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문]
2013헌바173 도로교통법 제80조 위헌소원
박○서
국선대리인 변호사 나윤주
청주지방법원 2013노110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 등
2015.01.29
도로교통법(2011. 6. 8. 법률 제10790호로 개정된 것) 제152조 제1호 중 ‘제80조 제2항 제1호 라목에 따른 제1종 특수면허를 받지 아니하고 자동차를 운전한 사람’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1. 사건개요
청구인은 제1종 대형면허만 소지하고 특수자동차인 레커를 운전하였다는 등의 범죄사실로 2013. 1. 30. 청주지방법원 충주지원에서 도로교통법위반(무면허운전)죄 등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청구인은 항소한 뒤 운전면허의 종류를 규정하고 있는 도로교통법 제80조 제2항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기각되자 2013. 6. 17.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청구인은 도로교통법 제80조에 대하여 심판을 구하고 있다. 그러나 당해사건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도로교통법 제80조 제2항 제1호 라목에 따른 제1종 특수면허를 받지 아니하고 특수자동차를 운전한 경우 제152조 제1호에 따라 처벌할 것인지 여부이므로, 심판대상은 그 벌칙조항 중 당해사건의 범죄사실과 관련 있는 부분으로 한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은 도로교통법(2011. 6. 8. 법률 제10790호로 개정된 것, 다음부터 ‘도로교통법’이라고 한다) 제152조 제1호 중 ‘제80조 제2항 제1호 라목에 따른 제1종 특수면허를 받지 아니하고 자동차를 운전한 사람’ 부분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제152조(벌칙)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 제43조를 위반하여제80조에 따른 운전면허(원동기장치자전거면허는 제외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를 받지아니하거나(운전면허의 효력이 정지된 경우를 포함한다) 또는 제96조에 따른 국제운전면허증을 받지아니하고(운전이 금지된 경우와 유효기간이 지난 경우를 포함한다)자동차를 운전한 사람
3. 청구인의 주장
심판대상조항은 제1종 특수면허를 받지 아니하고 자동차를 운전한 행위를 무면허운전죄로 처벌하면서 그 구성요건의 일부인 ‘제1종 운전면허 중 특수면허로 운전할 수 있는 차의 종류’를 행정안전부령에 위임하고 있다. 그런데 심판대상조항만 보아
서는 하위법령에 규정될 내용을 예측할 수 없고 법률에서는 제1종 특수면허를 트레일러면허 및 레커면허로 구분하여 규정하지 않고 있으면서도 제1종 특수면허 없이 레커를 운전한 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포괄위임금지원칙과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된다.
4. 판단
가. 쟁점 정리
(1) 심판대상조항은 제1종 특수면허 없이 특수자동차를 운전한 경우 무면허운전죄로 처벌하는 조항인데, 제1종 특수면허로 운전할 수 있는 차의 종류는 도로교통법 제80조 제2항에서 행정안전부령에 위임하고 있다. 이는 처벌법규의 구성요건 일부를 하위법령에 위임하는 것으로서 심판대상조항이 헌법상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2) 도로교통법 시행규칙(2010. 12. 31. 행정안전부령 제184호로 개정된 것) 제53조에 따른 별표 18은 제1종 특수면허로 운전할 수 있는 차량을 트레일러와 레커 및 제2종 보통면허로 운전할 수 있는 차량으로 규정하고 있다. 한편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제70조 제1항 제4호와 제5호는 도로교통법 제83조 제5항의 위임에 따라 운전면허시험의 방법과 절차 등을 규정하면서 제1종 특수면허를 트레일러면허와 레커면허로 구분하고 있다. 또 도로교통법 시행령 제64조 제2항 제2호 나목과 제67조 제1항 제2호 다목은 도로교통법 제103조 제2항과 제104조 제1항의 위임에 따라 자동차 운전학원 강사의 자격요건과 전문학원의 지정기준을 규정하면서 역시 제1종 특수면허를 트레일러면허와 레커면허로 나누어 별도로 정하고 있다.
청구인은 제1종 특수면허를 트레일러면허와 레커면허로 구분하는 것을 법률에 규
정하지 않고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에 규정한 것이 위헌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 주장도 결국 심판대상조항이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배된다는 주장으로 볼 수밖에 없다.
(3) 청구인은 심판대상조항이 명확성원칙에 위반된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그러나 청구인의 주장은 특수면허라는 용어가 다의적이고 모호하여 어떤 경우에 자신에게 적용되는지를 알 수 없다는 것이 아니라, 제1종 특수면허를 받아야 하는 차의 구체적인 범주가 심판대상조항에 규정되어 있지 않다는 취지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판단은 결국 포괄위임금지원칙 위반 여부에 대한 심사로 귀결되므로, 심판대상조항이 명확성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별도로 판단하지 아니한다.
나. 포괄위임금지원칙 위배 여부
(1) 헌법 제75조는 법률로 정하여야 할 사항은 반드시 법률로 정하여야 하고 이를 포괄적으로 법집행기관에 위임할 수 없으며, 위임하는 경우에는 위임의 범위와 내용을 구체적ㆍ개별적ㆍ한정적으로 정해야 한다는 포괄위임금지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특히 형벌법규의 위임에서는 죄형법정주의에 따라 위임법률에 범죄의 구성요건과 형벌의 예측 가능한 구체적 내용을 규정하고 있어야 한다. 다만, 그 예측가능성의 유무는 당해 특정조항 하나만 가지고 판단할 것이 아니고 관련 법조항 전체를 유기적ㆍ체계적으로 종합 판단하여야 하며, 대상법률의 성질에 따라 구체적이고 개별적으로 검토하여야 한다(헌재 2012. 4. 24. 2009헌바329 참조).
(2) 도로교통법 제2조 제18호는 “자동차”를 “철길이나 가설된 선을 이용하지 아니하고 원동기를 사용하여 운전되는 차(견인되는 자동차도 자동차의 일부로 본다)로서 다음 각 목의 차”라고 정의한 다음, 자동차관리법 제3조에 따른 자동차(가목), 건설기
계관리법 제26조 제1항 단서에 따른 건설기계(나목)를 나열하고 있다. 그리고 도로교통법 제80조 제1항은 자동차를 운전하려는 사람은 지방경찰청장으로부터 운전면허를 받아야 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운전면허별로 운전할 수 있는 자동차는 기본적으로 자동차관리법상 자동차의 종류 및 건설기계관리법상 건설기계의 종류를 토대로 정해져 있음을 알 수 있으므로, 제1종 특수면허로 운전할 수 있는 자동차의 범위도 자동차관리법령과 건설기계관리법령의 내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자동차관리법 제3조 제1항에 따르면, 자동차는 그 유형ㆍ용도ㆍ승차인원 등에 따라 승용자동차ㆍ승합자동차ㆍ화물자동차ㆍ특수자동차ㆍ이륜자동차로 나누어져 있고, 그 시행규칙 제2조 별표1에서는 이를 다시 규모별ㆍ유형별로 세분하여 구분하고 있다. 한편, 건설기계관리법 제26조 제1항에 따르면 건설기계를 조종하려는 사람은 원칙적으로 건설기계조종사면허를 받아야 하지만 일부 건설기계에 대해서는 도로교통법상 운전면허를 받아야 하고, 그 시행규칙 제73조 제1항은 도로교통법상 운전면허를 받아 조종하여야 하는 건설기계의 종류로 덤프트럭, 아스팔트살포기, 노상안정기, 콘크리트믹서트럭, 콘크리트펌프, 천공기(트럭 적재식을 말한다), 3톤 미만의 지게차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자동차와 건설기계는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고, 관련 산업의 발전에 따라 새로운 유형의 자동차와 건설기계가 개발될 경우 더욱 다양한 종류의 자동차와 건설기계가 등장할 수 있다. 그리고 어떤 운전면허로 어떤 종류의 자동차 또는 건설기계를 운전할 수 있도록 할지를 정하는 작업에는 자동차 및 건설기계의 규격, 무게, 유형, 용도, 구조, 조작방법, 운전방법 등에 관한 고도의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지식이 요구된다.
그러므로 입법자가 다양한 자동차와 건설기계의 종류나 특성을 일일이 고려하여
각각의 자동차나 건설기계마다 어떤 운전면허를 취득하도록 할 것인지를 법률에서 직접 정하는 것은 입법기술상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운전면허의 한 종류로 제1종 특수면허라고 규정한 다음 제1종 특수면허로 운전할 수 있는 차의 종류를 하위법령에 위임할 필요성이 인정된다.
(3) 도로교통법 제80조 제2항은 운전면허의 종류를 제1종 대형면허ㆍ보통면허ㆍ소형면허ㆍ특수면허, 제2종 보통면허ㆍ소형면허ㆍ원동기장치자전거면허, 제1종 보통연습면허, 제2종 보통연습면허로 명확하게 구분하고 있다. 한편, 도로교통법상 운전면허를 취득하여야 하는 자동차의 종류 내지 범위는 자동차관리법과 건설기계관리법을 토대로 하고 있음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으므로, 하위법령인 행정안전부령에서는 모법인 도로교통법에서 정한 운전면허별로 자동차관리법상의 자동차와 건설기계관리법상의 건설기계를 나열하고 있을 것임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리고 도로교통법상 운전면허의 종류가 크게 대형면허, 보통면허, 소형면허, 특수면허, 원동기장치자전거면허, 연습면허라는 명칭으로 구분되어 있는 점과 자동차관리법상 자동차의 종류가 승용자동차, 승합자동차, 화물자동차, 특수자동차, 이륜자동차라는 범주로 나누어져 있는 점을 보면, 자동차 운전자로서는 제1종 특수면허로 운전할 수 있는 자동차의 종류가 자동차관리법상 특수자동차의 전부 또는 일부가 될 것이라는 점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나아가 자동차관리법 제3조 제1항, 그 시행규칙 제2조 별표1에 따르면 특수자동차는 견인형, 구난형, 특수작업형으로 구분되는데, 트레일러는 트럭 또는 트랙터의 뒷부분에 견인되는 차이고 레커는 노상에서 고장 또는 불법정차 중인 자동차를 달아 올려서 수리공장이나 적법한 장소에 옮기기 위한 자동차이므로, 트레일러는 자동차
관리법상 견인형 특수자동차를, 레커는 구난형 특수자동차를 의미한다(대법원 1998. 10. 13. 선고 97다3163 판결 참조). 이처럼 트레일러와 레커는 다른 자동차들과는 달리 차체 그 자체의 이동이 주된 용도가 아니고, 피견인자동차를 차체에 달아 올리거나 실은 후에 이를 끌어 이동시키는 견인 또는 구난 용도의 자동차로서의 용도와 특성을 갖고 있으며, 그에 따라 차량의 주행 외에도 피견인자동차를 연결하고 분리하는 작업이 추가적으로 필요할 뿐만 아니라 조작방법이나 운전 또는 주차방법 등에 있어서도 특별한 주의와 기술이 요구된다. 따라서 수범자로서는 트레일러와 레커에 대해서는 별도의 운전면허를 취득하여야 하는 것으로 규율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4)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제1종 특수면허로 운전할 수 있는 자동차의 종류를 행정안전부령으로 위임하였다 하더라도, 심판대상조항의 수범자인 자동차 운전자들이 자신의 행위가 무면허운전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게 될지를 예견할 수 없거나 예견하기 어렵다고 볼 수 없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은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5. 결론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 재판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장 재판관 박한철
재판관 이정미
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이진성
재판관 김창종
재판관 안창호
재판관 강일원
재판관 서기석
재판관 조용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