이를 제한할 수 없고, 다만 법령에 의해서만 제한할 수 있다 ( 대법원 2002. 5. 6.자 2000모112 결정 , 대법원 2007. 1. 31.자 2006모656 결정 등 참조).

수사기관이 법령에 의하지 않고는 변호인의 접견교통권을 제한할 수 없다는 것은 대법원이 오래전부터 선언해 온 확고한 법리로서 변호인의 접견신청에 대하여 그 허용 여부를 결정하는 수사기관으로서는 마땅히 이를 숙지해야 한다. 이러한 법리에 반하여 변호인의 접견신청을 허용하지 않고 변호인의 접견교통권을 침해한 경우에는 접견 불허결정을 한 공무원에게 고의나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변호인의 접견교통권은 피의자 등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실현하기 위한 것으로서, 피의자 등이 헌법 제12조 제4항 에서 보장한 기본권의 의미와 범위를 정확히 이해하면서도 이성적 판단에 따라 자발적으로 그 권리를 포기한 경우까지 피의자 등의 의사에 반하여 변호인의 접견이 강제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변호인이 피의자 등에 대한 접견신청을 하였을 때 위와 같은 요건이 갖추어지지 않았는데도 수사기관이 접견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변호인의 접견교통권을 침해하는 것이고, 이 경우 국가는 변호인이 입은 정신적 고통을 배상할 책임이 있다 ( 대법원 2003. 1. 10. 선고 2002다56628 판결 등 참조). 이때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중요성, 수사기관에 이러한 권리를 침해할 동기와 유인이 있는 점, 피의자 등이 접견교통을 거부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피의자 등이 헌법 제12조 제4항 에서 보장한 기본권의 의미와 범위를 정확히 이해하면서도 이성적 판단에 따라 자발적으로 그 권리를 포기하였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를 주장하는 사람이 증명할 책임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3. 원심판단의 당부

가.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국가정보원장이나 국가정보원 수사관이 변호인인 원고들의 소외 2에 대한 접견교통신청을 허용하지 않은 것은 변호인의 접견교통권을 침해한 위법한 직무행위에 해당하므로 피고는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에 따라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원고들이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1) 국가정보원은 이미 소외 2가 중국 국적자로서 북한이탈주민법상 보호대상자가 될 수 없다는 의심을 하고 있었고 실제 소외 2를 중앙합동신문센터에 수용한 직후 소외 2로부터 그 사실을 확인하였다. 그런데도 국가정보원 등 수사기관은 약 3개월 동안 계속하여 소외 2가 오빠인 소외 1을 도와 대한민국에서 탈북자 정보를 수집하여 북한 당국에 전달할 목적으로 입국한 것이라는 점을 확인하기 위한 조사를 하였다. 이는 소외 1의 범죄혐의에 대한 수사이자 공범관계에 있는 소외 2의 범죄혐의에 대한 수사임이 명백하다. 원고들이 소외 2에 대한 접견을 신청하였을 당시 소외 2는 국가보안법위반(간첩) 등의 혐의로 수사를 받는 피의자의 지위에 있었다.

(2) 원고들이 처음 접견을 신청하였을 당시 소외 2는 국가정보원 수사관에게 접견을 신청한 변호사를 만나고 싶지 않다고 진술하고 2차례 진술서를 작성하였으며 국가정보원 수사관이 그 과정을 녹화하였다.

그러나 소외 2는 북한에서 자라 처음 대한민국에 입국하여 곧바로 중앙합동신문센터에 수용되었고 누구와도 접촉이 금지되어 변호인 접견교통권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국가정보원 수사관은 소외 2로 하여금 ‘회령 화교 소외 2’라는 표찰을 몸에 부착하여 수용자들이 다니는 통로에 서 있게 하고 CCTV가 설치된 독방에 수용하는 등 조치를 취하였고, 그로 인하여 소외 2는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소외 2는 관련 형사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조사받는 과정에서 자살을 시도하기도 하였고 진술서 등을 작성하거나 녹화할 때 수사관이 미리 준비한 서류를 기초로 답변을 연습하거나 베껴 써서 진술서를 작성하기도 하였다고 진술하였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변호인과의 접견을 원하지 않는다는 소외 2의 진술은 접견교통권 등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의미와 범위에 대하여 제대로 인식한 상태에서 자발적이고 진정한 의사로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소외 2가 국가정보원 수사관에게 변호인과의 접견을 원하지 않는다고 진술하고 진술서를 작성한 것만으로 국가정보원장이 원고들의 접견신청을 허용하지 않은 것이 정당한 직무집행이 될 수 없다.

(3) 국가정보원 수사관은 소외 2가 변호인과의 접견을 원하지 않는다는 진술서를 작성하는 과정을 녹화하면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반복적으로 설명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국가정보원장이나 국가정보원 수사관은 소외 2가 변호인 접견교통권의 대상이 되는 피의자라는 사실을 인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나아가 국가정보원 수사관은 변호인을 만나고 싶지 않다는 소외 2의 진술이 심리적으로 억압된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으로서 그 진의가 의심된다는 점을 쉽게 인식할 수 있었다. 이러한 경우 변호인과 소외 2의 접견을 잠시라도 허용함으로써 소외 2의 진의와 진술의 임의성에 대한 의구심을 쉽게 해소할 수 있었을 것인데도 그러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 이러한 국가정보원장이나 국가정보원 수사관의 직무집행에는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한 과실이 있다.

나. 원심판결 이유를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판단은 위에서 본 법리에 따른 것으로 정당하다. 원심판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형사소송법상 수사와 변호인의 접견교통권, 국가배상책임의 요건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4. 결론

피고의 상고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동원(재판장) 조희대 김재형(주심) 민유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