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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2. 10. 25. 선고 2010다75723 판결

[소유권보존등기말소][공2012하,1907]

판시사항

[1] 어떠한 임야가 임야조사령에 따라 동·리 명의로 사정된 경우, 임야의 사정명의인인 동·리의 의미(=행정구역 안에 거주하는 주민들로 구성된 법인 아닌 사단으로서 행정구역과 같은 명칭을 사용하는 주민공동체) 및 행정구역의 변동으로 동·리의 주민공동체가 자연 소멸되는지 여부(소극)

[2] 갑 임야가 임야조사령에 따라 ‘은곡리’ 명의로 사정되었는데, 임야의 사정명의인인 ‘은곡리’와 행정구역인 은곡1리, 은곡2리의 주민들로 구성된 ‘은곡리마을회’의 동일성이 문제 된 사안에서, 갑 임야는 사정 당시 은곡1리와 은곡2리에 존재하고 있던 자연부락에 거주하는 주민들 전부로 구성된 주민공동체의 총유에 속하고, 제반 사정에 비추어 임야의 사정명의인인 ‘은곡리’와 ‘은곡리마을회’는 서로 동일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는 이유로, 이와 달리 본 원심판결에 주민공동체와 비법인사단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어떠한 임야가 일정 아래의 임야조사령에 의하여 동이나 이(리)의 명의로 사정되었다면, 그 동·리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단순한 행정구역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그 행정구역 안에 거주하는 주민들로 구성된 법인 아닌 사단으로서 행정구역과 같은 명칭을 사용하는 주민공동체를 가리킨다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주민공동체는 그 주민 전부가 구성원이 되어서 다른 지역으로부터 입주하는 사람은 입주와 동시에 당연히 그 구성원이 되고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는 사람은 이주와 동시에 당연히 회원의 자격을 상실하는 불특정 다수인으로 조직된 영속적 단체로서, 행정구역의 변동으로 그 주민공동체가 자연 소멸되지 아니한다.

[2] 갑 임야가 임야조사령에 따라 ‘은곡리’ 명의로 사정되었는데, 임야의 사정명의인인 ‘은곡리’와 행정구역인 은곡1리, 은곡2리의 주민들로 구성된 ‘은곡리마을회’의 동일성이 문제 된 사안에서, 사정 당시 은곡리에는 현재의 행정구역인 은곡1리와 은곡2리에 위치한 자연부락만이 존재하고 있었으므로 갑 임야는 사정 당시 은곡1리와 은곡2리에 존재하고 있던 자연부락에 거주하는 주민들 전부로 구성된 주민공동체의 총유에 속하고, 제반 사정에 비추어 임야의 사정명의인인 ‘은곡리’와 행정구역인 은곡1리, 은곡2리의 주민들로 구성된 주민공동체인 ‘은곡리마을회’는 서로 동일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는 이유로, 이와 달리 본 원심판결에 주민공동체와 비법인사단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원고, 상고인

은곡리마을회

피고, 피상고인

청원군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청주로 담당변호사 유재풍 외 3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청주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어떠한 임야가 일정 아래의 임야조사령에 의하여 동이나 이(리)의 명의로 사정되었다면, 그 동·리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단순한 행정구역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그 행정구역 안에 거주하는 주민들로 구성된 법인 아닌 사단으로서 행정구역과 같은 명칭을 사용하는 주민공동체를 가리킨다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주민공동체는 그 주민 전부가 구성원이 되어서 다른 지역으로부터 입주하는 사람은 입주와 동시에 당연히 그 구성원이 되고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는 사람은 이주와 동시에 당연히 회원의 자격을 상실하는 불특정 다수인으로 조직된 영속적 단체로서, 행정구역의 변동으로 그 주민공동체가 자연 소멸되지 아니한다 ( 대법원 2008. 11. 13. 선고 2008다24081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은곡리는 본래 청주군 산외일면 지역으로, 1750년경부터 1776년경(조선 영조시대 후반)까지 동안에는 화장리만 있었다가 1789년경(정조 13년) 부곡리가 조성되었고 1845년경(헌종 11년) 화장리로 통합되었다. 화장리는 1910년경 화장촌, 광암리, 화중리, 은곡리, 군량동으로 분리되었다가 1914년경의 행정구역 개편에 따라 군량동 일부는 내수리로 편입되고 나머지는 ‘은곡리’라 하여 북일면에 편입되었다. 북일면은 2000년경 내수읍으로 승격되었다.

나. 충북 청원군 (이하 생략) 임야 99,974㎡(이하 ‘이 사건 임야’라고 한다)는 임야조사령에 따라 1918. 3. 30. ‘은곡리’ 명의로 사정되었다. 위 사정 당시에는 현재의 행정구역상 충북 청원군 내수읍 은곡1리 및 은곡2리에 위치하는 자연부락에 생활의 터전을 잡고 거주하는 주민들만이 살고 있었는데, 예부터 은곡1리는 ‘오리골’이라고, 은곡2리는 ‘꼬장배기’ 또는 ‘화장리’라고 각 불렸다.

다. 한편 은곡리 서쪽에는 원통리가 위치하고 있는데, 1976년경 원통2리 ‘통샘골’이 공군비행장으로 편입됨에 따라 마을이 사라져 그 주민 일부가 구성2리로 이주하였고 그 주민들이 1980년경 은곡2리 북쪽으로 이주하면서 은곡3리를 구성하게 되었다. 이 지역은 위 이주 전의 거주지 명칭을 따라 ‘통샘골’로 불리고 있다. 한편 은곡4리는 1999년경 덕일아파트 단지가, 은곡5리는 2001년경 천일아파트 단지가, 은곡6리는 2001년경 무지개아파트 단지가 각 세워지면서 새로이 형성되었다.

라. 원심 변론종결일 무렵 은곡1리 내지 은곡6리의 세대수 및 인구수는 은곡1리 60세대 150명, 은곡2리 83세대 201명, 은곡3리 50세대 114명, 은곡4리 714세대 1,334명, 은곡5리 530세대 1,523명, 은곡6리 714세대 1,372명 합계 2,151세대 4,694명이다.

마. 은곡1리, 은곡2리 주민들은 이 사건 임야에서 땔감을 구하여 사용하거나, 마을 주민이나 타지 사람들에게 이 사건 임야 위에 묘지를 설치하도록 허락하고 그 대가를 받아 마을기금으로 사용하는 등 이 사건 임야를 이용하여 왔다. 원심 변론종결일 무렵 이 사건 임야 위에 설치된 분묘는 53기 정도이다.

바. 은곡1리와 은곡2리의 주민들은 2008. 8. 19. 총회를 개최하여, 단체의 명칭을 ‘은곡리마을회’로 정하는 한편 성문화된 마을회 규약을 제정하여 설립목적·대표자·회원·총회 및 의결사항 등을 명확히 하고, 대표자로 은곡2리 이장인 소외인을 선출하였다. 그 후 일부 주민들로부터 소집절차 등의 하자 문제가 제기되자, 다시 은곡1리, 은곡2리 마을주민들에 대한 소집통보를 거쳐서 2009. 8. 3. 총회를 개최하여 주민 201명이 모인 가운데 위 2008. 8. 19.자 총회에서의 결의사항을 모두 추인하였다.

사. 원고의 마을회 규약 제3조 제1항은 “일제 강점기부터 은곡리의 옛 지명인 오리골, 꽃장백이에 생활의 터전을 잡고 거주하고 있는 사람 및 위 마을에 이사를 하여 거주하고 있는 사람은 은곡리 마을(오리골, 꽃장백이)의 주민으로서 마을회의 구성원이 되어 이 규약에서 정한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된다”고 정하고, 제3조 제2항은 “은곡리 마을(오리골, 꽃장백이)에 거주하다 타 지역으로 이사하면 당연히 마을주민의 자격을 상실하고 마을회의 회원에서 탈퇴한 것으로 간주된다”고 정하고 있다.

3.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위의 사실관계를 살펴본다.

이 사건 임야의 사정명의인인 ‘은곡리’는 단순한 행정구역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그 행정구역 내에 거주하는 주민들로 구성된 법인 아닌 사단으로서 행정구역과 같은 명칭을 사용하는 주민공동체를 가리킨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1918. 3. 30. 사정 당시 은곡리에는 현재의 행정구역인 은곡1리(옛 지명 ‘오리골’)와 은곡2리(옛 지명 ‘꼬장배기’ 또는 ‘화장리’)에 위치한 자연부락만이 존재하고 있었고 다른 부락은 없었으므로, 이 사건 임야는 위 사정 당시 은곡1리와 은곡2리에 존재하고 있던 자연부락에 거주하는 주민들 전부로 구성된 주민공동체의 총유에 속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1980년대 이후 은곡3리 내지 은곡6리가 새로 형성되기는 하였으나, 은곡3리 내지 은곡6리의 형성 시기 및 경위, 그 지역적 기반, 주민들의 구성, 생활형태 등에 비추어, 별개의 행정구역으로 분할된 은곡3리 내지 은곡6리의 주민들이 은곡1리, 은곡2리 주민들과 함께 공동편의 및 복지를 위하여 주민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다거나 동일한 자연부락을 이루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편 은곡1리와 은곡2리의 주민들은 이 사건 임야가 은곡리 명의로 사정된 이후로 상당 기간 동안 주민공동체의 의사결정기관이나 업무집행기관 및 대표자 등을 갖추지 못하였던 사정이 있기는 하나, 그러한 사정만으로 은곡1리와 은곡2리 주민들 전부로 구성된 주민공동체가 자연 소멸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은곡1리, 은곡2리의 주민들은 2008. 8. 19.경 및 2009. 8. 3.경 총회결의를 통하여 단체의 명칭을 ‘은곡리마을회’로 정하는 한편, 마을회 규약을 마련하고 의사결정기관과 집행기관인 대표자 등을 갖춤으로써 비법인사단으로서의 조직을 정비하였고, 그 마을회 규약 제3조 제1항 및 제2항의 규정과 그 총회에 참석한 구성원의 범위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그 실질에 있어서 은곡1리, 은곡2리의 주민들 전부로 구성된 주민공동체와 동일한 것으로 보기에 충분하다.

그렇다면 이 사건 임야의 사정명의인인 ‘은곡리’와 원고는 서로 동일하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와 달리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들어 원고가 이 사건 임야의 사정 당시 비법인사단으로서의 실체를 갖추었다고 보기 어렵고, 행정구역인 은곡1리, 은곡2리의 주민들로 구성된 원고가 사정명의인인 ‘은곡리’와 동일한 단체라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주민공동체와 비법인사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고영한(재판장) 양창수(주심) 박병대 김창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