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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3. 10. 9. 선고 2002다2249 판결

[근저당권말소등][공2003.11.15.(190),2154]

판시사항

[1] 신용장 개설은행에 의하여 신용장 대금의 지급이 거절된 경우 매입은행은 수익자와 사이의 약정에 의하여 개설은행의 지급거절이 정당한가의 여부와 무관하게 그 신용장 매입대금의 반환을 구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2] 신용장 매입은행은 그 기초가 된 상품의 거래대금이 결제되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개설은행에 대하여 그 신용장 대금의 지급을 구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3] 신용장 개설은행으로부터 신용장 대금의 지급을 거절당한 매입은행이 수익자를 위하여 개설은행에 대하여 가지는 다른 채권으로써 상계를 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하는지 여부(소극)

[4] 신용장 개설은행이 매입은행의 대금지급청구를 거절할 경우, 매입은행에 의하여 제시된 서류의 반환의무의 유무(한정 적극)

[5] 신용장 대금의 지급을 거절하고 그 선적서류를 보관중이던 개설은행이 서류제시은행인 매입은행으로부터 그 선적서류를 자신에게 반환하라는 지시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반환하지 않고 있다가 개설의뢰인의 요구에 의하여 이를 임의로 반출한 경우, 개설은행은 위 매입은행에 대하여 더 이상 신용장 선적서류상의 하자를 이유로 신용장 대금의 지급을 거절할 수 없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1] 신용장에 의한 화환어음 및 선적서류를 매입한 은행이 개설은행에 대하여 신용장 대금의 지급을 구하였는데 개설은행이 그 대금의 지급을 거절한 경우, 위 매입은행은 수익자와 사이의 약정에 의하여 개설은행의 지급거절이 정당한지의 여부와 관계없이 수익자를 상대로 그 신용장 매입대금의 반환을 구할 수 있다.

[2] 신용장 거래는 직접적 상품의 거래가 아니라 서류에 의한 거래로서 그 기초가 되는 상품의 매매계약과는 전혀 별개의 거래로 취급된다는 독립 추상성의 원칙이 있으므로 매입은행은 그 기초가 된 상품의 거래대금이 실제로 결제되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개설은행에 대하여 그 신용장 대금의 지급을 구할 수 있다.

[3] 개설은행이 신용장 대금의 지급을 부당하게 거절하였다고 하더라도 매입은행이 개설은행에 대하여 가지는 다른 채권으로써 수익자를 위하여 개설은행을 상대로 반드시 상계를 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수 없다.

[4] 제5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 제14조 디이(d)항의 규정 취지에 비추어 신용장 개설은행이 매입은행의 대금지급청구를 거절할 경우 매입은행에 의하여 제시된 서류는 그 은행이 서류반환청구권을 포기하였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서류제시인인 매입은행에게 반환되어야 한다

[5] 제5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 제14조 이(e)항은 "개설은행…이 본조의 규정에 따른 조치를 취하지 않거나 서류제시인이 처분할 수 있도록 서류를 보관하거나 또는 서류를 반송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개설은행…은 서류가 신용장조건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상실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개설은행이 신용장 대금의 지급을 거절하면서 그 선적서류를 서류제시은행의 처분지시를 기다려 보관중이라고 통보하였고 이에 서류를 제시한 매입은행이 선적서류를 자신에게 반환하라는 지시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반환하지 않고 있다가 개설의뢰인의 요구에 의하여 이를 임의로 그에게 교부하여 버렸다면 개설은행은 위 매입은행에 대하여 더 이상 신용장 선적서류상의 하자를 이유로 신용장 대금의 지급을 거절할 수 없다.

참조조문

[1] 민법 제105조 [2] 제5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 제3조, 제4조 [3] 민법 제492조 [4] 제5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 제14조 디이(d)항 [5] 제5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 제14조 이(e)항

원고,상고인

원고 1 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하창우)

피고,피상고인

주식회사 한미은행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1. 사실관계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가. 원고 주식회사 에베레스트물산(이하 '원고 회사'라고 한다)은 1999. 5.경 미국 법인인 유로몬드 코포레이션(Euro Mond Corporation, 이하 '유로몬드사'라고 한다)과 사이에 원고 회사가 가죽의류 등 제품을 유로몬드사에 수출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였으며, 그 대금은 신용장방식에 의하여 결제하기로 하고, 미국 제너럴뱅크는 1999. 5. 26. 유로몬드사의 의뢰에 의하여 위 제품을 수입하기 위하여 원고 회사를 수익자로 한 금액 미화 105,652.00$로 한 신용장을 개설하였다.

나. 원고 회사는 위 계약의 이행을 위하여 중국 소재 법인인 얀타이 리소스 패션사(Yantai Resource Fashion Co. Ltd, 이하 '얀타이사'라고 한다)와 가공무역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주요 내용은 원고 회사가 얀타이사에게 가죽 원단을 수출하고, 얀타이사는 이를 가공하여 제작한 완제품을 원고 회사에게 납품하되 그 납품처를 유로몬드사로 하기로 하였고, 원고와 피고는 각자 원단대금 및 완제품대금의 지급을 위한 신용장을 개설하기로 하였다.

다. 피고는 1999. 6. 10.경 원고 회사로부터 얀타이사가 제작한 가죽옷 완제품의 수입을 위한 신용장 개설을 의뢰 받고, 1999. 6. 15. 얀타이사를 수익자로 한 금액 미화 99,395.20$의 신용장(신용장 번호 M45A5906NS00096, 이하 '완제품수입신용장'이라고 한다)을 개설하여 얀타이사에 통지하였고, 얀타이사는 1999. 6. 22. 자신의 중국 소재 거래은행인 중국건설은행(China Construction Bank, 이하 '중국건설은행'이라고 한다)에 원고 회사가 수출하는 가죽 원단의 수입을 위한 신용장 개설을 의뢰하였으며, 이에 위 은행은 1999. 6. 28.경 원고 회사를 수익자로 한 금액 미화 70,645.50$의 신용장(신용장 번호 SDY99141, 이하 '원자재수입신용장'이라 한다)을 개설하여 원고 회사에게 통지하였다.

라. 원고 회사는 조속한 완제품 생산을 위하여 원자재수입신용장 개설 이전에 신용장 개설의뢰 사실만 확인한 채, 1999. 6. 24. 운송인인 한중 합작법인 위동항운유한공사의 선박에 얀타이사에게 수출할 가죽 원단을 선적하고 그에 따른 선하증권(이하 '원자재선하증권'이라고 한다)을 교부받았다.

마. 피고는 1999. 6. 30. 원고 회사로부터 원자재수입신용장에 근거한 액면 미화 70,645.50$의 수출환어음과 원자재선하증권을 포함한 선적서류를 매입하였고, 다만 그 대금 미화 70,645.50$는 원고 회사에게 직접 지급하지 않고 피고가 개설한 완제품수입신용장 대금의 상환을 담보하기 위하여 수입보증금으로 피고 은행에 예치하였는데, 피고는 1999. 7. 1. 원자재수입신용장 개설은행인 중국건설은행에게 신용장 대금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중국건설은행은 1999. 7. 15. 피고에게 원자재선하증권의 발행일이 원자재수입신용장의 발행일보다 선행하였다는 이유로 신용장 대금의 지급을 거절하였다.

바. 얀타이사는 가죽 원단이 수입된 뒤 완제품인 가죽옷 1,438장을 제조하여 1999. 8. 3. 운송회사인 지오로지스틱스 베이징사와 운송계약을 체결하고 이를 선적하였으며, 위 회사로부터 선하증권(이하 '완제품선하증권'이라고 한다)을 교부받았는데, 위 완제품선하증권에는 수하인이 피고, 통지처가 원고로 되어 있어 유로몬드사가 얀타이사 제작의 위 완제품을 직접 납품받을 수가 없었고, 이에 원고는 1999. 8. 11.경 자신이 모든 문제를 책임지겠다고 하면서, 위 지오로지스틱스 베이징사와 협력관계에 있는 국내 법인인 지오로지스틱스 주식회사(이하 '지오로지스틱스'라고 한다)에게 수하인을 미국 제네럴뱅크, 통지처를 유로몬드사, 도착지를 미국 로스엔젤레스로 한 이른바 스위치선하증권을 발행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고, 이에 지오로지스틱스는 같은 해 8. 12. 원고 회사의 요청과 같은 스위치선하증권을 발행하여 주었다.

사. 중국건설은행은 얀타이사로부터 완제품 수출에 따른 선적서류를 매입하여 1999. 8. 12. 완제품수입신용장 개설은행인 피고에게 선적서류를 송부하면서 신용장대금 미화 84,563.20$의 지급을 요청하였으나, 피고는 1999. 8. 18. 원고 회사의 지시에 따라, 선하증권의 발행일자가 2차 정정된 신용장 발행일보다 선행할 뿐더러 분할선적이 되어 신용장 조건에 위반하였다는 이유를 들어 완제품수입신용장 대금의 지급을 거절하였다.

아. 원고 회사는 위와 같이 스위치선하증권을 발급받아서 미국 유로몬드사와 사이에 개설된 신용장 및 그 선적서류를 서울은행 휘경동지점에 매입의뢰하였고, 위 은행은 이를 매입한 다음 개설은행인 미국 제너럴뱅크에 스위치선하증권을 포함한 선적서류를 송부하여 신용장 대금을 청구하였으나, 위 제너럴뱅크는 신용장 조건 불합치를 이유로 대금을 지급하지 아니하고 선적서류를 서울은행으로 반환하였고, 원고는 1999. 9. 29. 서울은행에 신용장대금 미화 98,044$와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 합계액 한화 122,857,911원을 매입대금 상환조로 지급하고 위 스위치선하증권을 반환받았다.

자. 피고는 1999. 9. 4.경 원고 회사 이사 소외인으로부터 얀타이사가 유로몬드사와 공모하여 화물을 빼돌리려 하고 있으므로 중국건설은행으로부터 송부받은 완제품선하증권 원본을 교부하여 달라는 요청을 받고, 이에 응하여 완제품수입신용장 대금의 상환 없이 원고 회사에 이를 교부하면서, 그 상환을 담보하기 위하여 1999. 9. 6. 원고 회사로부터 3,000만 원을 담보금(이하 '이 사건 담보금'이라고 한다)으로 예치받았으며, 원고 회사 대표이사인 원고 1 소유의 별지 목록 기재 부동산에 대하여 채권최고액 6,500만 원의 근저당권 설정에 필요한 서류를 교부받았고, 1999. 9. 10. 청구취지 기재 근저당권(이하 '이 사건 근저당권'이라고 한다) 설정등기를 경료하였다.

차. 지오로지스틱스는 1999. 9. 6. 원고 회사로부터 완제품선하증권을 교부받으면서 장차 원고 회사가 위 스위치선하증권을 반환하면 지오로지스틱스는 위 완제품선하증권을 반환하기로 약정하였다.

카. 피고는 1999. 7. 23.과 같은 해 8. 6. 중국건설은행에게 원자재수입신용장 대금의 지급을 최고하였으나 중국건설은행이 계속 거절하자, 원고 회사와의 외국환거래약정에 따라 위 원자재수입신용장 상의 수출환어음에 대한 부도처리를 한 후 원고 회사에게 그 매입대금의 상환을 요구하였고, 1999. 9. 13. 원고 회사가 이를 상환하지 아니하자 완제품수입신용장 대금의 담보로 피고 은행에 예치해 두었던 원고 회사의 원자재수입신용장 매입대금 미화 70,645.50$를 위 부도대금과 상계처리 하였으며, 또한 위 원자재수입신용장 매입대금 미화 70,645.50$에 대한 이자로서 2,963,563원을 이 사건 담보금 30,000,000원에서 상계처리하였다.

타. 유로몬드사와 얀타이사는 1999. 8. 31. 원고 회사를 배제한 채 위 가죽옷 완제품을 유로몬드사가 얀타이사로부터 직접 매수하는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운송인의 미국 법인인 지오로지스틱스 아메리카는 1999. 9. 14.경 완제품선하증권의 원본 없이 그 사본만으로 얀타이사가 제작·선적한 가죽옷 완제품을 유로몬드사에 인도하라는 운송인인 지오로지스틱스 베이징의 요청에 따라 위 완제품을 완제품선하증권 원본과 상환함이 없이 유로몬드사에게 반출하였으며, 유로몬드사는 1999. 9. 17.경 위 완제품에 대한 대금 미화 84,563.20$를 얀타이사에게 직접 송금하였다.

파. 원고 회사는 그 후 지오로지스틱스를 상대로 위 스위치선하증권을 교부하면 위 완제품선하증권을 반환하기로 한 약정에 의거하여 완제품선하증권 인도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2001. 4. 12. 지오로지스틱스는 원고 회사로부터 위 스위치선하증권을 인도 받음과 상환으로 원고 회사에게 위 완제품선하증권을 인도하라는 일부 승소판결을 선고받아 확정되었으며, 중국건설은행은 1999. 8. 20.부터 2000. 1. 7.까지 사이에 피고에 대하여 이미 송부받은 선적서류(완제품선하증권 포함)를 반환하든지 아니면 완제품수입신용장 대금을 지급할 것을 거듭 요구하였다.

2. 원심의 판단

가. 원심은, 이 사건 근저당권과 이 사건 담보금의 피담보채권은 피고가 중국건설은행에게 완제품수입신용장 대금을 지급하게 될 경우 원고 회사에 대하여 가지게 되는 신용장대금상환청구권과 피고가 중국건설은행에 대해 이 사건 선하증권을 반환하지 못하여 중국건설은행에 대하여 손해배상의무를 부담하게 될 경우 원고 회사에 대해 가지게 되는 구상채권을 담보하기 위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고, 피고가 완제품수입신용장 대금 상환채권의 담보로 예치한 70,645.50$를 수출화환어음 매입대금 상환채권에 기하여 상계한 것은 피고와 원고 회사와 사이의 외국환거래약정에 기한 것으로 이는 중국건설은행의 원자재수입신용장 대금의 지급거절이 정당한지 여부를 떠나서 적법한 상계라고 판단하였다.

나. 나아가 원심은, 이 사건 근저당권 및 담보금의 피담보채권의 발생개연성이 소멸되었는지 여부에 대하여, 비록 얀타이사가 유로몬드사와의 직접 거래를 통하여 피혁 완제품의 대금을 회수한 점이나 중국건설은행이 2000. 1. 7. 이후 별다른 신용장 대금 지급요구를 하지 않은 점들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신용장거래의 독립 추상성의 원칙에 비추어 피고는 중국건설은행에 대하여 완제품수입신용장 대금의 지급책임을 면하게 되었다고 볼 수 없고, 피고가 원고 회사의 요구로 완제품수입신용장 대금과 상환함이 없이 원고 회사에게 완제품선하증권을 교부하여 주었다가 중국건설은행의 선적서류 반환요구에 응할 수 없게 된 이상, 위 은행이 그 서류반환의무 불이행을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를 할 경우 피고가 그 책임을 면하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피담보채권이 소멸하였거나 미화 13,890.70$의 범위로 제한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근저당권설정등기말소청구 등 담보권소멸청구를 모두 기각하였다.

3. 이 법원의 판단

가. 신용장에 의한 화환어음 및 선적서류를 매입한 은행이 개설은행에 대하여 신용장 대금의 지급을 구하였는데 개설은행이 그 대금의 지급을 거절한 경우, 위 매입은행은 수익자와 사이의 약정에 의하여 개설은행의 지급거절이 정당한지의 여부와 관계없이 수익자를 상대로 그 신용장 매입대금의 반환을 구할 수 있는 것이다 .

기록에 의하면, 원고 회사와 피고 은행 사이의 외국환거래약정서(을 제2호증) 제11조 제1항 제3호에서 '은행에 매입대금이 입금되지 아니하거나 화환어음의 인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원고 회사는 화환어음의 매입대금을 피고 은행에게 반환할 의무를 부담하기로 약정되어 있고, 피고 은행은 원자재수입신용장의 매입대금 70,645$를 원고에게 지급하지 아니한 채 보증금으로서 보유하고 있다가 위 신용장의 개설은행인 중국건설은행에 의하여 신용장대금의 지급이 거절되자, 원고에 대한 위 신용장 매입대금 반환채권과 위 보증금반환채무와 상계하여 소멸시켰는바, 이는 중국건설은행의 지급거절이 정당한지 여부와 관계없이 매입은행인 피고에게 인정되는 권리로서 정당하다고 할 것이고, 같은 취지의 원심 판단에는 신용장 매입대금 상환 여부와 상계의 가능 여부에 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나. 국제상업회의소 제정 제5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이하 '신용장통일규칙'이라 한다) 제3조 a항은 "신용장은 본질적으로 그 근거가 되는 매매계약 또는 기타 계약과는 별개의 거래이다. 따라서 은행은 신용장에 그러한 계약에 관한 여하한 참고사항이 포함되어 있다 하더라도 그러한 계약과는 전혀 아무 관계가 없으며 또한 이에 구속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같은 조 b항은 "수익자는 어떠한 경우에도 은행 상호간 또는 개설의뢰인과 개설은행 사이에 존재하는 계약관계를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원용할 수 없다."고 규정하며, 제4조는 "신용장거래에서 모든 관계당사자는 서류상으로만 거래를 행하는 것이지 그 서류와 관계되는 상품, 용역 또는 기타 계약이행 등의 거래를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각 규정하여, 신용장거래는 직접적 상품의 거래가 아니라 서류에 의한 거래로서 그 기초가 된 상품의 매매계약과는 관계가 없는 전혀 별개의 거래로 취급된다는 원칙을 나타내고 있는바 ( 대법원 1985. 5. 28. 선고 84다카696, 697 판결 참조), 위와 같은 신용장 거래의 독립 추상성의 원칙에 의하여 매입은행은 그 기초가 된 상품의 거래대금이 실제로 결제되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개설은행에 대하여 그 신용장 대금의 지급을 구할 수 있는 것이고, 나아가 개설은행이 신용장 대금의 지급을 부당하게 거절하였다고 하더라도 매입은행이 개설은행에 대하여 가지는 다른 채권으로써 수익자를 위하여 개설은행을 상대로 반드시 상계를 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고는 할 수 없다 .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이 사건 각 완제품수입신용장의 개설은행인 피고와 원자재수입신용장의 개설은행인 중국건설은행의 각 신용장 대금지급의무의 존부는 각각 독립적으로 판단되어야 하고, 완제품수입신용장의 매입은행인 중국건설은행은 수출자인 얀타이사가 그 완제품 대금을 수령하였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독립한 지위에서 완제품수입신용장의 개설은행인 피고 은행에 대하여 그 신용장 대금의 지급을 구할 수 있으며, 가사 피고 은행이 중국건설은행에 대하여 다른 채권인 이 사건 원자재수입신용장의 대금청구권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가 반드시 이를 상계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아니고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원자재수입신용장의 매입대금의 반환채권을 행사하는 것이 제한되지도 않는다고 한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신용장 거래에 있어 독립 추상성의 원칙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없다.

다. 신용장통일규칙 제14조 d항 ⅰ호는 "개설은행‥‥이 서류를 거절하기로 결정한 경우에는, 전신 또는 전신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다른 신속한 수단으로 지체 없이 그러나 서류를 수취한 다음 날로부터 7영업일 마감 전까지 그러한 사실을 통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면서, ⅱ호는 "그러한 통지에는 은행이 서류를 거절하게 된 모든 하자사항을 명시하여야 하며, 또한 서류제시인이 처분할 수 있도록 서류가 보관중인지 또는 서류가 서류제시인에게 반송중인지도 명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위 규정의 취지에 비추어 신용장 개설은행이 매입은행의 대금 지급청구를 거절할 경우 매입은행에 의하여 제시된 서류는 그 은행이 서류반환청구권을 포기하였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서류제시인인 매입은행에게 반환되어야 한다 ( 대법원 2000. 11. 24. 선고 2000다12983 판결 참조).

또, 신용장통일규칙 제14조 e항은 "개설은행‥‥이 본조의 규정에 따른 조치를 취하지 않거나 서류제시인이 처분할 수 있도록 서류를 보관하거나 또는 서류를 반송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개설은행‥‥은 서류가 신용장조건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상실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개설은행이 신용장 대금의 지급을 거절하면서 그 선적서류를 서류제시은행의 처분지시를 기다려 보관중이라고 통보하였고 이에 서류를 제시한 매입은행이 선적서류를 자신에게 반환하라는 지시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반환하지 않고 있다가 개설의뢰인의 요구에 의하여 이를 임의로 그에게 교부하여 버렸다면 개설은행은 위 매입은행에 대하여 더 이상 신용장 선적서류상의 하자를 이유로 신용장 대금의 지급을 거절할 수 없게 된다 .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위 인정 사실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완제품수입신용장의 개설은행인 피고가 매입은행인 중국건설은행의 대금지급청구에 대하여 분할선적과 선하증권의 선일자 기재를 이유로 들어 그 대금지급을 거절하였고, 그와 동시에 선적서류는 중국건설은행의 지시에 따라 처리하기 위하여 보관중이라고 통보하였다가, 위 중국건설은행이 선적서류를 반환하라고 요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수익자인 원고의 요청에 선뜻 응하여 선적서류 중 선하증권을 원고에게 교부하여 버렸는바, 사정이 이와 같다면 위와 같은 피고의 지급거절 사유가 정당한지 여부와 관계없이 피고는 중국건설은행에 대하여 더 이상 위 선적서류상의 하자를 이유로 신용장 대금의 지급을 거절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같은 취지에서 아직도 위 완제품수입신용장의 매입은행인 중국건설은행이 신용장 대금의 지급을 구할 수 있는 지위에 있고, 사실상 그와 같은 청구를 하지 않고 있다는 사유만으로는 이 사건 근저당권 및 담보금의 피담보채권의 발생가능성이 소멸되었다고 할 수 없다고 한 취지의 원심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신용장 선적서류의 반환과 매입은행의 지위에 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없다.

4. 결 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들이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용우(재판장) 조무제 이규홍 박재윤(주심)

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2001.11.30.선고 2001나415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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