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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5. 10. 12. 선고 94다52768 판결

[퇴직금][공1995.12.1.(1005),3728]

판시사항

가. 확정된 관련 민사판결의 증명력

나. 사업체를 폐업함에 따라 근로자를 해고한 경우, 위장폐업이 아닌 한 유효하다고 본 사례 다. 사용자가 사업체를 폐업하고 근로자를 해고한 후 사업을 재개하여 근로자를 재입사시킨 경우, 근로관계가 연속되는지 여부

판결요지

가. 민사재판에 있어서는 다른 민사 사건 등의 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에 구속받는 것이 아니라 할지라도 이미 확정된 관련 민사 사건에서 인정된 사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력한 증거가 되므로 합리적인 이유 설시 없이 이를 배척할 수 없다.

나. 사용자가 사업체를 폐업하고 이에 따라 소속 근로자를 해고하는 것은 그것이 노동조합의 단결권 등을 방해하기 위한 위장 폐업이 아닌 한 원칙적으로 기업 경영의 자유에 속하는 것으로서 유효하므로 사용자와 근로자와의 근로관계는 종료된다고 한 사례.

다. 사용자가 사업체를 폐업한 후 사업을 재개하여 근로자를 다시 입사시켰다 하더라도, 해고 이전의 근로 기간도 퇴직금 산정에 포함시키기로 하였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근로관계는 다시 입사한 날로부터 새로이 성립되는 것이므로 다시 입사한 이후의 퇴직금은 다시 입사한 날로부터 기산하여 산정하여야 한다.

원고, 피상고인

원고 1 외 4인 원고들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경일종합법률사무소담당변호사 서석구

피고, 상고인

계림요업 유한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윤정보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방법원 합의부로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은 그 거시 증거에 의하여, 피고 회사는 노동조합이 결성된 1987.12.1. 이후로 노사간에 분규가 발생하는 등으로 정상조업이 이루어지지 아니하자 같은 달 30. 폐업을 하면서 당시 사직서 제출 요구에 반발하는 원고들을 포함한 종업원들에게 몇 달간 쉬면서 분규가 수습되면 다시 복직시켜줄테니 우선 사표를 제출하라고 회유한 후 종업원들을 해직 처리한 사실, 그 후 1988.2.29. 생산활동을 재개할 것을 결정하고, 같은 해 3.16. 원고들을 포함하여 계속 근무할 것을 원하는 모든 근로자들을 신규 채용하는 형식을 거쳐 공장을 재가동한 사실, 피고 회사에 재입사한 근로자들은 폐업 전후에 걸쳐 직책, 직위, 호봉, 근무 내용에 변동이 없고 급여면에 있어서도 계속 근무한 것을 전제로 하여 계산된 임금을 받아온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 회사의 폐업일로부터 생산 활동 재개일까지의 약 두달 남짓의 기간동안 원고들이 피고 회사에서 근무하지 못한 것은 폐업이라는 극단적인 조치까지 단행하면서 노사간의 분규가 수습될 때까지 잠시만 쉬라는 피고 회사의 지시에 따른 데에 기인할 뿐이고, 원고들이 폐업을 전후하여 같은 직위에서 같은 근무를 하였고 폐업이전부터 계속 근무하였음을 전제로 산정된 급여를 받아온 점에 비추어 원고들의 근로관계는 단절이 없이 폐업 전후에 걸쳐 계속된 것이므로 퇴직금도 최초 입사일로부터 산정하여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2.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 인정과 판단은 결국 피고 회사는 폐업을 할 진정한 의사가 없는데도 노동조합의 활동을 약화시키기 위하여 종업원들을 일시적으로 해직 처리하면서 폐업을 한 것이므로 피고 회사의 폐업은 위장폐업이라는 취지로 보여진다.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민사재판에 있어서는 다른 민사 사건 등의 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에 구속받는 것이 아니라 할지라도 이미 확정된 관련 민사 사건에서 인정된 사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력한 증거가 되므로 합리적인 이유설시 없이 이를 배척할 수 없는 것이다 (대법원 1993.3.12.선고 92다51372 판결; 1995.1.12.선고 94다33002 판결; 1995.6.29.선고 94다47292 판결 등 참조).

살피건대, 을 제1, 2, 3,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 회사의 근로자이던 소외인 등은 피고 회사의 폐업은 노동조합을 와해시키고 노동조합 활동에 참가한 근로자들에 대한 보복조치로 행해진 위장폐업이므로 이에 기초한 위 소외인에 대한 해고는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피고 회사를 상대로 해고무효확인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가, 그 주장에 부합하는 증거들이 배척되고, 오히려 다른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 회사의 폐업은 정상적인 조업이 장기간 불가능하여 회사 경영에 막대한 타격이 있는 상황하에서 사원총회의 폐업결의를 거치는 등 적법한 절차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임이 인정되므로 피고 회사의 폐업이 위장 폐업으로서 무효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제1, 2,심에서 각 패소하고, 위 소외인 등이 불복하여 상고하였으나 대법원에서 상고가 기각되어 패소판결이 확정된 사실을 알 수 있고, 또한, 기록에 의하면, 원심이 위에서 본 사실을 인정하기 위하여 채용한 증거들 중 갑 제9호증의 1, 2, 10, 14, 18은 확정된 종전의 민사사건에서 법원이 믿지 아니한 증인들의 증언을 기재한 증인신문조서이고, 갑 제9호증의 11, 12, 13, 15, 16 역시 종전의 민사 사건에서 법원이 믿지 아니한 진술서 또는 이에 대한 인증서이며, 갑 제9호증의 9, 17은 종전 민사 사건의 당사자인 위 소외인의 주장을 기재한 준비서면에 불과할 뿐 아니라, 원심이 채용한 다른 증거들에 의하더라도 종전의 민사사건에서 인정한 사실과 다른 사실을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음을 발견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확정된 종전의 민사사건에서 인정된 사실과 배치되는 취지의 사실 인정을 한 것은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한 것이라 할 것이고, 이러한 잘못은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논지는 이유 있다.

3. 사용자가 그 경영의 사업체를 폐업하고 이에 따라 소속 근로자를 해고하는 것은 그것이 노동조합의 단결권 등을 방해하기 위한 위장폐업이 아닌 한 원칙적으로 기업 경영의 자유에 속하는 것으로서 유효하므로 그로써 사용자와 근로자와의 근로관계는 일단 종료되는 것이고(대법원 1993.6.11.선고 93다7457 판결 참조), 사용자가 그 후 사업을 재개하여 근로자를 다시 입사시켰다 하더라도, 해고 이전의 근로 기간도 퇴직금 산정에 포함시키기로 하였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근로관계는 다시 입사한 날로부터 새로이 성립되는 것이므로 다시 입사한 이후의 퇴직금은 다시 입사한 날로부터 기산하여 산정하여야 할 것이다.

사용자인 피고 회사로서는 사업을 재개하여 근로자를 신규 채용함에 있어서 폐업 이전의 근로자의 경력, 직위, 임금, 폐업 기간 등의 모든 사정을 고려하여 사업 재개 후의 근로자의 직위, 임금수준 등에 대하여 자유로이 결정할 수 있는 것이므로, 폐업 기간이 불과 두 달 남짓한 이 사건에서 원고들이 폐업을 전후하여 같은 직위에서 같은 근무를 하였고 폐업 이전부터 계속 근무하였음을 전제로 산정된 급여를 받아온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것만으로 피고 회사가 원고들을 포함한, 다시 입사한 근로자들에 대하여 퇴직금 산정에 있어 해고 이전의 근로기간도 산입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한 것으로 볼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폐업 전후를 통하여 근로관계가 계속되었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은 근로기준법 제28조 소정의 계속근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 또한 이유 있다.

4. 이에,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임수(재판장) 김석수 정귀호(주심) 이돈희

심급 사건
-대구지방법원 1994.9.30.선고 94나5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