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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경)대법원 2006. 5. 25. 선고 2002도5577 판결

[집단에너지사업법위반·업무방해·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위반][미간행]

판시사항

[1] 근로자의 쟁의행위가 형법상 정당행위가 되기 위한 요건

[2] 노동조합이 실질적으로 구조조정 실시 자체를 반대할 목적으로 쟁의행위에 나아간 경우, 쟁의행위의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한정 소극)

[3] 쟁의행위에서 추구되는 목적이 여러 가지이고 그 중 일부가 정당하지 못한 경우, 쟁의행위 전체의 정당성의 판단 기준

[4] 근로자들의 근로제공 거부가 업무방해죄를 구성하는 경우

[5]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42조 제2항 에서 정한 ‘안전보호시설’의 의미 및 그 해당 여부에 관한 판단 기준

[6] 안전보호시설의 유지·운영을 정지·폐지 또는 방해하는 행위로 인하여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에 대한 위험이 전혀 발생하지 않은 경우,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91조 제1호 , 제42조 제2항 위반죄의 성립 여부(소극)

[7] 열병합발전소 민영화 추진 반대를 목적으로 한 파업으로 인하여 위 발전소의 시설들이 가동중단된 사안에서, 위 열병합발전소 시설들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42조 제2항 에 정한 안전보호시설에 해당한다거나 근로자들이 쟁의행위로서 위 시설들의 유지·운영을 방해함으로써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에 대하여 위험을 초래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유죄의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참조판례
피 고 인

피고인 1외 9인

상 고 인

피고인들

변 호 인

법무법인 시민종합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김남준외 4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업무방해의 점에 관한 주장에 대하여

가. 근로자의 쟁의행위가 형법상 정당행위가 되기 위하여는, 첫째 그 주체가 단체교섭의 주체로 될 수 있는 자이어야 하고, 둘째 그 목적이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한 노사간의 자치적 교섭을 조성하는 데에 있어야 하며, 셋째 사용자가 근로자의 근로조건 개선에 관한 구체적인 요구에 대하여 단체교섭을 거부하였을 때 개시하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조합원의 찬성결정 등 법령이 규정한 절차를 거쳐야 하고, 넷째 그 수단과 방법이 사용자의 재산권과 조화를 이루어야 함은 물론 폭력의 행사에 해당되지 아니하여야 한다는 여러 조건을 모두 구비하여야 할 것인바 ( 대법원 1998. 1. 20. 선고 97도588 판결 , 2001. 10. 25. 선고 99도4837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정리해고나 사업조직의 통폐합, 공기업의 민영화 등 기업의 구조조정의 실시 여부는 경영주체에 의한 고도의 경영상 결단에 속하는 사항으로서 이는 원칙적으로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고, 그것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나 합리적인 이유 없이 불순한 의도로 추진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노동조합이 실질적으로 그 실시 자체를 반대하기 위하여 쟁의행위에 나아간다면, 비록 그 실시로 인하여 근로자들의 지위나 근로조건의 변경이 필연적으로 수반된다 하더라도 그 쟁의행위는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는 것이며 ( 대법원 2002. 2. 26. 선고 99도5380 판결 참조), 쟁의행위에서 추구되는 목적이 여러 가지이고 그 중 일부가 정당하지 못한 경우에는 주된 목적 내지 진정한 목적의 당부에 의하여 그 쟁의목적의 당부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고, 부당한 요구사항을 뺐더라면 쟁의행위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쟁의행위 전체가 정당성을 갖지 못한다고 보아야 한다 ( 대법원 2001. 6. 26. 선고 2000도2871 , 2003. 2. 28. 선고 2002도5881 판결 등 참조).

원심은 그 채택증거들에 의하여, 피고인들은 정부의 열병합발전소 민영화 방침이 나온 이래 수차례에 걸쳐 민영화 방침의 철회를 주장하다가 정부의 열병합발전소 민영화 방침이 워낙 확고히 추진되자 공단 측에서 수용하기 힘든 요구사항을 주장하면서 실질적으로 민영화 추진 반대를 목적으로 이 사건 파업에 임하였음을 인정한 다음, 민영화 반대가 주된 목적인 이 사건 파업은 그 목적이 정당하지 못하다고 판단하였는바, 기록과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사실인정 및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이나 쟁의행위의 정당성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나. 사용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가 자의로 계약을 위반하여 근로를 제공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근로계약의 불이행에 따른 채무불이행의 책임을 지게 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바로 업무방해죄를 구성하는 것이라고 볼 수는 없겠지만, 다수의 근로자들이 상호 의사연락하에 집단적으로 작업장을 이탈하거나 결근하는 등 근로의 제공을 거부함으로써 사용자의 생산·판매 등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여 손해를 발생하게 하였다면, 그와 같은 행위가 노동관계법령에 따른 정당한 쟁의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 경우가 아닌 한, 다중의 위력으로써 타인의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에 해당하여 업무방해죄를 구성한다 ( 대법원 1991. 4. 23. 선고 90도2771 판결 , 2004. 5. 27. 선고 2004도689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 이유를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들이 이 사건 파업과 같이 정당하지 못한 목적을 가진 쟁의행위의 수단으로써 집단적인 농성에 의한 작업을 거부한 행위는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원심의 조치는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업무방해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2. 집단에너지사업법 위반의 점에 관한 주장에 대하여

관련 증거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파업으로 인하여 이 사건 열병합 발전소의 집단에너지 공급에 장애가 발생하였음이 인정되고, 이 사건 파업의 목적이 정당하지 못하여 그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음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이와 같은 취지에서 이 사건 집단에너지사업법 위반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조치는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가벌적 위법성에 관한 주장에 대하여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들이 목적이 정당하지 못한 파업에 참가하고, 쟁의행위의 수단으로써 집단적인 농성에 의한 작업을 거부하거나 업무에 복귀하지 않음으로써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 및 이 사건 열병합 발전소의 집단에너지 공급에 장애를 일으킨 이상 피고인들이 전체 조합원들의 쟁의행위 찬반투표의 결과와 노동조합 본조 집행부의 지시에 따라 파업에 참가하였다는 이유만으로 가벌적 위법성이 없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와 다른 입장에서의 피고인들의 상고이유는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4.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의 점에 관한 주장에 대하여

가. 원심의 판단

원심은, 사업장 내의 특정시설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노법’이라고 한다) 제42조 제2항 규정의 ‘안전보호시설’에 해당되는지 여부는 당해 사업장의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구체적·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인명이나 신체에 위험성이 발생하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할 것인바, 이 사건 열병합발전소의 발전기 등 전기시설, 보일러 등 스팀시설, 소방수 공급시설 등 용수시설, 플랜트 에어 압축기, 계기용 공기 공급시설 등이 쟁의행위에 의하여 정지·폐지되거나 방해될 경우 인명이나 신체에 상당한 위해를 초래할 수 있다고 할 것이어서, 이는 노노법 제42조 제2항 규정의 ‘안전보호시설’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면서 피고인들에 대한 노노법 위반의 점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나.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노노법 제42조 제2항 은 “사업장의 안전보호시설에 대하여 정상적인 유지·운영을 정지·폐지 또는 방해하는 행위는 쟁의행위로서 이를 행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여기서 ‘안전보호시설’이라 함은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에 대한 위험을 예방하거나 위생상 필요한 시설을 말하고, 이에 해당하는지의 여부는 당해 사업장의 성질, 당해 시설의 기능, 당해 시설의 정상적인 유지·운영이 되지 아니할 경우에 일어날 수 있는 위험 등 제반 사정을 구체적·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 대법원 2005. 9. 30. 선고 2002두7425 판결 참조).

한편, 노노법 제42조 제2항 의 입법목적이 ‘사람의 생명·신체의 안전보호’라는 점과 노노법 제42조 제2항 이 범죄의 구성요건이라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형식적으로는 안전보호시설의 유지·운영을 정지·폐지 또는 방해하는 행위가 있었지만 그로 인하여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에 대한 위험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 경우에는 노노법 제91조 제1호 , 제42조 제2항 위반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할 것이다.

기록에 의하면, 검사가 이 사건 공소사실에서 적시한 이 사건 열병합발전소의 발전기 등 전기시설, 보일러 등 스팀시설, 소방수 공급시설 등 용수시설, 플랜트 에어 압축기, 계기용 공기 공급시설 등이 노노법 제42조 제2항 소정의 안전보호시설이라는 점에 부합하는 증거로는, 공단이 노동부에 보낸 질의자료와 구미·안산지방노동사무소장의 파업자제 촉구문들 및 공단 본사 인사노무팀 과장 공소외 1, 공단 서부지역본부장 공소외 2의 각 진술이 있으나, 위 증거들만으로는 열병합발전소의 위 시설들이 어떤 이유에서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에 대한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시설인지, 구체적으로 어떠한 위험성이 있는 시설인지 확인하기 어렵고, 위 증거들에 의하더라도 보일러 및 발전기의 화재 또는 폭발위험성은 발전소가 가동되는 상황에서 각 개별 장치의 가동만 중단하였을 경우의 위험성을 지적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드는 점(이 사건 열병합발전소시설은 점검·보수를 위하여 또는 수용업체에 가동중단사실을 미리 고지한 후 그 가동이 완전 정지된 상태였다), 이 사건 열병합발전소시설 중 소방수 공급시설의 경우에는 그 자체로 안전보호시설로 볼 여지도 있지만 이 사건 쟁의행위는 발전소의 보일러가 모두 꺼지는 등 가동이 완전 중단된 시기에 이루어진 행위여서 피고인들이 소방수 공급시설의 정상적인 유지·운영을 방해하여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에 대한 위험을 초래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 드는 점, 이 사건 반월·구미열병합발전소는 매년 추석연휴기간에 발전소 시설의 점검·보수를 위하여 발전소 시설의 가동을 중단하여 왔고, 공단이 2001년의 경우에도 이 사건 쟁의행위가 발생하기 이전에 증기 수용업체들에게 추석연휴기간에 증기공급을 중단할 것임을 알림에 따라 증기 수용업체들은 증기공급 중단에 대비하였으며, 구미열병합발전소의 경우 추석연휴기간 바로 전날인 2001. 9. 29. 종전의 결정을 번복하여 발전소의 보일러 4기중 1기를 정상가동하기로 결정하고 증기수요량이 가장 많은 주식회사 새한에게만 그 사실을 전화상으로 알렸으나, 주식회사 새한은 2001. 9. 30. 정식공문으로 위 사실을 통보받은 것이 아니어서 예비적으로 자체 동력시설을 가동하고 있었고, 2001. 9. 30. 07:30경 다시 구미열병합발전소로부터 증기공급을 중단할 것이므로 자체 보일러를 가동하라는 연락을 받고 자체 보일러로부터 증기공급을 받도록 연결하여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아니하였으며, 반월·구미열병합발전소로부터 증기를 공급받는 수용업체들은 예정대로 증기를 공급받지 못하여 생산에 차질이 생기는 등 재산적 피해만을 호소하고 있을 뿐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에 대한 피해에 대해서는 아무런 진술이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검사가 공소사실에 적시한 위 열병합발전소시설들이 노노법 제42조 제2항 소정의 안전보호시설에 해당한다거나 피고인들이 쟁의행위로서 위 시설들의 유지·운영을 방해함으로써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에 대하여 위험을 초래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할 것이다.

그러므로 원심으로서는 공소사실에서 들고 있는 위 열병합발전소시설들이 어떤 근거에서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에 대한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시설이고 구체적으로 어떠한 위험성이 있는 시설인지, 위 열병합발전소시설들의 가동을 중단함에 있어 필요한 안전조치를 취하였는지, 위 열병합발전소시설들의 가동중단에 의하여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에 대한 어떠한 위험이 있는지, 위 열병합발전소로부터 증기를 공급받는 수용업체가 예정된 시간에 증기를 공급받지 못하여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에 대한 피해를 입은 사실이 있는지 등에 대하여 더 자세히 심리한 다음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노노법 제91조 제1호 , 제42조 제2항 위반죄의 성립을 인정할 수 있는지를 가려보았어야 할 것임에도, 원심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위 열병합발전소시설들이 어떠한 이유로 안전보호시설에 해당되는지에 관하여 언급함이 없이 피고인들의 주장을 배척하고 이 부분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채증법칙 위배 또는 심리미진으로 인한 사실오인이나 노노법 제42조 제2항 에서 규정하고 있는 ‘안전보호시설’의 개념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원심판결 중 피고인들에 대한 노노법 위반죄 부분은 위법하므로 파기되어야 할 것인바, 위 파기부분은 원심판결에서 유죄로 인정된 나머지 부분과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는 이상 전체의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아야 하므로, 원심판결 전부를 파기하기로 한다.

5. 결 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대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양승태(재판장) 강신욱(주심) 고현철 김지형

심급 사건
-수원지방법원 2002.10.2.선고 2002노18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