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찰참가자격지위확인][미간행]
주식회사 평일 (소송대리인 변호사 권은민)
한국전력공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율촌 담당변호사 유정훈)
2009. 5. 14.
1. 원고는 피고가 시행하는 입찰절차에 참가할 자격이 있음을 확인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주문과 같다.
1. 기초사실
다음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 2호증(각 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갑 제4, 5호증, 을 제3 내지 6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다.
가. 원고는 고전압 절연기기인 접속재 등 전력기자재를 제조하는 회사이다.
나. 원고는 피고와 사이에, ① 2005. 8. 17. 데드브레이크형 개폐기접속재(325SQ, 이하 ‘개폐기접속재’라 한다) 26,000대 외 4종에 관하여 계약기간을 2005. 8. 17.부터 2006. 8. 16.까지, 계약단가를 293,084원, 계약총액을 4,603,346,682원으로 하는 물품구매계약(연간단가계약, 이하 ‘이 사건 1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고, ② 같은 해 12. 5. 엘보접속재(200A, 이하 ‘변압기접속재’라 한다) 14,200개 외 2종에 관하여 계약기간을 2005. 12. 5.부터 2006. 12. 4.까지, 계약단가를 161,414원, 계약총액을 909,731,306원으로 하는 물품구매계약(연간단가계약, 이하 ‘이 사건 2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다. 원고는 이 사건 각 계약을 체결하면서, 하자보증기간은 납품 후로부터 3년으로 정하였고, 아래와 같은 내용의 청렴계약 특수조건(이하 ‘이 사건 특수조건’이라 한다)을 부가하였다.
제3조(부정당업자의 입찰참가자격제한)
① 입찰·낙찰·계약체결 및 계약이행과 관련하여 관계직원에게 직·간접적으로 금품, 향응 등의 부당한 이익을 제공하지 않으며 이를 위반하였을 때에는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을 받은 날로부터 2년 동안 한국전력공사에서 시행하는 입찰에 참가하지 못한다.
라. 원고는 이 사건 2계약 기간 중이던 2006. 2. 8. 피고에게 계약 목적물의 내부 부품인 ‘프로브’ 등을 종전 공급업체인 미국의 일라스티몰드(Elastimold)사가 아닌 국내업체인 성전산업 주식회사에서 자체 제작한 부품으로 공급하겠다고 하면서 부품변경을 위한 변압기접속재 도면변경 승인요청을 하였다.
마. 피고는 2006. 3. 21. 위와 같이 원고가 변경승인요청한 부품에 대하여 성능검증 후 양호한 경우에 한하여 승인한다는 점을 원고에게 알리면서, 승인된 제작규격에 따라 피시험품을 제작하고 제조사실 입증서류 및 국내외 공인시험기관을 지정하여 승인일로부터 1년 이내에 피시험품 확인을 요청할 것을 통보하였다. 이에 원고는 2006. 6. 13. 피고에게 변압기접속재에 대한 피시험품 제작이 완료되었다고 하면서 피시험품을 확인하고 한국전기연구원에 시험의뢰할 것을 요청하였다.
바. 그런데, 일라스티몰드사가 2006. 6. 30. 변압기접속재 디자인 변경에 따른 구형제품 생산을 중단함에 따라 재고부족으로 납품에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한 원고는 2006. 7. 31. 피고에게 앞서 요청한 피시험품에 대한 확인이 조속한 시일 내에 이루어지도록 다시 요청하였고, 당시 피고의 자재계획팀에서 변경등록업무를 담당하던 소외 3 과장은 2006. 9. 8. 한국전기연구원에 위 피시험품에 대한 인정시험을 의뢰하였다.
사. 원고는 성전산업 주식회사가 생산한 ‘프로브’를 가지고 성능검사를 할 경우 도면변경 승인신청과 관련하여 개폐시험과 고장전류투입시험을 통과한다는 확실한 보장이 없음을 알고, 2006. 11. 7. ‘프로브’를 성전산업 주식회사가 생산한 국산제품이 아닌 일라스티몰드사의 제품으로 다시 수입하여 납품하겠다는 내용의 부품공급업체 재변경 승인을 요청하였다.
아. 한편, 원고가 이 사건 1계약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개폐기접속재 부품 중 위험성이 있는 대만제 절연플러그를 수입하여 납품한 사실이 피고 감사실의 감사에 의하여 지적되자, 피고는 2006. 4. 5. 원고의 대만제 절연플러그 부정납품과 관련한 개폐기접속재 특별점검 시행계획을 세운 뒤 같은 달 7. 원고와 사이에 ‘개폐기접속재 특별점검 및 교체협약’을 체결하였다.
자. 위와 같은 일련의 과정에서 벌어진 원고의 영업본부장 소외 1과 피고 직원들 사이의 금품수수내역은 다음과 같고, 소외 1은 뇌물공여의 점에 관하여, 소외 3, 소외 4, 소외 5는 뇌물수수의 점에 관하여 각 기소유예처분을 받았다.
순번 | 제공일 | 제공금액 | 제공형태 | 수수자 | 제공명목 |
1 | 2006. 8. 17. | 200만원 | 현금 | 소외 3 | 변압기접속재 부품변경 승인관련 |
2 | 2006. 10. 17. | 100만원 | 현금 | 소외 4 | 변압기접속재 도면변경 승인신청과 관련하여 개폐시험 및 고장투입 |
시험 면제 관련 | |||||
3 | 2006. 11. 9. | 100만원 | 현금 | 소외 5 | 부정납품한 대만제 절연플러그 점검에 대하여 조치를 잘해달라는 명목 |
7만원 | 식사 | ||||
4 | 2006. 11. 23. | 190만원 | 골프 | 소외 4 | 변압기접속재 도면변경 승인신청과 관련하여 개폐시험 및 고장투입 |
5 | 2006. 11. 23. | 100만원 | 현금 | 시험 면제 관련 | |
6 | 2006. 11. 23. | 100만원 | 현금 | 소외 3 | 변압기접속재 부품변경 승인관련 |
합계 | 797만원 |
차. 피고는 2008. 7. 21. 위와 같은 금품수수를 이유로 원고에게 공기업·준정부기관 계약사무규칙 제15조 및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이하 ‘국가계약법’이라 한다) 시행령 제76조 제1항 제10호 에 따라 3개월간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는 부정당업자제재처분을 함과 동시에, 이 사건 각 계약들에 포함된 이 사건 특수조건에 따라 피고가 시행하는 입찰에 한하여 2년간(2008. 7. 21.부터 2010. 7. 20.까지)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는 조치(이하 ‘이 사건 제한조치’라 한다)를 하였다.
카. 한편, 기획재정부는 2008. 6. 25. 피고에게 ‘계약상대자가 뇌물제공시 뇌물제공금액에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입찰참가자격을 2년으로 제한하는 것은 국가계약법령의 범위를 벗어나 계약상대자의 이익을 제한하는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동 특수조건의 내용은 효력이 없다’라는 취지의 유권해석을 하였고, 피고는 2008. 9. 1. 계약규정 시행세칙을 제정하여 뇌물공여를 이유로 한 입찰참가자격 제한기간의 범위를 3월 이상 2년 이하로 변경하였다.
2. 원고 주장의 요지
원고는, ① 원고의 직원인 소외 1이 피고의 직원들에게 뇌물을 공여한 사실이 없고, 설사 뇌물을 공여하였더라도 그 시점이 이 사건 각 계약의 이행이 완료된 이후거나 계약기간이 만료될 무렵이어서 계약과 직접 관련된 것이 아니고, ② 이 사건 각 계약체결 당시 시행중이던 정부투자기관관리기본법 제20조 제3항 , 정부투자기관회계규칙 제23조 및 국가계약법 제27조 ,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76조 제2항 , 국가계약법 시행규칙 제76조 제4 , 5항 에는 계약이행과 관련하여 관계공무원에게 뇌물을 공여한 경우 그 위반정도가 경미하거나 정상참작사유가 있을 경우 6월의 범위 내에서 입찰참가자격 제한기간을 경감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제한조치의 근거가 된 이 사건 특수조건은 일률적으로 제한기간을 2년으로 정하고 있는바, 이는 위 국가계약법령 및 정부투자기관관리기본법 등의 내용과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고, 정부투자기관회계규칙 제12조 제2항 에서 금지하고 있는 계약상대방의 계약상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특약 또는 조건으로서 무효이고, ③ 그 외에도 이 사건 특수조건은 피고가 자신의 독점적 지위 내지 우월한 지위를 악용하여 계약상대방에게 과도하게 부당한 제약을 가하는 것으로서 민법 제103조 에 반하고, 피고가 자신이 실시하는 입찰에 참가하지 않을 수 없는 원고의 궁박한 상태를 알고 이를 이용하여 원고에게 현저하게 불리한 내용으로 특수조건을 정한 것이므로 민법 제104조 에도 반하며, 사적 자치 원칙의 한계를 넘어서 계약상대방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조항으로 불공정 약관에 해당하여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6조 제1항 , 제2항 제1호 에 의하여 무효라고 주장한다.
또한, 예비적으로 가사 이 사건 각 계약 당시의 근거법령에 의하면 이 사건 특수조건이 유효하더라도, 이후 국가계약법령의 제·개정 내용 및 취지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제한조치는 위법한 것으로서 그 효력을 인정하여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3. 판단
가. 뇌물공여 여부 및 이 사건 각 계약과의 관련성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원고가 2006. 2. 8. 이 사건 2계약의 목적물인 변압기접속재의 부품(도면)변경 승인요청을 한 후 피시험품에 대한 시험의뢰 및 확인을 기다리는 과정에서 소외 1이 피고의 변경등록업무 담당과장인 소외 3에게 부품변경승인을 빨리 해달라는 취지로 이 사건 2계약 기간 중인 2006. 8. 17. 및 같은 해 11. 23. 2차례에 걸쳐 금품을 제공한 점, ② 국내의 ‘프로브’ 공급업체인 성전산업 주식회사가 생산한 제품으로 성능검사를 할 경우 도면변경 승인신청과 관련하여 개폐시험과 고장전류투입시험을 통과한다는 확실한 보장이 없자 ‘프로브’를 성전산업 주식회사가 생산한 제품이 아닌 일라스티몰드사의 제품으로 다시 수입하여 납품하겠다는 내용의 부품공급업체 재변경 요청을 하는 과정에서 소외 1이 도면승인 담당부서인 배전품질팀 소속 소외 4 선임과장에게 이 사건 2계약 기간 중인 2006. 10. 17.부터 다음 달 23.까지 사이에 3차례에 걸쳐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점, ③ 또한, 소외 1은 이 사건 1계약 기간 중인 2006. 4. 7. 체결된 ‘개폐기접속기 특별점검 및 교체협약’에 따라 실시될 대만제 절연플러그에 대한 특별점검에 있어서 조치를 잘해달라는 취지로 금품을 제공하였고, 이는 비록 이 사건 1계약에 따른 납품이 모두 완료된 이후의 시점에 제공된 것이더라도 원고가 부담해야 할 하자담보책임의 이행과 관련성이 있는 점 등 원고의 직원인 소외 1과 피고의 직원들 사이에 금품과 향응이 수수된 시기와 경위, 교부방법, 그 액수 등에 비추어 볼 때 위 금품과 향응은 이 사건 각 계약의 이행과 관련하여 제공된 뇌물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나. 이 사건 특수조건의 무효 여부
(1) 공공입찰을 통한 계약은 공공기관이 사경제의 주체로서 상대방과 대등한 위치에서 체결하는 사법(사법)상의 계약에 해당하므로, 그에 관한 법령에 특별한 정함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적자치와 계약자유의 원칙 등 사법의 원리가 그대로 적용된다고 할 것이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 계약조건은 공공기관이 사인과 사이의 계약관계를 공정하고 합리적·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계약담당자가 지켜야 할 계약사무처리에 관한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 국가계약법, 동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공기업·준정부기관계약사무규칙 등의 범위 내에서 정해져야 하고, 공정하고 합리적이어야 할 공공계약의 특수성이 비추어 볼 때 비례의 원칙에 반하여 계약상대방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것이거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내용에 해당함이 분명한 경우 등 이를 무효로 하지 않으면 관련 국가계약법령의 취지를 몰각하는 결과가 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무효가 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2) 이 사건으로 돌아와 살피건대, ① 이 사건 각 계약 체결 당시 시행되던 구 정부투자기관회계규칙(1999. 10. 21. 제정경제부령 제107호로 제정되었다가 2007. 6. 29. 재정경제부령 제567호 공기업·준정부기관회계규칙 부칙 제2조로 폐지됨) 제23조 제1항 에서는 투자기관의 사장은 계약상대자 또는 입찰참가자가 입찰·낙찰 또는 계약의 체결·이행과 관련하여 투자기관의 임·직원에게 뇌물을 준 경우 1월 이상 2년 이하의 범위 내에서 그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② 구 국가계약법 시행규칙(2006. 5. 25. 재정경제부령 제50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6조 제1항 에서는 입찰·낙찰·계약체결 또는 계약이행과 관련하여 관계공무원에게 뇌물을 제공한 경우 1년 이상 2년 이하의 범위 내에서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 사건 특수조건은 입찰참가자격 제한기간에 관하여 일률적으로 위 법령규정의 최상한인 2년으로 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 사건 각 계약체결 당시 시행중이던 구 국가계약법 시행규칙 제76조 제4 , 5항 에서는 그 위반 정도가 경미하거나 기타 정상을 참작할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 입찰참가자격의 제한기간을 6월의 범위 내에서 경감할 수 있다고 규정하였고, 위 각 계약 체결 후로서 이 사건 제한조치 이전인 2006. 5. 25. 재정경제부령 제508호로 개정된 국가계약법 시행규칙 제76조 는 입찰참가자격 제한기준에 관하여 제공된 뇌물액이 2억원 이상의 경우 2년, 1억원 이상 2억원 미만의 경우 1년, 1천만원 이상 1억원 미만의 경우 6월, 1천만원 미만의 경우 3월로 정하여 제공된 뇌물액에 따라 제한기간을 차등하여 규정하였는바, 이에 더하여 앞서 본 기초사실 및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구 정부투자기관회계규칙 제23조 에서 부정당업자의 입찰참가자격 제한기간을 구 국가계약법 시행규칙 제76조 의 규정보다 범위를 넓게 정한 것은 해당 기관으로 하여금 같은 유형의 사안이라도 그 동기, 경위, 죄질 등 사안의 구체적 내용에 따라 입찰참가자격 제한기간을 탄력적으로 차등 적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② 피고의 관리·감독기관인 기획재정부는 피고가 원고에게 이 사건 특수조건에 따른 제한조치를 하기 이전인 2008. 6. 25. 피고에게 뇌물제공금액에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입찰참가자격을 2년으로 제한한 이 사건 특수조건이 효력이 없다는 취지의 유권해석을 하였던 점, ③ 피고는 2008. 9. 1. 입찰참가자격 제한기간을 개정된 국가계약법 시행규칙 제76조 에서 규정된 기간으로 변경하는 내용의 계약규정시행세칙을 제정하였고, 위 세칙의 부칙에서는 세칙시행 이전에 체결된 계약에도 위 세칙이 적용되는 것으로 규정하였던 점, ④ 원고의 직원이 피고의 계약담당자에게 제공한 뇌물액은 797만원이어서 이 사건 제한조치 당시 시행되던 국가계약법 시행규칙 및 피고가 새로 제정한 시행세칙을 적용하면 원고의 입찰참가자격 제한기간이 3개월에 불과한 점, ⑤ 기타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원고의 영업규모 및 피고에 대한 사업의존도 등을 종합하여 볼 때, 비록 이 사건 물품구매계약의 규모 및 공익적 성격, 그에 따라 피고가 계약이행과정에서 그 소속직원과 납품업체와의 유착을 통한 부정행위를 방지할 필요성이 큰 점을 감안하더라도 피고가 이 사건 특수조건에서 입찰참가자격 제한기간을 위반의 정도에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계약체결 당시 법령에서 정한 최상한인 2년으로 정한 것은 구 정부투자기관회계규칙 제12조 제2항 에서 금지하는 계약상대자의 계약상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특약 또는 조건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봄이 상당하므로, 무효인 이 사건 특수조건에 근거한 이 사건 제한조치는 효력이 없고, 피고가 이 사건 제한조치를 통하여 원고의 입찰참가자격을 부인하면서 향후 자신이 실시하는 입찰절차에서 원고를 배제할 의사를 표시하고 있으므로, 원고로서는 피고에 의하여 부인되고 있는 자신의 법률적 지위인 입찰참가자격 지위의 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