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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1999. 3. 25. 선고 97헌마130 결정문 [지방교육자치에관한법률 제44조의2 제2항 위헌확인]

[결정문]

청구인

【당 사 자】

청 구 인 권○자

대리인 법무법인 덕수합동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김창국 외 5인

주문

심판청구를 기각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청구인은 사립학교인 ○○고등학교에 1997년 3월에 입학하여 1학년에 재학중인 아들 백○현을 둔 학부모이며, 학교의 민주적이고 바람직한 운영에 큰 관심을 가지고 학부모들의 의견을 교육현장에 수렴하기 위하여 노력해왔다.

그러던 중 구 지방교육자치에관한법률 제44조의2가 신설되어국·공립학교는 강제적으로 학교운영위원회를 두어야 함에도 불구하고(제1항) 사립의 초·중·고등학교는 그 재량에 따라 학교운영위원회를 두지 아니할 수도 있게 되었고, 위 ○○고등학교가 학교운영위원회를 설치·운영하지 아니하자, 청구인은 구 지방교육자치에관한법률 제44조의2 제2항헌법 제11조 제1항이 보장하는 청구인의 평등권과 헌법 제31조 제1항이 보장하는 청구인의 교육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1997. 4. 28. 이 사건 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따라서 이 사건의 심판대상은 구 지방교육자치에관한법률 제44조의2 제2항(1997. 12. 17. 법률 제5467호로 개정되기 이전의 것, 이하“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의 위헌여부이고,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44조의2②사립의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에는 학교운영위원회를 둘 수 있다.

〔관련법률조항〕

구 지방교육자치에관한법률 제44조의2①단위학교의 교육자치를 활성화하고, 지역의 실정과 특성에 맞는 다양한 교육을 창의적으로 실시할 수 있도록 국·공립의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에 학교운영위원회를 구성·운영한다.

2. 청구인의 주장 및 이해관계인의 의견

가. 청구인의 주장요지

(1)지방교육자치에관한법률이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학교운영위원회를 두도록 한 입법취지는 헌법상 학부모에 대하여 보장하고 있는 교육참여권을 구체화한 것인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사립학교 학부모의 학교운영위원회에의 참여를 불가능하게 하고 있으므로 교육참여권을 내포하고 있는 헌법 제31조 제1항에 의거한 청구인의 교육권을 침해하고 있다.

(2)이 사건 법률조항이 국공립학교와는 달리 사립학교의 경우에는 학교운영위원회의 설치를 임의적인 것으로 규율하고 있는 차별취급은 헌법 제11조 제1항이 보장하는 청구인의 평등권을 침해한 것이다.

나. 교육부장관의 의견요지

(1)헌법상의 교육을 받을 권리란 모든 국민은 그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는 뜻일 뿐, 학부모의 교육참여권을 기본권으로 직접 보장하고 있는 것은 아니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청구인의 교육을 받을 권리를 침해할 수 없다.

(2)사립학교는 사인이 자신의 교육이념을 펼쳐보고자 개인의 재산을 희사하여 설립한 것이고 독특한 건학이념의 구현을 위해 국·공립학교와는 다른 자율성이 요구되는 등 합리적 근거가 존재하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학교운영위원회의 설치에 관하여 국·공립학교와 사립학교를 다르게 취급하더라도 청구인의 평등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다. 한국사립중·고등학교법인협의회의 의견요지

(1)이 사건 법률조항 자체가 청구인의 기본권을 직접 침해하지 않고, 기본권의 침해상태가 현존하는 것도 아니며, 청구인이 주장하는 학부모의 교육참여권은 헌법상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

(2)이 사건 법률조항이 학교운영위원회 설치에 관하여 국·공립학교와 사립학교를 구분하여 국·공립학교에는 필요적인 설치를 규정하면서 사립학교에 대하여는 당해 학교법인에게 선택의 여지를 남긴 것이 국민의 교육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3)이 사건 법률조항이 학교운영위원회의 설치에 관하여 사립학교

를 국·공립학교에 비하여 차별하는 것은 사립학교가 국·공립학교와는 그 설립주체가 다르고 그 건학이념의 특수성이 있으므로 일정한 자주성을 확보하여야 할 합리적인 근거가 있으므로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3. 판 단

가. 적법요건에 관하여

이해관계인 한국사립 중·고등학교법인협의회는 헌법소원의 직접성과 현재성이 없어 이 사건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고 주장하나, 청구인은 고등학교 1학년에 입학한 아들을 가진 학부모이므로 청구인 자신이 가지는 부모의 교육권과 평등권이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침해될 여지가 있으며, 해당 고등학교에서 학교운영위원회를 설치하지 아니하고 있으므로 청구인의 기본권이 현재시점에서 사실상 침해될 수 있어서, 기본권침해의 현재성요건이 충족된 것이며, 이 사건 법률규정은 학교운영위원회 설치에 관한 행정기관의 구체적 집행행위를 예정하고 있지 아니하므로 청구인의 기본권을 직접 침해하고 있으므로 기본권침해의 직접성요건도 충족된 것이라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청구는 적법하다.

나. 본안에 관하여

(1)헌법 제3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여 국민의 교육을 받을 권리{이하 “수학권”(修學權)이라 한다}를 보장하고 있다. 이 권리는 통상 국가에 의한 교육조건의 개선·정비와 교육기회의 균등한 보장을 적극적으로 요구할 수 있는 권리로 이해되고 있다. 수학권의 보장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하고(헌법 제10조 전문)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는 데(헌법 제34조 제1항) 필수적인 조건이자 대전제다. 헌법 제31조 제2항 내지 제6항 소정의 교육을 받게 할 의무, 의무교육의 무상,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 평생교육진흥, 교육제도와 그 운영·교육재정 및 교원지위 법률주의

등은 수학권의 효율적인 보장을 위한 규정이다.

헌법이 교육제도와 그 운영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법률로 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국가의 백년대계인 교육이 일시적인 특정정치 세력에 영향을 받거나 집권자의 통치상의 의도에 따라 수시로 변경되는 것을 예방하고 장래를 전망한 일관성이 있는 교육체계를 유지·발전시키기 위한 것으로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 통제하에 두는 것이 가장 온당하다는 의회민주주의 내지 법치주의 이념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는 헌법이 한편으로는 수학권을 국민의 기본권으로서 보장하고 다른 한편으로 이를 실현하는 의무와 책임을 국가가 부담하게 하는 교육체계를 교육제도의 근간으로 하고 있음을 나타낸 것이다(헌재 1992. 11. 12. 89헌마88 , 판례집 4, 739, 750, 752).

(2)사립고등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청구인은 이 사건 법률조항(1997. 12. 13. 법률 제5438호로 제정된 초·중등교육법 제31조 제2항에 같은 취지의 조항이 있다)으로 말미암아 그 학교가 운영위원회를 구성하지 아니한 관계로 위원회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학부모의 교육참여권을 침해한 것이고, 국·공립학교의 학부모와 비교하면 불합리한 차별취급으로 평등권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므로 이를 검토하기로 한다.

(가)부모는 초·중·고등학교에 다니는 미성년자인 자녀를 교육시킬 권한이 있고 이 교육권에는 학교선택권이 포함된다. 부모의 이 학교선택권은 자녀의 교육을 받을 권리를 실효성 있게 보장하는 수단의 하나다. 그러나 자녀교육을 담당할 국·공립 및 사립중·고등학교의 선택권을 거주지 기준으로 제한한 구 교육법시행령(1996. 2. 22. 대통령령 제1492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1조제112조의6 등의 규정은 과열입시 경쟁에 따른 부작용을 방지하고 획일적인 제도운영에 따른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한 보완책을 마련한 것이므로, 입법의 목적과 수단에서 헌법 제37조 제2항 소정의 기본권제한입법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 아니다(헌재 1995. 2. 23. 91헌마204 , 판례집 7-1, 267,

274). 따라서 부모의 자녀교육을 위한 학교선택권 행사는 이 규정으로 인하여 제한될 수밖에 없다.

교육의 목적은 국민 개개인의 타고난 소질을 계발하여 인격을 완성하게 하고, 자립생활을 할 능력을 증진시킴으로써 인간다운 생활을 누릴 수 있게 하는 데에 있다(헌재 1991. 7. 22. 89헌가106 , 판례집 3, 387, 404). 미성년자인 학생에 대한 교육은 한 인격체의 형성을 목표로 삼고 있다. 그런데 이 목표는 학부모와 학교측의 공동과제에 속하고, 이 과제의 실현에는 양 교육주체의 효율적인 협력관계가 요청된다. 학부모의 교육권과 교육제도에 관한 국가의 책임은 상호간에 조화와 조정을 필요로 한다. 미성년자인 학생의 교육문제에 관하여는 다양한 견해가 있을 수 있으므로 토론과 협의를 거쳐 최선의 교육과정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달성을 위한 하나의 중요한 조건이다. 국가가 주도하는 교육과정에 학부모가 어떤 형태로든 참여해야 할 당위성을 수긍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1)학교운영위원회는 학부모의 교육참여권의 보장수단으로 단위학교의 교육자치를 활성화하고 지역의 실정과 특성에 맞는 다양한 교육을 창의적으로 실시할 수 있도록 교원, 학부모, 지역사회인사 등이 학교의 운영에 관한 중요사항을 심의하게 하는 제도다.

입법자는 1995. 7. 26. 학교운영위원회와 관련된 지방교육자치에관한법률 제44조의2를 신설하였다. 이 신설규정에 의하면, 국·공립의 국민학교·중학교·고등학교(이하 “국·공립학교”라 한다)는 운영위원회의 구성·운영을 의무화하고 있는 반면, 사립의 국민학교·중학교·고등학교(이하 “사립학교”라 한다)는 학교측의 재량에 따라 설치할 수 있게 하였다(1995. 12. 29. 법률 제5069호로 국민학교의 명칭이 “초등학교”로 변경되었다). 학교운영위원회의 현황은 위 규정 시행일로부터 1998. 5. 말까지 점차 늘어나 국·공립학교 8,692개 중 약 97%인 8,435개와 사립학교 1,753개 중 약 5.7%인 100개 등 모두 8,535개 학교(특수학교 포함)가 운영위원회를 구성·운영하고 있다.

구 지방교육자치에관한법률시행령(1996. 2. 22. 대통령령 제14924호로 개정되어 1998. 4. 11. 대통령령 제15772호로 폐지되기 전의 것;1998. 2. 24. 대통령령 제15664호로 제정된 초·중등교육법시행령 제58조 내지 제63조에 같은 취지의 규정이 있다)을 보면, 7인 내지 15인의 위원으로 구성되는 학교운영위원회는 학부모위원 40 내지 50%, 교원위원 30 내지 40%, 지역위원 10 내지 30%의 비율로 구성한다(제27조). 당해 학교의 장은 당연직 교원위원이 되고, 학부모위원은 민주적 대의절차에 따라, 교원위원은 교원 전체회의의 직접투표에 의하여, 지역위원은 학부모위원 및 교원위원이 협의하여 각 선출한다(제28조). 위원회는 교육과정의 운영방법, 교과용 도서 및 부교재의 선정, 정규 학습시간 종료후 또는 방학중 학생의 교육활동 기타시·도의 조례가 정하는 사항을 심의한다(제29조 제1항). 사립학교의 재량에 의하여 둘 수 있도록 된 운영위원회의 설치·기능 및 운영 등에 관한 사항은 당해 학교법인의 정관으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30조 제1항).

2)학부모가 미성년자인 학생의 교육과정에 참여할 당위성은 부정할 수 없다 할지라도 학교운영위원회의 구성을 법률로써 의무화하여야 하는지 여부는 별개문제라고 본다. 학교법인 또는 공공단체 이외의 법인 기타 사인이 설치·경영하는 사립학교의 경우, 그 특수성에 비추어 자주성을 확보하고 공공성을 앙양함으로써 학교의 건전한 발달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한 사립학교법(제1조, 제2조 제1항)의 취지를 생각하여 보면, 국·공립학교와 반드시 동일하게 취급하여야만 옳다고 해석되지 않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의 선례도 국·공립학교는 보편적인 교육이념과 교육의 기회균등의 원칙에 따라 표준화된 교육을 실시하여야 할 책무가 있으므로 학교 나름의 특성을 개발·배양하는데 본질적인 한계가 있다. 이에 반하여 사립학교는 설립자의 이념을 구현하거나 독자적인 교육방침에 따라 개성있는 교육을 실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공공이익을 위한 재산출연으로 국가의 공교육 실시를

위한 재정적 투자능력의 한계를 자발적으로 보완해 주는 역할도 한다. 이와 같은 이유때문에 사립학교는 그 물적·인적 시설을 운영함에 있어서 어느 정도 자율성을 확보해 주는 것이 상당하고 또 바람직한 것이다(헌재 1991. 7. 22. 89헌가106 , 판례집 3, 387, 408)라고 하여 같은 취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사립학교에도 국·공립학교처럼 의무적으로 운영위원회를 두도록 할 것인지, 아니면 임의단체인 기존의 육성회 등으로 하여금 유사한 역할을 계속할 수 있게 하고 법률에서 규정된 운영위원회를 재량사항으로 하여 그 구성을 유도할 것인지의 여부는 입법자의 광범한 입법형성영역인 정책문제에 속하고, 그 재량의 한계를 현저하게 벗어나지 않는 한 헌법위반으로 단정할 것은 아니다.

따라서 청구인이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하여 사립학교의 운영위원회에 참여하지 못하였다고 할지라도 위에서 본 입법재량의 한계영역내에 속하므로 교육참여권 침해의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나)다음, 이와 같은 사립학교의 특수성으로 인하여, 헌법재판소는 국가유공자예우등에관한법률(제정 1984. 8. 2. 법률 제3472호, 개정 1988. 12. 31. 법률 제4072호) 제4조 제1항 제12호 소정의 국가유공자인 공상공무원에 국·공립학교 교원만을 포함시키고 사립학교 교원을 포함시키지 아니한 것은 보훈대상의 범위, 내용 등에 관한 입법자의 입법형성 자유에 속하는 입법정책 문제로서 합리적인 근거와 이유있는 차별이므로 평등권침해가 아니고(헌재 1994. 6. 30. 91헌마161 , 판례집 6-1, 653, 670), 사립대학 교육기관의 교원이 구 사립학교법 제53조의2 제3항의 위임에 의하여 만들어진 학교법인의 정관에 따른 기간임용제의 적용을 받음으로써 국·공립대학교 교원과 비교하여 차별을 받는 것은 사법적 관계와 공법상 권력관계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서 합리적이고 정당한 사유가 있으므로 평등권 위반이 아니다(헌재 1998. 7. 16. 96헌바33 등, 공보 29, 620)라고 판시한 바 있다.

이러한 선례를 이 사건에 비추어 생각컨대, 입법자가 국·공립학교

와는 달리 사립학교를 설치·경영하는 학교법인 등이 당해학교에 운영위원회를 둘 것인지의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이 사건 법률조항을 만든 것은 사립학교의 특수성과 자주성을 존중하는데 그 목적이 있고 목적의 정당성 또한 시인할 수 있다. 결국, 국·공립학교의 학부모에 비하여 사립학교의 학부모를 차별취급한 것은 합리적이고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되므로 평등권 위반이 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4. 결 론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가 없으므로 다음 5.와 같은 재판관 이재화, 재판관 조승형, 재판관 정경식, 재판관 고중석의 반대의견이 있는 이외에는 나머지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5.재판관 이재화, 재판관 조승형, 재판관 정경식, 재판관 고중석의 반대의견

우리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 제37조 제2항 소정의 기본권제한입법의 한계를 벗어나 청구인의 교육참여권과 평등권을 침해한 법률조항으로서 헌법에 위배된다는 견해이므로, 다음과 같이 다수의견에 반대한다.

가. 교육참여권 침해에 관하여 살피면,

(1)학부모는 아직 성숙하지 못하고 인격을 닦고 있는 초·중·고등학생인 자녀를 교육시킬 권리를 가지며, 이러한 학부모의 교육권은 헌법 제31조 제1항에 의거해서 향유하는 자녀의 수학권을 위하여 행사하는 권리로부터 뿐만 아니라, 헌법 제31조 제2항에 의거 학령아동자녀의 교육을 받게 할 학부모의 의무로부터도 간접적으로 도출된다. 학부모의 교육권은 기본권리인 동시에 기본의무로서의 성격을 가지며 다른 기본권과는 달리 자기 자신의 교육을 위해서가 아니라 미성년인 자녀의 교육을 위해서 행사되는 권리이다. 그 교육권의 내용 중 하나로서 학부모가 자녀를 교육시킬 학교선택권(헌재 1995. 2. 23. 91헌마

204, 판례집 7-1, 274 참조)이 인정되며 학부모가 자신의 자녀를 위해서 가지는 자녀에 대한 정보청구권, 면접권도 인정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학부모와 학교의 공동적인 교육과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양 교육주체의 효율적인 공동작업이 필요하다 할 것이며, 학부모의 교육권과 국가의 교육권한은 학교에서 동등한 지위를 가진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양자의 교육권은 실제적 조화의 원칙에 따라서 상호간에 조정되어야 할 것이므로, 학부모는 국가가 주도하는 학교교육과정에 어떤 형태로든지 간에 참여해야 마땅하다고 할 것이다(이 당위성에 관하여는 다수의견도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학부모는 자녀를 위한 교육권을 효율적으로 행사하기 위하여 학교의 운영에 집단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절차적 내지 제도적 장치를 학교내에 설치해줄 것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가져야 한다. 이러한 학부모의 집단적인 교육참여권은 국가로부터의 교육권침해에 대항해서 방어할 수 있는 권리뿐만 아니라, 교육과 관련된 사안에 대한 국가의 결정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까지도 포함한다고 보아야 하기 때문에 헌법 제31조 제1항 및 제2항에 의거한 학부모의 교육권으로부터 직접 도출된다고 할 것이다.

(2)구 지방교육자치에관한법률 제44조의2가 학교운영위원회제도를 도입하여 학부모의 교육참여권을 구체적으로 실현시키고자 하면서도 이 사건 법률조항은 학교운영위원회의 설치를 사립학교의 경우에는 임의적인 사항으로 규율하고 있다. 그리하여 대부분의 사립학교가 학교운영위원회를 설치하지 않게 되고 사립학교에 자녀를 두고 있는 학부모는 학교운영위원회에 참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전혀 부여받지 못하고 있다. 즉 이 사건 법률조항은 학부모가 학교참여기회를 요청할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행사마저도 봉쇄하고 있기 때문에 헌법 제31조 제1항 및 제2항에 의거하여 보장되는 학부모의 교육참여권 중 사립학교학부모의 교육참여권을 형해화 할 정도로 심하게 제한하고 있다. 이

와 같은 사립학교 학부모의 교육참여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은, 단위학교에서의 교육자치를 활성화하려는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의 달성에도 부적합하다. 또한 이는 사립학교의 학교운영위원회 설치를 강제하나 그 기능을 의결기능이 아닌 심의기능으로 국한하도록 규정하여 사립학교의 자율성을 크게 침해하지 아니하면서도 학부모의 교육참여권을 최소한 보장할 수 있는 대체방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설치를 사립학교의 임의에 맡김으로써 최소침해성원칙에 위배하고 있으며, 과도한 교육참여권제한으로 인한 학부모의 불이익이 사립학교의 자율성 보장을 통하여 얻으려 하는 공익보다 크기 때문에 법익균형성원칙에도 어긋나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거한 기본권제한입법의 한계를 벗어나 헌법 제31조 제1항 및 제2항에 의거한 청구인의 교육참여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것이다.

나. 평등권침해에 관하여 살피면,

(1)국·공립학교와 사립학교사이에는 그 설립경영의 주체면에서는 차이가 있으나 공교육을 실시하는 교육의 내·외적 조건들에서는 대부분 동일하므로 양 학교사이에는 본질적인 동일성이 존재한다고 판단된다. 이와 같이 국·공립학교와 사립학교간에는 본질적인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법률조항은 학교운영위원회의 설치를 국·공립학교에서와 같이 강행적인 조항으로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립학교에서는 임의적인 조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학교운영위원회에의 참여에서 사립학교에 자녀를 둔 학부모를 국·공립학교에 자녀를 둔 학부모에 비하여 차별취급하고 있다 할 것이다.

더군다나 다수의 사립학교의 학부모는 학교선택권이 주어지지 않은 채 추첨이라는 형식을 빈 강제적인 배정에 의하여 자녀의 교육기관으로 사립학교를 선택하게 되었으므로 차별취급의 정도가 심하다고 할 것이다. 또한 사립학교의 학부모는 학교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다른

대체수단도 전혀 부여받지 못하고 있어서 학교운영에의 참여가 근본적으로 봉쇄당하고 있다.

(2)그렇다면 위와 같은 차별취급이 과연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지를 본다.

(가)교육은 국민 전체의 지적 수준을 높여 이를 바탕으로 보다 살기 좋은 나라를 이룩하고자 함에도 있으나 본질적으로는 국민 개개인의 개성을 개발·발전시켜 생활능력을 증진케 함으로써 그들로 하여금 인간다운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교육은 주로 조직화된 공교육기관인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학교교육이 그 중심을 이루고 있고, 특히 초·중등교육은 아동·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다음 세대를 이끌어 나갈 사람을 양성하려는 것이므로 인간의 개성적인 성장과 발달을 촉진하는 데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적절하게 실시되어야 한다(헌재 1990. 10. 8. 89헌마89 , 판례집 2, 343).

그러나 우리의 교육현실을 보면 학교가 학부모나 지역사회의 요구와 단절되어 있어서 사회가 요구하는 인력을 적절하게 양성하지 못하고 학부모들은 자녀를 학교에 보내면서도 학교교육에 참여할 수 없으며, 학교 운영의 투명성도 명백히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교직원, 학부모, 지역사회인사 등이 참여하여 학교를 운영하는 학교공동체의 구축을 통해서 단위학교의 자율성을 높이고 학교교육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일이 절실하게 요청된다. 이러한 교육상황하에서 도입된 구 지방교육자치에관한법률 제44조의2는 국·공립이든 사립이든 단위학교별로 학교운영위원회를 설치함으로써 단위학교의 교육자치를 활성화하고, 지역의 실정과 특성에 맞는 다양한 교육을 창의적으로 실시하는 것을 입법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 법률조항이 사립학교에서의 운영위원회설치를 임의적인 것으로 규율함으로써 사립학교 학부모가 학교교육에 사실상 참여할 수 없게 한 것은 위와 같은 학교운영위원회 설치의 입법목적에 명백히 어긋난다고 할 것이다.

(나)다수의견은,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사립학교 학부모에 대하여 차별취급하고 있음은, 사립학교의 설치이념 또는 독자적인 교육방침 등 특수성(자주성) 때문에 차별하는 것으로서 합리적인 차별이라고 주장하나, 사립학교는 그 특수성 이외에도 사립학교가 추구하는 교육의 본질이 국·공립학교와 다를 바 없는 공공성을 함께 가지고 있으므로 양자가 상호충돌함이 없이 조화되는 방향으로 조정되어야 할 것이므로, 공적인 학교교육의 결정 및 집행과정에서 공공성의 실현을 무시한 일방적인 사립학교의 특수성만을 들어 합리적 차별이라 함은 부당하다. 또한 앞에서 본 바와 같이 학교운영위원회의 설치를 사립학교에 강제하면서도 그 기능을 의결기능이 아닌 심의기능으로 국한하는 방안은 사립학교의 특수성을 확보하면서도 학부모의 학교참여를 통한 사립학교의 공공성도 확보하는 조화로운 해결방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함에도 사립학교 학부모를 차별취급함은 합리적인 차별이라고는 할 수 없다.

(3)따라서 국·공립학교와 사립학교사이에는 설립주체면에서는 차이가 있으나 공교육을 실시하는 교육의 내·외적 조건들에서는 본질적인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법률조항이 학교운영위원회의 설치를 임의적인 것으로 규정함으로써 사립학교 학부모를 차별취급한 것은 합리적인 근거가 없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청구인의 평등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

재판관 김용준(재판장) 김문희 이재화 조승형(주심)

정경식 고중석 신창언 이영모 한 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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