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심청구기각결정에대한즉시항고 ][하집1995-2, 518]
[1]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 소정의 '원판결이 인정한 죄보다 경한 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의 의미
[2] 강도상해죄의 실형을 선고받아 판결이 확정된 피고인에게 사건 당시 불법영득의 의사가 없었음을 입증할 만한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되어,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의 재심사유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1]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 소정의 '원판결이 인정한 죄보다 경한 죄를 인정할 경우'라 함은 확정판결에서 인정한 죄와는 별개의 죄로서 그보다 경한 죄를 말하고, 확정판결에서 인정한 죄 자체에는 변함이 없고 다만 양형상의 자료에 변동을 가져올 사유에 불과한 것은 이에 해당하지 아니하며, 또한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라 함은 확정판결의 소송절차에서 발견되지 못하였거나 또는 발견되었다 하더라도 이를 제출할 수 없었던 증거로서 그 증거가치에 있어서 다른 증거의 그것에 비하여 객관적 우위성이 인정되는 것을 발견하였거나 제출할 수 있게 된 때를 말한다.
[2] 확정판결에서 강도상해죄의 실형을 선고받은 피고인에 대하여 사건 당시 불법영득의 의사가 없었음을 입증할 만한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되어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의 재심사유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1]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 [2] 형사소송법 제414조 제2항 , 제420조 제5호
재심청구인
재심청구인
변호사 김창종 외 2인
서울지법 동부지원 1995. 4. 26.자 95재고합1 결정
원심결정을 취소하고, 사건을 서울지방법원 동부지원에 환송한다.
1. 재심대상판결의 경과
이 사건 재심대상판결 기록에 의하면, 항고인은 1994. 9. 3. 21:50경 서울 송파구 잠실동 19 소재 탄천낚시터에서 그 곳에 세워 둔 피해자 1(남, 79세) 소유의 자전거 1대를 끌고 가 절취하던 중, 피해자가 이를 발견하여 항고인을 붙잡고 "왜 남의 자전거를 가져가느냐"며 항의하며 체포하려고 하자 이를 면탈할 목적으로 주먹으로 피해자의 얼굴을 1회 때리고 멱살을 잡아 목을 조여 동인에게 약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하악좌상을 가하고, 이를 만류하는 피해자 2(남, 36세)에게 주먹과 발로 수회 때려 폭행을 가하였다는 범죄사실에, 죄명은 강도상해 및 준강도로 하여 같은 해 10. 13. 서울지방법원 동부지원에 불구속 기소된 사실, 위 법원은 같은 해 11. 25. 항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을 전부 유죄로 인정하면서 다만 절도범이 체포를 면탈할 목적으로 여러 사람에 대하여 같은 기회에 동시에 폭행을 가한 경우에는 준강도의 포괄일죄가 성립하며, 또 그 중 일인에 대한 준강도행위가 나아가 상해행위를 수반하였을 경우 이는 일괄하여 강도상해의 일죄만이 성립할 뿐 그 외에 상해를 입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준강도죄가 따로 성립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여 항고인에게 강도상해죄만을 적용하여 징역 3년 6월의 실형을 선고하였으나 항고인을 법정구속은 하지 아니한 사실, 그 후 항고인은 위 판결에 대하여 항소하지 아니하여 같은 해 12. 3. 위 판결이 항소기간 도과로 확정되었고, 1995. 1. 25.경 위 확정판결의 집행으로 항고인이 성동구치소에 수감된 사실을 각 인정할 수 있다.
2. 재심청구 기각결정에 대한 즉시항고이유의 요지
항고인은 이 사건 범행 당시 항고인 소유의 자동차를 타고 탄천낚시터에 가서 술을 많이 마셔 피해자 1 소유의 자전거를 한번 타 보려고 하였을 뿐 이를 불법영득할 의사가 없었으므로 항고인에 대하여 강도상해죄가 성립되지 아니하고, 나아가 항고인이 음주만취되어 심신상실 내지 심신미약의 상태에 있었다고 주장하며, 그 증거로서 1995. 2.경 피해자 2 및 공소외 박규현이 작성한 각 확인서 및 자동차등록원부등본을 제출하면서, 이는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 소정의 '형의 선고를 받은 자에 대하여 원판결이 인정한 죄보다 경한 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에 해당한다고 하여 서울지방법원 동부지원에 위 확정판결에 대한 재심을 청구하였으나, 위 법원으로부터 항고인의 재심청구는 재심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재심청구를 기각한다는 결정이 고지되었는바, 원심결정은 재심사유에 대한 법리를 오해한 부당한 결정이므로 이의 취소를 구한다는 것이다.
3. 판 단
살피건대,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 는 재심사유의 하나로서 '원판결이 인정한 죄보다 경한 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를 규정하고 있는바, 우선 '원판결이 인정한 죄보다 경한 죄를 인정할 경우'라 함은 확정판결에서 인정한 죄와는 별개의 죄로서 그보다 경한 죄를 말하고, 확정판결에서 인정한 죄 자체에는 변함이 없고 다만 양형상의 자료에 변동을 가져올 사유에 불과한 것은 이에 해당하지 아니하며, 또한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라 함은 확정판결의 소송절차에서 발견되지 못하였거나 또는 발견되었다 하더라도 이를 제출할 수 없었던 증거로서 그 증거가치에 있어서 다른 증거의 그것에 비하여 객관적 우위성이 인정되는 것을 발견하였거나 제출할 수 있게 된 때를 말한다 할 것이다.
먼저 이 사건 재심대상판결 기록에 의하면, 항고인은 이 사건 범행 당일 왕십리 교통안전회관에서 친구인 공소외 박종식의 결혼식에 참석하였다가 오후 5시경 친구 박규현과 함께 선배들이 낚시를 하고 있던 이 사건 범행장소인 한강 탄천 낚시터에 술을 마시러 놀러 갔었고, 그 곳에서 선배 등 6명과 함께 소주 약 3병, 청하 4∼5병을 섞어 마신 사실, 항고인은 경찰 이래 검찰에 이르기까지 술에 취하여 기억이 하나도 없으며 당시 어떤 사람에게 맞은 것과 파출소에 끌려가서 피해자에게 무조건 잘못을 하였다고 빌어라는 말을 들은 기억이 나나 구체적으로 피해자의 자전거를 훔쳤는지 여부를 모른다고 진술한 사실, 피해자 1의 자전거는 밤낚시를 하면서 낚시하던 장소에서 약 3m 떨어진 곳에 세워져 있었던 사실, 항고인은 이 사건 범행 다음날 피해자 1과 합의하였고, 경찰은 같은 날 관할 동부지청에 항고인이 전과가 없고 피해자와 합의하였으며 사안경미하여 불구속 수사하고자 한다는 수사지휘품신을 한바, 검사 박상우는 항고인의 친구 등을 상대로 범행 당시 항고인의 행적에 대한 수사를 보완할 것을 지시하였고, 경찰이 다시 항고인의 선배인 김성환의 진술서, 친구인 박규현의 진술조서를 받아 당시 항고인의 일행들은 처음부터 사건을 목격한 바가 없다는 취지의 보고와 함께 수사지휘품신을 하자, 검사 박상우는 항고인에 대하여 불구속 수사를 할 것을 지휘한 사실, 항고인이 서울지방법원 동부지원에서 1심재판을 받을 당시 선임된 국선변호인은 항고인에게 피해자와의 합의 및 반성의 점에 대한 신문만 한 채 그 외 아무런 변호를 하지 아니한 사실을 각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사건 재심청구 기록에 첨부된 피해자 2 및 박규현 작성의 각 확인서, 서울특별시 강서구청장 작성의 자동차등록원부등본, 졸업증명서, 생활기록부, 국가기술자격증, 재직증명서, 항고인이 제출한 탄원서의 각 기재를 종합하여 보면, 피해자 2는 피해자 1과 낚시질을 하고 있는데 항고인이 지나가면서 옆에 세워둔 자전거를 끌고 가려는 것을 보고 이를 못 끌고 가게 막았으나, 피해자들이 보는 데서 항고인이 자전거가 탐이 나 끌고 가려고 했다고는 생각되지 아니하고 다만 항고인이 술에 취해서 앞뒤 분간 못하고 행패를 부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진술한 사실, 항고인은 송파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은 후 사건 담당자로부터 "검찰에 가서도 별 것 아니니 묻는대로 대답만 하고 쓸데없는 말은 하지 말라."라는 말을 듣고, 검찰 신문시에 술에 취하여 잘 기억이 안나나 피해자들의 진술을 그대로 인정한다는 취지로 진술한 사실, 항고인은 1994. 2. 8. 구입하여 등록한 동인 소유의 (차량번호 생략) 르망승용차를 운전하여 친구 박규현과 같이 이 사건 범행장소로 가서 승용차를 인근 주차장에 주차시켜 두었으나, 이러한 점은 경찰이나 검찰 수사시 전혀 조사되지 아니한 사실, 그 후 항고인은 재판기일 통지를 받고 송파경찰서 사건 담당자를 찾아가 사유를 물었고, 동인으로부터 "벌금을 내라고 하거나 심하면 집행유예 정도 받을 것이니 벌금 낼 준비나 하라."는 말을 들은 사실, 항고인은 위 법원에서 징역 3년 6월의 형을 선고받고 달리 의논할 상대가 없어 다시 송파경찰서 사건 담당자를 찾아가 조언을 구하였는데, 동인이 "집행유예를 실형으로 잘못 들은 것 같다. 실형이면 바로 구속되거나 나에게 체포하라고 연락이 오는데 아무 연락이 없다. 너가 잘못 알았으니 쓸데없는 걱정말고 직장이나 열심히 다녀라. 그리고 앞으론 조심해라."라고 하기에 항고인은 그 말만을 믿고 위 법원 판결에 항소를 하지 아니한 사실, 항고인은 1989. 2. 14. 성동기계공업고등학교를, 1993. 2. 2. 경원전문대학 건축설비과를 각 졸업하였고, 1992. 8. 17. 건축설비기사 2급 자격증을 획득한 뒤, 1992. 10. 10.부터 이 사건 범행 당시까지 아무런 전과 없이 (상호 생략)엔지니어링 설계기사로서 근무하고 있었던 사실을 각 인정할 수 있다.
이와 같이, 항고인은 아무런 전과가 없고, 성동기계공고와 경원전문대학을 졸업하였으며 그 동안 획득한 건축설비자격으로 인하여 대학졸업 전에 이미 (상호 생략)엔지니어링에 취직한 직장인이었던 점, 항고인은 이 사건 범행 당시 친구 결혼식이 끝난 후 선배들과 대낮부터 술을 많이 마셔 매우 취하여 있었던 점, 피해자 1의 자전거는 동인으로부터 3m 떨어진 곳에 세워져 있었던 점, 항고인은 자신이 구입한 자가용을 타고 이 사건 범행장소에 가 인근 주차장에 자동차를 주차시켜 두었던 점 등 범행 전후의 여러 가지 사정에 비추어 보면, 항고인이 피해자 1의 자전거를 불법영득의 의사로 절취하려고 하였다고 하기보다는, 술에 취한 기분에 자전거를 한 번 타보기 위하여 이를 끌고 가려 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항고인은 이 사건 경찰 및 검찰 수사 당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지 못하였을 뿐더러 서울지방법원 동부지원에서 재판을 받을 때에도 국선변호인으로부터 실질적인 변호를 받지 못하여, 이 사건 당시 항고인에게 불법영득의 의사가 없었음을 입증할 만한 피해자 2 및 박규현 작성의 각 확인서, 서울특별시 강서구청장 작성의 자동차등록원부등본, 졸업증명서, 생활기록부, 국가기술자격증, 재직증명서를 위 법원에 제출하지 못하였던 사정도 보인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피해자 2 및 박규현 작성의 각 확인서, 서울특별시 강서구청장 작성의 자동차등록원부등본, 졸업증명서, 생활기록부, 국가기술자격증, 재직증명서는 확정판결에서 인정한 강도상해죄의 성립을 저해할 증거로서 확정판결의 소송절차에서 발견되지 못하였거나 또는 발견되었다 하더라도 이를 제출할 수 없었고, 그 증거가치에 있어서 확정판결이 인용한 다른 증거들에 비하여 객관적 우위성이 인정된다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재심청구는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 의 원판결이 인정한 죄보다 경한 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이고, 이 점을 지적하는 항고논지는 이유 있다.
따라서, 형사소송법 제414조 제2항 에 의하여 원심결정을 취소하고, 사건을 원심결정 법원인 서울지방법원 동부지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