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의)][미간행]
[1] 의사가 환자에게 부담하는 진료채무의 성질(=수단채무) 및 진료의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하여 진료채무의 불이행으로 추정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 의료행위의 결과 후유장해가 발생하였다는 사실만으로 의료행위 과정에 과실이 있었다고 추정할 수 있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2] 수술 도중이나 수술 후 환자에게 중한 결과의 원인이 된 증상이 발생한 경우, 증상 발생에 관하여 의료상 과실 외에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간접사실들이 증명되면 증상이 의료상 과실에 기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및 그 한계
[1] 민법 제390조 , 제750조 , 민사소송법 제202조 [2] 민법 제750조 , 민사소송법 제202조 , 제288조
[1] 대법원 2008. 3. 27. 선고 2007다76290 판결 (공2008상, 608) [2] 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5다5867 판결 (공2007하, 949) 대법원 2012. 5. 9. 선고 2010다57787 판결 (공2012상, 961) 대법원 2012. 10. 11. 선고 2011다100138 판결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정선)
학교법인 ○○학원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시대 담당변호사 석경회 외 1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상고이유에 대하여 판단한다.
1. 원심은 채택 증거들을 종합하여, ① 원고는 1차 수술 전 도수근력검사상 하지 근력이 3-4 등급이었고 경도의 배뇨·배변 장애만 있었으나, 1차 수술 직후 하지 근력이 0 등급으로 완전 마비 상태가 되었고 배뇨·배변 장애가 심화되었으며 성기능 장애도 발생한 사실, ② 피고 병원 의료진은 1차 수술 시행 중 경막과 유착되어 있던 후종인대골화 부분을 박리하는 과정에서 경막을 손상시켰고 그 부위에서 뇌척수액이 누출된 사실, ③ 이에 피고 병원 의료진은 손상된 부위를 인공 경막과 겔폼 등으로 복원한 사실, ④ 경직성 양하지 마비, 신경인성 방광, 신경인성 장애 증상은 주로 척수 손상 시 발생하는 증상인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 병원 의료진이 골화된 후종인대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경막을 손상시켜 뇌척수액이 누출되어 원고의 척수 신경이 손상되었거나 손상된 경막을 복원하는 과정에서 원고의 척수 신경에 손상을 입힌 과실로 인하여 원고에게 하지 마비, 배뇨·배변 장애, 성기능 장애 등이 발생하였다고 판단하여, 원고에 대한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의사가 환자에 대하여 부담하는 진료채무는 환자의 치유라는 결과를 반드시 달성해야 하는 결과채무가 아니라, 치유를 위하여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를 다하여 현재의 의학수준에 비추어 필요하고도 적절한 진료를 할 채무 즉 수단채무이므로, 진료의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하여 바로 진료채무의 불이행으로 추정할 수는 없다. 그리고 의료행위의 결과 후유장해가 발생한 경우, 그 후유장해가 당시 의료수준에서 최선의 조치를 다하더라도 당해 의료행위 과정의 합병증으로 나타날 수 있는 것이거나 또는 그 합병증으로 인하여 2차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것이라면, 의료행위의 내용이나 시술 과정, 합병증의 발생 부위와 정도, 당시의 의료수준과 담당 의료진의 숙련도 등을 종합하여 볼 때 그 증상이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합병증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볼 수 있는 사정이 없는 한, 그 후유장해가 발생하였다는 사실만으로 의료행위 과정에 과실이 있었다고 추정할 수 없다 ( 대법원 2008. 3. 27. 선고 2007다76290 판결 등 참조).
또한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에서 이루어지는 것으로서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의사의 의료행위의 과정에 주의의무 위반이 있는지, 그 주의의무 위반과 손해의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를 밝혀내는 것이 매우 어려운 특수성이 있으므로, 수술 도중이나 수술 후 환자에게 중한 결과의 원인이 된 증상이 발생한 경우 그 증상의 발생에 관하여 의료상의 과실 이외의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간접사실들이 증명되면 그러한 증상이 의료상의 과실에 기한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다만 그 경우에도 의사의 과실로 인한 결과 발생을 추정할 수 있을 정도의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는 사정들을 가지고 막연하게 중한 결과에 대하여 의사의 과실과 인과관계를 추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의사에게 무과실의 증명책임을 지우는 것까지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 대법원 2012. 10. 11. 선고 2011다100138 판결 등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원고는 2007. 11.경부터 양측 하지에 저린 감각 증상이 발생하였고, 2008. 1.경부터 양측 하지 저린감과 통증이 악화되어 2008. 2. 26. 허리 및 하지 통증, 하지 허약감 및 저린 증상, 좌측 하지 감각 이상, 보행 장애, 배뇨 및 배변 곤란 등의 증상으로 피고가 운영하는 △△△병원에 처음 내원하였다.
(2) 피고 병원 의료진은 원고에 대한 자기공명영상(MRI), 컴퓨터 단층촬영(CT) 검사 결과 등을 토대로 흉추 5-7번, 11-12번 후종인대골화증 등의 진단을 한 다음, 2008. 3. 19. 08:15경부터 17:30경까지 원고에 대하여 흉추 6-7번 흉강경 가이드하 척추 융합술 및 자가골 이식술(1차 수술)을 시행하였는데, 수술 직후 원고에게 심한 하지 통증 및 하지 마비 등의 증상이 발생하자 2008. 3. 19. 21:40경부터 3. 20. 04:20경까지 다시 흉추 5-6번 흉강경 가이드하 척추 융합술 및 자가골 이식술(2차 수술)을 시행하였다. 그러나 2차 수술 후에도 원고의 하지 마비 등의 증상은 없어지지 않았다.
(3) 도수근력검사상 원고의 양 하지 근력은 2008. 2. 28.경 4-5 등급에서 2008. 3. 17.경 3-4 등급으로 약화되었는데, 1, 2차 수술 이후에는 양하지 근력 등급이 0으로 측정되었다.
(4) 원고는 1, 2차 수술 후 마비를 호전시키고 척수 신경 재생을 자극하기 위한 약물치료와 조기 재활치료를 받아 2009. 6.경에는 도수근력검사에서 우측 하지 근력 등급이 3, 좌측 하지 근력 등급이 2-3으로 측정되고, 미국척수손상학회 장애분류상 D 등급(A 등급은 완전마비, E 등급은 정상)에 해당할 정도로 호전되었으나, 그 후 다시 증상이 악화되어 2011. 8.경 제1심법원에서 신체감정을 받을 당시에는 경직성 하지 마비, 배뇨·배변 장애, 성기능 장애 등이 있는 상태였다.
(5) 중앙대학교병원장에 대한 제1심법원의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와 원심법원의 사실조회 결과에 의하면, ① 피고 병원의 의료진이 시행한 전방으로 접근하는 후종인대골화증 수술법은 골화된 후종인대를 직접 제거할 수 있는 등의 장점이 있는 반면, 수술 도중 척수 손상 또는 경막 파열에 의한 뇌척수액 누출의 위험이 있는데, 경막과 유착된 후종인대 골화 부위를 박리할 때 척수 손상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고, 연구자에 따라 흉추부 후종인대골화증 수술 후 척수 손상의 가능성을 23.8% 또는 30.8%로 보고하고 있으며, ② 원고가 받은 수술은 위와 같이 수술 후 척수 손상의 가능성이 30% 정도 되는 매우 난도가 높은 수술로, 원고는 수술 전 양측 하지 부전마비 증상이 있었고, 수술 중에도 후종인대 골화 부위를 제거할 때 여러 가능성이 있어 단순히 수술에 의한 척수 손상으로만 단정하기는 어려우며, ③ 원고의 수술 전 상병 정도를 고려하면 수술을 하지 않았더라도 시간 경과의 차이는 있을 수 있으나 신경 손상과 비뇨기과 장애의 발생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고, ④ 원고의 수술 전 MRI상 T2 영상에서 보인 척수의 고신호 음영은 척수에 부종 및 허혈 등이 발생하여 신경 손상이 있음을 의미하고, T2 강조 영상에서 신호가 증가된 경우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더 심각한 신경학적인 결손을 보이는데, 원고는 동일 해당 분절부위의 고신호 음영이 수술 전에도 존재하였으므로, 예후가 불량할 수 있다는 것이다.
(6) 후종인대골화증이 심한 원고의 흉추 6-7번은 수술 전 후종인대골화증의 점유율이 83.3% 정도였고, 피고 병원의 의사는 1차 수술에 앞서 원고와 보호자에게 수술 후 하지 등에 마비가 생길 위험성이 있음을 여러 번 강조하여 설명하였다.
다. 이러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원고는 후종인대골화증의 점유율이 높고 1차 수술 전에 이미 척수 손상의 증상과 소견을 보이는 등 후종인대골화증이 상당한 정도 진행한 상태였으므로, 골화된 후종인대 부위와 경막의 유착 정도가 심하였을 가능성이 커 1차 수술 시 골화된 후종인대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경막이 손상되어 뇌척수액이 누출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의료과실에 의하여 발생한 것이라기보다 수술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한 결과라고 볼 여지가 많다. 또한 기록상 경막 손상 및 뇌척수액 누출과 척수 손상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한 객관적인 자료가 보이지 않고, 피고 병원의 의료진은 바로 인공 경막과 겔폼 등으로 손상 부위를 복원하는 조치를 하였으므로, 경막 손상과 뇌척수액 누출을 척수 손상의 원인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그리고 전방으로 접근하는 후종인대골화증 수술법이 가지고 있는 척수 손상의 위험성과 특히 흉추부 후종인대골화증 수술 후 척수 손상이 발생할 가능성의 정도, 원고의 수술 전 상태에 의해 예상되는 수술의 예후와 수술을 하지 않는 경우의 예후, 피고 병원의 의료진이 수술에 앞서 원고에게 수술 후 마비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 여러 번 강조하여 설명한 점, 재활치료 등을 통하여 원고의 하지 마비 등 증상이 상당한 정도로 호전되었다가 다시 악화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수술이나 경막 복원 과정에서 의료상의 과실 이외에 원고에게 척수 손상을 초래할 다른 원인이 없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고에게 수술 후 발생한 척수 손상의 결과만을 근거로 막연히 피고 병원 의료진에게 의료상의 과실이 있었다고 추정할 수는 없다. 원심이 들고 있는 간접사실들은 1차 수술과 척수 손상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할 수 있는 사정이 될 수는 있으나, 더 나아가 원고의 척수 손상이 피고 병원 의료진의 의료과실로 인한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을 정도의 개연성을 갖춘 사정들이라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수술 과정에서 척수 손상을 초래할 수 있는 원인으로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피고 병원의 의료진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의 구체적인 내용은 무엇인지, 수술 과정에서 경막 손상이나 척수 손상을 방지할 구체적인 조치나 방법이 있었는지, 척수 손상이나 하지 마비 등의 결과가 의료행위 과정에서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합병증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볼 수 있는 사정이 있는지 등을 심리하여, 피고 병원 의료진의 의료상의 과실을 추정할 수 있을 정도의 개연성을 담보할 사정들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할 것이다.
3. 그럼에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는 사정만으로 피고 병원 의료진의 과실과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으므로,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의료소송에서의 과실과 인과관계의 추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의 상고이유의 주장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
4. 그러므로 피고의 나머지 상고이유와 원고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