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해행위취소][미간행]
자금난으로 사업을 계속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한 채무자가 자금을 융통하여 사업을 계속 추진하는 것이 채무 변제력을 갖는 최선의 방법이라 생각하고 부동산을 특정 채권자에게 담보로 제공하고 신규자금을 추가로 융통받은 경우, 채무자의 담보권설정행위가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대법원 2001. 10. 26. 선고 2001다19134 판결 (공2001하, 2543) 대법원 2002. 3. 29. 선고 2000다25842 판결 (공2002상, 981)
원고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율촌 담당변호사 신성택외 1인)
피고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바른 담당변호사 박재윤)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통정허위표시 주장에 대하여
통정허위표시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의사표시의 진의와 표시가 일치하지 아니하고, 그 불일치에 관하여 상대방과 사이에 합의가 있어야 한다.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소외 주식회사가 울산 남구 (상세 지번 생략) 전 333㎡ 등 60여 필지의 토지(이하, ‘이 사건 토지’라 한다)를 대한토지신탁 주식회사(이하, ‘대한토지신탁’이라 한다)에 신탁한 후 그 지상에 공동주택을 건설하여 분양하는 사업(이하, ‘이 사건 사업’이라 한다)을 추진한 사실, 소외 주식회사는 대한토지신탁과의 신탁계약에 따라 이 사건 토지에 설정된 제한물권 등을 해지하는 등 이 사건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하여 피고로부터 12억 1,000만 원을 차용하는 한편, 이 사건 토지 내의 건물철거 및 명도 등에 소요되는 비용 19,641,750원을 피고로 하여금 지출하도록 한 다음, 피고와 사이에 위 신탁계약에 따른 대한토지신탁에 대한 수익권에 관하여 2순위의 근질권을 설정하기로 하면서 위 채무를 근질권의 피담보채무에 포함시키기로 약정한 사실, 소외 주식회사는 대한토지신탁에 대하여 이 사건 수익권에 대한 2순위 근질권 설정을 요청하면서 대한토지신탁으로부터 근질권 설정에 관한 승낙을 쉽게 얻기 위하여 그 사유로 위 채무의 내역을 사실대로 알리지 아니한 채 그 피담보채무의 내용을 부산 암남동 사업추진비로 피고로부터 차용한 13억 원의 채무를 담보하기 위한 것이라는 취지로 알린 사실을 알 수 있는바, 이러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소외 주식회사가 계약당사자가 아닌 대한토지신탁에 피담보채무의 내역을 사실과 다르게 알렸다는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근질권설정계약의 당사자인 소외 주식회사와 피고 사이에 그 피담보채무의 내역에 관한 의사표시의 진의와 표시 사이에 불일치가 있다고 할 수 없다.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소외 주식회사와 피고 사이의 근질권설정계약에 있어 실제로 그 피담보채권으로 하려고 한 것은 위와 같은 대여금 등 1,229,641,750원의 채권이므로, 통정허위표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심리미진, 채증법칙 위반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대한토지신탁은 피고와 소외 주식회사 사이에 ‘부산 암남동 사업추진비’와 관련한 채무가 존재할 것을 전제로 그러한 채무의 담보를 위한 근질권 설정에 승낙의 의사표시를 한 것이므로, 그러한 부산 암남동 사업추진비와 관련한 채무가 존재하지 않는 이상 대한토지신탁의 승낙은 유효하다고 할 수 없어 위 채무에 관한 근질권설정계약 부분은 무효라는 주장은 상고심에 이르러 비로소 하는 것임이 명백하므로 적법한 상고이유가 될 수 없다.
2. 사해의사에 관한 주장에 대하여
채무초과 상태에 있는 채무자가 그의 유일한 재산을 채권자 중의 어느 한 사람에게 채권담보로 제공하는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다른 채권자들에 대한 관계에서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나, 자금난으로 사업을 계속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한 채무자가 자금을 융통하여 사업을 계속 추진하는 것이 채무 변제력을 갖게 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자금을 융통하기 위하여 부득이 그 재산을 특정 채권자에게 담보로 제공하고 그로부터 신규자금을 추가로 융통받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무자의 담보권 설정행위는 사해행위에 해당하지 않으며, 다만 사업의 계속 추진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기존 채무를 아울러 피담보채무 범위에 포함시켰다면, 그 부분에 한하여 사해행위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 ( 대법원 2001. 10. 26. 선고 2001다19134 판결 , 대법원 2002. 3. 29. 선고 2000다25842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소외 주식회사는 그 소유의 이 사건 토지상에 아파트를 건축하여 분양하는 사업을 추진하던 중 2002. 3. 6. 대한토지신탁과 사이에 이 사건 토지 및 그 지상에 건축될 아파트를 신탁재산으로 하여 대한토지신탁으로 하여금 이를 분양하게 한 뒤 그로부터 생긴 수익금을 교부받기로 하는 내용의 분양형 토지신탁계약을 체결하였고, 이에 따라 대한토지신탁은 관할관청으로부터 이 사건 사업의 주체를 소외 주식회사에서 대한토지신탁으로 변경하는 사업계획 변경승인을 받은 뒤 2002. 7. 4. 피고와 사이에 위 아파트 건축공사에 관하여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위 분양형 토지신탁계약상 공사대금 등 이 사건 사업에 소요되는 일체의 비용에 대한 최종적인 부담 주체는 소외 주식회사이고, 소외 주식회사에 귀속될 수익금은 대한토지신탁의 신탁보수나 피고의 공사대금 등 이 사건 사업에 소요된 제반비용을 공제한 나머지 금액에 국한되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소외 주식회사로서는 이 사건 사업의 원만한 추진을 통해 더 많은 이익을 추구하거나 손실을 최소화하여야 한다는 점에서 위 분양형 토지신탁계약의 체결을 전후하여 사정이 전혀 달라질 것이 없고, 비록 위 분양형 토지신탁계약으로 인하여 이 사건 사업의 주체가 외형상 대한토지신탁으로 변경되었다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소외 주식회사가 시공사인 피고에 대하여 각종 채무를 부담하고 그 채무의 우선변제를 위하여 대한토지신탁으로부터 장차 받게 될 수익금에 관하여 근질권을 설정하여 준 것이 다른 일반채권자에 대한 채무의 변제력을 갖게 되는 최선의 방법으로서 부득이한 것이었고, 또한 그것이 이 사건 사업의 계속적인 추진에 필요한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이루어졌다면, 그와 같은 근질권 설정행위는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원심은 그 채용증거들을 종합하여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소외 주식회사가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제한물권을 해지하지 못할 경우 대한토지신탁과의 신탁계약을 유지할 수 없게 되어 결국 이 사건 사업을 계속 수행할 수 없는 상황에서 피고로부터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제한물권 등의 해지에 필요한 자금을 융통하여 사업을 계속 추진하는 것이 일반채권자들에 대한 채무의 변제력을 갖게 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자금을 융통하기 위하여 부득이 이 사건 수익권을 피고에게 담보로 제공하고 그로부터 신규자금을 차용하여 이 사건 토지상의 제한물권을 해지한 다음 대한토지신탁과의 분양형 토지신탁계약을 통하여 이 사건 사업을 계속 추진한 것으로 보이고, 나아가 소외 주식회사가 ① 이 사건 토지의 제한물권 해지비용으로 차용한 10억 원, 이 사건 사업과 관련한 차입금 2억 1천만 원 및 피고가 이 사건 토지 내의 건물철거 및 명도 등의 비용으로 투입한 19,641,750원의 합계 1,229,641,750원의 채무, ② 사업계획승인조건에 따라 기부채납하여야 할 도로의 매입에 관하여 종국적인 책임을 부담하고 있던 소외 주식회사를 대신하여 피고가 그 매입비용을 지출한 것과 관련한 5억 원의 채무, ③ 마감자재 수준 상승 및 토목공사비의 증가로 인한 증액공사비 합계 6억 9,300만 원을 피담보채무로 하여 피고에게 이 사건 근질권을 설정하여 준 것은 이 사건 사업의 계속적인 추진에 필요한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이루어진 것으로서 사해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였는바,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사해행위, 분양형 토지신탁과 공사도급계약에 관한 법리오해, 채증법칙 위반, 심리미진, 이유불비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예비적 청구(채무부존재확인청구)에 관한 주장에 대하여
원심이 그 판결에서 채용하고 있는 증거들을 종합하여 이 사건 근질권의 피담보채무에 포함되는 금액은 원고가 부존재확인을 구하는 부분의 금액보다 다액인 사실을 인정한 후 원고의 이 부분 청구를 기각한 조치는 옳은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채증법칙 위반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4.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