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과실치사
2015노3574 업무상과실치사
A
검사
심학식(기소), 정원석(공판)
변호사 BB
광주지방법원 목포지원 2015. 12. 7. 선고 2014고단1238 판결
2016, 10, 27.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1. 항소이유의 요지
① 피고인이 민간잠수사들 중 가장 고참으로 자연스럽게 감독관 역할을 하면서 민간잠수사들의 일정 등을 관리하고 민간잠수사들에게 작업내용을 설명 및 지시한 점, ② 해경·해군·민간 소속 잠수사들은 각 소속별로 관리가 이루어졌으며 서로 관여하지 않았던 점, ③ 피고인이 민간잠수사들을 대표하여 주로 해경과 업무 연락을 하였던 점, ④ 잠수사들 사이에 위계질서가 존재하는 점, ⑤ 이 사건 수색작업을 함에 있어 해경은 피고인을 비롯한 민간잠수사들에게 많이 의존하였던 점, ⑥ 민간잠수사들의 감독관 역할이 인정되어 피고인이 다른 민간잠수사들에 비하여 130%의 보수를 지급받은 사실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사실상 민간잠수사들을 총괄적으로 관리·감독하였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고, 피고인에게 피해자의 생명·신체를 보호하여야 할 사실상 의무가 있다.
따라서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2. 판단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인천 중구 C에 있는 해양수중공사 업체인 'D 주식회사'에서 이사로 근무하는 사람으로, 2014. 4. 21.경부터 E 침몰사고 현장에서 실종자 수색작업을 담당하여 D 주식회사 소속 민간잠수사들의 실종자 수색작업을 총괄적으로 관리·감독하는 사람이다.
피고인은 2014. 5. 6. 06:07경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약 1.5마일 해상에서 피해자 F(남, 52세)을 포함한 D 주식회사 소속 민간잠수사들로 하여금 침몰한 E의 5층 로비 등에 대한 2차 수색에 필요한 하잠색(E와 G H의 가이드라인) 설치를 위해 표면 공급식(일명 '후카') 잠수장비를 사용하여 잠수하도록 지시하였다.
하잠색 설치를 위한 잠수는 고도의 잠수기술을 요하는 작업으로, 장시간의 잠수가 필요한 작업 도중에 공기 공급이 중단되는 경우 인명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있고, 고혈압이 있는 잠수사의 경우 수중작업시 높은 수압으로 인해 안전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높으며, 작업 중 응급상황이 발생하는 경우 신속하게 물 밖으로 끌어올려 응급처치를 하지 않으면 사망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있었다.
이러한 경우 실종자 수색 업무를 관리·감독하는 사람은 잠수사들로 하여금 충분한 휴식과 안정을 취하게 한 후 잠수를 하도록 하여야 하고, 수중작업 사항에 대하여 충분한 교육 및 설명을 하여야 하며, 전문잠수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는지 여부 등을 확인하여 작업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사람은 작업에서 배제하여야 하고, 잠수사가 복귀할 때까지 현장을 이탈하지 않고 작업 과정을 주시함으로써 사고 발생시 즉시 대처하도록 대비하여야 하며, 표면공급식 잠수장비를 사용하는 경우 공기공급이 중단되는 사태에 대비하여 보조공기통을 메고 잠수하도록 하여야 하고, 잠수사의 혈압 등 건강상태를 확인하여 잠수를 할 수 있는 컨디션인지 확인하는 등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
를 취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이를 게을리한 채 D 주식회사 소속 민간잠수사인 피해자에게 하잠색 설치를 위한 잠수작업을 지시하면서 전문잠수자격증이 없고 고혈압 증세가 있는 피해자로 하여금 잠수작업을 하게 하고, 공기공급 중단을 대비한 보조공기통을 메지 않은 채 잠수하게 하였으며, 작업 사항에 대하여 충분히 교육 및 설명을 하지 않아 피해자로 하여금 작업 위치를 벗어나게 하여 2014. 5. 6. 06:13경 수심 21m 지점에 수평으로 설치된 가이드라인에 피해자의 공기공급 호스가 걸려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면서 기절한 피해자를 신속하게 끌어올리지 못하여 응급처치가 늦어져 피해자로 하여금 2014. 5. 6. 07:36경 후송 치료 중이던 목포시 I에 있는 J병원 응급실에서 기뇌증 등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1) 법령상 의무 여부
구 수난구호법(2014. 11. 19. 법률 제1284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5조, 제13조, 제17조에 의하면, 민간잠수사의 생명·신체의 위험을 방지할 법령상 의무는 수난구호활동의 지휘를 하는 구조본부의 장에게 있다. 구 수난구호법 제29조에 의하면, 구조본부의 장은 수난구호를 위하여 부득이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필요한 범위에서 사람 또는 단체를 수난구호업무에 종사하게 할 수 있고, 수난구호업무에의 종사명령을 받은 자는 구조본부의 장의 지휘를 받아 수난구호업무에 종사하여야 한다.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에 대한 2015. 4. 19.자 수난구호업무 종사명령서가 2014. 5. 26. 발급된 사실, 수난구호업무 종사명령에 따라 피고인에게 부여된 업무는 '여객선E 침몰사고 관련 수중 실종자 수색'인 사실, 피고인을 민간잠수사 감독관으로 임명한 근거 서류는 없는 사실, 수난구호업무 종사명령에 따라 다른 민감잠수사에게 부여된 업무 역시 피고인과 같은 '여객선 E 침몰사고 관련 수중 실종자 수색인 사실이 각 인정된다. 그렇다면, 피고인에 대한 수난구호업무 종사명령에 의하여도, 피고인에게 다른 민감잠수사와 달리 민간잠수사의 생명·신체의 위험을 방지할 법령상 의무가 별도로 부여되었다고 볼 수 없다.
(2) 계약상 의무 여부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구조본부 또는 대한민국과 주식회사 G(이하 'G'이라고 한다) 또는 D 주식회사(이하 'D'이라고 한다) 사이에 E 실종자 수색작업에 관한 별도의 계약은 없었던 사실, 피고인과 위 K은 처음에 G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E를 인양하기 위하여 현장에 갔으나, 실종자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실종자 수색작업에 참여하게 된 사실, G과 D 사이에 실종자 수색작업에 관한 계약은 없었던 사실, D을 통하여 현장에 오게 된 민간잠수사들이 있었으나, D 소속은 아니었고, D과 작업을 한 경험이 있는 프리랜서 잠수사들이었던 사실, 고 F 잠수사는 D 소속이 아니었고, D을 통하여 현장에 오게 된 것도 아니었던 사실이 각 인정된다. 그렇다면, 피고인에게 민간잠수사 전반에 대하여 생명 · 신체의 위험을 방지할 계약상 의무나 고 F 잠수사 개인에 대하여 생명·신체의 위험을 방지할 계약상 의무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
(3) 조리상·사실상 의무 여부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2014. 4. 16. E 침몰 직후 G이나 D을 통하여 현장에 오게 된 일단의 민간잠수사들이 E 실종자 수색작업을 하던 도중, 구조본부 또는 범정부 사고 대책본부에서 민간잠수사를 충원하도록 한 사실, 피고인과 G의 총괄이사 P은 위 민간잠수사 충원 방침에 대하여 당시 현장에 있던 민간잠수사들로 충분히 실종자 수색작업을 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 반대 의사를 표시하였으나, 피고인과 P의 의견이 받아 들여지지 않은 사실, 고 F 잠수사는 위 민간잠수사 충원 방침에 따라 현장에 오게 되었고, 그 과정에 피고인이나 D이 관여하지 않은 사실, 피고인과 민간잠수사 BC은 고F 잠수사가 지나치게 의욕이 넘치고 다소 산만하여 고 F 잠수사를 잠수시키지 않았으면 한다는 취지로 서로 이야기하였으나, 피고인은 고 F 잠수사가 해양경찰을 통하여 현장에 왔기 때문에 잠수시키고 말고 할 상황이 아니라는 취지로 이야기한 사실이 각 인정된다. 위와 같은 상황을 종합하여 볼 때, 당시 피고인에게 실종자 수색작업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민간잠수사를 실종자 수색작업에서 배제할 권한은 없었다 할 것이고, 피고인에게 위와 같은 권한이 없었던 이상 피고인에게 민간잠수사의 생명·신체의 위험을 방지할 조리상·사실상 의무를 인정할 수 없다. 또한, 당시 G H에서 해군과 민간잠수사가 서로 구역을 나누어 E 실종자 수색작업을 한 사실, 당시 민간잠수사 1명 또는 2명과 해양경찰 잠수사 1명이 조를 이루어 잠수한 사실, 민간잠수사가 E 선체 내로 진입하여 실종자 수색작업을 하였고, 해양경찰 잠수사는 E 밖에서 민간잠수사의 공기공급선을 잡아주거나 민간잠수사가 실종자를 발견하면 실종자 수습을 도와주는 등 보조적인 역할을 한 사실1), 해양경찰 잠수사의 명단이나 잠수 순서는 해양경찰에서 관리하였고 이에 대하여 피고인이 관여하지 않은 사실이 각 인정되므로, 해양경찰 잠수사가 실종자 수색작업에서 담당하는 역할이 적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해군과 대비되는 의미에서의 민간잠수사의 실종자 수색작업을 모두 관리·감독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다. 당심의 판단
원심이 설시한 위와 같은 사정들에다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에게 민간잠수사의 생명·신체의 위험을 방지할 조리상·사실상 의무가 없었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은 정당하고, 거기에 검사가 주장하는 사실오인의 위법은 없다.
① 실종자 수색작업에 참여하겠다고 자원한 민간잠수사들이 G H 바지선에 승선할 수 있도록 허락하는 권한은 중앙구조본부의 장에게 있었고, 대부분의 결정은 민·관·군 합동구조팀에서 협의를 통해서 결정되었다는 점, 민간잠수사들의 투입 순서는 민간잠수사들이 협의를 통하여 자발적으로 정하였고, 피고인은 그와 같은 방법으로 정해진 순서를 구조본부 측에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한 것에 불과한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고 F 잠수사의 투입 여부를 결정할 권한을 보유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피고인에게 민간잠수사 투입에 관한 권한이 없는 상태에서 피고인이 감독의무를 해태하였다고 피고인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피고인이 가지고 있지 않은 권한을 행사하지 아니한 책임을 묻는 것이라 할 것이다.
② 수난구호협력기관, 수난구호민간단체, 자원봉사자 등의 임무 부여와 인력 및 장비의 배치와 운용에 관한 현장 지휘권한은 구조본부의 장에게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민간잠수사들 중 가장 연장자로서 민간잠수사들의 일정 등을 관리하고 민·관·군 합동구조팀에서 협의를 통해서 결정된 사항을 민간잠수사들에게 설명 및 지시하였다는 점만으로 피고인에게 F 잠수사의 생명·신체의 위험을 방지할 직접적인 권한 및 사실상 책임에 따른 주의의무가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
③ 피고인과 고 F 잠수사를 비롯한 민간잠수사들은 구조본부로부터 수난구호업 무에의 종사명령을 받아 소집된 자들이라는 점2), 일단의 민간잠수사들은 실종자 수색작업을 위하여 소집된 임시적 조직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구조본부의 장이 민간잠수사들을 지휘 감독하였어야 할 것인바, 당시 사실상 해경·해군·민간 소속 잠수사들 이 각 소속별로 관리가 이루어졌고 서로 관여하지 않았다거나 피고인이 민간잠수사들을 대표하여 해양경찰과 업무 연락을 하였다 하더라도 그와 같은 점이 피고인이 민간잠수사를 지휘, 감독할 지위에 있었다고 볼 근거가 될 수는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판사이현영
판사백대현
판사이화진
1) 다만, 고 F 잠수사는 E 선체 내 수색이 아닌 하잠색 설치를 위하여 잠수하였고, E 선체 내 수색에 비하여 작업 난이도가 낮
아, 해양경찰 잠수사와 조를 이루지 않고 혼자 잠수한 것으로 보인다.
2) 고 F 잠수사의 경우 현장에 투입된 당일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여 수난구호 종사명령이 내려지지는 않았다.