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절도)·컴퓨터등사용사기{변경된죄명: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절도)}·점유이탈물횡령·절도{인정된죄명: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절도)}][공2006.5.1.(249),763]
예금주인 현금카드 소유자로부터 일정액의 현금을 인출해 오라는 부탁과 함께 현금카드를 건네받아 그 위임받은 금액을 초과한 현금을 인출한 행위가 컴퓨터 등 사용사기죄를 구성하는지 여부(적극)
예금주인 현금카드 소유자로부터 일정한 금액의 현금을 인출해 오라는 부탁을 받으면서 이와 함께 현금카드를 건네받은 것을 기화로 그 위임을 받은 금액을 초과하여 현금을 인출하는 방법으로 그 차액 상당을 위법하게 이득할 의사로 현금자동지급기에 그 초과된 금액이 인출되도록 입력하여 그 초과된 금액의 현금을 인출한 경우에는 그 인출된 현금에 대한 점유를 취득함으로써 이 때에 그 인출한 현금 총액 중 인출을 위임받은 금액을 넘는 부분의 비율에 상당하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이러한 행위는 그 차액 상당액에 관하여 형법 제347조의2 (컴퓨터등사용사기)에 규정된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에 권한 없이 정보를 입력하여 정보처리를 하게 함으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는 행위로서 컴퓨터 등 사용사기죄에 해당된다.
피고인
검사
변호사 이재용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청주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상고이유(기간 경과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안에서)를 본다.
1.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여, 이 사건의 경과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가. 먼저, 변경 전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컴퓨터 등 사용사기죄 부분은, 피고인은 2003. 2. 중순 일자불상 10:00경 충주시 목행동 598-2에 있는 충주농업협동조합 목행지점에서, 같은 동 676-53에 있는 ‘사이버 25시 피씨방’에 게임을 하러 온 피해자 공소외인으로부터 그 소유의 농협현금카드로 20,000원을 인출해 오라는 부탁과 함께 현금카드를 건네받게 되자 이를 기화로, 위 지점에 설치되어 있는 현금자동인출기에 위 현금카드를 넣고 권한 없이 인출금액을 50,000원으로 입력하여 그 금액을 인출한 후 그 중 20,000원만 피해자에게 건네주어 30,000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다는 것이었다.
제1심법원은 이에 대해, 우리 형법은 재산범죄의 객체가 재물인지 재산상의 이익인지에 따라 이를 재물죄와 이득죄로 명시하여 규정하고 있는데, 형법 제347조의2 는 컴퓨터 등 사용사기죄의 객체를 재물이 아닌 재산상의 이익으로만 한정하여 규정하고 있으므로 타인의 신용카드로 현금자동지급기에서 현금을 인출하는 행위가 재물에 관한 범죄임이 분명한 이상 이를 위 컴퓨터 등 사용사기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나. 그러자 검사는 원심에서 이 부분 공소사실을, 피고인은 위 일시경 위 장소에서 공소외 공소외인으로부터 그 소유의 농협현금카드로 20,000원을 인출하여 오라는 부탁과 함께 현금카드를 건네받게 된 것을 기화로, 위 지점에 설치되어 있는 피해자 충주농업협동조합이 관리하는 현금자동지급기에 위 현금카드를 넣고 인출금액을 50,000원으로 입력하여 이를 인출한 후 그 중 20,000원만을 공소외인에게 건네주는 방법으로 30,000원을 절취하였다는 것으로 공소장변경 허가신청을 하였고, 원심법원도 이를 허가하였다.
그렇지만 원심은 위 변경된 공소사실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이유 등을 들어 무죄로 판단하였다. 절도죄에 있어서 절취란 재물의 점유자의 의사에 반하여 그 점유자의 지배를 배제하고 자신의 지배로 옮겨놓는 행위를 의미한다. 그런데 현금카드를 절취한 때와 같이 현금카드 자체를 사용할 권한이 없는 경우와 달리 피고인이 예금명의인인 공소외인으로부터 그 현금카드를 사용할 권한을 일단 부여받은 이상 이를 기화로 그 위임 범위를 벗어나 추가로 금원을 인출하였다고 하더라도 현금자동지급기 관리자로서는 예금명의인의 계산으로 인출자에게 적법하게 현금을 지급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 현금자동지급기 관리자에게 예금명의인과 그로부터 현금 인출을 위임받은 자 사이의 내부적인 위임관계까지 관여하여 그 위임받은 범위를 초과하는 금액에 대하여는 그 인출행위를 승낙하지 않겠다는 의사까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위 현금인출 행위가 현금자동지급기 관리자의 의사에 반하여 그가 점유하고 있는 현금을 절취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2. 그러나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예금주인 현금카드 소유자로부터 일정한 금액의 현금을 인출해 오라는 부탁을 받으면서 이와 함께 현금카드를 건네받은 것을 기화로 그 위임을 받은 금액을 초과하여 현금을 인출하는 방법으로 그 차액 상당을 위법하게 이득할 의사로 현금자동지급기에 그 초과된 금액이 인출되도록 입력하여 그 초과된 금액의 현금을 인출한 경우에는 그 인출된 현금에 대한 점유를 취득함으로써 이 때에 그 인출한 현금 총액 중 인출을 위임받은 금액을 넘는 부분의 비율에 상당하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이러한 행위는 그 차액 상당액에 관하여 형법 제347조의2 (컴퓨터등사용사기)에 규정된 ‘컴퓨터등 정보처리장치에 권한 없이 정보를 입력하여 정보처리를 하게 함으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는 행위로서 컴퓨터 등 사용사기죄에 해당된다고 할 것이다.
나. 따라서 이 사건 피고인이 위 일시경 위 장소에서 공소외 공소외인으로부터 그 소유의 농협현금카드로 20,000원을 인출하여 오라는 부탁과 함께 현금카드를 건네받게 된 것을 기화로, 위 지점에 설치되어 있는 피해자 충주농업협동조합이 관리하는 현금자동지급기에 위 현금카드를 넣고 인출금액을 50,000원으로 입력하여 이를 인출한 것도 그 차액 상당에 관하여 우선 컴퓨터 등 사용사기죄에 해당된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검사의 앞에서 본 바와 같은 공소장변경 허가신청을 불허하고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컴퓨터 등 사용사기죄로 유죄를 인정하든가, 일단 절도죄로의 공소장변경을 허가한 경우라고 하더라도 그 변경 후 공소사실로는 유죄가 인정되지 않고, 오히려 변경 전 공소사실이 컴퓨터 등 사용사기죄로 유죄가 인정되는 반면에 이 점에 관한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가 필요하기도 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등 이 사건에서의 구체적인 소송진행 경과를 감안하여 그 법률상의 사항에 관한 소송관계를 명료하게 하는 의미에서 검사에게 이러한 법적 관점을 지적하여 주고, 피고인에게도 이러한 법적 관점에 관하여 방어권 행사의 기회를 주는 등의 조치를 취하였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그 공소장변경 허가신청을 받아들인 뒤 그 변경된 공소사실이 절도죄에 해당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위와 같은 사항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아니한 채 그대로 무죄로 판단하였으니, 원심판결 중 이 부분 판단에는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석명권 행사나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고, 이는 그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 따라서 위 변경된 공소사실이 절도죄를 구성한다는 검사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없지만, 그 변경된 공소사실에 대해 그대로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는 취지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그 판결 이유에서 무죄로 판단하고, 나머지 공소사실만을 유죄로 인정하여 그와 같은 형을 선고한 원심판결 전부를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