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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2016. 6. 23. 선고 2015구합68789 판결

[의사면허자격정지처분취소] 확정[각공2016하,450]

판시사항

한의사 갑이 한의원을 개설·운영하면서 엑스선 골밀도측정기를 설치하여 환자들에게 성장판 검사를 한 행위가 ‘의료인이 면허로 허가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한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보건복지부장관이 갑의 한의사면허 자격 정지 처분을 한 사안에서, 갑이 한의사 면허 범위 외의 의료행위를 하여 처분 사유가 인정된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한의사 갑이 한의원을 개설·운영하면서 엑스선 골밀도측정기를 설치하여 환자들에게 성장판 검사를 한 행위가 ‘의료인이 면허로 허가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한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보건복지부장관이 의료법 제27조 제1항 , 제66조 제1항 제10호 등에 따라 갑의 한의사면허 자격 정지 처분을 한 사안에서, 의료법 제2조 제1항 , 제2항 제1호 , 제3호 , 제5조 , 제27조 , 제87조 제1항 에다가 위 기기를 사용하여 성장판 검사를 한 것은 해부학적으로 뼈의 성장판 상태를 확인하여 성장의 가능성이 있는지를 진단하기 위한 것이어서 한의학적 진단 방법이 사용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갑이 한의사의 면허 범위 외의 의료행위를 하여 의료법 제27조 제1항 을 위반하였으므로 처분 사유가 인정된다고 한 사례.

원고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동헌 외 1인)

피고

보건복지부장관

변론종결

2016. 5. 26.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가 2015. 5. 4. 원고에게 한 의사면허자격정지처분을 취소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한의사면허를 받아 대구 수성구 달구벌대로에서 ‘○○○한의원’이라는 이름으로 한의원(이하 ‘이 사건 한의원’이라 한다)을 개설하여 운영하고 있다.

나. 원고는 2012. 6. 11. 대구 수성구보건소의 의료기관 지도점검 과정에서 2007. 3. 21. 이 사건 한의원을 개설·운영하면서 엑스선 골밀도측정기(GPA-1000)(이하 ‘이 사건 기기’라 한다)를 설치하여 내원하는 환자들에게 성장판 검사(이하 ‘이 사건 행위’라 한다)를 한 사실이 있다는 취지의 확인서를 작성·제출하였다.

다. 원고는 2012. 11. 29. 대구지방검찰청에서 이 사건 행위에 대하여 그것이 한의사면허로 허가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의료법위반죄에 관하여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라. 피고는 2015. 5. 4. 원고에게 이 사건 행위가 ‘의료인이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한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의료법 제27조 제1항 , 제66조 제1항 제10호 ,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 제4조 [별표] 행정처분 기준 1. 공통기준 라. 1) 및 2. 개별기준 가. 19)에 의하여 원고의 한의사면허 자격을 1개월 15일 동안 정지한다는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1) 처분 사유의 부존재

가) 한의사가 각종 진단용 의료기기를 사용하더라도 한의학적 지식과 경험에 따른 변증의 과정을 거쳐서 환자의 증상을 진단한 후 이에 적합한 한의학적 치료방법을 선택하여 처방을 내린다면 이는 한방의료행위에 해당한다. 한편 한의사들은 한의과대학의 교육 과정에서 생리학, 영상의학 등에 관한 전문교육을 받고 있고, 한의사시험에서도 위 과목들을 검증하도록 하고 있으며, 이 사건 기기는 최대 동작부하의 총량이 10mA/분 이하로 방사선으로 인한 위험이 매우 경미하므로 한의사가 이 사건 기기를 사용하더라도 보건위생상 위험성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나) 구 한의약 육성법(2011. 7. 14. 법률 제1085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은 ‘한의약이란 우리의 선조들로부터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한의학을 기초로 한 의료행위와 한약사(한약사)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는데( 제2조 제1호 참조), 위 조항이 ‘한의약이란 우리의 선조들로부터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한의학을 기초로 한 한방의료행위와 이를 기초로 하여 과학적으로 응용·개발한 한방의료행위 및 한약사(한약사)를 말한다’는 것으로 변경되었다. 이러한 개정의 취지는 한의약의 외연을 ‘과학적으로 응용·개발한 한방의료행위’에까지 확대함으로써 한의약 산업의 발전과 국제경쟁력 강화를 도모하고 국민에게 높은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것이다.

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할 때, 이 사건 행위, 즉 원고가 이 사건 기기를 사용하여 성장판 검사를 한 행위는 한의사에게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원고에게는 이 사건 처분의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

2) 재량권의 일탈·남용

설령 원고의 이 사건 행위가 의료법상 원고에게 면허된 의료행위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하더라도 현행 의료법 체계상 한의사의 면허 범위를 벗어나는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 명확한 법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원고가 면허 이외의 의료행위를 한다는 명확한 인식이 없었던 점, 원고가 사용한 골밀도측정기는 그 위험성이 매우 경미한 점 등에 비추어 이 사건 처분은 원고에게 지나치게 가혹하여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다.

나. 판단

1) 처분 사유 존재 여부

가) 의료법에 의하면, 의료인은 보건복지부장관의 면허를 받은 의사, 한의사 등을 말하고( 제2조 제1항 ), 의사는 의료와 보건지도를 임무로 하고 한의사는 한방의료와 한방보건지도를 임무로 하며( 제2조 제2항 제1호 , 제3호 ), 의사 또는 한의사가 되고자 하는 자는 의학 또는 한방의학을 전공하는 대학을 졸업하고 의학사 또는 한의학사의 학위를 받는 등의 자격을 갖춘 후 국가시험에 합격한 다음 보건복지부장관의 면허를 받아야 하고( 제5조 ),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의료인도 면허된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고( 제27조 ), 이를 위반한 자는 처벌을 하도록( 제87조 제1항 ) 규정되어 있다.

위와 같은 규정들에다가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이 사건 기기를 사용하여 성장판 검사를 한 것은 해부학적으로 뼈의 성장판 상태를 확인하여 성장의 가능성이 있는지를 진단하기 위한 것이어서 이에 관하여 한의학적 진단 방법이 사용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② 서양의학과 한의학으로 나뉘어 있는 우리나라 의료 체계의 이원성과 의료법상 의료인의 임무, 면허의 범위 및 의료법 제37조 의 위임에 따른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의 안전관리에 관한 규칙 제10조 제1항 , [별표 6]이 2010. 1. 22. 보건복지가족부령 제156호로 개정되기 전에는 안전관리책임자를 두어야 하는 의료기관에 한방병원이나 한의원을 아예 포함시키지 않았고, 2010. 1. 22. 위 개정에 의하여 안전관리책임자를 두어야 하는 의료기관에 한방병원을 포함하였으나 이는 의료법 제43조 제2항 에 따라 한방병원이 의사를 두어 진료과목을 추가로 설치·운영하는 경우에 한정하고 있어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에 관한 규정인 의료법 제37조 제1항 에서 말하는 ‘의료기관’에는 의사가 없는 한방병원이나 한의사는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함이 타당한 점, ③ 이 사건 기기의 주당 최대 동작부하 총량이 10mA/분 이하에 해당하여 위 규칙에서 정한 각종 의무가 면제된다고 하더라도, 그 의무의 면제 역시 종합병원, 병원, 치과병원, 한방병원(별도로 의사를 둔 경우) 등 원래 안전관리책임자 선임 의무 등이 부과되어 있는 의료기관을 전제로 한 것이므로, 이를 근거로 한의사가 주당 최대 동작부하의 총량이 10mA/분 이하인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를 사용할 수 있다고 해석하기는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의 이 사건 행위, 즉 한의사로서 이 사건 한의원에서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인 이 사건 기기를 사용하여 성장판 검사를 한 것은 한의사의 면허 범위 이외의 의료행위를 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대법원 2011. 5. 26. 선고 2009도6980 판결 참조).

나) 한편 원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한의약 육성법이 2011. 7. 14. 개정되어 그 법률에서 말하는 ‘한의약’에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한의학을 기초로 한 의료행위’뿐만 아니라 ‘이를 기초로 하여 과학적으로 응용·개발한 한방의료행위’도 포함되는 것으로 정의가 변경되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기기를 사용하여 성장판 검사를 하는 것이 위 ‘과학적으로 응용·개발한 한방의료행위’에 포함된다고 단정할 수 없기 때문에, 위와 같은 법률의 개정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이 사건 행위가 한의사의 면허 범위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 그렇다면 원고는 한의사의 면허 범위 이외의 의료행위인 이 사건 행위를 하여 의료법 제27조 제1항 을 위반하였다고 보아야 하므로, 이 사건 처분의 사유가 인정된다. 그러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2) 재량권의 일탈·남용 여부

제재적 행정처분이 사회통념상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였거나 남용하였는지 여부는 처분 사유로 된 위반행위의 내용과 당해 처분행위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공익 목적 및 이에 따르는 제반 사정 등을 객관적으로 심리하여 공익 침해의 정도와 그 처분으로 인하여 개인이 입게 될 불이익을 비교·교량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6. 2. 9. 선고 2005두11982 판결 등 참조).

의료법 제68조 의 위임에 따른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 제4조 와 [별표]의 2. 개별기준 중 가. 19)항에 의하면 의료인이 면허된 의료행위 외의 의료행위를 한 때에는 면허 자격정지 3개월 처분을 하도록 되어 있고, 위 [별표]의 1. 공통기준 중 라. 1)항에 의하면 의료 관계 법령의 위반행위에 관한 사건에서 검찰로부터 기소유예의 처분을 받은 때에는 해당 처분 기준의 2분의 1의 범위 안에서 감경하여 처분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렇다면 이 사건 처분, 즉 피고가 이 사건 행위에 대하여 기소유예의 처분을 받은 원고에게 그 한의사면허 자격을 1개월 15일간 정지한 것은 원래의 처분 기준인 ‘자격정지 3개월’에서 그 2분의 1에 해당하는 ‘1개월 15일’을 감경하여 처분한 것으로서 위 규칙에 따른 것이다.

또한 한의학과 서양의학은 그 학문적 기초가 서로 달라 학습과 임상이 전혀 다른 체계에 기초하고 있으므로 자신이 익힌 분야에 한하여 의료행위를 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며, 훈련되지 않은 분야에서의 의료행위는 면허를 가진 자가 행하는 것이라 하더라도 이를 무면허 의료행위와 달리 평가할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이 사건 행위의 위법성이 작다고 할 수 없다.

위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처분이 원고에게 지나치게 가혹하여 비례의 원칙을 위반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 지] 관련 법령: 생략]

판사 유진현(재판장) 서범욱 이호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