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공1998.6.1.(59),1556]
[1] 사기죄의 요건으로서의 기망의 의미와 고의의 내용
[2] 후순위 근저당권자로 하여금 그 담보가치를 보전하는 범위 내에서 선순위 담보물권의 피담보채무를 대위변제하게 한 행위에 사기죄의 범의를 부인한 사례
[1] 사기죄는 타인을 기망하여 그로 인한 하자 있는 의사에 기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득을 취득할 때 성립하고, 사기죄의 요건으로서의 기망은 널리 재산상의 거래관계에 있어서 서로 지켜야 할 신의와 성실의 의무를 저버리는 모든 적극적 또는 소극적 행위를 말하며, 사기죄의 성립에 있어서 피해자에게 손해를 가하려는 목적을 필요로 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타인의 재물 또는 이익을 침해한다는 의사와 피기망자로 하여금 어떠한 처분을 하게 한다는 의사는 있어야 한다.
[2] 후순위 근저당권자로 하여금 그 담보가치를 보전하는 범위 내에서 선순위 담보물권의 피담보채무를 대위변제하게 한 행위에 사기죄의 범의를 인정한 원심판결을 채증법칙 위배 등을 이유로 파기한 사례.
피고인
피고인
법무법인 나라종합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이종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상고이유를 본다.
원심이 유지한 제1심판결의 이유에 의하면, 제1심은 고소인 김혜한 및 부동산중개업자인 유경배의 제1심법원 및 수사기관에서의 각 진술과 이 사건 부동산의 당초 등기명의자인 강순애 및 사채업자인 최기문의 수사기관에서의 각 진술과 이 사건 부동산(대지 및 지상 건물)에 관한 등기부등본의 기재를 증거로 채용하여, 피고인이 1993년 3월 초순 일자불상경 피해자 김혜한을 만나 원주시 반곡동 1602의 1에 있는 군부대부지 15만 평 상당을 피고인과 공소외 손태준, 윤충섭 등이 금 20억 원에 불하받으려 하는데 중도금이 모자라므로 중도금으로 금 4억 5천만 원을 투자하면 땅을 처분하여 금 5억 원을 지급하겠다고 거짓말하여 이에 속은 위 피해자로부터 그시경 금 4억 5천만 원을 교부받은 후 약속대로 위 금 5억 원을 지급하지 못하여 동인으로부터 군부대토지사기사건으로 여주지청에 고소당하게 되자 피해변제의 일환으로 1993. 11. 26. 위 윤충섭의 처인 공소외 강순애 소유의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피해자 명의로 채권최고액 금 4억 5천만 원에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하여 준 후 자신이 이 사건 부동산을 처분하여 피해를 변제하여 주겠다고 하면서 1993. 12. 13.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피고인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한 다음, 위 손태준과 공모하여, 1994. 1. 28. 위 피해자를 만나, 사실은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위 손태준을 채무자로, 공소외 이선비, 송재윤, 최기문, 박일복 등을 채권자로 하여 채권최고액 금 1억 5천만 원에 경료되어 있는 5번, 6번 근저당권설정등기를 해지하더라도 피해자에게 채무를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부동산에 이선비 등 명의로 되어 있는 5, 6번 근저당권설정등기때문에 건물 매매나 전세가 이루어지지 않으므로 금 112,000,000원만 주면 위 근저당권설정등기를 해지하고 이 사건 부동산을 처분하여 위 피해금액을 변제하겠다."라고 거짓말하여 속이고 이에 속은 위 피해자로부터 즉시 근저당권설정해지에 대한 채무변제금 명목으로 금 112,000,000원을 교부받아 위 5, 6번 근저당권설정계약을 해지한 후 피해자에게 채무변제를 하지 아니함으로써 위 5, 6번 근저당채권최고액 금 1억 5천만 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사실을 인정하였다.
사기죄는 타인을 기망하여 그로 인한 하자 있는 의사에 기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득을 취득할 때 성립하고, 사기죄의 요건으로서의 기망은 널리 재산상의 거래관계에 있어서 서로 지켜야 할 신의와 성실의 의무를 저버리는 모든 적극적 또는 소극적 행위를 말하며 (대법원 1983. 6. 28. 선고 83도1013 판결 등 참조), 사기죄의 성립에 있어서 피해자에게 손해를 가하려는 목적을 필요로 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타인의 재물 또는 이익을 침해한다는 의사와 피기망자로 하여금 어떠한 처분을 하게 한다는 의사는 있어야 한다 .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위 피해자는 금 4억 5천만 원의 투자금반환채권을 피담보채권으로 하여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채권최고액 금 4억 5천만 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할 당시 이 사건 부동산의 시가는 금 2억 8천만 원 내지 금 2억 9천여 만 원 정도였고 그 등기명의자인 위 강순애가 다른 임차인들과 함께 살고 있었으며 동 부동산에 관하여 선순위 근저당권으로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은 합계 금 1억 5천만 원의 순위번호 5번 및 6번(이 사건 대지에 관하여는 순위번호 제29번 및 제30번)의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었던 사실, 그 후 위 피해자는 위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한 방편으로 1993. 12. 3. 위 피해자의 투자유인에 관여한 위 강성환, 손태준 및 피고인으로 하여금 액면금 5억 5천만 원, 변제기 1994. 1. 20.의 약속어음 공정증서(수사기록 제2책 중 제2권 제70면)를 작성·교부하게 하는 한편, 1993. 12. 10. 위 강순애에게 이 사건 부동산의 매매대금으로 금 485,000,000원을 영수하였다는 확인서(수사기록 제2책 중 제1권 제143면)를 작성하여 주고, 같은 달 13. 이 사건 부동산의 등기명의를 그 처분을 약속한 피고인 앞으로 이전하게 한 사실, 또한 피해자는 1993. 12. 21. 피고인을 비롯한 위 약속어음의 발행인 3인과 사이에서 위 금 5억 5천만 원에 대한 상환지체금을 당일부터 월 약 1.5%의 비율로 지급받기로 약정한 사실(수사기록 제2책 중 제2권 제62면), 위 강순애는 피고인 및 위 피해자의 요구에 따라 1994. 1. 10. 이 사건 부동산을 전부 명도하여 주었고 그 후 피고인은 이 사건 부동산을 위 피해자의 동의하에 임대하려고 하였으나 시가를 초과하는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어 쉽게 임대가 이루어지지 못한 사실, 그 무렵 피고인은 위 선순위 근저당권 때문에 이 사건 부동산의 매매나 전세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하면서 그 말소를 제의하였고 이에 위 피해자는 피고인 및 위 손태준과 함께 1994. 1. 28. 사채업자들인 선순위 담보권자들을 직접 만나 약정이자가 지나치게 고율이라는 이유로 그 일부인 금 2,000,000원을 삭감한 나머지 금 112,000,000원만을 지급하고 그 말소등기에 필요한 등기신청서류를 넘겨받아 그 다음날 위 선순위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모두 말소한 사실, 그러나 피고인은 이 사건 부동산을 매각하지 아니한 채 그 일부씩을 여러 차례에 걸쳐 임대하였으나 위 피해자의 근저당권 때문에 임차인들로부터 합계 금 8,000,000원의 계약금만을 지급받아 피고인이 이를 사용하자, 위 피해자는 같은 해 6. 17. 위 약속어음공정증서에 기하여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강제경매를 신청하였고, 그 결과 1995. 1. 28. 위 피해자가 금 170,100,000원에 낙찰받아 그 실제배당액 금 164,775,246원 중 소액임차인의 보증금 1,000,000원을 제외한 나머지 전액을 배당받은 사실, 위 피해자는 그 밖에도 위 집행증서에 기하여 피고인 또는 위 강성환 소유의 여러 부동산에 관하여 강제집행을 실시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사실관계가 이와 같다면, 위 피해자는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담보물권을 취득하였을 뿐만 아니라 이를 자유롭게 처분하여 그 대가로 자신의 투자금반환채권에 충당할 수 있게 되자 이 사건 부동산의 매각 또는 임대를 용이하게 하는 한편 선순위 담보물권의 피담보채권이 사채로서 그 이자가 지나치게 고율이므로 자신이 확보한 담보물권의 담보가치를 보호하기 위하여 선순위 피담보채무를 대위변제한 것이지 이러한 변제가 피고인의 기망행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기 어렵고, 비록 피고인이 이 사건 부동산의 소유명의자로서 이러한 선순위 피담보채무를 변제할 것을 제의하였음에도 그 후 당초에 약정한 대로 이 사건 부동산을 제대로 처분하지 아니한 데다가 임대차계약상의 계약금을 위 피해자에게 교부하지 않았다고는 하나, 이 사건 부동산의 담보가치가 위 피해자가 확보한 담보물권의 피담보채권액에 미치지 못하고 선순위 담보물권자들이 변제받은 금액이 이 사건 부동산이 가지는 담보가치의 범위 내인 것이 명백한 이 사건에 있어서, 피고인의 위와 같은 사후행위가 횡령죄 또는 배임죄를 구성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되, 처음부터 피고인이 재산상의 거래관계에 있어서 지켜야 할 신의와 성실의 의무를 저버린 채 피해자를 기망하여 이에 속은 동인의 하자 있는 의사에 기하여 선순위 근저당권자들로 하여금 그 피담보채무를 미리 변제받게 함으로써 피해자의 재물 또는 이익을 침해하고 선순위 근저당권자들로 하여금 위 피해자로부터 변제받은 금원을 불법으로 영득하게 하거나 피고인 자신이 그를 통하여 불법으로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였다고 할 만한 사기죄의 범의를 찾기 어렵다.
그러함에도 원심이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선순위 근저당권을 소멸시킨다고 하더라도 피해자에게 채무를 변제해 줄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이 자신에게 금 112,000,000원만을 주면 선순위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말소하고 이 사건 부동산을 처분하여 피해금액을 변제하겠다는 등의 거짓말을 한 사실을 확정함과 아울러 피고인이 마치 피해자로부터 위 금 112,000,000원을 교부받아 선순위 근저당권을 해지시킨 것처럼 사실인정을 하고, 그에 터잡아 피고인에게 사기죄의 범의를 인정하였는바, 거기에는 사기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채증법칙의 위배로 인하여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고,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가 포함된 것으로 보이는 논지는 이유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