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위반][하집1993(1),412]
가. 작가 공소외 1이 쓴 '북한방문기'의 이적표현물 해당 여부
나. 저명한 문학사의 편집주간 겸 계간 문학비평지의 편집위원이자 시인인 피고인이 이적표현물을 소지한 경위에 비추어 피고인이 그 표현물의 이적성을 인식하였다고 하여도 이것만으로 피고인에게 이적행위목적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작가 공소외 1이 쓴 '북한방문기' 제4,5,6장은 단순히 필자가 북한을 방문하여 본 것을 사실적으로 기술한 정도를 넘어 필자의 주관적인 집필의도하에 남한민주사회를 비방하는 한편 북한의 체제, 이념 및 생활상의 상대적 우월성을 강조하고 북한주석 김일성의 사회지도력 및 주체사상을 편향적으로 찬양하는 내용으로서 이는 구 국가보안법(1991.5.31. 법률 제437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의 보안법익인 대한민국의 안전과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위협하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표현으로 북한을 이롭게 하는 내용이라고 할 것이다.
피고인 1외 1인
피고인들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 1을 징역 8월 및 자격정지 1년에 처한다.
피고인 1에 대하여는 원심판결선고 전의 구금일수 중 60일을 위 징역형에 산입한다.
다만 피고인 1에 대하여는 이 판결이 확정되는 날로부터 2년간 위 징역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피고인 2에 대한 형의 선고를 유예한다.
압수된 증 제9호(창작과 비평 1989년 겨울호) 및 증 제11호(북한방문기 단행본 계약서 및 출금전표 4매)를 피고인 1로부터 몰수한다.
피고인 1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각 이적표현물소지의 국가보안법위반의 점은 각 무죄.
1. 피고인들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각 이적표현물 제작 반포의 국가보안법위반의 점에 관하여, 피고인들과 그 변호인들의 항소이유 제1점의 요지는, 창작과 비평 1989년 겨울호에 게재한 이 사건 공소외 1(필명, (이름 생략))의 북한방문기는 북한을 고무 찬양하는 이적표현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이를 이적표현물로 인정하여 피고인들을 유죄로 인정한 위법을 범하였다는 것이고, 제2점의 요지는, 가사 위 북한방문기가 이적표현물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창작과 비평이 대상으로 삼는 독자들의 수준과 피고인들이 이 방문기를 게재한 경위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은 위 방문기의 이적성을 인식하지 못하였고 또한 이적 목적도 없었다는 것이고, 제3점의 요지는, 공소외 1의 북한방문기 중 일부가 이미 '신동아'라는 다른 잡지에 게재된 이상 창작과 비평만을 문제삼아 이를 기소한 것은 국가보안법을 남용하여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약하는 형평을 잃은 처사라고 할 것이므로 이는 공소권의 남용에 해당하고 따라서 이 부분은 마땅히 공소기각되어야 한다는 것이고, 피고인 1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이적표현물소지의 각 국가보안법위반의 점에 관한 피고인 1 및 동 변호인들의 항소이유의 요지는, 피고인 1은 저명한 문학사의 편집주간으로서 북한문학의 실상과 이 시대 젊은이들의 사고경향을 알기 위하여 이 사건 각 이적표현물을 소지하게 되었던 것으로 피고인에게는 북한을 찬양, 고무, 동조하거나 이롭게 한다는 인식이 없었으므로 피고인이 이 사건 책들을 소지한 것은 국가의 존립이나 안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줄 위험성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이 부분까지 유죄로 인정한 것은 위법하다는 것이다.
2. 그러므로 먼저 피고인들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각 이적표현물 제작 반포의 국가보안법위반의 점에 관한 항소이유에 대하여 살피건대, 첫째로, 이 사건 공소외 1의 북한방문기 제4, 제5, 제6장은 단순히 필자가 북한을 방문하여 본 것을 사실적으로 기술한 정도를 넘어 필자의 주관적인 집필의도하에 남한의 민주사회를 비방하는 한편 북한 체제, 이념 및 생활상의 상대적 우월성을 강조하고 북한 주석 김일성의 사회 지도력 및 주체사상을 편향적으로 찬양하는 내용으로서 이는 국가보안법(1991.5.31. 법률 제4373호로 개정되기 이전의 것, 이하 같다)의 보호법익인 대한민국의 안전과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위협하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표현으로 북한을 이롭게 하는 내용이라고 할 것이고, 둘째로, 피고인들이 이러한 내용의 방문기를 시판되는 잡지에 게재하여 제작, 반포한 이상 그 이적성을 인식하지 못하였거나 이적 목적이 없었다고 볼 수 없으며, 셋째로, 공소외 1의 북한방문기 중 제1,2장이 다른 잡지에 먼저 게재된 것은 사실이나 다른 잡지는 문제가 되는 일부 내용을 삭제, 수정하여 게재하였고 이 사건 방문기 제4,5,6장 부분은 실정법위반의 가능성을 이유로 그 게재를 거절하였으며 또한 헌법상 사상과 표현의 자유가 어느 경우에나 무제한적으로 허용될 수 없는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에 대한 이 사건 공소제기가 공소권의 남용에 해당된다고 볼 수도 없다.
3. 다음으로 피고인 1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이적표현물소지의 각 국가보안법위반의 점에 관한 항소이유에 대하여 살피건대, 피고인은 이 사건 책들의 소지경위에 대하여, 민중의 바다 상,하권은 서울 종로구 소재 (이름 생략)서적에서 창비사의 영업사원인 공소외 2를 통하여 구입한 것이고, 꽃파는 처녀는 그 출판사인 (이름 생략)출판사의 사장 공소외 3으로부터 기증을 받았으며 조선전사 중세 2, 근대 1,2,3은 그 출판사인 도서출판 푸른숲의 사장 공소외 4로부터 기증을 받은 것으로서 위 책자들은 모두 국내출판사에서 간행되어 시내 서점에서 판매되는 일반화된 책들로서 그 이적성을 인식하지 못하였고 피고인 자신은 국내의 저명한 문학사인 (이름 생략)사의 편집주간 겸 계간지 창작과 비평의 편집위원이자 문학인으로서 북한문학의 실상과 이 시대 젊은이들의 사고경향을 알기 위하여 위 책들을 소지하고 읽게 된 것이라고 주장하는바, 피고인이 위 각 표현물을 취득, 소지함에 있어서 원심판시와 같은 반국가단체의 활동에 동조하는 이적행위의 목적이 있었는지의 여부에 관하여 보건대, 피고인은 위와 같이 그러한 이적행위의 목적을 부인하고 있을 뿐 아니라 피고인은 시인이자 저명한 문학사의 편집주간으로서 위 각 책자들을 소지하여 이 중 민중의 바다 상, 하권과 꽃파는 처녀 등을 읽게 된 경위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위 각 책자의 이적성을 인식하였다고 하여도 이것만으로는 피고인에게 원심판시와 같은 이적행위목적이 있었다고 볼 수 없으며( 대법원 1992.4.14. 선고 90도3001 판결 참조), 달리 이적행위목적이 있었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그렇다면 피고인 1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위 각 이적표현물소지의 국가보안법위반의 점에 관하여는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음에도 원심은 이를 유죄로 인정한 잘못을 저질렀다고 하겠고, 따라서 이와 경합범으로 인정한 위 이적표현물의 제작, 반포에 관한 국가보안법위반의 점을 포함한 피고인 1에 대한 원심판결 전부는 파기를 면하지 못한다.
4. 다음 직권으로 피고인 2에 대한 양형에 대하여 살피건대, 이 사건에 나타난 위 피고인의 연령, 성행, 직업과 환경, 범행의 동기 및 수단과 결과 그리고 범행 후의 정황 등 양형의 조건들을 참작하여 보면 원심이 위 피고인에게 선고한 형량은 너무 무겁다고 인정되므로, 피고인 2에 대한 원심판결은 이 점에서 부당하여 파기를 면치 못한다.
5. 이에 본원은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 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전부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본원이 인정하는 범죄사실 및 그에 대한 증거의 요지는 피고인 1에 대한 범죄사실 중 원심판시 1의 가, 나, 다,항의 각 이적표현물소지의 국가보안법위반부분을 삭제하고, 증거의 요지 중 압수된 증 제1호 내지 제7호 각 서적의 각 현존과 그 기재를 삭제하는 이외에는 모두 원심판시와 같으므로 같은 법 제369조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원심판시 각 행위 중 피고인들의 이적표현물 제작, 반포의 각 국가보안법위반의 점은 각 국가보안법 제7조 제5항, 제1항에 각 해당하는바, 같은 법 제14조에 의하여 자격정지를 병과하기로 하여 그 정해진 형기 범위 내에서 피고인 1을 징역 8월 및 자격정지 1년에 처하고, 피고인 1에 대하여는 원심판결선고 전의 구금일수 중 60일을 위 징역형에 산입하며, 다만 피고인 1에 대하여는 같은 피고인이 초범이고 이 사건 방문기의 게재경위 등 그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으므로 형법 제62조 제1항에 의하여 이 판결이 확정되는 날로부터 2년간 위 징역형의 집행을 유예하고, 피고인 2에 대하여는 그 정해진 형기 범위 내에서 징역 8월 및 자격정지 1년에 처할 것이나 같은 피고인이 전과가 없는 초범이고 피고인 자신은 이 사건 북한방문기의 잡지 게재에 대하여 결정권이 없는 편집사원에 불과하고 그 가담정도도 원고의 교정 및 인쇄의뢰 등 기계적이고 보조적인 범위에 국한된 점 등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고 개전의 정상이 현저하므로 형법 제59조 제1항 에 의하여 같은 피고인에 대한 위 각 형의 선고를 유예하며, 압수된 증 제9호(창작과 비평 1989년 겨울호) 및 증 제11호(북한방문기 단행본 계약서 및 출금전표 4매)는 원심판시 범행에 제공되었거나 이로 인하여 생긴 물건으로서 범인 이외의 자의 소유에 속하지 아니하므로 형법 제48조 제1항 제1호 및 제2호에 의하여 이를 피고인 1로부터 각 몰수한다.
피고인 1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각 이적표현물소지의 국가보안법위반의 점의 요지는 "피고인은, 1. 1989.1.초순 일자불상 18:00경 서울 종로 6가 소재 (이름 생략)서적에서 (이름 생략)사 직원인 공소외 2를 통하여 북한 소설 '피바다'를 (이름 생략)출판사에서 출판한 소설로서 공산주의자만이 일제하에 항일운동을 한 것처럼 묘사한 내용의 '민중의 바다' 상,하 각 1권을 구입하여 검거시까지 주거지에 보관함으로써 국가의 존립,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을 알면서 반국가단체인 북한공산집단의 활동에 동조할 목적으로 표현물을 소지하고, 2. 같은 해 2. 초순 일자불상경 서울 마포구 용강동 50의 1 (이름 생략)사 사무실에서 (이름 생략)출판사로부터 동 출판사에서 출판한 책자로서 1920년대의 순박한 시골 처녀가 일제에 대항하여 투쟁하는 공산주의자로 변모하는 과정을 그린 내용의 북한소설 '꽃파는 처녀'를 송부받아 이를 검거시까지 주거지에 보관함으로써 위와 같은 목적으로 표현물을 소지하고, 3. 같은 달 초순 일자불상경 (이름 생략)사 사무실에서 도서출판 푸른숲으로부터 동 출판사에서 출판한 책자로서 19세기초부터 1920년대 전반기까지의 우리 나라의 역사를 유물사관 및 계급투쟁이론에 근거하여 기술한 북한역사서 조선전사 중세 2, 근대 1, 근대 2, 근대 3 등 4권을 송부받아 이를 검거시까지 주거지에 보관함으로써 위와 같은 목적으로 표현물을 소지한 것이다."라고 함에 있는바, 이 부분 각 공소사실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그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위 피고인에 대하여 각 무죄를 선고한다.
이상의 이유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