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노동조합이 사용자와 사이에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체결한 경우, 그 합의가 무효인지 여부(한정 소극) 및 그 합의를 위하여 노동조합이 근로자들로부터 개별적인 동의나 수권을 받을 필요가 있는지 여부(소극)
[2] 노동조합의 대표자가 단체교섭의 결과에 따라 사용자와 단체협약안의 내용을 합의한 후 다시 협약안의 가부에 관하여 조합원총회의 의결을 거치도록 하는 것이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29조 제1항 의 취지에 위반되는지 여부(적극)
[3] 사업의 폐지를 위하여 해산한 회사가 그 청산 과정에서 근로자를 정당하게 해고한 후 청산업무 등의 수행을 위하여 일부 근로자를 다시 채용한 경우, 그 근로관계가 연속되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1] 단체협약은 노동조합이 사용자 또는 사용자 단체와 근로조건 기타 노사관계에서 발생하는 사항에 관하여 체결하는 협정으로서, 협약자치의 원칙상 노동조합은 사용자와 사이에 근로조건을 유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뿐만 아니라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으므로,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하여 노동조합의 목적을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노사간의 합의를 무효라고 볼 수는 없고, 노동조합으로서는 그러한 합의를 위하여 사전에 근로자들로부터 개별적인 동의나 수권을 받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2] 노동조합의 대표자 또는 수임자가 단체교섭의 결과에 따라 사용자와 단체협약의 내용을 합의한 후 다시 협약안의 가부에 관하여 조합원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는 것은 대표자의 단체협약체결권한을 전면적·포괄적으로 제한함으로써 사실상 단체협약체결권한을 형해화하여 명목에 불과한 것으로 만드는 것이어서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29조 제1항 의 취지에 위반된다.
[3] 사업의 폐지를 위하여 해산한 회사가 그 청산 과정에서 근로자를 정당하게 해고한 경우 그로써 사용자인 회사와 근로자와의 근로관계는 일단 종료되는 것이고, 청산 중의 회사가 청산업무 등을 수행하게 하기 위하여 해고된 일부 근로자를 다시 채용하였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관계는 그 때부터 새로이 성립되는 것이므로, 다시 채용된 이후의 퇴직금은 다시 채용된 날부터 기산하여 산정하여야 한다.
참조조문
[1]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29조 [2]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29조 제1항 [3] 근로기준법 제34조
참조판례
[1] 대법원 1999. 11. 23. 선고 99다7572 판결 대법원 2000. 9. 29. 선고 99다67536 판결(공2000하, 2195) , 대법원 2000. 9. 29. 선고 99다67536 판결(공2000하, 2195) 대법원 2002. 4. 12. 선고 2001다41384 판결(공2002상, 1104) /[2] 대법원 1993. 4. 27. 선고 91누12257 전원합의체 판결(공1993하, 1579) 대법원 1993. 5. 11. 선고 91누10787 판결(공1993하, 1716) 대법원 2002. 6. 28. 선고 2001다77970 판결(공2002하, 1806) /[3] 대법원 1995. 10. 12. 선고 94다52768 판결(공1995하, 3728)
원고,상고인
원고 1 외 45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영수)
피고,피상고인
파산자 한국산업증권 주식회사의 파산관재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숙)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들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1. 단체협약은 노동조합이 사용자 또는 사용자 단체와 근로조건 기타 노사관계에서 발생하는 사항에 관하여 체결하는 협정으로서, 협약자치의 원칙상 노동조합은 사용자와 사이에 근로조건을 유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뿐만 아니라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으므로,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하여 노동조합의 목적을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노사간의 합의를 무효라고 볼 수는 없고, 노동조합으로서는 그러한 합의를 위하여 사전에 근로자들로부터 개별적인 동의나 수권을 받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 대법원 1999. 11. 23. 선고 99다7572 판결 , 2000. 9. 29. 선고 99다67536 판결 등 참조).
원심은 그 채용한 증거들에 의하여, 파산회사는 1991. 4. 25. 한국산업은행의 전액출자로 설립된 회사인데, 1995. 이래 계속된 증권시장의 침체와 1997. 이후 국내 금융시장의 위기 및 대기업의 연쇄부도로 인하여 적자가 계속 누적되어 가는 등 경영이 악화되자, 그 단독주주인 한국산업은행은 파산회사에게 경영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을 지시하였고, 이에 따라 파산회사는 회사의 경영정상화 조기정착을 위하여 '경영혁신 및 구조조정 추진계획'을 마련하였으며, 이에 대하여 한국산업은행은 파산회사에 대한 추가출자 등 지원을 약속한 사실, 파산회사는 1997. 12. 말경 한국산업은행에 대하여 증자를 위한 자금출연을 요청하였으나 위 은행은 먼저 파산회사 자체 내에서 실시할 수 있는 것을 우선적으로 실시하라는 지시를 하였고, 이에 파산회사는 1998. 1. 9. 증자를 제외한 구체적인 실행방안으로서 '1998년도 보수제도 운용방안, 직군제 운영방안, 인력구조위원회 운영방안, 특별퇴직금 지급조건' 등 시행안(이하 '시행안'이라 한다)을 작성하여 파산회사 대표이사와 노동조합 위원장인 유영철이 그 실시를 합의한 뒤 각 서명ㆍ날인한 사실, 위 시행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1998년도 보수제도 운용방안으로서 "1998년도 급여체계는 연봉제로 운영하고, 직원들 보수수준은 1998년도 기본급의 10%를 반납한 수준에서 정한다.", 직군제 운영방안으로서, "회사의 인사조직을 업무영역별로 7개 직군으로 구분하여 직원들을 위 직군 중 어느 한 직군에 배치시키고 직원들을 자기가 소속된 직군의 업무분야에 있어서 전문가로 육성시켜 인사조직의 생산성 향상을 도모한다.", 인력구조개선위원회 운영방안으로서, "회사 내에 인력구조개선위원회를 설치하여 직원들의 적성과 능력을 심사하고 심사결과에 따라 직군배치 결정 및 감축대상인력을 선정, 감축대상인력은 직군배치를 하지 않고 퇴직을 권유하며 이에 불응할시 정리해고를 실시한다.", 특별퇴직금 지급조건으로서, '직군배치를 받지 못하고 회사의 권유에 따라 특별 퇴직하는 자들에 대하여 지급할 퇴직금의 지급조건'을 정하는 것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는 사실, 이에 파산회사는 직원들에 대하여 종전 1997년도 회계연도(1997. 4. 1.부터 1998. 3. 31.까지)에는 1997. 8. 29. 개정된 보수규정에 따른 급여를 지급하여 오다가 1998년도 회계연도가 시작하는 1998. 4. 1.부터는 위 보수제도 운용방안에 따라 감액된 급여를 지급하기 시작하였는데, 한편 파산회사는 그 전인 1997. 6. 20. 노동조합과 사이에 '임금에 대한 보충협약'을 체결하여 1997년도 임금인상에 대하여 "1997년도 임금은 기본급을 기준으로 4.5% 인상하되 1997년도 회계연도에는 경영상의 어려움을 감안하여 이를 동결하기로 하고, 인상분은 1997년도 회계연도의 인건비 및 경비절감액 범위 내에서 1998. 4. 1.부터 적용하기로 한다."고 합의한 바 있었으므로, 위 보수제도 운용방안에 의하여 1998. 4. 1.부터 감액된 임금은 1997년도 기본급이 같은 날부터 4.5% 인상되는 것을 전제로 하여 계산된 1998년도 임금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던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이에 기하여 위 1998. 1. 9.자 보수제도 운용방안은 파산회사와 노동조합 사이에 체결된 단체협약으로서, 조합원인 원고들이 이에 대하여 개별적으로 동의를 하였는지 여부를 불문하고 그 효력이 미친다고 판단한 다음, 위 합의가 기존의 단체협약 및 보수규정에 반하여 무효라는 원고들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기록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러한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모두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채증법칙 위배나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으며, 원고들이 내세우는 대법원판결은 사안을 달리하여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 적절한 것이 아니다.
2. 노동조합의 대표자 또는 수임자가 단체교섭의 결과에 따라 사용자와 단체협약의 내용을 합의한 후 다시 협약안의 가부에 관하여 조합원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는 것은 대표자의 단체협약체결권한을 전면적ㆍ포괄적으로 제한함으로써 사실상 단체협약체결권한을 형해화하여 명목에 불과한 것으로 만드는 것이어서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29조 제1항 의 취지에 위반된다 ( 대법원 1993. 4. 27. 선고 91누12257 전원합의체 판결 , 1993. 5. 11. 선고 91누10787 판결 , 2002. 6. 28. 선고 2001다77970 판결 등 참조).
원심은, 노동조합 위원장인 유영철이 단체교섭의 결과에 따라 파산회사와 사이에 단체협약인 위 보수제도 운용방안을 합의한 후 노동조합 총회나 대의원대회의 결의 또는 인준을 거치지 않았다 하더라도 위 단체협약을 무효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면서, 위 단체협약이 신의칙에 위배되거나 권한남용에 해당한다는 원고들의 주장을 배척하였는바, 이를 기록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원심은, 파산회사가 1998. 7. 25.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해산 결의를 하면서 "해산결의로 인하여 해고된 직원에 대한 퇴직위로금 지급기준을 제반 여건을 감안하여 1998. 6. 29.자 5개 퇴출은행 수준으로 지급하도록 한다."고 결의하고, 이에 따라 같은 날 파산회사와 노조위원장 유영철 사이에 "파산회사는 퇴직위로금을 향후 지급이 예상되는 퇴출은행 지급조건과 동일한 수준으로 지급하기로 한다."고 합의한 바 있으므로, 파산회사는 원고들에게 반납 임금을 환급할 의무가 있다는 원고들의 주장에 대하여 판시의 사실관계 및 위 문언의 내용에 비추어 볼 때, 그것은 퇴직위로금의 지급기준을 정함에 있어서 퇴출은행의 경우를 참고하여 해고수당의 명목으로 이를 지급하기로 한 것일 뿐, 위 보수제도 운용방안에 따라 감액 지급된 보수를 원고들에게 환급하기로 한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위 주장을 배척하였다.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에는 1998. 7. 25.자 노사간의 합의에 관한 원고들의 주장을 배척하는 취지가 포함되어 있음이 분명하므로,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심리미진이나 판단유탈의 위법이 없으며, 원고들에게 지급할 해고수당 등을 산정함에 있어서 감액 이전의 임금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원고들의 주장을 배척한 원심의 조치도 역시 정당하므로, 이 점에 관한 상고이유의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4. 사업의 폐지를 위하여 해산한 회사가 그 청산 과정에서 근로자를 정당하게 해고한 경우 그로써 사용자인 회사와 근로자와의 근로관계는 일단 종료되는 것이고, 청산 중의 회사가 청산업무 등을 수행하게 하기 위하여 해고된 일부 근로자를 다시 채용하였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관계는 그 때부터 새로이 성립되는 것이므로, 다시 채용된 이후의 퇴직금은 다시 채용된 날부터 기산하여 산정하여야 한다 ( 대법원 1995. 10. 12. 선고 94다52768 판결 등 참조).
원심은 그 채용한 증거들에 의하여, 파산회사는 1998. 7. 25. 임시주주총회에서 파산회사의 해산을 결의하고 같은 달 27.부터 일체의 영업을 중지하고 투자자보호를 위한 업무와 청산절차 추진에 필요한 업무만 수행키로 한 사실, 이에 따라 파산회사는 당시 재직 중이던 395명의 전직원들에게 1998. 7. 27.자로 고용관계가 종료됨을 통지하면서, 선별한 일부 직원들 100여 명에 대하여는 청산업무를 수행할 것을 구두로 통지하였고, 위와 같은 통지를 받은 직원들은 이후 파산회사에 남아 계약직으로 근무를 계속하며 회사의 청산업무를 수행하였는데, 시간이 경과하면서 청산업무가 감소함에 따라 파산회사로부터 매월 순차로 일부씩 해고되어 오다가 1999. 3. 13. 파산선고가 있게 되자 나머지 직원들마저 파산회사에서 모두 퇴직 처리된 사실, 원고들은 1998. 7. 27.자 퇴직으로 인한 퇴직금을 수령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원고들과 파산회사 사이의 계속근로관계는 1998. 7. 28.자 퇴직으로 단절되었다고 판단하였는바, 기록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러한 원심의 조치는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채증법칙 위반이나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5.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