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물손괴
2018노28 재물손괴
A
피고인
함재원(기소), 임예진(공판)
청주지방법원 충주지원 2017. 12. 20. 선고 2017고정214 판결
2018. 5. 31.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피고인에 대한 무죄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17. 2. 11. 12:35경 공사대금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피해자 주식회사 I 소유의1) 충주시 C 소재 D 후문 도로 위에 빨간색 래커 스프레이를 이용하여 가로 7m, 세로 1.5m의 크기로 '공사비 지급'이라고 써 그 효용을 해하였다.
2.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스프레이를 이용하여 글씨를 써넣은 도로 부분(이하 '이 사건 도로 부분'라 한다)의 위치 및 이용 현황, 원상회복의 용이성 등을 고려하면, 단순히 스프레이를 이용하여 글씨를 써넣은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도로 부분의 효용을 해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또한 이 사건 범행은, D 건물에 대한 유치권자인 피고인이 그 피보전채권인 공사대금을 지급받기 위하여 저지른 것으로서, 사회상규에 위반되지 않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나. 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형(벌금 2,000,000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3. 피고인이 이 사건 도로 부분의 효용을 해하였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형법 제366조 소정의 재물손괴죄는 타인의 재물을 손괴 또는 은닉하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하는 경우에 성립하는바, 여기에서 재물의 효용을 해한다고 함은 사실상으로나 감정상으로 그 재물을 본래의 사용목적에 공할 수 없게 하는 상태로 만드는 것이고, 일시적으로 그 재물을 이용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드는 것도 포함된다. 다만 감정상 그 재물을 본래의 사용목적에 공할 수 없게 만들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그 재물의 원래 용도와 기능, 행위가 그 재물의 사용에 미치는 영향, 재물을 이용하는 자들이 느끼는 불쾌감이나 저항감, 원상회복의 난이도와 거기에 드는 비용, 그 행위의 목적과 시간적 계속성, 행위 당시의 상황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93. 12. 7. 93도2701 판결, 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7도2590 판결 등 참조). 이와 같은 감정상의 효용 침해를 폭넓게 인정한다면 죄형 법정주의의 유추적용이나 형법의 보충성 원칙을 해하게 될 우려가 있으므로, 그 효용의 침해가 사회통념상 명백하여야 한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고인의 범행 동기를 비롯하여 피고인이 스프레이로 쓴 글씨로 말미암아 그 도로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야기하는 불쾌감의 정도가 클 뿐만 아니라 원상회복이 어렵다고 보아, 피고인의 행위가 이 사건 도로 부분의 효용을 해한 것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다. 당심의 판단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글씨를 쓰는 행위를 통하여 이 사건 도로 부분의 효용을 해하였다는 사실이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에 어렵고,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있다.
① 이 사건 도로 부분은 외부도로에서 D 건물의 후문으로 들어오는 부지 부분에 위치하여 있으며, 그 목적 및 효용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D 건물로 드나드는 사람과 차량의 '통행'이다. 피고인이 한 바닥 낙서만으로 이 사건 도로 부분을 통행하는 데 물리적 어려움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임은 경험칙 상 명백하다(한편 이 사건 범행 당시 D 건물에 관하여 피고인과 피해자 측 사이에 유치권 행사 등 다툼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바, 위 건물이 장례식장 등으로 실제 영업 중이었다거나 이 사건 도로 부분이 일반 공중의 통행에 제공되고 있었다고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
② 비록 피고인이 한 낙서가 그 색채 및 크기에 비추어 이 사건 도로 부분의 미관을 해치거나 위 건물에 드나드는 사람들에게 다소간의 저항감 내지 불쾌감을 줄 수는 있다고 보이나, 낙서의 내용에 욕설 내지 모욕적인 내용이 포함되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하면, 감정상 이 사건 도로 부분을 이용하여 D 건물에 통행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③ 피해자는 이 사건 범행일로부터 2~3일 후에 피고인이 한 낙서를 검정색 래커 스프레이로 덮어쓰는 방법으로 제거하였는바, 원상회복이 어려웠다거나 많은 비용이 들었다고는 보이지 않는다[피해자는 원상회복을 위한 아스콘포장 비용으로 약 516만 원이 소요된다는 취지의 견적서(증거기록 제20쪽)를 제출하였으나,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의 분쟁 경위 등에 비추어 이를 그대로 신빙할 수 없다].
④ 피고인은 D 건물에 대한 유치권을 주장하며 그 피보전채권인 공사대금의 지급을 요구할 목적으로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는바, 관련 민사소송에서 '피고인이 위 건물 중 지층 부분에 대하여 10억 원의 공사대금 채권과 관련한 유치권을 가지고 있었는데, 피해자가 2016. 9. 17. 피고인의 점유를 침탈하였다'는 취지의 판결[대전고등법원(청주) 2016나333호]이 확정된 점 등을 고려하면, 위와 같은 피고인의 범행 목적에 수긍할만한 측면이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나머지 법리오해 및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제1항 기재와 같은바, 이는 제3항에서 본 바와 같이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의하여 무죄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판사 윤성묵
판사 강경묵
판사 윤상일
1)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이 위 '공사비 지급' 문구를 써넣은 도로 부분은 피해자 주식회사 I 소유의 부지인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인의 방어권을 해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위와 같이 선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