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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지법 2009. 6. 25. 선고 2009고합6 판결

[과실폭발성물건파열·업무상과실치사·업무상과실치상·과실치사·과실치상·액화석유가스의안전관리및사업법위반] 항소[각공2009하,1317]

판시사항

[1]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 제11조 에 의한 액화석유가스 판매업자의 업무상 주의의무

[2] 아파트 거주자가 이사를 가거나 올 때마다 직접 방문하여 가스레인지를 탈·부착하고 가스시설에 대한 안전관리·점검을 해 오던 액화석유가스 집단공급사업자가, 종전 거주자나 새로운 거주자의 연락을 받았음에도 다른 일 때문에 가스시설에 대한 안전점검을 하지 못하고 안전 사용에 관한 내용도 지도하지 않고 있던 사이에, 무자격자인 이사대행업체 직원에 의해 가스레인지만 철거되고 봉인조치 등 가스 누출 방지를 위한 조치가 행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거주자가 온수 사용을 위해 가스 밸브를 열었다가 가스폭발사고가 발생한 사안에서, 종전 거주자, 이사대행업체 직원, 액화석유가스 집단공급사업자의 공동 과실과 가스폭발사고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 제11조 는, 액화석유가스가 인화·폭발하기 쉬운 성질을 가지고 있고 그 폭발 사고로 인한 피해가 심각하여 고도의 위험성을 가지고 있는 반면 일반인으로서는 그 누출 가능성 등을 알기 어려운 점을 감안하여 액화석유가스 판매업자에게 엄격한 주의의무를 부과한 것이라고 보이므로, 일반 수요자에게 가스를 공급하는 액화석유가스 판매사업자로서는 액화석유가스에 의한 재해가 발생할 위험성이 있는 경우에 이를 미리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강구할 업무상의 주의의무가 있다.

[2] 아파트 거주자가 이사를 가거나 올 때마다 직접 방문하여 가스레인지를 탈·부착하고 가스시설에 대한 안전관리·점검을 해 오던 액화석유가스 집단공급사업자가, 종전 거주자나 새로운 거주자의 연락을 받았음에도 다른 일 때문에 가스시설에 대한 안전점검을 하지 못하고 안전 사용에 관한 내용도 지도하지 않고 있던 사이에, 무자격자인 이사대행업체 직원에 의해 가스레인지만 철거되고 봉인조치 등 가스 누출 방지를 위한 조치가 행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거주자가 온수 사용을 위해 가스 밸브를 열었다가 가스폭발사고가 발생한 사안에서, 종전 거주자, 이사대행업체 직원, 액화석유가스 집단공급사업자의 공동 과실과 가스폭발사고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1외 2인

검사

이수진

변 호 인

서원 법무법인외 2인

주문

피고인 1을 금고 10월에, 피고인 2를 징역 8월에, 피고인 3을 금고 6월에 각 처한다.

이 판결 선고 전의 구금일수 134일을 피고인 1에 대한 위 형에 산입한다.

범죄사실

1. 과실폭발성물건파열, 업무상과실치사, 업무상과실치상, 과실치사, 과실치상

피고인 1은 이사대행업체인 대동익스프레스의 직원이고, 피고인 2는 (상호 생략)라는 상호로 충북 (상세 주소 생략)에 있는 ○○○○아파트(이하 ‘이 사건 아파트’라 한다)에 액화석유가스를 공급하는 액화석유가스 집단공급사업자이며, 피고인 3은 이 사건 아파트 101동 1106호(이하 ‘위 세대’라 한다)의 소유자로서 그곳에 거주하던 사람이다.

피고인 3은 위 세대에서 거주하다가 그곳을 피해자 1(여, 59세)에게 임대하고 다른 곳으로 이주하기 위하여 2008. 9. 26. 이 사건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인 공소외 1을 통하여 피고인 2에게 이사에 따른 가스비 정산, 가스시설 점검 등 제반 업무를 처리하여 줄 것을 의뢰한 후 같은 달 27. 10:00경 대동익스프레스 직원인 피고인 1 등에게 이삿짐을 정리하게 하면서 위 세대에 설치된 가스레인지 철거를 부탁하였고, 피고인 1은 이를 승낙하여 가스레인지를 철거하게 되었다.

이러한 경우 피고인 3은 액화석유가스의 사용자로서 가스사용시설의 안전관리책임이 있었으므로 안전을 위하여 가스시설시공업자에게 가스레인지의 철거를 의뢰하거나, 가스시설시공업자가 아닌 피고인 1에게 철거를 의뢰하였으면 피고인 1이 배관에 연결된 중간밸브(휴즈코크)를 떼어내지 못하게 하거나 중간밸브를 떼어내는 경우에는 그 후 배관에 막음조치를 하도록 하는 등으로 가스레인지 철거로 인하여 가스가 누출되지 않도록 방지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었고, 피고인 1 역시 가스레인지를 철거하면서 배관에 연결된 중간밸브를 떼어내지 않거나, 중간밸브를 떼어내게 되었으면 배관에 필요한 막음조치를 함으로써 가스가 누출되지 않도록 방지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었다.

그러함에도 피고인 3은 액화석유가스 사용자로서 가스시설시공업자가 아닌 피고인 1에게 가스레인지 철거를 일임한 채 가스누설 방지에 필요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고, 피고인 1은 가스레인지를 철거하면서 가스배관에 연결된 중간밸브를 떼어내고도 그 후 배관에 막음조치 등 가스누출 방지를 위한 조치를 하지 아니한 채 철거작업을 마쳐 위와 같은 주의의무를 각 위반하였다.

한편, 피고인 2는 2008. 9. 26. 위와 같이 공소외 1로부터 위 세대의 가스레인지 철거 등 전·출입에 따른 가스와 관련된 제반 업무를 처리하여 달라는 연락을 받은 후 다음날 위 세대를 방문하지 않아 철거 등의 업무를 처리하지 않은 상황에서, 같은 달 29. 17:45경 새로 이사를 온 피해자 1로부터 위 세대에 가스레인지가 연결되어 있지 않으니 이를 연결하여 달라는 연락을 받게 되었다.

이러한 경우 이 사건 아파트의 가스레인지 탈부착 업무를 시행하여 온 안전관리자인 피고인 2로서는 위 세대의 종전 거주자 등이 가스시설시공업자인 자신을 통하지 아니한 채 임의로 가스레인지를 철거하여 버린 상황임을 알 수 있었으므로 그 즉시 제대로 철거가 되었는지 등 위 세대에 대하여 가스시설 안전 점검을 하거나, 새로운 거주자로 하여금 상황을 확인토록 하는 등으로 가스사용의 안전 여부를 지도하여 줄 업무상의 주의의무가 있었다.

그러함에도 피고인 2는 즉시 위 세대를 방문하여 가스에 대한 안전 검검을 하지 아니하고, 피해자 1로 하여금 가스의 사용이 안전한 상황인지 여부를 확인토록 하는 등으로 필요한 사항을 지도하지 아니하여 위와 같은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하였다.

그에 따라 2008. 9. 29. 20:45경 위 세대로 이사를 온 피해자 1과 그녀의 어머니인 피해자 2(여, 85세)가 온수를 사용하기 위하여 가스계량기의 주밸브를 열었고, 주밸브를 거쳐 주방으로 공급되는 액화석유가스가 막음조치가 되지 않은 가스배관을 통하여 집안으로 누출된 후 알 수 없는 점화원에 의하여 폭발하도록 하였다.

피고인들은 위와 같은 공동의 과실로 가스를 폭발시켜 사람의 생명, 신체 또는 재산에 대하여 위험을 발생시키고, 동시에 이로 인하여 위 피해자들로 하여금 그 자리에서 매연에 의한 질식으로 각 사망에 이르게 하였고, 이 사건 아파트 101동 1105호에 살고 있는 피해자 3(여, 31세)으로 하여금 약 4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양측족관절염좌 등 상해를 입게 하였다.

피고인은 2008. 9. 26.경 충북 청원군에서 서울로 향하는 피고인의 승용차에서, 이 사건 아파트 관리소장인 공소외 1로부터 위 세대의 거주자 피고인 3이 2008. 9. 27. 이사를 가고 새로운 입주자 피해자 1이 같은 달 29. 입주하니 가스와 관련된 제반 업무를 처리해 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이러한 경우 액화석유가스 집단공급사업자인 피고인은 수요자인 피고인 3 내지 피해자 1을 위하여 위 세대의 액화석유가스 시설에 대하여 안전점검을 하고 수요자들에게 위해를 예방하는 데에 필요한 사항을 지도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였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 1의 법정진술

1. 피고인 2, 3의 각 일부 법정진술

1. 증인 공소외 2의 법정진술

1. 제2회 공판조서 중 증인 공소외 1, 3, 4, 5의 각 진술기재

1. 피해자 3, 공소외 6에 대한 각 경찰 진술조서

1. 진단서, 각 사체검안서, 각 부검감정회보

1. 감정의뢰회보, 화재감정결과 회신

1. LP가스 집단공급계약서 사본, 사업자등록증 사본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가. 피고인 1 : 형법 제173조의2 제1항 , 제172조 제1항 , 제30조 (과실폭발성물건파열의 점), 각 형법 제267조 , 제30조 (과실치사의 점), 형법 제266조 제1항 , 제30조 (과실치상의 점)

다. 피고인 3 : 형법 제173조의2 제1항 , 제172조 제1항 , 제30조 (과실폭발성물건파열의 점), 각 형법 제267조 , 제30조 (과실치사의 점), 형법 제266조 제1항 , 제30조 (과실치상의 점)

1. 상상적 경합

형법 제40조 , 제50조 (형 및 범정이 더 무거운 피고인 1, 3에 대하여는 과실폭발성물건파열죄, 피고인 2에 대하여는 피해자 1에 관한 업무상과실치사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

1. 형의 선택

가. 피고인 1, 3 : 각 과실폭발성물건파열죄에 대하여 금고형

나. 피고인 2 : 업무상과실치사죄에 대하여 금고형,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 위반죄에 대하여 징역형

1. 경합범가중

1. 미결구금일수의 산입

피고인 1 : 형법 제57조

피고인 2, 3의 각 주장에 대한 판단

1. 피고인 2

가. 주장

피고인 2는 자신이 피고인 3의 이사 당일 그 집을 직접 방문하여 가스 안전점검을 실시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무자격자에 의해 가스레인지가 분리되어 있으리라는 것을 알 수 없었고 사고 당일 피해자 1로부터 가스레인지를 연결해 달라는 연락을 받았을 때 위 피해자 1에게 가스에는 손대지 말라고 했기 때문에, 위 피해자 1이 온수를 사용하기 위해 가스보일러를 작동하여 막음조치가 되어 있지 않은 가스배관으로 가스가 누출되리라는 것을 전혀 예상할 수 없었으므로, 이 사건 가스폭발사고에 대한 예견가능성이 없었고, 따라서 과실도 인정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나. 인정 사실

LP가스 집단공급계약서 사본, 피고인 2의 일부 법정진술 및 공소외 1, 5의 각 법정증언을 포함하여 이 사건에서 적법하게 채택한 각 증거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① 피고인 2가 대표로 있는 (상호 생략)는 액화석유가스 집단공급사업자로서, 이 사건 폭발 사고가 발생한 이 사건 아파트와 액화석유가스 집단공급계약을 체결하였으므로 그 계약 및 관련 법규에 의해 피고인 2는 위 아파트의 가스시설에 대한 안전관리자로서 본인이 직접(본인이 부재시에는 그가 지정한 적법한 대리자를 통하여) 이 사건 아파트의 가스시설에 대한 안전관리 업무를 수행하여야 한다.

② 이 사건 아파트는 각 세대가 가스레인지를 구입하여 설치하는 구조로 이사를 오갈 때마다 가스레인지를 탈부착해야 하는데, 피고인 2는 이 사건 아파트에서 이사를 가는 세대가 있다는 통보를 받는 경우에는 기존 세대가 이사를 나갈 때와 새로운 세대가 이사를 올 때 모두 그 세대를 직접 방문해서 가스레인지의 탈부착을 하고 그 세대의 가스시설에 대한 안전관리 및 점검을 해 왔다.

③ 위와 같이 이사를 가거나 오는 세대가 있을 경우 구체적으로 가스시설 탈부착에 따른 가스시설 안전점검을 의뢰받지 않더라도 단순히 이사를 가거나 온다는 통보만 받아도 피고인 2는 이사 가는 세대와 이사 오는 세대 모두를 위해 가스시설에 대한 안전점검을 해 왔다.

④ 피고인 2는 피고인 3이 이사를 가기 전날인 2008. 9. 26. 위 아파트 관리소장인 공소외 1로부터 다음날인 2008. 9. 27. 위 세대가 이사를 나가고 2008. 9. 29. 위 세대에 새로 이사를 오니 위 세대의 가스와 관련된 제반 업무를 처리해달라는 취지의 연락을 받음으로써 위 세대의 가스시설에 대한 안전점검 및 관리업무를 의뢰받았다.

⑤ 그런데 피고인 2는 위 연락을 받을 당시 서울에 가던 중이어서 공소외 1에게 가스비 정산을 위한 가스계량기 검침만 부탁하고 피고인 3이 이사를 가는 날 위 세대를 직접 방문하지도 않았고 위 세대에 대한 가스 안전 점검을 전혀 하지 않았다.

⑥ 이사 당일 피고인 2가 오지 않은 상태에서 피고인 3은 무자격자인 피고인 1에게 가스레인지를 떼어달라고 부탁하였고 피고인 1은 가스레인지를 떼어내면서 중간밸브까지 철거하였으나 그 자리에 막음조치 내지 봉인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았다.

⑦ 피고인 2는 서울에서 돌아온 이후 이 사건 폭발사고가 발생한 2008. 9. 29.에도 위 세대에 새로 이사를 온다는 사실을 알고서도 위 세대를 직접 방문하지 않았고 위 세대의 가스시설에 대한 안전 점검 및 관리를 전혀 하지 않았다.

⑧ 이 사건 폭발사고가 발생한 위 세대는 취사용으로 사용하는 가스뿐만 아니라 온수·난방용으로 공급되는 가스가 모두 동일한 주밸브와 배관을 통해 공급되는 구조로, 취사용 가스 배관에서 가스레인지가 분리되어 있고 그 분리된 자리에 막음조치도 되어 있지 아니한 상태에서 온수를 사용하기 위해 주밸브를 열면 취사용 가스의 배관으로 가스가 누출될 수 있다.

⑨ 피고인 2는 이 사건 폭발사고가 발생하기 직전인 2008. 9. 29. 17:45경 피해자 1로부터 가스레인지 연결을 부탁하는 전화를 받았으므로 위 아파트 101동 1106호의 가스배관 내지 가스호스에 가스레인지가 연결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⑩ 그럼에도 피고인 2는 위 통화에서 피해자 1에게 “제가 볼 일이 있어 청주로 가고 있는데, 내일 가서 해 드리든지 아니면 늦게라도 가서 해 드리겠다.”라고 대답하였고 위 피해자 1이 “전기밥솥에 있는 찬밥을 먹어도 되니 내일 와서 해 줘도 된다.”고 하자, 피고인 2가 “내일 아침 09:30에서 10:00까지는 가겠다. 가스에는 손을 대지 말라.”고 위 피해자 1에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는데,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피해자 1이 샤워를 하기 위해 가스계량기의 주밸브를 열자 액화석유가스가 막음조치가 되지 않은 가스배관을 통하여 누출된 후 알 수 없는 점화원에 의해 이 사건 폭발사고가 발생하였다.

다. 판단

과실범의 구성요건으로서의 주의의무위반, 예견가능성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행위자가 소속한 거래범위의 신중하고 사려깊은 사람의 판단을 기준으로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특히 업무상 과실범에 있어서는 행위자와 같은 업무와 직무에 종사하는 일반적 보통인의 주의 정도를 표준으로 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 제11조 는 액화석유가스 충전사업자, 액화석유가스 집단공급사업자 및 액화석유가스 판매사업자가 액화석유가스를 수요자에게 공급할 때에는 그 수요자의 시설에 대하여 안전점검을 하고 지식경제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수요자에게 위해를 예방하는 데에 필요한 사항을 지도하여야 하고, 안전점검을 한 결과 수요자의 시설이 제27조 제1항 에 따른 시설기준과 기술기준에 맞지 아니하다고 판단되면 그 수요자에게 해당 사실을 개선하도록 권고하여야 하며, 수요자가 시설 개선 권고를 받고도 시설을 개선하지 아니하면 가스 공급 차단 등 위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하고 지체 없이 그 사실을 그 수요자가 소재하는 지역의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신고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는바, 이는 액화석유가스는 인화 폭발하기 쉬운 성질을 가지고 있고 그 폭발 사고로 인한 피해가 심각하여 고도의 위험성을 가지고 있는 반면 일반인으로서는 그 누출 가능성 등을 알기 어려운 점을 감안하여 액화석유가스 판매업자에게 엄격한 주의의무를 부과한 것이라고 보이므로 일반 수요자에게 가스를 공급하는 액화석유가스 판매사업자로서는 액화석유가스에 의한 재해가 발생할 위험성이 있는 경우에 이를 미리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강구할 업무상의 주의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2001. 6. 1. 선고 99도5086 판결 , 대법원 2002. 4. 26. 선고 2001도4074 판결 등 참조).

위 인정 사실 및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2는 액화석유가스 집단공급사업자인 (상호 생략)의 대표, 그리고 고도의 위험성이 상존하는 이 사건 아파트 가스시설에 대한 안전관리자로서 그 수요자로부터 이사를 가거나 온다는 통보를 받으면 전출세대가 이사를 갈 때뿐만 아니라 전입세대가 이사를 올 때 모두 그 세대를 직접 방문하여 가스레인지 탈부착에 따른 가스시설 안전 점검을 실시하고 새로운 수요자에게 가스안전에 관한 적절한 지도를 함으로써 그 수요자로 하여금 안전하게 가스시설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고도의 주의의무를 업무상 부담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피고인 2가 위와 같이 이사를 나간다는 연락을 받고도 세대를 직접 방문하여 가스시설에 대한 안전점검을 하지 않은 이상 기존 가스레인지가 철거된 상태에서 새로운 세대가 이사를 올 수가 있고, 적어도 위 세대로 새로 이사를 온 피해자 1로부터 가스레인지가 연결되어 있지 않았다는 연락까지 받은 경우에는 자신이 아닌 제3의 누군가에 의해 위 세대의 가스레인지가 임의로 철거되었고 위 세대의 가스배관에 가스레인지가 연결되어 있지 않았다는 상황이란 것을 확실하게 인식할 수 있었고, 그 철거작업이 제대로 시행되었는지 여부에 따라서 자신이 즉시 위 세대에 대한 가스시설 안전점검을 하지 않으면 가스누출 등으로 인한 가스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이러한 점에서 위 피고인이 기존 세대가 이사를 간다는 연락을 받고 이사 당일 철거작업 등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는 제3자에 의한 임의 철거 등이 있었다고 예견하기 어렵다고 보이므로 전입 세대로부터 상황을 통보받았을 때까지는 위와 같은 안전 점검 등의 업무상 주의의무가 발생한다고 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아파트에 새로 이사를 와 이 사건 아파트 가스시설구조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문외한인 피해자 1이 취사용 가스를 사용할 필요가 없어 취사용 가스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전기밥솥에 있는 찬밥을 먹어도 되니 내일 와도 된다”고 말했다면 피해자 1이 취사용 가스와 온수용 가스가 별도의 배관으로 공급되는 걸로 오인한 결과 취사용 가스는 사용하지 못하더라도 온수용 가스는 사용해도 된다고 생각하고 온수용 가스를 사용하기 위해 주밸브 등을 조작하려 할 수 있으리라는 것을 충분히 예견할 수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단지 추상적, 포괄적으로 가스에 손대지 말라고 주의를 준 사실만으로 피해자 1이 온수용으로 가스를 사용할 수 있으리라는 것을 예견할 수 없었다고 할 수는 없다.

따라서 앞서 본 바와 같이 가스레인지가 이미 가스배관에서 분리되어 있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었고 사정에 따라 사고의 가능성을 예견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사고방지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업무상 과실이 있으며, 피고인 2의 그와 같은 과실은 이 사건 가스폭발사고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것이다.

2. 피고인 3의 주장과 이에 대한 판단

피고인 3은 피고인 1에게 가스레인지를 분리해 달라거나 중간밸브까지 철거해 달라는 부탁을 전혀 한 바 없고, 아파트 관리소장에게 이사를 나간다고 통보한 이상 가스시설과 관련된 제반 업무는 가스공급업자 등에 의해 잘 처리될 것이라고 생각했으므로, 이 사건 폭발 사고에 대해 과실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인 1의 법정진술, 공소외 2, 3, 4의 각 법정진술 등에 의하면, 피고인 3이 무자격자인 피고인 1에게 가스레인지를 떼어달라고 했을 때 피고인 1은 가스레인지는 이사업체가 아닌 가스업체가 철거하는 것이라고 수차 거부했으나 피고인 3이 누군가와의 전화통화 후 가스레인지를 떼도 되니 가스레인지를 떼어달라고 재차 요구하여 무자격자인 피고인 1이 가스레인지를 철거하게 된 사실, 피고인 1은 이 사건 이전에도 아파트에 설치되어 있던 가스레인지를 직접 떼어낸 경험이 없었고, 떼어낸 가스레인지를 아파트 밖에 버린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피고인 1이 자신이 가져가지도 않을 가스레인지를 피고인 3의 부탁 없이 떼어낼 아무런 이유나 동기가 없었다는 점에 비추어 보아도, 피고인 1은 피고인 3의 부탁으로 위 가스레인지를 철거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한편,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과 동 시행규칙 및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 등의 취지를 종합하면, 액화석유가스는 그 취급을 조금만 소홀히 하더라도 가스유출로 인한 사고가 발생하기 쉬울 뿐만 아니라 대형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므로 가스사용시설의 설치 및 변경에 있어서 일정한 자격 또는 면허를 갖춘 자로 하여금 이를 시행하도록 하고, 액화석유가스를 사용하고자 하는 자에게는 일정한 시설기준과 기술기준에 적합한 가스사용시설 및 가스용품을 갖추도록 함으로써 가스누출사고로 인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함을 알 수 있다.

위 인정 사실과 위와 같은 관련 법규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3은 가스시설의 설치 및 변경에 관한 아무런 자격도 없는 피고인 1에게 가스레인지 철거를 부탁한 이상, 피고인 1이 가스레인지를 철거하면서 가스호스 뿐만 아니라 중간밸브(휴즈코크)까지 분리하면서도 봉인조치나 막음조치를 하지 않는 등 가스안전에 위협을 가할 수 있는 행위를 하면서도 가스사고를 방지할 조치를 취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예견하여 이를 방지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인 3이 무자격자인 피고인 1에게 가스레인지 철거를 부탁한 것은 과실이 없다고 할 수 없고, 이러한 피고인 3의 과실은 이 사건 가스폭발사고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것이다( 피고인 3이 이사를 가면서 관리소장을 통하여 안전관리자인 피고인 2에게 가스점검을 의뢰하였으나 피고인 2가 즉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이 있었고, 피해자 1 등이 가스레인지가 탈착되어 있음을 알고서도 가스 주밸브를 개방한 과실이 있었다고 하여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양형의 이유

피고인들의 각 과실이 경합하여 발생한 이 사건 가스폭발사고로 인하여 2명의 피해자가 사망하고 1명의 피해자가 중상을 입는 등 범행의 결과가 매우 중하다. 그러함에도 피고인들은 피해자측과 합의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고, 피고인 2, 3의 경우 자신의 과실을 인정하기보다는 다른 공동피고인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려 하는 등 범행 후 정황이 좋지 않다고 보인다.

그러나 한편으로 피고인들은 별다른 범죄전력이 없이 생활하여 온 사람들이고, 자신들의 과실이 이 사건 사고에 어떻게 영향을 미친 것인지, 그 정도는 어디까지인지 등과 같은 법률적 평가에 대하여 충분히 의문을 가질 수 있었다고 보이는 사정과 제반 양형조건을 감안하여, 피고인들에 대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하여 선고하기로 한다.

판사 김연하(재판장) 안태준 안은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