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기)][미간행]
원고 1 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동화 담당변호사 서중희)
대한민국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신원 담당변호사 정일안 외 1인)
2019. 1. 9.
1. 피고는 원고 1에게 109,317,599원, 원고 2에게 148,134,399원 및 각 이에 대하여 2019. 1. 9.부터 2019. 2. 13.까지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들의 나머지 청구를 각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원고 1과 피고 사이에 생긴 부분의 55%는 위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원고 2와 피고 사이에 생긴 부분의 70%는 위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피고는 원고 1에게 24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1978. 10. 11.부터, 원고 2에게 442,857,143원 및 이에 대하여 1977. 11. 14.일부터 각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 연 5%의, 각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1. 기초사실
가. 원고 1에 대한 수사 및 재판 과정
1) 원고 1은 아래와 같이 국가안전과 공공질서의 수호를 위한 대통령긴급조치(이하 ‘긴급조치’) 제9호 위반 혐의로 1978. 10. 11. 체포되어 1978. 10. 20. 구속영장이 발부되어 집행되었다.
원고 1은 소외 1과 □□대학교 (학과 1 생략) 2학년에 재학 중인 자로서 1978. 10. 8. 경기 연천군 관인면 소재 군부대에서 복무 중인 친구를 면회 후 서울로 돌아오는 포천발 서울행 시외버스 내에서 같은 달 10. 같은 대학교 호국 행군 행사 예비 검열 시 학생들이 동교 교정에 운집하는 것을 계기로 불법학생시위를 선동하기 위하여 불온 유인물을 제작 배포할 것을 상호 공모하고, 가. 1978. 10. 8. 23:00경부터 다음날 02:00경 사이에 서울 성북구 (주소 1 생략) 소재 △△여인숙 22호실에서 위 유인물에 기재할 내용과 문구 등을 토의한 후 소외 1이 “□□대학교 민주 증언단” 명의로 “□□인이여 왜 침묵만 하고 있는가”라는 제목 하에 “.... 또한 김00 박사의 죽음도 사이비 언론에서는 그 사인을 평소의 조울증과 사생활의 고민에 의한 자살로 판정했으나, 사건 당시 보도 내용으로서는 그 사인이 도저히 이해되지 않으며 이것 또한 평소 김박사의 정부에 대한 비판적 태도에 불만을 느낀 중앙정보부에서 그를 용공분자로 몰아 고문 중에 죽였음을 쉽게 간파할 수 있다.... 이 일련의 학원사태가 모두 5.16 군사 쿠데타 이후 소위 10월 유신이란 전대미문의 가장 악랄한 팟쇼 독재 체제를 구축한 후... 그들의 유일한 간판인 껍데기 경제구조를 위해 독도까지 팔아넘기는 것도 서슴치 않는 현 독재 체제에 있음을 만천하에 증언한다.... 우리의 증언을 관철하기 위한 그 첫 번째 행동으로 호국행군을 우리 전 □□인의 증언의 광장으로 만들 것을 다짐한다”는 등 취지의 초안을 작성한 후 같은 날 09:30경 서울 도봉구 수유동 소재 4.19 탑 앞에서 함께 거사 결의를 새롭게 다짐하고 그 계획에 따라 원고 1이 같은 날 13:00경부터 15:00경 사이에 같은 대학교 신문사 내에서 위 초안을 정리, 같은 달 10. 00:00경부터 02:00경 사이에 성남시 (주소 2 생략) 소재 ◇◇야간학교 교재실에서 위 내용을 유인물 원지에 필경하여 그곳에 비치된 등사기를 사용, 미리 구입 준비한 갱지 16절지 약 480매에 복사함으로써 위 내용과 같은 유언비어의 왜곡된 사실이 담긴 표현물을 제작하고, 나. 같은 달 10. 09:10경 원고 1이 책가방 속에 동 유인물 약 480매를 넣어 교내에 반입, 같은 대학교 신문사 내에서 소외 1에게 살포 의뢰하여 소외 1이 같은 날 11:20경 같은 대학교 도서관 2층 창문에서 그 교정에 있는 약 500명의 같은 대학교 학생들을 향하여 살포함으로써 이를 배포하였다. |
2) 원고 1은 서울형사지방법원 78고합684호 로 기소되었는데, 위 법원은 1978. 12. 28. 원고 1에 대한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2년 6월 및 자격정지 2년 6월을 선고하였다.
3) 원고 1과 검사는 서울고등법원 79노208호 로 위 판결에 대하여 항소하였고, 위 법원은 1979. 5. 21.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원고 1에 대하여 징역 1년 6월 및 자격정지 1년 6월을 선고하였다. 원고 1은 위 판결에 대하여 상고하였으나, 그 무렵 위 상고를 취하하여 위 판결은 1979. 6. 14. 확정되었다.
4) 원고 1은 위와 같은 긴급조치 제9호 위반 사실로 1978. 10. 20. 구속되어 1979. 7. 17. 출소하기까지 약 271일간 수감생활을 하였다.
나. 원고 2에 대한 수사 및 재판 과정
1) 원고 2는 아래와 같은 긴급조치 제9호 위반 혐의로 1977. 11. 14. 체포되었고, 1977. 11. 26. 구속영장이 발부되어 집행되었다.
원고 2는 서울 마포구 ☆☆동 소재 ▽▽대학교 (학과 2 생략) 2학년에 재학 중인 자로서, 1977. 11. 12.경 동 대학교 이공대학 3년생 소외 2, 소외 3 등이 “학원자유”, “유신철폐” 등의 구호를 부르면서 시위를 하다가 경찰에 연행된 것에 불만을 품고, 1977. 11. 14. 13:40경 ▽▽대학교 ( X )관 334호 강의실에서, 그 시경 동소에서 교련수업을 받고 있던 동 대학교 인문대학 2학년생 약 68명에게 위 11. 12. 시위 사태로 불행하여진 학우를 위해 묵념을 하자고 선동하여 묵념을 하게 하고, 계속하여 동 강의실 밖으로 나가자고 하여 동 강의실 밖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던 동교 과 미상 학생 20여명과 합세케 한 다음, 6명 내지 7명씩 스크럼을 짜고 동 대학교 교문을 향하여 진행하게 되면서 원고 2는 그 앞에서 “학원자유” “유신철폐” 등의 구호를 선창하고 동 학생들로 하여금 후창케 하는 등으로 학교장의 사전허가 없이 학생시위를 유도감행 함과 동시에 대한민국 헌법의 폐지를 주장하였다. |
2) 원고 2는 서울형사지방법원 77고합882호 로 기소되었는데, 위 법원은 1978. 2. 6. 위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원고 2에 대하여 징역 3년 6월 및 자격정지 3년을 선고하였다.
3) 원고 2는 서울고등법원 78노364호 로 위 판결에 대하여 항소하였고, 위 법원은 1978. 6. 29.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원고 2에 대하여 징역 2년 및 자격정지 2년을 선고하였으며, 위 판결은 그 무렵 확정되었다(이하 위 판결 및 원고 1에 대한 판결을 통칭하여 ‘이 사건 재심대상판결’).
4) 원고 2는 위와 같은 긴급조치 제9호 위반 사실로 1977. 11. 26. 구속되어 1979. 5. 3. 출소하기까지 약 524일간 수감생활을 하였다.
다. 긴급조치 제9호에 대한 위헌결정
헌법재판소는 2013. 3. 21. 긴급조치 제9호가 위헌이라고 결정하였고[ 2010헌바70, 132, 170(병합)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대법원은 2013. 4. 18. 긴급조치 제9호는 그 발동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목적상 한계를 벗어나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함으로써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긴급조치 제9호가 해제 내지 실효되기 이전부터 이는 유신헌법에 위배되어 위헌·무효이고, 나아가 긴급조치 제9호에 의하여 침해된 기본권들의 보장 규정을 두고 있는 현행 헌법에 비추어 보더라도 위헌·무효라고 결정하였다( 2011초기689 전원합의체 결정 참조).
라. 원고 1에 대한 재심판결 및 형사보상결정
1) 원고 1은 서울고등법원 2011재노41호 로 원고 1에 대한 재심대상판결에 대하여 재심을 청구하였다. 위 법원은 2013. 9. 3. 원고 1에 대한 공소사실은 위헌·무효인 긴급조치 제9호를 적용하여 공소가 제기된 것이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 의 ‘피고사건이 범죄로 되지 아니한 때’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무죄판결을 선고하였고, 위 판결은 그 무렵 확정되었다.
2) 원고 1은 위 무죄판결을 근거로 서울고등법원 2013코126호 로 형사보상을 청구하였고, 위 법원은 2013. 9. 24. 원고 1에게 구금에 대한 형사보상금으로 52,682,400원을, 비용에 대한 형사보상금으로 1,614,100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의 결정을 하였다. 위 결정은 그 무렵 확정되었고, 원고 1은 그 무렵 위 형사보상금을 수령하였다.
마. 원고들의 가족관계 및 상속관계
1) 원고 1이 긴급조치 제9호 위반 사실로 구속될 무렵 원고 1의 가족으로는 아버지인 소외 4, 어머니인 소외 5, 누나인 소외 6, 소외 7, 형인 소외 8, 소외 9가 있었다. 소외 4는 2011. 12. 16. 사망하여, 소외 5, 원고 1, 소외 6, 소외 7, 소외 8, 소외 9가 별지 상속관계 기재와 같이 공동으로 상속하였고, 소외 5는 2012. 2. 10. 사망하여, 원고 1, 소외 6, 소외 7, 소외 8, 소외 9가 별지 상속관계 기재와 같이 공동으로 상속하였다.
2) 원고 2가 긴급조치 제9호 위반 사실로 구속될 무렵 원고 2의 가족으로는 아버지인 소외 10, 어머니인 소외 11, 형제 2명이 있었다. 소외 10은 1996. 1. 1. 사망하여, 소외 11, 유○○( 주1) 가봉자 아닌 자), 원고 2가 별지 상속관계 기재와 같이 공동으로 상속하였고, 소외 11은 2002. 1. 1. 사망하여 유○○( 주2) 계모자 아닌 자), 원고 2가 별지 상속관계 기재와 같이 공동으로 상속하였다.
바. 원고 2에 대한 재심판결 및 형사보상결정
1) 원고 2는 서울고등법원 2011재노112호 로 원고 2에 대한 재심대상판결에 대하여 재심을 청구하였다. 위 법원은 2013. 8. 16. 원고 2에 대한 공소사실은 위헌·무효인 긴급조치 제9호를 적용하여 공소가 제기된 것이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 의 ‘피고사건이 범죄로 되지 아니한 때’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무죄판결을 선고하였고, 위 판결은 그 무렵 확정되었다.
2) 원고 2는 위 무죄판결을 근거로 서울고등법원 2013코117호 로 형사보상금을 청구하여 위 법원은 2013. 11. 21. 원고 2에게 구금에 대한 형사보상금으로 101,865,600원, 비용에 대한 형사보상금으로 4,572,500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의 결정을 하였다. 위 결정은 그 무렵 확정되었고, 원고 2는 그 무렵 위 형사보상금을 수령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 4, 6, 8, 14, 25, 41, 47, 48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원고들에 대한 각 당사자본인신문 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2. 본안전항변에 관한 판단
가. 피고는, 원고들이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이하 ‘민주화보상법’)에 따라 보상금을 신청하여 수령함으로써, 민주화보상법 제18조 제2항 에 의해 위자료를 포함하여 이 사건 재심대상판결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 일체에 대하여 재판상 화해가 성립된 것이므로, 원고들의 이 사건 소는 소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고 주장한다.
나. 이 법원의 민주화운동관련자명예회복및보상심의위원회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에 의하면, 원고들이 민주화보상법에 따라 민주화 운동 관련자로 인정되어, 생활지원금으로 원고 1은 2005. 8. 31. 10,600,800원, 원고 2는 2005. 11. 8. 24,911,880원을 각 지급받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민주화보상법 및 같은 법 시행령의 관련조항에 정신적 손해 배상에 상응하는 항목은 존재하지 아니하고, 이처럼 보상금 등의 산정에 있어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은 전혀 고려되고 있지 않아 정신적 손해에 대해 적절한 배상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적극적·소극적 손해의 배상에 상응하는 보상금 등 지급결정에 동의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정신적 손해에 대한 국가배상청구마저 금지하는 것은, 국가배상청구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에 해당하여 헌법에 위반된다( 헌법재판소 2018. 8. 30. 결정 2014헌바180 등 참조).
따라서 비록 원고들이 민주화보상법에 따라 보상금 등 지급결정에 동의하고 보상금 등을 수령하였다 하더라도 정신적 손해인 위자료에 대하여서까지 재판상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볼 수 없는데, 원고들은 이 사건 소로 위자료의 지급을 구하고 있으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3. 본안에 관한 판단
가.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1) 관련 법리
가) 국가기관이 수사과정에서 한 위법행위로 수집한 증거에 기초하여 공소가 제기되고 유죄의 확정판결까지 받았으나 재심절차에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 의 ‘피고사건이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여 무죄판결이 확정된 경우에는 유죄판결에 의한 복역 등으로 인한 손해에 대하여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
그러나 긴급조치 제9호 위반의 유죄판결에 대한 재심절차에서 피고인에게 적용된 형벌에 관한 법령인 긴급조치 제9호가 위헌·무효라는 이유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 에 의한 무죄판결이 확정된 경우에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수사과정에서 있었던 국가기관의 위법행위로 인하여 재심대상판결에서 유죄가 선고된 경우라고 볼 수 없으므로, 그와 같은 내용의 재심무죄판결이 확정되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유죄판결에 의한 복역 등이 곧바로 국가의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그러한 복역 등으로 인한 손해를 수사과정에서 있었던 국가기관의 위법행위로 인한 손해라고 볼 수 없으므로 결국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다고 하기 어렵다. 이 경우에는 국가기관이 수사과정에서 위법행위를 하였는지 및 그 위법행위와 유죄판결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를 별도로 심리하여 그에 따라 유죄판결에 의한 복역 등에 대한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의 인정 여부를 정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의 내용, 유죄를 인정할 증거의 유무, 재심개시결정의 이유, 사건 관련자가 재심무죄판결을 받게 된 경위 및 그 이유 등을 종합하여, 긴급조치 제9호의 위헌·무효 등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 에 의한 무죄사유가 없었더라면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 에 의한 무죄사유가 있었음에 관하여 고도의 개연성이 있는 증명이 이루어진 때에는 국가기관이 수사과정에서 한 위법행위와 유죄판결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을 것이고, 그에 따라 유죄판결에 의한 복역 등에 대하여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 대법원 2014. 10. 27. 선고 2013다217962 판결 참조).
나) 한편, 구 대한민국헌법(1980. 10. 27. 헌법 제9호로 전문개정되기 전의 것)은 제8조 에서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이를 위하여 국가는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최대한 보장할 의무를 진다’라고 규정하고, 제10조 에서 ‘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진다.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구속·압수·수색·심문·처벌·강제노역과 보안처분을 받지 아니한다’( 제1항 ), ‘모든 국민은 고문을 받지 아니하며,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 제2항 ), ‘체포·구금·압수·수색에는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 제3항 본문 ), ‘누구든지 체포·구금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다만, 법률이 정하는 경우에 형사피고인이 스스로 변호인을 구할 수 없을 때에는 국가가 변호인을 붙인다’( 제4항 )라고 각 규정하여, 피고인에게 국민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보장할 의무가 있음을 천명하고 있었고, 국민의 신체의 자유, 고문을 받지 아니하고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할 권리, 법관이 발부한 영장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구속되지 아니할 권리를 헌법상의 권리로 보장하고 있었다.
또한, 구 형사소송법(1980. 12. 18. 법률 제328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01조 는 ‘피의자가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제70조 제1항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을 때에는 검사는 관할지방법원판사에게 청구하여 구속영장을 받아 피의자를 구속할 수 있고 사법경찰관은 검사에게 신청하여 검사의 청구로 관할지방법원판사의 구속영장을 받아 피의자를 구속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여, 헌법상의 권리를 구체화하고 있었다.
따라서 수사기관이 피의자를 체포하는 때에 구속영장 없이 피의자 등을 함부로 체포·구금하는 것은 위법하고, 영장에 의하여 체포·구금할 경우에도 형법, 형사소송법 등의 법률에 규정된 체포요건과 구속영장발부요건 등이 갖추어지지 않으면 위법하다. 또한, 국가는 물론 그 어떠한 권력의 주체도 필요한 정보나 형사소추를 위한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고문이나 협박과 같은 직·간접적 수단을 이용하여 육체적ㆍ정신적 피해를 가하는 일을 자행하여서는 아니 된다.
2) 인정사실
앞서 든 증거들, 갑 제17, 25, 28, 41, 47호증의 각 기재, 원고들에 대한 당사자본인신문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가) 원고 1은 1978. 10. 11. 영장 없이 체포되어 같은 날 수사자료표가 작성되고, 구속영장은 그로부터 48시간이 훨씬 지난 1978. 10. 20.경 발부되었고, 원고 2의 경우 1977. 11. 14. 영장 없이 체포되어 1977. 11. 26. 구속되었다. 체포 당시 원고들은 피의사실의 요지와 변호인 선임권을 고지받지 못하였다.
나) 피고 소속 공무원들은 수사과정에서 수시로 원고 ○○의 가슴과 뒤통수를 치고 발로 정강이 등을 찼고, 다른 피의자와 말이 맞지 않으면 구타를 하였으며 잠을 자지 못하게 하기도 하였다. 원고 2에 대해서는 손, 발, 팔꿈치, 자 등을 이용하여 원고 2를 때렸으며 철창타기나 책상 중간에 기괴한 자세로 버티게 하는 등의 가혹행위를 하였다.
다) 이 사건 재심대상판결에서 유죄 인정의 증거는 범죄사실에 부합하는 원고들과 공동피고인 및 관련자들의 법정 및 수사기관에서의 진술 또는 진술서와 압수물이다.
라) 피고 소속 공무원들은 원고들이 출소한 이후에도 긴급조치위반 전력 등을 이유로 원고들의 집이나, 학교, 직장으로 찾아와 원고들과 그 가족들을 사찰하였다.
3) 불법행위의 성립
가) 위 인정사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비록 원고들이 재심판결에서 긴급조치 제9호 위반에 대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 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받았다 하더라도, 위 무죄사유가 없었더라면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 의 무죄사유인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여 무죄를 선고받았을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1) 수사 과정에서 국민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 및 헌법상 권리를 보장할 의무가 있는 수사기관의 공무원들이 원고들 및 관련자들을 수사함에 있어서 불법체포·구금, 고문, 불리한 진술 강요 등의 인권 침해행위를 하였다.
(2) 위와 같은 인권 침해행위로 인한 심리적 압박 상태가 수사과정에서 뿐만 아니라 법정에까지 계속되어 범죄사실에 부합하는 원고들 및 관련자들의 진술은 임의성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3) 이 사건 재심대상판결에서 원고들 및 관련자들의 진술을 제외할 경우 남는 유죄의 증거는 압수물인데, 위 압수물만으로는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기 부족하였을 것으로 보일 뿐만 아니라 위 압수물도 불법으로 수집되었을 개연성이 있다.
나) 따라서, 피고는 위와 같은 수사기관의 위법행위로 인하여 유죄판결을 받아 복역을 한 원고들이 위 복역 당시 뿐만 아니라 그 이후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함에 따라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나. 손해배상의 범위
1) 위자료 액수
가) 법원이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를 산정할 때 피해자의 연령, 직업, 사회적 지위, 재산 및 생활상태, 피해로 입은 고통의 정도, 피해자의 과실 정도 등 피해자 측의 사정에 가해자의 고의, 과실의 정도, 가해행위의 동기, 원인, 가해자의 재산상태, 불법행위 후의 가해자의 태도 등 가해자 측의 사정까지 함께 참작하는 것이 손해의 공평부담이라는 손해배상의 원칙에 부합한다( 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7다77149 판결 등 참조).
한편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 배상채무의 지연손해금이 사실심 변론종결일부터 기산된다고 보아야 하는 예외적인 경우에는 그 채무가 성립한 불법행위 당시를 기준으로 즉시 지급함이 적절하다고 보이는 액수의 위자료에 대한 배상이 변론종결 시까지 장기간 지연된 사정을 참작하여 변론종결 시의 위자료 원금을 적절히 증액 산정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이 사건과 같이 피고 소속 공무원들에 의하여 조직적이고 의도적으로 중대한 인권침해행위가 자행된 경우에는 유사한 사건의 재발을 억제ㆍ예방할 필요성 등도 그 위자료를 산정함에 있어 중요한 참작사유로 고려되어야 한다( 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1다38325 판결 등 참조).
나) 원고들에 대한 불법행위의 반인권적 특수성과 그 불법의 중대함, 원고들에 대한 선고형의 경중 및 복역기간, 아래 라.항에서 보는 바와 같이 원고들에 대한 불법행위가 개시된 때로부터 약 40여 년의 오랜 세월이 경과하여 통화가치에 상당한 변화가 있으므로 예외적으로 지연손해금의 기산점을 이 사건 변론종결일로 삼은 점, 유사한 국가배상판결에서의 위자료 인정금액과 형평성 등 기타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모든 사정들을 참작하여, 피고가 지급할 위자료의 액수를 원고 1은 150,000,000원, 원고 1의 부(부)인 소외 4 및 모(모)인 소외 5는 각 30,000,000원, 원고 2는 200,000,000원, 원고 2의 부(부)인 소외 10과 모(모)인 소외 11은 각 50,000,000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
2) 상속관계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 1의 부인 소외 4가 2011. 12. 16. 사망함으로써, 소외 4의 고유위자료 30,000,000원은 처인 소외 5가 6,923,076원(= 30,000,000원 × 3/13, 원 미만 버림, 이하 같다), 원고 1이 4,615,384원(= 30,000,000원 × 2/13)을 상속한다. 그 이후 소외 5가 2012. 2. 10. 사망하여, 원고 1이 소외 5의 상속재산 36,923,076원(= 고유위자료 30,000,000원 + 소외 4로부터 상속한 위자료 6,923,076원) 중 1/5 지분을 상속하여 7,384,615원을 상속한다.
원고 2의 부인 소외 10이 1996. 1. 1. 사망하여, 소외 10의 고유위자료 50,000,000원은 처인 소외 11이 21,428,571원(= 50,000,000원 × 3/7), 원고 2가 14,285,714원(= 50,000,000원 × 2/7)을 상속한다. 그 이후 소외 11이 2002. 1. 1. 사망함으로써, 원고 2가 소외 11의 상속재산 71,428,571원(= 고유위자료 50,000,000원 + 소외 10으로부터 상속한 위자료 21,428,571원) 중 1/2 지분을 상속하여 35,714,285원을 상속한다.
다. 피고의 주장에 관한 판단
1) 소멸시효 완성 주장
가) 당사자들의 주장
피고는, 원고들이 수감생활을 마치고 출소한 1979년 경으로부터 5년이 경과한 때에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주장하고, 이에 대하여 원고들은, 피고의 소멸시효 완성 항변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나) 판단
채무자의 소멸시효를 이유로 한 항변권의 행사도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의 지배를 받은 것이어서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다면,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 허용될 수 없다( 대법원 2011. 9. 8. 선고 2009다66969 판결 등 참조). 국가기관이 수사과정에서 한 위법행위 등으로 수집된 증거 등에 기초하여 공소가 제기되고 유죄판결이 확정되었으나 뒤늦게 재심사유의 존재 사실이 밝혀지고 재심절차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된 경우에는, 재심무죄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채권자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할 것을 기대할 수 없는 사실상의 장애사유가 있다고 볼 것이다. 따라서 그 손해배상청구에 대하여 채무자인 국가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에도 채권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장애가 해소된 재심무죄판결 확정일로부터 민법상 시효정지의 경우에 준하는 6개월의 기간 내에는 권리를 행사하여야 하고, 그 기간 내에 권리의 행사가 있었는지는 원칙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한 날을 기준으로 판단할 것이다( 대법원 2013. 12. 12. 선고 2013다201844 판결 참조).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을 보건대,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들은 영장 없이 체포되어 구금된 상태에서 수사를 받고 기소되었으며, 이어진 형사재판 과정에서는 긴급조치 제9호가 유효하다는 전제 하에 유죄 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되었다. 이처럼 유죄판결이 확정되어 그 효력이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재심을 통해 과거의 유죄판결이 잘못되었다는 법원의 공권적 판단을 받기 전까지는 과거 판결이 잘못된 것임을 전제로 부당하게 구금당하였다고 주장하면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한다는 것은 일반인의 관점에서 보아 합리적으로 기대하기 어려우므로, 원고들은 원고들에 대한 재심절차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된 2013. 8. 또는 9.경까지는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을 행사할 수 없는 객관적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고, 이 사건 소는 그로부터 6개월이 경과하지 않은 2013. 9. 17. 제기되었다.
따라서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에 대하여 피고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 허용될 수 없는바, 이를 지적하는 위 원고들의 재항변은 이유 있고, 결국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은 이유 없다.
2) 공제 주장
가) 피고는,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이하 ‘형사보상법’) 제6조 제3항 에 따라 원고들이 형사보상금을 받았다면 그 액수만큼은 손해배상의 액수에서 공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 형사보상법 제6조 제3항 은 ‘다른 법률에 따라 손해배상을 받을 자가 같은 원인에 대하여 이 법에 따른 보상을 받았을 때에는 그 보상금의 액수를 빼고 손해배상의 액수를 정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손해배상액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위 관련 규정에 의하여 먼저 받은 형사보상금을 공제할 때에는 이를 손해배상채무의 변제액 공제에 준하여 민법에서 정한 변제충당의 일반 원칙에 따라 형사보상금을 지급받을 당시 손해배상채무의 지연손해금과 원본 순서로 충당하여 공제하는 것이 타당하고, 형사보상금을 곧바로 손해배상액 원본에서 공제할 것은 아니다. 다만, 예외적으로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 배상채무의 지연손해금이 사실심 변론종결일부터 기산되는 경우 형사보상금 수령일을 기준으로 지연손해금이 발생하지 아니한 위자료 원본 액수가 이미 수령한 형사보상금 액수 이상인 때에는 계산의 번잡을 피하기 위하여 이미 지급받은 형사보상금을 위자료 원본에서 우선 공제하여도 무방하다( 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1다38325 판결 참조).
다) 원고 1이 2013. 9. 24. 형사보상결정을 받고 그 무렵 구금에 대한 형사보상금 52,682,400원을 수령한 사실, 원고 2가 2013. 11. 21. 형사보상결정을 받고 그 무렵 구금에 대한 형사보상금 101,865,600원을 수령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한편, 원고들에 대한 위자료 액수가 각 위 형사보상금 액수 이상이므로, 원고들의 위자료 원본에서 위 형사보상금을 공제하여야 한다(형사보상결정 중 비용에 대한 보상금은 재심판결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어서 이 사건 위자료 발생원인과 상이하므로, 공제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
따라서 원고 1의 위자료 채권은 97,317,600원(= 150,000,000원 - 52,682,400원), 원고 2의 위자료 채권은 98,134,400원(= 200,000,000원 - 101,865,600원)이 된다.
라. 지연손해금 기산일
1) 원고들은, 위 위자료에 대하여 각 원고들이 불법으로 연행된 1978. 10. 11. 또는 1977. 11. 14.부터 계산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한다.
2)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무에 대하여는 별도의 이행 최고가 없더라도 채무성립과 동시에 지연손해금이 발생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불법행위시와 변론종결시 사이에 장기간의 세월이 지나 위자료 산정의 기준이 되는 변론종결시의 국민소득수준이나 통화가치 등의 사정이 불법행위시에 비하여 상당한 정도로 변동한 결과 그에 따라 이를 반영하는 위자료 액수 또한 현저한 증액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 배상채무의 지연손해금은 위자료 산정의 기준시인 사실심 변론종결 당일부터 발생한다고 보아야 한다( 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1다38325 판결 등 참조).
3) 피고 소속 공무원이 원고들을 불법으로 연행한 1978. 10. 11. 또는 1977. 11. 14.부터 이 사건 변론종결일인 2019. 1. 9.까지 약 40여 년에 이르는 오랜 세월이 경과하여 그 사이에 물가와 국민소득수준 등이 크게 상승함으로 말미암아 이를 반영하여 위자료를 증액 산정한 이상, 이 사건 변론종결일인 2019. 1. 9.부터 위자료에 대한 지연손해금이 발생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마. 소결
피고는 원고 1에게 109,317,599원(= 고유위자료 97,317,600원 + 소외 4로부터 상속한 위자료 4,615,384원 + 소외 5로부터 상속한 위자료 7,384,615원), 원고 2에게 148,134,399원(= 고유위자료 98,134,400원 + 소외 10으로부터 상속한 위자료 14,285,714원 + 소외 11로부터 상속한 위자료 35,714,285원) 및 각 이에 대하여 이 사건 변론종결일인 2019. 1. 9.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재 여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사건 판결 선고일인 2019. 2. 13.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결 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각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각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지 생략)
주1) 재혼한 여자가 데리고 들어온 전 남편의 아들
주2) 전처의 출생자와 그 부의 후처와의 관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