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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영, "형법 제270조 제1항 위헌소원", 결정해설집 11집, , 2013, p.

[결정해설 (결정해설집11집)]

본문

- 낙태죄의 위헌 여부 -

(헌재 2012. 8. 23. 2010헌바402 , 판례집 24-2상, 471)

김 현 영1)

1. 부녀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269조 제1항(이하 ‘자기낙태죄 조항’이라 한다)이 위헌이라고 판단되면, 조산사 등이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한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270조 제1항 중 ‘조산사’에 관한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도 위헌이 되는 관계에 있는지 여부(적극)

2. 자기낙태죄 조항이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소극)

3.이 사건 법률조항이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소극)

4. 이 사건 법률조항이 형벌체계상의 균형에 반하여 평등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소극)

이 사건 심판대상은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270조 제1항 중 ‘조산사’에 관한 부분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청구인은 조산사인바, ‘2010. 1. 28. 청구인이 운영하는 조산원에서 임부로부터 임신 6주된 태아를 낙태시켜 달라는 촉탁을 받고, 진공기를 사용하여 태아를 모체 밖으로 인위적으로 배출하는 방법으로 낙태하게 하였다.’는 등의 공소사실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던 중, 처벌의 근거가 되는 형법 제270조 제1항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기각되자, 위 법률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며 2010. 10. 17.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1. 이 사건 법률조항과 자기낙태죄는 대향범이고, 이 사건은 낙태하는 임부를 도와주는 조산사의 낙태를 처벌하는 것이 위헌인지 여부가 문제되는 사안이므로, 임부의 낙태를 처벌하는 것이 위헌이라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동일한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임부의 동의를 받아 낙태시술을 한 조산사를 형사처벌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도 당연히 위헌이 되는 관계에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2. 인간의 생명은 고귀하고, 이 세상에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엄한 인간 존재의 근원이며, 이러한 생명에 대한 권리는 기본권 중의 기본권이다. 태아가 비록 그 생명의 유지를 위하여 모(母)에게 의존해야 하지만, 그 자체로 모(母)와 별개의 생명체이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인간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므로 태아에게도 생명권이 인정되어야 한다. 헌법이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은 그것이 인간으로 될 예정인 생명체라는 이유 때문이지, 그것이 독립하여 생존할 능력이 있다거나 사고능력, 자아인식 등 정신적 능력이 있는 생명체라는 이유 때문이 아니다. 그러므로 태아가 독자적 생존능력을 갖추었는지 여부를 그에 대한 낙태 허용의 판단 기준으로 삼을 수는 없다. 한편, 낙태를 처벌하지 않거나 형벌보다 가벼운 제재를 가하게 된다면 현재보다도 훨씬 더 낙태가 만연하게 되어 자기낙태죄 조항의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될 것이고, 성교육과 피임법의 보편적 상용, 임부에 대한 지원 등은 원하지 않는 임신을 미연에 방지하는 수단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나 불법적인 낙태를 방지할 효과적인 수단이 되기에는 부족하다. 나아가 입

법자는 일정한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와 같은 예외적인 경우에는 임신 24주 이내의 낙태를 허용하여(모자보건법 제14조, 동법 시행령 제15조),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태아의 생명권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것에서 더 나아가 사회적·경제적 사유로 인한 낙태로까지 그 허용의 사유를 넓힌다면, 자칫 자기낙태죄 조항은 거의 사문화되고 낙태가 공공연하게 이루어져 인간생명에 대한 경시풍조가 확산될 우려마저 없지 않다. 나아가 자기낙태죄 조항으로 제한되는 사익인 임부의 자기결정권이 위 조항을 통하여 달성하려는 태아의 생명권 보호라는 공익에 비하여 결코 중하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자기낙태죄 조항이 임신 초기의 낙태나 사회적·경제적 사유에 의한 낙태를 허용하고 있지 아니한 것이 임부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자기낙태죄 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3. 이 사건 법률조항은 그 법정형의 상한이 2년 이하의 징역으로 되어 있어 법정형의 상한 자체가 높지 않을 뿐만 아니라, 비교적 죄질이 가벼운 낙태에 대하여는 작량감경이나 법률상 감경을 하지 않아도 선고유예 또는 집행유예 선고의 길이 열려 있으므로, 행위의 개별성에 맞추어 책임에 알맞은 형벌을 선고할 수 없도록 하는 지나치게 과중한 형벌을 규정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4. 낙태는 행위태양에 관계없이 태아의 생명을 박탈하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높고, 일반인에 의해서 행해지기는 어려워 대부분 낙태에 관한 지식이 있는 의료업무종사자를 통해 이루어지며, 태아의 생명을 보호해야 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자가 태아의 생명을 박탈하는 시술을 한다는 점에서 비난가능성 또한 크다. 나아가 경미한 벌금형은 낙태시술의 기능이나 낙태에 사용하는 약품 등을 알고 있는 것을 남용하여 영리행위를 추구하는 조산사에 대하여는 위하력을 가지기 어렵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여 입법자가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하여 형법상 동의낙태죄(제269조 제2항)와 달리 벌금형을 규정하지 아니한 것이 형벌체계상의 균형에 반하여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도 할 수 없다.

태아에 대한 국가의 보호의무에는 여성이 임신 중 또는 출산 후 겪게 되는 어려움을 도와주는 것까지 포함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국가는 생명을 보호하는 입법적 조치를 취함에 있어 인간생명의 발달단계에 따라 그 보호정도나 보호수단을 달리할 수 있다. 현대 의학의 수준에서는 태아가 임신 24주에 이르기까지는 자존적 생존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보고 있으므로, 태아의 독자적 생존능력이 인정되는 임신 24주 이후에는 태아의 생명도 인간의 생명과 어느 정도 동일시할 수 있으므로 임부의 낙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임부의 생명이나 건강에 현저한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등 특단의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낙태를 허용함이 바람직하다. 임신 중기(임신 13주-24주)의 낙태는 임신 초기(임신 1주-12주)의 낙태에 비하여 합병증의 우려가 크고, 모성사망률의 위험도 급격히 커져 임부의 생명이나 건강에 위해가 생길 우려가 증가한다는 점에서 국가는 모성의 건강을 증진하기 위하여 낙태의 절차를 규제하는 등으로 임신 중기의 낙태에 관여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의학계에서는 일반적으로 임신 초기(임신 1주-12주)의 태아는 사고나 자아인식, 정신적 능력과 같은 의식적 경험에 필요한 신경생리학적 구조나 기능들은 갖추지 못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바, 임신 초기의 태아는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반면, 임신 초기의 낙태는 시술방법이 간단하여 낙태로 인한 합병증 및 모성사망률이 현저히 낮아지므로 임신 초기에는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여 낙태를 허용해 줄 여지가 크다. 불법낙태로 임부의 건강이나 생명에 위험이 초래되는 사태가 빈발하고 있어 그 대책이 시급한 현실에 비추어 보면, 적어도 임신 초기에는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여 낙태를 허용해 줄 필요성이 있다. 따라서 임신 초기의 낙태까지 전면적, 일률적으로 금지하고 처벌하고 있는 자기낙태죄 조항은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배된다. 한편, 형법상 낙태죄 규정이 현재는 거의 사문화되어 낙태의 근절에 큰 기여를 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자기낙태죄 조항으로 달성하려는 태아의 생명보호라는 공익은 더 이상 자기낙태죄 조항을 통하여 달성될 것으로 보기 어려운 반면, 임신 초기의 낙태까지 금지하고 처벌하는 것은 임부의 임신 유지 여부

에 대한 자기결정의 영역을 전혀 존중하지 아니하는 것으로서, 자기낙태죄 조항으로 제한되는 사익인 임부의 자기결정권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어 법익의 균형성 요건도 갖추지 못하였다. 그러므로 자기낙태죄 조항은 임신 초기의 낙태까지 전면적, 일률적으로 금지하고 처벌하고 있다는 점에서,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

자기낙태죄 조항이 임부의 임신 초기의 낙태까지 전면적, 일률적으로 처벌하고 있다는 점에서 위헌이므로, 동일한 목표를 실현하기 위하여 임신 초기의 임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시술을 한 조산사를 형사처벌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도 위 범위 내에서 위헌이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 및 이와 동일한 위헌 사유가 있는 형법 제269조, 제270조 제3항 중 제1항에 관한 부분의 각 “낙태”에 ‘임신 12주 이내의 낙태’가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고 선언하여야 할 것이다.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여 임신 초기의 낙태를 허용하더라도 임부가 낙태에 대하여 충분히 숙고한 뒤에 결정할 수 있도록 함과 동시에 의학적으로 안전한 낙태시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입법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즉 입법자는 임부가 낙태에 대하여 충분히 숙고한 뒤에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전문가와의 상담 등 사전 조치들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상담은 태아의 생명보호에 기여할 수 있도록 임부를 격려하고 자녀와 함께하는 삶의 비전을 일깨워 주기 위한 것이어야 하며, 임부가 책임 있고 양심에 따른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어야 한다. 나아가 입법자는 의학적으로 안전한 낙태시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병원이나 의사 등에 대한 일정한 요건을 마련하여, 임부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

(1) 의의 및 보호법익

낙태라 함은 태아를 자연분만기에 앞서서 인위적으로 모체 밖으로 배출하거나 모체 안에서 살해하는 행위를 말하며, 낙태죄는 이와 같은 낙태를 내용으로 하는 범죄로서 낙태 결과 태아가 사망하였는지 여부는 낙태죄의 성립에 영향이 없다(대법원 2005. 4. 15. 선고 2003도2780 판결 참조). 따라서 ‘낙태’는 생존가능한 시점에서의 인공적인 태아배출행위도 포함한다는 점에서 모자보건법이 규정하고 있는 ‘인공임신중절’2)보다는 넓은 개념이 된다.

낙태죄의 보호법익에 대한 학설의 입장은 일치되어 있지 않으나, 주된 보호법익은 태아의 생명이며, 부차적 보호법익은 임부의 생명 및 신체의 안전이라고 보는 견해가 다수설이다.3)헌법재판소는 “낙태죄는 모자보건법에서 예외적으로 정한 일정 사유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든 낙태를 처벌하여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을 입법목적으로 한다(헌재 2008. 7. 31. 2004헌마1010 등, 판례집 20-2상, 236, 254).”고 판시한 바 있으며, 이 사건 결정에서도 이와 같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2) 낙태의 형사처벌 연혁

고대 로마의 초기법이나 동양 전통법에서는 태아를 모체의 일부분으로 보아 낙태행위를 처벌하지 않았다.4)낙태죄는 서기 200년경 후기 로마시대의 Severus(시베루스) 7세에 이르러 비로소 형벌로 처벌되기 시작하였다. 그 당시에는 태아를 임부의 오장육부의 일부분 정도로 취급하여 대다수의 부녀자들이 ‘내 배는 내 것이다.’라는 확신 아래 남편에 대한 대항으로 낙태를 하여 후손을 끊어버리는 수단으로 사용하였다.5)

낙태죄가 태아의 생명을 살해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범죄로 처벌된 것은 중세 교회법과 독일보통법에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으며, 그 사상적 배경은 기독교사상이다. 1532년의 카롤리나 형법은 태아를 생명 있는 태아와 생명 없는 태아로 구별하여, 전자의 경우 살인죄로 처벌하였다. 태아의 생명 자체를 보호법익으로 파악하여 낙태죄를 처벌한 것은 19세기 이후이며, 효시는 1813년의 바이에른 형법과 1852년의 프로이센 형법이다.6)

우리나라의 경우 전통적으로 중국의 율령에 따라 낙태죄를 처벌하지 않다가, 1905년 형법대전에서 비로소 낙태죄를 독립된 범죄로 처벌하기 시작하였다.7)

(3) 현행법상 낙태에 관한 규율 체계

형법은 제27장 낙태의 죄에서 낙태를 전면금지하면서도 한편으로, 모자보건법을 통하여 의학적·우생학적·윤리적 사유가 있는 경우 형법상 낙태죄의 적용을 배제함으로써 낙태를 일부 허용하고 있다.8)즉, 낙태와 관련하여 우리 법체계는 낙태죄를 규정한 형법과 위법성 조각사유를 규정한 모자보건법으로 이원화되어 있다.

(가) 형법상 낙태 처벌조항의 주요 내용

낙태의 죄의 기본적 구성요건은 자기낙태죄(형법 제269조 제1항)이다. 업무상동의낙태죄(형법 제270조 제1항)는 동의낙태죄(형법 제269조 제2항)에 대하여 신분관계로 책임이 가중되는 가중적 구성요건이며, 부동의낙태죄(형법 제270조 제2항)는 자기낙태죄에 대하여 불법이 가중되는 가중적 구성요건이고, 낙태치사상죄(형법 제269조 제3항, 제270조 제3항)는 위 죄에 대한 결과적 가중범을 무겁게 벌하고 있다.9)

1) 자기낙태죄(형법 제269조 제1항)

임부10)의 자기낙태를 처벌하는 규정으로 낙태죄의 기본적 구성요건이다. 본죄는 임부 자신의 낙태행위이므로 임부에 대한 관계에서는 일종의 자손행위이고, 이러한 점에서 법정형이 다른 낙태죄에 비하여 감경되어 있다. 행위의 주체는 임부이며, 태아를 객체로 한다. 낙태의 방법에는 아무 제한이 없으므로, 약물을 사용하건 수술을 하건 기구를 사용하건 묻지 않는다.11)

2) 업무상동의낙태죄(형법 제270조 제1항)

본죄는 의사, 한의사, 조산사, 약제사 또는 약종상이 임부의 촉탁이나 승낙을 받아12)낙태하게 함으로써 성립한다. 생명의 유지와 보호, 건강의 회복과 증진을 본분으로 하는 일정한 업무의 종사자가 이에 반하는 부당한 낙태행위를 하였다는 점에서 일반인보다 더 무거운 책임이 있고, 실제로 낙태시술의 기능이나 낙태에 사용하는 약품 등을 알고 있는 이러한 업무종사자들이 이를 남용하여 영리행위에 이르게 될 우려가 있는 점을 고려하여 본죄를 동의낙태죄에 대한 가중적 구성요건으로 설정했다고 볼 수 있다.

의사는 반드시 산부인과 의사에 한하지 않으나 치과의사와 수의사는 포함

되지 않는다. 한의사는 한방의료와 한방보건지도에 종사하는 자를 말하며(의료법 제2조 제2항 제3호), 조산사13)는 조산과 임부·해산부·산욕부 및 신생아에 대한 보건과 양호지도에 종사하는 자이고(의료법 제2조 제2항 제4호)14), 약제사는 의사의 처방에 따라 약제를 조합하는 자로서 약사와 한약사를 포함하며, 약종상은 약품을 판매하는 자로서 의약품도매상이나 한약업사를 말한다. 이들은 모두 면허를 받은 자임을 요하고, 무허가로 위와 같은 업무를 하는 자는 포함되지 않는다.15)

현행법상 조산사가 의료행위에 해당하는 낙태시술을 한 경우에는 형법상 업무촉탁낙태죄와 보건범죄단속에관한특별조치법위반(부정의료업자)죄의 경합범으로 처벌받게 되며(‘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5조16)), 7년 이하의 자격정지를 병과하도록 되어 있다(형법 제270조 제4항).

자기낙태죄와 업무상동의낙태죄를 대향범의 예로 언급하고 있는 견해(배종대)도 있으나, 이에 관한 학계의 논의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결정에서 “업무상동의낙태죄와 자기낙태죄는 전체적인 구성요건

의 내용상 2인 이상의 관여자가 낙태라는 동일한 목표를 향하여 서로 다른 방향에서 구성요건의 실현에 관여한다는 점에서 강학상 대향범에 해당한다.”(헌재 2012. 8. 23. 2010헌바402 , 판례집 24-2, 471, 479)고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다.

(나) 모자보건법상 위법성 조각사유

모자보건법 제14조는 예외적으로 5가지 정당화사유에 한해 낙태를 허용하고 있으며, 또한 동법 시행령 제15조는 인공임신중절행위에 대해 임신한 날로부터 24주 이내에만 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함으로써 낙태를 시간적으로 제한하고 있다(헌재 2008. 7. 31. 2004헌바81 , 판례집 20-2상, 91, 105 참조). 즉, 의사는 ① 본인이나 배우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 ② 본인이나 배우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③ 강간 또는 준강간에 의하여 임신된 경우, ④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 또는 인척 간에 임신된 경우, ⑤ 임신의 지속이 보건의학적 이유로 모체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고 있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중 어느 하나에 해당되는 경우에만 임부와 배우자의 동의를 받아 임신한 날로부터 24주 이내에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할 수 있으며, 이 경우 형법 제269조 제1항·제2항 및 제270조 제1항에도 불구하고 처벌하지 아니한다. 모자보건법은 사회적·경제적 사유에 의한 낙태는 허용하고 있지 아니하다.

1953. 9. 18. 법률 제293호로 제정된 형법은 낙태를 전면금지하고 이를 처벌하는 규정을 두었으나, 1973. 2. 8. 법률 제2514호로 제정된 모자보건법은 일정한 경우에 낙태를 허용하는 규정을 두게 되었는바, 모자보건법형법의 낙태죄에 대하여 특별법의 성격을 지닌다.

(1) 형법상 낙태 처벌규정의 입법연혁

(가) 1953년 형법초안에서의 낙태죄 규정

1) 낙태죄 초안의 내용

1953년 정부가 제출한 형법초안에 의하면 제27장 낙태죄는 2개의 조문으

로 되어 있었다. 처벌 유형으로는 부녀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경우와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경우, 전항의 죄를 범하여 치상케 한 경우이다(제287조). 또한 의사, 의생, 산파, 약제사 또는 약종상이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는 경우에도 처벌하며, 전항의 죄를 범하여 부녀를 치상케 한 경우에도 처벌규정을 두었다(제288조). 법제사법위원의 수정안은 제287조 제2항에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 없이 낙태하게 한 경우를 처벌하는 조항(강제낙태죄)을 신설하는 내용이었으며, 이는 형법초안에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 없이 낙태시킨 경우를 처벌하는 규정이 없었기 때문이다.17)

2) 법제사법위원회에서의 심의과정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낙태 처벌규정(제27장)을 전부 삭제하자는 수정안이 발의된 바 있었다. 삭제안의 근거로는 ① 낙태죄가 사실상 처벌되지 않고, ② 여성들의 사회활동 증가와 경제적 사유에 의한 낙태의 필요성이 있고, ③ 인구감소정책이 필요하고, ④ 하루 4-5건씩 발생하는 영아살해사건을 사전에 낙태허용으로 방지할 수 있고, ⑤ 다출산 부녀의 출산은 건강을 심하게 해칠 수 있어 낙태가 자유화되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낙태죄 존치론자들은 ① 태아도 하나의 생명이고, 인구증가정책이 유지되어야 하고, ② 낙태죄를 삭제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을 말살시키는 것이고, ③ 낙태를 허용하면 풍기문란 우려가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반대하였고, 결국 낙태죄 삭제안은 표결에 붙여진 결과 부결되었다.18)

(나) 1992년 형법개정안

1992년의 형법개정안은 낙태죄의 구성요건 체계를 자기낙태죄, 동의낙태죄, 영리낙태죄, 부동의낙태죄로 구성하였다. 개정법률안에서는 의사 등 업무자에 의한 낙태를 일반인의 낙태와 구별하여 무겁게 처벌할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업무상 낙태죄를 폐지하고 그 대신 영리낙태죄를 두어 가중처벌하고 있었다.

1992년 개정안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낙태죄의 허용한계를 형법에 편입한 것이다. 허용한계에 관한 방식으로 모자보건법과 동일하게 적응방식(Indikationslösung)19)을

취하고 있다. 우생학적 사유는 태아를 기준으로 유전적 소질 또는 출생 전의 영향으로 건강상태에 중대한 손상을 입고 있거나, 입을 염려가 뚜렷한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 임신 중의 중독이나 충격에 의한 경우도 포함하고 있다. 윤리적 사유로 강간, 준강간, 특수강간, 미성년자 간음,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 등에 의하여 임신된 경우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 모자보건법의 낙태허용기간이 너무 길다는 비판에 따라 우생학적 사유는 임신 24주 이내, 윤리적 사유는 20주 이내로 제한하였다.20)그러나 위 개정안은 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현행 형법상 낙태죄 규정에는 수용되지 못하였다.

(2) 모자보건법상 낙태 허용규정의 입법연혁

(가) 모자보건법의 제정 배경

1973. 2. 8. 법률 제2514호로 제정된 모자보건법은 임부의 자기결정권 내지 낙태 자유화라는 사회적 요구가 형성되어 이를 반영하고자 한 것이 아니라, 인구의 폭발적 증가라는 사회문제와 사문화된 법규정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해결하기 위해서 국가적인 해결방법의 하나로 낙태규제를 완화하고자 제정된 것이었다. 모자보건법이 제정된 이후에 정부는 현실적인 낙태의 관행을 어느 정도 합법화하면서, 인구억제정책의 일환으로 모자보건법의 낙태 허용사유를 더욱 확대하는 정책을 추진하였다.21)

(나) 모자보건법동법 시행령의 개정

1973년 모자보건법이 제정된 이래 현재까지 모자보건법 제14조의 내용에는 실질적인 변화가 없었다. 2009. 1. 7. 법률 제9333호로 개정된 모자보건법은 법 문장을 원칙적으로 한글로 적고, 어려운 용어를 쉬운 용어로 바꾸며, 길고 복잡한 문장을 간결하게 하는 등 국민이 법 문장을 이해하기 쉽게 정비하고자 제14조의 자구만 개정하였을 뿐이다.

다만 2009. 7. 7. 대통령령 제21618호로 개정된 ‘모자보건법 시행령’

2009. 1. 7. 법률 제9333호로 모자보건법이 개정됨에 따라 관련 규정을 정비하면서, 현대 의학기술을 고려하여 인공임신중절수술 허용 기간을 단축하고, 치료가 가능하거나 의학적 근거가 불분명한 질환 등을 삭제함으로써 태아 및 모성의 생명을 존중하고 법과 현실의 괴리를 극복하고자 인공임신중절수술의 허용 범위를 축소하였다(동법 시행령 제15조). 즉, 인공임신중절수술 허용 기간을 임신한 날부터 28주일 이내에서 24주일 이내로 변경하는 한편,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할 수 있는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의 종류에서 유전성 정신분열증, 유전성 조울증, 유전성 간질증, 유전성 정신박약, 유전성 운동신경원 질환, 혈우병 및 현저한 범죄경향이 있는 유전성 정신장애를 삭제하고, 연골무형성증, 낭성섬유증 및 그 밖의 유전성 질환으로서 그 질환이 태아에 미치는 위험성이 높은 질환의 경우에만 가능하게 하며,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할 수 있는 전염성 질환의 종류에서 수두, 간염, 후천성면역결핍증 및 전염병예방법 제2조 제1항의 전염병을 제외하고, 풍진, 톡소플라즈마증 및 그 밖에 의학적으로 태아에 미치는 위험성이 높은 전염성 질환의 경우에만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22)

(1) 수정되는 과정(배란 → 수정 → 착상)23)

보통 가임여성은 월 1회 난소로부터 한 개의 난자를 내보내게 되는데 이를 배란이라 한다. 배란된 난자는 난관에서 분비되는 점액을 따라 자궁 쪽으로 흘러가다 제일 먼저 달려오는 건강한 정자를 만난다(마지막 생리일의 첫날부터 2주 정도 후에 정자와 난자가 수정된다). 정자가 난자를 만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4~6시간 정도이며, 정자와 난자가 결합하여 만들어진 수정란은 지속적으로 분할하며 착상하기 위해 나팔관을 통해 서서히 자궁으로 이동한다. 수정란의 분할을 거쳐 만들어진 배아 세포가 자궁으로 들어가 자궁내막 표면에 부착하는 것을 착상이라고 한다. 수정란이 자궁내막에 도착하면 내막의 표면을 녹이고 그곳에 진입해서 서서히 파묻히는 착상까지 대략

일주일 정도(난관에서 자궁강까지 3일, 자궁강에서 착상까지 4일)가 소요된다. 이 시기에 수정란의 염색체가 유전자 배열을 마치며 태어날 아이의 유전 형질이 결정된다.

(2) 임신기간과 출산시기24)25)

임신기간, 즉 태아가 엄마 뱃속에 있는 기간은 꼭 일정한 것은 아니나, 생리가 시작된지 2주일 후에 수정이 이루어지는 것을 기본으로 대체로 최종 생리시작일로부터 280일(28일을 1개월로 하며, 10개월은 40주에 해당)을 임신기간으로 본다. 수정일로부터 266일을 더하는 것이 더 정확하지만, 정확한 수정일을 알아내기가 쉽지 않다. 보통 출산은 분만 예정일에서 1~2주 빠르거나 늦다. 임신 37주에서 41주 6일까지는 정상적인 출산 범위에 속한다. 보통 태아의 80~90%는 임신 32~34주에 폐가 성숙하므로 이 시기에 태어나면 건강하게 살 확률이 높다.

(3) 임신주수별 태아의 발달과정26)27)및 낙태방법과 합병증28)

자궁벽에 착상한 배포체는 분화하여 배판이라는 배아 형성 전 단계를 만들고 이어 계속 성숙하여 배아를 형성하고 배아는 7주 말 정도까지 주요 장기계통(신경관, 혈관계, 순환기계)을 형성한다. 태아는 발육을 계속하여 16주 정도면 손발 등이 형성되고 약 20주까지는 청각 등이 완성되고 동시에 전신운동을 시작한다. 약 28주째에 도달하면 태아는 두부가 아래쪽으로 자리잡기 시작하면서 외부자극에 대하여 일정한 반응도 보이기 시작하고, 약 10개월이 경과된 시점에서 출산의 마지막 과정에 도달한다.

임신단계
임신주수
태아의 발달상태
낙태방법 및 합병증
태아의 발달과정
임신 1개월
1주
아직 임신이 되지 않은 자궁
○ 약물방법
Misoprostol(싸이토텍), Methotrexate, Mifeprisotone(미페프렉스) 모두 임신 49일 이하인 경우에만 사용한다. 미페프렉스를 경구 복용하고 24-48시간 후 싸이토텍을 질 내에 투여하면 자궁을 수축시켜 배아를 자궁에서 밀어내는 방법이다. 약물에 의한 낙태성공률은 90-98%이며, 실패한 경우 수술적 방법을 행한다.
○ 월경적출술
(Menstrual Extraction)
- 임신 8주 이전의 초기 낙태의 형태이며, 진공흡출기를 자궁에 삽입하여 양수막 전체를 흡입 추출한다.
○ 비뇨기 감염, 경부외상, 패혈증, 복막염, 자궁내막염, 난관염 등 병발증을 초래할 수 있다.
○ 인공임신중절에 의한 모성 사망은 임신 2개월 전에는 십만 건의 유산당 0.6건에 불과하나 그 이후 임신주수가 2주일 증가할 때마다 2배씩 증가한다.
2주
황체호르몬이 분비되어 난소를 자극하면 난자가 빠져나와(이를 배란이라고 한다) 수란관에 머무르면서 정자를 기다리게 된다.
3주
난자와 정자가 만나서 수정체가 된다. 아빠 쪽에서 받은 23개, 엄마 쪽에서 받은 23개 총 46개의 염색체를 품게 되고 이후 세포 분열이란 과정을 거쳐서 발달해간다.
4주
배아가 자궁 속에서 자리를 잡는 동안 양수 주머니와 영양분 주머니도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임신 2개월
(키: 약 2㎝,
체중: 약 4g)
5주
둥그스름한 머리에 아치형 등과 기다란 꼬리를 가진 척추동물의 모습을 갖춘다. 아기의 등줄기를 따라서 세포들이 길게 늘어서 있는데 세 겹의 층으로 나뉘어지면서 외배엽, 중배엽, 내배엽이 된다.
6주
신경고랑이 닫히게 되고 머리 안에서 뇌가 발달하기 시작하며, 눈, 입, 귀와 같은 얼굴의 생김새가 서서히 구체화되기 시작한다. 눈이 싹틀 자리에 안배라는 것이 만들어진다.
7주
아기의 얼굴도 좀 더 명확해지면서 눈에는 수정체가 생기고 눈동자 자리도 생긴다. 뇌 안에는 뇌척수액이 흐를 수 있는 공간과 길이 만들어지고 우뇌와 좌뇌의 구분도 확실해 진다. 중이가 만들어지고 있으며, 작고 귀여운 팔은 아직 지느러미같이 보인다.
8주
눈꺼풀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는데 완성될 때까지 아기의 눈은 계속 뜨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간이 커져서 배가 볼록해 졌고 신장에서는 소변이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임신 3개월
(키: 약 9㎝,
체중: 약 20g)
9주
몸통보다 커다란 머리는 수그려서 가슴에 맞닿아 있으며, 몸의 균형을 잡아주는 달팽이관이 만들어진다. 지금까지 마치 주걱같이 생겼던 손과 발이 제대로 모습을 갖추어 나가며, 태아의 꼬리가 사라진다.
○ 확장과 소파에 의한 제거수술(Suction Aspiration)
임신 8주에서 12주의 경우 시행되는 방법으로, 가장 많이 시술되고 있다. 자궁 경부가 잘 보이도록 하기 위해서 스페큘럼이라고 부르는 기구를 임산부의 질에 삽입해서 질을 넓혀 놓는다. 자궁 경부가 보이면 테너큘럼이라고 부르는 집게로 자궁 경부를 단단히 붙잡아 둔다. 그리고 확장기 세트를 사용하여 썩션 팁(흡입구)을 삽입할 수 있을 정도까지 강제로 자궁 경부를 벌린다. 적당히 벌려지면 흡입구를 삽입해 양수막을 터뜨리고 진공청소기의 30배 정도의 흡입력을 가진 모터를 작동시켜 자궁 내 태아를 분해해 추출한다.
10주
손가락과 발가락이 모두 갈라져서 구분되고 거기에 손톱과 발톱이 자라나기 시작하며 팔은 부드럽던 연골이 딱딱한 뼈로 바뀌는 골화 과정을 시작하면서 팔꿈치를 구부릴 수도 있다.
11주
눈꺼풀이 자라나 서로 맞닿아 눈을 감을 수 있게 되며, 귀는 점차 윗쪽 방향, 양 옆으로 이동해 가며 제자리를 잡는다. 아기의 꼬리가 사라지고 외부 생식기가 자라날 부위에 작은 돌기가 돋아난다.
12주
턱과 코 등 아기 얼굴의 윤곽이 점차 뚜렷해지며, 입천장의 뼈가 딱딱하게 굳어서 코와 입 사이를 구분지어 준다.
임신 4개월
( 키:약 16-18㎝,
체중:약 110-160g)
13주
잇몸 안에 20개의 유치와 치근이 만들어지며, 후두에는 성대가 만들어진다. 소화를 담당할 위장이 발달되어 가고 간에서는 담즙이 분비되어 나오며 췌장에서는 인슐린이 나와서 혈당을 조절한다.
Dilitation & Curettage(D&C)
흡입방법으로 낙태하기에는 태아의 크기가 너무 큰 경우 자궁 경부를 벌리고 원형의 가위 큐렛으로 태아를 적절히 절단한 후 추출해내는 방법이다.
○ 확장추출술(D&E)
태아의 뼈가 칼슘 성분을 많이 가지게 되어 꽤 딱딱해진 경우 D&C로 낙태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좀더 완력을 사용하는 방법이다. 집게를 삽입해 태아의 각 부분을 힘으로 절단한 후 추출해 내는 방법으로, 출혈이 가장 심한 시술이고 임부에게도 가장 좋지 않은 방법이다.
약물에 의한 자궁수축 유발법
자궁을 수축시켜 분만을 촉진하는 호르몬제를 이용하는 방법으로서 이 방법만으로는 태아가 살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요소나 소금물을 긴 바늘로 산모의 복부를 통하여 태아의 양막에 주사하여 태아가 독성의 소금물을 마심으로써 하루쯤 뒤에 사산하게 된다.
○ 임신중기 유산은 임신초기 유산에 비해 자궁천공, 출혈, 패혈증, 양수전색증, 심혈관계합볍증 등의 합병증 우려가 높다.
14주
볼에 통통하게 살이 오르고 입천장을 포함하여 입 속의 구조물들 또한 대부분 만들어진다. 비장(지라)이 완성되어 오래된 적혈구를 제거하여 피를 맑게 하고 병마와 싸우는 항체를 만들어 내기 시작한다.
15주
몸에 솜털과 눈썹, 머리카락 등이 자라나기 시작하며, 몸을 지탱하는 뼈와 골수, 근육이 중점적으로 발달되어 손과 팔, 손목, 발가락 등을 움직일 수 있고 엄지손가락을 입에 넣고 빨기 시작한다.
16주
사지를 움직일 수 있는 근육과 신경계가 충분히 발달되었고, 얼굴 표정을 지을 정교한 안면 근육들이 성숙되어 가기 시작한다.
임신 5개월
(키:약 20-25㎝,
체중:약 300g)
17주
눈을 깜박이거나 손가락을 빨거나 삼키는 등의 반사운동을 활발하게 되풀이한다.
18주
뇌와 귀 사이의 신경망이 완성되어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며, 손가락과 발가락이 통통해지고 지문이 생기기 시작한다.
19주
뇌가 성숙하여 엄지손가락을 빠는 등 몇 가지 의도적인 행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되 며, 신장도 자라나서 소변도 보고 장 속에서는 태변도 만들어진다.
20주
태지에 의해 보호되고 있는 피부는 점차 두꺼워지고 강해지면서 표피, 진피, 피하조직 등 여러 층으로 세분화된다.
임신 6개월
(키:약 28-30㎝,
체중:약 650g)
21주
엄마와는 다른 수면 패턴이 생기고 잘 때에도 눈을 빠르게 움직이며 마치 꿈을 꾸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다리가 꽤 길어져서 태어날 때와 거의 비슷한 비율이 되며, 뼈와 근육이 발달하여 태동도 더 세지고 외형적으로는 태어날 때와 크게 다를 바 없다.
22주
여아라면 자궁과 난소가 이미 제대로 자리잡고 질이 만들어지기 시작하며, 남아라면 고환이 음낭 방향으로 내려가면서 점차 성숙되어 간다.
23주
내이가 발달하여 몸의 균형 감각을 갖추게 되며, 혓바닥에는 맛을 느끼게 하는 세포인 미뢰가 충분히 생겨난다.
24주
폐가 빠르게 발달하기 시작하는데 표면 활성제란 물질을 만들어서 폐 속의 공기 주머니들이 부드럽게 펴질 수 있도록 한다. 폐 주변에 혈관도 왕성하게 만들어지고 폐를 조금씩 늘렸다 줄였다 하면서 숨 쉬는 연습을 하는데 공기 대신 양수를 들이마시면서 하는 가짜 호흡이다.
※ 태아는 임신 24주까지는 뇌신경 연결이 충분히 형성되지 않아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는 영국의 연구결과가 있다(2010. 6. 26.자 연합뉴스).
임신 7개월
( 키:약 35-38㎝,
체중:약 1kg)
25주
손가락을 구부려서 주먹을 쥘 수도 있지만 아직 손의 정교한 움직임을 가능하게 할 복잡한 신경망이 갖추어지지는 않았다.
○ 자궁절개법
산모의 복부와 자궁을 절개하여 아이와 태반을 꺼내는 방법으로서 임신후기에 이용되는 방법
26주
망막이 만들어지면서 성숙되어 가고, 폐가 본격적으로 발달해 가는 시기이다.
27주
폐와, 간, 면역 체계 등이 완전히 완성되지는 않았지만 혹시나 이 시기에 태어난다고 하더라도 대략 85% 이상은 살아 남을 수 있을 정도로 많이 자랐다.
28주
뇌는 하루가 다르게 발달되어 가고 있으며, 눈을 뜨기 시작한다.
임신 8개월
( 키:약 40-43㎝,
체중:약 1.5-1.8kg)
29주
뇌가 발달하여 호흡과 체온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게 되며, 빛과 소리, 냄새와 맛, 촉각 등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게 된다.
30주
뇌에 복잡한 주름이 잡히면서 정교하게 다듬어지며, 신경 세포들에 지방질의 수초가 생겨 신경전달을 빠르게 할 수 있도록 돕게 된다. 눈꺼풀이 분리되어 자유자재로 눈을 깜박거릴 수도 있게 된다.
31주
뇌가 충분히 발달해서 이 시기에 태어난다고 해도 보고 듣고 기억하는 데 별 문제가 없을 정도이다.
32주
동공 반사를 익히게 되어 어두우면 동공이 커지고 환하면 줄어들 수도 있게 된다. 남아라면 콩팥 근처에 있던 정자가 사타구니 방향으로 내려오기 시작하고 여아라면 이미 클리토리스가 확연하지만 음순은 아직 분명하지 않다.
임신 9개월
( 키:약 45-46㎝,
체중:약 2.3-2.6kg)
33주
이 시기의 뇌세포 숫자는 태어날 때보다도 2~3배 더 많지만 차차 줄어들게 된다. 눈의 동공은 충분히 성숙하여 주변 빛의 밝기에 따라 자유롭게 수축과 이완을 하면서 빛의 양을 조절할 수도 있다.
34주
아기의 피부를 보호해 주는 하얀 빛깔의, 끈적끈적한 태지가 두꺼워지며, 손톱이 손가락 끝까지 완전하게 자라난다.
35주
일주일에 최대 220g 씩 체중이 불면서 임신 중 태아의 체중 증가폭이 가장 큰 기간이다.
36주
체지방이 축적되어 8% 정도에 달했고 출산시까지 15%로 좀 더 증가하여 체온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준다. 토실토실해지고 안면근육들도 완성된다.
임신 10개월
(키:약 50㎝,
체중:약 3.0-3.4kg)
37주
밝은 곳을 향해 몸을 돌리는 정향 반응을 연습한다.
38주
하루가 다르게 뇌나 신경 구조가 발전되어 나가고 숨 쉬는 기능이나 소화 기능도 세련되어진다.
39주
태아의 몸을 덮고 있던 솜털 대부분이 사라지며, 손톱이 많이 자라난다.
40주
간이 제법 커져서 가슴과 배 부위가 볼록해 지며, 출산을 대비하여 태아의 두개골은 다섯 개의 판으로 나뉘어 부드럽게 연결되어 있고 몸의 연골도 아직 골화 과정을 마치지 않아 유연한 상태로 남아 있다.

(1) 낙태의 현실

안전한 낙태이냐 안전하지 못한 낙태이냐에 따라 모성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현저하게 차이가 난다. 세계보건기구의 통계에 의하면 한해 4160만 건의 낙태 중 2200만 건이 안전하지 못한 시술이며, 아프리카와 라틴아메리카의 낙태의 95%, 아시아의 60%, 서방선진국의 8%는 안전하지 못한 시술로 시행된다고 한다. 낙태관련 합병증이 생긴 여성은 800만 명이며 이중 치료건수는 500만 명이고, 그 중 6만 7천여 명이 낙태와 관련하여 사망한다고 보고된다.29)

2005년 9월 보건복지가족부가 발표한 전국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 해 낙태시술 추정 건수 약 34만 2천여 건30)중 42% 정도에 해당하

는 14만 3천여 건이 미혼여성의 낙태로 나타났고, 나머지 기혼여성의 낙태도 76% 정도는 자녀를 원치 않거나(단산) 터울 조절 때문에 이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으며(헌재 2008. 7. 31. 2004헌마1010 등, 판례집 20-2상, 236, 254), 우리나라 15-44세 여성의 연간 낙태율은 1,000명당 평균 29.8명으로 우리나라보다 낙태를 포괄적으로 허용하는 미국(21.1명)이나 영국(17.8명)보다 낙태율이 높다.31)낙태시술 추정 건수 중 4.4%만이 합법적 기준을 충족한 낙태였고, 불법 낙태의 90%는 사회·경제적 사유였으며, 인공임신중절을 받은 임신주수는 전체의 96.3%가 12주 미만에 해당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32)반면 통계청이 발표한 우리나라의 신생아 수는 2006년 기준 45만 2천명이다.

2003년 행한 한 조사(이인영)에서는 원하지 않은 임신의 경우 낙태에 대한 찬성이 77.0%, 기혼여성의 경제적 이유로 인한 낙태결정에 대한 찬성이 61.6%로 조사되었다. 그 외 일반인 여성의 낙태 허용의 찬성률이 85.1%, 법조계 96.6%, 여성계 96.7%, 불교·기독교·천주교 임원으로 구성된 종교계는 57.5%로 조사되었다.33)

(2) 낙태죄에 관한 양형의 실제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도 낙태가 가장 많은 국가군에 속하나, 형사상 낙태죄로 처벌되거나 기소되는 예가 매우 드물다.34)해마다 3-10건 정도 기소되어 재판이 이루어지고 있는 낙태 사건에서 대부분의 결론은 선고유예였다. 선고유예 외의 형이 선고된 다른 유형들은 조산사가 낙태시술을 한 경우이

다. 부산지방법원의 두 사건에서는 각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 및 벌금 500만 원, 징역 1년 및 벌금 100만 원을 선고하였다. 업무상촉탁낙태죄 외에 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죄가 병합되었고, 그에 따라 형량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한해 40만 건 이상의 낙태가 이루어지고 그 중 95% 이상이 불법낙태라고 본다면, 실제 불법으로 낙태를 한 후 법원에서 재판을 받을 확률은 0.002% 이하, 그 중 선고유예가 아닌 실제적인 형을 선고받을 확률은 0.0005% 이하가 된다는 결론이다.35)

이와 같이 낙태죄의 유죄판결수가 적다는 것은 결국 낙태죄에 관한 형벌규정이 국민들의 사회윤리적인 판단을 위한 규범형성력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36)헌법재판소도 “낙태를 형사처벌하도록 하고 있는 형법 규정이 현재는 거의 사문화되어 낙태의 근절에 큰 기여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헌재 2008. 7. 31. 2004헌마1010 등, 판례집 20-2상, 236, 254).

(3) 불법낙태와 타 범죄와의 상관성

낙태가 불법화됨으로써 나타나는 다른 범죄는 주로 영아유기, 영아살해다. 그 밖에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명예훼손), 사기 사건 등에서 자주 발견된다. 자신으로 인해 임신한 여성이 병원에서 낙태를 한 후 자신을 만나지 않으려 할 때 남성들은 낙태로 고소하겠다는 위협을 하기도 하고 인터넷 등에 그 사실을 올리기도 한다. 병원을 상대로 낙태를 한 여성의 부모인 것처럼 가장하여 편지를 보내면서 금전을 요구하는 사건도 있다. 낙태를 알선해 주겠다면서 임부에게 사기행위를 하는 사건도 빈번하다.37)

낙태의 형사사건화에서는 고소인과의 관계가 결정적으로 작용한다. 낙태

죄의 검거단서 중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고소인데다, 피해자로 기록되는 사람들 중 애인이나 친족이 차지하는 비중이 비교적 높은 것도 특기할 만한 사항이다. 이를 통해 낙태 사실을 알 만큼 가까운 사람과의 관계가 삐걱댈 때 이것이 형사사건으로 비화되는 경우가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즉 낙태죄 규정이 복수나 응징의 수단으로 쓰인 경우가 드물지 않다. 심지어 낙태수술비용 마련을 위한 청소년 성매매도 상당수 적발된다.38)

낙태 문제는 가치관이나 철학 등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 태아에 대한 이해와 대처방법도 국가마다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유럽의 경우 여성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낙태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허용하고 있고, 여성의 요청에 의한 낙태는 유럽국가 중 70%에서 시행되고 있다.39)치료적 낙태40)조차 금지하는 국가들로 엘살바도르, 니카라과41), 칠레, 필리핀, 소말리아, 바티칸 등 6개국이 있다. 라틴아메리카에서 여성의 자발적 낙태를 완전히 허용하는 국가는 쿠바, 푸에르토리코, 가이아나 세 국가에 불과하다.42)

(1) 미국의 판례

(가) Roe V. Wade(삼분기 이론 채택)43)

모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의학적 조언에 따라 행해지는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낙태를 허용하고 있지 않던 텍사스주에 살고 있던 임부 Roe는 돈이 없어 낙태를 할 수 있는 주(캘리포니아주)까지 갈 수 없자, 낙태를 금지하는 것은 Privacy 침해라는 이유로 주정부를 상대로 소를 제기하였다.

1973년 연방대법원은 태아가 여성의 자궁 밖에서 스스로 생존할 수 있는 시기 이전에는 임신중절을 선택할 수 있는 여성의 권리를 헌법이 보호한다고 판시하였다. 연방대법원은 임신기간을 3개월씩 세 부분으로 나누었다. 임신기간의 제1기 3개월(임신 12주까지44)) 동안에는 주는 낙태를 금지할 수 없으나, 의료시술 자격증이 있는 의사에 의하여 수행될 것을 요구하는 등과 같이 낙태를 규제할 수는 있다. 낙태여부 결정은 전적으로 임부와 의사에게 달려있다. 제2기 3개월 동안에는 주는 오직 모의 건강에 관한 주의 이익을 보호할 수 있다. 즉 낙태는 병원에서 시술이 이뤄져야 한다는 요구와 같이 모의 건강에 합리적으로 관련된 방식으로 낙태절차를 규정할 수 있다. 마지막 제3기 3개월 동안에는 주는 임부의 생명이나 건강을 지키기 위하여 필요한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낙태를 금지할 수 있다.

Roe 판결은 7대 2로 내려졌고, 2인의 반대의견은 낙태에 대한 문제는 입법부의 입법과정에 남겨졌어야 할 문제라고 강조하였다.

(나) Planned Parenthood of S. E. Pa. V. Casey(부당한 부담 심사기준 채택)45)

1992년 연방대법원은 Casey 사건에서 5:4의 의견으로 독자적 생존능력을 갖기 전의 낙태를 주가 금지할 수 없음을 재확인하였다. 그러나 Roe 판결의 3분기 이론을 포기하고 대신에 태아가 독자적 생존능력을 갖추기 전에는 여성의 낙태를 선택할 권리에 부당한 부담을 지워서는 안된다고 하였다. 즉 주는 태아가 독자적 생존능력을 갖기 이전에는 낙태를 금지할 수 없으나, 독자적 생존능력을 갖춘 이후에는 여성의 생명이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

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낙태를 금지할 수 있다. 주는 임신기간 내내 잠재적인 생명에 대해 가지는 지대한 이익을 증진시키기 위하여 여성의 선택이 숙지에 의한 것임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으며, 이러한 이익을 증진하기 위해 고안된 조치는 그 목적이 여성으로 하여금 낙태보다는 출산을 선택하도록 하는 것인 이상 무효로 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러한 조치는 권리에 대한 과도한 부담이어서는 안된다고 하였다. 그 밖에 낙태 전에 배우자에게 통지할 것을 요건으로 한 조항은 위헌, 미혼인 미성년자의 낙태시 부모의 동의를 받을 것을 요구한 조항은 부분적으로 합헌이라고 판시하였다.

4인의 반대의견은 펜실베니아주법46)의 모든 조항을 합헌 선언하고자 하였다. 또한 그들은 주가 낙태를 금지하거나 어떤 방법으로 규제하든 이를 허용할 것이라고 하였다.

(2) 독일

1870년대 이후로 형법상 낙태가 범죄시되었는데, 원래 바이마르 공화국 시절에는 모체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예외적인 경우가 아닌 한 낙태를 한 사람과 임부는 구속되게 되었다. 나치시대에는 유전적 결함 또는 우생학적 이유로 인한 낙태가 아닌 한 그 처벌이 상당히 무거워졌었으나 2차 대전 후 그 이전으로 복귀하였다. 1974년 페미니스트를 비롯한 사람들의 강한 요구에 의하여 낙태자유법이 제정되었으나 그 다음해에 연방헌법재판소에 의하여 위헌판결을 받았다(1차 낙태판결). 통독 후 많은 논란을 거쳐 임부가 사전에 낙태방지를 위한 상담을 한 경우에는 제한적으로 위법성을 조각하는 법률을 제정하였으나 그 다음해인 1993년 다시 위헌판결을 받았다(2차 낙태판결). 그 후 독일연방의회는 1995년에 새로운 낙태법안을 통과시킴으로써 오늘에 이르고 있다.47)

(가) 독일의 판례

1) 1차 낙태판결

1974년 독일 개정형법은 착상 후 12주48)이내에 임부의 동의 아래 의사가 실시하는 중절은 처벌하지 않는 것으로 규정하고, 착상 후 12주 후의 낙태는 예외적 제한과 함께 종전처럼 처벌할 수 있는 범죄로 하였다(제218조a). 다만 위 법은 중절을 희망하는 임부에 대해 의사 또는 상담소에서 조언을 받을 의무를 지도록 하고 있었다(제218조c).

이에 CDU/CSU 소속의 연방의회의원 193명이 착상 후 12주 이내의 중절불처벌은 태아의 생명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연방헌법재판소에 소를 제기하였고, 연방헌법재판소는 1975. 2. 25. 위 조항을 위헌으로 결정하였다. 즉 헌법상 보호되는 생명권은 태아에게도 인정되며 국가는 그것을 보호할 의무가 있으며, 태아의 생명은 임신의 전기간을 통하여 원칙적으로 임부의 자기결정권에 우선하므로 낙태는 원칙적으로 불법이라는 입장이다.49)50)

2) 2차 낙태판결

1990년 독일이 통일되기 전에는 동독과 서독은 낙태행위에 대하여 서로 다른 규정을 가지고 있었다. 동독의 ‘임신중절에 관한 법률’은 착상 후 12주 내에는 자유롭게 낙태를 허용하는 입법방식을 취한 반면, 서독 형법은 낙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착상 후 12주 또는 22주 이내에 행해지는 낙태행위로서 법이 정하는 일정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도록 규정하였다.

통일독일의 입법기관은 구 동독지역과 구 서독지역의 낙태행위에 대한 상이한 법적 규제를 해소하고 통독조약이 정하는 대로 통일된 단일규정을 만들기 위해 1992년 임부가 사전에 상담을 하였다면 임신초기 3개월 이내의 낙태는 위법하지 않다고 하는 내용의 ‘임신과 가족보조법’이란 새로운 낙태법을 제정하고, 동법에 의해 구 서독형법 제218조a를 임부가 착상 후 12주 이내에 낙태시술 전 의사와의 협의를 거쳐 자신의 결정으로 낙태를 하면 위법하지 않은 것으로 규정하는 내용의 개정을 하자, 이를 반대하는 여당의원(기민당과 기사당의원)들이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에 추상적 규범통제를 전제

로 한 법률효력정지가처분신청을 하였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위 낙태규정의 효력발생을 본안소송의 심판 때까지 잠정적으로 정지시키는 결정을 하였고, 그 결과 낙태에 대하여 구 동독지역에는 구 동독의 낙태규정이, 구 서독지역에는 구 서독의 낙태규정이 당분간 계속 효력을 갖게 되었다.51)나아가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1993. 5. 28. ‘임신과 가족보조법’의 근간 부분인 조언을 받은 착상 후 12주 이내의 낙태를 위법이 아니라고 규정한 형법 제218조a, 조언의 조직, 절차, 내용, 목적을 규정한 형법 제219조, 낙태에 관한 연방통제의 폐지 모두에 대하여 위헌무효를 선언하였다.52)

(나) 독일형법상 낙태죄 조항

독일연방의회는 1995년 새로운 낙태법안(제218조 StGB)을 제정하였다.

1) 형사처벌조항

형법 제218조 제1항은 낙태한 자를 3년 이하의 자유형 또는 벌금형에 처하며, 동조 제3항은 임부의 자기낙태행위는 1년 이하의 자유형 또는 벌금형에 처한다.

2) 구성요건해당성 배제

형법 제218조a 제1항은 ① 임부의 요청이 있을 것, ② 의사가 시술할 것, ③ 상담사실 증명서가 시술의사에게 제시될 것, ④ 착상 후 12주 미만일 것의 요건을 갖춘 낙태의 경우 구성요건해당성을 배제하고 있다.53)

3) 위법성 조각사유

형법 제218조a 제2항과 제3항은 ① 임부의 동의가 있을 것, ② 의사가 시술할 것, ③ 의학적·사회적 적응(임신기간 불문) 또는 윤리적 적응(착상 후 12주 미만)이 있을 것의 요건을 갖춘 낙태는 위법성을 조각하고 있다.54)

4) 임부에 대한 형의 면제

형법 제218조a 제4항 제1문은 ① 제219조 소정의 상담이 있을 것, ② 의사가 시술할 것, ③ 착상 후 22주 미만일 것의 요건을 갖춘 낙태를 한 임부에 대하여는 형을 면제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한편, 법원은 임부가 임신중절시점에 ‘특별한 곤궁’에 처해있는 경우에 제218조의 형을 면제할 수 있다(제2문).55)

(3) 일본

일본 형법 제212조는 자기낙태죄56)를, 제213조는 동의낙태죄57)를, 제214조는 업무상동의낙태죄58)를 규정하여 원칙적으로 낙태를 금지하고 있으나, 1996. 6. 제정되고 1997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모체보호법 제14조는 인공임신중절을 일정한 조건 하에 허용하고 있다.59)즉, 임신의 계속 또는 분만이 신체적 또는 경제적 이유에 의하여 모체의 건강을 현저히 침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제1호), 폭행이나 협박에 의하여 또는 저항이나 거절할 수 없는 사이에 간음을 당하여 임신이 된 경우(제2호)에 인공임신중절을 허용하고 있다. 인공임신중절은 통상 임신 만 22주 미만의 기간을 가리킨다.60)배우자의 동의(제출 서류의 서명날인) 및 의사의 승인이 필요하다.61)

일본의 모체보호법은 우리나라의 모자보건법이 허용하지 않는 사회적·경

제적 정당화사유를 낙태의 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여기서의 경제적 이유란 단순히 경제적 빈곤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이유가 모체의 건강을 해할 가능성이 있어야 하지만, 그 조사와 확인은 실제로 본인의 신고만으로 행하여진다고 한다.62)

(4) 영국63)64)

1861년의 ‘개인에 관한 법(the Person Act)’은 낙태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매년 40여 명의 임부가 안전하지 못한 낙태의 합병증으로 사망하거나 그 부작용이 증가함에 따라 의사, 정치인, 일부 종교계 등이 모여 일정한 조건하에 낙태를 허용하기로 결정하고 1967년 낙태법(Abortion Act)을 통과시켰다. 이는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측면보다는 공중보건문제에 대한 대응책으로서의 측면이 강하다.

1967년 제정된 낙태법은 낙태허용시기를 임신 28주 이내로 제한했으나, 1990년 개정을 통해 낙태허용시기를 임신 24주 이내로 단축하였다. 두 명의 등록된 의사가 의학적 근거가 충족되었다는 점을 증명한 이후에 낙태가 가능하며, 위급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국립의료원, 사립병원, 개인병원 혹은 다른 승인된 장소에서 행해진다. 낙태시술은 무료이다. 의료진의 권리도 고려되어 낙태시술이 자신의 도덕적 기준에 맞지 않는 의료진은 시술을 하지 않을 선택권이 인정된다. 두 명의 의사가 임신지속이 임부의 생명이나 정신적·신체적 건강에 미치는 위협이 임신종결에 비하여 더 크다고 인정하면 임신 24주 이후에도 낙태가 가능하다.

(5) 스페인65)

스페인은 전통적으로 낙태를 금지하고 처벌해 왔다.66)그러나 매년 10만 건 정도의 낙태시술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낙태를 형사처벌하는 것은 임부들로 하여금 비위생적이고 불법적인 낙태시술을 받도록 조장하여 사망에 이르게 할 위험이 높다67)는 고려에서, 2010. 3. 3. ‘재생산 및 성건강과 자발적 낙태에 관한 조직법’(Ley Orgánica 2/2010 de salud sexual y reproducción y de la interrupción voluntaria del embarazo)을 제정·공포하여 임신 14주 이내의 낙태를 비형벌화하였고, 위 법률은 2010. 7. 5.부터 시행되고 있다.

위 법률 제13조 및 제14조는 임신 14주 이내의 낙태를 일정한 요건 하에 허용하고 있다. 즉, 임부는 낙태에 앞서 모성에 관한 공적 부조 및 권리에 관한 사항을 고지받아야 하며, 고지받은 날로부터 3일이 경과한 이후에 낙태시술을 받을 수 있다. 낙태시술은 의사가 하여야 하며, 임부의 명시적인 서면에 의한 동의가 필요하다. 나아가 만16세 이상의 임부의 경우에는 부모의 동의를 요하지 않는다. 한편, 제15조는 임신 14주부터 22주 사이에는 태아나 임부의 건강이나 생명에 심각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 낙태를 허용하고 있으며, 임신 22주 이후에는 태아의 생명을 유지할 수 없는 이상이 발견된 경우 또는 태아에게 심각하고 치료불가능한 병이 발견된 경우에만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한편, 국민당(Partido Popular)은 위 법률이 시행되기 전인 2010. 6. 낙태 관련 조항들에 대하여 헌법재판소에 추상적 규범통제를 청구하였으며, 2013. 8. 현재 사건에 대한 심리가 진행 중이다.

(6) 오스트리아

(가) 판례

1974년 오스트리아 헌법재판소는 헌법은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의 생명권을 보호해야할 의무를 국가에게 부과할 수 없기 때문에, 임신초기 3개월 내에 사전협의를 거쳐 의사에 의해 시행된 낙태를 무죄로 하고 있는 오스트리아 형법 제97조 제1항 제1호 규정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68)

(나) 형사처벌 및 임신중절행위의 불벌

형법 제96조 제1항은 임부가 동의한 임신중절행위를 1년 이하의 자유형에 처하고, 영업적으로 행해진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자유형에 처한다. 동조 제2항은 의사가 아닌 자가 직접 시술한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자유형, 의사 아닌 자가 영업적으로 하는 경우 또는 임신중절행위가 임부의 사망을 초래한 경우에는 6월 이상 5년 이하의 자유형에 처한다. 제3항은 자기낙태행위를 1년 이하의 자유형에 처한다.

형법 제97조 제1항 제1호는 ① 임신 후 12주 미만에 행해질 것, ② 의사와의 상담이 선행될 것, ③ 의사가 시술할 것, ④ 임부의 동의가 있을 것의 요건을 갖춘 경우에는 임신중절행위를 처벌하지 아니한다(형의 면제). 동항 제2호는 의학적 사유, 우생학적 사유, 사회적 사유(임신시점에 임부가 미성년자인 경우)의 경우에 의사가 시술한 임신중절행위에 대하여 임신기간을 불문하고 처벌하지 않는다(형의 면제).69)

(7) 프랑스

프랑스 형법에서는 제1장 제2절 ‘고살이 아닌 고의의 상해 및 구타 기타 고의의 중죄 및 경죄’ 부분에 낙태죄를 규정하고 있으며, 허용되는 낙태에 관한 규정은 베일법(Loi Veil)에 두고 있다.70)

프랑스의 헌법평의회는 임신 10주 이내에 긴급한 상황에서 인가받은 의사가 시술한 낙태를 처벌하지 않는 베일법이 헌법에 합치된다고 보았다.

1975년 제정된 베일법(Loi Veil)은 임신 10주 이내에는 여성이 임신한 일로 말미암아 정신건강이나 사회생활에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에도 낙태 정당

화 사유로 인정하게 되었다.71)2001년 합법적 낙태기간이 임신 10주 이내에서 임신 12주 이내로 확대되었다.

(8) 이탈리아

1975년 이탈리아 헌법재판소는 임신중절을 처벌하는 이탈리아 형법 제546조가 합헌이라고 결정한 바 있다. 그러나 임부의 생명과 신체에 대한 직접적이고도 급박한 위난이라는 긴급피난의 상황 및 의사의 진단에 따라 임신의 계속이 임부의 건강에 대한 피할 수 없는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때에는 낙태가 정당화된다고 보았다. 아울러 태어나지 않은 생명도 헌법의 보호 아래 있으며 임부의 건강보호를 이유로 하는 낙태허용 한도를 넘어서는 경우는 형법으로 금지된다는 입장이므로 미연방대법원의 입장보다 훨씬 낙태인정범위가 좁다.72)1978년에는 새로운 법(law no. 194)에 의하여 낙태가 부분적으로 합법화 되었다.73)

(9) 아일랜드

‘인신에 대한 범죄법(Offences Against the Person Act 1861)’ 제58조에 낙태에 관한 처벌규정을 두면서, 낙태의 허용사유에 관한 규정은 두고 있지 않다. 낙태행위에 관여한 임부, 의사 및 제3자 모두 낙태죄로 처벌하고 있으며, 필요한 경우 낙태를 허용하는 사유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학설은 임부의 생명 또는 신체의 위험을 피하기 위한 낙태는 처음부터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치료행위로 보아 처벌받지 않는다고 해석하고 있다.74)아일랜드에서는 매년 70-80건의 낙태가 합법적으로 수행되고 있고 낙태를 위해 연간 2,000여 명의 여성이 해외(주로 영국)로 떠나고 있다.75)76)

(10) 네덜란드

네덜란드는 여성의 요청에 따른 낙태가 전면 허용되어 있지만 매우 낮은 낙태율을 보이고 있고 동시에 피임이 발달된 대표적인 국가이다. 1984년 이래 여성은 정부가 지원하는 국민건강보험체계에서 무료로 낙태시술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임신 13주 이후에 시행되는 낙태는 여성의 건강에 다양한 침해를 발생시킬 수 있기 때문에 정부가 정한 특별한 기준을 충족시키고 승인을 받은 병원이나 클리닉에서만 시행할 수 있다.77)낙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규정이 없고, 허가된 시설 이외에서 행하는 인공임신중절 시술에 대해서만 처벌한다.78)

(11) 멕시코

멕시코시티 시의회는 2007. 4. 24. 임신 12주 이내의 낙태를 합법화하였다. 이에 대하여 보수적 성향의 여당인 국민행동당 소속 시의원들은 위 낙태법의 위헌성을 주장하며 대법원에 소를 제기하였다.

대법원은 2008. 8. 28. 위 낙태법에 대해 8:3으로 합헌판결을 내렸다. 임신 초기 태아에 대한 생명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멕시코 헌법과 국제협약의 규정을 주된 근거로 삼았다고 한다. 위 합헌판결에 따라 멕시코시티에서는 가족이나 배우자의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임신 12주 이내의 낙태가 허용되며 위생적 환경에서 무료로 시술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79)

(12) 중국

1935년 중국 형법에 낙태금지조항이 있었으나 1980. 1. 1. 시행된 형법이 이를 전면 삭제하여, 현재 중국은 자기낙태 및 동의낙태행위를 아무런 법률적 유보 없이 허용하는 유일한 국가가 되었다. 중국 형법에서 낙태죄를 규정하고 있지 아니한 이유는 인구정책적 목적에 따라 과잉인구를 감소시키려는 것과 부모가 태아에 대한 처분권을 가진다는 전통적인 사상에 근거한다.80)

(1) 문제의 소재

이 사건 청구인은 조산사로서 임부의 촉탁을 받아 낙태시술을 하였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되었는바, 형법이 임신초기의 낙태를 금지하고 이를 형사처벌하는 것 자체가 위헌이므로 업무상동의낙태죄도 당연히 위헌이라는 취지로 주장하였다. 따라서 임부의 임신초기 낙태를 금지하고 처벌하는 것이 위헌이라면, 논리필연적으로 조산사의 낙태행위를 처벌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도 위헌이 되는 관계에 있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이를 긍정하는 입장에서는, 만약 낙태죄가 위헌이라면 이 사건 법률조항도 당연히 위헌이 되는 것이며, 만약 낙태죄가 합헌이라면 다시 이 사건 법률조항 역시 합헌이라는 입장과 낙태죄는 합헌이지만 이 사건 법률조항은 위헌이라는 입장이 가능하게 되고, 한편 이를 부정하는 입장을 취하게 되면, 낙태죄의 위헌 여부와 별개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만을 살펴보면 족하게 되기 때문이다.

(2) 가능한 견해들

(가) 적극설

이 사건은 낙태하는 임부를 도와주는 행위를 처벌하는 것이 위헌인지 여

부가 문제되는 사안이며, 이 사건 법률조항도 결국은 조산사 등의 낙태행위를 처벌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임부의 낙태행위를 처벌하는 것이 위헌이라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동일한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임부의 동의를 받아 낙태시술을 한 자를 형사처벌하는 것도 당연히 위헌이 되는 관계에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는 입장이다.

(나) 소극설

의사가 아닌 자는 부적절한 조치로 임부의 생명과 건강을 손상시킬 위험이 크므로 여전히 형법상 업무상동의낙태죄로 처벌할 필요가 있는 점, 형법은 자살은 구성요건해당성이 없기 때문에 처벌하지 아니하면서도 타인의 자살에 관여하는 행위는 타인의 생명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보아 형법 제252조 제2항에서 자살방조행위를 처벌하고 있는바81), 임부의 자기낙태를 처벌하는 것이 위헌이라고 하더라도 의사가 아닌 자에 의한 낙태는 태아의 생명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보아 독자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 점, 임부에게 낙태의 자유를 인정하고 있는 외국의 입법례(오스트리아, 체코, 스웨덴, 슬로바키아 등)를 보더라도 의사가 아닌 자가 낙태시술을 한 경우에는 낙태죄로 형사처벌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자기낙태죄의 위헌 여부가 업무상동의낙태죄의 위헌 여부에 영향을 미치는 관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3) 소결

살피건대, 자기낙태는 처벌하지 않으면서도 비전문가에 의한 낙태는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는 외국 입법례가 있다는 이유로 업무상동의낙태죄의 위헌 여부는 자기낙태죄의 위헌 여부와 무관하다는 소극설은, 이 같은 외국의 입법례가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기 위해 낙태를 허용하되 임부의 생명 및 신체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하여 의사의 낙태시술만을 허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태아의 생명보호를 입법취지로 하고 있는 우리 형법상 자기낙태죄 조항 및 이 사건 법률조항의 관계를 판단함에 있어서 유의미한 참고자료가 된다고 보기 어렵고, 자기낙태죄가 위헌이라는 이유로 업무상동의낙태죄가 위헌이 된 이후에 입법자가 새로이 의사가 아닌 자의 낙태행위만을 금지하는 조항을 신설할 수 있는 것과는 별개로, 업무상동의낙태죄를 처벌하고

자 한 입법자의 입법취지를 무시하고 새로운 입법목적으로 전용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에서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따라서 임부의 임신 초기의 낙태행위를 처벌하는 자기낙태죄 조항이 위헌이라면 대향범 관계에 있는 이 사건 법률조항도 같은 이유로 위헌이 되는 관계에 있다고 보는 적극설이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 적극설을 취하더라도, 조산사가 영리를 목적으로 의료행위인 낙태시술을 업으로 한 경우에는 ‘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5조 제1항82)을, 업으로 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의료법 제27조 제1항83), 제87조 제1항 제2호84)를 각 적용하여 처벌할 수 있는바, 형법상 낙태죄로 처벌하지 아니하더라도 처벌의 공백이라는 부당한 결과가 발생할 우려도 없다.

(1) 태아의 생명권85)

(가) 태아의 생명권 주체성

인간의 생명은 고귀하고, 이 세상에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엄한 인간 존재의 근원이다. 이러한 생명에 대한 권리, 즉 생명권은 비록 헌법에 명문의 규정이 없다 하더라도 인간의 생존본능과 존재목적에 바탕을 둔 선험적이고 자연법적인 권리로서 헌법에 규정된 모든 기본권의 전제로서 기능하는 기본권 중의 기본권이다(헌재 1996. 11. 28. 95헌바1 , 판례집 8-2, 537, 545 참조). 모든 인간은 헌법상 생명권의 주체가 되며, 형성 중의 생명인 태아에게도 생명에 대한 권리가 인정되어야 한다. 따라서 태아도 헌법상 생명권의 주체가 되며, 국가는 헌법 제10조에 따라 태아의 생명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헌재 2008. 7. 31. 2004헌바81 , 판례집 20-2상, 91, 101).

(나) 태아의 생명권 주체시기86)

헌법재판소는 초기배아의 기본권 주체성 여부가 문제된 사안에서 “출생 전 형성 중의 생명에 대해서 헌법적 보호의 필요성이 크고 일정한 경우 그 기본권 주체성이 긍정된다고 하더라도, 어느 시점부터 기본권 주체성이 인정되는지, 또 어떤 기본권에 대해 기본권 주체성이 인정되는지는 생명의 근원에 대한 생물학적 인식을 비롯한 자연과학ㆍ기술 발전의 성과와 그에 터 잡은 헌법의 해석으로부터 도출되는 규범적 요청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초기배아는 수정이 된 배아라는 점에서 형성 중인 생명의 첫걸음을 떼었다고 볼 여지가 있기는 하나 아직 모체에 착상되거나 원시선이 나타나지 않은 이상 현재의 자연과학적 인식 수준에서 독립된 인간과 배아 간의 개체적 연속성을 확정하기 어렵다고 봄이 일반적이라는 점, 배아의 경우 현재의 과학기술 수준에서 모태 속에서 수용될 때 비로소 독립적인 인간으로의 성장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 수정 후 착상 전의 배아가 인간으로 인식된다거나 그와 같이 취급하여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사회적 승인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기본권 주체성을 인정하기 어렵

다(헌재 2010. 5. 27. 2005헌마346 , 판례집 22-1하, 275, 275-276).”고 판시한바 있고, 민법 제3조 등 위헌소원 사건에서는 “태아는 수정란이 자궁에 착상한 때로부터 낙태죄의 객체로 되는데 착상은 통상 수정 후 14일 경에 이루어지므로, 그 이전의 생명에 대해서는 형법상 어떠한 보호도 행하고 있지 않다(헌재 2008. 7. 31. 2004헌바81 , 판례집 20-2상, 91, 105-106).”라고 판시하여, 수정 후 모체에 착상된, 즉 원시선87)이 형성된 시점부터 헌법상 생명권을 향유할 수 있다는 견해(착상시설)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 임부의 낙태의 자유가 헌법상 보장되는 기본권인지 여부 및 헌법상 근거

(가) 학계의 논의

헌법학계에서는 임부의 낙태의 자유를 자기결정권에서 도출하고 있다. 이 때 자기결정권은 헌법 제17조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근거한다고 보는 견해(김문현, 허영, 계희열)와 헌법 제10조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에 근거한다고 보는 견해(김철수, 김선택, 박선영, 정종섭)로 나뉜다.

(나) 헌법재판소 결정례

헌법재판소는 1차 혼인빙자간음죄 사건에서는 “헌법 제10조에서 보장하는 인격권 및 행복추구권, 헌법 제17조에서 보장하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는 타인의 간섭을 받지 아니하고 누구나 자기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전제로 하는 것이다. 이러한 권리내용 중에 성적 자기결정권이 포함되는 것은 물론이다(헌재 2002. 10. 31. 99헌바40 , 판례집 14-2, 390, 397).”라고 판시하여, 성적 자기결정권의 헌법적 근거를 헌법 제10조제17조에서 도출하였으나, 2차 혼인빙자간음죄 사건에서는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라고 규정하여 개인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을 보장하고 있다. 개인의 인격권ㆍ행복추구권에는 개인의 자기운명결정권이 전제되는 것이고, 이 자기운명

결정권에는 성행위 여부 및 그 상대방을 결정할 수 있는 성적(性的) 자기결정권이 포함되어 있다(헌재 2009. 11. 26. 2008헌바58 , 판례집 21-2하, 520, 529).”라고 판시하여, 성적 자기결정권의 헌법적 근거를 헌법 제10조에서만 도출하였다. 다만 성적 자기결정권의 헌법적 근거를 제10조에서 도출한다고 하더라도 혼인빙자간음죄를 규정한 형법 제304조가 개인의 성생활이라는 내밀한 사적 생활영역에서의 행위를 제한하므로 헌법 제17조가 보장하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역시 제한한다고 보아 양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에 대하여 판단하였다.

(다) 소결

헌법 제10조의 일반적 인격권의 보호범위를 정하는 결정적인 기준은, 누구나 각자의 삶을 스스로 자주적으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개인의 자율성과 자기결정의 사고이다. 일반적 인격권은 좁은 개인적 생활공간인 사생활의 보호를 비롯하여 ‘인간의 존엄성과 밀접한 연관관계를 보이는 자유로운 인격발현의 기본조건’을 포괄적으로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므로,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생존의 가능성이 박탈당하는 경우, 즉 자유로운 인격발현의 기본조건이 위협받는 경우에는 일반적 인격권에 의한 헌법적 보호가 필요하다. 이러한 의미에서 일반적 인격권이란, 개인의 사생활 영역을 비롯하여 독자적인 생활형성을 위하여 필요한 기본조건을 보장하는 기본권이다. 따라서 일반적 인격권은 국가에 의한 사생활의 침해나 사인의 인격 침해적 발언에 대한 헌법적 보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현상의 발전에 따라 발생하는 새로운 위험에 대하여 대처할 수 있도록 그 보호범위에 있어서 변화하는 개방적 기본권이다.88)

이러한 의미에서 자기결정권의 헌법적 근거를 헌법 제17조가 아닌 제10조에서 도출하는 최근의 헌법재판소의 태도가 바람직하다고 보이며, 따라서 개인의 인격권ㆍ행복추구권에는 개인의 자기운명결정권이 전제되는 것이고, 이 자기운명결정권에는 임신과 출산에 관련된 결정 즉 임신과 출산의 과정에 내재하는 특별한 희생을 강요당하지 않을 자유가 포함되어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3) 기본권 충돌(태아의 생명권 대 임부의 자기결정권) 상황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한지 여부

(가) 문제의 소재

자기낙태죄는 태아의 생명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입법자가 마련한 규정인바, 이로 인하여 임부는 자기결정권(낙태의 자유)을 제한받게 된다. 이와 같이 자기낙태죄 조항은 일응 태아의 생명권과 임부의 자기결정권이 충돌하는 ‘기본권 충돌’의 구조를 띠고 있는바, 헌법재판소가 자기낙태죄 조항의 위헌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입법과정에서의 기본권 충돌상황을 확인하는 것이 사안의 해결을 위하여 필요한지 여부가 문제된다.

(나) 학설의 태도

1) 제1설: 기본권 충돌에 해당하고, 법익형량 이론에 따라 해결해야 한다는 견해

입법의 영역에서 기본권의 상충이 발생한 경우에는 양자의 조화점에서 입법이 이루어지므로 기본권의 내용이 헌법에 의하여 정해진 경우는 기본권 제한의 문제로 되고, 입법에서도 기본권 제한의 형태로 나타나고, 기본권의 내용이 법률에 의하여 구체적으로 형성·확정되는 경우(사회적 기본권)에는 법익형량의 문제로 된다고 하면서, 결국 기본권의 충돌은 ① 해당 사안에 어떠한 기본권이 가장 직접적인 관련성을 가지는가를 따져 사안관련성에서 가장 직접적인 기본권을 고려하는 것으로 하되, ② 법익형량상 양자택일할 수밖에 없는 경우(낙태)에는 고려되어야 할 이익들을 모두 고려한 상태에서 우월적 지위에 있는 기본권(태아의 생명권)을 보호하고, ③ 그렇게 할 수 없는 경우에는 충돌하는 기본권을 모두 실현시킬 수 있는 적정한 조화점을 찾아 이를 해결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한다.89)

2) 제2설: 기본권 충돌에 해당하고, 규범조화적 해석에 따라 해결해야 한다는 견해

태아의 생명권과 임부의 자기결정권 중 어느 하나를 완전히 배제할 수 없고, 임신기간에 따라 태아에 대한 보호수단에 차등을 둘 수 있으므로 각 단

계별로 태아의 생명권과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형량하여 양자를 조화롭게 보호법익으로 존중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양자가 충돌하는 경우 헌법의 통일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상충하는 기본권 모두가 최대한으로 그 기능과 효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조화로운 방법을 모색하되(규범조화적 해석), 법익형량의 원리, 입법에 의한 선택적 재량 등을 종합적으로 참작하여 심사하여야 한다.

3) 제3설: 기본권 충돌 상황 언급할 필요 없이, 과잉금지원칙에 의한 심사로 족하다는 견해

입법자가 하나의 기본권을 위하여 다른 기본권을 제한하는 형태로 입법을 통하여 기본권 충돌을 확정적으로 규율하는 경우, 헌법재판에서 문제되는 것은 기본권 충돌을 해결하고자 시도한 결과인 법률의 위헌여부이다. 일단 법익형량의 결과인 입법자의 결정(법률)이 위헌심사의 대상이 되는 경우 문제되는 것은 기본권 충돌이 아니라 법률에 의한 기본권 제한이므로, 기본권 충돌을 언급하고 그 해결방법을 확인하는 것은 불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헌법재판에서 기본권 충돌이 문제되고 그 해결방법이 논의되어야 하는 경우란, 입법자가 상충하는 법익간의 관계를 확정적으로 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법관이 개괄조항 등 해석을 요하는 사법조항의 해석과 적용의 과정에서 대립하는 양 당사자의 기본권을 고려해야 하고, 이로써 스스로 법익형량을 통하여 상충하는 기본권간의 조화를 시도해야 하는 경우이다.90)

(다) 헌법재판소 결정례

기본권의 충돌이란 상이한 복수의 기본권주체가 서로의 권익을 실현하기 위해 하나의 동일한 사건에서 국가에 대하여 서로 대립되는 기본권의 적용을 주장하는 경우를 말하는데, 한 기본권주체의 기본권행사가 다른 기본권주체의 기본권행사를 제한 또는 희생시킨다는 데 그 특징이 있다(헌재 2005. 11. 24. 2002헌바95 , 판례집 17-2, 392, 401).

헌법재판소는 기본권 충돌의 문제에 관하여 충돌하는 기본권의 성격과 태양에 따라 그때그때마다 적절한 해결방법(기본권의 서열이론, 법익형량의 원리, 규범조화적 해석)을 선택, 종합하여 이를 해결하여 왔다(헌재 2005. 11.

24. 2002헌바95 , 판례집 17-2, 392, 401 참조). 다만, 최근에는 종전의 법익형량 이론91)이나 서열이론92)대신 규범조화적 해석에 입각한 해결방법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이고, 특히 헌재 2008. 10. 30. 2006헌마1098의료법 제61조 제1항「장애인복지법」에 따른 ‘시각장애인 중’ 부분 위헌확인 사건에서 ‘다른 대안의 가능성’까지 고려하여 실제적 규범조화적 해석에 입각한 종합적인 비례심사를 하여야 한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라) 소결

살피건대, 입법에서 기본권 충돌의 문제는 상충하는 기본권을 함께 고려하여 이익조정을 해야 하는 입법과정에서 일반적으로 발생하는 일상적인 현상이라고 할 것이며, 입법자는 공동체의 이익뿐만 아니라 사익도 입법목적으로 추구할 수 있는바 입법자가 개인의 기본권 보호를 위하여 입법을 하는 경우 개인의 기본권 보호는 타인의 기본권 제한을 정당화하는 입법목적으로서 헌법 제37조 제2항의 공공복리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한편 공익을 실현하기 위하여 자유권이 제한되는 경우, 자유와 공익 사이의 실제적 조화를 구현하는 방법이 바로 과잉금지원칙이므로, 이 사건의 경우 자기낙태죄 조항의 위헌 여부에 관한 판단은 입법자가 태아의 생명권 보호를 이유로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지의 판단 즉, 과잉금지원칙에 의한 심사로 귀결되면 족하다고 보인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헌법재판소가 기본권 충돌과 그 해결방법을 언급하는 것은 불필요하다고 생각된다.

헌법재판소도 하나의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하여 다른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률의 위헌 여부가 문제된 대부분의 사건에서 기본권 충돌의 문제를 전혀 언급하지 아니하고 과잉금지원칙에 따라 판단한 바 있으므로,93)위 기본권 충돌에 관한 결정례들이 오히려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

(4) 자기낙태죄 조항의 위헌 여부

앞서 본 바와 같이 우리 형법은 낙태죄 규정을 통하여 태아의 발달단계 혹은 독자적 생존능력과 무관하게 모든 낙태행위를 처벌하면서도, 모자보건법상 의학적·우생학적·윤리적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임신 24주 이내에 한하여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자기낙태죄의 위헌 여부에 관한 논의는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고려하여 낙태의 허용범위를 확대할 수 있는지 여부(임신 초기의 낙태 허용 여부)에 중점을 두어 살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즉, 임신 초기의 낙태까지 처벌하고 있는 자기낙태죄 조항이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하여 과잉금지원칙에 반하는지가 문제되며, 피해의 최소성 및 법익의 균형성을 갖추었는지 여부에 대하여는 견해가 나뉜다.

(가) 입법목적의 정당성 및 방법의 적정성

자기낙태죄 조항은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낙태를 방지하기 위하여 임부의 낙태를 형사처벌하는 것은 위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효과적이고도 적절한 방법이다.

(나) 피해의 최소성

1) 합헌론

가) 임신기간에 따라 태아에 대한 보호수단에 차등을 둘 수 있는지 여부

태아가 비록 그 생명의 유지를 위하여 모(母)에게 의존해야 하지만, 그 자체로 모(母)와 별개의 생명체이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인간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태아도 헌법상 생명권의 주체이고, 따라서 그 성장 상태가 보호 여부의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헌법이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은 그것이 인간으로 될 예정인 생명체라는 이유 때문이지, 그것이 독립하여 생존할 능력이 있다거나 사고능력, 자아인식 등 정신적 능력이 있는 생명체라는 이유 때문이 아니다. 그러므로 태아가 독자적 생존능력을 갖추었는지 여부를 그에 대한 낙태 허용의 판단 기준으로 삼을 수는 없다. 인간이면 누구나 신체적 조건이나 발달 상태 등과 관계없이 동등하게 생명 보호의 주체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태아도 성장 상태와 관계없이 생명권의 주체로서 마땅히 보호를 받아야 한다. 특히 의학의 비약적 발전으로 태아가 모태를 떠난 상태에서의 생존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현실과 그 성장 속도 역시 태아에 따라 다른 현실을 감안하면,

임신 후 몇 주가 경과하였는지 또는 생물학적 분화 단계를 기준으로 보호의 정도를 달리할 것은 아니다.

다만 수정란이 자궁에 착상하는 것은 수정 후 14일 경에 이루어지고, 그 이후부터 태아는 낙태죄의 객체로 되는데, 수정이 되었다고 하여 수정란이 정상적으로 자궁에 착상할 가능성이 아주 높은 것은 아니며, 그 단계에서는 임신 여부를 확인하기도 어려우므로, 자궁에 착상하기 이전 단계의 수정란을 그 이후의 태아와 동일하게 취급하지 아니하는 것은 그 나름의 합리성이 인정될 수 있다. 또한 진통시부터는 태아가 산모로부터 독립하여 생존이 가능하므로 그 때를 기준으로 사람으로 취급하는 것도 합리적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태아도 그 성장 상태를 막론하고 생명권의 주체로서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라는 점에서 수정란이 자궁에 착상한 이후부터 출산하기 이전까지의 태아를 성장 단계에 따라 구분하여 보호의 정도를 달리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

나) 형벌적 제재가 지나치게 과도한 방법인지 여부

자기낙태죄 조항이 형벌로써 낙태를 규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법적인 낙태가 성행하고 있고 그에 대한 처벌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현실에서, 만일 낙태를 처벌하지 않거나 형벌보다 가벼운 제재를 가하게 된다면 현재보다도 훨씬 더 낙태가 만연하게 되어 자기낙태죄 조항의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리고 성교육과 피임법의 보편적 상용, 임부에 대한 지원 등은 원하지 않는 임신을 미연에 방지하는 수단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나 불법적인 낙태를 방지할 효과적인 수단이 되기에는 부족하다.

물론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사유 등으로 낙태를 허용해야 할 필요가 절실한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에 입법자는 일정한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와 같은 예외적인 경우에는 임신 24주 이내의 낙태를 허용하여(모자보건법 제14조, 동법 시행령 제15조), 임부의 생명·건강의 보호를 위해 필요한 경우나 범죄행위로 인한 임신의 지속이 오히려 법질서에 반하는 경우와 같이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태아의 생명권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에서 더 나아가 사회적·경제적 사유로 인한 낙태로까지 그 허용의 사유를 넓힌다면, 자칫 자기낙태

죄 조항은 거의 사문화되고 낙태가 공공연하게 이루어져 인간생명에 대한 경시풍조가 확산될 우려마저 없지 않다.

다) 소결

따라서 자기낙태죄 조항은 피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2) 위헌론

가) 태아에 대한 국가의 보호의무

국가는 헌법 제10조에 따라 태아의 생명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바, 태아에 대한 국가의 보호의무에는 출산을 방해하는 요소를 제거하는 것뿐만 아니라, 여성이 임신 중 또는 출산 후 겪게 되는 어려움을 도와주는 것까지 포함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태아의 생명을 보호한다는 언명은 임부의 신체적·사회적 보호를 포함할 때에야 비로소 실질적인 의미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태아는 생성중인 인간으로서 생물학적으로 모체 내에서 모체에 종속되어 있어 생명의 유지와 성장을 전적으로 모체에 의존하고 있는 불완전한 생명이며, 임신과 출산은 기본적으로 모(母)의 책임 하에 대부분이 이루어지므로, 원하지 않은 임신 내지 출산이 모(母)와 태아 그리고 우리 사회 전체에 불행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현실(미혼모 문제, 해외입양문제, 영아유기·치사 문제, 고아문제 등)을 감안하면, 임신기간 중 일정 시점까지는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해 줄 필요가 있다.

나) 임신기간에 따라 태아에 대한 보호수단에 차등을 둘 수 있는지 여부

생명의 연속적 발전과정에 대하여 생명이라는 공통요소만을 이유로 하여 언제나 동일한 법적 효과를 부여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동일한 생명이라 할지라도 법질서가 생명의 발전과정을 일정한 단계들로 구분하고 그 각 단계에 상이한 법적 효과를 부여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 예컨대 형법은 태아를 통상 낙태죄의 객체로 취급하지만, 진통 시로부터 태아는 사람으로 취급되어 살인죄의 객체로 됨으로써 생명의 단계에 따라 생명침해행위에 대한 처벌의 정도가 달라진다. 나아가 태아는 수정란이 자궁에 착상한 때로부터 낙태죄의 객체로 되는데 착상은 통상 수정 후 14일 경에 이루어지므로, 그 이전의 생명에 대해서는 형법상 어떠한 보호도 행하고 있지 않다.

이와 같이 생명의 전체적 과정에 대해 법질서가 언제나 동일한 법적 보호

내지 효과를 부여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국가가 생명을 보호하는 입법적 조치를 취함에 있어 인간생명의 발달단계에 따라 그 보호정도나 보호수단을 달리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다(헌재 2008. 7. 31. 2004헌바81 , 판례집 20-2상, 91, 104-106 참조).

다) 임신기간별 낙태허용 여부

① 생물학의 발전과 의학적 치료술의 발전에 따라 태아가 독자적으로 생존능력을 갖게 되는 시기는 가변적일 수 있으나, 현대 의학의 수준에서는 태아가 임신 24주에 이르기까지는 폐포가 될 종말낭(terminal sacs)이 아직 형성되지 않아 자궁배출 이후에 호흡에 이를 가능성이 전무하며 자존적 생존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보고 있으므로, 태아의 독자적 생존능력은 임신 24주 이후에 인정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현행 모자보건법도 태아가 모체 밖에서는 생명을 유지할 수 없는 시기에 시행됨을 전제로 하는 인공임신중절수술의 허용 기간을 임신 24주일 이내라고 규정하고 있어(모자보건법 제2조 제7호, 동법 시행령 제15조 제1항), 임신 24주 이후의 태아에게 독자적 생존능력이 있음을 전제하고 있다. 그렇다면, 태아가 독자적 생존능력을 갖추었다고 볼 수 있는 임신 24주 이후에는 태아의 생명도 인간의 생명과 어느 정도 동일시할 수 있으므로 임부의 낙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임부의 생명이나 건강에 현저한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등 특단의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낙태를 허용함이 바람직하다.

② 다음으로, 태아가 독자적 생존능력을 갖추기 전이라도 임신 중기(임신 13주~24주)의 낙태는 임신 초기(임신 1주~12주)의 낙태에 비하여 자궁천공, 출혈패혈증, 양수전색증 등의 합병증 우려가 크고, 모성사망률의 위험도 급격히 커져 임부의 생명이나 건강에 위해가 생길 우려가 증가하므로, 국가는 모성의 건강을 증진하기 위하여 낙태의 절차를 규제하는 등으로 임신 중기의 낙태에 관여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③ 그런데, 임신 초기, 즉 임신 1주에서 12주까지의 시기는 태아가 이제 막 인간과 유사한 신체적 특징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시기로서, 의학계에서는 일반적으로 이 시기의 태아는 사고나 자아인식, 정신적 능력과 같은 의식적 경험에 필요한 신경생리학적 구조나 기능들은 갖추지 못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즉 임신 초기의 태아는 감각을 분류하거나 감각의 발생부위 또는 그 강도 등을 식별할 수 없고, 더 나아가 여러 가지 감각을 통합하여 지각을 형성할 수도 없어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편, 임신 초기의 낙태는 시술방법이 간단하여 비교적 임부에게 안전하다고 할 수 있고, 실제로 낙태로 인한 합병증 및 모성사망률이 현저히 낮다. 따라서 임신 초기에는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여 낙태를 허용해 줄 여지가 크다. 나아가, 낙태를 형사처벌하도록 하고 있는 형법 규정이 현재는 거의 사문화되어 낙태의 근절에 큰 기여를 하지 못하고 있으며, 오히려 불법낙태로 임부의 건강이나 생명에 위험이 초래되는 사태가 빈발하고 있어 그 대책이 시급한 현실에 비추어 보면, 적어도 임신 초기에는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여 낙태를 허용해 줄 필요성이 있다 할 것이다.

④ 이와 같이 임신기간 여하에 따라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고려할 수 있는 가능성 및 필요성이 있다 할 것인데도, 이 사건 자기낙태죄 조항은 임부의 기본권을 덜 제한하는 다른 수단을 모색하지 아니한 채 임신기간 여하에 상관없이 임부의 낙태를 전면적, 일률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라) 소결

따라서 자기낙태죄 조항은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배된다.

(다) 법익균형성

1) 합헌론

자기낙태죄 조항으로 말미암아 임부의 자기결정권이 제한되는 것은 사실이나, 그 제한의 정도가 자기낙태죄 조항을 통하여 달성하려는 태아의 생명권 보호라는 공익에 비하여 결코 중하다고 볼 수 없다. 비록 자기낙태죄 조항이 낙태 근절에 큰 기여를 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이 조항이 존재함으로 인한 위축효과 및 이 조항이 없어질 경우 발생할지도 모를 인명경시풍조 등을 고려하여 보면, 자기낙태죄 조항으로 달성하려는 공익이 결코 가볍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자기낙태죄 조항으로 달성하려는 공익과 제한되는 사익 사이에 법익균형성도 충족된다.

2) 위헌론

자기낙태죄 조항으로 추구하려는 공익은 태아의 생명보호이다. 그런데 각

종 통계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도 낙태가 가장 많은 국가군에 속하지만 형사상 낙태죄로 처벌되거나 기소되는 예는 매우 드물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해마다 3~10건 정도 기소되어 재판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임부의 자기낙태 사건에서의 결론은 대부분 선고유예였다고 한다. 이는 결국 낙태를 형사처벌하도록 하고 있는 형법 규정이 현재는 거의 사문화되어 낙태의 근절에 큰 기여를 하지 못하는 것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와 같이 자기낙태죄 조항으로 달성하려는 태아의 생명보호라는 공익은 더 이상 자기낙태죄 조항을 통하여 달성될 것으로 보기 어렵다. 오히려 형사처벌보다는 성교육 내지 피임 관련 교육, 낙태상담 등의 실시, 임부에 대한 사회복지 차원에서의 부조와 국가적 지원 등이 더욱 실효성 있는 수단이 될 것이다.

반면, 임신 초기의 낙태까지 금지하고 처벌하는 것은 임부의 임신 유지 여부에 대한 자기결정의 영역을 전혀 존중하지 아니하는 것으로서, 자기낙태죄 조항으로 제한되는 사익인 임부의 자기결정권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임신 초기의 낙태까지 금지하고 처벌하는 자기낙태죄 조항은 법익의 균형성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볼 것이다.

(1) 개요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는 자기낙태죄 조항의 위헌 여부와 논리필연적인 관계에 있으며, 임신 초기의 낙태를 처벌하는 자기낙태죄 조항이 위헌이라는 입장을 취하는 경우에는 같은 논리로 이 사건 법률조항도 위헌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반면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는 자기낙태죄 조항의 위헌 여부와 논리필연적인 관계에 있지 않다는 견해나 논리필연적인 관계에 있더라도 낙태죄 조항이 합헌이라는 견해를 취하는 경우에는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를 따로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하에서는 후자의 입장을 전제로 이 사건 법률조항의 독자적인 위헌성 여부를 살펴보기로 한다.

(2)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취지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의사, 한의사, 조산사, 약제사 또는 약종상(이하 ‘조산사 등’이라 한다)이 임부의 촉탁을 받아 낙태하게 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생명의 유지와 보호, 건강의 회복과 증진을 본분으로 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조산사가 이에 반하는 부당한 낙태행위를 하였다는 점에서 일반인보다 더 무거운 책임이 있고, 실제로 낙태시술의 기능이나 낙태에 사용하는 약품 등을 알고 있는 조산사 등이 이를 남용하여 영리행위에 이르게 될 우려가 있음을 고려하여 동의낙태죄(형법 제269조 제2항)에 대한 가중적 구성요건으로 규정함으로써,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고자 함에 그 입법목적이 있다.

한편 일반인보다 더 안전하게 시술할 수 있는 조산사 등의 낙태를 일반인보다 더 무겁게 처벌할 이유가 없으므로 가중처벌 규정을 삭제하자는 것이 형법학계의 다수설이며,94)위와 같은 이유로 업무상동의낙태죄 조항을 삭제하는 대신 영리를 목적으로 낙태를 하게 한 자에 대하여 가중처벌하는 영리낙태죄 조항을 신설하는 내용의 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이 2010. 5. 7. 손숙미 의원 등 10인에 의해 발의되어 현재 소위원회의 심사 중에 있다.95)

(3)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 위배 여부

(가) 법정형의 내용에 대한 입법형성권의 범위와 한계

어떤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이에 대하여 어떠한 형벌을 과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원칙적으로 입법자가 우리의 역사와 문화, 입법 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국민 일반의 가치관 내지 법감정, 범죄의 실태와 죄질, 보호법익 및 범죄예방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할 국가의 입법정책에 관한 사항으로서 광범위한 입법재량 내지 형성의 자유가 인정되어야 할 부분이다. 또한, 어느 범죄에 대한 법정형이 그 범죄의 죄질 및 이에 따른 행위자의 책임에 비하여 지나치게 가혹한 것이어서 현저히 형벌 체계상의 균형을 잃고 있다거나 그 범죄에 대한 형벌 본래의 목적과 기능을 달성함에 있어 필요한

정도를 일탈하였다는 등 헌법상의 평등 및 비례의 원칙 등에 명백히 위배되는 경우가 아닌 한 쉽사리 헌법에 위반된다고 단정하여서는 아니 된다(헌재 2001. 11. 29. 2001헌가16 , 판례집 13-2, 570, 578-579; 헌재 2011. 2. 24. 2009헌바29 , 판례집 23-1상, 75, 85 참조).

(나)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 위배 여부

앞서 본 바와 같이, 입법자는 생명의 유지와 보호, 건강의 회복과 증진을 본분으로 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조산사 등이 이에 반하는 낙태행위를 하는 경우에는 일반인보다 책임이 무거우며, 실제로 낙태시술의 기능이나 낙태에 사용하는 약품 등을 알고 있는 조산사 등이 이를 남용하여 영리행위에 이르게 될 우려가 있다는 판단 하에 조산사 등의 낙태행위를 징역형으로만 처벌하도록 함으로써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고자 한 것임을 알 수 있는바 이러한 입법목적은 정당하고, 조산사 등의 낙태행위를 징역형으로 처벌하는 것은 이러한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효과적이고 적절한 방법이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조산사 등이 임부의 촉탁을 받아 낙태행위를 한 경우를 징역형으로만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그 법정형의 상한이 2년 이하의 징역으로 되어 있어 법정형의 상한 자체가 높지 않을 뿐만 아니라, 비교적 죄질이 가벼운 낙태행위에 대하여는 작량감경이나 법률상 감경을 하지 않아도 선고유예 또는 집행유예 선고의 길이 열려 있으므로 행위의 개별성에 맞추어 책임에 알맞은 형벌을 선고할 수 없도록 하는 지나치게 과중한 형벌을 규정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다) 형벌의 체계정당성 및 평등원칙 위배 여부

형벌체계의 균형성 및 평등원칙의 내용은, 죄질과 보호법익 등이 유사한 범죄는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비슷한 법정형으로 처벌되어야 한다는 것이다(헌재 2006. 6. 29. 선고 2006헌가7 , 판례집 18-1하, 185, 193; 헌재 2008. 10. 30. 2006헌마447 , 판례집 20-2상, 1049, 1056).

1) 합헌론

낙태행위는 행위태양에 관계없이 필연적으로 태아의 생명권을 박탈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점, 낙태는 일반인에 의해서 행해지기는 어렵고 대부분 낙태에 관한 지식이 있는 의료업무종사자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점, 태아의 생명을 보

호해야 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자가 태아의 생명을 박탈하는 시술을 한다는 점에서 비난가능성이 큰 점, 경미한 벌금형은 낙태시술의 기능이나 낙태에 사용하는 약품 등을 알고 있는 것을 남용하여 영리행위를 추구하는 조산사 등에 대하여는 위하력을 가지기 어렵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입법자가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하여 형법상 동의낙태죄(제269조 제2항)와 달리 벌금형을 규정하지 아니한 것이 형벌체계상의 균형에 반하는 것이라 할 수 없다.

2) 위헌론

형법 제269조 제2항은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면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동일한 행위를 한 조산사 등을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형법 제269조 제2항의 동의낙태죄와 이 사건 법률조항의 업무상동의낙태죄는 임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때에 성립한다는 점에서 그 구성요건적 행위가 동일하고, 양자 모두 태아의 생명을 보호법익으로 한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양자는 범죄행위의 주체가 각각 일반인과 의료업무에 종사하는 조산사라는 점에 있어서만 차이가 있다.

합헌론은 태아의 생명을 보호해야 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자가 영리를 목적으로 태아의 생명을 박탈하는 낙태시술을 한다는 점에서 일반인에 비하여 비난가능성이 크다고 하나, 임신중절수술은 눈으로 확인하며 하는 것이 아닌 blind surgery이므로 미숙하거나 무자격자에 의한 수술은 여성의 몸에 위해를 끼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낙태에 관하여 일반인보다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는 조산사 등이 일반인보다는 안전하게 낙태시술을 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일반인보다 무겁게 처벌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행위주체를 구분하지 아니하고 영리를 목적으로 낙태시술을 한 자는 누구나 가중처벌하도록 규정하는 것이 형벌체계상 균형성에 부합한다고 보인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업무상동의낙태죄의 주체인 조산사 등을 동의낙태죄의 주체인 일반인에 비하여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고 있고, 형벌체계상의 균형을 상실하여 입법재량의 범위를 벗어난 자의적인 입법이라고 할 것이므로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배된다.

임신초기의 낙태를 처벌하고 있는 자기낙태죄 조항이 위헌이므로 대향범인 이 사건 법률조항도 같은 이유로 위헌이라는 견해를 취하는 경우에는 부동의낙태죄를 제외한 낙태관련 조항(형법 제269조, 제270조 제3항 중 제1항에 관한 부분)에도 동일한 위헌 사유가 존재하게 되는바, 위 관련 조항에까지 심판대상을 확장하거나(헌재 1999. 9. 16. 99헌가1 , 판례집 11-2, 245 참조) 헌법재판소법 제45조 단서에 따라 위 관련 조항에 대하여 부수적 위헌선언(헌재 2002. 8. 29. 2001헌바82 , 판례집 14-2, 170 참조)을 하는 방안이 고려될 수 있다.96)

자기낙태죄 조항이 위헌이라는 입장에서는 주문의 형태로 ① 단순위헌안(형법 제269조, 제270조 제1항 및 제3항 중 같은 조 제1항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과 ② 한정위헌안(형법 제269조, 제270조 제1항 및 제3항 중 같은 조 제1항의 각 “낙태”에 ‘임신 12주 이내의 낙태’가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을 고려할 수 있다.

살피건대, 임신기간 중 임신 초기의 낙태를 불허하는 것만을 위헌이라고 보는 위헌론의 입장에서는 한정위헌선언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인다. 단순위헌안을 채택하는 경우에는 낙태 관련 규정 모두 효력을 상실하게 되어 임신기간을 불문하고 낙태가 허용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낙태의 문제는 가치관이나 철학 등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첨예한 논쟁거리가 되어 왔다. 이 결정은 낙태죄의 합헌 여부에 관하여 헌법재판소가 최초로 입장을 표명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으며, 재판관 9인 중 1인이 공석인 상태에서 위헌결정 정족수인 6인에 미치지 못하여 합헌으로 선고되었으나, 위헌과 합헌 의견이 4:4로 팽팽하게 맞선 결정이었다.

이 결정이 선고되자 종교계 및 낙태반대단체 등은 “이번 결정은 태아 보호 의무를 합헌이라고 선언한 것이며 매우 당연한 결과”라며 환영의 뜻을 표시한 반면, 여성단체는 “태아의 생명도 존중해야 하지만 아이를 낳아 양육하는 여성 당사자의 권리도 존재하며, 경제적 이유나 사회적 편견 때문에 불가피하게 낙태를 선택하는 여성에게 사회적 토대를 만들어주지도 않고 출산을 강요하는 것은 잘못됐다.”며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반대하는 의사를 표명하여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연합뉴스 2012. 8. 23.자, 동아일보 2012. 8. 24.자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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