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집28권 1집 603~616] [전원재판부]
1.“여호주가 사망하거나 출가하여 호주상속이 없이 절가된 경우, 유산은 그 절가된 가(家)의 가족이 승계하고 가족이 없을 때는 출가녀(出家女)가 승계한다.”는 구 관습법(이하‘이 사건 관습법’이라 한다)이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적극)
2.이 사건 관습법이 평등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소극)
1. 민법(1958. 2. 22. 법률 제471호로 제정된 것) 시행 이전의“여호주가 사망하거나 출가하여 호주상속이 없이 절가된 경우, 유산은 그 절가된 가(家)의 가족이 승계하고 가족이 없을 때는 출가녀(出家女)가 승계한다.”는 구 관습법은 민법 시행 이전에 상속 등을 규율하는 법률이 없는 상황에서 절가된 가(家)의 재산분배에 관하여 적용된 규범으로서, 비록 형식적 의미의 법률은 아니지만 실질적으로는 법률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 그렇다면 법률과 같은 효력을 가지는 이 사건 관습법도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고, 단지 형식적 의미의 법률이 아니라는 이유로 그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재판관 이진성, 재판관 김창종, 재판관 조용호의 각하의견
관습법은 형식적 의미의 법률과 동일한 효력이 없으므로 헌법재판소의 위헌법률심판이나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른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관습법의 승인, 소멸은 그것에 관한 사실인정이 전제되어야 하고, 법원(法院)이 관습법을 발견하고 법적 규범으로 승인되었는지 여부를 결정할 뿐 아니라 이미 승인된 관습법의 위헌, 위법 여부는 물론 그 소멸 여부에 대하여도 판단하고 있으므로 관습법에 대한
위헌심사는 법원이 담당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 사건에서 적용된 구 관습법은 민법의 시행으로 인하여 이미 폐지된 것으로서 청구인은 구 관습법의 위헌성을 다투는 형식을 취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폐지된 구 관습법에 의하여 이미 정리된 재산분배의 사실관계를 다투는 것에 불과하여 만약 헌법재판소가 이 사건에서 이미 폐지된 구 관습법을 위헌이라고 선언한다면 그것은 실제로는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의하여 금지된 재판소원을 인용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관습법은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지 않아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를 모두 각하하여야 한다.
각하의견에 대한 재판관 조용호의 보충의견
관습법은 헌법상 근거를 가진 것이 아닐 뿐만 아니라 국회가 관여한 바도 없기 때문에 관습법에 대한 위헌심사는 헌법이 예정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관습법을 헌법재판소의 위헌심사의 대상으로 한다면, 나아가‘법의 일반 원칙’인 조리(條理)도 위헌심사의 대상이 된다고 보아야 할 것인데, 이러한 결과가 우리 헌법이 예정한 헌법재판소의 규범통제기능에 속하지 아니함은 분명하다. 민법 제1조는 민사관계를 규율하는 기준·원칙과 그 순서를 정하고 있는 것이지, 관습법에 대하여 법률과 같은 효력을 인정하는 취지가 아니다. 법의 존재형식내지인식근거로서법원(法源)은헌법에서 선언되어야 하나 우리 헌법은 관습법에 관하여 아무런 언급도 하고 있지 않다.
2. 본안에 관한 판단
재판관 박한철, 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강일원, 재판관 서기석의 합헌의견
이 사건 관습법은 그 자체로는 절가된 가의 재산을 청산할 때 가적 내에 남아 있는 사람과 출가 또는 분가한 사람을 차별취급하고 있을 뿐 성별의 차이를 이유로 남성과 여성을 차별 취급하는 것이 아니다. 출가한 여성이 자신의 가를 떠나 부(夫)의 가에 입적하게 되어 절가된 가의
호주와 같은 가적에 남아 있지 않게 되는 것은 별도의 관습법에 따른 것이지 이 사건 관습법으로 인한 차별이라고 볼 수 없다. 이 사건 관습법이 절가된 가의 재산을 그 가적에 남아 있는 가족에게 우선 승계하도록 하는 것은 가의 재산관리나 제사 주재 등 현실적 필요와 민법 시행 이전의 사회상황과 문화를 반영한 것으로 나름대로 합리적 이유가 있었다. 또한 호주가 살아 있을 때 출가한 여성에게 재산의 일부 또는 전부를 분재할 수도 있는 것이어서 이 사건 관습법으로 인하여 출가한 여성이 상속으로부터 완전히 배제되는 것도 아니었다. 헌법 시행 이전에 성립된 평등원칙에 어긋나는 구 관습법이 헌법 제정과 동시에 모두 위헌이 되고 소급하여 실효된다고 볼 수는 없다. 민법의 제정 및 시행으로 이미 폐지된 구 관습법에 대하여 역사적 평가를 넘어 현행 헌법을 기준으로 소급적으로 그 효력을 모두 부인할 경우 이를 기초로 형성된 모든 법률관계가 한꺼번에 뒤집어져 엄청난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 이상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민법 시행으로 폐지된 이 사건 관습법이 절가된 가의 유산 귀속순위를 정함에 있어 합리적 이유 없이 출가한 여성을 그 가적에 남아 있는 가족과 차별하여 평등원칙에 위배되었다고 볼 수 없다.
재판관 이정미, 안창호의 위헌의견
헌법 제36조 제1항은 혼인과 가족생활에서 양성의 평등대우를 정하고 있으므로 남녀의 성을 근거로 하여 차별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금지되고, 성질상 남성 또는 여성에게만 특유하게 나타나는 문제의 해결을 위하여 필요한 예외적 경우에 한하여 성차별적 규율이 정당화된다. 이 사건 관습법은 호주를 정점으로 하는 남계 혈통을 중요시하는 호주제를 기반으로 가(家)의 재산은 타가(他家)에 있는 자에게 유출되어서는 안 된다는 관념을 토대로 한 것이며, 그 근저에는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깔려 있다. 이 사건 관습법은 혼인으로 인해 종래 소속되어 있던 자신의 가를 떠나 부(夫)의 가 일원이 되는 출가녀와, 혼인을 하더라도 여전히 동일한 가적 내에 남게 되는 남성을 유산 승계에 있어 차별 취급
하고 있다. 구체적 규범통제의 심사기준은 원칙적으로 헌법재판을 할 당시에 규범적 효력을 가지는 헌법이라 할 것이므로, 이 사건 관습법은 현행 헌법 하에서 용인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특히 이 사건 관습법은 민법의 시행 전에 개시된 상속에 관하여는 그대로 적용되므로(민법 부칙 제25조 제1항), 이미 폐지된 관습법이라 하더라도 그 효력을 상실시킬 필요성은 여전히 인정된다. 이 사건 관습법은 절가된 가의 재산을 청산함에 있어서 합리적인 이유없이 남성과 여성을 달리 취급하므로, 혼인과 가족생활에 있어 양성의 평등을 보장하는 헌법 제36조 제1항에 위반된다고 할 것이다.
민법 시행 이전의 구 관습법 중 “여호주가 사망하거나 출가하여 호주상속인 없이 절가된 경우, 유산은 그 절가된 가(家)의 가족이 승계하고 가족이 없을 때는 출가녀(出家女)가 승계한다.”는 부분
헌법 제11조 제1항, 제2항, 제34조, 제36조 제1항, 제111조 제1항 제1호, 제5호
헌법재판소법 제23조 제2항 단서 제1호, 제41조 제1항, 제68조 제1항, 제2항
민법(1958. 2. 22. 법률 제471호로 제정된 것) 제1조(법원) 민사에 관하여 법률에 규정이 없으면 관습법에 의하고 관습법이 없으면 조리에 의한다.
민법(1958. 2. 22. 법률 제471호로 제정된 것) 부칙 제25조(상속에 관한 경과규정) ① 본법 시행일전에 개시된 상속에 관하여는 본법 시행일후에도 구법의 규정을 적용한다.
② 생략
민법(1990. 1. 13. 법률 제4199호로 개정된 것) 제1008조의3(분묘등의 승계) 분묘에 속한 1정보이내의 금양임야와 600평이내의 묘토인 농지, 족보와 제구의 소유권은 제사를 주재하는 자가 이를 승계한다.
대법원 1979. 2. 27. 선고 78다1979, 1980 판결대법원 1983. 6. 14. 선고 80다3231 판결대법원 1990. 8. 14. 선고 89다카25394 판결대법원 2003. 7. 24. 선고 2001다48781 판결대법원 2005. 7. 21. 선고 2002다1178 판결대법원 2012. 3. 15. 선고 2010다53952 판결
청 구 인유○수대리인 변호사 권오갑
당해사건1.서울중앙지방법원 2012나51294 소유권이전등기말소(2013헌바396)
2.서울중앙지방법원 2013나39796 소유권확인( 2014헌바394 )
1. 사건개요
가. 청구인의 어머니인 이○정은 이○재와 박○숙의 유일한 자녀로 1940. 2. 12.경 혼인하여 이○재의 호적에서 제적되었다. 이○재는 1948. 3. 28. 사망하여 박○숙이 여호주가 되었는데, 박○숙도 민법 시행 이전인 1954. 3. 3. 사망하였다. 박○숙 사망 당시 호적부에는 이○재의 이복동생 이□재와 이□재의 처 민○옥, 이□재의 자녀들이 가족으로 남아 있었다. 이□재는 1963. 6. 26. 일가창립신고를 하였고, 이○재의 가는 1969. 7. 8. 호적이 말소되었다.
나. 이○정은 이○재 소유의 천안시 동남구 ○○면 ○○리 ○○ 전 1,203㎡ 외 7필지를 최○영 등이 허위의 보증서 및 확인서를 이용하여 소유권이전등기
를 마쳤다고 주장하면서 2011. 5. 31. 최○영 등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유권이전등기말소 청구 소송을 제기하였다. 그런데 2011. 7. 20. 이○정이 사망하여 그 자녀인 청구인이 소송을 수계하였다. 법원은 민법 시행 전의 구 관습법상 여호주가 사망하고 호주상속인이 없어 절가(絶家)되는 경우 그 유산은 절가된 가(家)의 가족이 출가녀에 우선하여 승계하므로 이○정에게 위 토지가 귀속었음을 전제로 하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이유로 청구인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청구인은 항소심(2013헌바396사건의 당해사건)에서 위 관습법에 대한 위헌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관습법은 위헌법률심판의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각하되자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다. 청구인은 2012. 8. 20. 절가된 이○재 가의 유산이 청구인의 어머니 이○정에게 귀속되었음을 전제로 대한민국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파주시 ○○면 ○○리 ○○ 전 4,264㎡의 소유권 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으나 2013. 7. 15. 패소하였다. 청구인은 항소심( 2014헌바394 사건의 당해사건)에서 여호주가 사망하고 호주상속인이 없어 절가되는 경우 그 유산은 절가된 가의 가족이 출가녀에 우선하여 승계한다는 구 관습법에 대하여 위헌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위와 같은 이유로 각하되자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민법 시행 이전의 구 관습법 중“여호주가 사망하거나 출가하여 호주상속인 없이 절가된 경우, 유산은 그 절가된 가(家)의 가족이 승계하고 가족이 없을 때는 출가녀(出家女)가 승계한다.”는 부분(다음부터‘이 사건 관습법’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3. 청구인의 주장
이 사건 관습법은 호주가 사망한 경우와 호주가 아닌 가족이 사망한 경우를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여, 호주가 사망한 경우 차남 이하의 중자에게만 분재청구권을 인정하고 여성에게는 분재청구권을 인정하지 아니함으로써 평등원칙에 위배되고, 사회적 특수계급제도를 부인하고 있는 헌법 제11조 제2항에 위반된다. 또 여성에게 분재청구권을 인정하지 아니하는 이 사건 관습법은 여성의 복지와 권익 향상을 위해 노력하여야 하는 국가의무를 규정한 헌법 제34조 및 혼인과 가족생활, 그리고 모성보호를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36조에도 위반된다.
4. 이 사건 관습법이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
가.재판관 박한철, 재판관 이정미, 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안창호, 재판관
강일원, 재판관 서기석의 다수의견
관습법은 사회의 거듭된 관행으로 생성된 사회생활규범이 사회의 법적 확신과 인식에 따라 법적 규범으로 승인되고 강행되기에 이르러 법원(法源)으로 기능하게 된 것이다. 법원(法院)은 여러 차례 심판대상인 분재청구권에 관한 관습이 우리 사회에서 관습법으로 성립하여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상속 등에 관한 재판규범으로 적용하여 왔다(대법원 1979. 2. 27. 선고 78다1979, 1980 판결; 대법원 1990. 8. 14. 선고 89다카25394 판결; 대법원 2012. 3. 15. 선고 2010다53952 판결 등). 그런데 이 사건 관습법은 민법 시행 이전에 상속 등을 규율하는 법률이 없는 상황에서 절가된 가(家)의 재산분배에 관하여 적용된 규범으로서, 비록 형식적 의미의 법률은 아니지만 실질적으로는 법률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
헌법 제111조 제1항 제1호, 제5호 및 헌법재판소법 제41조 제1항, 제68조 제2항에 따르면 위헌심판의 대상을‘법률’이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법률’이라고 함은 국회의 의결을 거친 형식적 의미의 법률뿐만 아니라 법률과 같은 효력을 갖는 조약 등도 포함된다. 이처럼 법률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 조약 등을 위헌심판의 대상으로 삼음으로써 헌법을 최고규범으로 하는 법질서의 통일성과 법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헌법에 합치하는 법률에 의한 재판을 가능하게 하여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기여할 수 있다. 그렇다면 법률과 같은 효력을 가지는 이 사건 관습법도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고, 단지 형식적 의미의 법률이 아니라는 이유로 그 예외가 될 수는 없다(헌재 2013. 2. 28. 2009헌바129 ).
나. 재판관 이진성, 재판관 김창종, 재판관 조용호의 각하의견
우리는 이 사건 관습법이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지 않아 이 사건 헌법소원청구를 모두 각하하여야 한다고 생각하므로 다음과 같은 각하의견을 밝힌다. 재판관 이진성, 재판관 김창종은 헌재 2013. 2. 28. 2009헌바129 결정에서 관습법도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된다고 판단하였으나, 아래와 같은 이유로 인하여 종전 견해를 변경한다.
(1) 법원의 제청에 의한 위헌법률심판 또는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른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는‘법률’이 국회의 의결을 거친 이른바 형식적 의미의 법률을 의미하는 것에는 아무런 의문이 있을 수 없다(헌재 1995. 12. 28. 95헌바3 참조). 그 밖에 형식적 의미의 법률은 아니나 국회의 동의를 얻어 체결되고 법률과 같은 효력을 가지는 조약 등‘형식적 의미의 법률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 규범들도 여기에 포함된다(헌재 1999. 4. 29. 97헌가14 ; 헌재 2001. 9. 27. 2000헌바20 ; 헌재 2013. 3. 21. 2010헌바70 등 참조). 이때‘형식적 의미의 법률과 동일한 효력’이 있느냐 여부는 그 규범의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법률적 효력의 유무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헌재 2013. 3. 21. 2010헌바70 등).
관습법은 사회의 거듭된 관행으로 생성한 사회생활규범이 사회의 법적 확신과 인식에 의하여 법적 규범으로 승인되고 강행되기에 이른 것을 말하는데, 그러한 관습법은 법원(法源)으로서 법령에 저촉되지 아니하는 한 법칙으로서의 효력이 있는 것이다(대법원 1983. 6. 14. 선고 80다3231 판결 참조). 즉 성문법은 관습법을 폐지할 수 있지만 관습법은 성문법을 폐지할 수 없고, 민사에 관한 관습법은 법원(法院)에 의하여 발견되며 성문의 법률에 반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한하여 보충적인 법원(法源)이 되는 것에 불과하다(민법 제1조).
따라서 관습법은 형식적 의미의 법률과 동일한 효력이 없으므로 헌법재판소의 위헌법률심판이나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른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이다.
(2) 다수의견은 헌법을 최고규범으로 하는 법질서의 통일성과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관습법을 헌법재판소의 심판대상에 포함시킨다고 하나, 관습법이 존재하는지 여부 즉 사회의 거듭된 관행과 그것이 법적 구속력을 가진다는 사회의 법적 확신이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는 사실인정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법원이 판단하지 않을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원래 관습법이란 고정된 것이 아니고, 계속 진화하고 변화하는 것이어서 사실인정의 최종심인 법원이 관습법의 존재는 물론 관습법의 변화를 파악하여 관습법을 발전시킬 수 있다.
법원이 사회의 거듭된 관행으로 생성된 어떤 사회생활규범이 법적 규범인 관습법으로 승인되기에 이르렀다고 선언하기 위하여는, 헌법을 최상위 규범으로 하는 전체 법질서에 반하지 아니하는 것으로서 정당성과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대법원 2003. 7. 24. 선고 2001다48781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나아가 사회생활규범이 관습법으로 승인되었다고 하더라도 사회 구성원들이 그러한 관행의 법적 구속력에 대하여 확신을 갖지 않게 되었다거나, 사회를 지배하는 기본적 이념이나 사회질서의 변화로 인하여 그러한 관습법을 적용하여야 할 시점에 있어서의 전체 법질서에 부합하지 않게 되었다면, 법원은 그러한 관습법에 대하여는 법적 규범으로서의 효력을 부정할 수
밖에 없다(대법원 2005. 7. 21. 선고 2002다1178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이와 같이 관습법의 승인, 소멸은 그것에 관한 사실인정이 전제되어야 하고, 법원(法院)이 관습법을 발견하고 법적 규범으로 승인되었는지 여부를 결정할 뿐 아니라 이미 승인된 관습법의 위헌, 위법 여부는 물론 그 소멸 여부에 대하여도 판단하고 있으므로 관습법에 대한 위헌심사는 법원이 담당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렇기 때문에 재판소원이 인정되는 독일에서조차도 법원이 관습법의 위헌 여부 판단에 관하여는 헌법재판소에 결정을 구할 수 없다.
(3) 더구나 이 사건에서 적용된 구 관습법은 민법의 시행으로 인하여 이미 폐지된 것으로서 청구인은 구 관습법의 위헌성을 다투는 형식을 취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폐지된 구 관습법에 의하여 이미 정리된 재산분배의 사실관계를 다투는 것에 불과하여, 만약 헌법재판소가 이 사건에서 이미 폐지된 구 관습법을 위헌이라고 선언한다면 그것은 실제로는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의하여 금지된 재판소원을 인용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4) 따라서 이 사건 관습법은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지 않아 이 사건 헌법소원청구는 모두 각하하여야 한다.
다. 재판관 조용호의 재판관 3인의 각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나는 이 사건 관습법이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각하의견에 동의하면서, 아래와 같은 의견을 통하여 이를 보충하기로 한다.
(1) 관습법은 헌법상 근거를 가진 것이 아닐 뿐만 아니라 국회가 관여한 바도 없기 때문에 관습법에 대한 위헌심사는 헌법이 예정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관습법을 헌법재판소의 위헌심사의 대상으로 한다면, 나아가 관습법에 대하여 보충적인‘법의 일반 원칙’인 조리(條理)도 위헌심사의 대상이 된다고 보아야 할 것인데, 이러한 결과가 우리 헌법이 예정한 헌법재판소의 규범통제기능에 속하지 아니함은 분명하다.
(2) 다수의견은 관습법이 법률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고 한다. 그러나“민사에 관하여 법률에 규정이 없으면 관습법에 의하고 관습법이 없으면 조리에 의한다.”고 규정한 민법 제1조는 민사관계를 규율하는 기준·원칙과 그 순서를 정하고 있는 것이지, 관습법에 대하여 법률과 같은 효력을 인정하는 취지가 아니다. 민사관계를 규율하고 재판을 통하여 분쟁을 해결할 때 그 재판의 준거(準據) 내지 심판의 기준으로서 성문법(법률, 명령, 조약, 자치법규 등)이 없으면 관습법을 보충적으로 적용하여 규율·판단하라는 것이다. 법의 존재형식 내지 인식근거로서 법원(法源)은 민법에서 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헌법에
서 선언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 헌법은 관습법에 관하여 아무런 언급도 하고 있지 않다.
5. 본안에 관한 판단
가.재판관 박한철, 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강일원, 재판관 서기석의 합헌의견
(1) 쟁점 정리
이 사건 관습법은 절가(絶家)된 가의 유산 귀속을 정할 때 출가한 여성을 가적(家籍)에 남아 있는 가족보다 후순위로 정함으로써 출가한 여성을 차별취급한다는 점에서 평등원칙 위배 여부가 문제된다. 청구인은 이 사건 관습법이 사회적 특수계급을 인정하지 않는 헌법 제11조 제2항에 위반된다고 주장하지만, 이 사건 관습법이 신분계급 등 사회적 특수계급을 인정하는 내용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청구인의 이 부분 주장은 결국 이 사건 관습법이 평등원칙에 위배된다는 주장과 같은 취지라고 볼 것이므로 이에 대하여 따로 판단하지 아니한다. 청구인은 이 사건 관습법이 절가(絶家)된 가의 유산 귀속을 정하면서 출가한 여성을 차별취급하는 것은 헌법 제34조와 제36조 제1항에도 위반된다는 주장도 한다. 그러나 이 주장에 대한 판단은 평등원칙 위배 여부와 사실상 같은 내용의 판단이 될 수밖에 없으므로 헌법 제34조 및 제36조 제1항의 위반 여부도 별도로 판단하지 아니한다.
(2) 평등원칙 위배 여부
이 사건 관습법은 그 자체로는 절가된 가의 재산을 청산할 때 가적 내에 남아 있는 사람과 출가 또는 분가한 사람을 차별취급하고 있을 뿐 성별의 차이를 이유로 남성과 여성을 차별 취급하는 것이 아니다. 입양 혹은 분가 등의 사유로 가적에 남아 있지 않은 남자도 가적에 있는 가족에 비하여 후순위가 되고, 가적에 남아 있는 여성은 이 사건 관습법에 따라 차별취급을 받지 않는다. 출가한 여성이 자신의 가를 떠나 부(夫)의 가에 입적하게 되어 절가된 가의 호주와 같은 가적에 남아 있지 않게 되는 것은 별도의 관습법에 따른 것이지 이 사건 관습법으로 인한 차별이라고 볼 수 없다.
한편, 이 사건 관습법이 절가된 가의 재산을 그 가적에 남아 있는 가족에게 우선 승계하도록 하는 것은 가의 재산관리나 제사 주재 등 현실적 필요와 민법 시행 이전의 사회상황과 문화를 반영한 것으로 나름대로 합리적 이유가 있었다. 즉, 민법 시행 전 가의 재산은 호주를 중심으로 한 가의 재산으로서 그 재산을 바탕으로 생활하고 제사를 모시면서 일가를 유지·승계한다는 의미도 가지고 있었다. 그러므로 절가된 가의 재산을 분배하는 경우, 이러한 가의 재
산의 성격과 당시의 호주승계 및 재산상속 제도를 종합적으로 반영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하여야 한다. 절가된 가의 재산 분배순위에서 그 가적에 있는 가족을 우선하고 출가한 여성이나 분가한 남성을 후순위로 한 것은 토지를 중심으로 한 가의 재산으로부터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을 수 있는 출가한 사람이 가의 재산관리나 제사를 주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 현재도 민법 제1008조의3에서 제사주재자에게 묘토인 농지, 족보와 제구의 우선상속권이 인정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관습법은 전통문화가 강력하게 남아 있고 관습법이 가족법 관계 전반을 규율하던 민법 시행 이전에는 나름대로 합리성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호주가 살아 있을 때 출가한 여성에게 재산의 일부 또는 전부를 분재할 수도 있는 것이어서, 이 사건 관습법으로 인하여 출가한 여성이 상속으로부터 완전히 배제되는 것도 아니었다.
민법 시행 전까지 효력이 있던 구 관습법은 상당수가 현행 헌법을 기준으로 보면 평등원칙에 어긋나는 것일 수 있다. 그러나 헌법 시행 이전에 성립된 평등원칙에 어긋나는 구 관습법이 헌법 제정과 동시에 모두 위헌이 되고 소급하여 실효된다고 볼 수는 없다. 민법의 제정 및 시행으로 구 관습법은 이미 폐지되었다. 그런데 이미 폐지된 구 관습법에 대하여 역사적 평가를 넘어 현행 헌법을 기준으로 소급적으로 그 효력을 모두 부인할 경우 이를 기초로 형성된 모든 법률관계가 한꺼번에 뒤집어져 엄청난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 헌법과 민법이 시행되기 전 사회 구성원의 법적 확신과 인식에 따라 법적 규범으로 승인되고 강행되어 온 구 관습법을 그 뒤 만들어지고 발전된 헌법이론에 따라 소급하여 무효라고 선언할 수는 없는 것이다. 만약 헌법재판소의 재판부가 새로 구성될 때마다 구 관습법의 위헌성에 관하여 달리 판단한다면, 구 관습법의 적용을 기초로 순차 형성된 무수한 법률관계를 불안정하게 함으로써 국가 전체의 법적 안정성이 무너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이상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민법 시행으로 폐지된 이 사건 관습법이 절가된 가의 유산 귀속순위를 정함에 있어 합리적 이유 없이 출가한 여성을 그 가적에 남아 있는 가족과 차별하여 평등원칙에 위배되었다고 볼 수 없다.
나. 재판관 이정미, 재판관 안창호의 위헌의견
우리는 이 사건 관습법이 혼인과 가족생활에서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에 관한 국가의 보장의무를 규정한 헌법 제36조 제1항에 위반된다고 생각하므로 다음과 같이 위헌의견을 밝힌다.
(1) 헌법 제36조 제1항은 혼인과 가족생활에서 양성의 평등대우를 명하고
있으므로 남녀의 성을 근거로 하여 차별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금지되고, 성질상 남성 또는 여성에게만 특유하게 나타나는 문제의 해결을 위하여 필요한 예외적 경우에 한하여 성차별적 규율이 정당화된다. 과거 전통적으로 남녀의 생활관계가 일정한 형태로 형성되어 왔다는 사실이나 관념에 기인하는 차별, 즉 성역할에 관한 고정관념에 기초한 차별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헌재 2005. 2. 3. 2001헌가9 등).
(2) 이 사건 관습법은 출가한 여성보다 망 호주와의 촌수가 멀더라도 동일 가적 내에 있는 가족에게 우선적으로 절가된 가의 유산을 귀속시키도록 하고 있다. 이는 호주를 정점으로 하는 남계 혈통을 중요시하는 호주제를 기반으로 가(家)의 재산은 타가(他家)에 있는 자에게 유출되어서는 안 된다는 관념을 토대로 한 것이며, 그 근저에는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깔려 있다. 합헌의견은 이 사건 관습법이 그 자체로는 가적 내에 남아 있는 사람과 출가 또는 분가한 사람을 차별 취급하고 있을 뿐 남성과 여성을 차별 취급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나, 이 사건 관습법은 혼인으로 인해 종래 소속되어 있던 자신의 가를 떠나 부(夫)의 가 일원이 되는 출가녀와, 혼인을 하더라도 여전히 동일한 가적 내에 남게 되는 남성을 유산 승계에 있어 차별 취급하고 있고, 이러한 차별이 그 성질상 오로지 남성 또는 여성에게만 특유하게 나타나는 문제의 해결을 위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다.
합헌의견은 가의 재산관리나 제사 주재와 같은 현실적 필요성을 이유로 이 사건 관습법이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다고 하나, 이 사건 관습법은 가의 재산관리나 제사 주재에 필요한 범위로 제한하지 않고 절가된 가의 유산 전부를 그 가적 내의 가족이 승계하도록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절가된 자의 가족이 없는 경우에는 가의 재산관리나 제사 주재와 관련이 없는 출가녀에게도 유산을 승계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가의 재산관리나 제사 주재의 현실적 필요성이 이 사건 관습법의 진정한 목적인지에 대하여도 의문이 든다. 한편, 호주가 살아있을 때 출가한 여성에게 재산의 일부 또는 전부를 분재할 수 있다 하더라도 이는 오로지 호주가 살아있는 동안에 그의 의사에 따라 여성에게 재산을 분재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에 불과할 뿐, 이 사건 관습법이 호주가 사망한 이후 절가된 가의 유산 승계에 있어 남성과 여성을 달리 취급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사유가 될 수는 없다.
해석은 헌법이 내포하고 있는 특정한 가치를 탐색·확인하고 이를 규범적으로 관철하는 작업이므로, 구체적 규범통제의 심사기준은 원칙적으로 헌법재판을 할 당시에 규범적 효력을 가지는 헌법이라 할 것이고(헌재 2013. 3. 21. 2010헌바70 등), 혼인과 가족생활에서 양성의 평등을 보장하는 헌법 제36조 제1항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관습법은 남성과 여성을 합리적인 이유없이 차별하여 혼인과 가족생활에서 양성의 평등을 저해하는 것이므로 현행 헌법 하에서 용인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특히 이 사건 관습법은 민법의 시행 전에 개시된 상속에 관하여는 그대로 적용되므로(민법 부칙 제25조 제1항), 이미 폐지된 관습법이라 하더라도 그 효력을 상실시킬 필요성은 여전히 인정된다.
(3) 한편, 헌법재판소는 남계혈통 중심의 가의 유지와 계승이라는 관념에 근거한 호주제가 헌법 제36조 제1항에 위반된다고 보아 헌법불합치 결정을 한 바 있다(헌재 2005. 2. 3. 2001헌가9 등 참조). 그런데 이 사건 관습법은 헌법재판소가 호주제의 위헌적 요소로 언급한 호주 승계 순위 및 혼인 시 신분관계 형성의 차별적 요소를 모두 가지고 있다. 이는 일본식 가(家) 제도와 호주제도의 원리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창출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헌법재판소가 호주제에 대하여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면서 호주제를 기반으로 하여 그 위헌적 요소를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이 사건 관습법에 대하여는 이미 확정된 과거의 법률관계라는 이유로 위헌 선언을 하지 않는다면 헌법질서 및 가치의 수호, 유지라는 헌법재판소의 역할을 외면하는 것이 된다.
(4) 결국 이 사건 관습법은 절가된 가의 재산을 청산함에 있어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남성과 여성을 달리 취급하므로, 혼인과 가족생활에 있어 양성의 평등을 보장하는 헌법 제36조 제1항에 위반된다고 할 것이다.
6. 결 론
이 사건 관습법에 관하여 재판관 이진성, 재판관 김창종, 재판관 조용호의 각하의견, 재판관 박한철, 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강일원, 재판관 서기석의 합헌의견, 재판관 이정미, 재판관 안창호의 위헌의견으로 나뉘었는바, 위헌의견에 찬성한 재판관이 2인이어서 헌법재판소법 제23조 제2항 단서 제1호에 정한 헌법소원의 인용결정의 정족수에 미달하므로, 이 사건 관습법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는 선고를 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박한철(재판장) 이정미 김이수 이진성 김창종 안창호 강일원 서기석 조용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