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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9. 12. 13. 선고 2017다224494 판결

[손해배상(기)][미간행]

판시사항

[1] 의견이나 논평을 표명하는 형식의 표현행위가 명예훼손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기준 및 순수하게 의견만을 표명하는 것이 불법행위가 되는 경우 / 표현행위가 사실을 적시한 경우인지 또는 의견을 표명한 경우인지를 구별하는 방법

[2] 갑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면서 “민변 안에 북변인 분들 꽤 있죠.”라고 표현한 사안에서, ‘북변’이라는 용어가 ‘종북 변호사’를 뜻하는 것으로 사용되었는지가 명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종북’의 의미 자체가 현재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고 그 의미를 객관적으로 확정하기 어려운 데다가, 위 표현의 전후문맥 등을 함께 고려해보면, 위 표현은 사실의 적시가 아니라 의견의 표명으로 볼 여지가 있는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원고, 피상고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지향 담당변호사 류신환)

피고, 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서울다솔 담당변호사 이재교 외 2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은, 피고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소외 1 변호사 소외 2는 민변 소속인데 머릿속은 북변이에요. 민주 변호가 아니고 북한 변호라는 거죠. 민변 안에 북변인 분들 꽤 있죠. 제가 이름을 거명 안 해도 검색해 보면 다 나오죠.”라는 글(이하 ‘이 사건 글’이라고 한다) 중 ‘북변’이라는 용어가 ‘비민주사회인 북한을 옹호하고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정통성을 부인하는 사상을 가진 세력을 위한 활동을 하는 종북 변호사’라는 의미로 사용되었다고 인정한 후, 이 사건 글 중 “민변 안에 북변인 분들 꽤 있죠.”라는 표현(이하 ‘이 사건 표현’이라고 한다)이 사실의 적시임을 전제로, 이는 원고 소속 변호사들이 법률지원활동을 하면서 종북 세력을 변호하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되므로, 원고의 법률지원활동이 원래 목적인 인권 옹호에서 벗어나 종북 세력을 비호하기 위한 방향으로 치우쳐져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기에 충분하여 이 사건 글로 인하여 원고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저하되었다는 이유로 명예훼손으로 인한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일부 받아들였다.

2.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1) 민법상 불법행위가 되는 명예훼손이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함으로써 사람의 품성, 덕행, 명성, 신용 등 인격적 가치에 대하여 사회적으로 받는 객관적인 평가를 침해하는 행위를 말한다. 타인의 사회적 평가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을 정도로 구체성이 있는 사실을 명시적으로 적시한 표현행위가 명예훼손이 될 수 있음은 물론이지만, 의견이나 논평을 표명하는 형식의 표현행위도 그 전체적 취지에 비추어 의견의 근거가 되는 숨겨진 기초 사실에 대한 주장이 묵시적으로 포함되어 있고 그 사실이 타인의 사회적 평가를 침해할 수 있다면 명예훼손에 해당할 수 있다. 일정한 의견을 표명하면서 그 의견의 기초가 되는 사실을 따로 밝히고 있는 표현행위는 적시된 기초 사실만으로 타인의 사회적 평가가 침해될 수 있는 때에는 명예훼손이 성립할 수 있다 ( 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3다26432 판결 참조).

그러나 순수하게 의견만을 표명하는 것만으로는 명예훼손이 성립되지 않는다. 다만 표현행위의 형식과 내용 등이 모욕적이고 경멸적인 인신공격에 해당하거나 또는 타인의 신상에 관하여 다소간의 과장을 넘어서서 사실을 왜곡하는 공표행위를 함으로써 그 인격권을 침해한다면, 명예훼손과는 다른 별개 유형의 불법행위를 구성할 수 있다 ( 대법원 2014. 8. 20. 선고 2012다19734 판결 참조).

이와 같이 민법상 불법행위가 성립하기 위한 요건이 사실을 적시한 경우와 의견을 표명한 경우에 서로 다르므로 표현행위가 어느 경우에 해당하는지 구별하여야 한다. 기사 중 어떤 표현이 사실의 적시인지 의견의 진술인지를 가리기 위해서는 표현의 문언과 함께 기사 전체의 취지, 배경이 된 사회적 흐름과의 연관하에서 표현이 갖는 의미를 살펴 판단하여야 하고 또한 표현의 진위를 결정하는 것이 가능한지 여부도 살펴보아야 한다 ( 대법원 2002. 12. 24. 선고 2000다14613 판결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에 나타난 사실관계를 위와 같은 법리에 따라 살펴보면, 이 사건 글에서 ‘북변’이라는 용어가 원심이 설시하는 의미를 가진 ‘종북 변호사’를 뜻하는 것으로 사용되었는지가 명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종북’의 의미 자체가 현재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고 그 의미를 객관적으로 확정하기 어려운 데다가( 대법원 2018. 10. 30. 선고 2014다61654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이 사건 표현의 전후문맥 등을 함께 고려해보면, 이 사건 표현은 사실의 적시가 아니라 의견의 표명으로 볼 여지가 있다( 대법원 2019. 4. 3. 선고 2016다278166, 278173 판결 , 대법원 2019. 5. 30. 선고 2016다254047 판결 참조).

(3) 그럼에도 원심이 이 사건 표현이 의견의 표명이 아니라 사실의 적시임을 전제로 명예훼손으로 인한 불법행위의 성립을 인정한 데에는 명예훼손에 의한 불법행위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민유숙(재판장) 조희대(주심) 김재형 이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