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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0. 7. 23. 선고 2019다277911 판결

[소유권이전등기][미간행]

판시사항

쌍무계약에서 당사자 일방이 미리 자기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할 의사를 표명하였는지 판단하는 방법 및 묵시적으로 이행거절의사를 표명하였다고 인정하기 위한 요건 / 매수인이 매매잔대금 지급의 연기를 수차 요청하였다는 것만으로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할 의사를 명백히 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소극)

참조조문
원고,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임상택)

피고,피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일순)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은, 원고가 잔금 지급기일 하루 전에 피고에게 “이 사건 1토지에 관한 잔금은 준비가 다 되었으니 잔금 날짜에 맞추어 이전해주길 바라며, 나머지 2필지(이 사건 2, 3토지를 가리킨다)에 대하여는 은행 대출이 준비 중이니 잔금 기일을 연기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은 적어도 이 사건 2, 3토지에 관한 이 사건 2계약에 관하여 그 잔금 지급기일에는 잔금의 지급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겠다는 의사를 미리 종국적으로 표시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 등 이 사건 2계약의 매도인은 반대의무인 소유권이전등기의무의 이행제공을 할 필요 없이 이 사건 2계약을 해제할 수 있고, 이 사건 2계약이 해제된 이상 이 사건 1계약도 해제되었다고 판단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일반적으로 쌍무계약에 있어서 당사자의 일방이 미리 자기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할 의사를 표명한 때에는 상대방은 이행의 최고나 자기 채무의 이행의 제공 없이 계약을 해제할 수 있지만, 이러한 의사의 표명 여부는 계약의 이행에 관한 당사자의 행동과 계약 전후의 구체적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서 판단하여야 하고 ( 대법원 1997. 11. 28. 선고 97다30257 판결 , 대법원 2011. 2. 10. 선고 2010다77385 판결 등 참조), 이와 같이 미리 이행하지 아니할 의사를 표시한 경우에 인정되는 계약해제는 상대방의 최고 및 동시이행관계에 있는 자기 채무의 이행제공을 요하지 아니하여 이행지체 시의 계약해제와 비교할 때 계약해제의 요건이 완화되어 있으므로 명시적으로 이행거절의사를 표명하는 경우 외에 계약 당시나 계약 후의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묵시적 이행거절의사를 인정하기 위하여는 분명한 거절의 의사가 명백하고 종국적으로 표시되어야 하며 ( 대법원 2006. 11. 9. 선고 2004다22971 판결 , 2010다77385 판결 등 참조), 매수인이 매도인과 사이의 매매계약에 의한 잔대금지급기일에 잔대금을 지급하지 못하여 그 지급의 연기를 수차 요청하였다는 것만으로는 그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할 의사를 명백히 한 것으로는 볼 수 없다 ( 대법원 1990. 11. 13. 선고 90다카23882 판결 참조).

나.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원심판결 이유를 살펴보면, 원고가 미리 피고에게 이 사건 2계약에 따른 원고의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할 분명할 의사를 명백하고 종국적으로 표시한 것은 아니라고 볼 만한 소지가 다분하다.

다. 그럼에도 그 판시와 같은 사정만으로 원고가 이 사건 2계약에 관하여 이행거절의 의사를 표시하였다고 본 원심판결에는 이행거절로 인한 계약해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계약의 이행에 관한 당사자의 행동과 계약 전후의 구체적 사정 및 반대의무의 이행제공 여부 등에 관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에 관한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라. 한편 이 사건 1토지에 관한 이 사건 1계약과 이 사건 2, 3토지에 관한 이 사건 2계약의 각 체결 경위, 위 각 토지의 위치와 용도, 각 대금의 결정 방식과 지급기일 등의 사정을 고려할 때 원고와 피고 등 위 각 계약 당사자는 각 계약의 취급을 같이하기로 한 것이라고 볼 여지가 충분하므로, 만일 원고가 이 사건 2계약에 따른 잔금 지급 등 의무의 이행을 게을리하는 때에는 설령 이 사건 1계약에 따른 의무의 이행을 완료하였더라도 이 사건 2계약뿐 아니라 이 사건 1계약까지 함께 해제할 권한이 발생할 수 있음을 지적하여 둔다.

3.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상환(재판장) 박상옥 안철상(주심) 노정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