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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8. 7. 12. 선고 2017추10 판결

[조례안재의결무효확인][미간행]

판시사항

[1] 조례가 규율하는 특정사항에 관하여 그것을 규율하는 국가의 법령이 이미 존재하는 경우, 조례가 적법하기 위한 요건

[2] 법률의 위임 없이 주민의 권리제한 또는 의무부과에 관한 사항을 정한 조례의 효력(무효)

원고

제주특별자치도지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바른 담당변호사 이응세 외 2인)

피고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유원 담당변호사 박종배)

변론종결

2018. 6. 15.

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가 2017. 3. 15.에 한 제주특별자치도 도민문화시장 육성 및 지원 조례안에 대한 재의결은 그 효력이 없다.

이유

1. 이 사건 조례안 재의결 및 그 내용의 요지

갑 제3 내지 6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다음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가. 피고는 2016. 12. 14. ‘제주특별자치도 도민문화시장 육성 및 지원 조례안’을 의결하여 2016. 12. 15. 원고에게 이송하였다. 원고는 2017. 1. 4. 피고에게 위 조례안 제2조 제3호 (나)목은 가공·조리한 식품의 판매를 허용하는 것으로서 상위 법령인 식품위생법령에 위반되어 무효이고, 도민문화시장의 개설기준 및 신고의무를 규정한 제5조 및 제6조는 법률의 위임 없이 주민의 권리제한이나 의무부과에 관한 사항을 규정한 것으로서 무효라는 이유를 들어 피고에게 재의를 요구하였다. 피고는 2017. 3. 15. 최초 조례안의 주요 내용을 그대로 둔 채 일부 문구만을 수정한 조례안(이하 ‘이 사건 조례안’이라고 한다)을 재의결함으로써 이 사건 조례안을 확정하였다.

나. 이 사건 조례안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이 사건 조례안은 제주특별자치도민의 문화를 기반으로 지역사회의 소통과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도민문화시장을 육성하고 지원하는 데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지역경제의 발전과 사회적 경제 및 문화생태계 조성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제1조).

(2) “도민문화시장”이란 사회적 가치 실현을 목적으로 특정한 장소에 모여 상품을 거래하거나 용역을 제공하는 유통산업발전법 제2조 제5호 의 임시시장을 말한다(제2조 제1호).

(3) 이 사건 조례안에서 말하는 “상품”이란 직접 창작한 개인 창작품 또는 제주특별자치도에서 생산된 농수축산물 및 이를 가공·조리한 식품, 공정무역상품 등 중에서 도민문화시장의 개설 목적, 건전한 사회질서 및 상거래질서에 반하지 않는 품목을 말한다(제2조 제3호).

(4) 도민문화시장은 도지사가 직접 개설하거나 도민문화시장을 개설하려는 자의 신고에 따라 개설할 수 있고(제5조 제1항), 도민문화시장의 시설기준은 ① 도민문화시장을 개설하려는 구역의 토지 면적 또는 건축물의 연면적이 1백㎡ 이상일 것, ② 도로와 연결되어 있을 것, ③ 화장실, 급수시설, 오물처리시설 등의 편의시설을 확보할 것, ④ 시설물 등의 안전성을 확보할 것 등이며(제5조 제2항), 그 밖의 구체적 시설기준은 규칙으로 정한다(제5조 제3항).

(5) 도민문화시장의 개설신고를 하려는 자는 시장 개설 7일 전까지 도민문화시장개설신고서에 시설기준 등에 관한 서류를 첨부하여 도지사에게 제출하여야 하고(제6조 제1항), 도지사는 서류심사 또는 현장확인을 거쳐 신고내용이 관계 법령, 도민문화시장 개설목적 및 시설기준에 부합한다고 판단되면 신고를 수리하고 도민문화시장 신고확인증을 발급하여야 한다(제6조 제2항).

2. 이 사건 조례안의 근거 법령

원고는 이 사건 조례안의 근거 법령이 유통산업발전법 제14조 인지,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이하 ‘전통시장법’이라고 한다) 제14조 인지 분명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유통산업발전법 제2조 제5호 는 “임시시장”을 ‘다수의 수요자와 공급자가 일정한 기간 동안 상품을 매매하거나 용역을 제공하는 일정한 장소’로 정의하고 있고, 같은 법 제14조 제1항 은 임시시장의 개설방법·시설기준과 그 밖에 임시시장의 운영·관리에 관한 사항은 조례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편 전통시장법 제14조 제1항 에서 ‘ 유통산업발전법 제14조 에도 불구하고’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 일정 기간 시장의 기능을 하는 임시시장을 개설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각호에서 시장정비사업, 천재지변, 대규모 행사 등 그 개설 요건을 규정하면서, 제4항 에서 임시시장의 개설기준, 운영 및 관리 등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은 조례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 사건 조례안 제2조 제1호는 이 사건 조례안이 육성·지원하고자 하는 대상인 도민문화시장을 “ 유통산업발전법 제2조 제5호 의 임시시장”이라고 정의하고 있을 뿐이고, 위 도민문화시장이 전통시장법에서 정하는 임시시장에 해당한다고 해석할 만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나아가 피고는 이 사건 조례안과는 별도로 전통시장법의 위임에 따라 「제주특별자치도 전통시장의 운영 및 관리 등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여 전통시장법 제14조 에 따른 임시시장의 개설 및 운영·관리에 관하여 규율하고 있다.

이와 같은 유통산업발전법전통시장법, 이 사건 조례안 및 「제주특별자치도 전통시장의 운영 및 관리 등에 관한 조례」관련 규정의 문언과 체계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조례안은 유통산업발전법 제14조 제1항 의 위임에 따라 제정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3. 이 사건 조례안 제2조 제3호 (나)목이 지방자치법 제22조 본문에 위반되는지 여부

원고는, 이 사건 조례안 제2조 제3호 (나)목이 제주특별자치도에서 생산된 농수축산물을 가공·조리한 식품(이하 ‘가공·조리 식품’이라고 한다)에 대하여 상위 법령인 식품위생법령에서 정한 신고의무 및 설치기준 등을 따르지 않아도 도민문화시장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어 지방자치법 제22조 본문에 위반된다고 주장한다.

지방자치단체는 법령에 위반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만 그 사무에 관하여 조례를 제정할 수 있지만, 조례가 규율하는 특정사항에 관하여 그것을 규율하는 국가의 법령이 이미 존재하는 경우에도 조례가 법령과 별도의 규율목적에 기하여 제정된 것으로서 그 적용에 의하여 법령이 의도하는 목적과 효과를 전혀 저해하는 바가 없는 때, 또는 양자가 동일한 목적에서 출발한 것이라고 할지라도 국가의 법령이 반드시 그 규정에 의하여 전국에 걸쳐 일률적으로 동일한 내용을 규율하려는 취지가 아니고 각 지방자치단체가 그 지방의 실정에 맞게 별도로 규율하는 것을 용인하는 취지라고 해석되는 때에는 그 조례가 국가의 법령에 위반되는 것은 아니다 ( 대법원 2007. 12. 13. 선고 2006추52 판결 참조).

이 사건 조례안에 따라 도민문화시장에서 판매되는 가공·조리 식품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신고의무와 시설기준 등에 대하여 상위 법령인 식품위생법령의 적용을 받는다. 이 사건 조례안 규정들을 모두 살펴보아도 가공·조리 식품에 대하여 식품위생법령의 적용을 배제하거나 식품위생법령과 모순·충돌되는 규정을 찾을 수 없다. 오히려 이 사건 조례안 제3조 제2항은 시장개설자에게 도민문화시장 운영·관리와 관련하여 관계 법령 및 조례를 준수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또한 이 사건 조례안 제6조 제2항은 도민문화시장의 개설 신고를 받은 도지사는 서류심사 또는 현장확인을 거쳐 신고내용이 관계 법령 등에 부합한다고 판단할 때 신고를 수리하도록 규정하여, 가공·조리 식품의 신고 및 시설기준 등이 식품위생법령 등과 같은 관계 법령에 위반되지 않을 것을 간접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나아가 이 사건 조례안 제5조에서 정한 도민문화시장의 개설 및 시설기준과 이 사건 조례안 제6조에서 정한 도민문화시장의 개설신고 절차는, 모두 유통산업발전법 제14조 제1항 의 위임에 따라 도민문화시장의 개설방법과 시설기준 등에 관하여 정하는 조항들일 뿐, 도민문화시장에서 판매하는 가공·조리 식품에 관하여 규율하는 조항들로 볼 수 없다.

이와 같은 이 사건 조례안의 문언과 체계, 조례 제정에 관한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성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조례안 제2조 제3호 (나)목이 상위 법령인 식품위생법령의 목적과 효과를 저해하여 식품위생법령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원고의 위 주장도 이유 없다.

4. 이 사건 조례안 제5조, 제6조가 지방자치법 제22조 단서에 위반되는지 여부

원고는 이 사건 조례안 제5조, 제6조가 도민문화시장을 개설하려는 자에게 법률의 위임 없이 시설기준의 준수 및 신고의무 등을 부과하여 지방자치법 제22조 단서에 위반된다고 주장한다.

지방자치법 제22조 , 행정규제기본법 제4조 제3항 에 의하면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를 제정할 때 그 내용이 주민의 권리제한 또는 의무부과에 관한 사항이나 벌칙인 경우에는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하므로, 법률의 위임 없이 주민의 권리제한 또는 의무부과에 관한 사항을 정한 조례는 그 효력이 없다 ( 대법원 2012. 11. 22. 선고 2010두19270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조례안 제5조, 제6조에 따르면 도민문화시장을 개설하려는 자는 도지사에게 도민문화시장 개설신고서를 제출하여야 하고, 그 신고내용은 관계 법령, 도민문화시장의 개설 목적과 시설기준 등에 부합하여야 한다. 그런데 유통산업발전법 제14조 제1항 은 도민문화시장과 같은 임시시장의 개설방법, 시설기준, 그 밖에 관리 및 운영에 관한 사항을 조례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다. 이 사건 조례안 제5조, 제6조에서 정한 임시시장 개설 절차 및 시설기준 등에 관한 사항은 유통산업발전법에서 조례로 정하도록 위임한 사항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 사건 조례안 제5조, 제6조는 법률의 위임에 따라 주민의 권리제한이나 의무부과에 관한 사항을 정한 것이므로 지방자치법 제22조 단서에 위반되지 않는다.

5.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소영(재판장) 고영한 권순일 조재연(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